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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마우이의 들닭

김지영 변호사

김지영 변호사

들닭, 누구네 집 토종닭인 줄 알았다. 마우이 바닷가 150년 된 반얀 나무 아래, 홈리스 할아버지 둘이 햄버거를 먹고 있다. 그 주위엔 비둘기 떼, 그 가운데 수탉 한마리. 몸집은 작아도 빨간 벼슬, 황금색 몸통, 그리고 길고 까만 꼬리, 당당한 모습이다. 하얀 암탉 그리고 병아리 세 마리가 종종거리며 수탉을 따라다닌다.
 
임자 없는 닭이란다. 하와이 여러 섬에서 흔히 보이는 광경. 특히 카우이라는 섬에는 정말 많다고. 마우이 섬에서도 여기저기 들닭이 산다. 들닭의 원조는 서기 300년에서 800년 사이 하와이로 이주한 폴리네시아 인들이 가져온 정글 야생 닭. 그 후에 백인들이 가져온 집닭들이 방사되면서 오늘의 야생 닭이 생겼다고 한다.  
 
관광객에는 신기하지만 주민들에게는 골칫거리. 채소밭, 꽃밭 가리지 않고 파헤쳐 놓고, 밤낮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닭 울음소리, 그 피해가 만만치 않다. 식용으로도 가치가 없어 한국의 토종닭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2022년 호놀룰루 시에서는 들닭 포획 작전을 벌였는데 두 달 동안 7000달러를 쓰고 잡은 것은 고장 67마리, 마리 당  104달러 꼴.
 
마우이에 사는 야생화된 가축은 닭뿐만 아니다. 섬의 북쪽 해안 길 외진 모퉁이에서 산돼지 가족을 만났다. 하얀 몸통에 검은 점이 박힌 어미 돼지가 새끼 네 마리를 데리고 길을 건너고 있었다. 새끼들은 모두 색깔이 제 각각. 검정, 황갈색, 바둑이 무늬, 하얀색. 송곳니가 나온 갈색 멧돼지와는 족보가 다르다.
 
하와이 섬들은 비교적 최근 화산 활동으로 바다에서 솟아났다.  여기서 ‘최근’이라 함은 약 백만년 전이라는 뜻. 그래서 섬에는 포식자 동물들이 없다. 들닭이나 야생화된 돼지들이 번식하기에 좋은 상황.  
 
사람에게도 마찬가지. 폴리네시아 이민자들은 하와이 땅에서 성경 말씀 없이도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게 되었다.  1778년 정월 제임스 쿡 선장이 이끄는 영국 군함이 하와이 섬에 상륙하면서, 하와이 전통 사회의 질서가 깨진다.  쿡은 1779년 하와이에 다시 들른다.  첫 방문 때와는 달리 주민들은 냉담. 쿡은 하와이 왕을 납치하려다 피살된다.  
 
그 후 하와이 사람들 사이에 분열이 일어나고 그 틈에 영국인의 도움을 받은 카메하메하가 통일 왕국을 건설한다. 그때 만든 하와이 왕국의 국기에는 영국의 국기 유니언 잭이 들어있다. 지금도 하와이 주의 깃발로 쓴다.  
 
미국인들이 한 손에 성경을 들고 들어온다. 1889년 하와이는 미국령이 된다. 하와이 왕국의 수도 라하이나 법원 앞에 있는 반얀 나무는 기독교 선교 50주년 기념으로 1873년 인도에서 가져온 것. 이 나무는 한 블록을 다 덮을 만큼 넓고 크게 자랐다. 그 그늘에 하와이 역사가 바뀌었다.  
 
마우이의 들닭, 자유를 얻은 대신 매일 매일 먹을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자연 상태에서 잡혀먹힐 공포를 감수하는 대신 가축으로 사람의 먹이가 되는 운명에서는 해방. 집 닭 신세보다 나아진 것일까?
 
필자는 2023년 마우이 대 화재 이틀 전 반얀 나무 아래 잠시 서 있었다. 그 나무도 탔다. 다시 살아날까?

김지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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