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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솔저필드 100주년

박춘호

박춘호

국내 프로 스포츠 경기장은 거의 대부분 기업명이 들어가 있다. 시카고만 하더라도 리글리필드,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 유나이티드센터, 올스테이트 아레나, 윈트러스트 아레나 등이 모두 기업 이름을 갖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막대한 금액이 들어가는 경기장 건설을 위해서는 기업 스폰서가 필수적이고 기업은 명명권을 갖는 대신 돈을 내는 것이 적어도 프로 스포츠계에서는 공식처럼 되었다.  
 
이런 점에서 시카고의 솔저필드는 예외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솔저필드는 1차 세계 대전 참전용사의 헌신과 명예를 위해서 그랜트파크 스타디움이나 시카고 시민구장에서 공식 명칭을 솔저필드로 바뀌게 됐다. 그리고 이 전통은 오랜 기간 동안 이어졌고 거액의 기업 스폰서로도 대체할 수 없는 시카고의 상징 혹은 자존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무엇보다 솔저필드는 뛰어난 입지 조건이 큰 장점이다. 시카고가 세워질 수 있었던 다운타운의 미시간 호수변에 자리잡고 있다. 인근에 함께 위치하고 있는 필드 뮤지엄과 쉐드 수족관, 애들러 천문대와 함께 시민들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뮤지엄 캠퍼스라고 불리는 이 곳은 시카고 시민들 뿐만 아니라 타지 관광객들에게도 꼭 방문해야 할 곳으로 꼽히고 있다.  
 
솔저필드가 100주년을 맞았다. 솔저필드는 1924년 9월 6일 공식 개장 행사를 가졌기 때문이다. 한 세기를 지나면서 솔저필드는 많은 역사를 품고 있다. 사실 솔저필드가 들어선 부지는 호수였다. 이 부지를 매립해 경기장으로 만든 것이다. 매립을 위해서는 최대 15피트 깊이의 호수를 채워야 했는데 총 2만5000 큐빅 야드에 달하는 자갈 등이 투입됐다.  
 
솔저필드와 같은 대형 경기장에 대한 착안은 1915년 시카고 시장에 취임한 윌리엄 헤일 톰슨에 위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 구장의 필요성 때문이었다. 구장 공사 당시에는 1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로 추진됐으나 실제는 7만5000명 규모로 지어졌다. 구장 디자인은 공모를 통해 채택됐으며 당시 시카고 시 주요 건물에도 채택됐던 신고전주의 방식이 사용됐다. 유럽에서는 이미 유행이 지난 스타일로 여겨졌지만 미국인들은 아직도 고대 그리스 양식을 선호하는 추세가 여전했다.  
 
솔저필드에서 열린 첫번째 공식 행사는 해머 던지기와 같은 육상 경기였다. 당시 시카고 경찰 경관이었던 존 월쉬라는 주민이 16파운드 무게의 해머를 132피트 10인치 던진 기록으로 첫 우승을 차지했다고 기록됐다. 이후 솔저필드에서는 실로 다양한 스포츠와 이벤트가 열렸다. 현재와 같이 시카고 베어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71년이었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대형 행사와 스포츠 이벤트가 솔저필드에 집중됐다.  
 
초기 가장 대표적인 행사는 시카고 공립학교 풋볼 우승팀과 카톨릭 학교 풋볼 우승팀 간의 챔피언십이었다. 개장 다음해인 1926년에는 국제카톨릭총회가 솔저필드에서 열렸고 1933년 시카고 만국 박람회 주무대가 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로데오 경기와 자동차 경주, 스키 점프, 시카고 뮤직 페스티벌 등이 솔저필드에서 열렸다.    
 
한국의 김영삼 대통령도 재임 시절 미국을 공식 방문했을 때 시카고에 들러 1박을 하게 됐는데 아침 일찍 솔저필드에서 조깅을 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전세계에 팬들을 확보한 BTS가 솔저필드에서 이틀간 매진을 기록한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하면서 한인들과 인연을 가졌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에는 조별 예선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2016년 올림픽을 유치하고자 했던 시카고는 솔저필드가 5만명을 채 수용하지도 못하는 규모로 인해 다른 곳에다 주경기장을 임시로 지어야 했던 기억도 남아 있다.  
 
무엇보다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통해 그리스 신전이 우주선을 떠안고 있는 모습으로 바뀐 것에 대한 불호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전세계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는 호변과 스카이라인과는 조화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큰 탓이다. 솔저필드를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베어스 구단 입장에서는 구단 소유가 시카고 공원국이기 때문에 각종 제약으로 수익을 창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수퍼보울과 같은 대형 경기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돔구장이나 지붕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솔저필드로는 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올해 솔저필드에서 경기를 펼칠 시카고 베어스는 큰 희망에 부풀어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 이상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의 베어스 팬들의 바람이다. 무엇보다 칼렙 윌리엄스라는 걸출한 루키 쿼터백을 영입하면서 지난 수년간의 부진에서 벗어날 좋은 기회라고 보고 있다.  
 
시카고 베어스 구단은 솔저필드 남쪽에 위치한 야외 주차장 부지에 새 구장을 건설할 계획도 갖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알링턴하이츠 경마장 부지에 경기장을 지을 계획을 공식적으로 포기한 것도 아니고 세금이 투자되어야 하는 큰 장애물이 남아 있어 실현되기 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베어스 구단이 새 구장을 건설하면 기존 솔저필드는 개방형 공원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그러니 늦지 않게 솔저필드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비록 솔저필드와 연결되는 대중교통 수단이 마땅치 않고 운전을 해야 한다면 가까운 곳에서 주차장울 찾기도 쉽지 않지만 100년동안 자리를 지켜온 솔저필드가 언제까지 그 곳에 있을지 확실치가 않다면 한번쯤의 불편은 감수해도 되지 않을까. (편집국)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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