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서류·이미지 위조, 부동산 사기 쉬워졌다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최근 전국 최대 매물 중 하나인 LA의 ‘더 매너’ 저택 소송 사례를 소개하며 AI 기술 발전으로 주택 소유권 탈취가 더욱 쉬워졌다고 보도했다.
드라마 베벌리 힐스 90210과 다이너스티의 제작자 애런 스펠링이 1990년 4.68에이커 부지에 지은 5만6500평방피트의 대저택은 14개의 방과 27개의 욕실.화장실을 포함해 영화관, 테니스장, 볼링장 등을 갖추고 있으며 1억3750만 달러에 2년 반 이상 매물로 나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달 초 에릭 슈미트 구글 전 CEO가 저택에 관심을 표명했으나 사우디의 억만장자로 추정되는 소유주는 사기 사건으로 인해 그 누구에게도 판매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유주측 변호사는 사기꾼들이 올해 초 LA카운티에 가짜 서류를 제출해 소유권을 탈취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사기 혐의로 기소된 2명은 정당한 소유권자임을 주장하며 법정서 소유권 분쟁을 펼치고 있어 저택 판매가 지연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이와 유사한 소유권 분쟁 및 절도가 발생하고 있으며 AI 기술과 방대한 공개 정보로 서류 위조와 신분 도용이 쉬워지며 사기꾼들이 주택.토지 규모를 가리지 않고 더욱 대담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애리조나주의 윌리엄 고든은 1999년 7만6500달러에 구매한 토지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난해 20만 달러에 매각됐음을 타이틀회사의 매매 축하 편지를 받고서야 알게 됐다.
고든은 결국 타이틀회사가 소유권 포기 증서에 서명한 후에야 토지를 돌려받을 수 있었으며 이를 위해 약 9000달러의 법률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지소유권협회와 경제연구소 NDP애널리스틱스의 조사에 따르면 타이틀 보험사의 28%가 지난해 최소 한건의 소유자 위장.도용 사기 시도를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지난 4월 한 달간 사기 시도 경험 비율도 19%에 달했다.
연방수사국(FBI) 인터넷 범죄 신고 센터도 지난해 9521건의 부동산 관련 사기를 처리했으며 1억 4500만 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소규모 부동산 소유자가 사기 대상이 되기 쉽다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간단한 검색으로 부동산 소유권 관련 서류나 청사진을 찾을 수 있어 AI를 활용한 위조가 더욱 용이해졌다고 지적했다.
최근 실종된 여성의 딥페이크 영상으로 토지 사기 시도를 경험한 플로리다주의 부동산 감정평가사 마티 키아르는 “타이틀업체의 신분 확인 요청에 화상 통화로 제공된 이미지와 영상이 모두 AI가 생성한 것이었다. AI 기술 발전으로 사기 피해가 더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보안 전문가들은 AI가 대량 정보 학습을 통해 공실 부동산이나 모기지가 없는 주택을 식별하고 정교한 위조 서류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부동산 서류 제출 시 신원 확인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낙희 기자 nak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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