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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오르다’와 ‘올리다’

시장 한쪽에 콩나물을 파는 가게가 있다. 콩나물 값을 ‘올렸을’ 때도 가게 주인은 언제나 ‘올랐다’고 말한다. ‘올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어쩌면 ‘올린’ 책임에서 벗어나고 손님의 눈총도 피하고 싶었겠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콩나물 값이 올랐다’는 말은 파는 쪽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형식 같다. 그래야 값을 올린 주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누가 ‘올린’ 게 아니라 저절로 ‘오른’ 게 돼야 부담이 덜하다. 가전제품이나 자동차처럼 덩치가 큰 것에 대해서는 더 그런다. 자연스럽게 알게 되더라도 가격을 올린 주체를 굳이 밝히지 않는다.
 
“이 모델은 가격이 인상됐다. …인테리어를 새로 하면서도 가격은 낮췄다.” 이런 식이다. 판매하는 쪽의 이해를 적극 반영한다. 가격을 올린 게 어쩔 수 없었던 것처럼 ‘인상됐다’ ‘올랐다’고 표현한다. 가격을 올린 업체의 얼굴을 가린다. 그러면서 가격을 올린 곳이 다른 데 있는 것 같아 보이게 한다. 이러면 적어도 가격 인상의 책임을 업체 혼자 지지는 않게 된다.
 
반대로 내린 것은 ‘낮췄다’며 주체를 분명하게 알린다. 이런 방식에 모두가 익숙해져 간다. 판매하는 쪽은 이런 형태의 문장을 내놓고 유통시키고 싶어 한다. 소비자도, 언론도 그대로 따를 일은 아니다. ‘가격을 올렸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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