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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커말라 해리스 후보

11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랑에 휩싸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고 커말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 토론에서 횡설수설하며 참패한 이후 당내외에서 사퇴 압박을 받아온 끝에 결국 재선 도전을 접고 말았다.  현직 대통령이 대선 도전을 포기하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대선을 4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사실 아직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해리스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8월 시카고에서 치러지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가 공식 확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전당대회에 참석해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대의원들에 대한 조사 결과 과반수 이상이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기 때문에 사실상 해리스가 대선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를 비롯해 잠재적인 대선 후보로 거론됐던 민주당의 주요 인사들도 대부분 해리스를 지지하고 있다.     해리스는 검사 출신이다. 남편과 여동생 역시 변호사 출신이다. 자신이 태어난 캘리포니아주에서 검사로 활동했고 이후 주 검찰총장과 주 상원으로 활동한 것이 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까지 이력이다. 검사로 재직하면서 금융 사기와 주택 담보 사기 사건 등에서 성과를 보여줬다. 부통령으로 재직하면서는 코로나 19 팬데믹 대응과 이민 정책, 기후 변화 등에 관심을 보여왔다. 하지만 해리스는 아직 정치적인 연륜이 짧고 부통령으로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일단 지난 3년간 부통령으로 이뤄낸 성과가 뚜렷하지 못하다. 언론과 자주 만나 인터뷰를 많이 하면서 존재감을 어필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인터뷰에서는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부통령 취임 후 언론과의 만남이 많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오고 있다.     만약 예상대로 해리스가 대선 후보로 확정된다면 누가 부통령 후보로 나설지도 관심거리다. 공화당에서는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인 JD 밴스가 부통령 후보로 확정됐기에 차별화를 위해서 나설 수 있는 부통령 후보들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피트 부티지지 연방 교통부 장관과 엘리자베스 워렌 연방 상원 의원 등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해리스를 중심으로 11월 대선에 대처하는 모양새다. 단 며칠만에 해리스를 지지하는 선거 자금이 집중되고 있고 민주당내 도전자가 나서지 않으면서 해리스에게 힘을 모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3년간 해리스의 활동을 보면서 국정 책임자로 적임자라는 믿음을 줬는지 여부는 확실치가 않다. 부통령이라는 직책을 맡았으면서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다만 해리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한다면 낙태권이나 중산층 강화, 총기 규제 등과 같은 민주당의 주요 정책이 보다 선명하게 부각되는 효과는 기대된다. 사실 시카고 입장에서는 총기 규제와 같은 이슈가 다른 어느 지역에 비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낙태권 역시 연방 대법원에서 낙태권을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린 이후 중서부 다른 지역에서 이를 불법화하는 조치가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선거와 비교해 봐도 중요한 이슈로 부각된 상황이다.     11월 대선까지 많은 변수가 발생하고 결과 역시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를 둔 한인 부모들이라면 자메이카 출신의 아버지와 인도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해리스를 지켜보는 입장은 조금 더 남다른 것은 사실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해리스 후보 부통령 후보들 해리스 부통령 대통령 후보

2024-07-24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크라운 분수대의 20년

시카고 다운타운 밀레니엄파크가 올해로 개장 20주년을 맞았다. 당초 새천년인 2000년에 맞춰 개장될 예정이었고 이런 이유로 시민들을 위한 공원의 이름 역시 밀레니엄파크로 지었으나 공사 지연으로 인해 4년이나 개장이 늦춰졌다.     공원에 들어간 비용 역시 계획 당시의 비용에 비해 무려 세 배 이상 뛴 4억9000만달러로 올라갔다. 물론 이 비용이 전부 시청 재원으로 충당된 것은 아니다. 명명권 등을 포함한 민간 기부금이 2억2000만달러 정도 채워졌다.     밀레니엄파크는 이후 시카고를 상징하는 공간이 됐다. 연간 방문자 숫자로만 봐도 2000만명이 넘는다.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과 ‘콩’이라는 애칭이 더 유명한 클라우드 게이트, 루리 가든, 크라운 분수대, BP 브릿지 등의 예술작품은 공원의 아름다움을 더해줬다. 이후 콜럼버스 드라이브 동쪽 건너편에 완공된 메기 데일리 파크와 함께 밀레니엄파크는 시카고 주민들로부터는 사랑 받는 휴식 공간으로, 방문객들에게는 시카고의 아름다움을 한 공간에서 다 만끽할 수 있는 관광명소로 자리를 굳건히 잡았다. 전국에서도 가장 관광객이 많이 찾는 10대 명소로 꼽힐 정도였다.     시카고 다운타운에 끼친 영향만 보더라도 이전까지는 미시간길 북쪽에만 집중됐던 보행자의 이동 경로가 미시간과 랜돌프길 이남으로까지 확대된 영향이 있었다. 공원 주위로 고급 콘도가 들어선 것도, 다운타운 거주자의 숫자를 획기적으로 늘린 것도 밀레니엄파크 개장이 계기가 됐다. 부동산 가치 역시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했으며 다운타운 공간 활용의 모범이 되며 타 지역 인사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밀레니엄파크는 일리노이 센트럴 철길이 지나가는 자리였다. 다운타운 한 복판에 철길이 지나가면서 보기에도 좋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간 활용도가 지나치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다운타운 철길은 1900년대 초 채택된 이후 시카고 개발의 근간이 됐던 시카고 마스터 플랜의 중요한 요소였다. 개발 계획이라는 명분으로 쉽사리 철거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 그러다 시카고 공원국의 변호사가 철길 운영을 계속하면서 거대한 지붕으로 상부를 덮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법정 소송을 통해 확보하면서 새로운 길이 열렸다. 이로 인해 지금도 밀레니엄파크 하부에는 철길과 역이 위치해 있고 지하 주차장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쉽게 말해 밀레니엄파크는 공원이라는 이름을 하고 있지만 일종의 세계에서 가장 큰 그린 지붕인 셈이다.     밀레니엄파크 중에서도 크라운 분수대는 독특한 디자인과 컨셉으로 유명세를 끌고 있다. 먼저 분수대의 이름은 시카고의 유명 경영인이자 자선사업가인 크라운 가문에서 유래했다. 필드 박물관이 그런 것처럼, 쉐드 수족관과 애들러 천문대도 같은 이유로 공공시설의 이름이 정해진 것처럼 크라운 분수대 역시 기부자의 이름에서 연유했다. 크라운 가문은 1959년 제너럴 다이나믹스와 합병하면서 큰 돈을 번 헨리 크라운과 그의 아들 레스터 브라운으로 이어졌다.     분수대는 50피트로 5층 높이다. 분수대 표면은 거대한 LED로 된 TV 스크린 역할을 한다. 마주보고 있는 두 개의 분수대에는 총 2만2000개의 10파운드 무게의 유리 벽돌이 사용됐다. 또 펌프 시스템과 물을 걸러주는 정수 시스템, 주변 환경이 반사되는 얕은 깊이의 풀로 구성돼 있다. 분수대 제작 비용은 약 1700만달러가 들어갔다. 각 분수대에는 500명, 총 1000명의 시카고 주민들이 얼굴이 나타난다. 이 1000명의 시카고언들의 리스트는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흔한 페이스북 그룹에도 나와 있지 않다. 사실 이런 익명성은 1000명의 시카고 주민들을 모집할 당시부터 계획된 것이었다. 다만 모든 출연자들의 리스트는 시카고 미술대 캐비넷에 보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분수대의 설계자인 스페인 출신의 자우메 플렌사는 자신의 고향인 바르셀로나에 남아 있는 옛 로마 시대 분수대에 새겨진 이름없는 시민들의 얼굴에서 크라운 분수대의 컨셉을 착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자들은 평상시 모습, 웃는 얼굴, 눈을 감고 있는 모습, 입술을 오므리고 촛불을 끄는 모습 등을 찍었다. 동영상을 찍을 때 사용한 의자는 이발관에서 쓰던 중고 의자였고 출연자에 따라 다른 앉은 키를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을 승낙한 주민들은 시내 200개 커뮤니티 그룹을 통해 모집을 했다. 이들은 15분간 동영상을 촬영했고 대신 무료 교통수단을 제공받았고 스낵과 티셔츠를 공짜로 받았지만 별도의 출연료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800명을 모집했고 나머지 300명 정도는 크라운 가문과 당시 시장인 리차드 데일리 시장측에서 초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도 각 출연자들의 얼굴은 5분씩 상영된다. 상영 순서는 랜덤으로 나오지만 겨울철에는 물이 입술 부분에서 분출되지 않기 때문에 이 모습을 건너뛴다. 크라운 분수대가 완공된 이후 널리 사랑을 받게 되자 일부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얼굴도 보여줘야 한다며 공원국측에 연락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원국은 예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정신에 따라 이들의 요청을 거절해 오고 있다.     크라운 분수대의 설계자 플렌사는 완공 20주년을 맞아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내 유일한 꿈은 사람들이 어떠한 편견 없이 자유로운 공간에서 내 작품을 즐기는 것이다. 작품은 건축학적인 측면이 아니라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 그리고 1000이라는 숫자를 정한 이유는 정말 괜찮은 숫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분수대 크라운 시카고 다운타운 밀레니엄파크 개장 시카고 주민들

2024-07-17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The Bear와 시카고

최근 인상 깊게 본 영화나 드라마가 있다면 단연 ‘The Bear’다. TV 드라마라면 재미있게 본 작품이 손에 꼽을 정도지만 이 작품은 뛰어난 연출력과 연기, 곳곳에 깔린 복선 등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던 작품이다. 작품 설명을 하면서 어느 정도의 스포일러는 불가피하다는 점이 있다는 점을 미리 언급하고 싶다.     일반 공중파 채널이 아니라 훌루와 디즈니에서 볼 수 있는 TV 드라마로 제작된 이 작품은 일단 시카고가 배경이다. 우리 눈에도 익숙한 지역이 작품 곳곳에 묻어나 일단 친근감은 확보한 셈이다. 유명 영화 중에서는 배트맨 다크 나이트와 트랜스포머 등이 시카고를 배경으로 촬영됐고 널리 알려지기도 했지만 TV 시리즈 중에서는 시카고 파이어를 넘어설 대표작이 될 만한 수작이다.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식당에서 일어나는 일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시카고 출신의 카르멘이라는 요리사는 뉴욕에서 미슐랭 가이드 별 세 개짜리 고급 식당에서 일하면서 어느 정도 업계에서 인정도 받고 있다. 그러다 시카고 다운타운 인근 지역에서 친형이 운영하던 샌드위치 가게를 인수하면서 발생하는 스토리가 중심에 있다.     언젠가 형과 식당을 함께 운영하고자 했던 카르멘이지만 친형이 급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식당을 떠안게 됐다. 형은 약물 중독으로 힘들어 했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가족들과의 인연도 깊은 이 식당은 카르멘 수중에 들어오게 됐다. 하지만 이 식당은 골칫덩이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지만 운영이나 경영적인 측면에서는 문제가 많았다. 열심히 일은 했지만 뚜렷한 수익을 내지는 못했고 매달 상당액의 금액이 빠져나간 흔적도 보였다. 도대체 형은 무슨 생각으로 이 식당을 운영했는지 카르멘은 의심투성이다.   개인적으로는 식당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매우 생생하게 묘사된 점이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더욱 키웠다. 사실 식당은 겉으로는 화려하고 정갈해 보일지는 몰라도 주방 안으로 들어가면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경우가 많다. 바닥에는 식자재가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고 요리사들은 고함과 욕설, 감정 싸움으로 아수라장이 되기 일쑤다. 이 드라마에도 이런 장면이 여과 없이 나오곤 한다. 갑자기 식당 주인의 동생이라는 사람이 등장하면서 기존 직원들과의 갈등도 피할 수 없는 구도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들은 이런 민낯도 있지만 어쩌면 정신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는 카르멘이 이를 극복하면서 식당을 운영하고 직원들 역시 식당 운영에 있어서는 나름대로 노력을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 카르멘은 가능성이 보이는 직원은 유럽으로 연수를 보내고 정식 요리 교육을 받지 못한 직원들에게는 교육 기회도 준다. 부주방장에게는 메뉴 개발과 식당 운영의 권한을 내주기도 한다. 그러는 와중에 식당에서 발생할 앞으로의 상황을 암시하는 복선들이 깔려 있고 이를 맞춰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드라마 주요 장면에 등장하는 시카고 지역 주요 식당들도 실제 모습이 나올 때도 있고 가상의 식당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 식당이 실제 어떤 곳인지를 찾아보는 것도 흥미를 더한다.     드라마 에피소드 중에서는 타주로 이사 가는 손님이 시카고 음식 딥디쉬 피자를 먹어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하자 식당 직원이 직접 피자를 구해오는 장면이 등장한다. 피자리아 우노일까, 마지아노일까, 아니면 내가 최애하는 루 말라티스 피자일까 기대를 했는데 약간의 의외로 대중적으로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편인 파퀴오드 피자가 등장했다. 이 피자 역시 시카고의 대표적인 딥 디쉬 피자지만 다른 피자에 비해 대중적으로는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피자 도우가 카라멜라이즈 된 채로 나오는 이 피자에 열광하는 피자 러버들이 꽤 많다는 것도 이 드라마를 통해 새삼 실감하게 됐다. 아마도 이 드라마를 쓰고 연출하고 연기하는 사람들이 시카고의 식당 문화에 대해서는 어디 가도 뒤지지 않을 인물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했던 장면이었다. 드라마의 사실성이 담보될 때 시청자는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드라마에는 시카고의 실상이 그대로 가감 없이 전달되는 장면이 많다. 거리에서 마약을 거리낌 없이 판다거나 식당 내부로 쏟아지는 총알, 깐깐한 시청의 위생 점검 등이 대표적이다. 새벽 지하철 소리에 잠을 깨는 시드니와 배경 장면으로 자주 등장하는 지하철 역과 시카고의 뒷골목과 스카이라인은 언제 봐도 정겹다. 요리 말고는 모든 면에서 부족하기 만한 카르멘이 학창 시절 클래스 메이트와 러브 라인이 맺어지는 것 역시 큰 무리가 없이 그려진다.     이 드라마 ‘The Bear’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시청이 가능하다. 전체 내용을 다 볼 것이 아니라면 유튜브에서 이 작품을 해석하고 간단하게 소개하는 동영상도 올라와 있다. 하지만 시즌 1부터 천천히 몰아보는 것만큼의 재미에 비해서는 미치지 못한다. 시즌 3이 지난달 말에 나왔으니 다음 시즌도 기대된다. 보통의 경우 1년에 하나의 시즌이 공개되니 내년 여름에는 새 시즌이 나올 수 있다. 작품 제목이 왜 베어인지를 확인하면서 시카고를 배경으로 잘 만들어진 드라마 한편을 만나는 즐거움을 느껴보길 권한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 bear 시카고 다운타운 시카고 파이어 시카고 출신

2024-07-10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외래어종 차단 작전

시카고 일원의 외래어종이라 하면 아시안 잉어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아시안 잉어라는 원산지 중심의 표기보다는 실버 잉어, 빅헤드 잉어라는 어종 중심의 표시가 대세다. 주로 동영상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됐는데 배가 물 위를 지나가면 수면 위로 뛰어 오르는 물고기들이 마치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인지 아닌지가 분간이 안될 정도다. 물 위를 날아다닌다고 해도 될 정도로 물고기들이 물 밖으로 뛰어 나르는 장면이 매우 비현실적이다.     사실 이런 모습은 물 속에 전기를 흘려 물고기들을 자극해서 찍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큼지막한 물고기로 물 반, 물고기 반을 이루는 모습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긴 하다.     문제는 이 외래어종이 가지고 올 환경 영향이다. 말 그대로 외래어종이기 때문에 생태계에서는 이 물고기들의 확산을 자연적으로 억제할 수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원산지인 중국과 한국 등에서는 기껏해야 다 자라면 10kg 정도지만 미국으로 서식지를 옮긴 후에는 환경 영향 탓인지 20kg 이상을 쉽게 넘기는 몸무게를 자랑하고 있다. 엄청난 양의 알을 낳기 때문에 번식 역시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이들이 크면 프랑크톤 뿐만 아니라 작은 물고기까지 모두 잡아 먹기 때문에 수중 생태계게 파괴된다고 알려져 있다. 원래 살았던 아시아 지역에서는 지역의 다른 개체와 경쟁하면서 어느 정도 개체수가 조절이 되지만 외래어종이 된 시카고 지역에서는 다른 경쟁자들이 없기 때문에 말 그대로 최종 포식자로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가장 큰 문제는 상업용 낚시와 보트 비즈니스가 타격을 받게 된다. 이 물고기들이 현재와 같이 미시시피강, 일리노이강을 따라 강 상류로 진출하고 궁극적으로 미시간호수를 통해 오대호에 유입되는 순간 수중 생태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렇게 되면 미시간호수에는 외래어종인 잉어 밖에 없는 생태계가 되고 상업용 낚시와 보트 비즈니스는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 두 산업이 오대호 연안에서 연간 200억달러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나타낸다고 추정하고 있다. 물고기 단 한 종류 때문에 이렇게 큰 규모의 산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하니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래서 외래어종의 오대호 진입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수년 전부터 관련 움직임이 생겼다. 일리노이 정부와 육군 공병대가 나서 대책을 세웠다. 대표적으로 일리노이강과 미시간 호수가 만나는 인근 지역을 선정해 여러겹의 안전 펜스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미 대상 지역도 선정했고 기본 설계도 끝났으며 본격적인 공사를 앞두고 있다.     졸리엣 인근의 브랜든길 댐이 바로 그곳이다. 강가에 섬처럼 생긴 이 곳에 외래어종이 더 이상 상류로 진출하지 못하도록 에어 버블을 쏘고 물고기들이 싫어하는 음파 공격도 하며 대용량의 물을 내려가게 하면서 호수로의 진출을 막는다는 것이다. 전기 펜스 설치 역시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역시 돈이다. 이 눈에 보이지 않는 펜스를 설치하고 운영 관리하는데 11억달러 이상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가장 시급한 곳은 역시 오대호를 접하고 있는 일리노이와 미시간주다. 주정부들은 자체 재원도 마련하고 대부분은 연방 정부의 지원금을 사용해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된 최종 합의가 최근에야 나왔고 이제 곧 공사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딕 더빈, 태미 덕워스 일리노이 연방 상원 의원이 재원 마련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외래어종의 침입은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실버 잉어와 빅헤드 잉어 역시 1980년대 이후 미시시피강 연안에 퍼지기 시작했는데 양어장이나 낚시장에서 살던 물고기들이 홍수로 인해 지역 강가로 유출됐다고 보여진다. 일부에서는 관상용으로 키우던 물고기들이 어떤 이유로 해서 지역 강까지 퍼져 나갔다고 보기도 한다.     생태계에는 자정 능력이 있어 특정 생물체가 먹이 사슬을 깰 경우 다시 복원되는 경우가 많다. 한때 한국에서도 큰 사회 문제가 됐던 황소 개구리와 블루길 같은 물고기의 경우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는 기존 생태계가 적응한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황소같이 생긴 모습의 개구리가 한국에 나타나 기존 생태계를 모두 긴장시킬 정도로 확신됐지만 시간이 지나자 황소 개구리를 잡아 먹는 천적들이 출현했다는 것이다. 블루길과 배스 역시 가물치라는 천적으로 인해 이전과 같은 번식력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버 잉어와 빅헤드 잉어의 경우에도 자연 생태계가 억제할 수 있겠지만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대응책을 세울 정도가 됐다.    이전까지는 이 물고기들을 잡아 식용으로 판매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다. 아시안 잉어라는 표현으로 인해 식용으로 먹는 것을 꺼려한다는 지적으로 인해 코피라는 새로운 이름도 붙여서 타코에 들어가는 재료로 판매를 시도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물고기 한 종류가 더 많아지는 정도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시카고와 일리노이에는 신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는 미시간 호수의 수중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외래어종 차단 미시시피강 일리노이강 수중 생태계게 시카고 지역

2024-07-03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 시의회의 북한 인권 결의안

결의안이라는 것이 있다. 시의회나 주의회, 연방 의회 등에서 소속 의원들이 공통된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채택해 발표하는 것이다. 시 조례나 주 법안과 마찬가지로 발의하는 의원이 있고 이를 설명하고 동료 의원들의 찬성을 구하면서 필요하면 토론도 거쳐서 통과시키는 공식적인 절차를 밟게 된다. 그리고 결의안은 의회의 공식 자료로 기록되고 남게 된다.     지난 5월 22일 시카고 시의회에서는 북한 인권 관련 결의안이 통과됐다. 발의자는 월터 버넷 주니어 의원으로 시카고 부시장으로도 활약하고 있는 인사다. 시카고 다운타운 남서부 지역인 27지구가 그의 지역구다.     그가 발의한 북한 인권 결의안은 한마디로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침해를 지적하고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인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또 중국 정부의 탈북자 북송 정책을 비난하며 그들을 한국으로 보내야 하며 미주 이산가족들이 북한과 상호 방문해야 할 것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핵무기와 미사일 발사 프로그램을 즉각 중단해 세계 평화에 기여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북한 인권 내용을 알리고 있는 시카고의 한미우호네트워크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시카고지역협의회의 활동을 언급하고 그 노력을 치하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두 단체의 대표인 진안순 회장과 김길영 회장의 이름도 결의안에 올라와 있다. 시카고 시의회 전체 회의에서 통과된 이 결의안은 최근 열린 시카고 평통 행사를 통해 전달됐고 한인사회에 알려지게 됐다.   한미우호네트워크는 오랫동안 시카고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겨울철 방한복을 전달하면서 지역 정치인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해 왔다. 평통은 21기에 들어서면서 북한의 참혹한 인권 실상을 널리 알리고 핵개발 중단을 각계에 요구하는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북한 인권 결의안이 시카고와 같은 미국 대도시에서 통과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1기 평통 들어서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시카고 시의회가 관련 결의안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일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한미우호네트워크와 평통이 그간의 활동을 통해 지역 정치인들과의 관계를 이어놨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아울러 시카고 한인사회에서 요구하는 사항에 대해 지역 정치인들이 그만큼 관심을 보였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이번 결의안도 마찬가지다. 결의안을 발의한 버넷 시의원은 부시장이면서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이 주요 정책을 추진하고 시의회에서 진행할 때 50명의 시의원들을 설득하고 협의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그런 시의원이 한인사회의 주요 이슈에 동참하고 결의안을 통과시키는데 주도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의 부인도 한국 문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친한파로 알려졌다.     이전에도 한인사회의 요구로 결의안이 통과된 적이 있다. 일리노이 주의회였는데 평창 동계 올림픽의 평화로운 개최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이었다. 당시에는 중국계인 테레사 마 주하원 의원이 일리노이 주의회에서 결의안 통과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마 의원은 팻 퀸 주지사 재임시부터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한인사회와도 연결되는 점이 많았던 의원이었다. 그 결의안이 주의회에서 통과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시카고 총영사가 스프링필드의 주의회에 출석해 공식 발언하기도 했다. 한 나라의 정부를 대표하는 총영사가 주의회 단상에 나가 의원들을 대상으로 공식 발언을 하는 것 역시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 받기도 했다.     이런 결의안들이 발의되고 통과될 수 있었던 것은 그와 견줄만한 정치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우선 정치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구성되어야 하고 요구 사항이 정치인들의 입장과 배치되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나름의 절차와 과정이 있어야 하는 일이다. 이를 조직하고 이끌어 내는 것은 결국 무형의 정치력에서 판가름 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절차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결의안이 완성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시카고 시의회에서 가자지구에서 발생하고 있는 무력 충돌을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를 각각 지지하는 시의원들간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표출되면서 흐지부지된 경우도 있었다.     결국 결의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그 내용도 포괄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쪽 입장에 서서 이를 주도할 정치인들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이 담보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이번 시카고 시의회의 북한 인권 결의안 통과는 한인사회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해하며 조직화할 수 있는 능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미주 한인 이민사회가 길어지면서 한인 정치력 신장의 필요성이 자주 대두되곤 한다. 한인 이민사회의 주요한 이슈를 조직화하고 이를 정계에 전달해 구체적인 성과로 이끌기 위해서는 선출직, 비선출직 공직자들의 힘에 의존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일리노이 주의회에는 한인 샤론 정 주하원이 선출된 것이 매우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한인사회의 요구 사항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의원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미우호네트워크와 같이 지역사회에 오랜 시간 기여하고 있는 단체가 더 많아지고 평통과 같이 지역적으로 탄탄한 조직 구조를 갖춘 단체가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한인 정치력이 더욱 공고해지는 일이 요원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북한 시카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시카고지역협의회 시카고 시의회 시카고 한인사회

2024-06-26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성수기 호텔비와 항공료

올해 여름에는 시카고서 대형 이벤트가 차례로 열린다. 매년 열리는 음악 축제 롤라팔루자를 비롯 작년부터 시작된 나스카 다운타운 레이스, 그리고 민주당 전국 전당대회가 대표적이다.     이런 큰 행사가 열릴 때마다 다운타운 중심의 호텔은 방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설령 빈 방을 구한다 하더라도 가격은 몇 배 이상 뛰는 것이 예사다.     시카고 선타임스가 다운타운 반경 1마일을 기준으로 위의 3가지 행사일을 기준으로 호텔비를 조사했다. 호텔 예약시 널리 이용되는 웹사이트 hotels.com에 올라온 가격을 기준으로 했다.     먼저 7월6일~7일 열리는 나스카 때는 평균 278달러였다. 가장 저렴한 호텔의 경우 200달러 미만으로도 가능했지만 비싼 호텔의 경우 800달러가 넘었다. 8월1일~4일 그랜트파크에서 열리는 롤라팔루자 기간 호텔비의 경우 485달러였다. 보통 300달러 중반부터 800달러대까지로 가격이 형성됐다. 그리고 8월19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되는 민주당 전국 전당대회 기간의 경우 호텔비는 1000달러를 훌쩍 넘었다. 평균 호텔비는 534달러로 나타났다. 이 기간 가장 싼 다운타운 호텔비는 224달러, 가장 비싼 호텔은 시카고 강가에 위치한 랑햄호텔로 1박에 무려 1077달러가 넘었다.     시카고 다운타운 호텔의 경우 맥코믹 플레이스에서 진행되는 큰 박람회가 있거나 테일러 스위프트와 같은 유명 가수의 콘서트가 열리면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곤 한다. 민주당 전국 전당대회 역시 11월 대선에 나설 조 바이든, 카멀라 해리스 후보의 공식 지명이 이뤄지고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초대형 이벤트인만큼 참가자들도 몰리고 이에 따라 호텔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도 뛰는 것이 통례다.     한인들 입장에서는 이런 대형 이벤트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직접적인 영향에서는 벗어나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름 방학 기간 중 고국 방문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5월말부터 8월말까지 여름 방학 기간은 대표적인 항공 성수기다. 이 기간에는 집으로 가고자 하는 유학생들이 집중될 뿐만 아니라 한국에 친지를 둔 동포들의 한국 방문도 몰릴 수밖에 없다. 꼭 여름방학에 가지 않아도 될 경우라면 항공기 가격이 떨어지는 3월, 4월이나 10월, 11월에 가도 되겠지만 학생들을 둔 가정이라면 기간이 짧고 추운 겨울방학 때보다는 아무래도 여름방학에 고국 방문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다. 여름방학에 한국을 한번 방문하고자 하려면 시카고-인천 직항 기준 2천달러는 족히 넘게 필요하다. 그나마 이 가격은 3~4달 전 미리 항공권을 구입했을 때 얘기고 2주 후인 6월26일 출발해서 2주간 머물다 돌아올 경우 4100달러가 넘는 것으로 나온다. 이 요금은 대한항공 웹사이트를 통해서 예약시에 이코노미석 기준으로 필요한 비용이다.     여행사나 다른 웹사이트를 통해 구입할 경우에는 요금이 다를 수도 있지만 한국 왕복 이코노미석 요금이 4000달러가 넘는다는 것은 다소 충격적이다. 팬데믹이 있기 전인 2019년만 해도 1000달러 미만으로도 한국 왕복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아시아나 항공도 시카고-인천 직항편을 운행하고 있을 때라서 가끔 세일 기간 중에는 800~900달러 선에서도 구입했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아무리 팬데믹 기간 후 항공 요금이 올랐고 인플레이션 여파로 모든 물가가 뛰었다고는 하지만 4000달러 항공요금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경유편도 아주 저렴하지는 않다.     대한항공 웹사이트에서 같은 기간 미네아폴리스를 경유하는 델타항공편을 검색했다.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 루트가 가장 저렴한 요금이라고 안내했는데 이 경우 역시 2415달러가 나왔다. 물론 더 저렴한 항공권은 존재하긴 한다. 대한항공이나 델타를 타고 직항편을 타거나 미국내 도시에서 경유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경유할 경우 1000달러대 항공권이 나온다.     하지만 전체 여행 시간이 20시간, 어떤 일정은 30시간이 훌쩍 넘어서는 경우도 많아 자녀와 함께 여행을 하거나 노인들이 타기에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항공권도 다운타운 호텔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따라간다. 성수기에는 비싸고 비수기에는 가격이 내려가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00달러대 한국 직항편 항공요금은 너무하다 싶다.     여행업계에서는 이런 가격이 나올 수 있는 이유로 시카고 노선이 대한항공 독점 노선이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이 시카고 노선을 운영했더라면 4000달러 이상의 이코노미석 가격은 보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 저가 항공사가 직항 노선을 운영하는 뉴욕이나 L.A.,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항공 요금이 시카고만큼 비싸지는 않다. 같은 기간, 같은 방법으로 뉴욕과 한국행 대한항공 직항편을 검색했더니 3064달러가 나왔다. 약 1000달러 차이가 나는 셈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국행 항공요금을 절약할 수 있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미리 예약하는 방법이다. 5~6개월 이전에 예약하면 2~3주 전에 예약하는 것보다 항공요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6월 시카고 출발 한국행 직항편 가격이 왕복 4000달러가 넘는 것은 이코노미 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이코노미 스탠다드가 모두 팔렸기 때문이다. 그 위의 가격인 이코노미 플렉스 요금만 남았기 때문에 가격차가 큰 것이다. 이코노미 플렉스의 경우 마일리지를 써서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 가능한 표라는 장점은 분명 있지만 가격은 큰 차이가 난다.     이러나 저러나 여름 방학 성수기에 한국 한번 다녀오고자 한다면 서둘러 예약하지 않는다면 4000달러 이상을 내거나 오랜 시간 힘들게 다른 도시를 경유해서 다녀올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성수기 호텔비 다운타운 호텔비 평균 호텔비 시카고 다운타운

2024-06-12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 조지아 오키피 특별전

시카고 미술관에 가면 큰 벽화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시카고 미술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본관 2층의 인상주의 작품 전시실을 지나야 한다. 인상주의 전시실은 미시간길과 연결된 정문을 기준으로 미술관에 입장하자 마자 정면에 보이는 큰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2층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곳에는 르느와르와 모네, 고흐, 고갱 등의 유명 작가의 주옥 같은 작품들이 자리잡고 있다. 고흐의 ‘베드룸’, 쉬라의 ‘그랑 자트 공원의 일요일 오후', 모네의 ‘수련' 등과 같은 작품들도 이어진다.     이 전시실이 끝나면서 1층으로 연결되는 계단 북쪽 벽면에 대형 그림이 하나 걸려 있다. 마치 인상주의 작품을 잘 감상했으니 이제는 다른 작품으로도 관람객들을 만족시키겠다는 배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그림의 제목은 ‘구름 위의 하늘 IV’. 제목 그대로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투박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요란한 기법이나 강렬한 색채 같은 것은 없다. 다만 하얀색의 구름이 마치 빙하가 녹아서 떨어진 모양처럼 하늘에 둥둥 떠 있고 저 멀리 하늘의 끝에는 주황색과 하늘색이 섞여 있는 모습이 아늑함을 주고 있다.     이 그림은 조지아 오키피라는 화가의 작품이다. 작품은 1965년 그려졌는데 당시 비행기를 이용한 여행이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확산되던 때였다. 작가는 상업용 여객기를 타고 구름 위를 날아가면서 이 작품의 모티브를 얻게 된 것이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당시 비행기를 타면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시대 상황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모습을 단순하면서도 따뜻하게,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그 찰나의 인상을 편안하게도 표현해 냈던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화가 오키피는 위스콘신주 출생이다. 1887년에 태어나서 1986년까지 살았으니 100세 가까이 장수한 셈이다. 위스콘신주 남부, 일리노이주와도 멀지 않은 곳의 선 프레이리라는 지역에서 낙농업을 하는 아일랜드계 아버지와 헝가리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키피는 학창시절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고 시카고 미술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이런 인연으로 유명 화가가 된 이후에도 오키피는 시카고 미술관과 끈끈한 인연을 유지하게 됐다.     시카고에서 미술 공부를 하다가 버지니아와 뉴욕, 뉴멕시코 등지로 이주하면서 그녀의 작품은 미국식 모더니즘이라는 장르를 선도하게 된다. 그녀의 주요 작품을 보면 단순하지만 화려하며 확실한 이미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구름 위의 하늘'로 대표되는 사물의 단순화와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테크닉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다. 그녀 작품의 주제는 주로 소의 두개골과 같은 동물의 뼈, 꽃, 식물의 기관, 조개껍데기, 산 등의 자연을 택하고 있다. 아마도 오키피의 작품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암소의 두개골, 적, 백, 청’, ‘검은 붓꽃' 등일 텐데 이 작품들이 이런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이런 작품들 역시 시카고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으며 많은 관람객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오키피 역시 화가 경력을 시작할 무렵에는 여느 작가와 마찬가지로 전성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작품에 몰두했다. 현재 시카고 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조지아 오키피:마이 뉴욕'이 그런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특별전은 오키피가 뉴욕에 5년간 거주했던 1920년대를 다루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1925년부터 1930년까지가 해당된다. 이 기간 동안 오키피는 25개의 유화와 차콜, 파스텔, 드로잉 작품을 남겼다. 당시 오키피가 살았던 곳은 뉴욕의 셀튼 호텔이라는 곳이었는데 30층 높이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건물 중 하나였다. 그래서 그런지 특별전에 나온 오키피의 작품들은 전성기 때의 자연을 모티브로 했던 것 보다는 건물과 주변 환경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호텔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본 이스트 리버는 공장 굴 뚝에서 매연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강에는 배가 지나다니고 있는데 건물 모양은 일률적으로 각진 형태다. ‘셀튼의 선스팟'이라는 작품은 그녀가 거주하던 건물에 비친 태양의 반사광선이 눈부시게 표현되어 있다. 그녀에게 뉴욕에서의 5년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주변의 특이함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리라.     오키피는 미국의 대표하는 여류 화가로 명성이 자자하다. 여성 화가로 자신의 이름이 붙은 최초의 미술관을 가진 작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뉴욕에서의 생활 이후로는 서부의 뉴멕시코 지역으로 주요 거처를 옮겼고 삶을 마감할 때까지 이곳에서 살았는데 이때부터 사막과 동물, 꽃 등으로 작품의 대상이 변화했다.     이번 시카고 미술관의 오키피 특별전은 이런 작품 활동이 나오기 전에 오키피가 뉴욕에서 살면서 관찰하고 표현한 그녀의 초기 작품관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오키피 특별전은 9월 22일까지 열린다. 특별전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기본 입장료 외에도 10달러의 추가 입장료를 내야 한다. 전시회를 소개하는 글들을 보면 오키피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훌륭한 기획이었다는 언급이 눈에 띈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시카고 미술관 인상주의 작품 시카고 미술대학

2024-06-05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오헤어공항 리노베이션

그러니까 2018년부터다. 오헤어공항 활주로가 대폭 변경되면서 기존의 X자 활주로가 평행선 모양으로 바뀌었다. X자 모양의 활주로에서는 많은 비행기의 이착륙을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유도하기 힘들었다. 대신 평행선 형태로 대체되면서는 동시에 많은 항공기들이 관제탑의 지시에 따라 이륙과 착륙을 할 수 있게 됐다.     이후 공항 터미널 공사가 시작됐다. 우선 국제선인 5터미널이 처음으로 리노베이션 공사를 단행하며 게이트가 늘어났고 승객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들이 확충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터미널 시설 개선 공사다. 이미 리노베이션 공사를 마친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1터미널은 나은 상태지만 델타 항공의 2터미널과 아메리칸 항공과 기타 항공사들이 이용하는 3터미널은 보수 공사가 시급한 상태였다. 그래서 시카고 시청은 2터미널을 국제선과 국내선 항공기를 한 자리에서 모두 탈 수 있는 허브 공항으로 만들고 3터미널 게이트 확장 등을 통해 오헤어공항 리노베이션 공사의 마무리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인해 공사 기간이 길어지고 공사비용 역시 엄청나게 증가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현재 가장 큰 이슈는 위성 탑승동을 언제 건설하느냐였다. 당초 계획에는 주 터미널에서 떨어진 곳에 두 개의 위성 탑승동을 건설해 승객 처리 용량을 효율적으로 늘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사비가 늘어나면서 공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유나이티드와 아메리칸 항공사에서 더 이상 공사비를 감당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밝히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결국 시카고 시장과 일리노이 연방 상원들의 협조 등을 통해 연방 정부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의 지원으로 위성 탑승동 건설을 먼저 하는 방식으로 공사 계획을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28일에는 위성 탑승동이 실제로 어떻게 건설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상도가 공개됐다. 위성 탑승동의 설계는 시카고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설계사 SOM이 맡았다. 이 상상도를 보면 탁 트인 실내에 마치 과수원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건물 내부라기 보다는 자연 속을 거니는 인상을 준다. 이는 2터미널 설계를 맞은 역시 시카고에 본사를 둔 지니 갱 스튜디오의 작품과 연관성을 보여준다. 최근 공사에 들어간 2터미널도 하얀색을 주로 사용하면서 실내에 정원이 들어선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건물내 자연 친화적인 요소들을 두루 갖췄다. 싱가폴 공항을 중심으로 이는 세계적인 추세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런 컨셉은 세계 어느 공항보다 오헤어공항에 적합하다.     오헤어공항이 원래 오차드 필드에서 유래됐기 때문이다. 공항이 들어서기 이전에 항공기 제작사의 활주로가 있던 자리는 과수원이었기에 오차드 필드라고 불렸다. 그래서 오헤어공항을 상징하는 공항 약자 세 자리가 OHR, OHA, OHE 등이 아니라 Orchard Field에서 연유한 ORD가 된 것이다. 오헤어공항 리노베이션 공사가 예정대로 마무리 된다면 이름에 걸맞는 공항으로 재탄생 하는 셈이다.     한편 현재 불리고 있는 오헤어국제공항에서 오헤어라는 이름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 대위로 최고의 전투가 조종사를 뜻하는 탑건으로 가장 먼저 선정된 에드워드 헨리 ‘버치’ 오헤어 대위를 기리면서 명명됐다. 오헤어 대위는 일본군을 상대로 혁혁한 전과를 올려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는 최초로 최고의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을 받았지만 29세의 나이로 교전 중 전사했고 유해조차 찾지 못한 전쟁 영웅이다.     참고로 에드워드 오헤어 대위의 아버지 에드워드 조셉 오헤어는 시카고 출신으로 변호사로 알 카포네의 회계 업무를 도와주다 연방수사국(FBI)에 협력을 하면서 알 카포네가 탈세 혐의로 감옥에 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오헤어공항 리노베이션 오헤어공항 리노베이션 오헤어공항 활주로 아메리칸 항공사

2024-05-29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옥수수 에탄올

자동차에 개솔린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가면 다음과 같은 문구를 찾을 수 있다. ‘이 개솔린에는 에탄올이 최대 몇 %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문구다. 그렇다. 자동차 연료인 개솔린에는 에탄올이 함유되어 있다. 에탄올은 쉽게 말하면 알콜 화합물이다. 주로 곡물의 탄수화물을 발효시켜 만드는 액체다. 술의 주요 성분이기도 하다.     개솔린에 에탄올을 넣는 것은 개솔린보다 옥탄가가 더 높기 때문이다. 옥탄가가 더 높다는 의미는 엔진 열효율이 좋고 출력이 좋다는 것으로 차가 더 잘 나간다는 뜻이다. 실제로 일부 수퍼카 중에서는 에탄올을 섞어서 주입하라고 권장하기도 한다.     일반 개솔린을 넣었을 때에는 100마력의 성능을 발휘하지만 에탄올이 85% 혼합된 연료를 넣게 되면 130마력 이상의 출력을 낼 수 있기도 하다. 아울러 에탄올을 개솔린과 섞어서 자동차 연료로 넣게 되면 연료 연소시 발생하는 이산화황이나 금속산화물 등의 오염 물질 배출이 줄어든다.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옥수수로 만든 에탄올은 자동차 배기 가스를 40%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에탄올을 개솔린과 함께 사용하는 것은 자원의 지속 가능성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에탄올이 옥수수와 사탕수수와 같은 곡물에서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자원의 한계 측면에서 화석 연료와 비교했을 때 더 뛰어나다. 옥수수는 다시 재배해서 거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자원의 고갈면에서 화석 연료에 비해 장점이 분명히 있고 환경 오염을 일으키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출력 역시 좋으니 여러가지 측면에서 뛰어난 셈이다.     미국 정부도 이러한 측면을 고려해 2000년대부터 개솔린에 에탄올을 첨가하는 것을 허용했다. 2005년에는 자동차용 연료에 옥수수 에탄올과 같은 재생 가능한 연료를 반드시 첨가하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이렇게 되자 일리노이를 비롯한 중서부 옥수수 재배 농가에서는 옥수수를 가축용 사료나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에서 판매처를 다변화할 수 있게 됐다. 옥수수를 에탄올로 바꾸는 것도 경제성이 있게 된 것이다. 2010년대에는 이런 상황이 더욱 가속화됐다. 옥수수 가격은 30%가 올랐고 전체 재배 면적 중에서 옥수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26% 증가했다. 일리노이 일부 농가에서는 에탄올을 만드는 공장에 투자하면서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하기도 했다.     이는 곧 일리노이 농가에게는 새로운 희망이기도 했다. 아이오와와 함께 일리노이는 전국에서 옥수수 재배 1, 2위를 다툰다. 두 지역 뿐만 아니라 네브라스카와 미네소타 등 대부분의 중서부 지역에서 옥수수를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다. 미국의 에탄올용 옥수수 재배의 70%가 중서부에서 이뤄지고 있다. 현재 국내 개솔린의 98%가 에탄올을 함유하고 있는데 에탄올 중 94%는 옥수수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나머지는 나무나 줄기, 잎에서 추출되고 있다.       그렇다고 에탄올 첨가를 더 늘릴 수만은 없다. 배기가스도 줄고 출력도 좋은 에탄올의 사용을 더 늘리면 좋겠다 싶지만 그럴 경우 따라오는 문제가 만만치 않다. 일단 자동차 엔진 계통의 설계와 제작을 모두 바꿔야 한다. 특히 고무 호스 부품은 현재와 완전히 다른 재질로 변경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탄올 비중을 10% 이상 올리게 되면 온도가 낮을 때 시동이 안 걸리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발열량이 크게 낮아 연비에 불리하기도 하고 증발가스 증가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동차 연료로 옥수수 에탄올의 사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는 에탄올이 들어간 개솔린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옥수수 재배 농가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이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항공 연료다.     항공기의 경우 자동차와 달리 전기 배터리로 엔진을 구동하기에는 아직 기술적인 한계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큰 대형 항공기를 이륙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양의 배터리가 필요하고 그럴 수록 배터리 무게가 커지면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기술로는 항공기에 배터리를 넣는다고 하더라도 운항 시간이 길어야 한 시간에 머문다는 보고서도 나온 바 있다. 결국 항공 연료 시장이 옥수수 재배 농가 입장에서는 자동차 연료 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수요처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점들이 많다. 우선 옥수수 재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또 옥수수를 에탄올로 발효시키는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도 한다. 일리노이에서는 이 이산화탄소를 한 곳으로 모아 지하에 저장하자는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재배시 화학 비료 등을 써야 하고 재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만만치 않는 등 친환경 연료를 만들기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연방 정부에서도 항공 연료로 에탄올이 사용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언제까지 항공연료의 일정 부분을 에탄올로 사용하라는 권고안을 마련했고 이를 지키면 다양한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옥수수 에탄올이 항공연료로 많이 사용되게 되면 옥수수 재배 농가에게는 어떤 변화가 올 지 관심이 쏠린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옥수수 에탄올 옥수수 에탄올 옥수수 재배 중서부 옥수수

2024-05-22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존슨 시카고 시장의 1년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업 앤 다운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대 시장과 구별되는 존슨만의 정치 리더십을 얼마만큼 확보했느냐다.     시카고 시장이라고 하면 데일리 부자로 대표되는 머신 정치가 떠오른다. 시의회를 장악하며 저돌적인 리더십을 통해 불도저식으로 밀어부치는 정치 스타일이 바로 그것이다. 그 저변에는 패트론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주고 받고식 거래가 깔려 있다. 선거 운동을 돕거나 지지를 하면 그 댓가로 주요 보직을 주거나 거래를 성사시키곤 하는 관례가 예전에는 분명히 있었다. 시의회에서 시장의 리더십에 반대가 나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관철해 내고 마는 강압적 리더십이기도 했다.   그로 인해 효율성이 뛰어났을 수는 있어도 민주적인 절차와 내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타협과 수용보다는 일방적인 방식이 지배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부 시의원들에게 막대한 권한이 돌아갔고 에드워드 버크 시의원 부정부패 스캔들과 같은 비리가 생기는 원인도 제공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아들 데일리 시장은 임기 말 세금 인상 부담에 직면하면서 스카이웨이 톨웨이와 미터 주차기를 민영화하는 악수를 뒀다. 이로 인해 시의 안정적인 수입원을 팔아 일시적인 재정을 충당하고 말았다는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일방적이고 무모한 추진으로 가장 실패한 시카고 시청의 결정으로 꼽히기도 했다.     데일리 시장 이후 시카고 시정을 책임진 람 이매뉴얼 시장 역시 정치 리더십 면에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재선까지 성공하기는 했지만 시카고 공립학교와 정신 클리닉을 하루 아침에 폐쇄시키는 일방적인 결정을 내리며 주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라쿠안 맥도날드 살인 현장의 동영상을 끝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결정도 이매뉴얼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로리 라이트풋 전 시장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정치 환경이 크게 변화한 이유도 있었지만 가장 진보적인 시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일부 시의원과 삿대질을 해가며 언성을 높이는 장면이 포착된 것은 시장으로 현명하지 못한 처사였다. 결국 흑인 여성 최초의 시카고 시장으로 선출됐던 라이트풋은 지지기반을 넓히지 못하고 재선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런 점에서 존슨의 취임은 새로운 가능성을 안고 출발했다. 존슨을 선출한 시카고 시민들의 민심은 정치 경험이 풍부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이는 상대 후보보다는 다른 리더십을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존슨은 시카고 공립학교 교사 출신으로 교육청 노조에서 일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공립학교에 누구보다 해박한 지식과 정보를 가진 정치인으로 노조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될 수 있었다. 그랬기에 시의회에서도, 시민단체에서도 그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     하지만 지난 일년은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라고 봐야 할 점들이 많다. 무엇보다 존슨의 주요 선거 공약이었던 고액 부동산세 인상이 주민투표에서 부결된 것은 타격이 크다. 이 세금으로 존슨은 노숙인들을 위한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일부 고소득 주민들만 반대할 줄 알았던 주민투표에서 아슬아슬하게 부결되자 존슨의 계획은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부동산 거래세를 더 거둬서 어떻게 노숙자들에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고 많은 주민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세금을 올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한 것이 부결에 큰 영향을 끼쳤다.     남부 국경에서 밀려온 불법입국자들에 대한 대응 역시 부족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불만이다. 이민자들에 대한 불투명하고 막대한 재정 사용은 물론 이를 어느 예산으로 메울 것인지와 얼마나 연방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는 존슨의 행정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다른 노숙자나 이민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사안은 더 복잡해지고 말았다. 이민자들에게는 친이민적인 성역도시로 여겨지지만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실제 주민들로부터 불만이 쌓이게 되면 존슨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올 여름에는 전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시카고에서 열린다. 민주당 대의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위대도 시카고 거리를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대와 이를 과잉 진압했던 경찰 간의 충돌로 큰 몸살을 앓았던 경험이 이미 있는 시카고 주민들은 전당대회가 무사히 치러질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당장 주 행사장인 유나이티드센터와 맥코믹 플레이스 반경 얼마나 가까운 곳까지 시위가 가능한지 여부를 두고 시청, 경찰, 경호국과 시위에 나설 단체간 입장 차가 크다. 여기에 최근 친팔레스타인-친이스라엘 시위대들이 대학교 캠퍼스와 다운타운 등지에서 시위에 나서 민주당 전당대회에 앞선 시카고 경찰의 시험대가 되기도 했다.     이 모든 것들에 기본이 되는 것은 결국 존슨의 정치적 리더십이 어떤 모습으로 발현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교사가 기본인 정치인으로의 존슨 시장인지, 공립학교 노조 운동가가 거의 정치 경험의 전부인 새내기 시장으로의 미성숙함을 보여줄 지가 나타날 것이다. 앞으로의 존슨 시장의 임기 동안 그에게 기대하는 바는 전임 시장과는 구별되는 리더십이다. 50명의 시의원들과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대립하면서도 지켜내야 하는 그 만의 스타일이 시카고라는 도시에서 어떻게 보여질 지가 궁금하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 존슨 시카고 시장 시카고 공립학교 시카고 시청

2024-05-15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 아키압터릭스

이름부터가 어렵다. 한글로는 아키압터릭스라고 불리고 영어로는 Archaeopteryx라고 쓴다. 물론 이 생소한 단어를 쉽게 다른 말로 표현할 수는 있다. 새 모양을 한 공룡이라고 보면 누구나 연상할 수 있는 모습이 떠오르게 된다. 물론 현재의 새처럼 마음껏 하늘을 날 수 있었는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가 않다.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아마도 몸에 날개가 있었고 털이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짐작컨데 날 수는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늘날의 새처럼 마음껏 창공을 날았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견해다. 펭귄 크기의 이 새 화석은 그런 점에서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는 중요한 소재가 되기도 한다.     유럽 지역에서 주로 서식하던 이 공룡 화석에는 시카고 아키압터릭스라는 이름이 붙어졌다. 공룡 화석에 도시 이름이 붙은 것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나중에 다른 애칭이 붙을 수 있을지는 확실치가 않지만 학술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공룡 화석에 도시 이름이 붙은 것은 특별하기는 하다.     사실 이 화석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학술적인 의미가 있다. 일단 아키압터릭스 화석 자체가 희귀하다. 1800년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 약 13점의 화석만이 발견됐을 뿐이다. 그리고 독일 지방에서 발견된 시카고 아키압터릭스의 보전 상태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일반적으로 공룡 화석이라면 단단한 암석층에서 발견되고 고고학자들이 이를 발굴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뒤에야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시카고 아키압터릭스의 경우에는 처음 알려질 당시부터 선명한 자태를 나타내고 있었다. 시카고 필드 박물관 관계자가 2019년 이 화석의 실체를 처음 확인할 당시부터 더 좋아질 수 없는 상태를 보였다. 당시 이 화석을 처음 관찰한 필드 박물관 고고학자는 개인적으로도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으며 다른 공룡 화석 발굴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다행스러운 사실은 필드 박물관이 이 화석을 손에 넣을 수 있을 때까지 모든 과정이 원만하게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필드 박물관은 중동 출신의 사업가로부터 이 화석을 구입할 수 있었던 당시부터 불법적인 거래는 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 화석이 처음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독일 정부는 어느 시점 이후부터는 자국 영토 내에서 발견된 공룡 화석을 외부로 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시카고 아키압터릭스 화석은 필드 박물관에서도 관람객들의 방문이 가장 많은 곳에 전시되며 일반 관람객들에게도 공개되기 시작했다. 물론 가을에는 정식 전시장소를 찾아 영구히 전시될 장소도 찾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필드 박물관은 유명한 티라노사우러스 렉스 화석인 수(Sue)를 비롯해 시카고 아키압터릭스도 보유하게 된다. 명실상부하게 리서치 분야 뿐만 아니라 일반 전시 분야에서도 특출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키압터릭스를 소장하고 일반에 공개까지 하고 있는 박물관은 현재 서반구에는 단 하나도 없다. 필드 박물관이 유일한 장소가 되는 것이다. 학술적으로는 그간 공룡과 새 사이의 어떤 진화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연구가 지지부진했지만 아키압터릭스와 같은 확실한 물증이 나온 뒤에는 연구 결과 역시 큰 변곡점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학계에서는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발간된 직후 아키압터릭스의 화석이 발견됐기에 진화 과정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샘플이 부족했다는 점을 꼽는다. 만약 다윈이 아키압터릭스의 화석을 볼 수만 있었다면 진화 과정을 무엇보다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샘플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카고 주민들은 이번 아키압터릭스 화석이 일반에 공개되면서 다른 어느 지역에서도 볼 수 없는 진기한 자료들을 한 곳에서 살펴볼 수 있게 됐다. 티라노사우러스 렉스가 지금까지 그 역할을 톡톡히 했는데 이제는 아키압터릭스가 대신할 날이 된 것이다.     사실 시카고에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박물관의 전시품이 그렇기도 하지만 건물도 빼놓을 수 없다. 다운타운 랜돌프길에 위치한 톰슨 센터가 대표적이다. 약 40년 전에 세워졌다고 보기에 힘든 현대적인 디자인이 톰슨 센터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 건물에는 구글 시카고 본사가 입주하면서 2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근무하게 된다.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건물 외관과 함께 내부에 들어서면 건물 최고층까지 가리는 것이 없이 시원하게 뚫린 건물 내부를 보는 것은 언제가 신비로웠다. 구글이 건물 내부를 어떻게 단장할지는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예전부터 간직했던 고유의 모습들은 잊혀지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구글 본사와 함께 시카고 아키압터릭스 화석도 많은 주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순간을 고대해 본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 시카고 필드 시카고 주민들 공룡 화석

2024-05-08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AI에 소송한 시카고 트리뷴

시카고 트리뷴의 모기업이 OpenAI와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회사들은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생성형 AI(인공지능)인 ChatGPT와 코파일럿을 만든 회사다. 요즘 한창 전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만든 회사들이 신문사로부터 소송을 당한 셈이다.     소송의 핵심은 신문사들이 확보하고 있는 지적재산권을 이들 회사들이 만든 프로그램들이 침해했다는 것. 쉽게 말하자면 신문사들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뉴스룸을 운영하고 지면이나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기사를 제작해 구독자들에게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코파일럿 등은 이들이 힘들여 생산한 지적재산권을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소송에 원고로 참여한 신문사들은 코파일럿 등은 이런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하며 알려지지 않는 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사가 중심이 돼 인공지능 프로그램 개발사를 상대로 한 소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뉴욕 타임스도 지난해 말 같은 회사를 상대로 비슷한 유형의 소송을 제기한 바가 있다. 언론사 외 사진작가와 영상 제작자, 소설가 등도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상대로 이미 법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요즘 세상이 모두들 인공지능에 몰두하다 보니 이런 소송도 많아지지 않나 싶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 이런 방향으로 만들어지다 보면 피할 수 없는 관문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이전 비즈니스 모델은 신문사와 같이 막대한 인력과 재정을 투자해 독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생산하고 전달하며 피드백을 받는 것이었다. 지금은 인공지능이라는 마법을 지닌 테크업체들이 관련 정보를 자동으로 취합하고 가공해 의뢰자가 원하는 바를 무엇이든 만들어 내는 수단을 확보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을 비롯해 현재 전세계적인 트렌드를 보더라도 이제 인공지능은 누가 뭐래도 시대의 흐름이 되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신문사의 소송은 이런 흐름을 어떻게든 되돌려보려는 안간힘이라고 봐야 할까?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무엇인지부터 살펴야 한다. 가장 유명한 ChatGPT의 경우 OpenAI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인터넷 세상에 널리 깔린 광범위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이 된 프로그램이다. 사용자가 질문을 하면 문장으로 생성된 답을 제시하는 똑똑한 아이다. 딥 러닝과 같은 최신 기술을 적용해 주어진 질문이 무슨 뜻인지를 인식하고 독자적으로 작성된 콘텐츠를 제시할 수 있다. 2018년경 처음 개발된 이후 매년 학습 속도와 규모가 놀라운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이제는 스마트폰에서도 ChatGPT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예를 들자면 스마트폰을 사용해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예측 보고서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이 영리한 프로그램은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문장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 해외여행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다면 내 스케줄에 맞는 최적의 투어 일정을 짜달라는 간단한 명령만 하면 곧장 디테일한 투어 일정도 알려준다. 이 정도가 되니 대학 졸업 논문도 누구나 생성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하는 것이다.   이번 소송으로 다시 돌아오면 생성형 인공지능은 신문사의 지적재산권도 사용해 사용자의 질문에 텍스트로 대답하기 때문에 법적 침해 요소가 됐다. 그런데 신문사의 지적재산권이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 것인지는 법원의 판단에 달렸다.     일반적으로는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에서 ‘합당한 사용’이라는 원칙이 중요하다고 한다. 신문사 역시 책이나 영화, 노래를 바탕으로 기사를 생성할 경우 이 ‘합당한 사용’이라는 원칙에 부합하게끔 기사를 만들게 된다. 이런 원리로 ChatGPT 역시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합당한 사용'이라는 원칙에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곧 법원에서 어떤 목적으로 지적재산권을 사용했으며 시장에서 이 제품이 어떻게 작동을 하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야 잘잘못을 가릴 수 있을 것이다.     보통의 경우에는 팩트를 기반으로 한 언론사의 기사 등은 소설 등의 창작물을 다루는 것에 비해 ‘합당한 사용'에 포함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알려져 있다. 이마저도 얼마만큼의 지적재산권 내용을 사용했는지를 따져야 하는 어려움이 뒤따른다. 복잡한 세상만큼이나 어떤 행위가 불법이고 어떤 것은 합법인지 따지기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세상이 인공지능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느낄 때는 ChatGPT의 가치가 시장에서 1조달러에 달하고 코파일럿 역시 약 900억달러짜리라는 점에서 실감할 수 있다. 전세계가 신기술에 열광하고 세상이 곧 인공지능에 의해 좌지우지된다고 느끼게 되는 시기도 멀지 않았을 수 있다. 이런 기술의 바탕에는 지적재산권이 관련 되어 있고 누군가는 힘들게 생산한 창작물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다른 방식으로 소비된다고 할 때 이에 따른 정당한 대가와 보상은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고 믿는다. 그게 지적재산권의 핵심이다.     ChatGPT는 소송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입장문을 냈다. “우리는 제품을 만들고 디자인 하는 과정에서 뉴스 회사들을 지원하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세계의 많은 뉴스 회사들과 건설적인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맺고 있고 이와 관련한 대화도 지속되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기회들을 살피고 우려에 대해 토론하며 해결책도 모색하고 있다. 발행인들과의 관계도 강화하고 구독자들에게는 뉴스의 경험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는 잠재성을 보고 있다"는 이들의 입장이 앞으로도 계속 지켜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 트리뷴 인공지능 프로그램 생성형 인공지능 시카고 트리뷴

2024-05-01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프레리 밴드 포타와토미

지난주 연방 내무부는 일리노이 역사에 있어 큰 결정을 내렸다. 주 북부 지역의 130에이커를 신탁(trust)으로 묶어두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 결정은 원주민 보호 구역으로 설정하기 위한 행정적인 절차다. 이 절차를 통해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에게 자치권에 버금가는 권한을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치권에는 각종 세금 혜택과 연방 정부와의 계약을 체결하는데 있어 우선권을 주며 토지 사용 허가권 등이 포함된다. 또 자치법과 사법권도 들어갈 수 있어 만약 계획대로 실행될 경우 일리노이에서 최초로 원주민 보호 구역이 설립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역사는 미국이 서부로 영토를 확장할 때부터 기인한다.     18세기 초반부터 미국은 서부로의 영토 확장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막대한 영토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중서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원만한 과정은 아니었다. 당연히 무력 충돌이 잦았으며 12개의 조약 등을 통해 원주민 영역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그린빌 조약이다. 1795년 8월3일 체결된 이 조약은 미군과 원주민들의 오하이오주 Fallen Timbers 전투의 결과로 체결된 것이다. 이 조약의 내용 중에는 현재 시카고 강을 포함한 지역도 들어가 있다. 즉 시카고 강과 미시간 호수가 만나는 지역의 6평방마일 지역을 포타와토미 부족이 미국에 넘긴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연방 정부가 현재의 시카고 지역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시카고 역사의 시작이 가능했던 것이 원주민들과의 조약 때문이라고 봐야 하는 점이다. 반면 이 지역에 오래 전부터 거주하고 있던 원주민들은 외곽 지역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땅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원주민들이 스스로 땅을 내주고 이주할 리는 없었을 것이다. 원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외부 세력의 무력으로 인해 고향에서 쫓겨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일리노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원주민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프레리 밴드 포타와토미 부족 역시 서쪽으로 거주지를 옮겨야만 했다. 1829년 프레리 두 치엔 조약으로 인해 현재의 북부 일리노이 지역에 해당하는 땅을 미국 정부에 양도했다. 이 곳에는 프레리 밴드 포타와토미 부족과 부족장 샤브-에-네이가 살고 있었다. 하지만 1849년 부족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주정부가 이 땅을 점령해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대부분의 원주민들은 일리노이를 떠나 미시시피강 서안의 아이오와 지역으로 이주해야 했고 소수의 부족민만이 일리노이 고향에 거주해 왔다.     원주민들은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던 지역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100여년 동안 빼앗긴 토지를 되찾기 위해 1에이커씩, 1에이커씩 토지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원주민들의 노력은 그간 알려지지 않았지만 연방 의회에서는 지원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작년 연방 의회에서는 포타와토미 부족의 영토 확보를 위한 구제안을 통과시켰다. 구제안은 궁극적으로 원주민 보호 구역으로 설정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상정한 로렌 언더우드 연방 하원 의원은 “샤브-에-네이 보호구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탁으로 우선 설정한 뒤 원래의 토지 소유주에게 권한을 이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일리노이 최초의 원주민 보호구역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주 정부 차원의 지원도 속속 나오고 있다. 프레리 밴드 포타와토미 부족이 살고 있던 지역 내에 있는 샤보나 레익 주립 공원을 부족에게 넘겨주자는 법안도 주의회에 상정됐다. 만약 이러한 조치들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보호구역에의 사법권과 경찰권, 천연 자원 관리 등도 모두 원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연방 내무부는 이러한 전환에 대해 "내무부는 신탁으로 확보한 토지를 원주민들에게 이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원주민들의 자기 결정권과 주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원주민 부족들이 자신들의 영토를 확보하고 부족을 보호하며 부족 특유의 방식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일리노이 역사에서 원주민들을 제외할 수는 없다. 일리노이라는 이름 자체가 원주민 언어에서 왔기 때문이다. 도로명이나 도시명 등 일상 생활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단어들 중에도 원주민 언어에서 유래한 것이 매우 많다. 포타와토미가 그렇고 알공퀸, 마이애미, 오지브웨, 치페와, 오타와, 호청크, 폭스, 키카푸스 등이 모두 원주민 부족의 이름들이다.     일리노이강변에 위치한 스타브드록이 그렇듯이 원주민과의 갈등은 우리 역사 속 깊이 존재하고 있다. 시카고 이주민들의 첫 정착지라고 할 수 있는 포트 디어본이 1812년 함락된 사건은 일리노이 원주민과 이주민 간의 대표적인 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200여년이 지난 후에야 일리노이 원주민들이 자신들이 선대부터 살아 왔던 영역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을 지켜보며 이들이 예전처럼 중서부를 호령하고 살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자신들만의 방식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안도한다. 일리노이만의 고유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들 역시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기에.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프레리 일리노이 지역 일리노이 역사 시카고 지역

2024-04-24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한국 기업의 중서부 투자

한국의 SK 하이닉스가 인디애나 주에 약 4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연구 개발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한국 기업의 중서부 투자가 크게 늘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닉스는 최근 인디애나 주 웨스트 라파옛에서 연방, 주 정부 관계자들과 퍼듀대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투자협약식을 열고 이 같은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에릭 홀컴 인디애나 주지사와 함께 토드 영 인디애나 주 연방 상원 의원, 아라티 프라바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아룬 벤카타라만 미국 상무부 차관보, 데이빗 로젠버그 인디애나 주 상무장관, 멍 치앙 퍼듀대 총장, 미치 다니엘스 퍼듀 연구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한국 기업의 중서부 투자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 공장은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의 생산 기지로 쓰이게 된다. 쉽게 말해서 요즘 과학기술의 대세인 인공지능 메모리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드는 최종 단계가 이 공장의 생산 시설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빠르면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반도체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한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하이닉스의 첨단 반도체 공장이 미국에, 그것도 중서부의 인디애나주에 세워지게 된 것은 우선 주 정부가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컸다. 하이닉스는 공장 부지 선정을 하면서 애리조나와 오하이오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디애나 주 웨스트 라파옛은 퍼듀대학이 있는 곳이라 지역 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제조 인프라가 풍부한 것이 장점이었다. 아울러 반도체 등 첨단 공학 연구로 유명한 퍼듀대와의 협력 관계도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회사는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한편 연구 재단과 지역 비영리단체 및 자선단체의 활동도 지원할 예정이다.     AI 반도체의 핵심인 HBM 시장에서 하이닉스는 전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HBM 4세대인 HBM3를 AI 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아울러 5세대인 HBM3E로 지난달부터 고객사 공급을 시작하는 등 이 분야에서는 가장 앞서 있는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상태다.     이렇게 한국 기업이 미국내 직접 투자에 발벗고 나선 이유는 연방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반도체 법을 통해 국내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총 390억달러, 연구 개발 지원금으로 총 132억달러 등 5년간 520억달러 이상을 지원키로 했기 때문이다. 경제 안보라는 관점에서 더 이상 반도체 산업에서 다른 나라에 우위를 빼앗기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도가 아주 잘 보이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막대한 보조금으로 미국 현지 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하이닉스와 함께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신규 공장을 짓기로 하는데 약 60억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연방 정부 차원의 지원금에 더해 인디애나 주와 웨스트 라파옛 차원의 지원도 이번 하이닉스의 투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인디애나 주를 중심으로 한 중서부 지역에는 최근 한국 기업의 직접 투자가 활발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디애나 주 중부의 코코모에 들어서는 삼성 SDI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이다. 이곳에는 삼성 SDI가 자동차 생산기업 스텔란티스와 협력해 두 개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세우고 있다. 첫번째 공장은 2025년 1분기, 두번째 공장은 2027년 초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삼성 SDI는 인디애나주 뉴 칼라일에도 GM과의 합작으로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이 공장은 2026년 가동할 예정이다.     결국 한국 주요 기업들이 인디애나주를 중심으로 한 중서부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경제 협력이 더욱 두터워지는 효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지역 사회의 발전과 젊은층에게는 새로운 일자리를 의미하며 이를 통해 한인사회 역시 현지사회와 더욱 공고한 유대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 당장 코코모시만 하더라도 한인 자영업자들이 새로운 사업체를 오픈하고 있으며 협력업체들이 입주를 서두르고 있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때문에 시카고에서도 금융, 법률, 운송 업체들이 반색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웨스트 라파옛 투자는 한인 학생들에게도 큰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 공대가 유명한 퍼듀대는 한인 유학생들도 많이 재학하고 있는 곳이며 중서부 한인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이기도 하다. 학교 역시 10년 이상 학비를 인상하지 않을 정도로 내실 있는 운영을 하는 것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코코모와 라파옛을 중심으로 한인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이를 통해 한인사회 역시 보다 활성화되기를 고대한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중서부 한국 중서부 투자가 가운데 투자협약식 투자 유치

2024-04-17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라쿠안 맥도날드, 아담 톨리도, 덱스터 리드

시카고 경찰과 20대 남성의 총격 장면이 담긴 경찰의 동영상이 9일 일반에 공개됐다.     사건은 지난 3월 21일 오후 6시 시카고 서부 지역인 훔볼트 파크 지역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경찰 몸에 부착된 바디캠 영상에 따르면 6명의 사복경찰이 흰색 SUV 차량에 다가가 운전자에게 운전석 유리창을 내릴 것을 명령한다.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운전자는 이 명령에 따라 유리창을 절반쯤 내린다.     하지만 곧 유리창을 올린다. 경찰은 차량 문을 잠그지 말라고 명령한다. 경찰은 권총을 꺼내 운전자를 겨냥하고 손으로 차량 문을 열기 위해 시도한다. 수초 간의 실랑이 끝에 총격이 발포된다.     동영상을 공개한 시민기구 COPA에 따르면 이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26세 남성 덱스터 리드가 경찰을 향해 먼저 발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경찰은 리드를 향해 일제히 총격을 가한다. 모두 96발의 총탄이 발포됐는데 약 40초 사이였다. 리드는 조수석쪽 문을 열고 밖으로 쓰러졌으며 땅에 쓰러져 미동도 없는 사이에도 몇 발의 총격이 발포되는 장면이 동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리드의 총격으로 경찰 한 명이 손목 부위에 총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부상은 경미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유가족들은 동영상이 공개되자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의 과잉대처를 비난하며 쿡카운티 검찰이 관련 경찰들을 상대로 형사 기소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왜 리드의 차량이 세워졌는지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리드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문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단순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사복 경찰 여섯명이 총을 들고 단속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유가족들은 리드가 총격을 받고 쓰러졌음에도 경찰 총격이 이어졌다는 점을 들어 무자비한 대처라는 주장이다. 아직 쿡카운티 검시소의 부검 결과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몇 발의 총격이 명중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경찰 총격 사건은 지난 2014년 발생한 라쿠안 맥도날드 사건과 유사하다. 당시 맥도날드는 주차된 차량의 타이어를 칼로 찢으며 정지 명령을 하는 경찰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는데 후방에서 발포된 총격으로 쓰러져 숨졌다. 당시 맥도날드가 입은 총상은 모두 16발이었다. 그래서 맥도날드 항의 시위의 대표적인 문구가 ‘16발'이었다.     2021년 리틀 빌리지에서 경찰과의 추격전 끝에 총격으로 사망한 13세의 아담 톨리도 사건도 연상된다. 경찰이 총격이 있기 직전 톨리도는 소지하던 총기를 땅에 버렸지만 총기를 확인한 경찰은 이를 발포 행위로 간주하고 먼저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건 모두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경찰 발포로 사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경찰과 시청의 대응이다. 동영상이 공개되는 과정도 맥도날드 사건과는 상당히 다르다. 맥도날드 사건의 경우 람 이매뉴얼 당시 시카고 시장은 동영상이 공개되는 것을 끝까지 막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공개 명령 판결이 있은 뒤에야 어쩔 수 없이 공개하고 말았다. 이후 후폭풍은 경찰국장의 사임과 관련 경찰의 살인죄 유죄 판결로 이어졌다. 시카고 경찰이 공무로 인해 살인죄를 판결받고 징역형에 처해진 것은 사상 처음으로 알려진 사례다. 이매뉴얼 역시 재출마를 접었다.     톨리도 사건의 경우 도보 추격전을 하던 경찰이 총격을 가하기 전 총기가 시야에 보이자 발포한 것이라는 점에서 경찰 대응이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민사 소송은 이어지고 있다.     경찰국장과 시장의 반응도 당시와는 사뭇 다르다. 진보적인 성향으로 시장 선거 캠페인 당시 경찰의 잔인함을 비난했던 브랜든 존슨 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시장이면서 서부 지역에서 두 명의 어린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의 입장으로 다른 흑인 젊은이가 경찰로부터 생명을 잃는 것을 바라보면서 절망감을 느낀다. 숨진 덱스터 리드와 경찰들은 내가 가르치던 학생이었을 수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숨진 리드는 존슨 시장이 교사로 재임했던 웨스팅하우스 대입준비고교에서 농구 선수로 활약했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이다.     존슨 시장은 이어 “만약 총탄이 몇 인치만 방향을 바꿨다면 나는 이 자리에서 다른 흑인 남성의 사망 소식을 전하고 있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리드의 발포로 총상을 입은 경찰 역시 흑인 남성으로 나타났다.     시카고 경찰국 역시 성명서를 발표하고 “현재 이 총격사건은 COPA에 의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시카고 경찰은 이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모든 자료가 종합되고 수사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자체 규정에 따라 총격 사건에 연루된 경찰이 당분간 업무를 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밝혀져야 할 사실들은 남아 있다. 왜 리드의 차량이 세워져야 했는지, 리드가 몇 발의 총상을 입었는지 등은 추후 상세하게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또 경찰이 차량을 세웠던 이유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도 풀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경찰과 시장이 이번 사건에 대한 상세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고 초기 대응도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는 점이다. 동영상 공개 역시 신속하게 이뤄지면서 적어도 사건을 은폐하고자 하는 시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리드가 경찰의 요구에 순응해 총격전 없이 단속이 마무리 됐으면 불상사가 없었을 테지만 먼저 발포를 했다는 사실은 경찰의 과잉진압 주장에 무게를 실을 수 없다고 본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맥도날드 덱스터 경찰 총격 경찰 발포 시카고 경찰

2024-04-10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예비선거 개표 결과

지난 3월 19일 실시된 일리노이 예비선거에서 가장 치열한 접전을 벌인 선거는 쿡카운티 검사장 선거였다. 민주당의 에일린 오닐 버크 후보와 클래이튼 해리스 3세가 대결한 이 선거는 개표 후 2주가 지나는 동안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하고 두 후보간 득표 경쟁이 끝까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약 1500표, 겨우 0.3% 포인트 차이로 버크 후보의 당선이 확정될 수 있었다. 투표일 당일 개표 결과와 함께 나중에 들어온 우편투표 결과까지 합해서야 당락이 결정될 수 있었던 것이다. 우편투표의 특성상 투표일이 한참 지난 후에도 개표될 수 있어 개표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당락이 확정될 수 있을 만큼 박빙의 차이였다. 쿡카운티 전역의 투표소별 개표 현황을 살펴보면 얼마나 두 후보간 경쟁이 치열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흑인 남성인 해리스 후보는 시카고 남부와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쿡카운티 남부 서버브와 근교 서부 서버브 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다. 백인 여성인 버크 후보는 해리스 후보에 비해 460개 투표소에서 앞선 결과를 얻어냈다. 가장 많은 득표율을 기록한 지역은 시 북서쪽과 남서쪽이었고 다운타운에서도 많은 표를 확보할 수 있었다. 서버브 쪽에서는 북서쪽과 남서쪽 지역에서 승리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버브 쿡카운티만 놓고 봤을 때 버크 후보는 991개 투표소에서 승리한 반면 해리스 후보는 430개에 그쳤다. 결국 지역적으로 보면 시카고에서는 해리스 후보가, 서버브 쿡카운티에서는 버크 후보가 더 우세했던 셈이다.     해리스 후보가 끝까지 버크 후보와 막상막하의 승부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흑인 밀집 지역에서의 강세가 있었기 때문이다. 흑인 밀집지역으로 분류되는 지역에서 해리스 후보는 약 77%의 득표를 보이면서 표를 쌓았다. 이 지역에서는 버크 후보에 비해 6만7000표 이상을 더 얻었던 것이 당락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의 개표 결과를 낳은 셈이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해리스 후보의 낙선 이유 역시 찾을 수 있다. 흑인 밀집 지역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보였지만 실제로 그 지역의 투표율이 이전 투표에 비해서는 높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 선거의 경우 지난 2016년과 2020년 민주당의 쿡카운티 검사장 예비선거 결과에 비교했다. 지난달 예비선거에서 흑인 밀집 지역의 쿡카운티 검사장 투표에는 모두 12만6000표가 집계됐다. 이는 2016년 같은 지역, 같은 선거에서의 35만표와 2020년 23만표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적은 표다. 당시 선거에서는 현 킴 폭스 검사장이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2016년에 비하면 52% 줄어든 투표율로 인해 해리스 후보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라티노 밀집 지역의 투표율이 69% 줄었고 흑인 밀집 지역의 투표율은 64%나 낮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백인 밀집 지역의 경우 감소율이 다른 인종에 비해 높지 않아 상대적으로 버크 후보가 덕을 본 셈이다.     물론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2020년 폭스 검사장이 당선될 당시 흑인 밀집 지역에서의 득표율이 84%였는데 이번 선거에서도 해리스 후보가 이런 득표율을 보였다면 9000표 이상을 더 얻으면서 당락을 바꿀 수도 있었다. 9000표 차이면 현재 득표차인 1500표의 여섯 배에 가까운 수치다. 당선자가 충분히 바뀌고도 남을 정도의 차이라고 봐야 한다. 결국 흑인 유권자들의 해리스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폭스 검사장에 비해 낮은 것도 당락이 영향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버크 후보는 쿡카운티 전 지역에서 고른 지지율을 보였고 아시안 유권자의 64%, 라티노 유권자의 51%, 백인 유권자의 63%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신승을 거둘 수 있었다.     쿡카운티 검사장의 경우 범죄 대책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총기 규제와 기소 정책 등을 통해 주민들이 직접 느낄 수 있는 치안 상황을 바꿀 수 있다라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이 중요하다. 현 검사장이 강력 범죄에 대해 충분히 적극적으로 기소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고 유명 배우의 기소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검사장에게 바라는 유권자들은 표심은 분명하다. 거리를 더욱 안전하게 만들라는 것이다.     아울러 쿡카운티 민주당에서 공식 지지 선언을 한 해리스 후보가 낙선한 것은 주민들이 민주당 지도부의 의도대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쿡카운티 유권자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는 고가의 부동산을 거래할 때 부과되는 세금을 대폭 올려 노숙자 대책에 사용하고자 주민투표에 부친 안건이 부결된 것과 함께 민주당의 완전한 패배인 셈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예비선거 개표 검사장 예비선거 해리스 후보 일리노이 예비선거

2024-04-03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웨이페어 오프라인 매장

시카고서 94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 밀워키 방향으로 가다 보면 레이크길 북쪽으로 쇼핑센터가 하나 보인다. 고속도로 출입구를 따라 서쪽 방향의 레이크길로 빠지려고 하면 차량 왼편으로 벽돌로 된 쇼핑센터가 보인다. 이 쇼핑센터는 예전에는 칼슨 피어리 스캇 백화점이 입점해 있었다. 이 백화점은 특히 의류 제품이 다른 백화점에 비해 경쟁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속도로 출입구가 바로 옆이고 레이크길에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매우 좋은 곳이었다. 인근에 위치한 올드 오차드 쇼핑몰과 같이 규모가 크고 다양한 소매업체가 입주해 있지는 않았지만 인근 윌멧, 스코키, 노스필드 주민들에게는 유용하게 이용되곤 했다.     하지만 세월이 변하고 칼슨 피어리 스캇 백화점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 매장뿐만 아니라 시카고 서버브에서 이젠 칼슨 피어리 스캇 백화점은 보이질 않는다.     이에 따라 레이크길의 이 백화점 부지는 오랫동안 빈 채로 남아 있었다. 94번 고속도로와 레이크길이 만나는 곳은 한인이 근무하는 은행 지점이 있었고 시카고 딥 디쉬 피자 체인점, 스시 레스토랑이 있어서 한인들의 방문도 잦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쇼핑센터가 빈 채로 오랫동안 남아 있으면서 당시의 활기를 찾을 수는 없었다. 다른 몇 개의 소매업체가 입주해 있기는 했지만 앵커 테넌트가 빠진 쇼핑센터는 역시 김이 빠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다 작년부터 이 곳에 변화가 감지됐다. 비어 있던 백화점 자리에 건물 개보수 공사가 진행된 것이다. 건물 외벽에 걸려 있는 임시 현수막은 웨이페어 가구점이 입주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웨이페어 가구점은 온라인으로 물건을 파는 업체다. 구입자들이 직접 매장을 찾아 물건을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구입하는 방식이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젊은 소비자들이 주로 이 업체를 찾았다. 젊은층들이 많이 찾는 또 다른 가구 판매업체 아이키아는 서버브 한적한 곳에 대형 매장을 만들고 소비자를 기다리는 반면에 웨이페어는 온라인으로만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웨이페어를 통해 사무용 책상과 아동용 침대 등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 사무용 책상의 경우 다른 어느 온라인 업체에 비해 선택의 폭이 넓었던 것이 이 업체에서 구입하게 된 이유였다. 같은 제품을 5개 이상 구입했어야 했는데 다른 온라인 업체의 경우 같은 제품을 많이 구비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아동용 침대의 경우 원하던 제품이 큰 폭의 할인 행사를 하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구입하게 됐다.   첫번째 제품을 구입한 뒤 질이나 가격 면에서 만족했다. 제품은 모두 구입자가 조립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예전에는 오프라인 가구 매장을 찾아 물건을 고르면 집으로 배달이 오고 침대와 소파 등은 모두 업체 직원들이 조립까지 해주곤 했는데 요즘은 거의 대부분이 직접 조립을 해야 한다. 집에 있던 전기드릴과 제품과 함께 동봉된 육각렌치 등을 이용해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조립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배송된 제품의 무게는 상당했다. 배송으로는 집 문 앞에까지만 가져다 줬다. 선택 사항에 방 안까지 놓아주는 것도 있었다. 침대가 2층으로 올라가야 했기에 이 옵션을 선택할까 잠시 고민도 했다. 물론 이 경우에는 제품 가격에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또 조립에 자신이 없는 경우는 전문가가 추가 비용을 받고 조립까지 해주기도 한다. 조립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 지, 난이도는 어떤지도 알려주는 설명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조립 과정에서 불거졌다. 침대 프레임을 좌우로 고정하는 주요 부품 한 개에 큰 금이 가 있어서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웨이페어에 연락해 새 부품을 요청했고 수 주가 지난 후에야 배송이 왔다. 놀랐던 점은 부품 하나만 온 것이 아니라 전체 제품 한 세트가 새로 온 것이었다. 업체와 주고 받은 이메일에는 부품 배송이 지연된 것을 사과한다며 새 제품 전체를 보낸다고 나와 있었다. 결국 제품 하나 가격으로 두 개를 받고 부품 하나는 수리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후로도 웨이페어는 종종 특별 할인행사를 한다며 가정에 필요한 가구와 용품 리스트를 이메일로 보내오고 있다. 요즘같이 날씨가 따뜻해지는 시기에는 가든이나 패티오 제품이 대부분이다. 이런 이메일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계절의 변화도 실감하게 된다.     레이크길에 들어서는 웨이페어는 전국에서도 첫번째 오프라인 매장이 된다고 한다. 지금까지 온라인으로만 제품을 구입했던 소비자들에겐 직접 눈으로 보고 구입할 수 있게 되기에 더 편리한 쇼핑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가구 매장만 입점하는 것이 아니라 매장 안에 식당도 들어선다고 알려졌다. 아울러 대형 오프라인 매장이 들어서면서 쇼핑센터 인근도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웨이페어측은 윌멧에 들어설 매장에는 약 200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매장의 크기는 보통 가구점에 비해서는 꽤 넓은 15만 평방피트다. 오픈 예정일은 오는 5월. 온라인 가구 판매업소의 첫 오프라인 매장이 시카고 서버브의 유명 백화점 자리에 들어선다고 하니 그 성공 여부에 관심이 간다. 2018년 문을 닫은 백화점 자리에 들어오는 만큼 지역 경제 회복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더불어 현재 재개발이 진행중인 올드오차드 쇼핑센터와 개발 계획이 발표된 골프밀 쇼핑센터, 노스브룩 코트 등과 같은 지역 상권이 어떤 모습으로 바뀔 지에도 관심이 간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웨이페어 오프라인 웨이페어 가구점 오프라인 가구 가구 판매업체

2024-03-27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예비선거 투표율

19일 일리노이에서 실시된 예비선거(프라이머리) 투표율은 매우 저조하게 나왔다. 시카고의 경우 투표율은 비공식적으로 20.2%로 집계됐는데 이를 두고 시카고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매우 충격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낮은 투표율을 발표했다.   시카고에서는 대통령 선거나 중간선거가 아닌 지방선거의 예비선거 투표율이 20%에 미치지 못한 적도 있었다.     사실 이번 예비선거를 앞두고 낮은 투표율을 예상한 전문가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실시되는 예비선거기 때문에 각 당의 대통령 후보들에 대한 관심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에서는 이미 조 바이든 대통령, 공화당에서는 지난 선거에서 패배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확정된 마당에 투표장에서 이들 후보에 대한 지지를 다시 확인하는 수단으로 밖에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표율이 낮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김 빠지는 예비선거를 방지하기 위해선 일리노이 예비선거 일시를 2월로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예비선거에서 주목을 받았던 개표 결과는 시카고 주민들이 결정할 부동산 거래세 인상안이었다. 일명 ‘Bring Home Chicago’라고 불리는 이 주민투표는 유권자들에게 부동산 거래시 부과되는 세금을 누진세로 바꿔 여기서 마련되는 연간 1억달러 가량의 예산을 노숙자 대책에 사용하겠다는 것에 대한 찬반을 묻는 것이다. 즉 현재는 거래 금액에 상관없이 0.75%로 일률적이었던 부동산 거래세를 100만달러 이상의 부동산에 대해서는 최대 3%까지, 4배 올리자는 것이다.     하지만 개표 결과 시카고 민심은 브랜든 존슨 시장의 세금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80% 가량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반대 여론이 약 6%P 높은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카고 주민들의 세금 인상에 대한 반발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설령 100만달러 이상의 고액 부동산에 한해서만 세금을 더 거두고 이를 통해 시급한 노숙자 대책에 사용한다 하더라도 세금 인상이라는 수단이 더 이상 먹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주정부 역시 주 소득세를 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주민들의 세금에 대한 부담은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선 일종의 세금 인상을 시카고 주민들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예비선거 투표율이 낮았던 또 한가지 이유로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부정부패 재판도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부터 시카고 지역 유권자들은 에드워드 버크, 마이클 매디간 등 한 시대를 장악했던 유력 정치인들이 재판을 받는 광경을 목격했다.     버크 시의원의 경우 부인이 일리노이 대법원장을 지내기도 한 유력 정치인이면서 자신이 공동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어떻게 남용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는 갈취와 뇌물 수수 등 14개의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됐고 작년 재판 결과 13개 항목에서 유죄를 인정받았다. 한때 시카고 정치를 좌지우지했던 노회한 정치인은 형량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에는 올 가을 시작될 매디간 전 일리노이 하원 의장 재판 관련 소식도 알려졌다. 그의 기소에 혁혁한 공을 세운 대니 솔리스 전 시카고 시의원이 증인으로 출두할 것이라는 뉴스와 함께 매디간-솔리스 라인이 어떻게 시의회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뽑아냈는지가 알려졌다.    이외에도 매디간 전 의장의 최측근 실세였던 팀 메이프스 비서실장이 위증 혐의로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형에 처해진 일도 있었다.     그동안 일리노이 정치가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불법적으로 운영됐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런 증거들이 대거 공개되면서 유권자들로 하여금 정치에 피로감을 갖게 하고 더 나아가 투표에도 소극적으로 나서게 되면서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여러 가지 사실들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투표율 20%는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11월 본선거 투표율은 이보다 높아지겠지만 예비선거에서 확정될 각 당의 본선거 진출자와 주민투표 등을 통해 주민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주요 의제들이 확정된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투표율이 낮을수록 단 몇 표의 차이로 당락이 바뀌거나 세금 인상 여부도 갈릴 수가 있다. 일례로 지난 2022년 홈타운 시의 주민투표는 찬성 381표, 반대 379표로 단 두 표 차이로 통과된 바 있다. 유니버시티 파크의 주민투표의 경우에는 찬성과 반대표가 나란히 815표가 나와 부결되기도 했다.     이번 주민투표에서는 쿡카운티 검찰을 이끌 검사장 후보를 결정하는 투표도 있었다. 검사장의 경우 자해극을 벌였던 배우 제시 스몰렛 사례에서 보듯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쿡카운티 범죄 수사와 예방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리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절실하다. 개표 결과 두 후보간 표차가 크지 않아 누구도 당락을 예측하기 힘든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투표를 하지 않은 유권자들이 이 선거의 캐스팅 보트를 쥘 수도 있었던 셈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예비선거 투표율 예비선거 투표율 일리노이 예비선거 이번 예비선거

2024-03-20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미시간 호변의 베어스 홈구장

프로풋볼(NFL) 시카고 베어스는 리그에서 가장 관중 수용인원이 적은 수준인 구장을 홈 필드로 사용하고 있다. 프로풋볼팀은 일년에 17경기를 치르는데 그 중 절반인 9개 경기만 홈에서 치른다. 나머지 8개 경기는 원정경기다. 즉 구단은 일년에 9경기를 통해 거둔 입장 수입으로 일년 예산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수익사업으로도 재정을 확보할 수는 있겠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홈구장 입장수입이다.     주전 선수 한 명에만 연간 수천만달러를 써야 하는 막대한 선수 연봉과 구단 운영비용을 감안하면 구장이 커서 더 많은 관중을 입장시켜야 구단 운영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시카고 베어스의 경우 구단 운영에 제약이 크다. 현재 홈구장인 솔저필드의 경우 시카고 공원국 소유로 비시즌에 콘서트 등을 유치해 입장 수입을 거둔다 하더라도 이 수익이 구단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대학농구나 프로하키(NHL) 특별 이벤트 등을 유치해도 마찬가지다. 구단 입장에서는 다양한 특별 이벤트를 유치해 수익을 올리고 싶을 만하다.     요즘 유행처럼 구장 내 백화점이나 소매점 등을 구비하고 종합 엔터테인먼트 시설로 운영하는 것도 베어스 구단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구장 내 식음료 판매 수입 역시 구단 수익으로 돌릴 수 있다면 수익성이 더욱 좋아질 수 있다. 아울러 솔저필드는 실외 경기장이어서 풋볼이 열리는 겨울철 시카고 날씨를 감안할 때 수퍼보울과 같은 초대형 이벤트를 유치하는데 기본적인 제약을 지니고 있다. 베어스 구단이 어디에 짓는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신축 구장을 지을 경우 돔 구장으로 간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베어스 구단은 현재 솔저필드와의 사용 기한이 끝나면 다른 구장을 신축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알링턴하이츠 경마장 부지를 사들여 이 곳에 신축 구장을 짓는 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베어스 구단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알링턴하이츠 시청과의 재산세 조율이 원만하지 않았고 이미 부과된 재산세 역시 예상을 초과하고 만 것이다. 새롭게 시카고 시장으로 당선된 브랜든 존슨 행정부도 베어스 구단이 시카고에 남아주길 간절히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베어스 구단은 현재 솔저필드 남쪽에 위치한 주차장 자리에 신축 구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전체 공사 금액 등은 밝히지 않으면서 구단이 2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만 공개했다. 호변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감안해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오픈 스페이스도 현재에 비해 20% 증가할 것이라는 청사진도 내놨다. 솔저필드는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컬럼 등은 남기고 일부만 보존하는 안이 유력하다.     문제는 호변에 위치한 신축 구장의 위치다. 시카고 시내 호변은 시카고 플랜 이후 모든 시민들에게 접근이 허용되고 오픈되어야 한다는 것이 시카고의 공식, 비공식적인 규칙이다. 물론 베어스 구단이 사적으로 이 구장을 소유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민간이 운영하게 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미 베어스 신축 구장 부지는 영화 감독 조지 루카스가 박물관을 신축하고자 했다가 이런 원칙에 막혀 포기한 곳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베어스 구단의 계획이 원래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 여부는 현재로선 확실치가 않다. 호변 보호에 적극적인 대표적인 비영리단체 Friends of Parks은 당장 인근의 구 마이클 리스 병원 부지를 베어스 신축 구장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시카고의 호변은 모든 주민들에게 개방되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베어스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메이저리그축구 시카고 화이어 등도 홈 구장 건축이나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베어스 구단과 마찬가지로 주민 세금으로 거둔 공적 자금을 투자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은 입장이다. 하지만 주지사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사기업인 프로 스포츠 구단에 주재정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전국 최고 수준의 재산세와 판매세 부담을 지니고 있는 주민들 입장에서도 프로 구단에 공적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반감도 상당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베어스 구단의 호변 구장 신축에 대해서는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다. 시카고가 전세계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호변을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1909년 마련돼 시카고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한 The Plan of Chicago와 같이 호변을 보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갖고 싶은 호변 고층 건물 대신 공원으로 조성된 호변가는 주민들에게는 휴식공간이 되었고 난개발로부터 시카고를 보호하는 버팀목이 되었다. 이런 원칙이 있었기 때문에 루카스 박물관과 같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프로젝트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지켜냈던 원칙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셈이다.   아직까지 최종 결정이 나온 것은 아니고 앞으로 오랜 기간 동안 협상과 설득, 홍보를 통해 베어스 구단의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예정이다. 신축 구장이 호변에 들어서면 주민들은 날씨와 상관없이 풋볼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되고 현재보다 더 멋진 공연장에서 K-pop 스타들이 팬들과 만날 수 있는 상상도 가능하다. 이미 BTS가 솔저필드에서 공연을 가진 바 있다. 그에 앞서 시카고가 앞으로도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시카고의 호변을 지키는 원칙은 지금까지 수 없는 도전에도 지켜졌던 시카고언들의 기본이었기 때문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미시간 베어스 시카고 베어스 베어스 구단 최근 베어스

2024-03-13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스파이어의 거대한 구멍

시카고 다운타운 네이비피어 인근 지역에는 오랫동안 땅에 큰 구멍이 파여 있었다. 시카고 강이 미시간호수와 만나는 곳에서 가까운 이 곳은 스트리터빌이라는 네이버후드에 속한다. 다운타운에서도 개발이 되지 않은 채로 남은 몇 안 되는 곳이었다. 공사를 위해 땅을 굴착한 뒤에 75피트 깊이의 홀이 그대로 남은 것인데 원래는 스파이어라고 불리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장소였다. 높이만 2000피트에 달하는 초고층 건물로 외형적으로도 매우 특이한 모습을 갖췄다. 게다가 이 건물의 디자이너는 스페인 태생의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였다. 위스콘신주 밀워키 미술관과 뉴욕 맨해튼의 월드 트레이드센터 기차역 설계로 유명한 바로 그 건축가다. 그는 주로 하얀색 구조물을 선호하며 마치 새가 하늘로 도약하며 날개를 펼친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을 다수 창작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시카고 스파이어의 경우 트위스트 모양으로 지상에서 건물 상층부로 이어지는 디자인으로 찬사를 받았다. 게다가 레익 프론트라는 지리적인 이점까지 추가되면서 이 건물이 들어서면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이 더욱 빛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왔다.     그러다가 부동산 위기가 발생하고 전국적으로 불었던 부동산 개발이 모두 쓰러지면서 이 프로젝트 역시 무산됐다. 개발 계획은 추진했던 억만장자는 투자를 위해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 파둔 땅은 그대로 뒀다. 마치 개발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듯이 그렇게 오랫동안 방치됐다. 그간 이 장소는 시카고언들에게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남았고 도시 개발의 실패작으로 여겨졌다.     지난주 이 대형 구멍에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진행됐다. 새로운 부동산 개발 계획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은 400 레익 쇼어 드라이브로 명명됐다. 일단 개발 계획을 보면 두 동의 타워가 들어설 예정이다. 일단 북쪽의 타워가 먼저 들어서고 남쪽 타워는 1차 북쪽 타워 완공 후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보아가면서 진행한다는 것이 개발사인 릴레이티드 미드웨스트(Related Midwest)의 계획이다. 그러니까 타워 한 동만 우선 건설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타워를 디자인한 곳은 시카고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건축디자인사 SOM이다. 시카고의 시어스타워와 트럼프타워, 존행콕 센터 등을 설계한 곳이다.     SOM에 따르면 400 레익 쇼어 드라이브는 호숫가에 들어서는 건축물인 점을 감안해 두 타워가 살짝 마주보는 각도로 들어선다. 또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호수를 보는 면은 넓지 않게 건물 상층부로 갈수록 좁아지면서 두 건물 사이는 75피트 떨어져 있다. 북쪽 타워는 72층, 남쪽 타워는 60층 높이로 들어선다. 이전의 스파이어와 비교하면 스케일이 많이 줄어든 셈이라고 할 수 있지만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려고 한 노력은 여러 곳에서 보인다.     사실 이 부지는 호숫가 다운타운 레익 쇼어 드라이브 서쪽에 접하고 있어서 전망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다. 바로 옆에는 시카고에서 유일하게 레익 쇼어 드라이브 동쪽에 위치한 고층 건물이 있지만 이는 법의 허점을 파고든 개발업체의 농간으로 가능한 일이었으니 예외로 봐야 한다.     어쨌든 멋진 미시간 호변이 그대로 내려다 보이고 반대쪽으로는 다운타운 스카이라인을 가까이서 볼 수 있으니 전망이야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곳이다. 아울러 400 레익 쇼어 드라이브가 완공되는 시기에는 인근에 듀세이블 공원도 들어설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이 지역 스트리터빌의 모습이 크게 바뀌게 되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휴식 공간도 마련될 수 있다.     시카고에서도 땅값이 가장 비싸고 고급 주거지역으로도 유명한 스트리터빌은 많은 역사와 깊은 문화 유산을 지니고 있다. 단순히 화려한 건물과 쇼핑 지구로 기능할 뿐만 아니라 1770년대 아이티 태생으로 시카고에 처음 정착한 인물로 알려진 장 밥티스트 포인트 듀 세이블이 상점을 차리고 시카고의 시작을 알린 곳이기도 하다. 조지 스트리터라는 선장이 자신의 배를 이 곳에 정박시킨 뒤 자신의 영역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정부와 오랫동안 갈등을 보인 뒤 현재의 스트리터빌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됐다.     릴레이티드 미드웨스트는 최근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새 홈구장을 다운타운 남부 지역에 건설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발 계획을 성사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시카고 베어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두 구단의 구장 건설에 협력하는 방안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카고에 새롭게 개발 계획이 추진되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가뜩이나 도심에서의 사무실 공실률이 높아지고 주요 기업들의 본사가 타 지역으로 이전하는 시기에 말이다. 풍부한 역사를 가진 스트리터빌에 오랫동안 방치됐던 고층 건물 계획이 실현되고 다운타운에 새로운 구장이 세워지며 활기를 불러올 수 있다면 긍정적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지역 개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창출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 구태 정치인들이 아직까지 시카고 권력을 잡고 있었다면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도 좌지우지 하지 않았을까라는 쓸모 없는 걱정도 해본다. 오랫동안 흉물로 남았던 스파이어 홀을 생각하며 그 안이 무엇으로 메워질 수 있을지도 상상해본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스파이어 구멍 시카고 스파이어 시카고 다운타운 개발 계획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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