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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마당] 슬픔과 함께 고향의 추억 속으로

어릴 적 친정아버지가 꾸민 서재에는 보물단지 책상 하나가 있었다. 큰오빠가 이 책상에서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 의예과에 수석으로 입학했기 때문이다. 그 연유로 고등학생이던 나의 두 사촌 오빠가 교대로 우리 집의 그 책상에서 공부하다 가는 날들이 있었다. 이들은 어머니 오빠의 아들들이었다. 그런데 큰집의 막내아들인 오빠는 서울대에 들어갔고 작은집의 오빠는 후기 대학에 합격했다. 최근 큰집 오빠의 부음을 작은집 올케로부터 들으며 둘은 가장 친한 친구 사이기도 했다는 사실도 알았다. 올케는 남편이 장례식에서 서럽게 울더라는 이야기도 전했다.     고인이 된 오빠는 자기 형처럼 유명한 농대를 졸업했지만 다른 길을 갔다. 그는 잘 난체도 열등의식 같은 것도 없는 사람이었다. 목소리도 좋고 까무잡잡한 피부의 미남이었다.     큰 외갓집은 어머니 집안의 제사를 물려받은 양자로 들어오신 삼촌이다. 외조부가 돌아가신 1928년은 딸에게는 유산을 물려주지 않는 시절이었다. 하지만 어찌어찌 어머니는 그 삼촌과 공동명의로 논밭 조금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 불편한 관계가 있었지만 나는 큰 외사촌 언니와 오빠를 좋아했다. 시청 근처인 광산동에서 외삼촌은 삼천리 자전거 대리점을 오래 운영했다. 그리고 외삼촌 댁 이층에서 제사가 있는  날이면 초중고생 사촌들이 모였다. 차례로 교자상에 앉아 저녁을 먹으며 추억을 쌓았다. 당시 오빠는 대학 졸업 후 서울의 유명회사에 지원했지만 잘 안 된다는 소문도 있었다. 오빠는 결국 외삼촌처럼 자전거 대리점을 양동 상가에 차렸고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결혼했다. 올케는 우리 동네 이웃의 착한 딸이라며 어머니는 기뻐하셨다.     당시 올케도 나처럼 교사여서  퇴근길에 오빠네 가게에 들러 올케랑 이야기도 종종 나누며 정도 들었다. “아가씨, 오셨수?” 얼마나 듣기 좋은 말인지. 고향에 가면 꼭 하루 자고 싶은 그 다정한 오빠와 올케네 집.     얼마 전 한국의 한 지인이 나에게 공진단을 보내준다기에 대신 그 오빠에게 선물해 달라고 했다. 오빠는 그때 간암 투병 중이어서 본인이 먹지는 못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주겠다며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오빠는 공진단을 보내준 지인에게도 감사 인사를 갔었다고 한다.     오빠의 병환 중에 가끔 안부를 전하곤 했는데 최근 내가 병원에 다니느라 잠시 소홀했더니 그사이에 별세한 것이다. 언제나 다정한 목소리로 “그래그래 잘 있냐, 애 아빠 잘 계시냐”고 말했던 오빠였다. 그가 나에게 남긴 마지막 문자는 “예쁜 동생아, 좋은 글 많이 써라”였다.  보고 싶은 오빠, 우리가 모르는 고민 다 떨구시고 좋은 세상으로 가시구려. 최미자 / 수필가문예 마당 고향 추억 어머니 오빠 막내아들인 오빠 오빠네 가게

2024-08-29

[우리말 바루기] ‘오르다’와 ‘올리다’

시장 한쪽에 콩나물을 파는 가게가 있다. 콩나물 값을 ‘올렸을’ 때도 가게 주인은 언제나 ‘올랐다’고 말한다. ‘올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어쩌면 ‘올린’ 책임에서 벗어나고 손님의 눈총도 피하고 싶었겠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콩나물 값이 올랐다’는 말은 파는 쪽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형식 같다. 그래야 값을 올린 주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누가 ‘올린’ 게 아니라 저절로 ‘오른’ 게 돼야 부담이 덜하다. 가전제품이나 자동차처럼 덩치가 큰 것에 대해서는 더 그런다. 자연스럽게 알게 되더라도 가격을 올린 주체를 굳이 밝히지 않는다.   “이 모델은 가격이 인상됐다. …인테리어를 새로 하면서도 가격은 낮췄다.” 이런 식이다. 판매하는 쪽의 이해를 적극 반영한다. 가격을 올린 게 어쩔 수 없었던 것처럼 ‘인상됐다’ ‘올랐다’고 표현한다. 가격을 올린 업체의 얼굴을 가린다. 그러면서 가격을 올린 곳이 다른 데 있는 것 같아 보이게 한다. 이러면 적어도 가격 인상의 책임을 업체 혼자 지지는 않게 된다.   반대로 내린 것은 ‘낮췄다’며 주체를 분명하게 알린다. 이런 방식에 모두가 익숙해져 간다. 판매하는 쪽은 이런 형태의 문장을 내놓고 유통시키고 싶어 한다. 소비자도, 언론도 그대로 따를 일은 아니다. ‘가격을 올렸다’도 있다.우리말 바루기 가격 인상 시장 한쪽 가게 주인

2024-08-19

[삶의 뜨락에서] 마음의 거스러미

발톱 옆에 거스러미가 생겼다. 스치기만 해도 따가워 신경이 쓰인다. 살짝 당겨보니 확 아린 것이 자칫하면 죽 찢어지게 생겼다. 일단은 그냥 두어 보기로 하지만 종일 거슬린다. 거슬려서 거스러미인가. 손톱깎이로 잘랐다. 그런데 며칠 만에 그곳에서 자른 부분이 자라나 또 아프다. 이번에는 손톱으로 뜯어 결국 피가 나고 말았다. 조금 살살 다룰걸. 딴생각을 하다 발등을 계산대 모서리에 콩 부딪쳤다. 외마디를 내지르고 깽깽이를 뛰면서 순간의 통증을 이겨냈지만 한참 뒤에 내려다본 발등의 색이 퍼렇게 변했다. 그제야 욱신대는 것 같기도 하고 뼈에 실금이라도 생긴 게 아닐까 걱정되어 괜히 절룩이며 조심했다. 별거 아니라고 여겼던 생채기와 멍울도 인지한 순간부터 거치적거리고 신경 쓰이고 아프다. 슬며시 궁금증이 들어선다. 그간 몰랐던 마음의 티끌을 우연히 발견했다. 눈치채지 못하고 넘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영 부담스럽게 알아 버렸다. 과연 우린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멍과 거스러미는 어떻게 어루만지고 있을까.   우리 가게에 자주 오는 루시는 유나이티드 항공사에서 25년을 재직하고 62살에 은퇴했다. 아직은 젊고 힘이 넘친다. 일주일에 3일 운동하고 가끔 복지회관에서 봉사 활동하고 94살 친정어머니 집에 들러서 이야기하고 일주일에 두 번 차이나타운에 있는 한의사에게 체중조절 침을 맞는다. 입으로는 바쁘다고 하지만 너무 일찍 퇴직한 걸 후회한다. 일할 때는 상사의 잔소리도 귀에 거슬리고 동료와도 사이가 서먹하고 출퇴근도 번거로웠지만 퇴직하고 보니 귀찮게 여겼던 모든 것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시간이 많으니 사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이 많아졌다. 유나이티드 항공사에서는 25년 이상 근속하면 세계 어느 곳이든 비행기가 무료다. 1주일씩 현지 관광 경비도 많이 들고 호텔비 하며 씀씀이가 커져 퇴직금을 야금야금 꺼내 쓰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루시가 가게에 오면서 색다른 이야기, 내가 모르는 미국사람들의 생활 방식이나 경험, 유머 같은 것을 좋아했다. 가게 앞에 몇 시간씩 앉아 좀도둑도 지켜주고 나도 일하면서 심심치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루시가 가게에 와서 간섭하고 내 시간을 빼앗는 느낌이 들면서 거슬렸다.   동네 소식이 빠른 루시가 가게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큰 교회에서 벼룩시장이 열린다고 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쓰지 않는 물건을 팔겠다고 했다. 하루 자리 사용료가 30달러. 미국 사람들은 이사를 하면서 거라지 세일을 한다. 그 사람들이 살면서 요긴하게 썼지만 더 이상 필요치 않아 세일을 한다. 가끔 좋은 것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행운도 있지만 요상한 물건을 누가 살까 하는 의구심도 많다. 오늘 첫날인데 80달러를 팔았다고 좋아한다. 무엇을 팔았냐고 물었더니 어렸을 때부터 모은 동물 인형이다. 이제는 방구석에 쌓아놓은 인형들이 거슬려 치워버렸더니 속이 시원하다고 털어놓는다. 다음 주는 우리 가게에 찾아가지 않은 옷들을 주겠다고 했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옷들은 언젠가 찾으러 오겠지 하며 기다렸는데 과감히 정리하기로 했다. 쓸 만한 옷들이 제법 많다. 테이블에 펼쳐놓고 접어서 옆에 놓고 줄을 만들어 걸어 놓으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사갈 것 같다. 눈에 띌 때마다 정리해야지 외치며 마음속으로 무척 거슬렸는데 빈자리를 쳐다보니 막혔던 파이프 구멍이 뚫린 것 같다. 이제는 루시와 조금 거리를 두었다. 한결 편해진 나의 마음을 지킴과 동시에 오히려 가끔 듣는 루시의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음에 거스러미도 생긴 이유가 있지 않을까. 건조하다든지 거칠게 다루었다든지. 타인의 문제점에는 명확한 훈수를 두고 자처해 상담해 주기도 하면서 왜 내 마음에만 가혹한지. 발톱 옆에 거스러미도 슬금슬금 달래 뜯을 걸 혼자만의 괭이질이 너무 힘들거나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양주희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거스러미 마음 유나이티드 항공사 우리 가게 계산대 모서리

2024-08-05

[등불 아래서] 도떼기시장

주변에 '세일'이라는 말이 많이 들리거나 보이면, 평소에 사려던 물건을 구매할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들지만, 경기가 어려워지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속이 뜨끔하기도 한다. 요즘은 발로 품을 팔아 세일을 찾아다니지 않고 손가락이 고생하는 시대이기는 하지만 세일을 찾아 인터넷을 기웃거리다가도 옛날 시장같이 좁은 골목길에 좌판처럼 물건들을 늘어놓고 북적거리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그중에도 이것저것 없이 물건을 쌓아놓고 어깨를 비벼대며 걷던 요란했던 시장이 있었다. 바로 '도떼기시장'이었다. 어머니를 따라 구경처럼 따라다닌 그곳은 없는 것이 없었고, 쌓아놓은 물건들은 어린아이의 눈에 신기 그 자체였다.     제일 놀라웠던 순간은 그렇게 정신없이 쌓아놓은 물건들 속에서 기가 막히게 찾는 물건을 내어놓을 때였다. 한겨울에 노란 여름 티셔츠를 찾던 손님도 놀람이었지만,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쌓인 옷들 속에서 밑장을 빼던 아저씨의 무심한 손길도 아이에게는 경이로움 자체였다.   우리 마음도 도떼기일 때가 있다. 내 마음이 분명한데 아무렇게나 엉켜버린 실타래처럼 도무지 풀기 어려운 때가 있다. 선비처럼 고고한 척하지만, 사실은 난장을 치는 중이다. 내 마음이지만 모르는 속이 더 많기 때문이다. 평안은 어디 던져 놓았는지 찾을 길이 없고, 못난 내 얼굴만 광고지처럼 마음에 가득 붙어있다. 쌓아놓은 물건들은 도통 알아볼 수조차 없는데 좌절이라는 상표에 실망이라는 가격표만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시끌벅적하고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듯해도 속을 아는 이에게는 정돈된 서랍이다. 내게는 엉켜진 실타래요,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물건이라도 내 속을 정말 아는 이라면 그 속에서 사랑이라는 옷을 찾아내고 기쁨이라는 넥타이도 꺼낼 수 있다.   “주님께서는 나를 살펴보셨고 나를 아십니다. 내 내장을 지으시고 나를 만드셨습니다. 내 생각을 밝히 아시고 내 모든 길도 아십니다. 보소서 내 혀의 말 중에 모르시는 것이 하나도 없으십니다.”   옷 가게가 분명했는데, 어머니는 뜬금없이 스팸을 찾으셨고, 눈을 슬쩍 맞춘 아저씨는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것이 분명한 통조림을 가게 뒤쪽에서 가져오셨다. 정말 없는 것이 없구나!   내 마음속에서 평화와 위로를 찾아내실 뿐 아니라, 내게는 도무지 없을 것 같은 용기와 승리까지 들고 오신다. 정말 없는 것이 없구나! 이 주님이 나를 위해 사랑하는 아들까지 꺼내 주신 분이다.   나에게 어지럽기만 한 내 마음은 주님께는 정돈된 서랍이다.   sunghan08@gmail.com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등불 아래서 도떼기시장 우리 마음 가게 뒤쪽 옛날 시장

2024-08-05

한인 “녹차음료 너무 쓰다” 갑질, 경찰 출동

조지아주 덜루스의 한 버블티 가게에서 한인 남성이 주문한 음료가 너무 쓰다는 이유로 난동을 부려 경찰까지 출동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경찰 출동 보디캠 영상을 올리는 유튜브 채널 ‘어레스트플릭스(ArrestFlix)’는 지난 20일 한 부녀가 주문한 버블티를 두고 경찰과 말다툼을 벌이는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지난 2022년 8월 26일 오후 8시쯤 조지아주 H마트 덜루스점 인근 버블티 가게에서 발생한 사건을 담고 있다.     영상에 따르면 60대 한인 남성 A씨와 그의 딸은 녹차 맛 음료를 주문한 뒤 집으로 포장해갔다.     그런데 이들은 음료 맛이 평소보다 씁쓸하다는 이유로 가게에 전화를 걸어 “가게에 갈 테니 지금 당장 사과하라”고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가게로 돌아온 A씨는 한인 매니저 B씨에게 본인이 주문했던 음료를 건네며 “한 번 마셔보라”고 했다. B씨는 거절하면서 “음료를 새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A씨는 돌연 소리를 지르고 음료를 던지려고 했고, 결국 경찰이 가게에 출동했다.     영상에서 A씨는 “매니저가 사과하지 않고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며, 매니저와 일부 직원들이 나한테 욕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새 음료를 만들어주겠다고 했는데 음료를 던질 듯이 위협해서 직원들이 말린 것”이라며 “욕은 A씨가 한국어로 했다”고 현장에 있는 경관에게 증언했다.     양측 의견을 들은 경관은 매니저 B씨에게 음료값을 A씨에게 환불해주고 돌려보내자며 중재를 시도했고 B씨는 이에 동의했다. 그런데 A씨는 “근데 왜 아까는 직접 얘기 안 해?”라며 “손님으로서 항의할 권리가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경관은 A씨에게 “어른답게 행동하라”며 “당신 음료 하나 때문에 애처럼 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경관은 “목소리를 낮추지 않으면 난동 혐의로 연행할 것”이라고 A씨에게 경고했다.     그 사이 가게에 A씨의 딸이 도착했다. 딸은 부친의 행동을 사과하며 “전화로 음료에 대한 불만 사항을 지적했는데 직원의 응대가 무례했고, 사과하지 않아서 화를 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날 경찰은 A씨에게 공공장소 소란 혐의로 범칙금을 물리고 해당 매장에 대한 출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A씨의 딸은 범칙금을 물리는 경관에게 “난 의사고 법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아니까 설명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에 경관은 “양측의 상반된 입장을 듣고 목격자들의 증언도 들었다”며 “확실한 것은 A씨가 매우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다”고 반박했다.     한편, 해당 영상은 공개된 지 나흘 만에 24일 현재 65만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의사라는 건 왜 밝히나’, ‘꼰대 짓을 미국에서 하면 어쩌냐“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영상을 시청한 지역 한인들은 ’A씨가 한인교회 목사‘라며 ’창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경준 기자버블티 한인 한인 부녀 버블티 가게 한인 매니저

2024-07-24

보석상 지붕뚫고 금고털이…글렌도라서 80만불 상당 피해

보석상 지붕을 뚫고 금품을 훔쳐 달아난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21일 NBC4에 따르면 지난 15일 글렌도라 애비뉴와 이스트 베넷 에비뉴 교차로 인근의 디자이어 주얼리(Desire Jewelry)에서 금품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들은 가게 건물 지붕을 뚫고 침입해 80만 달러어치 금품을 금고에서 훔쳐 달아났다.   업주 모니르가시스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한 주간 가게를 비울 예정이었다. 이에 진열장에 있던 주얼리, 보석 등을 가게 사무실 금고로 옮겼다. 가시스는 “가장 안전한 장소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범인들은 용의주도했다. 가게 전시장 CCTV를 토대로   용의자들은 가게 지붕에 사람 1명 정도 통과할 수 있는 크기의 구멍을 뚫고 들어왔다. 지붕이 목재로 된 탓에 쉽게 구멍을 낼 수 있었다. 이후 진열장으로 향하지 않고 금고가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용의자들은 절단 도구 등을 사용해 금고에 구멍을 낸 뒤, 안에 있던 금품을 모두 훔쳤다. 이를 두고 가시스는 용의자들이 자신의 사업 운영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용의자들의 얼굴이나 인상착의는 포착되지 않아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용의자들이 가게 사무실 CCTV를 망가뜨린 탓에 범행 모습이 담기지 않았다. 가게 전시장 CCTV도 멀리 떨어진 탓에 용의자들의 정확한 모습을 포착하지 못했다. 김경준 기자금고털이 보석상 보석상 지붕 가게 지붕 가게 사무실

2024-05-21

보석상 지붕 뚫고 침입...80만불 금품 금고털이

주얼리 가게의 지붕을 뚫고 금품을 훔쳐 달아난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21일 NBC4에 따르면 지난 15일 글렌도라 애비뉴와 이스트 베넷 에비뉴 교차로 인근의 디자이어 주얼리(Desire Jewelry)에서 금품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들은 가게 건물 지붕을 뚫고 침입해 80만 달러어치 금품을 금고에서 훔쳐 달아났다.  가게 주인 모니르가시스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한 주간 가게를 비울 예정이었다. 이에 진열장에 있던 주얼리, 보석 등을 가게 사무실 금고로 옮겼다. 가시스는 "가장 안전한 장소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의 생각과 달리 범인들은 용의주도했다. 가게 전시장 CCTV를 토대로 용의자들은 지난 15일 밤부터 16일 새벽까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용의자들은 가게 지붕에 사람 1명 정도 통과할 수 있는 크기의 구멍을 뚫고 들어왔다. 지붕이 목재로 된 탓에 쉽게 구멍을 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진열장으로 향하지 않고 금고가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용의자들은 절단 도구 등을 사용해 금고에 구멍을 낸 뒤, 안에 있던 금품을 모두 훔쳤다. 이를 두고 가시스는 용의자들이 자신의 사업 운영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용의자들의 얼굴이나 인상착의는 포착되지 않아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용의자들이 가게 사무실 CCTV를 망가뜨린 탓에 범행 모습이 담기지 않았다. 가게 전시장 CCTV도 멀리 떨어진 탓에 용의자들의 정확한 모습을 포착하지 못했다.            김경준 기자보석상 지붕 보석상 지붕 금품 절도 가게 지붕 LA 한인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

2024-05-21

[삶의 뜨락에서] 아침밥과 커피

가게 철문을 열려고 줄을 잡아당겼다. 햇볕이 따스하게 창문으로 스며든다. 가게 문 옆으로 아파트 출입구가 있는데 움푹 들어간 곳에 홈리스가 앉아 아침을 먹고 있다. 내가 가게 문에 열쇠를 집어넣는 순간 불쑥 포장이 잘 되어있는 아침밥을 내민다. 왜 나에게 줄까 눈치를 보면서 아침밥을 가지고 왔다고 했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이 가게 문 옆에 매일 아침 앉아서 구걸하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 아침밥을 주고 간 것이다. 아침밥을 슬쩍 곁눈질하여 보니 감자, 계란, 햄, 빵 가득 담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정성껏 집에서 직접 만들어 도시락 그릇에 담아 포장했다. 그는 인성도 착하다. 그리고 가끔 우리 가게 호위무사도 자처한다. 가게 문이 열려있으면 닫아주고 가게 앞에 쓰레기가 나풀거리면 주어서 쓰레기통에 넣어주고 손님이 시끄럽게 굴면 가게 앞에 서서 나가라고 소리친다. 그는 60대 초반 이집트 사람이다. 정신도 말짱하고 건강하다. 두 발로 걷고 어디서 배달받는지는 모르지만 매일 깨끗한 다른 옷을 입는다. 가끔 여자 코트와 잠바를 입는 것 외에는 이상하지 않고 무조건 자기 몸에 맞으면 입는 것 같다. 구걸하는 돈으로 담배를 사는 것 같고 지나가면 담배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항상 큰 비닐봉지를 가지고 다니면서 과일이나 포테이토칩 같은 먹거리를 봉지에 받아 넣는다.   대충 오늘 꼭 세탁해야 하는 옷들을 세탁기에 집어넣고 급하게 찾으러 오는 손님 옷을 구별하여 한쪽으로 정리해 놓는 사이 커피가 내려졌다. 신문을 펼쳐놓고 먹을 빵과 고구마, 계란을 나열해놓고 커피를 따라왔다. 신문을 읽으면서 아침을 먹다가 갑자기 밖에 앉아서 아침을 먹는 홈리스가 생각났다. 맨입으로 먹는 그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그립지 않을까 생각하고 커피잔을 채워 밖으로 나가 커피를 내밀었더니 사양한다.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진즉 밥 먹을 때 곁들여 마셨으면 좋았을 걸 한발 늦은 나의 행동이 싫었다.   순발력이 부족해 뒤늦은 후회를 남기는 내 굼뜬 선의가 언제쯤 빠릿빠릿 움직여줄까. 그날 아침 내 가슴팍 앞으로 쑥 들어오던 아침밥의 재빠름처럼 나의 호의는 왜 빠르지 못할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이내 습관이라는 두 글자가 떠올랐다. 타인에게 선의를 베푸는 것도 일종의 습관이어서 몸에 배어 있지 않으면 그것이 적당한 타이밍에 순발력 있게 발휘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주저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홈리스는 자동으로 아침밥을 내민 것은 그가 살아온 날들을 보여주는 습관이었고 그 습관이 풍족한 환경 속에서 꽃핀 것은 아닐 거라는 추측이 더해져 한층 더 고귀하게 여겨졌다. 많이 가져서 베푸는 게 아니라는 말 맞는 말 같다.   선의란 건 별다른 조건이 필요하지 않은 인간의 단순한 습관 내지 태도일 뿐 아닐까. 타인에게 친절 하라.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당신이 모르는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플라톤이 한 말이라고도 작가 미상의 말이라고도 전해지는 이 문구는 대체 왜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친절해야 하고 왜 모르는 사람에게도 선의를 베풀 수 있어야 하는지를 힘 있게 설득하고 있다.     홈리스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지만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가게 옆에서 아침을 먹는 홈리스가 가여웠다. 의자나 깔 거라도 깔고 앉아 먹었으면 싶었다. 나만 아는 내 힘겨운 싸움이 홈리스에게 보였을까. 그 내민 아침밥을 받아 주었으면 홈리스 마음이 나에게 조금 더 가까워질 기회를 내던진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양주희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아침밥 커피 홈리스 마음 사이 커피 가게 철문

2024-02-29

"반려동물 가게서 강아지 못 사요"

새해를 맞아 미주 전역에서 다양한 법이 새로 도입된다.   3일 CNN·NBC는 새해 주목해야 할 주법 중 이목을 끄는 사례를 소개했다. ▶뉴욕주 반려동물 판매 금지 ▶뉴저지주 사전 피임약 구매 ▶캘리포니아주 성중립 장난감 판매대 도입 ▶일리노이주의 성소수자·인종 문제 관련 금서 지정 금지 ▶텍사스주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금지 등이다.   뉴욕주에선 반려동물 가게를 통해 개·고양이·토끼 등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다.   '강아지 공장'으로 비판받는 일부 시설의 열악한 환경에서 동물을 지키려는 것이다. 입양 목적의 전시는 허용한다.   뉴저지주에선 의사 처방전 없이 사전 피임약을 구매할 수 있다.   식품의약청(FDA)은 앞서 지난해 7월 프랑스 제약업체 HRA파마가 만든 피임약 '오필'(Opill)의 처방전 없는 구매를 허가했다. 미주 첫 사례다.   대법원이 연방 차원서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결정을 2021년 뒤집은 후 낙태를 금지하는 주가 늘어났는데, 사전 피임약을 처방 없이 구매하게 돼 피임 편의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캘리포니아주 주요 소매점은 성중립 장난감 판매대를 설치해야 한다.   2021년 9월 주 의회를 통과한 이 법은 직원 수 500명 이상의 대형 소매업체들이 남아·여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장난감 판매대를 두도록 했다.   지키지 않는 업체에는 첫 위반시 250달러, 이후 최대 500달러 벌금을 부과한다.   남아용·여아용을 각각 둔 기존 판매대를 없앨 필요는 없고, 성중립 판매대를 추가하면 된다.   일리노이주는 공립 도서관·학교에서 성소수자·인종 문제를 다룬 책을 금지 도서로 지정하거나 퇴출할 수 없게 한 '금서 지정 금지법'을 도입했다.   법은 학교·공립 도서관이 주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으려면 미국도서관협회(ALA)의 도서관 권리장전(Library Bill of Rights)을 채택하거나 서약을 하게 했다.   서약은 "당파적 입장·도서·배경·이념 때문에 도서를 금지·제거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젠더·인종 관련 도서를 제한·금지할 경우 주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텍사스주는 공립 고등교육 기관에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금지하는 법이 적용된다.   지난해 5월 주의회를 통과한 법에 따르면 공립대학들은 '성별·피부색·민족에 근거해 정책·절차·훈련·프로그램·활동에서 사람들에게 다른 대우를 제공하는 DEI 관련 사무소'를 공립대학에 두지 못한다.   대학으로부터 DEI 교육·훈련에 참여하도록 요구받은 교직원·학생은 학교를 고소할 수 있다.   각 대학은 상대적으로 차별받아온 집단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학생 선발·직원 채용, 교육·훈련 과정에서 인종·성별·민족 등을 고려하는 DEI 정책을 폈는데 이를 막은 것이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koreadailyny.com반려동물 강아지 반려동물 가게 뉴욕주 반려동물 장난감 판매대

2024-01-02

"2대째 운영 가게…커뮤니티에 돌려드립니다"

길거리 사람들의 가게가 커뮤니티를 위한 상점으로 거듭난다.   LA다운타운 노숙자 밀집 지역에서 한인 가족이 2대째 운영해왔던 ‘스키드로 피플스마켓(Skid Row People’s Market)’의 소유주가 곧 바뀐다.   부모에 이어 8년째 마켓을 운영해 온 대니 박(39)씨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지문을 띄웠다.   공지문에는 “29년간 운영해온 가족 비즈니스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며 “스키드로 커뮤니티에 관심이 없는 영리업체보다는 지역사회 단체이자 비영리기관에 마켓을 매각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마켓을 인수하기로 한 비영리기관은 흑인 단체인 ‘크리에이팅저스티스LA(Creating Justice LA)’다. 평소 스키드로에서 크리스천 힙합 음악을 기반으로 스무디 등을 판매하며 노숙자 등을 돕는 기독교 비영리단체다.   피플스마켓은 단순히 식료품만 판매하는 가게가 아니다. 박씨 가족이 수십 년 간 운영하면서 노숙자의 친구, 이웃으로서 마음을 보듬어주는 역할도 도맡았다. 이 때문에 LA타임스도 이 마켓의 이야기를 대서특필했다. 〈본지 2022년 7월27일자 A-1면〉   마켓은 매각되지만, 흑인 비영리단체가 인수하면서 좀 더 지역사회에 적합한 가게로 거듭날 전망이다.   박씨는 “우리는 이 마켓을 통해 식료품만 판 게 아니라 문화, 커뮤니티를 위한 정신 등 다양한 가치를 전달해왔다”며 “이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며 나도 계속 스키드로에 있으면서 한인, 흑인, 라티노가 함께 지역 사회를 위해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 2세인 박씨는 아트 스쿨 졸업 후 오리건주 나이키 본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이후 부모가 1995년부터 운영해 오던 가게(당시 베스트 마켓)를 인수해 간판을 ‘피플스마켓’으로 바꿔 달고 스키드로와 함께 호흡하기 시작했다. 2015년의 일이다.   박씨는 마켓 매각이 끝나면 당분간 휴식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쉼을 갖고 스키드로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으려고 한다.   박씨는 “이 동네에서 나는 역할이 바뀌는 것 뿐, 매각은 우리 가족이 운영했던 피플스마켓을 커뮤니티에 다시 돌려주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이 마켓에서 한인 1세대에서 2세대로의 전환이 있었고 이제는 흑인 단체가 이곳을 운영하면서 주변 일본 커뮤니티까지 함께 한다면 이건 미국 역사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플스마켓은 박씨 가족의 이민사가 스민 추억의 장소다. 인쇄업을 하다 LA 폭동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던 박씨의 부모는 29년 전 스키드로의 마켓을 인수했었다. 아버지 밥 김씨는 지난 2018년에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 메이박(69)씨는 “이 가게를 운영하면서 고생도 많이 했지만 애들 공부도 다 시켰고 무엇보다 우리 가족의 추억이 있는 곳이라 아쉬운 마음도 있다”며 “그러나 아들의 결정을 존중했고 스키드로를 위한 단체가 마켓 운영을 이어간다고 하니 좋은 기분으로 떠나보낸다”고 말했다.   어머니 박씨는 향후 피플스마켓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인수·인계가 마무리되려면 2~3개월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이는 박씨 가족이 스키드로의 사람들과 작별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피플스마켓은 진정 사람들을 위한 가게로 또 한 번 바뀐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커뮤니티 가게 문화 커뮤니티 주변 커뮤니티 평소 스키드로

2023-12-21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창업 75주년 맞은 인 앤 아웃 버거

캘리포니아의 명물 ‘인 앤 아웃 버거’가 올해로 문을 연 지 75년이 됐다. 인 앤 아웃 버거는 1948년 해리 스나이더와 에스터 스나이더 부부가 LA동쪽 볼드윈 파크(Baldwin Park)에서 창업했다. 초기에는 지금의 드라이브 스루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주차장과 자동차 트레이 서비스만 제공하던 작은 가게였다. 1950년대에 지점을 확장하고 인 앤 아웃 버거의 상징 ‘더블 더블 버거’ 와 생감자를 사용하는 ‘프렌치 프라이’를 선보였다. 지금의 모든 메뉴는 1950년대에 만들어진 레시피로 만들어지고 있다. 볼드윈 파크에 문을 연 작은 햄버거 가게는 이제 미국 내 7개 주(캘리포니아, 유타, 애리조나, 네바다, 텍사스, 오리건, 콜로라도)에 400개의 지점으로 확장됐고 2026년에는 테네시주까지 진출할 예정이다. ‘인 앤 아웃’의 뜻은 성경 신명기 28장 6절 말씀 ‘네가 들어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을 것이니라.’를 품고 있다. 인 앤 아웃은 창업 75주년을 맞아 내일(22일) 포모나에서 대규모 페스티벌(In-N-Out Burger 75th Anniversary Festival)을 개최한다.   행사 내용과 티켓 구입 안내는 웹사이트(https://ino75thfestival.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상진 사진부장 kim.sangjin@koreadaily.com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창업 아웃 아웃 버거 햄버거 가게 창업 75주년

2023-10-20

[독자마당] 100세에 받는 혜택

시카고 여행 이틀째 샌드위치 가게에서 점심을 먹었다. 가격이 8달러 59센트나 됐지만 한끼 식사로는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가게 문을 나서니 바로 옆에 도넛 체인점이 있었다. 도넛 한 개와 커피 한잔을 주문하고 크레딧카드로 결제하려는데 잘 되지가 않았다. 직원인 흑인 소녀는 나를 보더니 웃으며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고맙게 커피와 도넛을 먹고 도넛 가게를 나섰다. 그날 숙소로 돌아와 직원이 돈을 받지 않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확실한 해답은 얻지 못했다.     다음 날은 시카고 예술박물관(Institute of Arts)에 갔다. 박물관 입구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내원이 지금은 멤버십이 있는 사람만 입장하고 일반인은 11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다고 알려준다. 매표소는 건물 안에 있었지만 입장권 판매원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한 안내원이 지팡이를 짚고 있는 나를 보더니 매표인에게 데리고 갔다. 입장료는 상당히 비싼 편이었다. 나는 무심결에 나이가 100세인데 무료로 입장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았다. 매표원은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두말없이무료입장권(com ticket)을 끊어 주었다. 박물관에는 아시아에서 온 불상, 한국의 도자기 등도 전시되어 있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은 별도의 전시장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 들어가려면 별도의 입장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무료입장권을 보여주자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그 후 나는 이 예술박물관에 세 번이나 더 갔다. 다른 박물관들도 내게 무료입장권을 줬다. 무료입장권을 받은 것은 좋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미안함이 있었다. 그리고 도넛 가게 소녀가 도넛과 커피값을 받지 않은 이유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빨리 100세가 되었으면 좋겠다. 미안한 마음이 없어지도록….  서효원 / LA독자마당 혜택 시카고 예술박물관 도넛 가게 도넛 체인점

2023-10-03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이모카세

“오늘 뭐 먹을래?” “아무거나.” 데이트할 때 세상 모든 남자를 미치게 한다는 메뉴 ‘아무거나’. 이 어려운 걸 척척 해내는 분들이 있다. 바로 이모님들이다.   요즘 한국 외식업계에서 뜨는 신조어는 ‘이모카세’다. 노포의 여 사장님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 ‘이모’와 일본어 ‘오마카세’가 합쳐진 말이다. 오마카세(おまかせ)는 ‘(사물의 판단·처리 등을) 타인에게 맡기는 것을 공손하게 표현한 말’ 또는 ‘(음식점 등에서) 주방장 특선, 주문할 음식을 가게 주방장에게 일임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서도 일식·중식·한우식당을 비롯해 디저트 카페서까지 널리 쓰이고 있는데, 일식이 아닌 경우에는 우리말 ‘맡김 차림’으로 쓰자는 목소리도 높다.   아무튼 이모카세 역시 그날의 안주를 이모에게 일임하는 맡김 차림이 특징이다. 3만~6만원을 내면 신선한 생선회부터 모둠전, 돼지고기 주물럭, 3색 나물, 홍합탕, 부추전, 해물탕, 김치볶음밥, 분홍 소시지 등 다양한 안주가 차례로 나온다.     이모 맘대로 ‘아무거나’ 내오는 중간에 손님이 달걀말이·칼국수 등 먹고 싶은 요리를 부탁하면 이 또한 만들어주는 게 이모카세의 매력이다. 식당은 소박해서 실내 포장마차를 연상시키지만 뷔페식당처럼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서 평균 1주일은 물론이고 석 달 후 예약까지 꽉 찬 곳도 있을 만큼 인기다. 물론 이 폭발적인 인기에는 이모님들의 후한 인심과 살가운 정도 한몫했을 것이다.   따끈한 국물에 소주 한 잔, 함께 마실 누군가가 생각난다. “이모, 안주는 아무거나요.” 서정민 기자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이모카세 이모 마음 주방장 특선 가게 주방장

2023-09-11

[우리말 바루기] ‘조각사유’가 뭐예요?

재판과 관련한 뉴스를 접하다 보면 간혹 ‘조각사유’란 용어가 나온다. 무슨 뜻일까? 법조인이나 법률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무슨 뜻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조각상을 만든 이유’ ‘생각하는 모습을 조각하는 것’ 정도로 억지로라도 유추해 보지 않을까 싶다.   ‘조각사유(阻却事由)’는 한자어다. 여기에서 조각(阻却)은 방해하거나 물리침을 뜻하는 말이다. 사유(事由)는 알다시피 일의 까닭을 나타내는 단어다. 둘이 합쳐져 ‘물리치는 이유’를 의미한다. 그래도 뜻이 잘 와닿지 않는다.   법률에서 ‘조각사유’는 보통 ‘위법성조각사유’ 등의 형태로 쓰인다. 그대로 해석하면 위법성을 물리치는 사유다. 풀어서 설명하면 형식적으로는 범죄행위나 불법행위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도 실질적으로는 위법이 아니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유를 뜻한다.   예컨대 남의 가게 창문을 깨뜨린 것은 손괴죄에 해당하지만 그 집에 불이 나서 도망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유리창을 깨뜨렸다면 위법성조각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 어려운 개념도 아니다.   ‘조각’을 ‘회피’ ‘불성립’ ‘배척’ 등으로, ‘사유’는 ‘이유’ 등 조금이라도 쉬운 말로 바꾸면 일반 국민과 법률 용어의 괴리감을 상당히 없앨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풀어서 더욱 쉽게 ‘위법하지만 처벌받지 않는 이유’ ‘위법이 아닌 이유’ 등으로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우리말 바루기 조각사유 법률 용어 가게 창문 일반 국민

202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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