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오늘의 생활영어] anyway you look at it; 어떻게 보더라도

(Roberta is talking to Roger during lunch … )   (로버타가 점심 먹으면서 로저와 얘기한다…)   Roberta: So how are you getting to the airport on Friday?   로버타: 그래 금요일에 공항에 어떻게 갈 거야?   Roger: I’m up in the air about that.   로저: 아직 결정된 것 없어.   Roberta: Are you going to take a taxi or a bus?   로버타: 택시타고 갈 거야 버스타고 갈 거야?   Roger: I don’t have the slightest idea.   로저: 난 잘 모르겠어.   Roberta: A taxi will get you there much faster but it’s more expensive.   로버타: 택시타고 가면 훨씬 빠르지만 더 비싸지.   Roger: And a bus?   로저: 버스는?   Roberta: The bus will be cheaper but it will take you longer to get there.   로버타: 버스는 더 싸지만 가는데 더 오래 걸릴 거야.   Roger: So any way I look at it it's going to cost me.   로저: 그러니까 어떻게 해도 돈이 드네.   Roberta: Yes. I would take you but I have a lot on my plate on Friday.   로버타: 응. 내가 데려다 주고 싶지만 금요일에 내가 아주 바쁠 것 같아.   Roger: Oh I understand. That’s okay.   로저: 알았어. 됐어.   기억할만한 표현   * up in the air: 미결상태다 불확실하다     "She's up in the air about renting that apartment near the beach." (그 여자 바닷가 그 아파트를 임대할지는 미결상태에요.)   * (one) does not have the slightest idea: 전혀 모르겠다     "I don't have the slightest idea where my keys are." (제 열쇠가 어디 있는지 저도 전혀 모르겠어요 .)   * (one) has a lot on (one's) plate: 할 일이 아주 많다 아주 바쁘다     "I can't play golf this weekend because I have a lot on my plate." (전 이번 주말에 할 일이 많아서 골프를 못 치겠어요.)   California International University www.ciula.edu (213)381-3710오늘의 생활영어 look airport on plate on 여자 바닷가

2024-01-07

[마음 읽기] 운명이 당신에게 나쁜 카드를 주었는가

하루하루가 쌓여 달이 되고 계절이 되더니, 이내 해가 바뀌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참 많은 것들이 허망하게 자리를 잃고 사라졌다. 무탈한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지난 한 해는 돌풍에 휩싸이지 않고 그냥저냥 견뎌내는 것이 목표였다. 그사이 떠난 이들의 자리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풍경으로 무심히 채워졌다. 이것이야말로 무상(無常)한 변화다.   조고각하(照顧脚下)! 제 발밑을 보라 했던가. 사실 내 삶은 해가 바뀌어도 딱히 변한 것은 없다. 오늘도 나는 작은 암자에서 부처님을 뵙고 향을 올린다. 이른 아침, 찻물을 다리며 문득 드는 한 생각, ‘올 한해를 지혜롭게 살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힘들어도 괜찮은 척, 좋은데도 별일 아닌 듯 덤덤한 척, 불편해도 신간 편한 척!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수행자에게는 미덕이 될 때가 많다. 물론 그 덕에 꽤 잘 다듬어져 제법 의젓하고 기댈 만한 사람으로 비출 때도 있다. 그럼 계속해서 그렇게만 살아가면 괜찮을까?   제주도 〈원천강본풀이〉에 이런 무속신화가 전해온다. 들판에 홀로 버려진 여자아이 얘기다. 사람들은 아이가 태어난 날을 모르니, 오늘을 생일로 정하고 이름도 ‘오늘이’라고 지었다. 당장 하루가 걱정인 오늘이는 부모가 원천강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가게 된다. 마치 〈화엄경〉에서 구법여행을 떠나는 선재동자를 떠올리게 한다.   오늘이는 부모를 찾아 남쪽으로 가다가 흰모래 별천강에서 한 도령을 만났다. 푸른 옷을 입은 도령은 자신을 장상이라고 밝히며, 글을 읽으라는 옥황의 분부로 종일 책만 읽는다고 했다. 원천강 가는 길을 묻는 오늘이에게 방향을 일러주고, 그 다음은 연못에 가서 연화나무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왜 자신은 밤낮없이 글만 읽고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다. 쳇바퀴처럼 살아가는 자신의 운명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연못을 찾아간 오늘이는 청수 바닷가에 사는 이무기를 소개받는다. 알고 보니 이 어여쁜 연화나무에게도 고민은 있다. 겨울에는 뿌리만 살아 있다가 봄이 되면 꽃이 피는데, 왜 맨 윗가지만 피고 다른 가지에는 꽃이 피지 않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이무기는 오늘이에게 “남들은 여의주 하나만 물어도 용이 된다는데, 나는 세 개나 물고 있는데도 왜 승천을 못하는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 그리고는 장상이처럼 매일 글만 읽는 소녀, 매일이를 소개해주었다. 매일이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답답한 처지를 부탁하며, 목적지에 가다 보면 구멍 난 바가지로 물을 퍼내며 울고 있는 시녀가 있을 거라고 했다.   시녀의 딱한 사정을 본 오늘이는 정당풀과 송진으로 바가지의 구멍을 막아주고 옥황께 축도한 후에 물을 대신 퍼주었다. 고마운 마음에 시녀는 원천강까지 오늘이를 데려다준다. 드디어 원천강에 도착, 그러나 문지기가 매정하게 발걸음을 막아섰다. 절망한 오늘이는 원천강 앞에서 통곡한다. 그 구슬픈 통곡 때문이었을까? 굳게 닫힌 원천강의 문이 열린다.   고생 끝에 부모를 만난 오늘이는 그간의 일들과 부모의 사정을 알게 되고, 늘 지켜보았다는 위로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된다.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부모를 만나면서 큰 성장을 이룬 것이다. 현실이 제아무리 고달파도 꾸준히 살아야 할 이유가 이것인가 싶은 대목이다.   돌아오는 길에 오늘이는 자신에게 도움을 준 이들의 괴로운 운명을 풀어준다. 중요한 가르침은 여기 담겼다. 먼저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괴로워하는 매일이와 장상이에게는 부부의 연을 맺어준다. 서로 사랑하게 하여 외롭지 않게 해준다.   꼭대기에만 꽃이 맺히는 연화나무의 고민에 대해 오늘이는 우듬지 꽃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따주라고 했다. 그렇게 연못에 있는 우듬지 꽃을 다 솎아주니 가지마다 꽃이 만발한다. 처음 핀 꽃에만 애지중지해서 다른 꽃들이 피기 어려웠던 것이다. 소중한 것을 내어주어야만 더 풍성해진다는 가르침이다.   이러저러한 절박한 삶의 해결방책을 읽으며 지혜롭게 사는 것에 해답을 얻은 듯 나는 기뻤다. 지나친 재물의 소유,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이룬 것들에 대한 애착이 크면 클수록 그다음 다가올 행복을 놓치게 된다는 사실 말이다. 오늘이의 신화를 읽으며, 올 한 해를 꾸준히 살아갈 것을 다짐해본다. 사랑하는 이를 찾아도 좋고 높은 이상을 꿈꾸어도 괜찮다. 다만 사랑은 누구에게나 힘이 되지만, 한편 너무 지나치거나 많이 소유하는 것은 장애가 된다. 비워야 할 것을 비우지 못하는 것이 앞길을 막기 때문이다. “운명의 여신이 당신에게 나쁜 카드를 주었는가? 그렇다면 지혜를 발휘하여 이겨라” 영국의 시인 프랜시스 퀄스의 메시지와 같이 갑진년에는 푸른 빛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용처럼 모두가 지혜로 빛나는 삶 되기를 소망한다. 원영 스님 / 청룡암 주지마음 읽기 운명 카드 오늘이의 신화 시인 프랜시스 청수 바닷가

2024-01-07

[우리말 바루기] ‘소라색’엔 소라가 없다

바닷가엔 소라들의 슬픈 얘기 있어요./ …바닷가에 여름 가고 가을이 와도 쓸쓸한 백사장엔 소라만 외롭답니다~.   1980년대 활동했던 배따라기의 ‘바닷가엔’이라는 노래 가사다. 여름날 바닷가의 추억을 소라의 슬픈 얘기에 비유하고 있다. 이처럼 소라는 바다와 여름날 추억을 연상케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미지를 간직한 ‘소라’는 어감도 좋아 연예인 이름이나 가게 등의 명칭으로 널리 쓰인다.   ‘소라색’도 많이 사용되는 말이다. 그렇다면 소라색은 어떤 색깔일까? 인터넷에 올라 있는 소라색 옷을 보면 모두 하늘색이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하늘색을 소라색이라 부른다.   그렇지만 바다의 소라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녹갈색이다. 하늘색이 아니다. 그럼 왜 하늘색을 소라색이라 부르게 됐을까?     ‘소라색’이 ‘하늘색’이 된 연유는 다른 데 있다. 하늘색의 한자어는 ‘공색(空色)’이다. 여기에서 ‘공(空)’자만 떼어내 일본어로 읽으면 ‘소라(そら)’가 된다. 따라서 ‘소라색’은 일본말 ‘소라(そら)’에 한자어 ‘색(色)’이 붙은 것이다. 즉 ‘소라(そら)+색(色)’의 구조로 일본말과 우리말이 결합한 어중간한 형태다. ‘소라색’은 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다. 소라색이 아니라 하늘색이라고 해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소라색 소라 여름날 바닷가 여름날 추억 연예인 이름

2023-09-12

[이 아침에] 마우이의 들닭

들닭, 누구네 집 토종닭인 줄 알았다. 마우이 바닷가 150년 된 반얀 나무 아래, 홈리스 할아버지 둘이 햄버거를 먹고 있다. 그 주위엔 비둘기 떼, 그 가운데 수탉 한마리. 몸집은 작아도 빨간 벼슬, 황금색 몸통, 그리고 길고 까만 꼬리, 당당한 모습이다. 하얀 암탉 그리고 병아리 세 마리가 종종거리며 수탉을 따라다닌다.   임자 없는 닭이란다. 하와이 여러 섬에서 흔히 보이는 광경. 특히 카우이라는 섬에는 정말 많다고. 마우이 섬에서도 여기저기 들닭이 산다. 들닭의 원조는 서기 300년에서 800년 사이 하와이로 이주한 폴리네시아 인들이 가져온 정글 야생 닭. 그 후에 백인들이 가져온 집닭들이 방사되면서 오늘의 야생 닭이 생겼다고 한다.     관광객에는 신기하지만 주민들에게는 골칫거리. 채소밭, 꽃밭 가리지 않고 파헤쳐 놓고, 밤낮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닭 울음소리, 그 피해가 만만치 않다. 식용으로도 가치가 없어 한국의 토종닭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2022년 호놀룰루 시에서는 들닭 포획 작전을 벌였는데 두 달 동안 7000달러를 쓰고 잡은 것은 고장 67마리, 마리 당  104달러 꼴.   마우이에 사는 야생화된 가축은 닭뿐만 아니다. 섬의 북쪽 해안 길 외진 모퉁이에서 산돼지 가족을 만났다. 하얀 몸통에 검은 점이 박힌 어미 돼지가 새끼 네 마리를 데리고 길을 건너고 있었다. 새끼들은 모두 색깔이 제 각각. 검정, 황갈색, 바둑이 무늬, 하얀색. 송곳니가 나온 갈색 멧돼지와는 족보가 다르다.   하와이 섬들은 비교적 최근 화산 활동으로 바다에서 솟아났다.  여기서 ‘최근’이라 함은 약 백만년 전이라는 뜻. 그래서 섬에는 포식자 동물들이 없다. 들닭이나 야생화된 돼지들이 번식하기에 좋은 상황.     사람에게도 마찬가지. 폴리네시아 이민자들은 하와이 땅에서 성경 말씀 없이도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게 되었다.  1778년 정월 제임스 쿡 선장이 이끄는 영국 군함이 하와이 섬에 상륙하면서, 하와이 전통 사회의 질서가 깨진다.  쿡은 1779년 하와이에 다시 들른다.  첫 방문 때와는 달리 주민들은 냉담. 쿡은 하와이 왕을 납치하려다 피살된다.     그 후 하와이 사람들 사이에 분열이 일어나고 그 틈에 영국인의 도움을 받은 카메하메하가 통일 왕국을 건설한다. 그때 만든 하와이 왕국의 국기에는 영국의 국기 유니언 잭이 들어있다. 지금도 하와이 주의 깃발로 쓴다.     미국인들이 한 손에 성경을 들고 들어온다. 1889년 하와이는 미국령이 된다. 하와이 왕국의 수도 라하이나 법원 앞에 있는 반얀 나무는 기독교 선교 50주년 기념으로 1873년 인도에서 가져온 것. 이 나무는 한 블록을 다 덮을 만큼 넓고 크게 자랐다. 그 그늘에 하와이 역사가 바뀌었다.     마우이의 들닭, 자유를 얻은 대신 매일 매일 먹을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자연 상태에서 잡혀먹힐 공포를 감수하는 대신 가축으로 사람의 먹이가 되는 운명에서는 해방. 집 닭 신세보다 나아진 것일까?   필자는 2023년 마우이 대 화재 이틀 전 반얀 나무 아래 잠시 서 있었다. 그 나무도 탔다. 다시 살아날까? 김지영 / 변호사이 아침에 마우이 마우이 바닷가 하와이 전통 하와이 섬들

2023-09-04

[삶의 뜨락에서] 고립 그러나 연결

‘가재가 노래하는 곳’(Delia Owens)을 읽었다. 제목이 암시하듯 아주 특별한 책이었다. 과연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어디일까, 그리고 가재의 노랫소리는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이 책은 이미 뉴욕타임스 180주 연속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날렸고 이미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 소설은 한 어린 소녀의 성장소설이면서 자연과 동화되어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소녀의 러브스토리이고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추리소설이기도 하다. 작가는 동물행동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아프리카 오지에서 7년 동안 야생동물의 행동과 생태를 연구 조사한 후 ‘칼라하리의 절규’ 등 실화 세 편을 발표하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미 명성을 얻은 바 있다.     이 책은 이미 그녀가 나이 70이 되어서 쓴 첫 장편소설로 2018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될 만큼 전 세계를 휩쓸었다. 23년의 세월을 야생동물을 관찰하면서 인간의 행동도 얼마나 그들과 비슷한지 배우게 되었고 혼자서 성장해야 할 상황에 내몰린 어린 소녀의 행동에 고립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는 자세로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생물 중에 유독 인간만이 자립하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을 요구한다. 어른의 도움 없이 인간이 자연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체험하며 이 소설을 써 내려 갔다.     주인공인 카야는 6살 때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구타에 못 이겨 집을 떠난 엄마를 목격한다. 그 후 두 명의 언니와 두 명의 오빠까지 집을 떠나고 카야만 홀로 폭력적인 아버지와 남게 된다. 얼마 후 아버지마저 집을 나간 후 카야는 혼자 습지에 남겨졌다. 당장 배가 고팠다. 서툴고도 낯설지만, 집에 남아 있는 재료로 무엇이든 만들어 먹었다. 재료가 바닥나자 늪에서 홍합을 캐 먹었다. 어린 카야에게 슬픔이나 외로움, 고독이란 단어는 너무 어렵고 사치스러웠다. 그녀는 홍합을 캐 마을 가게에 가서 생필품과 교환해가며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마을 사람들은 카야를 마시걸(marsh girl, 습지 소녀)이라고 부르며 그녀의 삶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며 고립시킨다. 그녀는 점점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차츰 두려워져 사람만 보면 숨게 되는 보호본능의 자신을 발견한다.     이제 카야는 갈매기, 조개, 반딧불, 습지, 바닷가, 모래와 친구가 된다. 종일 습지와 바닷가에서 그들을 관찰하고 깃털을 수집하고 그림을 그린다. 작가의 아름다운 서정적인 문체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독자에게 갈매기 울음소리를 들려주며 습지 나무 틈새로 새어 나오는 황홀한 빛으로 독자를 감전시키고 가재가 노래하는 곳으로 인도한다. 카야는 습지에서 본능이 가르치는 대로 적응해간다. 카야는 이제 아름다운 소녀가 되었고 습지의 모든 생물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웠다. 카야는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를 갈망하지만, 그들은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카야에게 처음 다가온 소년, 테이트(조디 오빠 친구)가 나타나고 그녀에게 책 읽는 법을 가르쳐준다. 둘은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테이트는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시로 떠나게 되고 동네 훈남 체이스를 만난다. 체이스는 결혼을 전제로 카야를 유혹하며 몸과 마음을 다 얻게 되지만 결국 배신한다. 테이트는 박사학위까지 마치고 돌아와서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용서를 구한다. 테이트는 그동안 카야가 모아둔 자료들을 보고 완전 감동하여 책 출판을 권유한다. 카야의 자연 예찬과 열정이 책 출판을 성공으로 이끈다.     한편 체이스는 카야를 다시 겁탈하려 하자 카야는 죽을 힘을 다해 그를 제압한다. 며칠 후 체이스는 시체로 발견되고 카야는 범인으로 지목되고 체포당한다. 선량한 변호사의 변론이 배심원의 마음을 움직여 카야는 무죄로 풀려나온다. 카야는테이트와 결혼하고 조디 오빠와 교류하며 습지에서 계속 집필해가며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책을 덮고 눈을 감는다. 나는 과연 카야가 될 수 있을까.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고립 연결 습지 바닷가 습지 나무 술주정뱅이 아버지

2023-07-28

여름 밤바다에서 영화음악을…마리나델레이 오케스트라

"아름다운 바닷가 마리나델레이에서 멋진 오케스트라 영화음악을 즐기세요."   마리나델레이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무료 '영화음악의 밤(Film Music Night)'을 개최한다.   영화음악의 밤은 오는 27일(목) 오후 7시 마리나델레이 버톤 체이스 파크(Burton Chase Park)에서 열린다. 주최 측은 한인 등 남가주 주민 누구나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화음악의 밤은 마리나델레이 비치&하버와 마리나델레이 심포니가 공동 주최한다. 특히 이번 행사는 여름을 맞아 야외 공원에서 열린다. 여름밤 석양과 바닷가를 배경으로 유명 영화음악을 들을 수 있다.   마리나델레이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영화음악은 스타워즈, 대부, 라라랜드, 제임스 본드, 핑크팬더에서 소개돼 대중에게 친숙한 곡들이다. 또한 애니매이션 알라딘,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주제곡 등도 포함돼 남녀노소 누구나 음악공연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영화음악의 밤 행사에는 LA에서 활동하는 유명 가수 마이클 스콧 해리스, 델리시아 스미스 등도 참여해 멋진 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음악공연은 우크라이나 출신 지휘자 맥심 쿠진이 맡는다. UC샌타바버라 교수인 쿠진 지휘자는 한국외대 남가주 동문 합창단을 지도하는 등 한인사회와도 인연이 깊다.   쿠진 지휘자는 "한인사회 많은 분이마리나델레이 영화음악의 밤 행사에 참석해 가족과 아름답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권 한국외대 남가주 동문 합창단장은 "마리나델레이 심포니가 연주하는 영화음악은 많은 분이 좋아하는 친숙한 곡"이라며 "한인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음악의 밤 주최 측은 저녁 야외공연에 대비해 외투나 담요를 가져오면 좋다고 전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마리나델레이 영화음악 하버와마리나델레이 심포니 오케스트라 영화음악 바닷가 마리나델레이

2023-07-24

[이 아침에] 바다의 빛, 바다의 울음

고향은 두메지만 나이 들면서 바다가 곁으로 자꾸 다가왔다. 기회 있을 때마다 바닷가에 나갔고, 여름 휴가철에는 어김없이 해수욕장으로 달려갔다. 방송사 특파원으로 장기 체류한 곳도 두 군데나 해안 도시였다.     홍콩은 빅토리아 해를 해자로 두르고 보석처럼 반짝거렸고, 태평양의 배꼽 같은 로스앤젤레스도 길고 아름다운 해안선을 끼고 융성하고 있었다. 바다는 늘 거대한 수정체로 시야를 가득가득 채웠고, 살가운 바람은 살갗을 문지르고 폐와 뇌를 청소해 지친 심신의 생기를 살려내 주었다. 태양이 이글거리며 떠오르는 여명에는 심부로부터 파토스가 치솟았고, 낙조가 현란한 수채화를 그려내면 그 예술에 홀려 무아의 지경에 잠기곤 했다.   방송사를 사직하고 자영업을 시작하면서는 아예 바닷가로 이사해 바다와 밀월기를 보냈다.  남 캘리포니아의 뉴포트코스트, 배산임수(背山臨水) 언덕의 거실에서 내려다보는 바닷가 경관은 대형 화폭이었다. 하늘이 코발트색이면 바다도 짙푸르고,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으면 덩달아 거무스름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면 회색으로 변해 물장구를 쳤고, 해무(海霧)가 짙게 드리우면 바다는 희뿌연 이불을 덮고 숨었다.                해변의 바위 턱에 걸터앉아 있으면 여기가 오늘에 재현된 ‘에덴’의 서쪽이라는 착각에 취하기도 했다. 뭍 쪽으로는 해송(海松)과 삼나무들이 촘촘히 도열해 있고, 아래로는 모래밭이 곡선으로 휘어지며 끝없이 달리고 있었으며, 육지의 가장자리는 바다의 혀가 부단히 핥아서 보얗게 씻어주었다. 그 위의 광활한 창공을 사다새와 가마우지, 갈매기, 비둘기, 제비들이 무정형으로 이리저리 바쁘게 날아다녔다. 큰 떼를 지어 군무를 춰도 서로 부딪지 않으니 자유와 질서의 진수를 보여주는 장관이었다. 새들의 울음소리는 파도 부딪는 소리와 물결 이는 소리, 바람 소리와 어우러져 정교한 교향곡이거나, 불협화음이 뒤섞여 이루는 웅장한 화음처럼 들렸다. “신의 작품이다” 라는 탄성이 입안에서 우물거렸다.       샌디에이고 쪽에서 샌프란시스코 방향으로 순양함급의 군함 한 척이 느리게 지나가고 있었다. 검고 큰 선체에 여러 개의 포신을 사방으로 겨누고 있어서 괴물처럼 보였다. 그 모습이 망막에 닿자 시야는 급변해 군함색으로 물들고, 푸르던 바다의 색깔은 가뭇없이 사라져버렸다. 하늘에서는 빛의 향연이, 바다에서는 검은 해신의 유령이 너울거리고 있었다. 거실로 돌아와 다시 바다를 바라보았다. 흉측한 어둠 속에서 띄엄띄엄 작은 불빛들이 가물거렸다. 밤바다의 풍랑과 무서움을 이겨내는 인간들의 의지가 아닌가. 그 형상 위에 동방에서 바다를 건너와 쭈그리고 앉아 있는 존재, 그 삶의 궤적이 겹쳐졌다. 내면에 잠재해 있는 나의 작은 세상은 바다의 빛깔과 바닷소리의 변주 속에서 흔들리는 작은 조각배였다. 송장길 / 언론인·수필가이 아침에 바다 울음 뉴포트코스트 배산임수 바닷가 경관 방송사 특파원

2023-07-11

[이 아침에] 2월의 바닷가

“엄마, 생일 선물로 무얼 받고 싶으세요?”     딸의 물음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딱히 필요한 물건도 없는 듯했다. 가지고 있던 물건도 정리해야 할 때가 아닌가. 친구가 칠순 기념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몸이 불편한 우리 내외는 여행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동안 힘에 부치도록 일했으니 이제 쉬라며 운전대까지 내려놓은 채 ‘집콕’의 주인공이 되었다.      “응. 그냥 가까운 바닷가를 걷다 오고 싶다”라고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둘째 딸이 김밥을 싼다고 분주했다. 어렸을 적 가족 여행에서 먹던 김밥의 추억이 생각났던 게다. 오이, 시금치, 달걀, 우엉, 참치, 햄은 저마다 고유한 색과 맛을 뽐내며 어우러졌다. 발대 속에서 꾸우욱 눌려 서로 조화를 이루었다. 생일 소풍은 김밥만으로 충분했다. 우리의 생이 성취한 것이 아니고 주어진 것이라는 걸 깨달으면서.     나의 귀가 엄마의 배 안에서 세상으로 나온 귀빠진 날. 나에게 연결된 탯줄이 잘리고 공기를 가르는 울음소리가 터져 나와 한 생명이 독립했던 날이다. 벅찬 기쁨으로 축하받았을 것이다. ‘참 잘했다’라며 나를 다독이고 싶은 날이다.     해마다 새 달력을 받으면 가족의 생일을 빨간색으로 기록한다. 가족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어릴 적엔 “내가 나이가 더 많아”라며 손가락을 펴 자랑했다. 그땐 나이가 많으면 세상을 이긴 듯 어깨에 힘을 주었는데, 이젠 나이의 숫자 하나가 늘어나며 나이 듦의 무게가 더해진다. 그 무게가 버겁게 느껴지며 마음가짐을 바꾸어 본다. 겉보다는 내면을, 결과물보다는 관계 중심으로 전환해 보련다. 연륜 속 깊어져 가는 시간이 선물이라 생각한다.     올해가 내 칠순이란다. 한국 나이로 한 살을 보태어 70이라고 한다. ‘7’ 자가 내 앞에 다가오는 것이 두려워 내년으로 미루기로 한다. 자녀들이 기억하기 좋도록 음력 2월을 양력 2월에 지키니 더 빨라져 이른 봄이 된다.     2월에                     꽃 시샘 추위를 맞으며/ 30일을 채우지 못한 탓에                             열두 달 중 가장 짧은 다리로/ 빈 들 지나 봄 마중 간다   무녀리로 태어나/ 얼어있던 들판에/ 계절의 선두로 나서     봉긋봉긋 꽃망울을 여는/ 그 산도(産道)를 밟는다     어두운 세월의 흙 속에서/ 견디며 쇠약해진 몸으로                 겨울을 마감하는 문턱에서/ 썩어져 씨앗을 가르고     생명을 대지로 뿜어내며/ 봄빛으로 바꾸어 낸다       Montage Laguna Beach를 찾는다. 야생화가 해변을 노랑, 주황, 보랏빛으로 장식한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꽃망울을 피워내고 있다. 흔들리는 애잔한 모습이 대견스럽다. 보물섬이 윤곽을 드러낸 바위 등선 위를 정복하는 아이들의 등이 햇빛에 반짝인다. 넘실거리는 파도는 바위에 부딪혀 하얀 포말을 뿜어내고 깊은 바다 표면은 윤슬 되어 빛났다. 찰랑이는 파도 결 따라 모래사장을 걷는다. 울퉁불퉁 푹 파여 발걸음을 떼기 힘들다. 새 발자국을 따라가 본다.   한참 후 내 발자국을 남겼다고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니 밀려오는 파도에 쓸려 사라져 흔적이 없다. 우리 생의 지나간 자취도 고요뿐일 것. 그런데 파도가 휩쓸고 간 모래 위는 단단하고 매끄러워 걷기가 쉽다는 걸 알았다. 곱게 내려앉고 있는 석양을 바라본다. 맛있는 인생을 차려 놓는 생일 식탁이다.     주치의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미스에스 유, CT 결과에 이상이 없습니다.”  이희숙 / 시인·수필가이 아침에 바닷가 한국 나이 가족 여행 칠순 기념

2023-02-22

[이 아침에] ‘좀 더 해줄 걸’의 후회

한밤중 앞도 보이지 않고, 위치도 모르는 인적없는 바닷가 오지 땅에서 자동차는 황토 늪에 빠져버렸다. 칠흑처럼 깜깜하고 인기척도 없는 인가의 등불만 가물가물했다. 우리 6명이 구조를 바라며 어둠 속에서 플래시를 흔들고 있을 때 건장한 원주민 청년 엔리케가 달려왔다. 우리 일행은 구세주를 만난 듯 안도의 환호성을 질렀다.     엔리케는 그날 낮에 가재와 전복을 잡던 잠수복 차림으로 모래사장에 있던 나를 찾아온 바 있어 일행들에게도 구면이었다. 그는 우리가 밤이 되었는데도 지나 가야만 되는 길목에 나타나지 않자 아마도 사고가 났을 것으로 생각하고 밤중에 근처 여기저기를 찾아 헤맸다고 했다.   그는 곧장 차 밑으로 들어가 맨손으로 흙을  퍼내기 시작한다. 우리는 그에게 플래시를 비춰주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과거의 일이 쉴 새 없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정확히 25년 전 자정. 동반했던 원로 목사님의 차가 바닷가 모래언덕에 빠졌다. 그때 우연히 그곳을 지나치던 낯 모르는 한 청년이 지금처럼 혼자 맨손으로 차를 꺼내 주었던 것이다. 차가 움직이자 그는 ‘안녕’하며 손을 흔들며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바로 이 엔리케의 형이었다.     엔리케의 형은 안타깝게도 생계를 위해 전복과 가재를 잡다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엔리케는 무능한 아버지와 형의 죽음을 보고 위험한 바닷일 대신 다른 직업을 갖기 위한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엔리케는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의 중학교에 다녔고 나는 2년 간 학비와 학용품, 그리고 자동차 연료비 등을 지원했다. 하지만 사정이 있어 학업을 중단했고 엔리케는 결국 형처럼 생계를 위해 위험한 바닷속에서 전복 가재, 성게 등을 채취하는 일을 해야만 했다. 얼마 전에는 수중 급류에 휩쓸려 7일간을 망망대해에 홀로 표류하다가 구조된 일도 있었다.     엔리케가 형과 같은 운명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에 학업을 계속하도록 하지 못한 회한이 가슴 속을 채워온다.     그는 24년 전 내게 받은 조그만 도움을 지금도 잊지 않고 나를 도와주려고 한밤중에 우리 일행을 찾아 헤맨 것이다. 그에게는 집도 땅도 없었다. 생계를 위해 매일 위험한 바다로 가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생존하기 위해 살아온 삶이다.   앞으로 이런 잘못은 다시 하지 않을 것 같지만 ‘좀 더 노력할걸’,‘좀 더 줄걸’,‘좀 더 참을걸’,‘좀 더 사랑해 줄걸’ 하는 교훈을 되뇌어 본다.     이제 젊은 시절의 열정은 많이 희석되었다.  그러나 저녁 하얀 뭉게구름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처럼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는 시간은 아직 남아있다고 믿는다. 엔리케의 거 일자리를 찾아주는 일을 시작해 본다. 지난 20년간 사귄 몇몇 현지인들에게 그의 구직을 부탁했다. 최청원 / 내과의사이 아침에 후회 자동차 연료비 전복 가재 바닷가 모래언덕

2022-12-26

[이 아침에] 외딴 바닷가 소년이 원한 것

한밤중 멕시코 오지의 바닷가에 홀로 남아 캠핑 동료들이 오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앞에 펼쳐진 밤바다는 교교한 달빛으로 아름답게 빛나지만 차가운 바닷바람과 인적없는 벌판에 혼자라는 무서움만 남는다. 마을에서 3마일 떨어진 이곳, 오직 오두막집 한 채가 있을 뿐이다. 인기척에 부스스 일어난 11세 소년 엔리케가  스스럼 없이 처음 본 내 손을 잡는다. 인적 없는 곳에서 무척이나 반가웠던 모양이다. 그 후부터 이곳을  방문할때마다 외로운 소년과의 만남을 이어 같다. 소년은 항상 흐트러진 머리, 찢어진 운동화에 남루한 옷차림, 그리고 웃음을 잃은 듯한 표정이었다. 무능한 아버지 대신 매일 조개를 캐서 생계를 돕고 있었다.     그의 때뭇지 않은 순수함이 안쓰러워 무언가 해주고 싶었다. 몇 번을 주저하더니 학교 갈 때 쓸 백팩이 갖고 싶다고 한다. 딸이 쓰던 백팩을 딸의 허락을 받고 주었다.  다음날 시내 병원으로 환자를 보러 나가는 길에 엔리케가 어린 조카들을 데리고 3마일이나 떨어진 마을 학교로 가는 모습을 봤다. 다른 아이들은 다 책가방이 다 있었다.     엔리케는 가난의 부끄러움과 부러움으로 학교에 다녔을 것이다. 생전 처음 가방을 멘 그의 즐거운, 아니 자랑스러운 표정을 본 순간 벅찬 감정이 가슴을 채운다. 우리애겐 필요없는 물건이지만 다른 곳에선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후 엔리케가 마을 아이들의 자전거를 부러워하는 것을 알고 그에게 자전거를 갖다 주었다. 아들이 수년 전에 타다 창고에 넣어둔 것이었다. 기뻐하는 엔리케를 뒤로하고 진료를 갔다 돌아와 잠을 자려는데 텐트 밖에서 소음이 들린다. 그렇게 갖고 싶었던 자전거을 낮에는 타지 못하고 조개 캐는 일이 다 끝난 깜깜한 한밤중에 타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을 바닷가로 데리고 가 마을 아이들과 어울려 놀게 했다. 아이들은 쉽게  친구가 되고 금세 어울려 모래로 집을 짓고, 게와 소라, 조개를 잡고 갈매기를 쫓아 달리면서 깔깔거리는 모습이 한 폭의 정겨운 그림 같았다. 아들은 엔리케와 작별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들에게 “너와 엔리케의 다른 점이 무엇이지?”라고 물었다. 머뭇거리는 아들에게 “지금까지 너의 노력만으로 한 것은 하나도 없지? 단지 너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엔리케는 멕시코 오지에서 태어난 것 뿐. 이런 은혜를 거저 받았으니 앞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지”라고 말했다. 아들이 항상 감사의 마음을 간직하고 보답의 응답을 보여주기를 바랐다.      추수감사절이 다시 찾아온다. 욕망의 계절을 반성하며 변함없는 순결한 자기 자신으로 돌아갈 정신적 재고 정리가 필요한 계절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되살리는 뜻깊은 추수감사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청원 / 내과의사이 아침에 바닷가 소년 바닷가 소년 소년 엔리케 마을 학교

2022-11-22

[삶의 뜨락에서] 여우굴을 피하려다 호랑이굴로

2017년 허리케인이 플로리다를 휩쓸고 갔을 때 우리는 애틀랜타로 피난 갔습니다. 일주일 후 다시 돌아오면서 길가에 쓰러진 나무들, 전선주와 간판들을 보면서 전쟁터도 이렇게 심하게 파괴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하면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5년밖에 안 된 몇 주일 전 다시 허리케인이 우리가 사는 도시를 휩쓸고 갔습니다. 이번에는 일기예보가 우리가 사는 마을은 비껴갈 것이라고 예고했기 때문에 그리 심각하게 생각을 안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마을을 비껴갈 것이라던 허리케인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면서 그 붉은 색의 몽둥이가 우리 마을 쪽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까. 나는 초초하고 불안했습니다. 그리고 태풍이 불면 바다가 범람해서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니 높은 곳으로 피난을 가라는 경고들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이웃에 사는 이 박사에게 전화했습니다. 그는 자기는 피난을 안 간다면서 나더러 불안하면 피난을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집은 바닷가에서 한 2마일 떨어지기는 했지만 우리 집 바로 앞에도 큰 호수가 있는지라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내와 의논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은 단층집이라 물이 들어오면 어쩌나 하고 고층빌딩에 사는 선배의 집으로 피난을 가기로 했습니다. 바닷가 고층빌딩에 사는 선배 집은 8층이라 물이 거기까지야 안 들어오겠지 하고 그리로 피난을 가자고 의논했습니다. 선배도 이런 때 같이 모여 있으면 걱정도 덜 되고 하니 어서 오라고 강권하여 그리고 피난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를 지하 주차장에 주차했습니다. 우리는 허리케인 방지 창으로 무장한 집에서 그야말로 안전하게 허리케인이 지나가도록 커피를 마시면서 지냈습니다. 전기가 나가서 어두웠지만 낮이라 견딜 만 했습니다.     파도가 차올라 거리로 밀려오고 저 밑의 거리에 물이 차 자동차가 침수되는 것을 보면서 저걸 어떻게 하지 하면서도 우리 차의 생각은 꿈에도 안 했습니다. 빗방울이 약해지고 거리에 물이 빠지자 우리 차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내려가 보니 주차장은 그야말로 빨래를 물에 담가 놓은 듯 검은색 자동차들이 물에 둥둥 떠다니며 주차장에 물이 빠지지 않아 영화를 보는 듯했습니다. 전기가 나가니 전화 배터리도 약해지고 전기가 없으니 TV도 안 나오니 소식도 끊어졌습니다. 빌딩은 캄캄하고 엘리베이터도 작동하지 않으니 8층에서 어두운 데를 오르내릴 수도 없었습니다. 물도 끊어지니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쓰고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우리는 짐을 끌고 더듬더듬 내려와서 이웃집의 이 박사에게 전화하여 집으로 왔습니다. 차는 주차장에 물에 잠긴 채 두었습니다. 우리 집은 마당에 나뭇가지가 몇 개 떨어진 것뿐 말짱했습니다. 집으로 오면서 이 박사는 여우굴을 피해간다고 호랑이굴로 찾아들어 갔구먼 하면서 옷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집에 있었으면 안전했을 것을 피난을 간다고 바닷가 고층빌딩을 찾아 들어간 우리의 무식한 처사를 어떻게 변명을 할까요. 물이 들어올 것을 걱정하면서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것은 얼마나 무식한 일일까요. 그리고 그렇게 좋은 차들이 물에 한 번 잠기고 나면 완전 폐차가 된다는 것이 무슨 말일까요. 아무리 대학을 나와도 학위가 있어도 이런 상식이 없이 호랑이굴로 찾아 들어간 나는 어떤 바보일까요. 이용해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호랑이굴 여우굴 바닷가 고층빌딩 지하 주차장 허리케인 방지

2022-11-20

[이 작품과 만났다] 자연과 우리는 하나…가재가 노래하는 곳

 책을 읽고 나면 한동안 그 책의 세계에 빠져 책과 헤어지는 게 안타까운 책들이 있다. 쥐스킨트의 ‘향수’가 그랬고,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가 그랬다. 그런데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읽은 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주인공이 누린 완벽한 자유, 야생성을 잃지 않은 한 인간이 자연과 어우러져 풍겨내는 그 과도한 매력에 빠져 다른 책으로 건너갈 수가 없으니 이제는 이 책이 내 사전 최고의 책이 되어버린 것이다.   책은 아버지의 무능과 폭력으로, 여섯살 때 엄마가 곁을 떠나고, 열 살 때는 형제들도 모두 떠나, 외진 바닷가 습지에서 홀로 처참한 가난과 외로움과 차별의 문제에 한꺼번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카야’라는 소녀의 성장소설이면서, 테이트라는 소년과의 사랑 이야기면서, 살인사건이 첨가된 스릴러물이다. 소설의 기본 중에 기본요소인 ‘흥미’ 면에서 그 어떤 소설에도 뒤지지 않으나, 이 책에는 그 어떤 책에서도 맛볼 수 없었던  ‘맑음’이 있다.     그림처럼 눈 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 그 자연과 한 인간과의 완벽한 교감, 우리 인간이 결국 다 같이 하나의 자연이라는 사실, 그리고 계산 없이느릿느릿, 겉치레에 치중하지 않고 내면에만 충실해도 삶은 얼마든지 진화될 수도 행복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조용하고도 품위 있게 알려준다. 그 점에서 비슷한 내용의 다른 통속소설과 완벽하게 구별된다.   책의 작가 ‘델리아 오언스’는 70평생 생태학자의 길을 걷다가, 2018년 첫 소설작품으로 이 책을 발표했다고 한다. 평생을 통한 생태계연구로 비할 데 없이 아름답게 자연을 묘사할 수 있었던 점에 경이에 가까운 존경심이 일었다. 한 가지 일로 뿌리를 내리고, 튼실한 열매를 맺게 하는 삶. 이보다 더 부러운 삶이 있을까…언젠가 그런 습지에서, 문명의 이기와 잡다한 관계들을 뒤로 한 채, 외롭고도 외롭게 꼭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경한 소원을 갖게 한 이 책은 다만, 최고의 반전이 있는 마지막 부분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주춤거려지기는 했으나, 이보다 더 매혹적으로 자연 친화적인 우리 본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면서, 나도 모르게 스르르 위로를 받게 하는 책은 글쎄…나의 짧은 독서력 안에서는 없었던 듯하다. 끝나지 않은 코로나의 뭉근한 무게로 앞이 뿌연했으나, ‘바람이 분다…살아봐야겠다…’는 기운을 나도 모르는 사이 얻게 해주었다.     그런데, 드디어, 상상 속의 바닷가가 어떻게 실제 모습으로 드러날지 참으로 기대됐던 영화가 올여름 극장 개봉을 했다. 아. 어찌 감히 책 속의 그 아름다움을 영화가 표현해낼 것이라 기대를 했던 것일까. 이 책을 발굴해서 40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는 길을 열어주고, 영화로까지 제작한 배우, 리스 위더스푼의 시도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주인공 선정을 시작으로, 어찌나 편편하고 좁은 시야로 영화가 전개되든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책을 능가하는 영화는 있을 수가 없다는 진리(?)를 새삼 절감하며 책 속에서 품은 나만의 풍광을 더더욱 그리워하게 되었다. 그래도 스토리라인 자체가 튼실하기 때문인지, 나온지 2개월이 지났음에도 영화는 아직 극장 상영 중이다. 박영숙 / 시인이 작품과 만났다 가재가 자연 시야로 영화 바닷가 습지 올여름 극장

2022-09-28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