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 로드 블라고야비치 주지사

박춘호
40대 중반에 주지사로 당선된 것도 이례적이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일리노이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이 지배적이었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배출된 것은 1972년 이후 블라고야비치가 처음일 정도로 공화당 일색이었던 일리노이 주지사직에 민주당 소속 40대 정치인이 당선된 것이었다.
이런 배경에는 전직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의 부정부패와 함께 비교적 참신하고 이민자 출신이면서 블루칼라 가정에서 자란 블라고야비치 주지사의 배경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아버지는 지금은 문을 닫은 시카고 북부 지역의 에프 핑클 제철소에서 일하던 노동자 출신의 세르비아 이민 1세대였다. 블라고야비치 주지사가 재선에 당선된 날 이 제철소에서 당선 축하 파티를 열기도 했다. 그만큼 블루 칼라 노동자 가정 출신이란 이미지가 강했다.
물론 그의 장인인 리차드 멜 시카고 시의원의 강력한 지지도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하는데 한 몫을 했다. 그의 연방 하원 당선에는 장인 멜 의원의 영향력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하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주지사로 당선된 이후 블라고야비치 주지사는 올키즈 어린이 의료보험과 노인에 대한 무료 버스 탑승과 같은 대표적인 정책들을 과감하게 추진했다. 특히 부모의 체류 신분에 상관없이 일리노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올키즈 의료보험의 경우 한인 가정에도 큰 혜택이었다. 적어도 부모의 체류 신분으로 인해 아이들이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빠지는 사례는 올키즈로 인해 상당 부분 커버가 됐다. 블라고야비치 주지사의 대표적인 성공 정책이라고 올키즈가 현재까지 꼽히는 이유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알지 못하는 뒷면에는 부정부패의 기운이 도사리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사례가 버락 오바마 당시 연방 상원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지명하고자 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이 자리를 바라는 예비 후보군에는 JB 프리츠커 현 일리노이 주지사 등이 있었는데 이들에게 자신을 위한 선거 자금을 모아주거나 다른 혜택을 줄 수 있느냐고 대화하는 것이 고스란히 FBI 도청으로 인해 발각된 것이다. 그 중 유명한 대화는 이 기회를 자신에게 주어진 ‘FXXXXXX Golden’이라고 지칭하는 것이었다.
아울러 블라고야비치 주지사는 어린이병원과 경마장 승인 등을 두고 역시 자신에게 유리한 혜택을 받으려고 했던 점 등이 재판 과정 등을 통해 밝혀졌다.
결국 블라고야비치 주지사는 FBI에 거짓 진술을 하고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유죄를 인정받아 징역 14년형을 선고받은 뒤 연방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에 앞서 일리노이 주의회는 그를 탄핵했고 다시는 공직에 출마할 수 없도록 의결하기도 했다. 변호사 자격 역시 박탈됐다.
자신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작하는 TV쇼에 출연했다. ‘You are fired’라는 대사로 유명세를 탄 이 쇼에서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담당 판사에게 TV 출연을 위해 코스타리카로의 출국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즉각 기각되기도 했다. 이 TV 쇼를 제작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인연을 맺게 됐다.
블라고야비치의 와이프 패티 역시 남편 대신 트럼프의 TV쇼에 출연해 그의 무죄를 주장하기도 했다. 패티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감형과 사면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에게 감형 조치를 내려 교도소에서 나오게 했다. 5년 뒤 재선에 성공한 직후에는 사면 조치까지 내렸다.
감형과 사면 조치의 이면에는 그가 사법 시스템에 의해 부당하게 감옥살이를 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입막음용 돈 거래로 인해 중범으로 유죄를 선고받았고 러시아와의 유착 혐의 등으로 인해 재판을 받는 등 사법 리스크로 인해 고통을 받았다는 공통 분모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와 트럼프 대통령을 수사하고 기소했던 주요 인물등 중에는 트럼프의 정적으로 부상한 인물도 있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부당한 기소와 재판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는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에 대한 사면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단 한번도 그를 선출한 일리노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다. 일관되게 검찰의 혐의 내용을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해 왔고 사면을 받는 직후에도 유권자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의 사면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당 주요 정계 인사들 뿐만 아니라 공화당 소속의 일부 연방 의원들도 일제히 그의 사면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 소속 다린 라후드 일리노이 연방 하원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 조치에 대해서는 존중한다면서도 “블라고야비치 전 주지사는 이미 확인된 부정부패 정치인으로 이미 배심원들에게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사면조치는 주민들이 사법 시스템에 갖고 있는 믿음과 신뢰를 저버리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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