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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All the Beauty in the World

패트릭 브링리(Patrick Bringley)가 쓴 ‘All the Beauty in the World’가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라고 번역된 것에 의아해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사랑하는 형을 잃고 무기력해지자 경이로운 세계로 숨었다가 예술이 건네는 위로를 통해 새로운 삶을 꿈꾸며 세상으로 나오는 개인의 삶과 예술의 감동적 에세이이다.     작가는 대학을 마친 후 ‘뉴요커’라는 잡지사에서 4년 동안 치열하게 커리어를 쌓던 중 그에게 아주 소중한 존재였던 두 살 위의 형을 잃게 된다.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받으며 성공을 위해 승승가도를 달리던 그는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놓아두기로 결심한다. 형을 잃은 상실감은 그의 심장에 큰 구멍을 냈고 그는 더는 앞만 보고 달리는 세상이 무의미해졌다. “나의 결혼식이 열렸어야 했던 날, 형의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그해 가을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메트로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지원했다. 그렇게 한동안은 고요하게 서 있고 싶었다”라고 서술했다.     그렇게 슬픔에서 도피하여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경이로운 세계로 숨어버린다. 경비원이 된 그는 매일 최소한 8시간씩 다른 전시실에서 거장들의 혼이 담긴 경이로운 회화와 조각부터 고대 이집트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위대한 걸작들과 오롯이 교감하게 되는 특권을 누린다. 동시에 그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같은 제복을 입은 동료들과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서서히 삶을 배워가게 된다. 10년이라는 시간을 7만 평이 되는 공간에서 300만 점의 작품과 연 700만 명의 관람객 사이에서 날마다 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미술에 관해 그가 아는 모든 것은 부모에게서 배웠고 성장기 때부터 예술에 관한 애정을 키워간다. 어머니는 대학 때 부전공으로 미술사를 공부한 배우였고 아버지는 은행원이었지만 피아노에 재능이 있었다. 아버지는 “재능은 재능 자체가 아니라 즐거움에서 비롯한 부지런함이다. 예술가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예술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가족 사이에서 자란 저자는 예술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가 달랐다. 미술관의 각방에 전시된 작품들 앞에 서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 속에 들어있는 모든 섬세한 묘사 하나하나가 그에게 말을 걸어올 때까지 그 작품에 몰입한다. 그렇게 거장들이 느끼는 경외감, 감동 그리고 호기심까지 빨아들인다. 어떻게 이 예술품들이 시대와 문화를 뛰어넘어 과거와 현재까지 다양한 문화 속에서 성장해 온 모든 인류에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는지 그의 경험을 그의 삶에 비추어 본다.     형이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치킨너깃을 먹고 싶다 했을 때 그들은 침대를 둘러싼 채 그들이 아는 최선을 다해 사랑과 슬픔과 웃음이 가득한 소풍을 즐긴다. 그 장면이 피터르 브뤼헐의 ‘곡물 수확’을 떠올리게 한다. 가끔은 어느 쪽이 더 눈부시고 놀라운 것인지, 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 아니면 삶을 닮은 위대한 그림인지 혼동이 온다. 형이 마지막 숨을 쉬기 위해 신음하고 있을 때 온 가족은 날을 세우고 새벽을 맞았다. 어머니는 잠이 든 아들을 보고 나를 보고 새벽빛을 보고 아픈 몸을 보고 그 끔찍함을 보고 우아함을 보았다. 어머니가 “우리 좀 봐, 지금 우리가 바로 옛 거장들이 그렸던 그런 그림이잖아”하고 말했다.     ‘피에타’를 보고 어머니는 통곡한다. 미술사나 미술 평론가를 통해서 우리는 예술품을 공부하고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저자를 통해 예술과 삶이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배운다. 시작은 상처로 구멍이 난 심장을 갖고 미술관에 들어왔지만 이제는 희망과 사랑으로 벅찬 가슴을 안고 세상에 나갈 힘이 솟는다. 경비원 생활 10년 사이 결혼과 두 아이를 얻고 동료들과의 우애를 통해 멈췄던 삶을 새롭게 시작하며 뉴욕 도보 여행 가이드와 비정기적으로 Met 미술관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정명숙 시인삶의 뜨락에서 beauty world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beauty in met 미술관

2024-06-28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 조지아 오키피 특별전

시카고 미술관에 가면 큰 벽화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시카고 미술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본관 2층의 인상주의 작품 전시실을 지나야 한다. 인상주의 전시실은 미시간길과 연결된 정문을 기준으로 미술관에 입장하자 마자 정면에 보이는 큰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2층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곳에는 르느와르와 모네, 고흐, 고갱 등의 유명 작가의 주옥 같은 작품들이 자리잡고 있다. 고흐의 ‘베드룸’, 쉬라의 ‘그랑 자트 공원의 일요일 오후', 모네의 ‘수련' 등과 같은 작품들도 이어진다.     이 전시실이 끝나면서 1층으로 연결되는 계단 북쪽 벽면에 대형 그림이 하나 걸려 있다. 마치 인상주의 작품을 잘 감상했으니 이제는 다른 작품으로도 관람객들을 만족시키겠다는 배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그림의 제목은 ‘구름 위의 하늘 IV’. 제목 그대로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투박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요란한 기법이나 강렬한 색채 같은 것은 없다. 다만 하얀색의 구름이 마치 빙하가 녹아서 떨어진 모양처럼 하늘에 둥둥 떠 있고 저 멀리 하늘의 끝에는 주황색과 하늘색이 섞여 있는 모습이 아늑함을 주고 있다.     이 그림은 조지아 오키피라는 화가의 작품이다. 작품은 1965년 그려졌는데 당시 비행기를 이용한 여행이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확산되던 때였다. 작가는 상업용 여객기를 타고 구름 위를 날아가면서 이 작품의 모티브를 얻게 된 것이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당시 비행기를 타면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시대 상황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모습을 단순하면서도 따뜻하게,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그 찰나의 인상을 편안하게도 표현해 냈던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화가 오키피는 위스콘신주 출생이다. 1887년에 태어나서 1986년까지 살았으니 100세 가까이 장수한 셈이다. 위스콘신주 남부, 일리노이주와도 멀지 않은 곳의 선 프레이리라는 지역에서 낙농업을 하는 아일랜드계 아버지와 헝가리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키피는 학창시절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고 시카고 미술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이런 인연으로 유명 화가가 된 이후에도 오키피는 시카고 미술관과 끈끈한 인연을 유지하게 됐다.     시카고에서 미술 공부를 하다가 버지니아와 뉴욕, 뉴멕시코 등지로 이주하면서 그녀의 작품은 미국식 모더니즘이라는 장르를 선도하게 된다. 그녀의 주요 작품을 보면 단순하지만 화려하며 확실한 이미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구름 위의 하늘'로 대표되는 사물의 단순화와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테크닉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다. 그녀 작품의 주제는 주로 소의 두개골과 같은 동물의 뼈, 꽃, 식물의 기관, 조개껍데기, 산 등의 자연을 택하고 있다. 아마도 오키피의 작품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암소의 두개골, 적, 백, 청’, ‘검은 붓꽃' 등일 텐데 이 작품들이 이런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이런 작품들 역시 시카고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으며 많은 관람객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오키피 역시 화가 경력을 시작할 무렵에는 여느 작가와 마찬가지로 전성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작품에 몰두했다. 현재 시카고 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조지아 오키피:마이 뉴욕'이 그런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특별전은 오키피가 뉴욕에 5년간 거주했던 1920년대를 다루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1925년부터 1930년까지가 해당된다. 이 기간 동안 오키피는 25개의 유화와 차콜, 파스텔, 드로잉 작품을 남겼다. 당시 오키피가 살았던 곳은 뉴욕의 셀튼 호텔이라는 곳이었는데 30층 높이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건물 중 하나였다. 그래서 그런지 특별전에 나온 오키피의 작품들은 전성기 때의 자연을 모티브로 했던 것 보다는 건물과 주변 환경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호텔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본 이스트 리버는 공장 굴 뚝에서 매연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강에는 배가 지나다니고 있는데 건물 모양은 일률적으로 각진 형태다. ‘셀튼의 선스팟'이라는 작품은 그녀가 거주하던 건물에 비친 태양의 반사광선이 눈부시게 표현되어 있다. 그녀에게 뉴욕에서의 5년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주변의 특이함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리라.     오키피는 미국의 대표하는 여류 화가로 명성이 자자하다. 여성 화가로 자신의 이름이 붙은 최초의 미술관을 가진 작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뉴욕에서의 생활 이후로는 서부의 뉴멕시코 지역으로 주요 거처를 옮겼고 삶을 마감할 때까지 이곳에서 살았는데 이때부터 사막과 동물, 꽃 등으로 작품의 대상이 변화했다.     이번 시카고 미술관의 오키피 특별전은 이런 작품 활동이 나오기 전에 오키피가 뉴욕에서 살면서 관찰하고 표현한 그녀의 초기 작품관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오키피 특별전은 9월 22일까지 열린다. 특별전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기본 입장료 외에도 10달러의 추가 입장료를 내야 한다. 전시회를 소개하는 글들을 보면 오키피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훌륭한 기획이었다는 언급이 눈에 띈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시카고 미술관 인상주의 작품 시카고 미술대학

2024-06-05

[로컬 단신 브리핑] 시카고, 미국서 가장 걷기 좋은 도시 1위 외

#. 시카고, 미국서 가장 걷기 좋은 도시 1위    시카고가 미국에서 가장 걷기 좋은 도시로 선정됐다.    웹사이트 '프리플라이'(Preply)는 미국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지역 관광 명소를 도보로 탐색하는데 소요되는 시간 등을 측정•분석했다.     프리플라이는 걷기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유럽 도시들과 비교할 때 미국 도시들은 규모가 넓고 자동차에 의존해야 하는 특성으로 인해 자동차 없이는 이동하기가 훨씬 어렵다고 먼저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플라이는 총점 77.2점을 받은 시카고를 미국에서 가장 걷기 좋은 도시로 꼽았다.     대표적인 명소인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Millennium Park), 시카고 미술관, 매그마일(Magnificent Mile) 등 주요 지역을 걷는데 총 1.2마일, 28분 정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시카고에 이어 내슈빌, 댈러스, 산타페(뉴멕시코), 뉴올린스, 보스턴, 보이지(아이다호), 오스틴, 워싱턴 등이 차례로 걷기 좋은 도시 2위~10위를 차지했다.     중서부 지역에서는 주요 지역을 돌아보는데 총 2시간35분이 소요되는 밀워키가 시카고에 이어 가장 높은 전체 17위에 올랐다.     한편 프리플라이는 지역 명소를 전부 보기 위해 총 11시간 이상을 걸어야 하는 플로리다 주 올랜도를 미국에서 가장 걷기 힘든 대도시로 평가했다.    #. 쿡 카운티 첫번째 '잔탁' 관련 소송 시작    거의 20년 동안 위장약 잔탁(Zantac)을 복용하다가 대장암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일리노이 주 여성의 소송이 지난 2일 시작됐다.     전국적으로 유사한 소송이 여러 번 제기됐지만 쿡 카운티에서는 첫번째 관련 소송이다.     앤젤라 발라데즈(89)는 잔탁 안에 있는 라니티딘(ranitidine)이라는 약물 성분이 노화됨에 따라 NDMA라는 암 유발 물질로 변환된다며 잔탁 제조사인 GSK와 베링거 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이라는 두 제약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원래 소송 대상에는 다른 제약회사 화이자(Pfizer)와 약국체인 월그린스(Walgreens) 및 11개 이상의 자회사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화이자 등은 원고측과 합의를 함으로써 GSK와 베링거 인겔하임만 소송 대상으로 남게 됐다.     1995년부터 2014년까지 잔탁을 정기적으로 복용했다는 발라데즈는 월그린스에서 약을 구입했고, 결국 대장암을 진단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비자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는 광고를 보고 나서야 잔탁이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잔탁 관련 소송이 다수 제기됐으며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지난달 26일부터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 약품 269개 품목을 제조•수입 및 판매의 중지를 결정했다.     Kevin Rho 기자로컬 단신 브리핑 미국 시카고 시카고 미술관 유럽 도시들 주요 도시

2024-05-03

[살며 생각하며] 불협화음의 합창

4월 초인데도 바람은 차다. 첼시에 있는 휘트니 미술관 앞은 더욱 그랬다. 사람들은 패딩에 모자까지 쓰고 줄에 서 있다.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5층으로 올라갔다. 이 전시회를 협찬한 기관들의 이름이 쭉 씌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한국 대기업의 로고 H자가 고딕체로 제일 크게 보였다. 한국이 문화 선진국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전시 제목이 ‘불협화음의 합창(Dissonant Chorus)’이다. 이번 전시를 맡은 큐레이터는 미국 방방곡곡에 소규모 갤러리를 찾아다녔다. 신예 작가들이 현시대 상황에 반응하는 목소리를 모았다고 한다. 인디언 아메리칸, 뉴욕에 거주하는 홍콩인, 남부에 사는 흑인 여자 작가 등 배경이 다양했다.   복도 벽에 AI가 그린 작품이 커다랗게 걸려 있다. 만화의 캐릭터 같은 소녀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다. 머리카락과 옷소매를 누르면 작품이 변한다고 한다. 이것도 작품이 될까 하고 의아했다. 구상한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이니, 작품으로 여기는 요즘의 추세다. 벽을 돌아가니, 인공지능에 반대라도 하듯이 손으로 정성껏 그린 추상화가 매달려 있다. 찌그러진 세포 모양의 불규칙한 형체가 여기저기 빨래처럼 드리워져 있다. 천에 아크릴을 바르고 모아온 재활용품, 채취한 씨앗들을 붙였다. 그 위에 또 색을 바르는 몇 겹의 작업을 공들여서 했다. 수전 잭슨(Suzanne Jackson)은 평생 작업을 해왔지만, 80세가 된 지금에야 전시회에 초대받았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추상화는 고급 예술로 여겨졌고 더구나 백인 남자 작가의 전유물이었다. 지금은 흑인 할머니가 그려서 보란 듯이 내 걸고 있다.     4층으로 내려갔다. 노란 네온 빛이 방 전체에 흐르고 있다. 천정에는 전기 망이 못처럼 가득 박혀있다. 전기선과 네온 빛이 사람에게 투과되어, 모든 행동이 기록되고 감시된다. 몸과 뇌에 충격이 가해지지만, 사람들은 의식하지 못한다. 어느 날 내가 버섯을 샀더니 버섯 요리 정보가 유튜브에 떴다. 내가 피검사를 했더니 특정 수치를 올리는 방법이 떴다.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찾아가라는 연락이 내 이메일로 오기도 한다. 누군가 나의 일상을 훤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 불편해진다.     저쪽 방에서 꼬불꼬불한 천 조각이 보였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티피가 거꾸로 세워져 있었다. 요즘 세상이 거꾸로 간다는 은유다. 그 옆에서는 지금 문을 닫은 낙태업소의 사진과 전화와 이메일 기록, 폭력에 시달린 여자들의 사진 등 수천 개가 빼곡히 벽에 걸려있다. 낙태권이 허용된 것이 50년도 되지 않는데 최근 로대웨이드 판결 후 미국은 다시 낙태권 분란에 휩싸여있다. 몸은 고유한 개인의 영역인데, 여자의 몸은 항상 정치적 문제에 휘말린다.     마지막으로 작은 밀실 같은 어두운 방에 들어갔다. 상처 자국(site of wounding)이란 제목이 내 눈길을 끌었다. 작가는 3D 컴퓨터로 자기 몸의 입체 모형을 만들고, 메탈과 유리로 만들어 샌딩을 했다. 뒤틀린 육체의 내부 모형이 작가의 고향인 홍콩에서 자라는 나무와 비슷하다고 한다. Aquilaria sinensis 라는 나무는 고급 향을 만들기 위해 쓰이는 나무다. 어린나무의 가지를 자르고 비틀고 사이사이에 곰팡이를 심는다. 상처가 감염되면서 트라우마를 받은 나무는 수액인 레진(resin)을 뿜어낸다. 이 과정에서 향기가 방출된다. 스트레스를 받은 나무가 향을 뿜어내듯이, 인간도 상처에서 새로운 에너지가 나온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런 에너지가 모여서 불협화음 같은 신음을 내는 전시가 맨해튼 한가운데서 열리기도 한다. 미술관을 나오니 해가 올라가 있다. 허드슨 강에서 부는 바람이 훈훈해졌다. 만물이 화협하는 봄은 이미 와 있었다. 김미연 수필가살며 생각하며 불협화음 합창 이메일 기록 낙태권 분란 휘트니 미술관

2024-04-12

시카고 미술관 소장 작품 약탈품 논란

시카고 미술관 소장 작품이 나치가 약탈한 뒤 불법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술관측은 이에 대해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입수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주 뉴욕 검찰은 시카고 미술관이 소장 중인 미술품이 나치가 약탈한 것으로 원 소유주 일가에게 반환되어야 한다는 수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에곤 슐레(Egon Schiele)라는 작가의 러시안 전쟁 포로(Russian War Prisoner)라는 작품이 논란의 대상이다.     뉴욕 검찰은 이 작품은 홀로코스트 시기 나치에 의해 약탈된 것으로 미술관측이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불법적인 방법으로 소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측은 시카고 미술관이 지난 1966년 이 작품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조사 없이 나치가 약탈한 작품을 세탁 과정을 거친 뉴욕 화상을 통해 구입했다고 지적했다.     이 작품의 원 소유주인 프리츠 그룬바움 가족은 그간 시카고 미술관측에 반환을 요구했으나 미술관이 적절한 경로를 거쳐 구입한 것이라며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룬바움 가족은 이 그림이 프리츠 그룬바움이 1938년 다차우 유태인 수용소에 들어가면서 나치가 빼앗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뉴욕 검찰은 그룬바움이 소유했던 11점의 그림은 나치가 빼앗은 것이라며 이 중 뉴욕의 현대미술관과 캘리포니아 산타 바바라 미술관이 소장했던 9점은 그룬바움 가족들에게 돌아갔다고 밝혔다. 또 한 점은 개인 소장품이었는데 그룬바움 가족들에게 직접 반환됐다. 나머지 한 점만 시카고 미술관이 소장한 채 반환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시카고 미술관은 자체 조사 결과 이 작품은 그룬바움의 처제인 마틸드 루칵스가 물려받았고 이후 1956년 스위스의 화상 에버하드 콘펠드를 통해 적법하게 팔렸다고 밝혔다.     미술관측은 “불법적으로 예술품을 매입했으면 반환했겠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2021년 법원 판결에 따르면 슐레 작품이 루칵스-콘펠드 경로를 통해 합법적으로 거래가 됐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연방법원이 그룬바움이 소장하고 있던 슐레의 작품은 약탈당하지 않았고 그룬바움이 합법적으로 소장했었다고 판결한 내용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뉴욕 검찰은 콘펠드가 작품을 매입한 뒤 수 십 년 후에야 관련 서류를 작성했고 루칵스로부터 작품을 사들였다는 서류 등이 위조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편 뉴욕 검찰과 시카고 미술관의 구두 진술은 곧 시작되며 법원은 이를 바탕으로 작품의 소유권을 결정하게 된다.     Nathan Park 기자시카고 미술관 시카고 미술관 작품 약탈품 그간 시카고

2024-03-01

SD미술관 첫 한인 전문 안내인 탄생

샌디에이고 미술관(SDMA) 최초로 한인 '도슨트(Docent)'가 탄생했다.   도슨트란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전문 안내인으로 특히 SDMA의 도슨트가 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2년간의 도슨트 양성 프로그램을 마친 최희봉씨로 지난달부터 미술관 투어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요즘 이 미술관에서는 한국채색화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데 문화적 이해도가 큰 한인 도슨트에 의해 한국어로 작품에 대한 설명을 자세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로컬은 물론 타지에서 이곳을 방문하는 한인 관람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SDMA의 도슨트 양성 프로그램은 엄격하고, 수준 높은 교육과정으로 유명하다.  총 2년이 걸리는 도전적인 프로그램으로 초기 그리스와 로마는 물론 유럽, 아시아, 미국에 이르기까지 주요 시대에 걸치는 미술사를 기본으로하고 더 나아가 SDMA가 영구 소장하고 있는 전시 작품들에 대해 독자적인 연구를 한 후 그에 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도슨트는 자원봉사자로 흔히 은퇴한 교수나 변호사, 의사 등 전문인 출신이 많은데 아무래도 미술사를 포함한 역사와 시대적 상징들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하므로 기본적으로 다방면으로 지식이 풍부한 것이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희봉씨 역시 한국의 이화여대 학부를 나와 서울대에서 석사, 영국 캠브리지대학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이수했으니 박학다식한 방면으로는 빠지지 않는 이력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최씨는 "관람객들이 그림을 조금이라도 더 잘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며 "사실 그 점이 도슨트라는 역할의 매력적인 부분이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도슨트 봉사자로서 본인이 끊임없이 배워야 할 동기를 얻고 그만큼 배울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된다는 점이 큰 장점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최씨는 학업과 결혼생활로 영국에서 25년간 생활했고 10여 년 전에 샌디에이고로 이주했다. 유럽에 거주하던 때에 비해 여유 시간이 많아진 이곳에서 평소 SDMA를 즐겨찾곤 했는데 그림과 예술을 배우면서 봉사도 할 수 있는 기회인 도슨트에 관심을 갖고, 2021년 말 인터뷰를 거쳐 도슨트 양성과정에 등록했다. 드디어 지난해 말 모든 선발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정식 도슨트 자격을 얻은 최씨는 곧바로 한국채색화전에 투입됐다.     최씨는 "첫 기회인 만큼 출품된 작품들을 샅샅이 공부하느라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였고, 투어의 진행방향에 대한 계획도 나름 철저히 준비했다"며 "덕분에 한인 관람객들이 그냥 봐서는 안 보이던 부분이 저의 설명을 듣고보니 눈에 들어온다거나, 모르고 지나칠 뻔했던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감사와 격려를 전해주시니 노력했던 보람이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그는 "'이번 전시회는 동양적이면서 기개가 넘치고 과감하면서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작품들이 많아 지역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을 크게 집중시키고 있다. 다음달 3일까지 진행되는 한국채색화 전시회를 더욱 많은 한인들이 관람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정원 기자미술관 한인 도슨트 양성과정 한인 도슨트 샌디에이고 미술관

2024-02-13

SD미술관 K팝 무대 변모

한국채색화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샌디에이고미술관(SDMA) 앞이 이번에는 K팝 댄스의 축제무대로 변신했다.   지난 3일 SDMA에서는 현재 이곳 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국채색화전 '생의 찬미' 를 기념하는 일환 이벤트로 K팝 댄스, K-아트, 로컬 한인 아티스트 등을 소개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쳐 발보아 파크를 찾은 수많은 관중들의 관심을 크게 끌었다.   이번 행사를 지원한 LA한국문화원의 정상원 원장은 "이번 전시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하에 LA한국문화원과 SDMA, 국립현대미술관이 협업해 미국 현지인들에게 한국미술의 우수성과 매력을 널리 알리는 취지에서 작년 10월부터 열리고 있다. 전시회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한국문화의 더욱 다양한 모습을 만인에게 보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수천 명의 관객들이 K팝 댄스 공연을 즐겼고 발보아 파크 내 '한국의 집'이 마련한 문화 체험부스, 박용미 동양화가의 부스 등을 둘러봤다. SDMA측도 미술관을 무료개방해 한국 미술 관람을 독려했다.   3월 3일까지 지속되는 이 특별전에서는 19세기 초~ 20세기 초의 전통회화 부터 현대 작품까지 회화, 판화, 영상, 설치 등 5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는데 지난해 뉴욕타임즈는 이 특별전을 '눈여겨 볼만한 전시회'로 소개하기도 했다. 글·사진=서정원 기자미술관 무대 sd미술관 k팝 한국채색화 특별전 가운데 한국문화

2024-02-09

2024 LA 아트쇼 돌아온다

LA 아트쇼(LA Art Show)가 다음 달 14~18일까지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며 LA의 2024년 아트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LA 아트쇼는 100개 이상의 글로벌 갤러리, 박물관 및 비영리 예술단체가 참여한다. 올해 LA 아트쇼는 여배우 루시 헤일 사회로 밸런타인데이 오프닝 나이트 프리미어 파티로 시작한다. 모든 티켓 수익금의 15%는 미국심장협회 ‘라이프 이즈 와이’ 캠페인에 기부된다.     올해도 카산드라 보이야기스 프듀서이자 감독의 지휘 아래 LA아트쇼는 한국을 포함, 필리핀, 이탈리아, 이스라엘, 페루 등 다양한 국가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가장 포괄적인 현대 미술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LA 아트쇼의 비영리 프로그램 중 하나인 다이버스아트LA는 7개의 예술기관과 협력해 기억, 인류, AI의 교차점을 탐구한다. 네바다 미술관에서는 현대 예술가 기예르모 버트의 ‘더 저니’, 보고타 현대 미술관에서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카를로스 카스트로 아리아스의 ‘신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의 LP갤러리는 3D 음영으로 초현실적인 자화상을 만들기 위해 피부에 그림을 그리는 일루전 아티스트인 윤다인씨의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에서 젊은 여성으로서 직면했던 문제 해결부터 미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보다 안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모습까지 창의적인 진화를 보여준다.     흑인 역사의 달에 맞춰 태냐 웨드 마이어 갤러리는 4명의 흑인 예술가 작품을 통해 정체성, 회복력 등 다양한 주제를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세계적인 사진대회인 ‘더 소울 오브 유어 시티’ 우승작 전시회도 주목할 만하다. LA의 패브릭 프로젝트 갤러리는 현지 사진작가들의 렌즈를 통해 도시의 숨겨진 모습을 공개한다.     비영리단체 애스리스 포 라이프 파운데이션(ALF·대표 그렉 벨)이 2024 LA 아트쇼와 협력해 개최한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아트앤더스쿨(Art “n” the School)’ 아트 컨테스트 수상 작품이 그렉벨 대표의 미술컬렉션 작품과 함께 전시된다.     ALF는 전직 풋볼 선수인 그렉 벨이 설립한 스포츠 지원 비영리단체로 중고등학생들이 예술을 경험하고 최고 예술가와 갤러리를 만날 기회를 제공하고자 이번 컨테스트를 마련했다.      전 세계 3대 아트쇼로 손꼽히는 LA 아트쇼는 20만 스퀘어피트 전시장에서 회화, 일러스트레이션, 조각, 설치미술 등 현대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해마다 LA 아트 쇼에서 판매되는 작품은 2만개로 매출은 3000억 달러 규모다.     제29회 LA 아트쇼는 LA 컨벤션센터 웨스트홀에서 열리며 입장료는 35달러다.   ▶주소: 1201 S Figueroa St. LA   ▶문의: laartshow.com   이은영 기자아트쇼 la컨벤션센터 la 아트쇼 현대 예술가 네바다 미술관

2024-01-28

K아트, 샌디에이고를 사로잡다

'케이-팝(K-Pop)', '케이-푸드(K-Food)'에 이어 이제는 '케이-아트(K-Art)'가 로컬 문화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샌디에이고 미술관(SDMA)이 한국채색화 특별전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다양한 한국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10월 28일 개막해 오는 3월 3일까지 진행될 한국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 (Korea in Color: A Legacy of Auspicious Images)' 전시회는  한국인의 삶과 밀착한 채색화의 역할을 특별 조명하고 있다. 전시장에는 일상의 기복과 액운 떨치기 등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전통 채색화와 이를 적용한 현대화가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 5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SDMA측은 이 전시회의 일환으로 커뮤니티와 가족 관람객들을 위한 주말 행사인 십장생 쉐도우 박스 만들기, 한글을 이용한 아트작품 만들기, K팝 댄스 즐기기 등 한국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 한국 알리기의 선봉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단위가 즐길 수 있는  '쉐도우 박스 만들기'는 오늘 13일(토)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열리는데,  한국 전통 색감의 색종이를 오리거나 찢어서 입체감 있게 재배치하는 쉐도우 박스 작품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짜여 있다. 또 현재 전시되고 있는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10가지 장수와 복의 상징들을 수채화로 칠해보는 기회도 갖는다. 행사는 무료이며 예약은 필요치 않다. 다음달 2월 3일과 10일에도 같은 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와 함께 연달아 체험해 볼 수 있는 '한글을 이용한 아트 작품 만들기' 행사는 오늘(13일)과 2월 3일 오후 2시부터 열린다. 이 워크숍에서는 '문자추상'의 대가 이응노 화백의 추상 문자 그림을 모방해 작품을 만든다. 모든 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이 이벤트를 통해 한글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한글에 더욱 익숙해지며, 한글로 추상 작품을 만들어 보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오는 20일(토)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는 LA한국문화원의 협찬을 받아 SDMA 미술관 앞 계단에서 'K팝 댄스 페스티벌'도 열린다. 이 행사에는 '날라리(LALARY)' 댄스그룹과 'NK댄스 스튜디오', '샌디에이고 주립대 KASA 이그나이트 댄스' 등이 출연해 흥겨운 K팝 댄스 퍼포먼스를 펼친다. 발보아파크에서 한국관을 운영하는 '한국의 집(HOK)'도 이날 부스를 마련해 한국문화를 알릴 예정이며 아트 만들기 부스, 로컬 아티스트 부스가 세워지고 참석자에게 한국 스낵도 제공된다.     '생의 찬미' 전시회의 입장료는 유료지만 1월 15일(레지던트 프리데이) 과 2월 8일(매월 2째 목요일 SDMA무료입장데이)에는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또 직접 방문이 어려운 경우 온라인으로 감상하는 버추얼 투어(1월 17일, 2월 4일, 2월 14일 오후 1~2시)도 도슨트의 설명을 받으면서 관람가능하다. 단, 미리 예약하고 접속가능한 링크를 받아야 한다.     ▶주소:1450 El Prado Balboa Park, San Diego, CA   ▶자세한 정보:www.sdmart.org/events/샌디에이고 아트 샌디에이고 미술관 한국채색화 특별전 아트 작품

2024-01-12

[워싱턴DC] 버지니아미술관 첫 한인 이사 탄생

워싱턴DC 지역 차세대 리더 중 한명인 크리스티나 신 변호사가 버지니아 미술관(Virginia Museum of Fine Arts) 선임이사(Board of Trustee)로 임명됐다. 임기는 5년이다.   한인 최초로 임명된 신 변호사는 “미술관에 부족한 한국 미술 파트를 대폭 보강하는 역할 등에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1934년 개관한 버지니아 미술관은 버지니아주 대표 박물관으로 전세계 예술품 2만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 버지니아 주도 리치몬드를 찾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버지니아 주민들의 ‘자부심’과 같은 존재다. 현재 17만 평방피트 규모의 확장 사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대규모 극장 및 연회장 건립계획도 한창이다.     특히 2층에 위치한 ‘동아시아 갤러리’에는 ‘한국관’이 마련돼 관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한국관은 지난 2009년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후원으로 조성됐다.   신 변호사는 “버지니아 미술관에 한국관이 있다는 사실은 자랑스러웠지만 규모가 작아 왠지 신경이 쓰였다”며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때에 이사로 임명된 것이 우연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에 따르면 현재 박물관 측은 큐레이터 영입 및 유지를 위해 한국국제교류재단 측에 150만 달러의 보조금을 신청한 상태다.     신 변호사는 “보조금이 통과된다면, 매칭펀드 개념으로 박물관 측이 추가로 150만 달러 예산을 투입하게 된다”면서 “마련된 총 300만 달러로 박물관의 한국 예술품 구입과 전시 등에 획기적인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버지니아 미술관 상임 이사로서  각종 예술작품 수집 및 미술관 운영 전략 수립 등에 집중하고 싶다”면서 “주어진 일을 성심 성의껏 실행해 주류 사회에 더욱 폭넓은 한인들의 기회의 장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 변호사는 공화당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북버지니아 지역에서 대표적인 공화당 인사로 활약하고 있다. 현재 버지니아 한인 공화당 회장직도 맡고 있는 신 변호사는 ‘억만장자’ 출신 글렌 영킨 주지사와 막역한 사이다.   이번 버지니아 미술관 상임 이사직 임명도 “주지사와의 친분이 고려됐을 것”이라고 솔직히 밝힌 그는 “얼마 전에도 영킨 주지사와 만났는데, 한국인들을 위한 복지혜택과 중소기업 운영자들을 위한 상공인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아이들과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에, 성실하고 올바른 주지사가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말씀드렸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버지니아대학, 럿거스 법대를 졸업한 크리스티나 신 선임 이사는 로우-와인스틴&손 로펌 대표로 세계여성경제인협회장을 비롯한 다양한 한인단체장 직을 역임했다. 박세용 기자워싱턴DC 버지니아미술관 한인 버지니아 미술관 버지니아주 대표 북버지니아 지역

2024-01-05

[문화산책] 돌아본 2023년 미주한인문화계 <2> 미술·전통문화

〈미술계〉   ‘올 하반기(7~12월) 최소 5곳의 미국 주요 미술관에서 한국전이 열릴 만큼 미국이 한국미술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전면 기사로 한국미술에 대한 관심을 소개했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한국 전위미술 회고전’, 필라델피아 미술관의 ‘1989년 이후의 한국미술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한국관 설치 25주년 기념 ‘한국미술전’, 덴버 미술관의 ‘한국 분청사기전’ 등 한국미술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뜨겁다.   미국에서 이처럼 대규모로 한국 현대 미술 전시회가 열리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특히 이들 전시회는 미술관에 근무하는 한인 큐레이터들에 의해 기획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장기적인 믿음을 준다.   서부 지역에서는 샌디에이고 미술관의 ‘한국채색화전’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구겐하임의 한국 전위미술 전시회가 내년 봄 LA의 해머 뮤지엄으로 옮겨 열릴 예정이어서 미술 한류 열풍이 남가주에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올 초에 열린 LA아트쇼에도 14개의 한국 갤러리와 50여명의 한국작가가 참가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2023년 한 해 동안도 많은 한인 작가들의 개인전과 수많은 단체전이 꾸준히 열렸다. 자료를 정리해보면 적어도 50개 이상의 크고 작은 미술전시회가 열렸으니, 매우 활발하게 움직인 셈이다. 주목을 받은 전시회로는 샤토 갤러리에서 열린 기획전 ‘우리들의 강’을 꼽고 싶다. LA강을 보전하자는 취지로 다인종 작가들이 참여하여 오랜 기간에 걸쳐 토론을 거듭하며 준비한 이 전사회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고,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LA한국문화원이 미주 한인이민 120주년 기념으로 개최한 원로화가 현혜명, 강태호, 김소문 3인전과 젊은 작가들의 특별전 ‘식구’,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지비지와 BDB 특별전도 눈길을 끌었다. 개인전으로는 김원숙, 김경애, 이경수, 조현숙, 주선희, 추니박과 지오 최 부부, 강현애, 이현진, 이진휴, 서수영, 데미안 서, 승인영, KAFA미술상 수상자 이미래 등의 전시회가 기억에 남는다.   한국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인 사회에 새 갤러리가 몇 개 개관했고, 개관 20주년을 맞은 리앤리 갤러리는 일년 내내 다양한 기획전을 열었다. 한 가지 눈길을 끄는 것은, 사진에 대한 관심이 예년에 비해 높아졌고 전시회도 활발하게 열렸다는 점이다. 남가주사진가협회 정기전, 사진러브 20주년 기념 전시회, 새로운 시각의 사진작가 6인전 등의 그룹전이 열렸고, 개인전으로는 박상원, 이정필, 유니스 김, 양재명, 임마누엘 한 등의 전시회가 기억에 남는다. 사진작가 수 박은 이탈리아 세네갈리아시 초청으로 개인전을 열어 관심을 모았다.   〈전통문화〉   한국문화예술 세계화의 선봉장은 아무래도 국악이나 무용 같은 전통문화일 것이다. 한국미의 정체성을 가장 뚜렷하게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한해 동안에도 재미국악원 창립 50주년 기념공연, 미주예총 66회 정기공연, 풀러턴시와 공동주최로 올해 처음 열린 ‘어흥 문화축제’, 김동석, 김응화 총연출 송년 국악한마당, 이민 120주년 기념 한류마당 예술제, UC어바인 풍물패 ‘한소리’ 창단 20주년 연주회 등 많은 행사를 통해 한국문화를 알렸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미주한인문화계 전통문화 필라델피아 미술관 샌디에이고 미술관 덴버 미술관

2023-12-21

'한인 최초' 버지니아 미술관 선임이사 임명된 크리스티나 신 변호사

    워싱턴 지역을 대표하는 차세대 리더 중 돋보이는 크리스티나 신 변호사가 버지니아 미술관(Virginia Museum of Fine Arts) 선임이사(Board of Trustee)로 임명됐다. 임기는 5년이다.   한인으로서 최초인 이번 임명 건에 대해 신 선임 이사는 "버지니아 글렌 영킨 주지사의 임명으로 갑작스레 진행 됐지만, 미술관에 부족한 한국 미술 파트를 대폭 보강하는 역할 등에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버지니아를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명성 높은 '버지니아 미술관'은 1934년 개관해 전세계 여술작품 2만여점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도 17만 평방피트 규모의 확장 사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대규모 극장 및 연회장 건립계획도 한창이다. 미술관은 버지니아 주도 리치몬드를 찾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버지니아 주민들의 '자부심'과 같은 존재다.  특히 2층에 위치한 '동아시아 갤러리'에는 '한국관'이 마련돼 관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한국관은 지난 2009년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후원으로 조성됐다.     "버지니아 미술관에 한국관이 있다는 사실은 자랑스러웠지만 관객으로 박물관을 찾았을 때부터 한국관의 규모가 지나치게 작아 왠지 신경이 쓰였다"고 말한 신 선임 이사는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관심이 높아지는 현실에서 이사로 임명된 것이, 왠지 우연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신 선임 이사에 따르면 현재 박물관 측은 한국국제교류재단 측에 큐레이터 영입 및 유지를 위해 150만 달러의 보조금을 신청한 상태다. 신 선임 이사는 "보조금이 통과된다면, 이에대한 매칭펀드 개념으로 박물관 측이 또다른 150만 달러 예산을 투입하게 된다. 이렇게 총 300만 달러로 박물관의 한국 예술품 구입과 전시 등에 획기적인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크리스티나 신 선임 이사는 "버지니아 미술관 상임 이사로서  각종 예술작품 수집 및 미술관 운영 전략 수립 등에 집중하고 싶다"는 바람과 "주어진 일을 성심 성의껏 실행해 주류 사회에 더욱 폭넓은 한인들의 기회의 장을 단들겠다"도 포부도 말했다.   현재 크리스티나 신 선임 이사는 공화당 세력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북버지니아 지역에서 대표적인 공화당 인사로 활약하고 있다. 현재 버지니아 한인 공화당 회장직을 맡고 있는 신 변호사는 '억만장자' 출신 글렌 영킨 주지사와 막역한 사이다.  이번 버지니아 미술관 상임이사직 임명도 "주지사와의 친분이 고려됐을 것"이라고 솔직히 밝힌 그녀는 "얼마전에도 영킨 주지사와 만났는데, 한국인들을 위한 복지혜택과 중소기업 운영자들을 위한 상공인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신 변호사는 "아이들과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에, 성실하고 올바른 주지사가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말씀드렸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버지니아대학, 럿거스 법대를 졸업한 크리스티나 신 선임 이사는 로우-와인스틴&손 로펌 대표로 세계여성경제인협회장을 비롯한 다양한 한인단체장 직을 역임했다. "직책과 명성에 대한 욕심이 아닌, 한인이라는 정체성으로  나와 같은 동포들의 성공과 안녕을 위해 선택한 길"이라고 크리스티나 신 변호사는 힘주어 말했다. 박세용 기자 spark.jdaily@gmail.com크리스티나 버지니아 버지니아 미술관 북버지니아 지역 버지니아 글렌

2023-12-21

[전시회 리뷰] 소파 앉아 세계 미술 컬렉션 감상…가상 박물관 투어

집에서 소파에 편안하게 앉아 전 세계 유명 박물관의 전시회와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가상 박물관 투어는 비디오와 이미지의 조합을 사용해 박물관의 물리적 공간을 시뮬레이션함을 말한다. 즉, 방문자는 휴대폰이나 데스크톱으로 어디에서나 세계의 유명 박물관 컬렉션을 탐색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가상 투어를 제공하는 세계의 유명 박물관 몇 곳을 방문해 본다.     영국 런던에 있는 대영 박물관(British Museum)은 1759년에 개관, 세계 최초로 대중에게 입장을 허용한 영국의 국립박물관이다.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오세아니아, 유럽 등지에서 수집된 인류의 역사적, 문화적 유물들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버추얼 투어를 구성하는 그래픽과 음악도 수준급이다. 2015년부터 구글 아트 앤 컬쳐와 콜라보로 가상 투어를 제공하고 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디자인한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은 뉴욕의 자랑거리다. 이 기이한 건물의 나선형 테마 인테리어를 둘러보기 위해 매일 수천 명이 방문한다. 포스트모던 미술, 컨셉트 아트, 설치 미술 작품을 감상한 후 홈페이지로 이동, 구겐하임의 방대한 컬렉션을 살펴볼 수 있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Rijksmuseum)은 ‘빛의 화가’ 렘브란트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1808년 설립됐고 소장품 수는 3000여점에 지나지 않지만, 네덜란드 미술을 대표하는 반 고흐의 ‘자화상’, 렘브란트의 ‘야경’, 페르메이르의 ‘편지 읽는 여인’ 등 수준은 세계적이다. 가이드와 대화하며 작품들을 감상하는 느낌을 주는 가상투어도 인상적이다.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Musee d'Orsay)은 반 고흐, 고갱, 세잔, 드가 등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상파 및 후기 인상파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건축가 빅토 라루가 기차역을 개조하여 디자인한 웅대한 미술관 건물을 감상할 수 있다. 드가의 '발레리나', 밀레의 '만종', 모네의 '카미유', 고호의 '방'을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이 바로 오르세 미술관이다.     자선 사업가 엘리 브로드가 자신의 컬렉션 2000점을 대중에 공개하면서 시작된 LA 더 브로드(The Broad)는 작품 보호를 위해 1억 4000만 달러를 들여 디자인된 미래에서 온 듯한 모양의 외관부터 매력적이다. 쿠사마 야요이의 설치미술 '무한 거울의 방'을 비롯한 앤디 워홀, 제프 쿤스, 로이 리히텐슈타인, 바스키아, 바바라 크루거와 같은 현대미술의 대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한국의 근대,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서울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1969년 경복궁에서 개관한 이래 경기도 과천관, 삼청로의 서울관, 수장 및 보존에 특화해 개관한 청주관 등이 차례로 개관 현재 4곳이 운영되고 있다. 2026년 대전관 개관 예정. 건축 및 디자인 등 방대하고 다양한 한국의 현대 미술 컬렉션을 구글의 가상 공간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우피치 미술관(Uffizi Gallery)은 르네상스 미술의 보물상자다. 디지털 아카이브에 담겨 있는 모든 작품을 스크롤 할 수 있다.     천사, 신의 계시 등을 주제로 한 보티첼리, 카날레토 등의 대형 벽화와 그림들이 있는 미술관이다. 360도 가상 투어를 통해 부온탈렌티 그로티가 설계한 보볼리 정원의 건축물들을 둘러보며 '디지털 산책'의 새로운 경험을 해보시길. 김정 영화평론가전시회 리뷰 컬렉션 박물관 가상 박물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2023-12-17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정문에 한국인 작품 설치

세계적인 미술관인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메트)이 건물 정면에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 작가 이불(59·사진)의 작품을 설치한다.   메트는 29일 언론을 대상으로 한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사업계획을 설명하면서 이 작가에게 미술관 외관에 설치할 조각 작품 4점을 의뢰했다고 공개했다.   매년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의 조각 작품으로 건물 외관을 장식하는 메트가 한국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가의 작품은 내년 9월부터 2025년 5월까지 메트 건물 정면을 장식할 예정이다.   데이비드 브레슬린 메트 현대미술 대표 큐레이터는 이 작가에 대해 "동세대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라면서 "작품을 통해 유토피아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1980년 대 후반부터 조각과 회화, 영상, 퍼포먼스 등의 매체를 사용해 인류의 유토피아를 향한 욕망과 기술발전의 명암, 분단, 여성 문제 등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선보였다.   30대 초반이었던 지난 1997년에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날생선을 화려한 스팽글로 장식한 '장엄한 광채'를 설치해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생선이 부패하는 냄새까지 관객들에게 전달하겠다는 이 작품에 대해 미술관은 악취를 이유로 철거를 결정했다. 이후 이불은 1999년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한국관 동시 출품과 특별상 수상 등 국제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소장품 중 한국 근현대미술 작품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은 메트도 이불이 도자기로 제작한 사이보그 연작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메트는 이 작가가 최근 미술관을 방문해 미술관 외관에 설치할 조각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했다고 소개했다.   브레슬린 대표 큐레이터는 "이 작가가 20세기 초 이탈리아 미래파 움베르토 보치오니의 작품과 그리스.로마 시대의 조각품 등을 참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최대의 미술관인 메트는 매년 전 세계에서 700만 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방문하는 명소다.   메트 정면에 이 작가 작품이 설치된 것을 계기로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미술관 외관 최근 미술관

2023-11-30

한국 아름다움에 매료된 미국 미술관…구겐하임 등 5곳 잇단 특별전

전국 주요 도시의 내로라하는 유명 미술관들이 한국 미술의 창의성과 아름다움에 빠졌다.     뉴욕타임스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등 최소한 5곳의 대형 미술관에서 한국 미술을 조명하는 특별전이 진행된다고 20일 보도했다. 〈표 참조〉   미술관들은 고려 전기인 12세기의 석조 미술품, 조선시대 분청사기를 비롯해 현대 한국미술의 파격적인 실험작품까지 조명한다. 이미 지난달 특별전을 시작한 경우부터 길게는 내년 10월까지 이어지는 전시회도 있다.   한국 미술 특별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곳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이곳은 지난달부터 ‘1960~70년대 한국 실험 미술 특별전’을 시작했다. 내년 1월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며 원로 작가 성능경, 김구림도 초청한다.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은 구겐하임 미술관 측과 공동 기획했다고 전했다.        이곳에서는 1970년대 한국 실험 미술을 이끈 선구자로 꼽히는 이건용(81) 작가가 자신의 대표 행위예술 작품인 ‘달팽이 걸음’ 특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행사 당일 관객 100여 명은 5층 전시실을 가득 채우고 이 작가의 행위예술을 지켜봤다.     오늘(21일)부터 내년 2월 11일까지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는 북미 최대규모의 ‘1989년 이후 한국 현대미술전’이 열린다. 이번 특별전은 1996년부터 미국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우현수 소장품 담당부관장이 기획했다.   우 부관장은 한국 미술을 바라보는 미국 미술계의 관심이 뜨겁다고 전했다. 그는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가 아카데미 상을 받고 BTS와 블랙핑크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커졌다. 코로나19로 개막이 미뤄졌지만, 굉장히 좋은 시기에 전시회가 열린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 미술관 한국 특별전은 김주리 작가의 ‘소실되는 풍경 2023’을 포함해 신미경, 정연두, 함경아 등 작가 28명이 1989년 이후 한국에서 전개된 현대미술을 소개한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신미경 작가가 선보이는 대형 비누를 깎아 만든 조각상에 주목했다.     이밖에 28일부터 내년 3월 3일까지 샌디에이고 아트뮤지엄에서는 ‘색채 속의 한국’ 특별전이 열린다. 박물관 측은 1392~1910년 조선시대 전통이 담긴 미술품, 현대 작가들이 고전미술을 재해석한 작품을 소개한다고 전했다. 국립현대미술관도 특별전 기간 '생의 찬미'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11월 7일부터 내년 10월 20일까지 뉴욕 메트로폴리탄 아트뮤지엄에서도 ‘한국 미술전’이 열린다. 뮤지엄 측은 한국관 갤러리 25주년을 맞아 소장품 등을 선보인다고 전했다.     또 12월 3일부터는 덴버 아트뮤지엄이 ‘한국 분청사기 도자기전’을 선보인다.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은 조선시대 코끼리 모양 제기, 물고기 무늬병, 손잡이 달린 잔 등을 미국에 보낸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대형 미술관의 한국 특별전은 한국의 ‘여성 파워’를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문은 특별전을 기획한 사람과 작품을 소개하는 작가 대부분 한국에서 태어난 여성 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인 여성 큐레이터라며 진취적인 모습을 높게 평가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미국 아름다움 필라델피아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 현대미술

2023-10-20

샌디에이고 미술관서 한국미술특별전

한국의 채색화를 재조명하는 한국미술특별전이 샌디에이고 미술관(SDMA/San Diego Museum of Art / 1450 El Prado, San Diego )에서 오는 10월 28일 부터 2024년 3월3일까지 열린다.   '생의 찬미'를 주제로 열리는 이 전시회에서는 약 50여 편의 한국전통작품과 현대작품이 선보이는데 특히 한국 채색화가 한국인들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 기획한 이 전시회는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SDMA에서 열리게 된다.   SDMA 의 도슨트 양성과정에 있으면서 이 전시회의 홍보를 돕고 있는 최희봉 씨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소개자료에 의하면 한국 채색화는 전통적으로 삶 속에서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벽사), 장수와 부귀영화를 가져오는 좋은 기운을 불러들이고(길상), 학문을 숭상하며 명심해야 할 중요 문구를 마음에 새기도록 하며(책가도와 문자도), 개인과 나라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길 뿐 아니라(기록화), 감상화로서 이상적인 산수풍경을 통해 우리의 의식을 고양시키는 등 그야말로 생을 찬미하며 기운을 얻고 성숙한 삶을 이어가도록 하는데 다양한 역할을 했다"며 "이같은 관점으로 전통 채색화 작품들을 즐기고 특히 한국의 김종학 작가가 소장한 대작 현대 모란도> 10폭 병풍 등을 감상하며 우리 모두 찬란한 생을 찬미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6일(목) 저녁 7시 30분, 발보아 파크 내 SDMA에서는 이 전시회의 오프닝 파티가 열리는데 이 자리에서는 한식과 칵테일을 포함한 식음료가 제공되고 '김치주스(줄리아 천)' 작가가 벽화를 그리는 모습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도 있다.     오프닝 기념 파티 티켓은 www.SDMArt.org 에서 구매가능하며 가격은 ▶미술관 회원 85 달러 ▶비회원 100 달러 ▶VIP 패키지 500 달러다.   ▶문의:(619)232-7931 개인/(619) 696-1935 단체  서정원 기자한국미술특별전 샌디에이고 샌디에이고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미술관 회원

2023-10-10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태양의 정열을 삼킨 나라

스페인은 여행 가이드마다 찬양하고 다녀온 사람들도 최고의 여행지였다고 극찬하는 매력적인 나라다.   일단 화창하고 온화한 날씨가 큰 몫을 한다. 여행자의 즐거운 하루를 보장하는 데 화사한 햇살과 눈부신 하늘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스페인을 이루는 문화도 참 다채롭다. 피카소와 가우디, 축구와 플라멩코를 비롯해 투우의 강렬함과 시에스타(낮잠)에 이르기까지, 지중해 태양빛에 물든 이 낭만의 나라는 독특한 건축양식과 개성 넘치는 문화와 특유의 정열적인 분위기, 강렬한 플라멩코 선율이 흐르는 가장 이색적인 유럽을 보여준다.   특히 바르셀로나는 '가우디로 시작해 가우디로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가 남긴 천재적인 창의력이 도시 곳곳에 번뜩인다. 그의 대표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바르셀로나 여행의 필수 코스라 할 수 있다. 1881년 공사를 시작해 140년 넘게 공사 중인 미완성 대작은 아름다움을 넘어 성스럽기까지 하다. 높이 솟은 나선형의 돔과 포물선 지붕은 마치 촛농이 흘러내리는 듯, 혹은 부드러운 흙으로 빚어낸 하나의 조형물 같은 느낌을 준다.     이외에도 레이알 광장, 카탈라나 음악당, 구엘공원,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카사 비엔스, 산 파우 병원, 기암괴석 속에 세워진 카탈루냐의 성지 몬세라트 등 도시 전체가 '가우디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르셀로나와 함께 스페인의 쌍두마차 격인 마드리드는 고색창연한 건축물과 미술관, 박물관, 유적들이 매력을 발산한다. 세계 3대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국왕의 공식 거처이자 왕실의 상징인 마드리드 왕궁, 활기찬 분위기의 마요르 광장과 솔 광장, 시민들의 휴식처인 레티로 공원 알깔라문 등이 대표 명소다.   톨레도는 한때 로마제국의 도시였고 무어인들에 의해 이슬람 왕조가 들어서기도 했던 이색적인 도시다.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여러 종교유적이 공존하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인근한 라만차 지방에서는 '돈키호테'의 배경이 된 하얀 밀가루 풍차를 볼 수 있는 콘수에그라도 위치한다.   또 그라나다는 무어인들이 스페인에 항복할 때까지 아랍문화의 중심이었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을 꼽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알함브라 궁전이다. 붉은 철이 함유된 흙으로 지어져 '붉은 성'을 뜻하는 이름이 붙어졌다. 알카사바 요새,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나스르 궁, 그라나다 왕의 여름 별궁이었던 헤네랄리페 정원, 카를로스 5세 궁전, 산타 마리아 성당, 프란치스코회 수도원을 모두 일컫는다.     카르멘과 돈주앙의 고향,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의 무대가 된 세비야는 투우와 플라멩코의 본고장으로 밤에도 떠들썩하고 활기가 넘친다. 그 중심은 세비야 대성당인데 이 성당은 이슬람 사원 위에 지어진 이성당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까지 더해져 복합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태양 정열 지중해 태양빛 바르셀로나 여행 미술관 박물관

2023-09-21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LA는 길거리 야외 미술관

LA시내와 변두리 일대에는 각종 그래피티와 벽화들이 산재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뱅크시(Banksy), 세퍼드페어리(Shepard Fairey)를 비롯해 LA지역의 작가들은 물론 전 세계에서 작가들이 몰려들어 벽에 그림을 그린다. LA아트 디스트릭트는 대표적인 길거리 미술관인데 공식적인 벽화 관광상품까지 있을 정도다. LA벽화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치, 사회, 역사 등 LA가 갖고 있는 다양성을 품고 있다.  벽화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빛의 방향과 날씨에 따라 다른 느낌을 맛볼 수 있다. 또한 벽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점점 바래지는 특성이 있다. 색이 변하는 과정을 보는 것도 벽화감상의 포인트다. 사진은 LA자바시장 인근에 조성된 창작 벽화 공간 샌티 퍼블릭 갤러리(Santee Public Gallery)의 모습이다. 샌티 퍼블릭 갤러리는 지난 2018년 제이슨 사버우리(Jason Saboury)라는 작가의 노력으로 조성된 작가들의 해방구 같은 장소다. 짧게는 수주일 길게는 몇 개월 만에 작품이 바뀐다. 작가들이 작품 위에 그림을 끊임없이 그려대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진을 그때그때 찍어둬야 한다. 요즘 준 글룸이 지속되면서 남가주 일대가 우중충하다. 벽화 감상하기 딱 좋은 날씨다. 김상진 사진부장 kim.sangjin@koreadaily.com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길거리 미술관 길거리 야외 퍼블릭 갤러리 벽화 관광상품

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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