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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고립 그러나 연결

‘가재가 노래하는 곳’(Delia Owens)을 읽었다. 제목이 암시하듯 아주 특별한 책이었다. 과연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어디일까, 그리고 가재의 노랫소리는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이 책은 이미 뉴욕타임스 180주 연속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날렸고 이미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 소설은 한 어린 소녀의 성장소설이면서 자연과 동화되어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소녀의 러브스토리이고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추리소설이기도 하다. 작가는 동물행동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아프리카 오지에서 7년 동안 야생동물의 행동과 생태를 연구 조사한 후 ‘칼라하리의 절규’ 등 실화 세 편을 발표하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미 명성을 얻은 바 있다.  
 
이 책은 이미 그녀가 나이 70이 되어서 쓴 첫 장편소설로 2018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될 만큼 전 세계를 휩쓸었다. 23년의 세월을 야생동물을 관찰하면서 인간의 행동도 얼마나 그들과 비슷한지 배우게 되었고 혼자서 성장해야 할 상황에 내몰린 어린 소녀의 행동에 고립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는 자세로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생물 중에 유독 인간만이 자립하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을 요구한다. 어른의 도움 없이 인간이 자연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체험하며 이 소설을 써 내려 갔다.  
 
주인공인 카야는 6살 때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구타에 못 이겨 집을 떠난 엄마를 목격한다. 그 후 두 명의 언니와 두 명의 오빠까지 집을 떠나고 카야만 홀로 폭력적인 아버지와 남게 된다. 얼마 후 아버지마저 집을 나간 후 카야는 혼자 습지에 남겨졌다. 당장 배가 고팠다. 서툴고도 낯설지만, 집에 남아 있는 재료로 무엇이든 만들어 먹었다. 재료가 바닥나자 늪에서 홍합을 캐 먹었다. 어린 카야에게 슬픔이나 외로움, 고독이란 단어는 너무 어렵고 사치스러웠다. 그녀는 홍합을 캐 마을 가게에 가서 생필품과 교환해가며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마을 사람들은 카야를 마시걸(marsh girl, 습지 소녀)이라고 부르며 그녀의 삶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며 고립시킨다. 그녀는 점점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차츰 두려워져 사람만 보면 숨게 되는 보호본능의 자신을 발견한다.  
 
이제 카야는 갈매기, 조개, 반딧불, 습지, 바닷가, 모래와 친구가 된다. 종일 습지와 바닷가에서 그들을 관찰하고 깃털을 수집하고 그림을 그린다. 작가의 아름다운 서정적인 문체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독자에게 갈매기 울음소리를 들려주며 습지 나무 틈새로 새어 나오는 황홀한 빛으로 독자를 감전시키고 가재가 노래하는 곳으로 인도한다. 카야는 습지에서 본능이 가르치는 대로 적응해간다. 카야는 이제 아름다운 소녀가 되었고 습지의 모든 생물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웠다. 카야는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를 갈망하지만, 그들은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카야에게 처음 다가온 소년, 테이트(조디 오빠 친구)가 나타나고 그녀에게 책 읽는 법을 가르쳐준다. 둘은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테이트는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시로 떠나게 되고 동네 훈남 체이스를 만난다. 체이스는 결혼을 전제로 카야를 유혹하며 몸과 마음을 다 얻게 되지만 결국 배신한다. 테이트는 박사학위까지 마치고 돌아와서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용서를 구한다. 테이트는 그동안 카야가 모아둔 자료들을 보고 완전 감동하여 책 출판을 권유한다. 카야의 자연 예찬과 열정이 책 출판을 성공으로 이끈다.  
 
한편 체이스는 카야를 다시 겁탈하려 하자 카야는 죽을 힘을 다해 그를 제압한다. 며칠 후 체이스는 시체로 발견되고 카야는 범인으로 지목되고 체포당한다. 선량한 변호사의 변론이 배심원의 마음을 움직여 카야는 무죄로 풀려나온다. 카야는테이트와 결혼하고 조디 오빠와 교류하며 습지에서 계속 집필해가며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책을 덮고 눈을 감는다. 나는 과연 카야가 될 수 있을까.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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