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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All the Beauty in the World

패트릭 브링리(Patrick Bringley)가 쓴 ‘All the Beauty in the World’가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라고 번역된 것에 의아해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사랑하는 형을 잃고 무기력해지자 경이로운 세계로 숨었다가 예술이 건네는 위로를 통해 새로운 삶을 꿈꾸며 세상으로 나오는 개인의 삶과 예술의 감동적 에세이이다.  
 
작가는 대학을 마친 후 ‘뉴요커’라는 잡지사에서 4년 동안 치열하게 커리어를 쌓던 중 그에게 아주 소중한 존재였던 두 살 위의 형을 잃게 된다.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받으며 성공을 위해 승승가도를 달리던 그는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놓아두기로 결심한다. 형을 잃은 상실감은 그의 심장에 큰 구멍을 냈고 그는 더는 앞만 보고 달리는 세상이 무의미해졌다. “나의 결혼식이 열렸어야 했던 날, 형의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그해 가을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메트로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지원했다. 그렇게 한동안은 고요하게 서 있고 싶었다”라고 서술했다.  
 
그렇게 슬픔에서 도피하여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경이로운 세계로 숨어버린다. 경비원이 된 그는 매일 최소한 8시간씩 다른 전시실에서 거장들의 혼이 담긴 경이로운 회화와 조각부터 고대 이집트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위대한 걸작들과 오롯이 교감하게 되는 특권을 누린다. 동시에 그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같은 제복을 입은 동료들과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서서히 삶을 배워가게 된다. 10년이라는 시간을 7만 평이 되는 공간에서 300만 점의 작품과 연 700만 명의 관람객 사이에서 날마다 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미술에 관해 그가 아는 모든 것은 부모에게서 배웠고 성장기 때부터 예술에 관한 애정을 키워간다. 어머니는 대학 때 부전공으로 미술사를 공부한 배우였고 아버지는 은행원이었지만 피아노에 재능이 있었다. 아버지는 “재능은 재능 자체가 아니라 즐거움에서 비롯한 부지런함이다. 예술가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예술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가족 사이에서 자란 저자는 예술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가 달랐다. 미술관의 각방에 전시된 작품들 앞에 서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 속에 들어있는 모든 섬세한 묘사 하나하나가 그에게 말을 걸어올 때까지 그 작품에 몰입한다. 그렇게 거장들이 느끼는 경외감, 감동 그리고 호기심까지 빨아들인다. 어떻게 이 예술품들이 시대와 문화를 뛰어넘어 과거와 현재까지 다양한 문화 속에서 성장해 온 모든 인류에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는지 그의 경험을 그의 삶에 비추어 본다.  
 
형이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치킨너깃을 먹고 싶다 했을 때 그들은 침대를 둘러싼 채 그들이 아는 최선을 다해 사랑과 슬픔과 웃음이 가득한 소풍을 즐긴다. 그 장면이 피터르 브뤼헐의 ‘곡물 수확’을 떠올리게 한다. 가끔은 어느 쪽이 더 눈부시고 놀라운 것인지, 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 아니면 삶을 닮은 위대한 그림인지 혼동이 온다. 형이 마지막 숨을 쉬기 위해 신음하고 있을 때 온 가족은 날을 세우고 새벽을 맞았다. 어머니는 잠이 든 아들을 보고 나를 보고 새벽빛을 보고 아픈 몸을 보고 그 끔찍함을 보고 우아함을 보았다. 어머니가 “우리 좀 봐, 지금 우리가 바로 옛 거장들이 그렸던 그런 그림이잖아”하고 말했다.  
 
‘피에타’를 보고 어머니는 통곡한다. 미술사나 미술 평론가를 통해서 우리는 예술품을 공부하고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저자를 통해 예술과 삶이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배운다. 시작은 상처로 구멍이 난 심장을 갖고 미술관에 들어왔지만 이제는 희망과 사랑으로 벅찬 가슴을 안고 세상에 나갈 힘이 솟는다. 경비원 생활 10년 사이 결혼과 두 아이를 얻고 동료들과의 우애를 통해 멈췄던 삶을 새롭게 시작하며 뉴욕 도보 여행 가이드와 비정기적으로 Met 미술관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정명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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