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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째 운영 가게…커뮤니티에 돌려드립니다"

스키드로 지역 피플스마켓 매각
기독교 비영리 단체가 운영키로
'노숙자에 친구 같은 마켓' 명성

지난 2018년 작고한 아버지 밥 박씨의 사진을 들고있는 스키드로 피플스 마켓의 대니 박 사장. 김상진 기자

지난 2018년 작고한 아버지 밥 박씨의 사진을 들고있는 스키드로 피플스 마켓의 대니 박 사장. 김상진 기자

길거리 사람들의 가게가 커뮤니티를 위한 상점으로 거듭난다.
 
LA다운타운 노숙자 밀집 지역에서 한인 가족이 2대째 운영해왔던 ‘스키드로 피플스마켓(Skid Row People’s Market)’의 소유주가 곧 바뀐다.
 
부모에 이어 8년째 마켓을 운영해 온 대니 박(39)씨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지문을 띄웠다.
 
공지문에는 “29년간 운영해온 가족 비즈니스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며 “스키드로 커뮤니티에 관심이 없는 영리업체보다는 지역사회 단체이자 비영리기관에 마켓을 매각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마켓을 인수하기로 한 비영리기관은 흑인 단체인 ‘크리에이팅저스티스LA(Creating Justice LA)’다. 평소 스키드로에서 크리스천 힙합 음악을 기반으로 스무디 등을 판매하며 노숙자 등을 돕는 기독교 비영리단체다.
 
피플스마켓은 단순히 식료품만 판매하는 가게가 아니다. 박씨 가족이 수십 년 간 운영하면서 노숙자의 친구, 이웃으로서 마음을 보듬어주는 역할도 도맡았다. 이 때문에 LA타임스도 이 마켓의 이야기를 대서특필했다. 〈본지 2022년 7월27일자 A-1면〉
 
마켓은 매각되지만, 흑인 비영리단체가 인수하면서 좀 더 지역사회에 적합한 가게로 거듭날 전망이다.
 
박씨는 “우리는 이 마켓을 통해 식료품만 판 게 아니라 문화, 커뮤니티를 위한 정신 등 다양한 가치를 전달해왔다”며 “이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며 나도 계속 스키드로에 있으면서 한인, 흑인, 라티노가 함께 지역 사회를 위해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 2세인 박씨는 아트 스쿨 졸업 후 오리건주 나이키 본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이후 부모가 1995년부터 운영해 오던 가게(당시 베스트 마켓)를 인수해 간판을 ‘피플스마켓’으로 바꿔 달고 스키드로와 함께 호흡하기 시작했다. 2015년의 일이다.
 
박씨는 마켓 매각이 끝나면 당분간 휴식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쉼을 갖고 스키드로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으려고 한다.
 
박씨는 “이 동네에서 나는 역할이 바뀌는 것 뿐, 매각은 우리 가족이 운영했던 피플스마켓을 커뮤니티에 다시 돌려주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이 마켓에서 한인 1세대에서 2세대로의 전환이 있었고 이제는 흑인 단체가 이곳을 운영하면서 주변 일본 커뮤니티까지 함께 한다면 이건 미국 역사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플스마켓은 박씨 가족의 이민사가 스민 추억의 장소다. 인쇄업을 하다 LA 폭동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던 박씨의 부모는 29년 전 스키드로의 마켓을 인수했었다. 아버지 밥 김씨는 지난 2018년에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 메이박(69)씨는 “이 가게를 운영하면서 고생도 많이 했지만 애들 공부도 다 시켰고 무엇보다 우리 가족의 추억이 있는 곳이라 아쉬운 마음도 있다”며 “그러나 아들의 결정을 존중했고 스키드로를 위한 단체가 마켓 운영을 이어간다고 하니 좋은 기분으로 떠나보낸다”고 말했다.
 
어머니 박씨는 향후 피플스마켓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인수·인계가 마무리되려면 2~3개월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이는 박씨 가족이 스키드로의 사람들과 작별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피플스마켓은 진정 사람들을 위한 가게로 또 한 번 바뀐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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