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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웨이페어 오프라인 매장

시카고서 94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 밀워키 방향으로 가다 보면 레이크길 북쪽으로 쇼핑센터가 하나 보인다. 고속도로 출입구를 따라 서쪽 방향의 레이크길로 빠지려고 하면 차량 왼편으로 벽돌로 된 쇼핑센터가 보인다. 이 쇼핑센터는 예전에는 칼슨 피어리 스캇 백화점이 입점해 있었다. 이 백화점은 특히 의류 제품이 다른 백화점에 비해 경쟁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속도로 출입구가 바로 옆이고 레이크길에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매우 좋은 곳이었다. 인근에 위치한 올드 오차드 쇼핑몰과 같이 규모가 크고 다양한 소매업체가 입주해 있지는 않았지만 인근 윌멧, 스코키, 노스필드 주민들에게는 유용하게 이용되곤 했다.     하지만 세월이 변하고 칼슨 피어리 스캇 백화점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 매장뿐만 아니라 시카고 서버브에서 이젠 칼슨 피어리 스캇 백화점은 보이질 않는다.     이에 따라 레이크길의 이 백화점 부지는 오랫동안 빈 채로 남아 있었다. 94번 고속도로와 레이크길이 만나는 곳은 한인이 근무하는 은행 지점이 있었고 시카고 딥 디쉬 피자 체인점, 스시 레스토랑이 있어서 한인들의 방문도 잦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쇼핑센터가 빈 채로 오랫동안 남아 있으면서 당시의 활기를 찾을 수는 없었다. 다른 몇 개의 소매업체가 입주해 있기는 했지만 앵커 테넌트가 빠진 쇼핑센터는 역시 김이 빠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다 작년부터 이 곳에 변화가 감지됐다. 비어 있던 백화점 자리에 건물 개보수 공사가 진행된 것이다. 건물 외벽에 걸려 있는 임시 현수막은 웨이페어 가구점이 입주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웨이페어 가구점은 온라인으로 물건을 파는 업체다. 구입자들이 직접 매장을 찾아 물건을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구입하는 방식이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젊은 소비자들이 주로 이 업체를 찾았다. 젊은층들이 많이 찾는 또 다른 가구 판매업체 아이키아는 서버브 한적한 곳에 대형 매장을 만들고 소비자를 기다리는 반면에 웨이페어는 온라인으로만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웨이페어를 통해 사무용 책상과 아동용 침대 등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 사무용 책상의 경우 다른 어느 온라인 업체에 비해 선택의 폭이 넓었던 것이 이 업체에서 구입하게 된 이유였다. 같은 제품을 5개 이상 구입했어야 했는데 다른 온라인 업체의 경우 같은 제품을 많이 구비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아동용 침대의 경우 원하던 제품이 큰 폭의 할인 행사를 하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구입하게 됐다.   첫번째 제품을 구입한 뒤 질이나 가격 면에서 만족했다. 제품은 모두 구입자가 조립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예전에는 오프라인 가구 매장을 찾아 물건을 고르면 집으로 배달이 오고 침대와 소파 등은 모두 업체 직원들이 조립까지 해주곤 했는데 요즘은 거의 대부분이 직접 조립을 해야 한다. 집에 있던 전기드릴과 제품과 함께 동봉된 육각렌치 등을 이용해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조립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배송된 제품의 무게는 상당했다. 배송으로는 집 문 앞에까지만 가져다 줬다. 선택 사항에 방 안까지 놓아주는 것도 있었다. 침대가 2층으로 올라가야 했기에 이 옵션을 선택할까 잠시 고민도 했다. 물론 이 경우에는 제품 가격에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또 조립에 자신이 없는 경우는 전문가가 추가 비용을 받고 조립까지 해주기도 한다. 조립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 지, 난이도는 어떤지도 알려주는 설명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조립 과정에서 불거졌다. 침대 프레임을 좌우로 고정하는 주요 부품 한 개에 큰 금이 가 있어서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웨이페어에 연락해 새 부품을 요청했고 수 주가 지난 후에야 배송이 왔다. 놀랐던 점은 부품 하나만 온 것이 아니라 전체 제품 한 세트가 새로 온 것이었다. 업체와 주고 받은 이메일에는 부품 배송이 지연된 것을 사과한다며 새 제품 전체를 보낸다고 나와 있었다. 결국 제품 하나 가격으로 두 개를 받고 부품 하나는 수리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후로도 웨이페어는 종종 특별 할인행사를 한다며 가정에 필요한 가구와 용품 리스트를 이메일로 보내오고 있다. 요즘같이 날씨가 따뜻해지는 시기에는 가든이나 패티오 제품이 대부분이다. 이런 이메일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계절의 변화도 실감하게 된다.     레이크길에 들어서는 웨이페어는 전국에서도 첫번째 오프라인 매장이 된다고 한다. 지금까지 온라인으로만 제품을 구입했던 소비자들에겐 직접 눈으로 보고 구입할 수 있게 되기에 더 편리한 쇼핑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가구 매장만 입점하는 것이 아니라 매장 안에 식당도 들어선다고 알려졌다. 아울러 대형 오프라인 매장이 들어서면서 쇼핑센터 인근도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웨이페어측은 윌멧에 들어설 매장에는 약 200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매장의 크기는 보통 가구점에 비해서는 꽤 넓은 15만 평방피트다. 오픈 예정일은 오는 5월. 온라인 가구 판매업소의 첫 오프라인 매장이 시카고 서버브의 유명 백화점 자리에 들어선다고 하니 그 성공 여부에 관심이 간다. 2018년 문을 닫은 백화점 자리에 들어오는 만큼 지역 경제 회복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더불어 현재 재개발이 진행중인 올드오차드 쇼핑센터와 개발 계획이 발표된 골프밀 쇼핑센터, 노스브룩 코트 등과 같은 지역 상권이 어떤 모습으로 바뀔 지에도 관심이 간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웨이페어 오프라인 웨이페어 가구점 오프라인 가구 가구 판매업체

2024-03-27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예비선거 투표율

19일 일리노이에서 실시된 예비선거(프라이머리) 투표율은 매우 저조하게 나왔다. 시카고의 경우 투표율은 비공식적으로 20.2%로 집계됐는데 이를 두고 시카고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매우 충격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낮은 투표율을 발표했다.   시카고에서는 대통령 선거나 중간선거가 아닌 지방선거의 예비선거 투표율이 20%에 미치지 못한 적도 있었다.     사실 이번 예비선거를 앞두고 낮은 투표율을 예상한 전문가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실시되는 예비선거기 때문에 각 당의 대통령 후보들에 대한 관심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에서는 이미 조 바이든 대통령, 공화당에서는 지난 선거에서 패배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확정된 마당에 투표장에서 이들 후보에 대한 지지를 다시 확인하는 수단으로 밖에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표율이 낮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김 빠지는 예비선거를 방지하기 위해선 일리노이 예비선거 일시를 2월로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예비선거에서 주목을 받았던 개표 결과는 시카고 주민들이 결정할 부동산 거래세 인상안이었다. 일명 ‘Bring Home Chicago’라고 불리는 이 주민투표는 유권자들에게 부동산 거래시 부과되는 세금을 누진세로 바꿔 여기서 마련되는 연간 1억달러 가량의 예산을 노숙자 대책에 사용하겠다는 것에 대한 찬반을 묻는 것이다. 즉 현재는 거래 금액에 상관없이 0.75%로 일률적이었던 부동산 거래세를 100만달러 이상의 부동산에 대해서는 최대 3%까지, 4배 올리자는 것이다.     하지만 개표 결과 시카고 민심은 브랜든 존슨 시장의 세금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80% 가량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반대 여론이 약 6%P 높은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카고 주민들의 세금 인상에 대한 반발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설령 100만달러 이상의 고액 부동산에 한해서만 세금을 더 거두고 이를 통해 시급한 노숙자 대책에 사용한다 하더라도 세금 인상이라는 수단이 더 이상 먹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주정부 역시 주 소득세를 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주민들의 세금에 대한 부담은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선 일종의 세금 인상을 시카고 주민들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예비선거 투표율이 낮았던 또 한가지 이유로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부정부패 재판도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부터 시카고 지역 유권자들은 에드워드 버크, 마이클 매디간 등 한 시대를 장악했던 유력 정치인들이 재판을 받는 광경을 목격했다.     버크 시의원의 경우 부인이 일리노이 대법원장을 지내기도 한 유력 정치인이면서 자신이 공동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어떻게 남용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는 갈취와 뇌물 수수 등 14개의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됐고 작년 재판 결과 13개 항목에서 유죄를 인정받았다. 한때 시카고 정치를 좌지우지했던 노회한 정치인은 형량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에는 올 가을 시작될 매디간 전 일리노이 하원 의장 재판 관련 소식도 알려졌다. 그의 기소에 혁혁한 공을 세운 대니 솔리스 전 시카고 시의원이 증인으로 출두할 것이라는 뉴스와 함께 매디간-솔리스 라인이 어떻게 시의회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뽑아냈는지가 알려졌다.    이외에도 매디간 전 의장의 최측근 실세였던 팀 메이프스 비서실장이 위증 혐의로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형에 처해진 일도 있었다.     그동안 일리노이 정치가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불법적으로 운영됐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런 증거들이 대거 공개되면서 유권자들로 하여금 정치에 피로감을 갖게 하고 더 나아가 투표에도 소극적으로 나서게 되면서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여러 가지 사실들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투표율 20%는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11월 본선거 투표율은 이보다 높아지겠지만 예비선거에서 확정될 각 당의 본선거 진출자와 주민투표 등을 통해 주민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주요 의제들이 확정된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투표율이 낮을수록 단 몇 표의 차이로 당락이 바뀌거나 세금 인상 여부도 갈릴 수가 있다. 일례로 지난 2022년 홈타운 시의 주민투표는 찬성 381표, 반대 379표로 단 두 표 차이로 통과된 바 있다. 유니버시티 파크의 주민투표의 경우에는 찬성과 반대표가 나란히 815표가 나와 부결되기도 했다.     이번 주민투표에서는 쿡카운티 검찰을 이끌 검사장 후보를 결정하는 투표도 있었다. 검사장의 경우 자해극을 벌였던 배우 제시 스몰렛 사례에서 보듯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쿡카운티 범죄 수사와 예방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리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절실하다. 개표 결과 두 후보간 표차가 크지 않아 누구도 당락을 예측하기 힘든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투표를 하지 않은 유권자들이 이 선거의 캐스팅 보트를 쥘 수도 있었던 셈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예비선거 투표율 예비선거 투표율 일리노이 예비선거 이번 예비선거

2024-03-20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미시간 호변의 베어스 홈구장

프로풋볼(NFL) 시카고 베어스는 리그에서 가장 관중 수용인원이 적은 수준인 구장을 홈 필드로 사용하고 있다. 프로풋볼팀은 일년에 17경기를 치르는데 그 중 절반인 9개 경기만 홈에서 치른다. 나머지 8개 경기는 원정경기다. 즉 구단은 일년에 9경기를 통해 거둔 입장 수입으로 일년 예산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수익사업으로도 재정을 확보할 수는 있겠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홈구장 입장수입이다.     주전 선수 한 명에만 연간 수천만달러를 써야 하는 막대한 선수 연봉과 구단 운영비용을 감안하면 구장이 커서 더 많은 관중을 입장시켜야 구단 운영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시카고 베어스의 경우 구단 운영에 제약이 크다. 현재 홈구장인 솔저필드의 경우 시카고 공원국 소유로 비시즌에 콘서트 등을 유치해 입장 수입을 거둔다 하더라도 이 수익이 구단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대학농구나 프로하키(NHL) 특별 이벤트 등을 유치해도 마찬가지다. 구단 입장에서는 다양한 특별 이벤트를 유치해 수익을 올리고 싶을 만하다.     요즘 유행처럼 구장 내 백화점이나 소매점 등을 구비하고 종합 엔터테인먼트 시설로 운영하는 것도 베어스 구단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구장 내 식음료 판매 수입 역시 구단 수익으로 돌릴 수 있다면 수익성이 더욱 좋아질 수 있다. 아울러 솔저필드는 실외 경기장이어서 풋볼이 열리는 겨울철 시카고 날씨를 감안할 때 수퍼보울과 같은 초대형 이벤트를 유치하는데 기본적인 제약을 지니고 있다. 베어스 구단이 어디에 짓는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신축 구장을 지을 경우 돔 구장으로 간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베어스 구단은 현재 솔저필드와의 사용 기한이 끝나면 다른 구장을 신축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알링턴하이츠 경마장 부지를 사들여 이 곳에 신축 구장을 짓는 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베어스 구단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알링턴하이츠 시청과의 재산세 조율이 원만하지 않았고 이미 부과된 재산세 역시 예상을 초과하고 만 것이다. 새롭게 시카고 시장으로 당선된 브랜든 존슨 행정부도 베어스 구단이 시카고에 남아주길 간절히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베어스 구단은 현재 솔저필드 남쪽에 위치한 주차장 자리에 신축 구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전체 공사 금액 등은 밝히지 않으면서 구단이 2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만 공개했다. 호변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감안해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오픈 스페이스도 현재에 비해 20% 증가할 것이라는 청사진도 내놨다. 솔저필드는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컬럼 등은 남기고 일부만 보존하는 안이 유력하다.     문제는 호변에 위치한 신축 구장의 위치다. 시카고 시내 호변은 시카고 플랜 이후 모든 시민들에게 접근이 허용되고 오픈되어야 한다는 것이 시카고의 공식, 비공식적인 규칙이다. 물론 베어스 구단이 사적으로 이 구장을 소유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민간이 운영하게 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미 베어스 신축 구장 부지는 영화 감독 조지 루카스가 박물관을 신축하고자 했다가 이런 원칙에 막혀 포기한 곳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베어스 구단의 계획이 원래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 여부는 현재로선 확실치가 않다. 호변 보호에 적극적인 대표적인 비영리단체 Friends of Parks은 당장 인근의 구 마이클 리스 병원 부지를 베어스 신축 구장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시카고의 호변은 모든 주민들에게 개방되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베어스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메이저리그축구 시카고 화이어 등도 홈 구장 건축이나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베어스 구단과 마찬가지로 주민 세금으로 거둔 공적 자금을 투자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은 입장이다. 하지만 주지사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사기업인 프로 스포츠 구단에 주재정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전국 최고 수준의 재산세와 판매세 부담을 지니고 있는 주민들 입장에서도 프로 구단에 공적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반감도 상당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베어스 구단의 호변 구장 신축에 대해서는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다. 시카고가 전세계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호변을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1909년 마련돼 시카고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한 The Plan of Chicago와 같이 호변을 보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갖고 싶은 호변 고층 건물 대신 공원으로 조성된 호변가는 주민들에게는 휴식공간이 되었고 난개발로부터 시카고를 보호하는 버팀목이 되었다. 이런 원칙이 있었기 때문에 루카스 박물관과 같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프로젝트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지켜냈던 원칙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셈이다.   아직까지 최종 결정이 나온 것은 아니고 앞으로 오랜 기간 동안 협상과 설득, 홍보를 통해 베어스 구단의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예정이다. 신축 구장이 호변에 들어서면 주민들은 날씨와 상관없이 풋볼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되고 현재보다 더 멋진 공연장에서 K-pop 스타들이 팬들과 만날 수 있는 상상도 가능하다. 이미 BTS가 솔저필드에서 공연을 가진 바 있다. 그에 앞서 시카고가 앞으로도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시카고의 호변을 지키는 원칙은 지금까지 수 없는 도전에도 지켜졌던 시카고언들의 기본이었기 때문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미시간 베어스 시카고 베어스 베어스 구단 최근 베어스

2024-03-13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스파이어의 거대한 구멍

시카고 다운타운 네이비피어 인근 지역에는 오랫동안 땅에 큰 구멍이 파여 있었다. 시카고 강이 미시간호수와 만나는 곳에서 가까운 이 곳은 스트리터빌이라는 네이버후드에 속한다. 다운타운에서도 개발이 되지 않은 채로 남은 몇 안 되는 곳이었다. 공사를 위해 땅을 굴착한 뒤에 75피트 깊이의 홀이 그대로 남은 것인데 원래는 스파이어라고 불리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장소였다. 높이만 2000피트에 달하는 초고층 건물로 외형적으로도 매우 특이한 모습을 갖췄다. 게다가 이 건물의 디자이너는 스페인 태생의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였다. 위스콘신주 밀워키 미술관과 뉴욕 맨해튼의 월드 트레이드센터 기차역 설계로 유명한 바로 그 건축가다. 그는 주로 하얀색 구조물을 선호하며 마치 새가 하늘로 도약하며 날개를 펼친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을 다수 창작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시카고 스파이어의 경우 트위스트 모양으로 지상에서 건물 상층부로 이어지는 디자인으로 찬사를 받았다. 게다가 레익 프론트라는 지리적인 이점까지 추가되면서 이 건물이 들어서면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이 더욱 빛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왔다.     그러다가 부동산 위기가 발생하고 전국적으로 불었던 부동산 개발이 모두 쓰러지면서 이 프로젝트 역시 무산됐다. 개발 계획은 추진했던 억만장자는 투자를 위해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 파둔 땅은 그대로 뒀다. 마치 개발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듯이 그렇게 오랫동안 방치됐다. 그간 이 장소는 시카고언들에게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남았고 도시 개발의 실패작으로 여겨졌다.     지난주 이 대형 구멍에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진행됐다. 새로운 부동산 개발 계획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은 400 레익 쇼어 드라이브로 명명됐다. 일단 개발 계획을 보면 두 동의 타워가 들어설 예정이다. 일단 북쪽의 타워가 먼저 들어서고 남쪽 타워는 1차 북쪽 타워 완공 후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보아가면서 진행한다는 것이 개발사인 릴레이티드 미드웨스트(Related Midwest)의 계획이다. 그러니까 타워 한 동만 우선 건설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타워를 디자인한 곳은 시카고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건축디자인사 SOM이다. 시카고의 시어스타워와 트럼프타워, 존행콕 센터 등을 설계한 곳이다.     SOM에 따르면 400 레익 쇼어 드라이브는 호숫가에 들어서는 건축물인 점을 감안해 두 타워가 살짝 마주보는 각도로 들어선다. 또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호수를 보는 면은 넓지 않게 건물 상층부로 갈수록 좁아지면서 두 건물 사이는 75피트 떨어져 있다. 북쪽 타워는 72층, 남쪽 타워는 60층 높이로 들어선다. 이전의 스파이어와 비교하면 스케일이 많이 줄어든 셈이라고 할 수 있지만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려고 한 노력은 여러 곳에서 보인다.     사실 이 부지는 호숫가 다운타운 레익 쇼어 드라이브 서쪽에 접하고 있어서 전망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다. 바로 옆에는 시카고에서 유일하게 레익 쇼어 드라이브 동쪽에 위치한 고층 건물이 있지만 이는 법의 허점을 파고든 개발업체의 농간으로 가능한 일이었으니 예외로 봐야 한다.     어쨌든 멋진 미시간 호변이 그대로 내려다 보이고 반대쪽으로는 다운타운 스카이라인을 가까이서 볼 수 있으니 전망이야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곳이다. 아울러 400 레익 쇼어 드라이브가 완공되는 시기에는 인근에 듀세이블 공원도 들어설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이 지역 스트리터빌의 모습이 크게 바뀌게 되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휴식 공간도 마련될 수 있다.     시카고에서도 땅값이 가장 비싸고 고급 주거지역으로도 유명한 스트리터빌은 많은 역사와 깊은 문화 유산을 지니고 있다. 단순히 화려한 건물과 쇼핑 지구로 기능할 뿐만 아니라 1770년대 아이티 태생으로 시카고에 처음 정착한 인물로 알려진 장 밥티스트 포인트 듀 세이블이 상점을 차리고 시카고의 시작을 알린 곳이기도 하다. 조지 스트리터라는 선장이 자신의 배를 이 곳에 정박시킨 뒤 자신의 영역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정부와 오랫동안 갈등을 보인 뒤 현재의 스트리터빌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됐다.     릴레이티드 미드웨스트는 최근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새 홈구장을 다운타운 남부 지역에 건설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발 계획을 성사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시카고 베어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두 구단의 구장 건설에 협력하는 방안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카고에 새롭게 개발 계획이 추진되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가뜩이나 도심에서의 사무실 공실률이 높아지고 주요 기업들의 본사가 타 지역으로 이전하는 시기에 말이다. 풍부한 역사를 가진 스트리터빌에 오랫동안 방치됐던 고층 건물 계획이 실현되고 다운타운에 새로운 구장이 세워지며 활기를 불러올 수 있다면 긍정적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지역 개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창출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 구태 정치인들이 아직까지 시카고 권력을 잡고 있었다면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도 좌지우지 하지 않았을까라는 쓸모 없는 걱정도 해본다. 오랫동안 흉물로 남았던 스파이어 홀을 생각하며 그 안이 무엇으로 메워질 수 있을지도 상상해본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스파이어 구멍 시카고 스파이어 시카고 다운타운 개발 계획

2024-03-06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내년도 일리노이 주정부 예산

바야흐로 예산안의 시기가 돌아왔다. 매년 7월부터 시작되는 정부 회계연도에 맞춰 연초에는 예산안이 공개되는데 올해도 지난주 주지사의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앞으로 두세달 간 정도는 다양한 예산안 관련 이슈가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주지사의 예산안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주지사가 내년 예산안을 마련하면서 이런 분야에 많이 투자하고 재원 마련은 이렇게 하겠다고 아웃라인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다. 앞으로 주의회에서 토론과 협의 과정을 거친 뒤 승인되고 주지사가 이에 서명을 해야 최종 확정되는 것이다. 이후 세금 인상이나 인하 등의 조치가 뒤따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의회를 장악한 민주당과 민주당 출신의 주지사가 재임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주지사가 소개한 예산안의 큰 골격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참고로 이번 예산안은 재선에 성공한 JB 프리츠커 주지사의 여섯 번째 예산안이었다. 이미 다섯 차례나 예산안을 통과시킨 경력이 밑바탕이 됐다고 봐야 타당할 것이다. 또 현재 민주당 지도부의 경우 이전 마이클 매디간 의장과는 달리 막후에서 좌지우지 하기 보다는 주지사와의 협력에 적극적이라는 점은 차이점으로 거론된다.     올해 주지사가 제안한 예산안은 총 527억달러 규모다. 올해 집행되고 있는 예산과 비교하면 약 4.6%인 23억달러가 늘어난 수치다.     우선 전체 예산은 증액됐다. 주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데 예산은 늘어나는 것이 맞는지도 일단 따져봐야 한다. 가장 큰 논란을 불러올 부분은 역시 세금 인상이다. 총 8억달러에 달하는 세금 인상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금 인상의 경우 구체적인 세부 조항까지 공개되진 않았지만 기업에서 소득 손실을 신고할 수 있는 상한선을 정해 사실상 세금 인상 효과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매업소에서 판매세를 할인 받을 수 있는 것도 제한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주 소득세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세금 보고시 세금 감면 효과를 볼 수 있는 면세액을 낮춰 개인이 납부해야 하는 소득세가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세금을 징수하거나 기존 세금을 올리는 것보다는 면세 혜택을 낮추거나 기존에 적용됐던 감세 조항을 삭제하는 방식 등으로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것이 주지사의 의도로 읽힌다. 주민들의 반발을 최소한으로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반면 식품에 부과되는 판매세 1%를 없애는 안이 포함됐다. 식품에 부과되는 판매세는 팬데믹 기간 중에 일시 면제된 바 있다.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고통 받는 주민들을 위해서라는 설명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주지사가 재선을 앞둔 상황이라는 지적이 우세했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에는 이를 영구히 없애기로 한 것이다. 이로 인한 주정부의 타격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식품 판매세의 경우 주정부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판매처가 속한 지방 자치단체로 가기 때문이다.     아울러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유아 세금 공제도 신설해 세금 환급액을 늘리고자 한 노력이 보인다. 일정 소득 미만을 버는 주민들에게만 해당될 것으로 알려졌다.     세수가 늘어나는 부분은 스포츠 도박이다. 최근 카지노 등지에서 널리 행해지고 있는 스포츠 배팅을 통해 주정부는 막대한 수입을 거두고 있다. 내년에는 이로 인한 세수가 약 2억달러에 달할 것을 추정된다. 현행 세율이 15%지만 이를 35%선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예산안이 나올 때마다 관심을 끄는 공무원 연금 부담액도 늘려야 한다. 그나마 최근 몇년 사이에는 주정부의 신용 등급이 올라가고 있는데 그 이유중의 하나가 연금에 투자하는 금액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주지사는 세금이 크게 들어가야 하는 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인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홈 구장을 현재의 35가에서 다운타운 남쪽 지역으로 옮기고자 하는 계획에 막대한 세금을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 단적인 예다.     화이트삭스 구단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와의 리스 계약 종료가 임박하자 구단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후보지로 루즈벨트길과 시카고 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공터로 선정하고 정부 대상 로비를 펼치고 있다. 타 주로의 이전도 추진할 수 있다는 협박성 메시지도 나온 바 있다.     구단주는 최근 주의사당을 찾아 의원들을 상대로 홈구장 이전 설명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주지사가 선뜻 화이트삭스 구단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비슷한 경우가 이미 있었다. 프로풋볼 시카고 베어스 구단이 솔저필드에서 알링턴하이츠의 경마장 부지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안에 대해서도 막대한 세금 지원은 힘들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주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불법입국 이민자에 대한 지원과 서류미비 주민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 개선 등에 막대한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주민들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에 특정 사업에 대한 지원을 공개적으로 밝히기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이미 높은 수준의 세금 부담을 지고 있는 주민들에게 추가로 세금을 더 요구하는 것은 마땅히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금 인상 보다는 감세 조항은 없애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서민들이 느끼는 부담은 똑같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일리노이 내년도 내년 예산안 세금 인상안 전체 예산

2024-02-28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디스커버 크레딧카드

지금은 일상화됐지만 당시만해도 파격적인 일이었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캐시백(cash back)을 해준다는 것은 획기적이었다. 1980년대에는 신용카드 연회비가 일상적이었다. 지금이야 일부 고급 신용카드에나 연회비가 붙고 일반 신용카드에는 연회비가 없지만 당시에는 거의 대부분의 신용카드회사가 가입자들로부터 회비를 받고 있었다. 그러다가 디스커버 신용카드가 나왔는데 이 카드는 연회비가 없었고 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1%에서 5%까지의 캐시를 돌려주는 정책을 썼다.     지금도 일부 신용카드 회사들이 특정 카테고리, 예를 들면 주유소나 식당에서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면 일정 부분을 포인트나 캐시로 돌려주곤 하는데 이런 프로모션이 무려 40년 전에 디스커버 신용카드가 처음으로 시도했던 정책이었다. 업계에서는 앞서가는 전략을 구사했고 이는 성공적이었다.     디스커버는 시어스 백화점에서 시작된 신용카드다. 당시 시어스 백화점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위상이었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소매 체인점이었기 때문이었다. 본사도 시카고 다운타운에 위치한 시어스 타워에 위치하고 있을 당시였다. 그러니까 디스커버 신용카드는 시어스 백화점이 만든 보험회사인 올스테이트, 시어스 백화점이 판매했던 가전제품인 켄모어나 공구인 크래프트맨과 같이 백화점에서 직접 출시한 신상이었던 셈이다.     지금은 비자나 마스터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과 같은 대형 신용카드 회사에 비해 몸집에서 크게 밀린다. 다만 시카고 서버브 리버우드의 레이크 쿡 길가에서 보이는 디스커버 본사의 로고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이 본사에만 5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끼치는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고 봐야 할 것이다.     디스커버사가 최근 캐피탈 원 신용카드사와 합병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캐피털 원사가 디스커버사의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합병이 이뤄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350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캐피털 원은 디스커버의 지출을 ¼ 가량 줄여 13억달러를 절약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기업들은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규모의 경제를 원하기에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리버우드의 디스커버 본사 직원들에게 올 영향에 관심이 쏠렸다. 아무래도 다른 회사와의 합병이 이뤄질 때에는 인력 감축이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합병하는 회사간 업무가 겹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사실 디스커버사는 시카고 마켓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높았다. 최근 열렸던 캔사스시치 칩스와 샌프란시스코 49ers 간의 58회 수퍼보울 광고에서 나온 디스커버사 광고가 매우 이색적이었다. 한 소비자가 디스커버사에 전화를 걸어 상담원이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장면이었다. 이는 디스커버사가 자동응답이 아닌 사람을 고용해서 상담 서비스를 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알리는 것이었다.     실제로 디스커버사는 상담 서비스를 위해 직원들을 고용했다. 그것도 시카고 지역에 상담 센터를 열어 큰 이슈가 됐다. 요즘에는 굴지의 대기업들도 국내 보다는 해외에 콜센터를 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금이 저렴하고 영어가 능숙한 인도 등지에 콜센터를 두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일 것이다.     디스커버사는 500여명의 직원을 둔 시카고 남부 콜센터를 열었다. 2021년의 일이다. 장소는 87가와 코티지 그로브가 만나는 곳으로 이 곳은 타겟이 물류 창고로 사용했던 장소다. 타겟이 떠난 곳에 디스커버사의 콜센터가 들어섰는데 여기 근무하는 직원의 약 90%가 흑인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의 절대 다수는 반경 5마일 반경에 거주하는 로컬 시카고 주민들이다.     이런 방식이 디스커버사의 장점이었다. 다른 신용카드사는 절대 하지 않는 고객 상담 서비스의 국내화, 로컬화가 디스커버사의 셀링 포인트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전략은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마켓의 절대 다수는 아니지만 디스커버를 선호하는 열성 고객층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카고 지역에서는 다른 신용카드도 보유하고 있지만 디스커버도 하나씩 갖고 있는 주민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디스커버사는 시작할 때부터 다른 신용카드사에 비해 한도가 높았고 소매업소에 부과되는 수수료도 낮아 선호하는 충성 고객층이 많았다.     이런 디스커버사가 캐피탈 원에 흡수 통합된다는 소식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아직 연방 정부의 규제당국이 합병을 승인할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시카고 재계에서는 잇따른 본사의 타 지역 이전으로 손실이 컸기 때문이다. 최근에만도 시타델이 그랬고 캐터필라와 보잉이 시카고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본사를 이전했거나 이전을 계획 중에 있다.     더군다나 디스커버사는 로컬 경제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터라 지역 경제계가 받은 충격은 더욱 크다. 물론 이번 디스커버와 캐피탈원 간의 합병에는 디스커버사가 최근 당국의 규제를 따르지 않아 제재를 피할 수 없었고 새로운 최고경영자를 선임한 뒤 채 한달도 되지 않아 이뤄졌다는 등의 이유가 존재하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시카고에 본사를 뒀고 지역 경제에 많은 투자를 했던 디스커버사의 합병은 지역 주민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크레딧카드 디스커버 디스커버사 광고 디스커버 신용카드 사실 디스커버사

2024-02-21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메이프스와 매디간

팀 메이프스라는 인물은 마이클 매디간 전 일리노이 하원 의장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10년 이상 매디간 전 의장의 비서실장으로 일하면서 ‘게이트 키퍼’라는 별명을 얻었다. 매디간 전 의장과 접촉하거나 교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메이프스 비서실장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로 얻은 별명이다. 그와 매디간 전 의장의 관계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단어라고 볼 수 있다.   사건의 발단은 전국적으로 미투 광풍이 불던 지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이프스 비서실장은 매디간 의장 사무실에서 발생한 성추행 의혹으로 인해 사임하기에 이르렀다. 사무실 서기가 메이프스가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폭로한 직후다. 당시 스캔들은 더 큰 후폭풍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메이프스의 사임으로 일단락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이후 메이프스는 UPS 트럭 운전사를 하는 등 생활고를 겪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후 더 커진다. 2021년 메이프스는 증인으로 법정에 출두한다. 매디간 의장이 재계와 결탁해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을 다루는 재판에서다. 이 재판에 출두하면서 메이프스는 증언으로 인해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는 약속을 검찰로부터 받는다. 즉 재판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더라도 메이프스에게 돌아오는 불이익은 없다는 의미다. 이는 검찰이 메이프스의 증언을 통해 매디간 전 의장의 부정부패 사실을 밝히기 위한 선택이었다. 메이프스만큼 매디간 전 의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확실히 아는 인물은 없기 때문이다. 단 조건은 붙었다. 메이프스가 진술한 증언은 사실이어야 했다. 거짓으로 증언한다면 당연히 이에 따르는 위증죄가 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메이프스는 사실만을 말하면 자신에게 돌아오는 형벌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메이프스는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는 불이익보다 보스의 안위를 챙겼다. 법정에서, 대배심원 앞에서 거짓 증언을 한 것이다. 거짓 증언은 도청을 통해 밝혀졌다. 가장 확실한 위증은 마이클 맥클레인과의 대화와 이메일을 통해 드러났다. 맥클레인 역시 매디간 전 의장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이미 컴에드 스캔들과 관련해 유죄를 선고받았던 인물이다.     메이프스는 법정 진술을 통해 매디간으로부터 어떠한 지시도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하지만 메이프스는 맥클레인과 전화와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매디간으로부터 성추행 관련 스캔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논하고 대책을 세운 사실이 공개됐다. 또 루 랭이라는 주의원의 사퇴를 위해서 매디간 의장의 지시를 받고 관련 대책을 마련한 사실 역시 검찰의 증거로 확인됐다. 메이프스는 법정에서 당시 일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증거는 다른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결국 연방 법원은 메이프스가 자신의 보스인 매디간 전 의장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법정에서 위증을 한 것으로 판결했다. 30개월의 징역형은 검찰이 요구한 5년형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형량이지만 자신의 죄가 아닌 보스의 죄를 밝히지 않기 위해 위증을 했고 사법 방해죄까지 인정돼 징역형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법정에서의 위증과 사법 방해죄는 중범이다. 사법 제도가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증인의 진술이 중요한데 법정에서 나오는 증언이 거짓일 경우 사법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법원에서는 위증과 사법 방해죄로 중하게 다루고 있다.     이번 재판으로 인해 메이프스는 징역형에 처해졌고 이미 징역형을 받은 맥클레인과 함께 매디간 전 의장의 최측근은 모두 사법 심판을 받게 됐다. 이외에도 주의회에서 매디간 전 의장을 추종하던 몇몇 의원들은 뇌물 수수와 탈세 등으로 인해 유죄를 인정받은 바 있다.     이제 관심은 매디간 전 의장의 재판에 쏠린다. 사실상 지금까지의 모든 재판과 판결은 매디간 전 의장을 위한 사전 단계에 불과했을 수도 있다. 매디간 전 의장을 향한 수사의 시작이 최측근 인물과 주변 의원들로부터 시작했고 관련 재판에서 수집된 증언과 증거들은 모두 매디간 전 의장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것이 분명하다. 매디간 전 의장은 컴에드로부터 유리한 법안과 규정들을 마련해주는 댓가로 측근들을 채용해주는 등 이권을 받았다는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오는 10월 진행되는 재판에서 매디간 전 의장의 불법 사실이 어느 정도까지 밝혀질지 주목된다.     지난 시절 시카고와 일리노이 정계는 매디간 전 의장과 에드워드 버크 전 시카고 시의원이 좌지우지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매디간 전 의장은 주지사보다 더 막강한 정치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비밀이었다. 버크 전 시의원 역시 시의회에서 재정위원장으로 오랫동안 군림하면서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자신의 법무법인의 이득을 챙긴 혐의로 갈취와 뇌물 수수 등 13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받았고 6월에 예정된 징역 선고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매디간 전 의장 역시 지금까지 확보된 증언과 증거, 최측근들의 판결 등을 고려했을 때 유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메이프스의 징역 30개월 선고는 매디간 전 의장의 재판에도 참고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일리노이 정치가 막후에서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위증과 사법 거짓 증언 최측근 인물

2024-02-14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이온희 전 시카고한인여성회장

이온희 전 시카고 한인여성회장을 알게 된 것은 그녀의 딸인 앨리슨 리를 통해서다. 앨리슨 리는 아시안 기빙 서클이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이 단체는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들을 대상으로 기부 문화를 널리 확산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설립된 비영리단체였다.     이 단체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앨리슨 리를 만나 인터뷰를 했었다. 아마도 15년도 훨씬 전의 일로 기억한다. 당시 인터뷰를 위해 시카고 다운타운 남쪽 미시간길에 있는 앨리슨 리의 집을 찾았었는데 그녀의 갓난아기를 옆에 두고 단체 설립 목적과 향후 활동 계획 등을 물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집이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해 본 높은 천장의 상업용 건물을 개조한 주택이었던 것도 특이했다.     이후 앨리슨 리의 기사는 중앙일보를 통해 전달됐고 이를 접한 이 전 회장을 나중에 만날 수 있었다. 이 전 회장은 당시 여성회 회장직을 역임한 뒤였고 불로초라는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었던 때였다. 자신이 먼저 앨리슨 리의 어머니라고 소개했었다. 또 한번은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던 한인 성악가를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이 전 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성악가를 이 전 회장 집으로 초대했는데 나 역시 자리를 함께 할 수 있도록 이 전 회장이 배려를 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이 전 회장이 유럽 여행을 하는 동안 이 성악가의 무대를 접할 수 있었고 시카고에서도 무대에 선다는 소식을 듣고 자택으로 초대한 것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성악가를 후원하고 개인적인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기도 한 적이 있었다. 이 전 회장의 남편인 이창복 안과 의사 집안 내력이 음악가였다는 점이 이런 일을 잘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 후로로 이 전 회장과는 가끔 안부도 전하고 2021년 시카고를 떠나 큰 딸이 거주하고 있는 매사추세츠의 보스턴 서버브로 이주하기 직전에는 작별 식사를 함께 하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위넷카에서 30년, 레이크 포레스트에서 16년 이상을 거주한 뒤 자녀가 있는 타 주로 이주한다고 했다. 시카고에 많은 인연과 애정을 둔 채 타 주로 떠나며 아쉬움을 남기는 그녀의 모습이 선명하다.     이 전 회장은 시카고한인여성회에서 많은 일을 했다. 여성회 3대 회장과 6대 이사장직을 역임하면서 여성회가 설립 초기 한인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애써왔다. 특히 회장으로 재임할 당시 여성회 합창단을 만들어 활발한 활동도 펼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여성회 합창단은 한인사회에 크고 작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자리를 빛내주는 역할을 하게 됐다. 또 정기 무대도 마련해 회원들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이 전회장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단체 활동이라기 보다는 사람의 본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글을 통해서였다. 그녀는 오래 전부터 시카고 신문에 기고를 했었다. 이 전 회장은 중앙일보에도 고정 칼럼을 통해 다양한 글을 썼다. 앨리슨 리가 어머니를 위해 칼럼 모음집을 내려고 한다고 연락을 해온 적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중앙일보에 실린 이온희 칼럼을 읽을 수 있었다. 신문을 스크랩 해서 모아둔 이온희 칼럼 모음이었던 셈이다. 정성스럽게 신문 스크랩을 해둔 어머니와 이를 모아 영문 칼럼집을 낸다는 딸의 발상이 정겨웠다. 칼럼집은 영문으로 만들어 이 전 회장의 손주들에게도 전달하고자 한다고 했다. 할머니의 글을 통해 어머니와 할머니간의 관계를 배우고 내리 사랑의 표본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값진 일임에 분명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신문 칼럼은 당시 세상을 들썩이던 묵직묵직한 시사적인 주제보다는 한인 어머니로서 딸을 키우며 겪을 수 있던 일화 등을 담고 있었다. ‘궁한 답변’이라는 글은 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막내 딸 앨리스와 이 전 회장간의 일화를 담고 있었는데 보통의 자녀를 둔 부모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애정을 가득 담아 써내려갔다.     30여년 전에 쓴 글이었지만 당시에도 한국 음식이 현지 사회에 소개되며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을 이 전 회장의 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자녀 둘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이 전 회장의 글은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인생 선배가 후배를 앞에 앉혀두고 이런 저런 조언을 조곤조곤 하는 것과 같은 배려와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글이었다. 더군다나 딸이 어머니께 깜짝 선물로 영문판 칼럼집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름대로 도움을 주고자 번역 작업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런 이 전 회장의 부고 소식에 아직도 마음이 가라앉지 못하고 있다.     이 칼럼을 통해 의사 노갑준의 부고 글을 썼던 적이 있었다. 인간 노갑준은 의사로, 한인 단체의 대표로 참 많은 활동을 했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면서 개인적으로도 큰 충격이었다. 그를 위한 글을 쓰면서 한인사회 발전에 기여해 온 수많은 인물들을 떠올리곤 했다. 이온희 전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사람을 통해 그 사회를 설명하고 되돌아 볼 수 있다. 이 전 회장과 의사 노갑준 등을 통해 시카고 한인 이민사도 상당 부분 설명될 수 있다고 본다. 그들이 활동하고 동포 사회에 기여했던 점뿐만 아니라 이민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그 모든 일들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민자로의 삶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 지면을 통해 우리의 발자취를 기록으로 남긴다는 점을 이 전 회장을 통해 되새겨 본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한인여성회장 시카고 한인여성회장 시카고 신문 한인 어머니

2024-02-07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앤드류 서, 앤 존스, 권성남

앤드류 서(한국명 서승모)는 시카고 한인사회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이민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가 병으로 사망하고 세탁소를 운영하던 어머니는 강도에 의해 살해되며 누나와 남겨진 것이 어찌 보면 이민 가정의 슬픈 단면으로 상징되면서 한인들을 안타깝게 만들기도 했다.     게다가 앤드류 서는 누나와 연인 관계였던 백인 남성을 살해한 뒤 체포됐는데 그 뒤에서 앤드류를 조종했던 것이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누나였던 것이 밝혀지며 충격을 주기도 했다.     결국 앤드류 서는 징역 100년형을 선고 받았다. 나중에 80년형으로 감형을 받았지만 10대에 저지른 비극적인 범죄의 끝은 영원히 사회와 격리된 교정 시설에서 마무리 될 것만 같았다.     앤드류 서는 교도소 안에서 모범적인 생활을 했을 뿐만 아니라 호스피스 자원 봉사와 직업 훈련 등을 성실히 받았고 올해부터 발효되기 시작한 일리노이 주의 새로운 법으로 인해 조기 석방 됐다. 그간 한인사회도 앤드류 서의 사면을 요청하는 청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교회와 성당을 중심으로 석방 운동을 벌였고 주지사의 사면 대상에 여러 차례 오르기도 한 것이다.     1993년 사건 이후 앤드류 서의 이야기는 한인사회에 두루 회자되면서 안타까움을 불러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하우스 오브 서’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였다. 시카고 출신의 젊은 한인 여성이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로 앤드류 서의 이야기를 직접 전해 듣지 못한 한인들도 앤드류 서의 삶과 이에 투영된 이민자로 살아가야 했던 젊은 한인 청년의 사연이 널리 퍼질 수 있었다고 본다.     2024년 새해를 맞아 출소한 앤드류 서가 어렵게 찾은 새로운 인생인 만큼 그가 바라던 대학 교육을 무사히 마치고 청소년 관련 일에도 결실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편으로는 그의 석방 소식에 홍인숙(미국명 앤 존스)씨가 생각났다. 앤드류 서와 마찬가지로 한인사회에서 사면 운동을 벌였던 일로 인해 알게 됐던 사람이다.     개인적으로는 사면운동을 벌였던 한인회장과 함께 그가 수감돼 있던 로간 교도소로 찾아가 직접 만난 일도 있었던 터였다. 면회를 하는 와중에 자동판매기에서 나온 후라이드 치킨을 맛보며 수감 생활 이후 처음 먹는 치킨이라고 말하던 홍씨의 모습이 선명하다. 이후로 주고 받은 편지를 통해 1943년생인 이 사람의 사면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바라기도 했다.     홍씨는 남편에 의한 가정 폭력으로 인해 피해를 겪고 있다가 살인이라는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 아직 홍씨에 대한 사면은 이뤄지지 않았고 80세가 넘은 홍씨는 지금도 여전히 교정시설에 머물고 있다.     지난 2002년 크리스마스날 발생한 권성남(미국명 성남 리소우스키)씨 사건 역시 뇌리에 남아 있다. 남편과 자신의 두 자녀들에게 총을 겨눴고 결국 남편을 숨지게 했던 권씨에게도 한인들이 찾아가며 연민을 보이기도 했다.     홍씨와 권씨 모두 타인종 남편과 결혼 생활을 하던 중에 살인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홍씨는 제대로 된 재판을 받지도 못한 채 감형 없는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은 더하다. 홍씨의 아들 역시 어머니의 사면을 바란다는 의견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그에 대한 사면은 이뤄지지 않았다. 권씨는 불안한 정신상태로 인해 재판에 적합하지 않다며 최소 형량을 선고 받기도 했다.     앤드류 서와 홍인숙, 권성남씨 사건을 떠올리면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삶이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앤드류 권성남 앤드류 서가 시카고 한인사회 그간 한인사회

2024-01-31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불법입국 이민자의 노동 허가증

시카고의 불법입국 이민자 문제는 계속 진행형이다. 텍사스는 지금도 멕시코 국경을 넘어온 불법입국 이민자들을 버스나 비행기에 실어 시카고로 보내고 있다. 이들을 수용할 대형 쉘터는 아직도 충분하지 않다. 주 정부는 시카고 시청에 쉘터 건설을 위한 재정 지원을 약속했지만 대형 쉘터 건설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이럴 경우 재정 지원이 힘들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과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간 이견 차이가 불거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대목인 셈이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작점은 불법입국 이민자들에게 노동허가증을 발부하는 것이다. 물론 미국에 들어오고자 하는 불법입국 이민자들의 숫자가 줄어들면 이 같은 문제 역시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지만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이들이 어떻게 정착하고 생활을 해나갈지는 노동허가증 발급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방 정부가 시카고를 비롯한 불법입국 이민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시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우선적인 과제가 바로 노동허가증의 신속한 발급이었다. 발급 과정을 더욱 빠르게 하면서 이들에게 일을 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온전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최신 자료가 공개됐다. 현재까지 시카고에 유입된 불법입국 이민자 중에서 노동허가증 발급에 성공한 사례는 1천건에 달한다는 것이다. 연방 정부는 약 50만명에 달하는 베네주엘라 출신 불법입국 이민자들에게 노동허가증을 신속하게 발급하겠다고 약 4개월 전에 발표한 바 있다. 시카고에서만 4개월간 1천건이면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닐 수 있다. 노동허가증(EAD) 외에도 임시보호지위(TPS)를 발급받으면 약 30일 뒤에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시카고 시청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2200개의 EAD 신청서가 처리됐는데 이 중 916건이 발급됐다. 반면 EAD를 실제로 발급하는 연방 정부는 1800건이 승인됐다고 밝혀 다소간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연방 정부의 자료는 시카고에서 있었던 EAD 발급 클리닉에서 나온 수치다. 다행스러운 것은 EAD 발급에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일반 이민 수속 중 EAD 발급에만 수개월 이상이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불법입국 이민자를 위한 EAD 발급에는 대부분 30일 미만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EAD나 TPS를 발급받을 수 있는 불법입국 이민자들이 얼마나 많은 지다. 일리노이 정부는 해당 이민자들이 약 절반 가량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보다 상세하게 조사한 결과 약 30%의 불법입국 이민자들만이 해당 허가증을 발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현재 시카고 수용 시설에 머물고 있는 이민자들 1만명은 허가증을 발급받을 수 조차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런 경우 난민 신청을 한 후 5개월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노동허가증을 신청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을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인신매매 피해자로 비자를 신청하거나 미국 시민권이 있는 친인척을 통해 이민을 신청할 수도 있다. 연방 정부도 TPS 적용을 보다 확대할 수 있다. 이미 지난 9월에 이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하지만 연방 의회는 이와 같은 조치에 반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전쟁에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불법입국 이민자에 대한 연방 정부의 지원을 제한하기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존슨 시카고 시정은 새로운 불법입국 이민자용 대형 쉘터 건설을 중단키로 했다. 존슨 시장은 이미 쉘터에서 최대한으로 머물수 있는 기한을 60일로 제한한 바 있다. 최근 불어 닥친 혹한으로 인해 이 제한의 적용이 잠시 중단되긴 했지만 어쨌든 쉘터 이용을 단축시킨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이에 시카고에 주정부의 기금 지원을 하고 있는 주지사는 시카고 시청이 쉘터 건설을 구체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면 관련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 주정부가 공동 대응해야 할 이민자 문제가 어긋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상태다.       2022년 8월 이후 시카고에 유입된 불법입국 이민자의 숫자는 3만4000명 이상이다. 2023년 5월 이후 501대 등 모두 608대의 버스가 시카고에 도착했다. 이중 1월 16일 기준 시카고의 28개 쉘터에 머무르고 있는 이민자는 1만5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5000명 이상은 미성년자다. 이제 공항과 경찰서에 먹고 자고 하는 이민자의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3만명 이상의 이민자가 일리노이에 살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이들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정부가 쉘터를 통해 단기간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면서 정착할 수 있도록 법적, 행정적 지원은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노동 허가를 통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면서 사회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불법입국 이민자 불법입국 이민자들 노동허가증 발급 해당 이민자들

2024-01-24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선거철 세금 제도 개편

모처럼 연방의회에서 민주 공화 양당이 초당적 합의에 도달한 내용이 화제다. 즉 팬데믹 시절 큰 인기를 얻었던 아동세금공제를 확대하고 비즈니스 운영시 적용되는 세금 절감 혜택안이 연방 상원 지도부에서 합의에 도달한 것이다.     양당이 합의한 만큼 상원에서는 통과가 유력하지만 하원 역시 자동 통과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원의 경우 세금공제와 같은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해 상대적으로 미온적이기 때문에 실제로 의회에서 통과되기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초당적 합의가 납세자들로부터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 조치로 인해 모두 780억달러의 세금 절감 혜택이 예상되면서 아동 빈곤이 해소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각 가정에 혜택이 돌아가는 아동세금공제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들에게도 세제 혜택을 주는 합의에도 도달했다. 장비나 기기 등을 구입하는데 들어간 비용을 공제해 주는 것으로 만약 합의안대로 최종 통과될 경우 자영업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세금 보고 시즌이 오는 1월29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이 전에 의회에서 관련 조항이 통과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달 내로 관련 조치가 확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동 한 명당 받을 수 있는 세금 공제액은 2000달러다. 이중 1600달러만 환급이 가능하다. 즉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현금으로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이 정도라는 것인데 이를 올해 1800달러, 내년 1900달러, 내후년 2000달러로 점차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전국 1600만명의 저소득층 아동들이 세재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공화당은 세제 혜택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까지는 모든 크기의 사업체가 연구나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5년에 걸쳐 세금 공제를 받는 방식이었는데 이를 즉시 공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또 장비나 기계, 기술에 투자하는 비용 역시 전액을 공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출금 공제 역시 더욱 신축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해 경제 활성화에 영향이 가도록 했다.     일리노이의 경우 대부분의 납세자들이 선택하는 표준공제액이 자동 조정되는 조항이 빠지면서 세금 보고시에 영향을 끼치게 됐다. 가뜩이나 지난해에는 물가 인상이 근래 40년 동안 가장 많이 올랐는데 제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올해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이 조항이 빠졌는데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려지게 됐다. 아직까지도 의회 지도부가 이를 결정했는지 주지사실에서 주도했는지 조차도 확인되지 않을 만큼 조용히 처리가 된 것이다.       세금 제도 개편은 선거철만 되면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주 등장하는 아이템이다. 올해는 11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며 일리노이 예비선거는 3월 예정돼 있는 만큼 주정부 차원뿐만 아니라 연방 정부 차원의 세제 혜택도 나오기 좋은 환경이다.     전국적으로도 가장 높은 재산세와 판매세로 주민들의 부담이 매우 큰 일리노이의 경우에도 재산세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서 면세 조항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미 일리노이주는 주거용으로 거주하는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 소유주 면세를 비롯해 노인, 장애인 등을 위한 8가지의 면세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세계 대전에 참전한 용사들을 위한 면세 등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되기도 했다.     문제는 면세 혜택을 받은 주민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해당 금액이 커질 수록 이를 메우기 위해 다른 주민들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주거용 주택에서 거둬들이는 재산세가 각종 면세 프로그램으로 인해 줄어들면 이 공백을 상업용 건물의 재산세에서 더 거둬들여 부족분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야 재산세로 운영되는 지역 학군과 시청, 경찰, 소방서, 도서관 등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기 때문에 재산세 면세 프로그램을 제로썸 게임이라고 불려진다.     결국 선거철에 주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정치인들이 내놓은 혜택이라는 것이 이를 받지 못하는 주민들의 부담에서 온 것이라는 뜻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구 소득의 일정 부분 이상이 재산세로 나가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거나 재산세의 대부분이 충당되는 교육 재정의 대부분이 각 타운의 재산세에서 충당되는 것이 아니라 주 정부 예산에서 더욱 많이 지원되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연방 의회 차원의 세제 개편 역시 국가 채무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편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연방 정부는 계속 유입되고 있는 불법입국 이민자들을 위한 예산과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전쟁 지원 예산 등으로 지출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선심성 정책은 재정 건전성을 해칠 수 있을 것이다. 자칫 조삼모사식으로 유권자를 홀리려는 정치인들의 선거철 선심도 제대로 살펴봐야 할 때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선거철 세금 세금 공제액 세금 절감 세금 보고시

2024-01-17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 베어스의 시즌 마무리

시카고 베어스의 시즌이 끝났다. 마지막 정규시즌 경기는 영원한 라이벌 그린베이 패커스와의 원정경기였다. 패커스는 이 경기서 승리하면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되는 경기였고 베어스는 결과에 상관없이 플레이오프 진출은 이미 무산된 터라 다소 맥 빠진 경기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베어스-패커스전은 NFL에서 가장 오래된 라이벌전으로 팬들의 큰 관심을 모으는 경기다. 다른 팀에는 져도 패커스에만은 지고 싶지 않은 것이 베어스 팬들의 심정일 것이다. 패커스 팬들 역시 베어스만 이기면 플레이오프 진출이기 때문에 베어스가 초만 치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다.   경기 결과는 베어스의 패배였고 패커스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현역 최고의 쿼터백이라는 애론 로저스가 패커스를 떠나 베어스 팬들은 올해야 말로 패커스를 이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승리 없이 2패를 안고 말았다.     베어스는 올 시즌 나름대로의 성과도 있었다. 무엇보다 수비가 견고해졌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시즌 후반기만 놓고 보면 예전의 강력한 미드웨이 몬스터 수비와는 아직까지 차이가 있지만 무력하게 상대팀에 점수를 허용하는 경우는 쉽게 보이지 않았다. 지난 10월말 트레이드를 통해 워싱턴 커맨더스 소속의 몬테즈 스웨트를 받아들인 후 수비진은 더욱 견고해졌다. 아직까지 세컨더리 수비수들의 약점이 간간히 노출되기는 하지만 수비의 핵심 라인은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베어스 수비를 이끌었던 브라이언 얼라커, 랜스 브릭스, 찰스 틸먼 등으로 짜여진 베어스 수비진은 정말 화려했다. 아직까지 그 정도는 아니지만 단단해지고 있는 베어스 수비 라인을 올해 발견한 것은 큰 수확임에 틀림없다.    공격라인 역시 가능성을 보인 한해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 중에서도 와이드리시버 DJ 무어의 활약이 눈부시다. 패싱 야드와 성공횟수 등에서 모두 커리어 하이를 찍은 해였다. 러닝 공격에 집중된 그간의 베어스 공격에서 무어와 같은 와이드리시버의 활약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와 짝은 이룬 쿼터백 저스틴 필즈의 능력 역시 십분 발휘된 시즌이었다. 필즈는 러닝 공격으로도 진가를 발휘했는데 리그 최정상급의 러싱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러닝백 칼릴 허버트 역시 공격의 활로를 뚫는데 큰 기여를 했다. 작년 데이빗 몽고메리가 디트로이트 라이온스로 떠나면서 러닝백 공백이 우려됐는데 허버트는 빈 자리가 느끼지 않도록 훌륭한 활약을 했다.     하지만 프로 스포츠는 결과로 말한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서 감독과 필즈에 대한 교체 요구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베어스는 전체 1번을 가진 내년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새로운 쿼터백을 뽑아야 한다는 거센 주장에 직면해 있다. 최고 기량을 가진 신인 선수를, 그것도 풋볼에서는 전력의 절반이라는 쿼터백을 뽑아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문제는 그렇게 할 경우 기존 주전 쿼터백인 필즈와의 장기 계약은 힘들게 된다는 사실이다.     베어스가 필즈의 성공 가능성을 믿는다면 필즈와 장기 계약을 하고 내년 드래프트에서는 와이드리시버 등을 뽑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필즈를 믿지 못한다면 루키 쿼터백을 뽑아야 하는 기로에 놓인 것이다. 향후 베어스의 수 년을 좌지우지할 선택이라는 점에서 베어스 팬들의 관심이 높다.     감독 역시 올 시즌 성적 7승10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면 새로운 감독이 새로운 쿼터백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베어스의 차기 감독으로는 미시간대학을 대학 풋볼 정상에 올려놓은 짐 하보가 거론되고 있다. 하보는 아버지와 두 형제가 모두 리그 정상에 오른 풋볼 명문가 출신으로 베어스에서 쿼터백으로 뛴 인연도 있어 줄기차게 베어스 차기 감독 후보로 물망에 오른 인물이다. 하보 역시 베어스 감독직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대학팀을 정상에 올린 만큼 베어스 감독을 통해 NFL 정상에 오르는 것도 멋진 그림이 된다는 것이 베어스 팬들의 입장이다.     이번 주말부터 NFL은 플레이오프 시즌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여전히 베어스는 없는 플레이오프지만 풋볼팬들은 베어스의 다음 시즌을 기약해 본다.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새로운 감독과 쿼터백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또 신규 스타디움을 추진하고 있는 베어스 구단이 알링턴하이츠가 될지, 솔저필드가 될지, 아니면 제 3의 장소가 될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스타디움을 확정할 수도 있다. 올해 수퍼볼이 열린 라스베가스나 LA 램스 경기장과 같은 멋진 스타디움에서 베어스 경기가 열릴 수도 있는 상황이 결정될 수도 있다. 그런 위안을 삼으며 다른 팀들의 플레이오프 경기를 차분히 관람한다. 특히 만년 하위팀이었던 같은 지구의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의 선전을 바라는 한편 패커스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지켜볼터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 베어스 베어스 수비진 시카고 베어스 베어스 공격

2024-01-10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 범죄 트렌드

최근 한인들이 밀집한 시카고 서버브 지역에서 강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한인 식품점이 입주한 글렌뷰의 한 쇼핑몰 주차장에서는 권총을 든 범인이 차량에 접근해 현금과 휴대전화를 빼앗아 달아나는 일이 있었다.     글렌뷰 경찰에 따르면 두 명의 피해자들은 차량에 물건을 옮기고 있던 중 흑인 남성이 다가와 총을 겨눴던 것으로 나타났다. 용의자 남성은 스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피해자들은 현금 1500달러를 빼앗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20일에는 글렌뷰의 코스트코 주유소에서 차량 탈취 사건이 발생했다. 주유를 위해 차를 세워둔 순간 검은색 옷을 입은 남성이 시동을 걸고 벤츠 세단 차량을 훔쳐 달아난 것이다.     글렌뷰 코스트코 주유소는 최근 차량 탈취 사건이 여러 건 발생하고 있어 이 곳을 이용하는 한인들의 주의가 각별히 요망된다. 글렌뷰 코스트코는 마운트 프로스펙트와 나일스, 버논힐스와 함께 한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트코 매장이다.     노스브룩과 함께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글렌뷰는 지금까지 치안이 안전한 곳으로 손꼽혔다. 학군이 좋고 거주 여건도 우수하다는 이유로 인해 많은 한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시카고 우범지역에서야 하루가 멀다 하고 살인 사건이 일어나도 서버브 한인 밀집 지역에서는 10년이 넘도록 살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에는 이 곳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10대 남자 청소년이 총상을 입고 숨진 살인 사건이었는데 경찰 조사 결과 사건 발생 얼마 전 일어난 폭행 사건으로 인한 보복 살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살인 사건에 연루된 네 명의 용의자를 검거하고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살인 사건은 시카고 남부나 서부 우범지역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여겼던 서버브 거주 한인들에게 이런 강력사건 소식은 깊은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     작년 시카고 지역 범죄 발생 현황에 따르면 살인 사건은 전년 대비 15% 가량 줄었다. 그래도 많은 숫자인 632명이 일년 동안 범죄로 인해 사망한 것이다. 그나마 두자리 숫자 넘게 살인 사건이 줄어든 것은 다행이라고 하겠다.     물론 살인 사건 감소가 시카고만의 일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2023년 살인 사건 발생은 평균 12%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기간 중에 크게 늘어난 살인 사건이 점차 안정세로 들어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래도 팬데믹 이전으로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닌 상황이지만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점은 살인 사건 발생은 줄었지만 다른 유형의 범죄는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강도다. 2023년 시카고에서 발생한 강도 사건은 전년과 비교했을 때 40%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위에서 예로 든 것과 같이 한인 밀집 지역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는 무장 강도 사건 역시 증가세다. 전체 강도 사건 중에서 무장 강도 유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전까지 40%였지만 작년에는 이 비율이 60%까지 뛰었다는 점은 심각성을 더한다. 그만큼 피해자가 부상을 당하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한 쇼핑 중심가에서 발생하고 있는 스매시 앤 그랩 유형의 사건 역시 늘어나고 있다. 차량으로 업소에 돌진한 뒤 마구잡이로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 이런 유형의 사건은 팬데믹 전후로 크게 늘었다. 보통 고가의 상품이 많은 업소를 타겟으로 삼은 뒤 훔친 차량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범인 적발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최근 다운타운 웨스트룹 지역에서 발생한 의류점 스매시 앱 그랩 범죄의 경우 한인 업주가 여러 차례 피해를 입은 것으로도 확인되기도 했다.      주민들이 더 불안한 것은 이렇게 강도 사건이 빈발한 것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끝나고 거리에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 다니는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된다고 설명하고는 있지만 더 구체적인 인과 관계를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팬데믹 기간 중 불안감을 느낀 주민들이 총기를 더 많이 구입하고 이에 따라 거리에 풀린 총기류 역시 늘어났다는 것 정도가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시카고 우범지역에서 비영리단체를 꾸려 범죄 발생 예방에 나서고 있는 흑인들은 치안 개선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을 일자리 창출로 꼽았다. 일주일에 40시간 일하는 사람이 총을 들고 거리에서 금품을 빼앗지는 않는다는 것이 이 단체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주민뿐만이 아니라 지역 경제계와 정부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역시 범죄 발생으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받은 피해 지역 주민들을 위해 정신치료 클리닉을 오픈하는 등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다. 또 주요 우범지역 네 곳을 선정해 이 곳에 대한 집중 투자로 범죄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아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시카고는 그간 치안이 불안한 대표적인 도시로 언급돼 왔다. 작년부터 강력범죄 발생이 줄어들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다른 범죄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지 않도록 지역 사회 구성원 모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 트렌드 시카고 우범지역 시카고 남부 서부 우범지역

2024-01-03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정치적으로 가장 부패한 도시

결국 에드워드 버크 전 시카고 시의원이 유죄 평결을 받았다. 21일 시카고 다운타운 덕슨 연방 법원에서 열린 버크 전 시의원에 대한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갈취와 뇌물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이로 인해 버크 전 시의원은 내년 6월로 예정된 형량 선고로 최대 징역 20년형에 처하게 됐다.     이번 재판으로 버크 시의원은 부정부패 혐의로 법정에서 유죄가 확정된 전 현직 시카고 시의원 중 38번째가 됐다. 그만큼 긴 부패 정치인의 리스트에 에드워드 버크라는 이름이 추가된 셈이다.     지금까지 부정부패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시카고 정치인 리스트에는 로드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가 대표적이다.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그의 빈 자리에 후임을 임명할 권한이 주어지자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인물을 고르기 위해 각종 제안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화 내용이 연방검찰에 의해 도청되었고 재판 과정에서도 공개됐는데 ‘FXXXXXX golden’이라고 말한 내용이 재판만큼 유명한 문구가 됐다.     블라고야비치는 결국 14년형을 선고 받고 징역형을 살았고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의해 감형돼 석방됐다. 연방 교도소에 수감된 일리노이 주지사는 블라고야비치가 네번째였다.     더 최근으로는 2017년 기소되어 일곱 건의 위증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패트릭 데일리 톰슨 전 시의원이 있다. 리차드 J 데일리 전 시장의 손자이자 리차드 M 데일리 시장의 조카이기도 한 톰슨 전 시의원은 지역내 은행으로부터 21만달러를 대출 형식으로 받고 이를 제대로 갚지 않은 상태에서 연방은행 당국에 거짓 진술을 하고 세금 보고를 허위로 한 범죄를 저질렀다. 그가 받은 형량은 4개월의 징역형이었다.     아마도 최근 시카고 시의원 중에서 재판이나 부패 혐의로 가장 자주 언급된 인물은 대니 솔리스 전 시의원일 것이다. 그는 에드워드 버크 전 시의원과 마이클 매디간 전 일리노이 하원 의장이 유죄를 선고 받거나 기소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무려 6년간이나 연방 수사 당국에 협조하며 유력 정치인들의 부정 행위가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도록 협조했기 때문이다.     그런 본인 역시 부정부패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오히려 그런 혐의로 인해 수사 당국에서 제안한 도청 장치 착용에 찬성했고 그 댓가로 자신은 기소되지 않기로 타협을 한 것이다. 이런 공로로 인해 솔리스 전 시의원은 최근 수십년간 연방 정부의 입장에서 활동한 가장 거물급 정보원이자 증인으로 인정받았다. 솔리스 전 시의원 역시 조닝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부동산 개발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버크 전 시의원 만큼의 거물급인 매디간 전 의장 역시 내년 4월 재판을 앞두고 있다. 전력 공급사인 컴에드로부터 자사에 유리한 법안을 지지해 달라며 막대한 금전적인 이득을 취한 것이 가장 큰 혐의다. 지금까지 파악된 증거와 진술들만 보더라도 매디간 전 의장도 유죄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만약 매디간 전 의장까지 부정부패 혐의가 인정된다면 시카고와 일리노이 유력 정치인이 모두 재임 중 발생한 이권을 챙긴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되는 셈이다.     두 정치인의 공통점이라면 시카고 특유의 머신 정치의 수혜자라는 것이다. 머신 정치란 리차드 J 데일리 시장 당시 생겨난 현상으로 시카고 정치 스타일을 뜻한다. 최종 보스 한 명을 중심으로 피라미드식 서열이 존재하면서 자신에게 기여한 인물들에게 이권을 나눠주며 공고한 권력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뇌물과 선거 캠페인 지원은 필수였고 대대로 지역구를 나눠가지는 현상도 비일비재했다. 버크와 매디간 모두 각자 지역구를 오랫동안 좌지우지 하면서 선거에서는 상대 후보가 출마조차 하지 않는 일이 잦았다는 것이 이를 대변한다.     지금은 일리노이 정계에서 머신 정치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지는 않는다. 우선 현재 정치권이 새로운 인물로 많이 바뀌었고 머신 정치가 버려야 할 악습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시청이나 주의회에서도 이를 뒷받침할 윤리 규정이 마련되면서 부정부패가 싹을 띄울 가능성을 애초부터 잘라내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다.     이번 버크 전 시의원의 재판 결과를 지켜보면서 가장 부패한 도시로 시카고가 4년 연속 선정됐다는 보도를 떠올리게 된다. 이 보고서는 일리노이대 시카고에서 매년 발행하는데 불법 혐의로 기소되거나 유죄를 확정 받는 것도 기준이 된다.   이 보고서는 일리노이 주민들은 “선출직 공직자들에 대한 의심을 하곤 하는데 이는 종종 정당화되곤 한다"며 부정부패 정치인들의 불법성을 꼬집었다. 버크 전 시의원의 유죄를 결정한 북일리노이 연방 법원에서만 1976년부터 2021년까지 모두 1824건의 연방 부정부패 사건이 유죄로 결정났다고 한다. 가장 최근 10년인 2010년부터 2021년까지만 보더라도 339건으로 집계됐다.     언제까지 시카고 부정부패 사건이 계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선출직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게을리한다면 유사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시의원인 아버지가 재임 중 갑자기 사망하면서 지역구에 출마해 정치를 시작했던 젊은 검사 출신 버크 전 시의원도 처음부터 타고 난 부정부패 정치인은 아니었을 것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정치 부패 부정부패 혐의 시카고 정치인 부패 정치인

2023-12-27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개리 US 제철소

인디애나 개리는 시카고에서 가깝다.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차로 30~40분만 동남쪽으로 달리면 일리노이와 인디애나 주의 접경 지역에 위치한 개리시에 도착할 수 있다. 개리시는 시카고의 범죄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시카고 거리에서 발생하는 총격 사건에 쓰인 많은 불법 총기류들이 개리시에서 거래되기 때문이다.     개리시의 유명 총기 거래상에서는 신분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명의로 총기를 구입한 뒤 이를 범죄 조직 등에 판매하는 일이 잦았다. 이로 인해 한 총기 거래상은 시카고 시청이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개리에는 또 듄스 국립공원이 위치해 있다. 시카고에서 가장 가까운 국립공원이기에 많은 한인들도 찾는다. 일종의 모래 언덕인 듄스는 미시간 호수에 가라 앉았던 곳이었다가 수위 하강으로 지표면으로 드러나며 거대한 모래 언덕을 이루게 됐다. 이 국립공원 트레일 코스를 걷다 보면 멀리 미시간 호변 위로 신기루 같이 떠 있는 시카고 다운타운의 마천루를 발견할 수 있다. 마치 수면 위에 떠 있는 호수 같은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개리시는 예전에 크게 발전했던 블루칼라 도시다.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던 US 제철의 개리 공장이 아직도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철강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이 공장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한때 미국의 철강산업이 한창 번창했을 무렵 개리시의 인구는 60만명을 넘기기도 했다.     개리시는 미시간 호변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 제조업이 크게 번성했던 시카고와 가까운 지리적인 이점 등으로 인해 제철소가 들어서기에 좋은 입지 조건을 갖췄다. 주로 생산하는 철강 제품이 자동차나 가전제품이 필요한 특수 철강이었기에 개리시의 위치가 좋았다.     한창 개리시가 발전했을 때는 미국 제조업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졌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도 개리시에서 태어났는데 그의 아버지가 제철소에서 근무했던 블루 칼라 노동자였다. 또 시카고 건축물을 상징하는 시어스타워에 들어간 철제 빔 역시 개리시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1970년대 중반 세워져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타이틀을 20년 이상 보유한 건물의 뼈대가 개리시에서 나온 것이었다. 또 시카고 공공 건축을 얘기할 때 빼어놓을 수 없는 데일리 센터 광장의 피카소 작품 역시 개리시에서 생산한 철 제품으로 만들어졌다. 이 철제 작품은 피카소가 시카고 주민들에게 주는 선물이었으며 당시 아버지 데일리 시장이 백지수표를 전달했으나 피카소가 거절했다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개리시의 이름은 US 제철소의 공동 창업주 이름에서 따왔다. 즉 US 제철소는 1901년 카네기제철소(Carnegie Steel Company)와 연방제철소(Federal Steel Company), 내셔널 제철소(National Steel Company) 간 합병으로 만들어졌는데 이중 연방제철소는 엘버트 개리가 세운 회사였다. 개리시가 1906년에 설립될 당시 이미 US 제철소가 이 곳에서 철강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변호사이자 판사, 사업가였던 엘버트 개리는 일리노이주 서부 서버브인 위튼에서 태어났고 시카고에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위튼시의 초대 시장을 역임하기도 한 개리는 변호사와 판사를 하면서 철강 제품 생산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시카고에 본사를 둔 연방제철소 사장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다 1901년 여러 철강회사를 합쳐 US 제철소를 설립하게 되는데 함께 설립한 사람들의 면면이 대단하다.     현재 굴지의 금융사로 성장한 회사의 창업주들인 JP 모건과 찰스 슈왑 등이 US 제철의 공동 창업자였다. 설립 초기 연방 정부로부터 독점법 위반 혐의로 인해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미국에서 가장 큰 기업으로 성장시켰던 개리 회장의 역량으로 회사는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US 제철소의 운명도 내리막을 피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는 미국내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개리시의 제철소 역시 러스트 벨트의 대표적인 상징이 됐다. 도시가 쇠퇴하자 카지노가 들어섰고 도시는 더 황폐해졌다. 뉴욕에 근거지를 뒀던 트럼프 호텔 & 카지노가 개리시에 트럼프 카지노를 세운 것도 이쯤이다. 이곳에서 트럼프는 미스 USA 행사를 열면서 세상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이런 큰 행사가 있을 때면 도시 전체가 세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며 각종 파티와 모임이 이어지면서 도시의 활력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 인근에서 양장점을 운영했던 한인의 설명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US 제철소가 결국 일본 제철에 의해 인수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관계 당국의 최종 승인 절차가 남았지만 거래액만 141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딜이다. 일본 제철은 US 제철의 주식을 모두 사들여 자회사로 둘 계획이다. 다만 US 제철의 이름은 그대로 남고 본사 역시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에 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수요 증가로 인해 철강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일본 제철이 US 제철을 인수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시카고 인근 개리의 US 제철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어떻게 변화한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제철소 개리 인디애나 개리 시카고 다운타운 개리 공장

2023-12-20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서 가장 아름다운 곳

유명 건축물이 많기로 유명한 시카고에서는 대충 찍어도 멋진 사진이 나오는 곳이 즐비하다. 다운타운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호변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뮤지엄 캠퍼스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낮이나 밤이나 카메라 앵글을 맞추기만 하면 멋진 사진 한 장은 쉽게 건질 수 있는 곳이다.     보통 겨울철에는 매서운 바람으로 을씨년스러운 모습들이 나타나곤 하지만 그건 또 그대로 매력이 있다. 한여름 시원한 호수 바람을 맞으며 잔잔하게 일어나는 호수의 파도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진정되는 느낌이다. 이 모든 것이 자연이 주는 이로움일 것이다. 아울러 자연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인상도 받을 수 있다.   다운타운 고층 건물 역시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윈디시티의 모습이 장관이다. 시어스타워의 스카이데크가 그렇고 존 행콕 타워의 전망대 360 시카고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미리 계획을 하고 멋진 곳에서 사진을 찍어야지 하고 마음 먹지 않아도 시카고 곳곳에는 멋진 장면들이 눈 앞에 직접 펼쳐지는 순간들이 나타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레익쇼어 드라이브를 타고 다운타운 북쪽에서 남쪽으로 향하다 보면 볼 수 있는 드레이크 호텔, 존 행콕 센터가 한 눈에 보이는 장소가 그렇다. 또 같은 도로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볼 수 있는 시카고 강 위를 지나는 다리와 리버워크가 떠오른다. 그랜트파크의 버킹햄 분수대를 지나 필드 뮤지엄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 역시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멋진 장소다. 더불어 걸으면서 봐야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뒷골목과 도로 위의 퍼블릭 아트 작품들, 주민들의 휴식 장소로 적합한 공원과 트레일 등은 다른 도시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보석들이다.     시카고의 PBS 방송국인 채널 11에서 ‘시카고의 멋진 장소’라는 프로그램을 최근 방송했다. 말 그대로 시카고 곳곳에 숨겨진 멋진 장소를 골라 소개하고 있다. 미학적으로 멋진 건물이나 장소뿐만 아니라 관계자들로부터 직접 듣는 숨겨진 일화는 시카고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볼 만한 내용들이 많았다.     시카고 컬추럴 센터가 대표적이었다. 다운타운 미시간길과 랜돌프길에 위치한 컬추럴 센터는 1897년 세워진 오래된 건축물이다. 이전까지는 시카고 공립 도서관으로 사용됐었다. 하지만 또 다른 공립도서관이자 더 큰 규모의 해롤드 워싱턴 도서관이 세워지면서 이 건물은 철거 위기에 놓인다. 철거 위기에 놓인 이 건물을 현재까지 남을 수 있도록 힘쓴 사람은 엘리노 데일리였다. 엘리노 데일리는 리차드 J 데일리 전 시장의 부인이자 리차드 M 데일리 전 시장의 어머니다. 엘리노 데일리는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조용히 컬추럴 센터가 철거되지 않도록 힘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노력으로 인해 1991년 공립 도서관은 컬추럴 센터로 바뀔 수 있었다. 컬추럴 센터 안에는 오래된 역사만큼 훌륭한 장소들이 많다. 티파니사가 만든 전세계에서 가장 큰 스테인드 글래스 돔이 대표적이다. 돔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수많은 보석들이 반짝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돔 아래에서는 크고 작은 행사들이 열리곤 한다. 많은 한인들도 이 곳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곤 했다.     노예제 폐지를 위해 싸운 미 육군의 모습을 재연한 메모리얼 홀과 로툰다 역시 눈길을 끈다. 개인적으로는 이 곳에서 한국 대통령의 시카고 방문을 축하하기 위한 만찬이 열렸던 것이 기억난다. 또 추석이 되면 데일리 시장이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리셉션을 열고 참석했던 곳으로도 연결된다.       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벽화도 이 프로그램에 등장한다. 레익 쇼어 드라이브 아래에 있는 터널과 시 남부 26가 리틀 빌리지에는 아메리칸 원주민들과 라틴계 이민자들이 그린 수준급의 벽화가 숨겨져 있다. 이들 벽화는 일상 생활에서 쉽게 보이지 않는 원주민들의 삶과 역사, 이민자들의 애환 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시카고의 아름다운 장소로 꼽혔다. 이밖에도 시카고 보케이셔널 고등학교의 프레리 스타일 건물과 잭슨 파크에서 새를 관찰할 수 있는 장소 등이 아름다운 곳으로 꼽혔다.   생소한 곳도 여럿 있었다. 와바쉬 YMCA가 그랬고 글레스너 하우스, 샘 앤 루스 밴 시클 포드 하우스, 글라스너 스튜디어 등은 처음 접해보는 곳들이었다. 프로그램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멋진 장소로는 워싱턴 파크와 가필드 파크, 훔볼트 파크, 링컨 파크 동물원의 캘드웰 릴리 풀, 밀레니엄 파크 등이 있다. 이 멋진 장소가 가능했던 이유는 시카고의 기본적인 설계를 담당했던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와 캘버트 복스, 젠스 젠슨, 알프레드 캘드웰 등의 건축가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런 멋진 곳을 매일 보고 사는 시카고 주민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 근무지와 거주지가 멀리 떨어져 있을 수도 있고 일상을 살다 보면 건물이나 장소에 개의치 않게 되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장소들이 곁에 있는 것만 하더라도 일종의 위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다. 미시간호수를 끼고 있으면서 고층건물과 프레리 양식의 주택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있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어떤지를 한번 둘러보게 만든다. 동시에 자연이 제공하고 있는 안락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 시카고 공립 시카고 방문 시카고 곳곳

2023-12-13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와 카지노

시카고에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합법적인 카지노가 있다. 다운타운 리버 노스 지역 번화가에 위치한 메다이나 템플에서 밸리스가 운영하고 있는 카지노가 성업 중이다. 이 메다이나 템플 카지노는 임시 카지노다. 시카고강 북부 지류 서쪽에 위치한 시카고 트리뷴 윤전시설에 정식 카지노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운영되기 때문이다. 정식 카지노가 들어서면 시에 막대한 세금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연간 2억달러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사실 시카고는 카지노와 떼어놓을 수 없는 인연이 있다. 1920년대 알 카포네가 시카고의 뒷골목을 장악하기 이전부터 카지노는 조직 폭력배를 앞세워 불법 영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알 카포네는 금주법 시대에 밀주를 만들어 팔았고 불법 카지노를 개설해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폭력과 불법이 만연했다.     기록에 나타난 시카고의 불법 카지노는 많다. 그 중에서도 콜로시모라는 식당이 대표적이다. 사우스 와바쉬길에 위치한 이 식당은 빅 짐 콜로시모라는 갱스터가 소유했던 곳이다. 원래는 식당이었지만 블루 칼라 노동자들이 본인들이 받은 페이첵을 가지고 와서 도박을 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1913년에는 콜로시모가 이 곳을 나이트클럽으로 만들었다. 장미와 골드색으로 장식된 나이트클럽의 중앙에는 스테이지가 들어서 있어 댄서들이 춤을 추곤 했다.     이 나이트클럽을 묘사한 당시 트리뷴 기사를 보면 “도둑과 도박자들이 어울려 있었지만 백만장자들과 비즈니스맨들이 은행가, 소설가, 교사들과 어울려 있는 장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시카고의 사교명소였던 셈이다.     이 나이트클럽은 시카고 갱스터들과도 연관돼 있었다. 소유주인 콜로시모는 조니 토리오가 사주한 것으로 알려진 히트맨에 의해 1920년 5월11일 살해됐다. 자신의 나이트클럽에서였다. 토리오는 자신이 이 살해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인지 콜로시모의 장례식을 매우 성대하게 치러줬다고 알려졌다. 이 나이트클럽은 1926년 연방 정부에 의해 폐쇄됐다. 그리고 이를 지배했던 토리오는 자신의 고향인 뉴욕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토리오가 뉴욕에 살던 당시부터 알고 지냈었고 자신이 직접 시카고로 불러왔던 알 카포네는 바람의 도시에 남았다. 그리고 알 카포네는 토리오가 운영하던 업소들을 물려받고 카지노를 운영하면서 곧 시카고 암흑가를 장악할 수 있었다.         알 카포네가 운영하던 업소 중에 하나는 호손 스모크 샵이라는 곳이 있다. 시세로의 4837번지 웨스트 22가에 위치한 이 업소는 시가를 판매하곤 했다. 다른 서버브에도 지점을 둘 정도로 번창했는데 사실은 불법 도박장이었다.     연방수사국의 자료에 따르면 호손 스모크 샵은 사실상 인근 호손 경마장에서 진행되는 경마에 돈을 거는 사설 도박장이었다. 룰렛 윌도 갖췄고 포커 게임도 열렸다. 40명에서 50명의 직원들을 고용하면서 돈을 벌고 있었는데 소유주는 누군지 세상이 다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이 불법 카지노에 1925년 5월 16일 경찰이 들이닥쳤다. 이 사실을 듣고 알 카포네가 파자마 차림으로 나타났다. 그는 경찰을 향해 소리쳤다. “이 단속이 당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일 것"이라고 경찰에게 외쳤고 경찰과 함께 현장에 있던 목사를 향해서는 “내가 교회에 기부를 많이 했다. 자선 단체에도 돈을 많이 줬다. 우리가 잘 지낼 수 있다"라며 회유했다고 알려졌다. 그는 평소에도 “나는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준다"고 말하곤 했다.     뭐니 뭐니 해도 시카고는 터프한 타운이라는 명성을 갖고 있었다. 남성스러운 도시 이미지가 강했다. 다른 도시에서 자라는 남자 아이들도 터프하게 자라긴 하지만 시카고가 갖고 있는 마초적인 전통은 매우 특이했다.     알 카포네는 세금 탈루 혐의로 체포돼 감옥에 수감된다. 하지만 그의 후계자들이 아웃핏이라는 조직폭력단체를 이용해 시카고의 카지노를 오랫동안 운영했다. 제이크 구직이라는 알 카포네의 부하도 마찬가지였다. 구직은 7466번지 웨스트 어빙파크에 있는 돔이라는 카지노를 1940년대 운영했다. 이 카지노에는 7개의 룰렛 윌과 6개의 포커 테이블, 블랙잭 테이블 등의 도박 기구들을 갖춰놓았다.     남부 흑인 밀집지역에서도 알 카포네의 카지노는 번성했다. 현재 복권과 유사한 폴리시라는 도박이 유행이었다. 매일 바뀌는 숫자를 맞추면 이기는 방식인데 이는 현재 일리노이 복권과 비슷한 방식이다. 1940년대 이후에도 알 카포네의 후계자들은 방식만 바꾸었을 뿐 카지노 운영권을 쥐고 이권을 챙겼다. 카지노에 필요한 와이어 시스템을 장악하거나 리무진 서비스 회사, 노스브룩의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나이트클럽이 얼마나 번성했는지 당대 유명 가수인 프랭크 시나트라가 이 나이트클럽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이런 불법 카지노는 더 이상 시카고에서 발견하기 힘들다. 대신 시카고의 오랜 카지노의 전통은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카지노로 이어지게 됐다. 시카고에 카지노가 합법적으로 들어서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세금 인상 대신 새로운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였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 카지노 불법 카지노 템플 카지노 정식 카지노

2023-12-06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데스 플레인스의 블랙 호크

시카고 북서부 서버브인 데스 플레인스는 교통이 좋아 한인들도 다수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예전부터 시카고에서 출발한 기차가 이 곳을 지나 위스콘신 방향으로 향하기 때문에 교통의 요충지였다. 지금은 인구 6만명의 작지 않은 도시다.   이 도시의 이름은 다운타운 동쪽을 가로지르는 데스 플레인스 강에서 따왔다. 데스 플레인스 강은 프랑스식 이름으로 평원을 뜻하는 플레인을 흐르는 강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프랑스 탐험대가 이 곳에서 유럽식 나무들을 만나면서 반가운 마음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알려졌다.     이후에는 독일계 이민자들이 다수 정착하게 됐다. 이 곳에는 현재도 매리빌 아카데미라고 하는 교육기관이 있다. 카톨릭 재단이 운영하는 교육기관인데 이 곳에서 100여년 전에 아메리카 원주민 학생들을 교육시키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종의 실험이었던 원주민에 대한 교육은 실패로 돌아갔고 미국이 어떻게 원주민들을 다뤘는지를 알려주는 자료로 현재까지도 종종 언급되고 있다.     1883년 트리뷴지는 40명의 수(sioux)족 인디언 남학생들이 당시 세인트 매리 트레이닝 스쿨로 불렸던 매리빌 아카데미로 이주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들은 다코타 인디언 보호지역에서 살다가 연방 정부의 교육 정책으로 시카고 서버브로 이주하게 됐다. 이들 중에서는 Sitting Bull, Black Hawk, Good Bear 등 유명한 추장의 아들들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추장들은 다코타 지역에서는 아직까지도 전설로 남아 있는 인물들이다. 대부분 서부 지역으로 진출하려는 유럽계 이민자들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던 용사들이었다. 학교로 이주한 이들의 나이는 11세부터 23세였다. 이들은 부모들의 동의를 받기도 했지만 대부분 연방 정부의 이주 정책에 의해 강제로 이주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렇게 원주민 보호구역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동쪽 지역으로 이주시킨 것은 미국 연방 정부의 그간 정책에 반하는 일이었다. 연방 정부는 1830년 인디언 제거법을 발효시킨 이후 미시시피강 서쪽으로 인디언들을 강제로 이주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역사는 동부 지역에 정착한 유럽 이민자들이 서쪽으로 전진하면서 이미 살고 있었던 아메리칸 원주민들을 몰아내는 과정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는 협정을 맺어 인디언들이 자신들의 거주지역을 양보하기도 했지만 이들과의 전쟁은 불가피했다. 때에 따라서는 강제 이주 정책으로 인디언들을 특정 지역으로 옮기기도 했던 것이 연방 정부의 정책이었다.     하지만 이런 정책과 비교하면 세인트 매리 학교로의 학생 이전은 상반되는 정책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이 실현될 수 있었던 것은 연방 정부의 재정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세인트 매리 트레이닝 스쿨의 경우에도 연방 정부가 이 학교를 운영하는 시카고 카톨릭 교구청에 인디언 학생 한 명당 연 107달러씩을 지원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가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인디언 학생들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학생들에게는 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서양식 문물이 주입되기 시작했다.       이들 인디언 학생들은 동부로 이주하면서 영어 이름으로 개명했다. 또 전통적인 인디언 복장을 버리고 서양식 바지를 입었다. 학교로 이주한 첫날 머리부터 짧게 자르기도 했다.     이 정책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40명의 학생들이 학교가 정해준 바에 따라 적응을 했다. 공예반에서 기술을 배우기도 했고 제빵 기술을 익힌 학생들도 있었다. 또 4~5명은 목공 기술을 배웠고 일부는 신발과 의류 제작 기술을 배웠다. 이 기술을 배운 학생들이 다시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들어갔을 때 원주민들이 미국식 문화를 전파하는데 앞장 설 것이라는 희망적인 기대도 나올 수 있었다.     반면 일부 인디언 역사 연구가들은 이러한 정책이 인디언 말살 정책의 성격을 가졌다며 비판했다. 인디언 이주 정책이 그들이 갖고 있는 문화를 없애고 서양식 문화를 강제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에서는 “이들로부터 인디언 문화를 없애고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측의 바람과는 달리 이 정책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이유는 연방 정부의 재정 지원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연방 정부는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이들을 교육시키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고 차라리 그 재원을 다른 곳에 쓰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1886년 10월 28일 인디언 학생들은 원래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보내졌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이 고향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세인트 매리에서 생활하다가 다섯 명의 학생들이 호흡기 질병을 앓다가 숨졌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름은 학교 기록에 따르면 인디언식으로 Red Bull, Black Hawk, Gray Bear, Walking Buffalo 등이었다.     이들의 유해는 데스 플레인스 리버와 센트럴길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세인트 메리 공동 묘지에 묻혔다. 아메리칸 원주민들의 역사는 그렇게 시카고의 서버브에도 남게 된 것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플레인스 블랙 인디언 남학생들 이주 정책 다코타 인디언

2023-11-29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기후변화와 일리노이 농업

일리노이는 콩과 옥수수로 대표되는 농작물을 많이 재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의 북동부 끝에 위치한 시카고와 쿡카운티 인근의 인구 밀집지역을 제외하면 주 면적의 대부분이 농업지대다. 이는 일리노이 뿐만 아니라 인근 인디애나와 오하이오, 아이오와 지역도 마찬가지다. 중서부 곡창지대에서는 아직도 많은 양의 곡물이 재배되고 있다. 곡물은 식용으로도 사용되지만 최근에는 바이오 디젤의 원료로 활용되기도 하고 전통적으로 동물 사료로도 선호됐다. 시카고가 농산물 거래의 중심지가 됐던 이유도 이러한 곡창지대 중심에 위치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몇년 사이에는 중서부 곡창지대가 직면한 큰 문제로 기후변화가 꼽힌다. 지속적으로 평균 기온이 올라가는 것뿐만 아니라 토네이도가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이 발생하는 것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꼽히고 있다.     상황이 바뀌자 일리노이 농부들이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나섰다. 주로 젊고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농부들이 주축이 됐다. 이들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기후변화의 피해를 막기 위해 실천에 나섰다.     우선 땅의 침식을 막기 위해 피복작물(cover crops)이라고 불리는 식물을 심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토양의 유출을 막고 지력 회복을 위한 것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기후변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싼 비료를 농지에 뿌리고 난 뒤 폭우로 쓸려 나가면서 수자원 오염을 발생시키는 일을 막기 위해 배수로를 정비하기도 한다.     주 남부 드케이터의 경우 지난 2021년 1억달러를 투자해 오염된 호수의 토양을 걷어내는 사업을 실시했다. 이 호수는 약 20만명의 식수로 활용되지만 토양 오염과 폭우 등으로 인해 수자원 안전이 크게 위협받았던 곳이다. 농부들은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농작물을 재배하지 않는 땅에 잔디를 심거나 피복작물을 재배해 토양 유출과 수자원 보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로 인해 곡물의 재배면적이 줄어들고 소득 감소로 이어지지만 후세를 위한 환경 보호를 위해 농부들이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연방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지난해 8월 연방 의회에서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이런 점에서 매우 획기적인 지원책이었다. 향후 5년간 무려 200억달러를 투자해 농지 보호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연방 정부가 지난 100년간 농업 부문에 투자한 금액으로는 최대치로 알려졌다. 그만큼 기후변화로 인한 토양 보호와 농가 지원이 절실했다는 반증이다. 일리노이 주에서는 토양 보호를 위해 피복작물을 심을 경우 재배 면적당 일정 금액을 지원 받고 있다. 보험료의 일정액을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시카고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처 다니엘스 미들랜드와 같은 대기업에서는 환경 보호에 나서는 농가에 크레딧을 주는 방식으로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보상해준다는 방식이다.   일리노이 주 농부의 평균 나이는 58세. 주로 30~40대인 젊은 일리노이 농부들이 환경 오염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방식으로 농장을 경영하며 기후변화에 맞서고 있다. 현재 일리노이에는 모두 7만2000개의 농장이 있다. 이 농장에서 재배하고 있는 면적은 일리노이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이전에 비해 크게 높아진 비율이다.   지난 60년간 기계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농지 면적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면적당 재배되는 곡물의 양은 증가하고 있지만 농업 지역에서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젊은층의 유출은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리노이에서 인구 감소가 가장 눈에 띄게 발생하는 지역은 주 남부다. 다른 곳에 비해 지역 투자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한편 일리노이 농지의 상당 부분은 몇몇 소유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현재 일리노이의 농지를 가장 많이 소유한 그룹은 몰몬교회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 게이츠로 알려졌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의 아들 역시 일리노이에 큰 농장을 소유하면서 직접 재배를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대형 소유주들이 기후변화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하는지에 따라 일리노이 농업의 미래가 달렸다고 보고 있다.(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기후변화 일리노이 일리노이 농부들 토양 보호 농지 보호

2023-11-22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일리노이 원자력 발전소

통상적으로 원자력 발전소가 특정 지역에 건설되기 위해서는 단단한 지형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또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발생 가능성이 적어야 안전한 건설과 관리가 담보될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요소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일리노이 주에는 많은 원자력 발전소가 설치돼 있다. 모두 6곳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모두 11개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다. 이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가 주 전체에서 발생하는 전기의 약 52%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은 지역이 일리노이인 셈이다.     하지만 이 원자력 발전소들은 모두 노후한 시설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987년 이후 일리노이 주는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금지한 바 있다. 일종의 원자력 발전소 모라토리엄 선언이다. 이유는 1979년 펜실베니아주의 쓰리 마일 아일랜드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원자로 유출 사고 때문이다. 이 방사능 유출 사고는 러시아의 체르노빌,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와 함께 역대 최악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결국 이 사고 이후 일리노이주를 비롯한 각 주 정부들은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 건립을 전면 중단하기에 이른다. 이후 36년간 일리노이에서는 새로운 핵 발전소 건립이 없었다.     그러다 올해 초 주의회에서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의 건립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단 조건이 달렸다. 새로운 기술로 소규모 원자로만 건설을 허락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이 법안은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협력으로 의회를 통과했으나 JB 프리츠커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하며 발효가 이뤄지지 않았다.     주지사가 양댱 협력으로 통과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는 새로운 기술의 소규모 원자로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 만약에 발생할 수도 있는 원자력 발전소의 유출사고에 대한 대비와 후속 조치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거부권을 행사하면서도 원자력 발전소 추가 건설에 대한 근본적인 반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세부 조항만 조정하면 승인할 수도 있다는 의사도 밝힌 바 있다.     결국 지난주 끝난 주의회 가을회기에서는 새로운 법안이 발의됐다. 그리고 이번에도 민주당과 공화당의 압도적인 지지로 법안이 통과됐다. 가을회기에 처리해야 하는 주요 법안이 많았지만 이 법안은 비교적 손쉽게 주의회에서 승인을 받았다. 주지사가 거부권 행사의 주요 이유로 밝혔던 소규모 신형 원자로에 대한 규정은 300메가와트급으로 명문화했고 일리노이 환경청으로 하여금 핵 유출 사고에 대비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포함시켰다. 새롭게 통과된 법안에 대해 프리츠커 주지사는 법안이 주지사실에 송부되면 곧 서명할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리노이주에서는 2026년부터는 새로운 원자로 건설이 가능해지게 됐다.   참고로 일리노이주가 처음으로 새로운 원자로 건설을 허용한 주는 아니다. 이미 켄터키와 위스콘신 주 등에서 1980년대 원자력 발전소 설치 중단 이후 새로운 원자로를 건설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사실 일리노이는 주법으로 인해 2045년 이후 화석 연료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발전소가 더 이상 가동할 수 없게 된다. 석탄과 천연가스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게 되면 일리노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전기는 사실상 풍력과 태양광을 이용한 재생 에너지와 원자력 발전 밖에 남지 않게 된다. 앞으로 20년 후에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전기 생산 시스템이 필요한 셈이다.     현재 일리노이 전력 수급은 원자력이 52%로 가장 많고 그 뒤를 석탄이 22%, 천연가스가 13%에 달한다.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다. 반면 풍력은 12%, 태양광은 0.9%에 머물고 있다. 2045년 이후 약 35%에 달하는 석탄과 천연가스를 태워 가동하는 발전소가 가동을 멈추고 전기 생산을 중단한다면 이 간극을 무엇으로 메울 것이냐는 대안이 절실한 시점에서 새로운 원자로 건설이 허용된 것이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 운영에는 막대한 위험이 따른다. 유출 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해가 가장 위협적일 뿐만 아니라 발전소에서 나오는 핵 폐기물 처리 역시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일리노이의 경우 환경청으로 하여금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는 규정이 생겼지만 이 역시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이 여러 사례로 확인된 바 있다. 대신 기존 원자로에 비해 소규모로 건설되기 때문에 관리가 수월하다는 것은 장점으로 꼽힌다. 기존 원자로가 대형이라서 2300메가와트에 달하는 전기 생산이 가능했고 170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신형 소규모 원자로는 약 ⅓ 수준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소규모의 원자로이면서 기존 원자로에 비해 새로운 기술을 갖춰 관리가 용이한 발전소가 들어서는 셈이다.    최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방사능 유출 사고 이후 핵 처리수, 오염수 방류로 인해 한국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보다 안전한 원자로라 하더라도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다라는 점에서 일리노이의 원자로 건설에 보다 체계적이고 확실한 안전 대책이 절실하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일리노이 원자력 원자력 발전소들 소규모 원자로 발전소 건립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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