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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아침밥과 커피

가게 철문을 열려고 줄을 잡아당겼다. 햇볕이 따스하게 창문으로 스며든다. 가게 문 옆으로 아파트 출입구가 있는데 움푹 들어간 곳에 홈리스가 앉아 아침을 먹고 있다. 내가 가게 문에 열쇠를 집어넣는 순간 불쑥 포장이 잘 되어있는 아침밥을 내민다. 왜 나에게 줄까 눈치를 보면서 아침밥을 가지고 왔다고 했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이 가게 문 옆에 매일 아침 앉아서 구걸하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 아침밥을 주고 간 것이다. 아침밥을 슬쩍 곁눈질하여 보니 감자, 계란, 햄, 빵 가득 담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정성껏 집에서 직접 만들어 도시락 그릇에 담아 포장했다. 그는 인성도 착하다. 그리고 가끔 우리 가게 호위무사도 자처한다. 가게 문이 열려있으면 닫아주고 가게 앞에 쓰레기가 나풀거리면 주어서 쓰레기통에 넣어주고 손님이 시끄럽게 굴면 가게 앞에 서서 나가라고 소리친다. 그는 60대 초반 이집트 사람이다. 정신도 말짱하고 건강하다. 두 발로 걷고 어디서 배달받는지는 모르지만 매일 깨끗한 다른 옷을 입는다. 가끔 여자 코트와 잠바를 입는 것 외에는 이상하지 않고 무조건 자기 몸에 맞으면 입는 것 같다. 구걸하는 돈으로 담배를 사는 것 같고 지나가면 담배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항상 큰 비닐봉지를 가지고 다니면서 과일이나 포테이토칩 같은 먹거리를 봉지에 받아 넣는다.   대충 오늘 꼭 세탁해야 하는 옷들을 세탁기에 집어넣고 급하게 찾으러 오는 손님 옷을 구별하여 한쪽으로 정리해 놓는 사이 커피가 내려졌다. 신문을 펼쳐놓고 먹을 빵과 고구마, 계란을 나열해놓고 커피를 따라왔다. 신문을 읽으면서 아침을 먹다가 갑자기 밖에 앉아서 아침을 먹는 홈리스가 생각났다. 맨입으로 먹는 그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그립지 않을까 생각하고 커피잔을 채워 밖으로 나가 커피를 내밀었더니 사양한다.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진즉 밥 먹을 때 곁들여 마셨으면 좋았을 걸 한발 늦은 나의 행동이 싫었다.   순발력이 부족해 뒤늦은 후회를 남기는 내 굼뜬 선의가 언제쯤 빠릿빠릿 움직여줄까. 그날 아침 내 가슴팍 앞으로 쑥 들어오던 아침밥의 재빠름처럼 나의 호의는 왜 빠르지 못할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이내 습관이라는 두 글자가 떠올랐다. 타인에게 선의를 베푸는 것도 일종의 습관이어서 몸에 배어 있지 않으면 그것이 적당한 타이밍에 순발력 있게 발휘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주저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홈리스는 자동으로 아침밥을 내민 것은 그가 살아온 날들을 보여주는 습관이었고 그 습관이 풍족한 환경 속에서 꽃핀 것은 아닐 거라는 추측이 더해져 한층 더 고귀하게 여겨졌다. 많이 가져서 베푸는 게 아니라는 말 맞는 말 같다.   선의란 건 별다른 조건이 필요하지 않은 인간의 단순한 습관 내지 태도일 뿐 아닐까. 타인에게 친절 하라.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당신이 모르는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플라톤이 한 말이라고도 작가 미상의 말이라고도 전해지는 이 문구는 대체 왜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친절해야 하고 왜 모르는 사람에게도 선의를 베풀 수 있어야 하는지를 힘 있게 설득하고 있다.     홈리스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지만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가게 옆에서 아침을 먹는 홈리스가 가여웠다. 의자나 깔 거라도 깔고 앉아 먹었으면 싶었다. 나만 아는 내 힘겨운 싸움이 홈리스에게 보였을까. 그 내민 아침밥을 받아 주었으면 홈리스 마음이 나에게 조금 더 가까워질 기회를 내던진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양주희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아침밥 커피 홈리스 마음 사이 커피 가게 철문

2024-02-29

"반려동물 가게서 강아지 못 사요"

새해를 맞아 미주 전역에서 다양한 법이 새로 도입된다.   3일 CNN·NBC는 새해 주목해야 할 주법 중 이목을 끄는 사례를 소개했다. ▶뉴욕주 반려동물 판매 금지 ▶뉴저지주 사전 피임약 구매 ▶캘리포니아주 성중립 장난감 판매대 도입 ▶일리노이주의 성소수자·인종 문제 관련 금서 지정 금지 ▶텍사스주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금지 등이다.   뉴욕주에선 반려동물 가게를 통해 개·고양이·토끼 등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다.   '강아지 공장'으로 비판받는 일부 시설의 열악한 환경에서 동물을 지키려는 것이다. 입양 목적의 전시는 허용한다.   뉴저지주에선 의사 처방전 없이 사전 피임약을 구매할 수 있다.   식품의약청(FDA)은 앞서 지난해 7월 프랑스 제약업체 HRA파마가 만든 피임약 '오필'(Opill)의 처방전 없는 구매를 허가했다. 미주 첫 사례다.   대법원이 연방 차원서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결정을 2021년 뒤집은 후 낙태를 금지하는 주가 늘어났는데, 사전 피임약을 처방 없이 구매하게 돼 피임 편의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캘리포니아주 주요 소매점은 성중립 장난감 판매대를 설치해야 한다.   2021년 9월 주 의회를 통과한 이 법은 직원 수 500명 이상의 대형 소매업체들이 남아·여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장난감 판매대를 두도록 했다.   지키지 않는 업체에는 첫 위반시 250달러, 이후 최대 500달러 벌금을 부과한다.   남아용·여아용을 각각 둔 기존 판매대를 없앨 필요는 없고, 성중립 판매대를 추가하면 된다.   일리노이주는 공립 도서관·학교에서 성소수자·인종 문제를 다룬 책을 금지 도서로 지정하거나 퇴출할 수 없게 한 '금서 지정 금지법'을 도입했다.   법은 학교·공립 도서관이 주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으려면 미국도서관협회(ALA)의 도서관 권리장전(Library Bill of Rights)을 채택하거나 서약을 하게 했다.   서약은 "당파적 입장·도서·배경·이념 때문에 도서를 금지·제거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젠더·인종 관련 도서를 제한·금지할 경우 주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텍사스주는 공립 고등교육 기관에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금지하는 법이 적용된다.   지난해 5월 주의회를 통과한 법에 따르면 공립대학들은 '성별·피부색·민족에 근거해 정책·절차·훈련·프로그램·활동에서 사람들에게 다른 대우를 제공하는 DEI 관련 사무소'를 공립대학에 두지 못한다.   대학으로부터 DEI 교육·훈련에 참여하도록 요구받은 교직원·학생은 학교를 고소할 수 있다.   각 대학은 상대적으로 차별받아온 집단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학생 선발·직원 채용, 교육·훈련 과정에서 인종·성별·민족 등을 고려하는 DEI 정책을 폈는데 이를 막은 것이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koreadailyny.com반려동물 강아지 반려동물 가게 뉴욕주 반려동물 장난감 판매대

2024-01-02

"2대째 운영 가게…커뮤니티에 돌려드립니다"

길거리 사람들의 가게가 커뮤니티를 위한 상점으로 거듭난다.   LA다운타운 노숙자 밀집 지역에서 한인 가족이 2대째 운영해왔던 ‘스키드로 피플스마켓(Skid Row People’s Market)’의 소유주가 곧 바뀐다.   부모에 이어 8년째 마켓을 운영해 온 대니 박(39)씨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지문을 띄웠다.   공지문에는 “29년간 운영해온 가족 비즈니스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며 “스키드로 커뮤니티에 관심이 없는 영리업체보다는 지역사회 단체이자 비영리기관에 마켓을 매각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마켓을 인수하기로 한 비영리기관은 흑인 단체인 ‘크리에이팅저스티스LA(Creating Justice LA)’다. 평소 스키드로에서 크리스천 힙합 음악을 기반으로 스무디 등을 판매하며 노숙자 등을 돕는 기독교 비영리단체다.   피플스마켓은 단순히 식료품만 판매하는 가게가 아니다. 박씨 가족이 수십 년 간 운영하면서 노숙자의 친구, 이웃으로서 마음을 보듬어주는 역할도 도맡았다. 이 때문에 LA타임스도 이 마켓의 이야기를 대서특필했다. 〈본지 2022년 7월27일자 A-1면〉   마켓은 매각되지만, 흑인 비영리단체가 인수하면서 좀 더 지역사회에 적합한 가게로 거듭날 전망이다.   박씨는 “우리는 이 마켓을 통해 식료품만 판 게 아니라 문화, 커뮤니티를 위한 정신 등 다양한 가치를 전달해왔다”며 “이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며 나도 계속 스키드로에 있으면서 한인, 흑인, 라티노가 함께 지역 사회를 위해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 2세인 박씨는 아트 스쿨 졸업 후 오리건주 나이키 본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이후 부모가 1995년부터 운영해 오던 가게(당시 베스트 마켓)를 인수해 간판을 ‘피플스마켓’으로 바꿔 달고 스키드로와 함께 호흡하기 시작했다. 2015년의 일이다.   박씨는 마켓 매각이 끝나면 당분간 휴식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쉼을 갖고 스키드로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으려고 한다.   박씨는 “이 동네에서 나는 역할이 바뀌는 것 뿐, 매각은 우리 가족이 운영했던 피플스마켓을 커뮤니티에 다시 돌려주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이 마켓에서 한인 1세대에서 2세대로의 전환이 있었고 이제는 흑인 단체가 이곳을 운영하면서 주변 일본 커뮤니티까지 함께 한다면 이건 미국 역사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플스마켓은 박씨 가족의 이민사가 스민 추억의 장소다. 인쇄업을 하다 LA 폭동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던 박씨의 부모는 29년 전 스키드로의 마켓을 인수했었다. 아버지 밥 김씨는 지난 2018년에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 메이박(69)씨는 “이 가게를 운영하면서 고생도 많이 했지만 애들 공부도 다 시켰고 무엇보다 우리 가족의 추억이 있는 곳이라 아쉬운 마음도 있다”며 “그러나 아들의 결정을 존중했고 스키드로를 위한 단체가 마켓 운영을 이어간다고 하니 좋은 기분으로 떠나보낸다”고 말했다.   어머니 박씨는 향후 피플스마켓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인수·인계가 마무리되려면 2~3개월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이는 박씨 가족이 스키드로의 사람들과 작별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피플스마켓은 진정 사람들을 위한 가게로 또 한 번 바뀐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커뮤니티 가게 문화 커뮤니티 주변 커뮤니티 평소 스키드로

2023-12-21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창업 75주년 맞은 인 앤 아웃 버거

캘리포니아의 명물 ‘인 앤 아웃 버거’가 올해로 문을 연 지 75년이 됐다. 인 앤 아웃 버거는 1948년 해리 스나이더와 에스터 스나이더 부부가 LA동쪽 볼드윈 파크(Baldwin Park)에서 창업했다. 초기에는 지금의 드라이브 스루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주차장과 자동차 트레이 서비스만 제공하던 작은 가게였다. 1950년대에 지점을 확장하고 인 앤 아웃 버거의 상징 ‘더블 더블 버거’ 와 생감자를 사용하는 ‘프렌치 프라이’를 선보였다. 지금의 모든 메뉴는 1950년대에 만들어진 레시피로 만들어지고 있다. 볼드윈 파크에 문을 연 작은 햄버거 가게는 이제 미국 내 7개 주(캘리포니아, 유타, 애리조나, 네바다, 텍사스, 오리건, 콜로라도)에 400개의 지점으로 확장됐고 2026년에는 테네시주까지 진출할 예정이다. ‘인 앤 아웃’의 뜻은 성경 신명기 28장 6절 말씀 ‘네가 들어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을 것이니라.’를 품고 있다. 인 앤 아웃은 창업 75주년을 맞아 내일(22일) 포모나에서 대규모 페스티벌(In-N-Out Burger 75th Anniversary Festival)을 개최한다.   행사 내용과 티켓 구입 안내는 웹사이트(https://ino75thfestival.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상진 사진부장 kim.sangjin@koreadaily.com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창업 아웃 아웃 버거 햄버거 가게 창업 75주년

2023-10-20

[독자마당] 100세에 받는 혜택

시카고 여행 이틀째 샌드위치 가게에서 점심을 먹었다. 가격이 8달러 59센트나 됐지만 한끼 식사로는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가게 문을 나서니 바로 옆에 도넛 체인점이 있었다. 도넛 한 개와 커피 한잔을 주문하고 크레딧카드로 결제하려는데 잘 되지가 않았다. 직원인 흑인 소녀는 나를 보더니 웃으며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고맙게 커피와 도넛을 먹고 도넛 가게를 나섰다. 그날 숙소로 돌아와 직원이 돈을 받지 않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확실한 해답은 얻지 못했다.     다음 날은 시카고 예술박물관(Institute of Arts)에 갔다. 박물관 입구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내원이 지금은 멤버십이 있는 사람만 입장하고 일반인은 11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다고 알려준다. 매표소는 건물 안에 있었지만 입장권 판매원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한 안내원이 지팡이를 짚고 있는 나를 보더니 매표인에게 데리고 갔다. 입장료는 상당히 비싼 편이었다. 나는 무심결에 나이가 100세인데 무료로 입장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았다. 매표원은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두말없이무료입장권(com ticket)을 끊어 주었다. 박물관에는 아시아에서 온 불상, 한국의 도자기 등도 전시되어 있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은 별도의 전시장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 들어가려면 별도의 입장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무료입장권을 보여주자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그 후 나는 이 예술박물관에 세 번이나 더 갔다. 다른 박물관들도 내게 무료입장권을 줬다. 무료입장권을 받은 것은 좋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미안함이 있었다. 그리고 도넛 가게 소녀가 도넛과 커피값을 받지 않은 이유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빨리 100세가 되었으면 좋겠다. 미안한 마음이 없어지도록….  서효원 / LA독자마당 혜택 시카고 예술박물관 도넛 가게 도넛 체인점

2023-10-03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이모카세

“오늘 뭐 먹을래?” “아무거나.” 데이트할 때 세상 모든 남자를 미치게 한다는 메뉴 ‘아무거나’. 이 어려운 걸 척척 해내는 분들이 있다. 바로 이모님들이다.   요즘 한국 외식업계에서 뜨는 신조어는 ‘이모카세’다. 노포의 여 사장님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 ‘이모’와 일본어 ‘오마카세’가 합쳐진 말이다. 오마카세(おまかせ)는 ‘(사물의 판단·처리 등을) 타인에게 맡기는 것을 공손하게 표현한 말’ 또는 ‘(음식점 등에서) 주방장 특선, 주문할 음식을 가게 주방장에게 일임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서도 일식·중식·한우식당을 비롯해 디저트 카페서까지 널리 쓰이고 있는데, 일식이 아닌 경우에는 우리말 ‘맡김 차림’으로 쓰자는 목소리도 높다.   아무튼 이모카세 역시 그날의 안주를 이모에게 일임하는 맡김 차림이 특징이다. 3만~6만원을 내면 신선한 생선회부터 모둠전, 돼지고기 주물럭, 3색 나물, 홍합탕, 부추전, 해물탕, 김치볶음밥, 분홍 소시지 등 다양한 안주가 차례로 나온다.     이모 맘대로 ‘아무거나’ 내오는 중간에 손님이 달걀말이·칼국수 등 먹고 싶은 요리를 부탁하면 이 또한 만들어주는 게 이모카세의 매력이다. 식당은 소박해서 실내 포장마차를 연상시키지만 뷔페식당처럼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서 평균 1주일은 물론이고 석 달 후 예약까지 꽉 찬 곳도 있을 만큼 인기다. 물론 이 폭발적인 인기에는 이모님들의 후한 인심과 살가운 정도 한몫했을 것이다.   따끈한 국물에 소주 한 잔, 함께 마실 누군가가 생각난다. “이모, 안주는 아무거나요.” 서정민 기자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이모카세 이모 마음 주방장 특선 가게 주방장

2023-09-11

[우리말 바루기] ‘조각사유’가 뭐예요?

재판과 관련한 뉴스를 접하다 보면 간혹 ‘조각사유’란 용어가 나온다. 무슨 뜻일까? 법조인이나 법률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무슨 뜻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조각상을 만든 이유’ ‘생각하는 모습을 조각하는 것’ 정도로 억지로라도 유추해 보지 않을까 싶다.   ‘조각사유(阻却事由)’는 한자어다. 여기에서 조각(阻却)은 방해하거나 물리침을 뜻하는 말이다. 사유(事由)는 알다시피 일의 까닭을 나타내는 단어다. 둘이 합쳐져 ‘물리치는 이유’를 의미한다. 그래도 뜻이 잘 와닿지 않는다.   법률에서 ‘조각사유’는 보통 ‘위법성조각사유’ 등의 형태로 쓰인다. 그대로 해석하면 위법성을 물리치는 사유다. 풀어서 설명하면 형식적으로는 범죄행위나 불법행위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도 실질적으로는 위법이 아니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유를 뜻한다.   예컨대 남의 가게 창문을 깨뜨린 것은 손괴죄에 해당하지만 그 집에 불이 나서 도망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유리창을 깨뜨렸다면 위법성조각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 어려운 개념도 아니다.   ‘조각’을 ‘회피’ ‘불성립’ ‘배척’ 등으로, ‘사유’는 ‘이유’ 등 조금이라도 쉬운 말로 바꾸면 일반 국민과 법률 용어의 괴리감을 상당히 없앨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풀어서 더욱 쉽게 ‘위법하지만 처벌받지 않는 이유’ ‘위법이 아닌 이유’ 등으로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우리말 바루기 조각사유 법률 용어 가게 창문 일반 국민

2023-08-24

[영화몽상] 어느 비디오 가게 사장님의 전성시대

예전에는 ‘비디오 가게 주인’을 꿈꾸는 회사원들이 드물지 않았다. 좋아하는 영화를 실컷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요즘으로 치면 ‘덕업일치’를 꿈꿨던 셈이다. 반대의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할리우드 유명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젊은 시절 비디오 가게 점원이었다는 건 유명한 얘기다. 수많은 작품을 갖춘 비디오 가게는 때로는 필름 아카이브나 영화 학교 같은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중에도 뉴욕의 ‘킴스 비디오’는 보통 비디오 가게가 아니었다. 재미교포 김용만씨가 1980년대 중반 창업한 곳인데, 예술영화와 B급영화를 아우르며 희귀본 비디오를 잔뜩 구비해 뉴욕의 명소로 이름을 날렸다. 1996년 8월 3일자 중앙일보 기사는 “소장 테이프의 양과 질에서 미국 최고 수준”이라며 회원 중에 뉴욕의 유명 감독들과 배우들, 뉴욕대 영화학과 교수들도 있다고 전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다큐멘터리 ‘킴스비디오’(원제 Kim‘s Video)는 그 화려한 기억을 다시 불러낸다. 다큐에 등장하는 예전 직원들은 이 유명한 가게의 대표적 지점이 2009년 문을 닫을 당시, 25만 회원 가운데 영화감독 코엔 형제는 연체료가 600달러나 됐다는 등의 얘기로 그 명성을 짐작하게 한다. 이 다큐의 공동 감독 데이비드 레드먼 역시 왕년의 회원이자 영화광. 그는 지점이 문을 닫은 뒤 5만점이 훌쩍 넘는 소장 비디오의 행방을 추적한다. 뜻밖에도 이를 보관 중인 이탈리아 시칠리아 지역의 작은 도시 살레미, 예전에 만난 적 없는 창업주 김용만 사장이 사는 뉴저지 등을 오가며 결국 그 비디오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만들어 낸다.   사실 흥미로운 건 이 다큐만이 아니었다. 이 다큐의 상영장 열기도 예사롭지 않았지만, 다큐의 주인공 격으로 영화제에 참석한 김용만씨에게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관객들이 길게 줄을 서는 모습은 단연 이채로웠다. 대부분 비디오 세대로는 보이지 않는 젊은 관객들이었다.   디지털의 시대, 영화관 대신 OTT 서비스 등으로 영화를 보는 것이 일상처럼 여겨지는 시대다. 김 사장의 말마따나 비디오 가게의 “건방진” 점원들이, 웬만한 손님보다 아는 게 많은 점원들이 아니라 이용자 데이터에 기반한 알고리즘이 영화를 추천하는 시대다. 『도시의 승리』를 쓴 미국 하버드대 교수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사람과 재능과 아이디어가 모이는 것을 도시의 강점으로 예찬한 바 있다. 비디오라는 물리적 매체와 비디오 가게라는 물리적 공간은 영화광을 불러 모으는 도시 속의 영화 도시이기도 했다. 그 열기가 영화제라는 한시적 물리적 공간, 일시적인 영화 도시에서 재현되는 걸 목격하는 건 흥미로운 체험이었다. 이후남 / 한국 문화선임기자영화몽상 전성시대 비디오 비디오 가게 소장 비디오 시절 비디오

2023-05-03

LA 상점 절도 역대 최다…1~2월 일평균 26~28건

가게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 ‘상점 절도(shoplifting)’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7일 범죄통계 매체 크로스타운은 LA에서 지난 1월 한 달간 805건의 상점 절도가 발생해 지난 2010년 이래 가장 많은 월간 건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하루에 약 26건씩 발생한 셈이다.   이어 2월에도 775건이 발생했는데, 하루 평균으로 계산해보면 약 28건씩 발생해 1월 하루 평균보다도 많았다.     상점 절도는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렸다. 8월 이후 매달 600건 이상의 절도가 발생했다.     매체는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동기간 대에 살인과 총격 등 강력 범죄는 오히려 감소 추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특히 8월 이후 현재까지 상점 절도의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본 곳은 백화점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1503건의 피해가 발생했고, 다음으로 옷가게가 803건으로 피해가 컸다.       매체는 일부 고가 상품을 노린 상점 절도의 경우 되파는 것을 목적으로 조직화한 범죄 집단에 의해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가주고속도로순찰대(CHP) 조직 소매 절도 테스크포스팀은 가주 전역에서 100만 달러어치의 애플 전자제품을 훔친 절도단을 검거한 바 있다.       한편 2022년 상점 절도는 총 6414건이다. 그중 5188건(81%)이 피해액 950달러 이하인 경절도(petty theft)로 나타났으며, 나머지 1226건(19%)이 950달러가 넘는 고가의 상품이 도난 피해를 본 중절도(grand theft)로 나타났다. 중절도는 경범이나 중범으로 기소될 수 있다.       같은 해 지역별로 봤을 땐 패션 디스트릭트 등이 있는 LA 다운타운에서 776건을 기록해 상점 절도 피해가 가장 컸다. 이어 대형 쇼핑몰들이 있는 카노가 파크 448건, 미드 윌셔 308건, 페어펙스 273건, 소텔 266건 등 순이었다.     이처럼 LA시 전역에서 업소들을 대상으로 한 절도 피해가 늘면서 한인 업주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인타운의 식당 ‘해장촌’은 이달 초 절도 피해 〈본지 3월 8일 자 A3면〉 를 본 이후 업소 각 유리창 안쪽으로 철제 셔터를 덧대어 보안을 강화했다.   식당 매니저 케이씨는 “유리는 깨지더라도 범인들의 내부 침입을 막기 위해 직원 보호 차원에서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낮에도 절도범들이 나다니기 때문에 손님들에게도 소지품이 바깥으로 나와 있으면 안으로 넣어달라고 주의를 드린다”며 “최근 여러 곳에서 절도 사건이 빈번히 발생해 식당 차원에서도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남가주한인외식업협회 김용호 회장(식당 아라도 업주)은 “한인타운에 캐시가 많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한인 업소들이 타깃이 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불경기로 인해 가게 털이범들이 더욱 날뛰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존의 흑백 방범 카메라에 더해 최근 컬러 카메라를 추가로 부착했다”며 “낮에도 시큐리티 가드가 없으면 앞뒷문 모두 잠가놓고 영업하며 보안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범인들은 범행 전 사전 답사를 간다고 강조하며 ▶업소 내 많은 카메라가 부착돼있다는 사실을 안내문을 통해 예방 차원에서 알리고 ▶잔돈이나 그날 매상을 절대 가게에 두지 말고 ▶퇴근 시 비어있는 금전출납기를 열어 놓고 가고 ▶뒷문이 있다면 폐쇄해 출입구를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장수아 jang.suah@koreadaily.com한인타운 캐시 가게 절도 한인 업소들 남가주한인외식업협회 김용호

2023-03-27

[글마당] 나일 수도 있다

리버사이드 공원을 따라 콜롬비아 대학까지 걸어 올라가서 브로드웨이를 따라 내려온다. 대학생들의 젊고 발랄함을 느끼고 싶어서다. 힘든 학업에 시달린 피곤한 모습이긴 해도 싱싱하다.     “아버지 여기는 너무 애들이 많아요. 다른 데로 가요.”   내가 젊은 사람들 모이는 곳을 즐겨 찾는 친정아버지에게 말하면 아버지는 “젊은 사람들 틈에 끼어 싱싱한 에너지를 받아야지. 들어가 차 한잔 마시고 잠깐 앉아 있다가 나오자.”   친정아버지는 비원의 한적한 뜰도 즐겨 가셨지만, 나이 든 사람이 많은 곳엔 가기를 꺼리셨다. 나도 그런 연유에서인지 대학가를 거닐면 젊어진 듯 발걸음에 힘이 들어간다.   콜롬비아 대학가를 지나 다운타운 쪽으로 걷다 보면 빈 가게가 눈에 띄게 하나둘씩 늘어난다. 팬데믹으로 온라인 쇼핑이 성행하자 급격하게 늘었다. 빈 가게 숫자가 얼마나 늘어났나를 하나둘 세면서 남의 일이 아닌 듯 씁쓸한 심정으로 힘 빠진 다리를 옮긴다. 빈 가게 앞, 바람에 날려 쌓인 너저분해진 귀퉁이에 홈리스가 적선하라며 앉아있다. 크레딧 카드를 사용하는 요즈음 그들도 예전만큼 수입이 없겠다. 내 주머니 역시 현찰도 없고 동전 만져 본지가 한참 됐다.     여행지에서 만난 한국 여자가 말한 ‘It could be me.’ (나일 수도 있다)가 생각났다. 그녀는 배에서 서브하는 사람들에게 무척 친절했다. 팁도 많이 챙겨주며 말했다.     “내가 만약 미국에 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남편에게 얻어터지고 있을지도 몰라요. 친정이 가난해서 교육도 많이 받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남자와는 결혼하기 힘들었거든요, 다행히 기회의 나라 미국에 와서 온갖 고생 하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이렇게 여행하며 삶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그렇지 않았으면 지금 나도 어디에서 어떤 험한 일을 하고 있겠지요. 힘든 일하는 사람들 보면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친절하지 않을 수 없어요.”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멈춰진 차 때문에 트래픽으로 열난 남편이 “집에 처박혀 있지 않고 왜 똥차를 끌고 나와서는~.” 길게 말하려다가 멈추고 죄지은 표정으로 나를 힐끗 쳐다본다.     “우리는 저런 차도 없었잖아. 간신히 마련한 덜덜거리는 차를 타고 가다가 바퀴가 떨어져 나가 저만치 굴러가는 것을 보고 놀랐던 것 잊었어. 그때 교통사고 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지. 남의 일이 아니야. 우리도 저런 상황과 맞닥뜨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어요.”   요즈음 굴지의 기업에서 레이오프를 많이 한다. 모아 놓은 돈도 없고 매달 들어오던 월급이 끊겼다. 집에서 놀면 나갈 돈은 더 많아진다. 홈리스 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순식간에 일어난다. 남의 일이 아닌 듯 빈 가게를, 홈리스를 그냥 스쳐 지나칠 수가 없다. 하루가 다르게 점점 빈 가게와 홈리스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 아직 느끼지는 않지만, 그들만의 상황이 아니다. 그와 같은 현상이 확산하면 나에게도 영향이 올 수밖에 없다. 내가 그들처럼 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비가 쏟아질 것 같은 검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It could be me.’ (나일 수도 있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콜롬비아 대학가 가게 숫자 리버사이드 공원

2023-03-10

[글마당] 풀 끝에 오른 이슬

풀 끝에 오른 이슬이 한평생의 기간인가   마른 풀잎엔 젖은 이슬만 흥건하네       불 꺼진 창으로 들어오는 외로움의 포효   나목의 쓰린 상처가 멈춰선 계곡의 소리들을 들추고   생명의 빛으로 순환을 하는 그대처럼 아름다운 이 봄에   그대 감긴 실타래 풀어 긴긴날을 홀로 남아 가게 하나       반평생 다 못한 찢긴 바람의 갈기를 잡아매려   풀 끝에 서린 칼바람 등에 지고 나섰던 길   아성의 편집만을 고집하지 않는 그대가 있어   글 새들의 퍼석한 깃 하늘을 날게 하고       무거운 겨울의 그늘을 견디고 있는   동백의 작은 볼에도 붉은빛이 감도는 순환의 터에   이름 지우고 떠나는 그대 앞에 이름 없는 이 자리에 앉아   오색 다리 무지개를 타고 있네       한 귀퉁이로 나를 몰아세우고 나를 보는 나   살아 보자고 소리치는 작은 소리의 목 맺힘이   아직도 나의 볼을 때리는데   꽃이 꽃밭으로 들어가 꽃으로 지네       꺾이다가 밟히다가 누런 전 잎으로 처져 있던   풀잎들의 끝이 몸을 추스르고 숨을 쉬는 맑은 날   그림자 없이 그렁거리는 어제의 미소와   향으로 오르는 오늘의 그 얼굴       모두가 일어선 봄의 향연   숨통을 트이게 하는 생명의 길목에   찾아갈 수 없는 그리움 멀리 그대 사라진 거리에   바다의 미풍만 서럽게 반짝이네 손정아 / 시인·롱아일랜드글마당 이슬 김규화 오색 다리 남아 가게

2023-02-17

[삶의 뜨락에서] 버틴다는 것

드라마 ‘미생’ 윤태호 작가는 만화가로서 재능이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 시간 자체를 버텨내기만 한다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어려운 환경까지 버텨내는 것까지도 다 재능이라고 했다. 만화가로서 그의 삶은 지독히 궁핍했다. 다행히 미생 덕에 빚을 갚을 수 있었다고 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기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 이 존재의 물음에서 넓게는 철학과 사상, 정치와 문명이 탄생해왔고 좁게는 개인의 가치관 인생관이 세워진다. 시대정신을 담은 문학도 영혼을 치유하는 음악도 문화란 인간 자신이 누구인가를 묻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이 세상에 사는 사람 말고 또 누가 자기 밖에서 자기에 관해 물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토록 위대한 인간이 각박한 현실을 버텨내기가 힘들다. 뭘 해야 먹고 살 수 있는지가 당장 코앞에 닥친 문제고 직장에서는 위에서 차이고 아래에서 박힌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하루가 다르게 뛰는 물가 때문에 주머니는 항상 비어있고 운전하면서 주유소를 지날 때는 내 차 기름이 얼마쯤 있는지 자연스럽게 쳐다보게 된다.   우리 가게 옆 캐롤 가게에 물 폭탄이 쏟아졌다. 파이프가 터져 가게가 물바다가 되었다. 물을 퍼내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물과 스팀이 혼합되어 곰팡이 냄새가 우리 가게까지 스며들어 온다. 오래된 건물이라 한두 번 물이 천장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다. 건물 주인에게 몇 번씩 통보했지만 관심이 없다. 그러다 타운에서 조사관이 나와 경고장을 주면 고치는 시늉만 했다. 캐롤은 아이들이 3명이고 학교에 보내며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곳이 이 가게다. 물이 전기선에 닿으면 화재 위험이 있다고 소방관이 전기를 차단했다. 캐롤 가게는 여성 핸드백과 여러 가지 파는 잡화 가게다. 크리스마스 대목도 보지 못했고 바닥부터 새로 깔고 페인트칠 하고 가방과 많은 물건을 다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가게로 탈바꿈해 놓았다. 그러나 보험이 아직 처리되지 않아 보상도 받지 못하고 타운에서 영업 허락이 안 된 상태이고 소방서에서는 다른 보완 장치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에다 약속 날짜에 오지 않아 몇 번씩 재촉 전화를 해도 연락을 받지 못하고 있다.   캐롤은 힘들어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버틸 수 있는 부적 같은 힘이 아이들이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허물없이 말해준다. 단 한 사람도 행복하다 말한 사람 없고 모두 이루었다 말한 사람 없다고 웃으며 말하다가도 어느새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이들의 웃음으로 버티든 버텨가고 있다.     코로나19가 들이닥친 지 3년. 빈 가게들을 볼 때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어느 순간 내가 그렇게 되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어두운 터널을 버티어 내며 살아내고 있다. 고통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멀리 바라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먼 목표가 아니라 내 앞에 작은 희망들로 우리는 버티어 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 매주 셔츠 앞주머니에 로또 한장이 들어있는 손님이 있다. 왜 이것을 사느냐고 물어보았다. 그에 대답은 간단했다. 이것이 희망이다. 이게 한 주를 버티게 하는 힘이라고 했다. 그는 일주일마다 희망을 산다. 버티고 버텨낸다. 그리고 또 하루를 산다. 그렇게 버텨나갈 힘만 있다면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행복하다고 큰소리치진 못해도 희망이 있다고는 말할 수 있다. 양주희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캐롤 가게 우리 가게 셔츠 앞주머니

2023-02-07

[브랜드 이야기] 시장 세분화로 성공한 ‘인앤아웃 버거’

시장세분화는 기업이 특정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분석하는 방법이다. 필자는 시장세분화와 목표 시장 선정을 위해서는 먼저 고려해야 할 두 가지 과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어떻게 시장을 세분화해서 목표시장을 선정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목표시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기업이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을까의 문제다.   우선 시장세분화와 목표시장 선정 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은 많지만 기본적인 세분화 원칙은 시장의 두 가지 구성요소를 고려하여 기업에 가장 유리한 특정 시장을 목표로 선정하는 것이다.  시장의 두 가지 구성 요소는 잠재고객과 경쟁기업이다.  잠재고객의 욕구를 확인하고 경쟁자와의 비교우위를 통해 이를 충족시켜 그들을 실제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장을 목표시장으로 선정해야 한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잠재고객의 충족되지 않고 있는 욕구를 세분화하고, 경쟁기업 역시 세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세분화 작업을 통하여 기업이 경쟁적 비교우위를 갖고 고객의 욕구를 충족 시킬 수 있는 목표시장을 확보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은 미미하더라도 세분화되어 선정된 목표시장에서는 1위 기업의 위치를 누릴 수 있다.     두 번째 과제는 선정된 목표시장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다음 추가 성장을 위한 방향 설정 과제다. 일단 목표시장에서 성공한 다음에는 어떻게 성장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대기업도 처음에는 중소기업으로 부터 시작하기 마련이다. 어떻게 목표시장을 잘 운영하고 어떻게 성장전략을 세워서 집행하는가에 따라 중소기업으로 남기도 하고, 대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아니면 아예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기업도 부지기수다.     성장전략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기존시장에서 고객의 핵심 욕구를 충족시키고, 이를 토대로 지속해서 성장한 유명 햄버거 업체 ‘인앤아웃버거(IN-N-OUT BURGER)’의 사례를 살펴보자.  ‘인앤아웃’은 70여년 전 하나의 매장에서 출발해 현재는 380개 매장에 직원 2만7000여명, 연 10억 달러가 넘는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인앤아웃버거’는 어떻게  고객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는 전설과도 같은 햄버거 기업이 될 수 있었을까?     해리 스나이더와 그의 부인은 1948년 남가주의 볼드윈파크 지역에서 햄버거 가게를 열었다. 이 가게의 이름이 ‘인앤아웃버거’ 다. 당시 햄버거 업계에는 강력한 경쟁자들이 많았다. ‘인앤아웃버거’가 한정된 인력, 그리고 자금력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에는 경쟁자들과는 다른 몇 가지 운영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인앳아웃’은 모든 햄버거 재료의 신선도를 최고 기준으로 고집했다. 이 기준 때문에 대부분의 재료는 가게와 근접한 지역에서 구입했으며, 햄버거 빵도 당일 생산된 것만 사용했다. 또 패티용 소고기는 유통센터에서 48시간 이내에 가게로 배송되어야 하며, 소고기는 냉장만 사용하고 냉동은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 이런 신선함을 고객들이 원하는, 그러나 당시 충족되지  않었던 욕구라는 것을 스나이더 부부는 인지하고 있었다.  다른 경쟁 햄버거 기업들은 그 당시, 그리고 지금도 이 신선함에서 ‘인앤아웃’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둘째, ‘인앤아웃’은 극히 한정된 인적 자원과 재정자원 때문에 드라이브인(Drive-In) 시스템을 도입한 첫 번째 기업이었다. 이 방법은 상당히 효율적인 고객 서비스로 제 2, 그리고 제 3의 가게를 여는데 상당히 중요한 역활을 하였다. 또 지금까지도 ‘인앤아웃’은 개인소유 기업을 고집하며 프렌차이즈 운영체계를 거부하고 있다. 일관된 품질관리와 최상의 고객서비스를 위해서는 기업의 절대적인 컨트롤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셋째, 스나이더 부부는 안정된 가게 운영을 위해 종업원들과의 원활한 관계 유지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가족같은 노사관계를 만든 것이다.  참으로 놀랄만한 점은 1948년 부터 1950년 사이에 일했던 직원 3명은 2010년까지도 ‘인앤아웃’의 일원으로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스나이더 부부의 철학은 ‘인앤아웃’의 기업 철학으로 계승되어 지금도 임직원 평균 고용 기간은 햄버거 기업 중에서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스나이더 부부는 기존고객들의 만족이 그들의 성공에 절대적인 요인이라 생각하였으며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점검하고 집행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철저함을 몸소 실천했다. 특히 품질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창업주 스나이더가 깨알같이 쓴 제품제조 방법은 ‘인앤아웃’의 성경책으로 불리며 본사 케비넷에 소중히 간직되어 있다.        ‘인앤아웃’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나름대로 독특한 성장전략을 구사했다. ‘인앤아웃’은 매장 숫자를 늘려 성장을 시도하기보다는 기존 매장에서 가능한 최고의 매출을 올리면서 서서히 그러나 체계적으로 성장하는 방법을 택했다. 고객들의 절대적인 사랑과 입소문이  이러한 성장방법을 가능하게 했다.   ‘인앤아웃’은 건강과 직원 배려라는 점 때문에 칭찬을 받는 극소수의 패스트푸드(Fast Food) 기업 중의 하나다. 또한 줄리아 차일드, 앤소니 보데인 등 세계적인 유명 요리사들이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인앤아웃 햄버거’를 소개도 하였다. 따라서 ‘인앤아웃’ 매장 오픈은 그 지역의 이벤트가 되었다.  예를 들어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인앤아웃 매장이 오픈할 때 고객들은 4시간이나 기다렸고 TV 방송 헬기들이 매장 주차장 위를 촬영하기도 했다.       신선한 재료의 햄버거를 최상의 서비스로 제공한다는 전략은 고객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경쟁자들은 따라 할 수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빠른 성장을 막는 약점도 된다. 신선한 패티용 소고기의 냉장유통이라는 한계 때문이다. 유통센터에서 24시간 또는 48시간 이내에 패티용 소고기가 매장에 공급되려면 많은 제약 조건이 따른다. 따라서 현재까지 6개 주에만 인앤아웃 매장이 있고 총 380개 매장 가운데 69%는 아직도 캘리포니아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과도한 자신감과 절제되지 않은 성장 전략으로  많은 기업들이 실패한 사례들을 볼 때 ‘인앤아웃’은 좋은 반면교사의 사례가 될 수 있겠다. 박충환 / 전 USC 석좌교수브랜드 이야기 세분화 시장 목표시장 선정 햄버거 가게 햄버거 재료

2022-11-22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맡김차림

맡김차림‘맡김차림’은 일식에서 사용하는 ‘오마카세’를 우리말로 바꿔 부르는 말이다.     일본어사전에서 오마카세(おまかせ)는 ‘(사물의 판단·처리 등을)타인에게 맡기는 것을 공손하게 표현한 말’ 또는 ‘(음식점 등에서) 주방장 특선, 주문할 음식을 가게 주방장에게 일임하는 것’으로 풀이돼 있다.     외식업계에선 이 의미들을 합쳐 주방장이 그날 사온 최고의 제철 식재료로 요리한 메뉴를 존중하고 신뢰한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몇몇 미식가들 외에는 낯선 단어였던 이 말이 유명해진 건 몇 년 새 새로운 개념의 고깃집들이 등장하면서다.     쇠고기의 다양한 부위를 코스로 먹되 그날의 신선 부위와 조리법은 주방장 추천대로라는 뜻으로 ‘한우(쇠고기) 오마카세’라는 표현이 쓰이기 시작했고 이후 삼겹살집, 카페, 한식당 등에서도 무분별하게 사용됐다.     식당이나 언론이나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단순명료한 단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맡김차림’은 이렇게 두서없이 가져온 일본어 대신 우리말을 쓰자고 젊은층이 고안해낸 신조어다.     우리술 전문가로서 MZ세대 막걸리 열풍을 일으킨 ‘백곰 막걸리’ 이승훈 대표는 “한식과 우리술을 함께 소개하면서 오마카세라는 용어를 쓰는 건 경복궁 들어갈 때 기모노를 입는 것과 같다”며 “미식 수준이 올라갈수록 글로벌 용어가 많이 사용되는데 그 의미와 적용 사례가 맞는지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주방장(셰프) 특선’이라는 익숙한 표현을 썼다면 어땠을까. 촌스러워 보일까 젠체하느라 외식 전문 용어를 가져왔다가 길을 한참 돌아가게 됐다. 서정민 /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주방장 특선 우리술 전문가 가게 주방장

2022-11-14

[이 아침에] 백수와 반백수

남편은 반백수, 나는 백수다. 백수와 반백수가 함께 사는 집은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아침에도 전혀 바쁠 일이 없다. 커피 내려지는 모습을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다.     남편은 응급실을 두 번 갔다 온 후로 일을 줄여 반백수가 되었고, 나는 일찌감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백수가 되었다. 건강이 나빠져 일 년여를 한국에서 보낸 후 자연스럽게 하던 일을 놓았다.     백수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백수를 진정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건강이 필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잊지 말고 해야 할 것이 운동이다.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이제야 많아진 시간을 누릴 수 없다. 백수가 되고 나서 정해진 시간 안에 꼭 해야 하는 일들이 많이 줄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는 방학이나 휴일에만 여행이 가능했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주중에 불현듯 떠날 수도 있다. 젊은 날보다 멀리 가는 것은 어렵다. 일주일 정도만 예정해도 챙겨야 할 약이 한 보따리가 된다.     지난주 목요일에는 늦은 아침을 먹고 빈둥거리다 세코이아 국립공원을 다녀왔다. 계획했던 일이 아니므로 11시쯤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 왕복 400 마일이 넘는 만만치 않은 길이다.     중간쯤 갔을 때 즐겨가는 햄버거 가게에 잠시 멈췄다. 점심시간이라 줄이 길었다. 입구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주문해 보기로 했다. 햄버거 종류가 화면 가득하다. 햄버거와 치킨너깃을 주문하고 소스를 선택하고 음료를 정했다. 선택해야 할 것이 생각보다 많았다. 몇 번 실패하고 우여곡절 끝에 주문을 완료했다. 줄 서는 것이 오히려 빠를 뻔했지만 이렇게 신문물을 하나씩 배워 간다. 대단한 것을 이룬 것처럼 우쭐해졌다.     세코이아 박물관에 도착하니 4시 45분이었다. 입구에 5시에 닫는다고 쓰여 있었다. 서둘러 대충 보고 나왔다. 시간이 넉넉했으면 좋았겠지만 언제든 다시 올 수 있으니 많이 아쉽지는 않았다. 이것이 백수의 특권 아니겠는가.   백수가 시간을 보내는 데는 어떤 기준이 없어 좋다. 무리한 계획을 세우지도 않는다. 내 속도로 가면 된다. 사부작사부작 하찮은 일을 하면서 산다.     백수가 되자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많아졌다. 깊은숨을 쉬며 내 안을 들여다본다. 익숙한 내가 낯선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고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시간이라서 좋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일상에 감사한다. 그날이 그날인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젊은 날에는 알지 못했다. 하늘까지 올라갔다가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경험을 수차례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일이다. 진정한 백수는 가진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사람이다. 이미 살아버린 세월의 아쉬움과 나이 들어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를 앞날에 대한 불안을 접어두고 오늘을 기쁘게 살아가려 한다. 그래야 삶을 즐기는 백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박연실 / 수필가이 아침에 반백수 백수 백수 생활 햄버거 가게 햄버거 종류

2022-09-19

[이 아침에] 백수와 반백수

남편은 반백수, 나는 백수다. 백수와 반백수가 함께 사는 집은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아침에도 전혀 바쁠 일이 없다. 커피 내려지는 모습을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다.     남편은 응급실을 두 번 갔다 온 후로 일을 줄여 반백수가 되었고, 나는 일찌감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백수가 되었다. 건강이 나빠져 일 년여를 한국에서 보낸 후 자연스럽게 하던 일을 놓았다.     백수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백수를 진정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건강이 필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잊지 말고 해야 할 것이 운동이다.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이제야 많아진 시간을 누릴 수 없다. 백수가 되고 나서 정해진 시간 안에 꼭 해야 하는 일들이 많이 줄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는 방학이나 휴일에만 여행이 가능했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주중에 불현듯 떠날 수도 있다. 젊은 날보다 멀리 가는 것은 어렵다. 일주일 정도만 예정해도 챙겨야 할 약이 한 보따리가 된다.     지난주 목요일에는 늦은 아침을 먹고 빈둥거리다 세코이아 국립공원을 다녀왔다. 계획했던 일이 아니므로 11시쯤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 왕복 400 마일이 넘는 만만치 않은 길이다.     중간쯤 갔을 때 즐겨가는 햄버거 가게에 잠시 멈췄다. 점심시간이라 줄이 길었다. 입구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주문해 보기로 했다. 햄버거 종류가 화면 가득하다. 햄버거와 치킨너깃을 주문하고 소스를 선택하고 음료를 정했다. 선택해야 할 것이 생각보다 많았다. 몇 번 실패하고 우여곡절 끝에 주문을 완료했다. 줄 서는 것이 오히려 빠를 뻔했지만 이렇게 신문물을 하나씩 배워 간다. 대단한 것을 이룬 것처럼 우쭐해졌다.     세코이아 박물관에 도착하니 4시 45분이었다. 입구에 5시에 닫는다고 쓰여 있었다. 서둘러 대충 보고 나왔다. 시간이 넉넉했으면 좋았겠지만 언제든 다시 올 수 있으니 많이 아쉽지는 않았다. 이것이 백수의 특권 아니겠는가.   백수가 시간을 보내는 데는 어떤 기준이 없어 좋다. 무리한 계획을 세우지도 않는다. 내 속도로 가면 된다. 사부작사부작 하찮은 일을 하면서 산다.     백수가 되자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많아졌다. 깊은숨을 쉬며 내 안을 들여다본다. 익숙한 내가 낯선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고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시간이라서 좋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일상에 감사한다. 그날이 그날인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젊은 날에는 알지 못했다. 하늘까지 올라갔다가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경험을 수차례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일이다. 진정한 백수는 가진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사람이다. 이미 살아버린 세월의 아쉬움과 나이 들어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를 앞날에 대한 불안을 접어두고 오늘을 기쁘게 살아가려 한다. 그래야 삶을 즐기는 백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다음 주는 또 어디로 떠나볼까 궁리 중이다. 요즈음처럼 뜨거운 여름은 아무래도 바닷가가 제격일 듯싶다. 반백수와 백수의 취향이 얼추 비슷해졌다. 다행이다. 박연실 / 수필가이 아침에 반백수 백수 백수 생활 햄버거 가게 햄버거 종류

202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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