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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 조지아 오키피 특별전

박춘호

박춘호

시카고 미술관에 가면 큰 벽화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시카고 미술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본관 2층의 인상주의 작품 전시실을 지나야 한다. 인상주의 전시실은 미시간길과 연결된 정문을 기준으로 미술관에 입장하자 마자 정면에 보이는 큰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2층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곳에는 르느와르와 모네, 고흐, 고갱 등의 유명 작가의 주옥 같은 작품들이 자리잡고 있다. 고흐의 ‘베드룸’, 쉬라의 ‘그랑 자트 공원의 일요일 오후', 모네의 ‘수련' 등과 같은 작품들도 이어진다.  
 
이 전시실이 끝나면서 1층으로 연결되는 계단 북쪽 벽면에 대형 그림이 하나 걸려 있다. 마치 인상주의 작품을 잘 감상했으니 이제는 다른 작품으로도 관람객들을 만족시키겠다는 배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그림의 제목은 ‘구름 위의 하늘 IV’. 제목 그대로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투박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구름 위의 하늘 IV’ [시카고 미술관]

‘구름 위의 하늘 IV’ [시카고 미술관]

 
요란한 기법이나 강렬한 색채 같은 것은 없다. 다만 하얀색의 구름이 마치 빙하가 녹아서 떨어진 모양처럼 하늘에 둥둥 떠 있고 저 멀리 하늘의 끝에는 주황색과 하늘색이 섞여 있는 모습이 아늑함을 주고 있다.  


 
이 그림은 조지아 오키피라는 화가의 작품이다. 작품은 1965년 그려졌는데 당시 비행기를 이용한 여행이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확산되던 때였다. 작가는 상업용 여객기를 타고 구름 위를 날아가면서 이 작품의 모티브를 얻게 된 것이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당시 비행기를 타면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시대 상황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모습을 단순하면서도 따뜻하게,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그 찰나의 인상을 편안하게도 표현해 냈던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화가 오키피는 위스콘신주 출생이다. 1887년에 태어나서 1986년까지 살았으니 100세 가까이 장수한 셈이다. 위스콘신주 남부, 일리노이주와도 멀지 않은 곳의 선 프레이리라는 지역에서 낙농업을 하는 아일랜드계 아버지와 헝가리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키피는 학창시절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고 시카고 미술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이런 인연으로 유명 화가가 된 이후에도 오키피는 시카고 미술관과 끈끈한 인연을 유지하게 됐다.  
 
시카고에서 미술 공부를 하다가 버지니아와 뉴욕, 뉴멕시코 등지로 이주하면서 그녀의 작품은 미국식 모더니즘이라는 장르를 선도하게 된다. 그녀의 주요 작품을 보면 단순하지만 화려하며 확실한 이미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구름 위의 하늘'로 대표되는 사물의 단순화와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테크닉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다. 그녀 작품의 주제는 주로 소의 두개골과 같은 동물의 뼈, 꽃, 식물의 기관, 조개껍데기, 산 등의 자연을 택하고 있다. 아마도 오키피의 작품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암소의 두개골, 적, 백, 청’, ‘검은 붓꽃' 등일 텐데 이 작품들이 이런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이런 작품들 역시 시카고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으며 많은 관람객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오키피 역시 화가 경력을 시작할 무렵에는 여느 작가와 마찬가지로 전성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작품에 몰두했다. 현재 시카고 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조지아 오키피:마이 뉴욕'이 그런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특별전은 오키피가 뉴욕에 5년간 거주했던 1920년대를 다루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1925년부터 1930년까지가 해당된다. 이 기간 동안 오키피는 25개의 유화와 차콜, 파스텔, 드로잉 작품을 남겼다. 당시 오키피가 살았던 곳은 뉴욕의 셀튼 호텔이라는 곳이었는데 30층 높이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건물 중 하나였다. 그래서 그런지 특별전에 나온 오키피의 작품들은 전성기 때의 자연을 모티브로 했던 것 보다는 건물과 주변 환경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호텔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본 이스트 리버는 공장 굴 뚝에서 매연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강에는 배가 지나다니고 있는데 건물 모양은 일률적으로 각진 형태다. ‘셀튼의 선스팟'이라는 작품은 그녀가 거주하던 건물에 비친 태양의 반사광선이 눈부시게 표현되어 있다. 그녀에게 뉴욕에서의 5년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주변의 특이함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리라.  
 
오키피는 미국의 대표하는 여류 화가로 명성이 자자하다. 여성 화가로 자신의 이름이 붙은 최초의 미술관을 가진 작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뉴욕에서의 생활 이후로는 서부의 뉴멕시코 지역으로 주요 거처를 옮겼고 삶을 마감할 때까지 이곳에서 살았는데 이때부터 사막과 동물, 꽃 등으로 작품의 대상이 변화했다.  
 
이번 시카고 미술관의 오키피 특별전은 이런 작품 활동이 나오기 전에 오키피가 뉴욕에서 살면서 관찰하고 표현한 그녀의 초기 작품관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오키피 특별전은 9월 22일까지 열린다. 특별전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기본 입장료 외에도 10달러의 추가 입장료를 내야 한다. 전시회를 소개하는 글들을 보면 오키피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훌륭한 기획이었다는 언급이 눈에 띈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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