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반환점을 돈 마이클 매디간 소송
검찰 증인 심문 기간 동안 가장 관심을 받은 인물은 대니 솔리스 전 시카고 시의원이다. 솔리스 전 시의원은 매디간 전 의장과는 무관한 개인 비리 혐의가 연방수사국(FBI)에 포착되자 수사에 협력하는 조건으로 자신은 기소를 피한다는 합의를 하게 이른다. 이를 통해 도청과 동영상 촬영을 통해 매디간 전 의장의 뇌물 수수와 갈취 혐의 등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일등 조력자가 됐다. 아울러 에드 버크 전 시카고 시의원의 비리 혐의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다.
당초 버크 전 시의원은 수사 대상이 아니었지만 솔리스 전 의원의 증거 확보 노력에 피해자가 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솔리스 전 의원은 본의 아니게 시카고 정계 비리를 한번에 공개하는 일등 공신이 된 셈이다.
솔리스 전 시의원은 이혼으로 인해 자신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뇌물의 유혹에 빠졌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시청 업무와 연관되는 보안업체로부터 프로 스포츠 팀의 경기 입장권을 받는 것은 물론 백만장자가 소유하고 있는 인디애나주의 유명 농장에서 자신의 아들 생일 파티를 열고 사용료는 전혀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시의회의 조닝위원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각종 이권과 청탁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결국 부정부패의 원흉이 되었다. 그는 중국 출장시 현금 다발을 받았고 이권이 걸린 업체로부터 마사지 서비스를 받고 성매매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각종 향응과 뇌물을 받은 솔리스 전 의원은 일리노이 최고 권력자로 군림했던 매디간 전 의장과도 서로의 이권을 나눌 모의를 하게 된다. 전 시카고 우정국 본부 재개발을 비롯해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를 대상으로 특정 법무법인을 통해 재산세 인하를 받으라는 압력을 넣은 것이 이번 재판을 통해 확인됐다. 또 차이나타운의 호텔 개발 프로젝트에도 관여해 시카고의 이권 사업에는 대부분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솔리스 의원은 이에 대한 댓가로 본인이 의원직을 그만둔 후 고액을 받는 공공기관의 이사가 되길 원했다.
일리노이 세기의 재판으로도 불리는 이번 심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또 다른 일리노이 정치인으로는 에디 아베세도 전 주하원이 있다. 아베세도 전 의원은 매디간측과 가까운 정치인으로 분류되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AT&T와의 거래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직책을 맡아 거액의 보수를 받았다는 혐의인데 아베세도 전 의원은 법정에 출두해 이런 혐의에 대해 일체 부인했다. 자신이 치매를 앓고 있어 지난 일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것이 그의 변명이었다.
하지만 증인으로 출석한 다른 AT&T 관계자들은 매디간측의 압력 혹은 권유로 인해 아베세도 전 의원에게 보수를 지급했으며 이는 자사에 유리하게 주의회가 움직여줄 것에 대한 기대라고 증언했다. 연방수사관도 출석해 AT&T의 내부 자료를 추적해 어떤 거래가 오고 갔는지에 대해 밝혔다.
매디간 전 의장을 언급하는 별명도 있다는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공개됐다. 주지사실과 주고 받은 이메일에서 매디간 전 의장을 스핑크스라고 부른 것이 드러난 것이다. 주지사실은 의장측과의 조율을 통해 주지사가 처음 당선된 후 임명해야 하는 각종 직책의 적임자를 추천받는 과정에서 실무자의 이메일에 의장을 스핑크스라고 불렀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스핑크스는 고대 이집트에 등장하는 괴물로 사람의 머리와 사자의 몸을 갖고 있다. 현재 이집트 기자에 있는 거대한 와상은 기원전 2575년에서 2465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스핑크스는 보통 여인이나 당대 왕의 얼굴을 띄고 지나가는 행인에게 수수께끼를 내 문제를 맞추지 못하면 목숨을 빼앗는 괴물로 묘사된다. 당대 최고 권력자였던 매디간 전 의장이 자신에게 협조적이지 않는 정적에 대해서는 괴물로 비춰질 수 있었을 것을 감안하면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큰 별명이다.
스핑크스에 대한 재판은 이제 절반을 넘겼다. 1월은 넘겨야 재판이 종료될 테지만 이제까지 밝혀진 비리 혐의만 보더라도 일리노이 정계가 어떻게 움직여 왔고 공개되지 않은 커튼 뒤에서 어떤 딜이 오고 가는지 일반인들에게도 구체적으로 알려진 계기가 됐다. 일리노이 정계에 유독 부정부패가 만연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규제 조치가 없다는 것을 들곤 한다. 예를 들어 부정부패 혐의로 징역형을 살고 출소한 정치인들도 특별한 제한 조치없이 곧바로 로비스트가 되어 스프링필드에서 활약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를 보다 강화하고 윤리법과 정치자금법 등을 손봐야 뿌리 깊은 일리노이 정계의 부정부패가 개선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스핑크스에 대한 법원의 강력한 처벌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스핑크스의 망령이 현재 일리노이 정계에 계속 남아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