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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박빙 속 ‘리턴 매치’…비방과 막말 난타전

지난 12일 조지아, 미시시피, 하와이, 워싱턴주 등에서 실시된 예비선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을 확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니 수퍼화요일’로 불리는 이날 선거에서 승리해 전체 대의원 3932명 중 2000여명의 대의원을 확보하면서 ‘매직 넘버’를 넘겼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의 사퇴로 사실상 단독 후보로 나섰던 트럼프 전 대통령도 공화당 대선후보 확정에 필요한 과반 1215명을 뛰어넘었다.     민주당은 오는 8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공식 대선후보를 결정하고 공화당은 7월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대선후보를 선출한다. 공식 절차를 통해 최종후보를 선출하지만 사실상 올해 선거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리턴 매치’가 확정적이다.     양당 대선후보가 조기에 결정되면서 선거일 11월 5일까지는 8개월 가까운 시간이 남았다. 퓨리서치센터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의 사퇴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244일간의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재격돌과 관련해 유권자들은 역대 최고의 비호감 선거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두 후보는 오차범위에서 박빙의 지지율을 보인다. USA투데이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4명 중 1명은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빙의 승부일수록 부동층의 향배가 선거 판세를 좌우하게 된다.     선거전문가들은 초기에 후보가 확정되면서 선거가 네거티브 전략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정치평론가 폴 베갈라는 “올해 대선은 다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네거티브 선거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대해야 할 후보가 한 명으로 단일화되면 공격대상은 명확해진다. 한 명의 상대에게 더 집중적이고 강력한 공격이 가해지기 마련이다. 또한 양당 후보 모두의 비호감도가 높은 만큼 상대 후보의 부정적인 요소를 부각하는 캠페인 전략이 계속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대 후보를 깎아내려 흠집을 내려는 네거티브 선거전은 가열될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에서 바이든은 잦은 말실수 등 고령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트럼프는 현재 4개의 기소 등 사법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상대 후보에게 ‘좋은’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상대 후보의 결점을 부각하는 것이 목적이다. 정치 도의적인 면에서 비난 받고 있지만, 캠페인의 효율성으로 인해 후보들의 주요 선거전략이 되고 있다. 후보 자신의 장점을 내보여 지지율을 높이는 것보다 상대방의 단점을 드러내 지지율을 낮추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효과는 단기간에 나타나는 장점이 있어 후보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노터데임 대학과 유니버시티오브텍사스 댈러스 공동 연구팀은 선거에서 네거티브 광고가 유권자에게 주는 영향을 실험했다. 표본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와 민주당의 존 케리가 맞붙었던 2004년 대선 광고다. 18~24세의 대학생을 표본으로 지지성향을 분류했다. 부시 절대 지지, 부시 지지, 부시 선호, 미정, 켈리 선호, 켈리 지지, 켈리 절대 지지 등 7단계로 나누었다. 참가자들에게 부시와 켈리의 캠페인 광고를 보여준 후 지지 성향의 변화를 조사하는 방식이다.     이들 학생에게 두 종류의 광고를 보여주었다. 하나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은 광고이고 다른 하나는 지지 후보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한 광고다.     이 연구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비방하는 광고를 접한 학생들의 14%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졌다. 반면 지지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광고를 보았을 때 상대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낮아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실험에 대해 부정적인 캠페인의 잠재적 효과를 밝히려는 것이 목적이지, 긍정적인 캠페인이 효과가 없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심리학 테스트에서도 긍정적인 내용을 들었을 때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비율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하지만 부정적인 내용을 들었을 때 전파하는 비율은 9배나 높다.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기억력이다. 기억하지 못하면 전달할 수 없다. 좋지 않은 경험은 기억도 강하고 오래 남는 특성이 있다. 화창한 날보다는 폭풍우 치던 날을 더 잘 기억하고, 차를 운전했던 수많은 날은 잊어도 사고가 난 날은 또렷이 남는다. 계산대에 섰을 때 다른 줄에 비해 유난히 처리가 늦었던 기억은 많은 사람이 갖고 있지만 다른 계산대보다 빨랐던 기억은 없다.     최근 대선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의 대표적 사례로 연구되는 것이 ‘윌리 호튼 효과’다. 1988년 조지 H. W. 부시와 마이클 두카키스 대선 당시, 매사추세츠 주지사였던 두카키스는 수감자의 주말 휴가제를 지지했다. 공교롭게도 주말에 외출 나간 윌리 호튼이 강간 살인을 저질렀다. 이때 부시 진영은 네거티브 광고를 통해 휴가제를 지지한 두카키스를 공격했다. 더 나가 범죄의 공포심도 부추겼다. 결국 부시는 백악관에 입성했다. 이 광고로 부시가 당선된 것은 아니지만, 선거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한다.     바이든과 트럼프는 사실상 양자 구도가 시작된 지난해 말부터 서로에 대한 비방전을 이어왔다.     지난 9일 대표적인 경합지인 조지아주를 방문한 바이든과 트럼프는 막말과 비난을 서로 퍼부었다. 워싱턴포스트가 두 후보의 조지아주 방문을 ‘결투 집회(dueling rallies)’라고 할 정도로 격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택에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를 만난 것을 두고 “누굴 만나는지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며 “(트럼프는) 세계 독재자와 어울리고 권위주의 악한에게 잘 보이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전날 8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바이든의 국정 연설이 세계로부터 혹평을 받고 있다며 “그 자는 사이코!”라는 막말을 퍼부었다. 또한 최근의 재판과 관련해서는 사법을 권력화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은 또 “트럼프는 자신을 위해 대통령이 되기 원하지만 나는 대통령직이 국민을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트럼프를 비난했다.     또 트럼프가 최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금 체납과 관련 러시아 침공허가까지 거론한 것에 대해 “이는 러시아에 무릎 꿇겠다는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여기에 트럼프는  “극단적 좌파 미치광이들” “가장 무능하고 부패한 최악 대통령” “내가 당선되지 않으면 미국은 피바다될 것” 등 막말을 계속하고 있다.     역대 최고 비호감 후보의 대결에 더해 네거티브 선거전까지, 유권자들은 앞으로 8개월간을 인내하며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완신 에디터푸틴 난타전 공화당 대선후보 양당 대선후보 공식 대선후보

2024-03-18

[노트북을 열며] 죽은 나발니가 산 푸틴을 잡는 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가장 위협적인 정적이자 반체제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16일(현지시간) 결국 숨졌다. 충격적이지만,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다. 어쩌면 독살 시도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뒤 제3국으로의 망명을 택하지 않고 러시아에 돌아간 순간부터 그의 운명은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왜 귀국했을까.   “하도 물어봐서 짜증났던 질문이다. 교도관들마저 녹음기를 끈 채로, 투옥이 확실하고 죽을 수도 있는데 왜 돌아왔느냐고 물었다. 나는 나의 조국도, 신념도 포기할 수 없었다. 가치 있는 신념을 갖고 있다면, 희생을 하더라도 기꺼이 지켜내야 한다.”   생전 나발니를 여러 차례 취재했다는 전 뉴욕타임스(NYT) 모스크바지국장 닐 맥파쿼가 전한 나발니의 답이다. 그는 나발니의 귀국을 그리스 고전에도 비유했다. “영웅은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알면서도 고향으로 돌아간다. 돌아가지 않는다면 영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맥파쿼는 나발니가 ‘푸틴 정권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신조를 갖고 있었고, 오히려 망명으로 잊히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분석도 전했다. 그에게 정치란 곧 행동에 옮기는 것이었기에, 귀국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는 것이다.   나발니는 정말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수감 중 화상으로 법정에 출석할 때마다, 또 SNS를 통해 푸틴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사망 전날만 해도 판사를 향해 “당신 연봉으로 내 (영치금) 계좌를 보충해 달라”는 냉소적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자유민주주의 진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푸틴이 나발니의 사망에 관여한 게 맞다면, 이런 나발니의 의연한 태도가 푸틴의 무언가를 자극한 게 틀림없다. 수십 년간 투옥으로 영웅이 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사례를 푸틴이 걱정했다는 맥파쿼의 언급처럼 말이다. 공포를 지배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폭군이 아무리 억압해도 공포를 느끼지 않는 상대를 만난다면, 오히려 두려움을 느끼는 쪽은 자신이 될 수밖에 없다.   반대의 싹을 완전히 잘라내는 게 푸틴의 의도였다면, 빗나갔다. 사망했기에 나발니는 만델라, 마틴 루서 킹의 반열에 올랐다. 벌써 ‘포스트 나발니’로 여러 인물이 거론된다.   나발니는 용기의 상징으로 남았고, 푸틴의 두려움은 세상에 드러났다. 그가 생전 보여준 용기와 당당함으로 추측하건대 ‘죽어서도 살아 있는 푸틴을 잡을 수 있다’고, 눈감는 순간에도 나발니는 생각했으리라. 유지혜 / 한국 외교안보부장노트북을 열며 푸틴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러시아 넬슨 만델라

2024-02-21

푸틴 최대 정적 나발니, 시베리아 감옥서 사망

러시아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47·사진)가 수감 중 사망했다고 16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가 교도소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 연방 교도소 당국은 이날 나발니가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지역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 교도소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나발니가 산책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거의 즉시 의식을 잃었다”며 의료진이 응급조치했지만 나발니의 사망을 확인했으며 절차에 따라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나발니 측근들은 나발니의 사망에 관해 확인된 것이 없다며 변호사가 상황 파악을 위해 교도소로 향하고 있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레오니트 솔로비요프 변호사는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에 “이틀 전(14일) 나발니를 면회했지만, 그때는 모든 것이 괜찮았다”고 주장했다.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나발니의 사망 사실을 보고했다면서 “사인을 규명해야 할 책임은 의료진에 있다”고 발표했다.   나발니는 2011년 창설한 반부패재단을 통해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며 반정부 운동을 주도,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다.   그는 불법 금품 취득, 극단주의 활동, 사기 등 혐의로 총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2021년 1월부터 복역 중이었다.   2020년 8월 국내선 비행기에서 독극물 증세를 보여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져 독일 병원에서 치료받은 뒤 귀국하자마자 체포돼 구속기소됐다.   나발니가 사망한 제3 교도소는 추위 등 혹독한 환경으로 악명 높아 ‘북극의 늑대’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푸틴 시베리아 시베리아 감옥 사망 사실 교도소 당국

2024-02-16

[FOCUS] 트럼프 재집권하고 푸틴 사라진다면…

지난 2023년 세계적으로 많은 사건이 있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터졌고 기후변화로 세계 각지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영국에서는 약 70년 만에 왕권 양위가 이뤄졌으며 미국에서는 역대 2위 규모의 실리콘밸리뱅크가 예금인출 사태로 파산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024년을 맞아 각계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를 바꿀 올해의 이벤트’라는 제목으로 5가지 사건을 보도했다. 발생 가능성이 100%는 아니지만, 개연성이 충분하고 실제상황이 됐을 경우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건들이다. 뉴스위크가 보도한 5가지 사건을 정리한다.     ▶핵무기 위험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핵전쟁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러시아 안보문제 전문가 마크 갈레오티는 올해 핵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없다고 진단한다. 반면 외교분석가이면서 언론인인 니콜라 미코비치는 러시아가 전략핵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국가들에 대해 핵 사용을 위협하고 있지만, 실제 행동에 옮길 가능성은 작다. 다만 푸틴이 전쟁에서 수세에 몰려 정치적 입지까지 위태로워질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는 있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에도 정치적 생명을 끝낼 수도 있는 핵무기 동원에는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말한다.     ▶푸틴의 죽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푸틴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은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71세인 그는 최근 5선 대통령직에 도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암, 파킨슨병, 치매 등을 앓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크렘린궁이 부인했지만 지난해 10월 푸틴이 심정지를 겪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마크 갈레오티는 “푸틴 대통령이 올해 사망할 가능성은 없지만 유고 시 그가 23년간 통치해온 시스템을 이어갈 후계 정치인이 아직 없고, 푸틴을 대신해 권력 유지에 나설 인물도 부재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세르비아 출신 외교정책 분석가 니콜라 미코비치는 “푸틴의 유고가 러시아 사회에 큰 총격이 되겠지만, 그를 대체할 인물을 찾는 데는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현재 진행 중인 전쟁으로 인해 후계자는 서방과 화해하려는 인물이 아닌 군사력을 지지하는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 공화당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재격돌한다. 하지만 아직도 대선까지 난관은 남아 있다. 트럼프는 여러 건의 형사소송에 연루돼,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사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주의 선거 투표용지에서 트럼프의 이름을 올리지 않겠다고 한 것이 좋은 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정치학 교수인 줄리 노먼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전 세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첫 임기 때보다 민주주의 규범과 제도를 훨씬 더 훼손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미국 이미지에 해를 끼치고, 전 세계 민주주의 미래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가 승리할 경우 미국 내 이념적인 양극화는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적 양극화는 퓨리서치센터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7월 10일부터 16일까지 성인 84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인들은 이전보다 더 정치가 양극화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65%는 정치에 피로감을 느끼고 55%는 정치에 분노를 표시했다.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부정적 단어는 ‘분열’이었다.     노먼은 외교정책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는 우크라이나, 중국, 중동 지역에 대한 현재의 외교정책을 대폭 수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문제로는 석유 시추의 본격적인 재개와 대규모 이민자 추방정책의 실시 가능성이 높다.   ▶챗GPT   사이버세이프 창립자이며 인공지능(AI)과 보안 전문가인 오즈 알라슈는 이미 챗GPT나 인공지능은 대세가 됐으며 올해에는 급속한 확산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과학기술의 개발과 혁신에는 한계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 긍정적으로만 활용될 수는 없다. 부정적인 면에서의 사용도 있게 마련이다. AI는 이미 허위정보 생성, 사기, 표절 등에 악용되고 있다.   특히 사이버 보안 환경에서 범죄자들이 이 기술을 사용해 범죄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사이버 보안회사들이 대비책을 세우고 있지만, 범죄자들의 기술이 대비 수준을 넘어설 수도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의 직업도 위협받고 있는데 이에 대한  논란이 많다. 알라슈 교수는 인공 지능을 매우 빠르게 사용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과 시간이 좀 걸리는 사람들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 “사람들이 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를 잃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이해하거나 인공지능을 편리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후변화   기후 변화의 영향은 널리 인식돼 있지만 언제 어떻게 재앙적인 사건으로 나타날 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의 예를 볼 때 올해도 가뭄, 홍수, 산불, 강력한 폭풍 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지난해 폭우로 인해 2개의 댐이 파열돼 리비아의 한 도시가 침수됐고 또한 극심한 가뭄으로 파나마 운하에 물이 부족해 해상운송에 차질을 빚었다.     UCL의 기후과학자 크리스 브라이얼리 교수는 “올해에 닥칠 것으로 예상하는 기후변화의 영향 중 일부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셀레스트 사울로 신임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도 “지난해 가장 더운 한 해를 보냈지만 올해는 엘니뇨 등의 영향이 겹쳐 더 ‘극단적인’ 기상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효과로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4도 높아졌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인류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글로벌 공조 없이는 대규모 자연재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김완신 에디터FOCUS 푸틴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러시아 안보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2024-01-07

[FOCUS] 곡물협정 중단에 가뭄까지…식량위기 오나

세계식량기구(WFT)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세계 인구 중 7억여명은 굶주림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 7년간 증가했던 기아 인구가 작년에는 줄었지만 아직도 지구촌에는 식량부족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들어 전세계에 식량위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맺었던 흑해곡물협정이 러시아의 발표로 지난 17일 종료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와 본토를 연결하는 크림대교를 공격하자 즉각 보복 조치에 나서면서 협정을 종료했다. 러시아는 자국의 요구가 수용된다면 협상을 재개할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방 세계와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쉽게 협정 복귀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다만 서방이 절충안 제시를 통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일부 해제할 경우 협정 재개의 실마리를 찾을 수는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니아는 지난해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협정을 맺었다. 작년 7월 시작된 협정은 3번 연장돼 지난 17일로 기한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흑해곡물협정은 두 나라가 전쟁 중에도 양국 농산물이 흑해를 통해 수출될 수 있도록 한 약속이다.     전쟁 중이지만 안전한 식량 수출을 보장한다는 협정이다. 전쟁 개전 후 5개월 만에 성사된 이 협정으로 우크라이나 곡물이 세계로 수출되는 길이 열려 식량 안정화를 가져왔었다. 우크라니아는 이 협정을 통해 1년간 3290만t 이상의 곡물을 수출해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 위기는 이미 예견됐었다. 예일대 티머시 스나이더 역사학과 교수는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해상을 러시아 봉쇄하면 아프리카 등에서 수천만 명이 기아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흑해곡물협정 중단이 즉각적인 식량 위기를 초래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육로 등 우회 수출 길을 이용하고, 아직까지는 러시아로부터 값싼 재고 밀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지난해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흑해 해상로가 차단됐을 때보다는 충격파가 적을 것으로 진단한다. 당시 식품가격이 큰폭으로 올랐었다.     하지만 사태가 계속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AFP 통신은 “즉각적인 영향은 없어도 시간이 지나면 시장 상황을 불안하게 하고 가격 인상을 초래할 것”이라 보도했다.     문제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원조를 받는 국가들이다. WFP는 흑해곡물협정 체결 직후에 우크라이나 밀 72만5000t을 아프리카 국가를 비롯해 아프가니스탄, 예멘 등 최빈국에 지원했다. 또한 지난 1년간 수출된 3290만t의 절반 이상은 개도국에 공급됐다.   현재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 따르면 식량 지원이 필요한 국가는 50개국에 이른다. 흑해곡물협정 중단으로 식량조달에 차질을 생길 경우 이들 국가에서는 기아가 발생할 수 있다. 공급 물량으로 가격이 올라가면 유엔의 물량 확보에도 어려움이 생기고 이들 빈국에 대한 지원도 줄 수밖에 없다.   기후도 식량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폭염과 가뭄 등 이상 기후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곡물가격 급등이 우려되고 있다.     최근 남부유럽을 휩쓴 극한의 폭염으로 프랑스 농장지대는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옥수수밭이 갈라지는 등 최악의 상황이다. 프랑스 기상당국에 따르면 기록적인 폭염과 극심한 가뭄은 대처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프랑스에 풍년이 들면 유럽이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프랑스는 유럽의 대표적인 농업 생산국이다. 하지만 올해 프랑스는 극심한 가뭄으로 작황이 최악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밀 수출국인 호주에서도 국지적인 가뭄으로 수확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와 내년도 밀 수출량도 예년과 비교해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량 확보에 문제가 없는 선진국과 달리 아시아와 아프리카 빈곤국들은 식량 수급에 막대한 지장을 받는다. 식량 자급을 못하는 이들 지역 국가에 대한 지원이 끊기면 식량 가격은 폭등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빈국들은 국제 식량 가격의 소폭 인상에도 40~50%의 폭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아프리카 지역의 경우는 식량이 부족하게 되면 영양실조 등의 질병이 만연해져 사망자가 늘어나는 참상이 빚어진다.     흑해곡물협정이 부정적인 영향이 아직 가사화되지 않았고, 이상 기후로 인한 곡물 수급 차질도 시장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지난 18일 시카고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중단을 발표하면서 밀 선물 가격이 3.5% 급등하기도 했다.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면 그 피해는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지 못한 빈국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구에서 생산되는 곡물은 전체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다. 생산된 식량의 총 칼로리는 인구 1명당 3000칼로리가 넘는다. 그럼에도 지구 인구의 10~15%가 기아를 겪고 그 중 일부가 굶주림으로 죽어간다. 자연 재해로 인한 식량 부족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전쟁으로 굶어죽어가는 사람들이 생겨서는 안 된다.  김완신 에디터FOCUS 푸틴 식량위기 흑해곡물협정 중단 우크라이나 곡물 우크라이나 전쟁

2023-07-23

푸틴의 정적 독살, 그 음모를 추적하다

알렉세이 나발니는 러시아의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이 암살 명령을 내렸던 푸틴의 ‘넘버 원’ 정적이다. 러시아의 개혁파 정치인이며 변호사인 나발니를 독살하려던 사건을 추적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 19일 영국에서 거행된 제76회 영국 아카데미상(BAFTA)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고 제95회 아카데미시상(3월 26일) 다큐멘터리 부문에 후보로 올라있다.     영화는 나발니가 자신의 죽음을 기록, 영화로 만들자고 제안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화의 어느 시점에선가 그가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게 한다. 그러나, 나발니는 현재 사기·법정 모독 등의 혐의로 징역 1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감금되어 있지만 그의 영향력은 선거 판세를 움직일 정도로 상당하다.     나발니는 푸틴 독재 치하의 몇 안 되는 야권 정치인이자 반정부 정치 평론가로 활동했다. 2021년 1월 영상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흑해 연안에 총 13억 달러를 들여 초호화 비밀 궁전을 지었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의 어떤 외압에도 위축되지 않고 오로지 개혁을 위해 정진하는 지도자로 러시아 대중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평소 러시아 정권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이어오던 그를 보다 못한 푸틴은 나발니 살해 음모를 명령한다.     영화는 나발니가 2020년 8월 자신을 독살하려던 자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마치 스릴러처럼 전개한다. 앞서 나발니는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비행하던 여객기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여 독일에서 치료를 받다 이듬해 1월 러시아 당국에 체포됐다.   영화배우를방불케 할 정도로 수려한 외모와 카리스마로젊은층에 어필하는 나발니에 위협을 느낀 푸틴은 나발니를 일찌감치 반역자로 규정하고 피선거권을 박탈, 나발니의 정계 진출을 막아 버렸다.     예일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나발니는 ‘미래의 러시아’라는 정당을 창당, 푸틴의 독재에 맞서왔다. 영화는 무자비한 억압에 대항하는 나발니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면서 그가 아직 러시아를 위해 할 일이 남아 있는 정치가임을 강조한다. 김정 영화평론가푸틴 독살 러시아 시베리아 러시아 흑해 러시아 정부

2023-03-03

[중국읽기] 중국의 푸틴 조롱…검려기궁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중국 인터넷 공간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찬사가 넘쳤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정당하다’는 주장을 담은 푸틴의 연설에 중국은 ‘눈물이 난다’며 공감을 표했다. 그런 중국의 태도가 최근 싹 바뀌었다. 러시아와 푸틴을 조롱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러시아는 반드시 진다! 푸틴은 반드시 패배한다!” “특별군사작전이 국가수호 전쟁으로 변한 건 2차 대전 이래 최대 웃음거리” 등과 같은 말이 나온다.   그런 비아냥 중 중국 시사평론가 차이선쿤(蔡愼坤)이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능력을 ‘검려기궁(黔驢技窮)’에 비유한 게 눈에 띈다. 검려기궁은 당(唐)대의 문장가 유종원(柳宗元)이 지은 우화(寓話) ‘검지려(黔之驢)’에 나온다. 검(黔)은 중국 구이저우(貴州)성의 별칭이고 려(驢)는 나귀라는 뜻이니 ‘구이저우의 나귀’로 해석할 수 있다. 우화에 따르면 옛날 구이저우엔 나귀가 없었다. 한데 한 사람이 나귀를 구이저우로 들여와 산아래에 풀어 놓았다. 이를 본 호랑이가 놀랐다. 처음 보는 데다 몸집도 크고 울음소리도 컸다.   한데 며칠을 살피니 뒷발질만 할 뿐 다른 재주가 없었다. 그 기량을 다 파악한 호랑이는 졸지에 나귀를 덮쳐 잡아먹고 말았다. 여기서 ‘구이저우에 사는 나귀의 재주’란 뜻의 ‘검려지기(黔驢之技)’란 성어가 나왔다. 쥐꼬리만 한 재주란 의미다. 그리고 그 보잘것없는 재주가 바닥이 난 걸 ‘검려기궁’이라 한다. 호기롭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이 대단한 영웅인 줄 알았는데 별것 아니며, 그 재주가 바닥이나 망신살이 뻗치게 됐다는 조롱이다.   푸틴 대통령 입장에선 속이 터질 노릇이다. 우리가 주목할 건 중국의 민심 변화다. 중국의 여론이 순식간에 바뀐 건 지난달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에서 만난 이후다.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에 관한 ‘의문과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지자 중국의 민심이 홱 돌아섰다. 둘의 관계에 틈이 생겼다고 보고 푸틴 조롱까지 서슴지 않는 것이다.   중국은 이처럼 시진핑 주석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입장이 바뀐다. 중국을 움직이기 위해선 시주석의 마음부터 잡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중 간 사드(THAAD) 갈등도 시 주석 입장이 누그러져야 풀리지 그 아래 어떤 고위층이 나선다 해도 답이 나올 수 없는 구조다. 1인 체제의 시 주석 집권 기간 한·중 관계의 모든 문제가 이와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니 우리로선 시 주석의 일거수일투족 연구에 전력을 다할 필요가 있겠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중국읽기 중국 푸틴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침공 옛날 구이저우

2022-10-03

[김형석의 100년 산책] 푸틴의 러시아, 시진핑의 중국…그곳에 정신문화가 있는가

내 중학생활은 톨스토이와 함께 자랐다. 2학년 때 학교 도서관에서 『전쟁과 평화』라는 책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일본이 만주에서 전쟁을 하던 때였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전쟁과 평화 문제를 알아보겠다는 철없는 욕심이었던 것 같다. 읽는 동안 그런 내용이 아니고 장편소설이라는 것과 톨스토이가 러시아의 세계적 문호인 것도 알게 되었다.   대작을 읽고 나니까 『안나 카레리나』 도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더 유명하다는 『부활』도 읽었는데 두 장편만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학예술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해 주었고, 사상과 예술세계의 넓은 무대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뒤에도 톨스토이의 종교관 인생론 등도 읽었다. 그 덕분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톨스토이는 내 정신적 스승 같다.   대학에 가서는 도스토옙스키에 심취했다. 그의 영향은 오래 계속되었다. 대학에서 강의할 때도 인용했고 내 글 속에는 톨스토이는 사라지고 도스토옙스키와 독일의 니체, 덴마크의 키르케고르가 등단했을 정도였다. 내가 톨스토이의 사상보다는 도스토옙스키의 인간학적 철학 문제에 빠져 있었음을 말해준다. 러시아문학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갖고 지냈다.   도스토옙스키·차이콥스키·샤갈…   철학과 사상 분야 책들도 읽었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세계 무대를 꾸며 주었고, 샤갈의 그림은 현장작품과 회화도서로 애정을 갖고 감상해 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독일·영국·프랑스보다도 예술성이 있는 작품의 영향과 혜택을 더 많이 받으면서 자랐다. 어떤 때는 나도 모르게 내 정신과 사상은 물론 예술적 DNA에 러시아적인 흐름이 섞여 있다고 느낀다. 따져보면 서구적인 것보다는 러시아가 훨씬 동양적이다. 소설이나 영화를 보아도 남녀 간의 애정보다 부모·자녀 간의 관계가 더 많이 다뤄졌으며, 개인과 합리주의보다 우리 의식과 정서적인 인간, 사회관계가 풍부하다. 미국문화에 비하면 동양적이면서도 뿌리 깊은 전통에서 성장한 특수성을 갖추고 있다.   북한에서 해방을 맞으면서 소련 군인들과 직면하게 되었다. 소련과 북한 공산정권의 현상을 보면서 내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온 문화적 유산은, 공산주의 정신과 정반대일 뿐 아니라 적대적인 것임을 체험하게 되었다. 평양에서 광성중학교 17세 정도의 학생들이 신탁통치를 반대하는 삐라를 뿌렸다고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됐다. 정치범으로 몰아 시베리아로 끌고 가 7년여 동안 굶주림과 학대를 일삼으며 강제노동을 시켰다. 그 후에도 10여 년을 죄수 같은 신분으로 고생했다. 동급생 20여 명이 끌려가 대부분이 죽고 그중의 한 학생이 47년 만에 서울로 찾아와 가족들과 상봉한 일이 있었다. 스탈린은 공산주의 정권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6·25전쟁을 모택동과 합의로 유발했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정치적 문제를 떠나 소련의 공산정권이 인류의 정신적 유산을 지금까지 폐허화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그때와 같은 정신문화의 전통과 유산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최근 91세로 작고한 미하일 고르바초프도 “누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느냐”는 질문에 마르크스 레닌이 아닌 “러시아문학”이라고 대답했다. 문학은 이념이나 정치의 길이 아니다. 인간의 길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도 그렇다. 한·중수교가 성립되면서 주한대사관에 와 있는 한 외교관을 만났다. 중화인으로 일찍이 평양 김일성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엘리트였다. 내가 그에게 “지금 중국은 유학(儒學)을 중심 삼는 전통정신과 공산주의 사상을 신봉하는 정치문화, 그리고 서구에서 밀려드는 과학성을 갖춘 사회사상이 공존해 있는데 앞으로 어느 편이 중심적 역할을 담당할 것 같으냐”고 물었다. 그 외교관은 지체 없이 전통문화라고 했다. 나는 덩샤오핑의 사상을 따르며 지지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의 대답이 옳았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 때 중국이 과시한 중국문화는 역시 유구한 역사를 계승하는 윤리성에 입각한 문화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제2의 마오쩌둥을 자처하는 시진핑이 집권하면서 스탈린과 푸틴의 노선을 연상케 한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는가. 중국의 생명력이며 아시아에 영향을 남겼던 인간문화는 사라지고, 제2의 소련과 같은 유물사관이 사상문화계를 황폐화할 것이다. 비극적인 일이다.   나도 10여 년 전까지는 여러 차례 중국을 방문했다. 유명 대학들 주변 서점에 가도 젊은이들이 읽을 만한 인문학과 사상 관련 책을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문화를 연구하려면 대만이나 일본으로 가야 할 현실이 되었다.   독재정치·이념의 제물이 된 예술   북한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잘못된 정치이념, 정권욕 때문에 정신과 사상적 자유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국민에 대한 진실과 정직의 가치는 소멸하였다. 당에서 하는 일은 그 자체가 정의이며 절대가치이기 때문에 비판과 반대는 용납되지 않는다. 사상과 인격을 갖춘 지성인은 설 자리가 없으며, 언론의 자유는 처형 대상이 된다. 인문학이 존재했다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모든 예술은 정치선전의 수단으로 전락했고, 해방 직후 북조선으로 사회주의를 믿고 월북했던 학자·예술인들은 배제되거나 숙청된 지 오래다. 국민은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되었고 인격은 정권의 제물이 되었다. 러시아·중국·북한의 공산화는 아시아의 자유와 정신문화를 독재정치의 제물로 삼은 것이다.   무엇이  해결책인가. 인간성의 회복이다. 인격과 삶의 가치를 복구시켜야 한다. 양심의 자유와 인간애의 질서를 정착시켜야 한다. 자유와 정신문화를 말살하는 정치력을 배격하고 인문학과 인간주의를 되찾아야 한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선결과제다. 김형석 / 연세대 명예교수김형석의 100년 산책 중국 푸틴 정신과 사상 러시아적인 흐름 공산주의 정신과

2022-09-30

[J네트워크] 푸틴 ‘어머니 영웅’ 만들기

얼마 전 발표된 유엔(UN)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 의하면 오늘부터 70일 후 11월 15일이 되면 지구의 총인구수가 사상 처음 80억 명에 도달한다고 한다. 전체 규모로는 많게 들려도 그 분석자료를 보면 정반대의 걱정이 앞선다. 1960년대 한때 2%를 넘기기도 했던 세계 인구 증가율은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들어 1%로 뚝 떨어졌으며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주요 61개 국가는 인구가 줄어들 일만 남았다.   인구 감소국 가운데 한·중·일 동북아 3국이 모두 포함된 것은 너무나 익숙한 사실이지만 최근 이 문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절실히 깨달은 듯한 인물이 있다. 다름 아닌 우크라이나와 한창 전쟁을 벌이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국토를 보유한 러시아는 현재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대의 자연 인구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급기야 푸틴은 지난달 스탈린이 1944년 제정한 훈장을 부활시켰다. 훈장의 명칭은 이름하여 ‘어머니 영웅상.’ 자식이 10명 이상이면서 그 10번째 아이가 돌이 될 때 앞서 낳은 9명이 모두 살아 있어야 받을 수 있는 상이다. 듣기만 해도 갑갑하다. 훈장과 더불어 상금과 각종 혜택이 주어지지만 나라 안팎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2000년부터 장기집권하고 있는 푸틴은 러시아의 인구감소 문제가 한시도 자신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며 아이를 더 많이 낳지 않으면 옛 소련의 영광은커녕 국가적 위기가 올 것이라는 경고를 자주 상기시켰다. 러시아 국가통계청에 의하면 러시아의 현재 인구는 1억4510만명으로 올해 1월에서 5월 사이에만 월평균 인구 감소율이 8만6000명에 달한다. 실로 기록적이다. 1991년 소련 시대가 막을 내릴 때와 비교하면 320만 적은 숫자이며 현재 출산율은 지속해서 내려가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올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가임 여성 1명당 0.81명으로 전년 대비 0.03명 감소했다.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율이다. 정부는 지난해에만 약 46조원의 예산을 저출산 문제 극복에 투입했다고 알려졌는데 출산율은 상승할 기미가 없다. 러시아의 출산율 1.3은 물론 러시아와 우리가 처한 사회 환경은 비교할 수 없이 다르다. 그렇지만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모스크바든 서울이든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고 싶은 환경이 아니라고 느낀다는 점이며, 이 부분에서 한국 여성들은 러시아 여성들보다 더 확고해 보인다. 우리의 저출산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지혜를 모을 때다. 안착히 / 글로벌협력팀장J네트워크 푸틴 어머니 어머니 영웅상 러시아 국가통계청 인구감소 문제

2022-09-11

[시론] 푸틴과 고르비

 러시아의 블라미디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한다. 우크라이나의 많은 도시는 잿더미로 변했고 민간인 살상, 강간 행위가 횡행한다는 소식이다. 보도에 따르면 침략군은 아이들을 데리고 피란 길에 나선 엄마들이 대부분인 무고한 시민들을 향한 미사일 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확전을 예방한다는 명분으로 외부 세계는 직접적인 참전을 기피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는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공화국(USSR, 1922~1991)을 구성하는 14개 변방 국가 중의 하나였다가 소련 붕괴와 더불어 독립한 국가이다. 맹주인 러시아는 소련  붕괴 후에 CIS(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를 만들어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CIS는 유명무실한 기구가 되고 말았다. 우크라이나는 CIS에 옵저버 격으로 참여하기는 했으나 정식 멤버는 아니었고 나중에 대표단을 전원 철수했다. 지정학적으로 우크라이나는 같은 슬라브계인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아 왔지만 그들만의 고유한 언어를 지켜 온 자주 독립 국가이다.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이 사망하고 20여년이 흐른 1980년 초에 소련 정계에는 매우 이색적인 한 정치가가 등장한다. 바로 USSR의 마지막 서기장 미하일 고르바초프이다. 그는 미국과의 군비 경쟁에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을 만큼 기울어진 소련 경제를 일으켜 세우고자 개혁 개방을 외치며 ‘글라스노스트’와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미 소생할 수 없을 만큼 기울어진 경제를 회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그는 1991년의 공산당 강경파의 쿠데타로 실각하고 USSR도 그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운명을 맞는다.   소련의 최고 권좌에 있는 동안 그는 세계사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겼다. 핵 탄두, 화학 무기, 중장거리 미사일 등을 포함한 군비 경쟁이 극에 달했던 냉전 시대(1980년대)에 그는 미국과의 지루한 협상을 통해 전략 무기 감축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의 힘겨운 노력에 힘 입어 세계는 숨 막히는 냉전 시대의 종식을 보게 됐던 것이다. 특히 독일에서는 그를 ‘통일의 아버지’의 한 사람으로 칭송하며 곧잘 ‘고르비’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당시 미국과 함께 세계 평화의 초석을 다지는데 크게 공헌한 그의 업적은  길이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의 현 대통령 푸틴은 소련의 옛 영광을 꿈꾸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그가 내세우는 숭고한(?) 명분은 오만한 그의 자존심에서 나온다. 민간인 학살 등 전쟁의 참화는 세계 제일의 부자(순자산 약 2000억 달러 추정)로 알려진, 부패한 전 KGB요원에게는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한편 올해로 91세가 되는 고르바초프는 지금도 활발한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9일에는 자신이 설립한 모스크바 국제대학 강연에서 푸틴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푸틴이 민주적인 개혁을 마다한 채 하향식 독재를 계속하는 것은 체제 붕괴의 길을 재촉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얼마 전 레이건 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비디오를 유튜브에서 보았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레이건 및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어울려 워싱턴과 모스크바 그리고 아이슬랜드를 번갈아 방문해 가면서 어렵게 군축협상에 임하는 과정을 수록한 동영상이다. 잘 생긴 그의 얼굴에서 풍기는 인상은 푸틴의 모습과는 무척이나 달랐다. 라만섭 / 전 회계사시론 푸틴 고르비 소련 붕괴 슬라브계인 러시아 소련 경제

2022-04-24

[브리프] 10명 중 7명 “유가상승 푸틴 탓” 외

10명 중 7명 “유가상승 푸틴 탓”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속되는 유가 상승의 원인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석유회사를 지목한다는 여론 조사가 10일 나왔다.     ABC방송과 입소스가 공동으로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 5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가 상승이 푸틴 대통령 때문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71%를 차지했다. 석유회사 때문이라는 답변도 68%에 달했다.     민주당(52%)과 조 바이든 대통령(51%)이 문제라는 응답도 과반을 넘겼다. 또 응답자의 69%는 바이든 대통령의 유가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성향 별로는 공화당 지지자의 93%가 지지하지 않았고, 민주당 지지층의 41%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다만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포함한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관련 정책은 지지를 받았다.     태양열 비트코인 채굴장 조성   텍사스주에 테슬라의 태양열 전기 기술을 활용한 비트코인 시범 채굴장이 만들어진다. 최근 경제 매체 CNBC 방송과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 등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술업체 블록스트림은 테슬라의 태양광 설비와 대용량 배터리로 가동되는 비트코인 채굴장을 조성하기로 했다. 블록스트림 최고경영자(CEO) 애덤 백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2 콘퍼런스’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백은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설립한 결제서비스 업체 블록(옛 스퀘어)의 자금 지원을 받아 시범 채굴장을 건설 중이며, 채굴에 필요한 컴퓨터 설비를 가동하는 데 테슬라의 태양광 전기발전 시설과 대용량 메가팩 배터리를 사용하기로 했다.     백은 1990년대 사이퍼펑크(Cypherpunk) 운동의 초기 활동가이자 영국의 암호학자다. 사이퍼펑크는 암호 기술을 활용해 인터넷상의 감시와 검열에 저항하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추구하는 운동을 말하며, 탈중앙화와 분산 철학에 기반한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탄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브리프 푸틴 유가상승 비트코인 채굴장 블록체인 기술업체 태양열 비트코인

2022-04-11

[J네트워크] 푸틴은 어쩌다 최악의 독재자 됐을까

학살자, 살인 독재자, 전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붙은 수식어다. 최근엔 심지어 그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그러나 불과 20년 전만 해도 서방의 평가는 이렇지 않았다. 독일 연방의회 연설에선 유럽인들의 호감을 사며 기립박수도 받았던 그다.   2000년 47세의 나이로 러시아의 정권을 잡고, 5명의 미국 대통령을 거치며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 미국 싱크탱크와 언론이 주목한 시점별 푸틴의 주요 발언을 뽑아봤다.   ▶“러시아는 우호적인 유럽 국가”(2001년)      대통령에 취임한 이듬해, 푸틴은 독일 베를린 연방의회에서 연설했다. 소련 붕괴 후 찾아온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러시아 경제는 비참한 상태였고, 체첸 전쟁을 거치며 국가 위상도 떨어졌다.   이곳에서 푸틴은 유창한 독일어로 “러시아는 우호적인 유럽 국가”라고 선언했다. “민주적 권리와 자유가 러시아 국내 정책의 핵심 목표”라는 그에게 독일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그 자리에는 훗날 총리가 되는 앙겔라 메르켈 의원도 있었다.   이후 유가 상승에 힘입어 러시아 경제는 급속히 성장했다. 푸틴의 인기도 동반 상승했다. 유럽 정상들은 그를 칭찬했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솔직하고 신뢰 가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주도 체제, 위험한 발상”(2007년)     발트3국·루마니아·불가리아 등이 잇달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고,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에서 혁명이 일어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푸틴에게 나토는 이제 “미국이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공격적 기구”였다. 2007년 뮌헨안보회의에선 작심하고 미국을 성토했다.   “지금 세계에는 (미국이라는) 하나의 주인, 군주만 있다”며 이런 일극 체제는 “매우 위험하고 누구도 안전하다 느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동독 출신으로 러시아어가 능통한 메르켈 총리는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했다. 그러나 푸틴은 이마저도 뿌리쳤다. 한 대화에서 메르켈이 “그간 했던 가장 큰 실수가 뭐냐”고 묻자 푸틴은 “당신을 믿은 것”이라고 답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젠 세계가 우리 이야기 들어”(2018년)     2013년 시리아의 바샤르알 아사드 정권이 자국민에 화학무기 공격을 해 1400명이 희생되는 일이 발생한다. 그러나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보복공격을 하지 않았다.   이를 보며 푸틴은 미국이 약해졌단 판단을 하게 됐다고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은 회고했다. 그러면서 푸틴은 군비 확장을 시작했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하며, 올리가르히(신흥부자)들이 서방에 쏟아붓는 ‘오일머니’에 익숙해진 유럽 국가들은 저항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합병했고, 우크라이나 동부의 반군을 지원했다.   2018년 자국의 첨단 무기를 선전하는 영상에 출연한 푸틴은 “아무도 우리 말을 듣지 않았지만, 지금은 듣고 있다. 러시아를 가두려는 시도는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그들은 강한 러시아 싫어해”(2022년)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에 따르면 푸틴은 소련 붕괴로 ‘마더 러시아(조국 러시아)’의 국민 2500만 명이 외국에 남겨진 것을 두고두고 안타까워했다. “소련 제국의 멸망이 20세기 최대 재앙”이라며 이를 되돌리겠다는 꿈을 품고 있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TV 연설에서도 그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크라이나는 소련 덕에 현대 국가가 됐다며 침략을 정당화했다. 서방이 러시아와 맞서게 된 것은 “러시아 같은 강력한 독립국가를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NYT는 잘못된 역사 인식에 신념까지 더해지며 푸틴 스스로 과거의 영광을 복원할 메시아로 여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필규 / 워싱턴특파원J네트워크 푸틴 독재자 블라디미르 러시아 러시아 경제 러시아 국내

2022-04-08

[독자 마당] 푸틴과 우크라 전쟁

푸틴이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많은 무고한 양민들이 죽고, 한 나라가 초토화 되고 있다.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연방이 해체되던 혼란의 와중에서 22년 전 정계의 뉴페이스로 등장한 인물이다. 고르바초프 후임으로 나선 옐친 대통령은 나이 많은 알코올 중독자였다. 별로 정치 경험이 없었던 KGB 출신의 45세 푸틴에게 수상과 대통령으로의 길을 열어 주었다. 1차대전 후 패전국이던 독일에서 패장이었던 힌덴부르크가 힘없이 히틀러에게 정권을 넘겨주던 것과 비슷하다.     푸틴은 국가의 혼란 상태를 이용해 별로 어렵지 않게 나라의 권력을 장악해 독재정권을 연장했다. 그는 정보 전문가답게 언론을 철저히 통제해 국민의 눈과 귀를 엉터리 프로파간다로 마비시킨다.   러시아는 톨스토이, 안톤 체호프,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와 같은 문호들과 차이콥스키 같은 위대한 예술가를 낳은 문명국가였다. 20세기 공산주의 국가체제가 무너지고 21세기가 시작되며 나타난 푸틴은 언론을 철저히 통제해 국민들의 알권리를 막고 자신의 영구집권을 추구하고 있다. 그는 과거 소비에트 연방을 회복하고자 하는 위대한 러시아의 꿈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며 우크라이나 침략을 정당화하고 있다.     핵무기를 가진 군사 강대국임은 분명해도 러시아는 경제적으로 다른 서방국들과 교류하지 않으면 무너지고마는 21세기 경제상황에 직면해 있다.     과거 강대국의 힘이 지금 러시아에게는 없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자신의 능력을 철저히 분석해 본 다음 전쟁에 나가면 이긴다는 옛 교훈을 푸틴은 따르지 않았다. 결국 푸틴은 준비되지 않은 전쟁에서 패배하며 러시아를 세계무대서 전쟁범죄국으로 전락시키고, 경제 추락으로 몇 세대 동안 국민들에게 고통을 가져다 줄 것이다. 무력은 결코 답이 아니다. 폴 오·전직 교사독자 마당 푸틴 우크라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 전쟁 우크라이나 침략

2022-03-31

[J네트워크] 시진핑, 푸틴에게 생명줄 던져줄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벌인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다.     전쟁이 끝나길 기원하는 국제사회의 관심은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중국은 러시아를 도울 것인가’이다. 중국이 러시아를 경제적·군사적으로 지원하면 러시아는 좀 더 싸울 자원을 확보하게 된다. 중국이 러시아를 돕지 않기로 결정하면 미국과 동맹의 ‘러시아 고사 작전’은 좀 더 일찍 결실을 볼 수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해왔다. 러시아의 ‘침공’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은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다 최근 미국 정부가 ‘러시아가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고, 중국은 러시아를 도우려 한다’는 기밀정보를 공개하면서 중국의 선택을 압박하고 나섰다.   중국이 러시아를 도울 것인가에 대한 전문가 전망은 엇갈린다.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쥬드 블랑셰트 중국석좌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상황이 나빠질수록 중국은 푸틴 정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파괴적인 국면으로 접어들수록 중국의 핵심 목표는 “러시아가 중국의 주요 전략적 파트너로서 지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중 전략 경쟁 상황에서 미국에 함께 맞설 전략적 파트너로서 러시아가 필요하므로 비록 심각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러시아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주도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는 것은 미국의 제재 제도를 인정하는 게 된다. 중국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 탄압과 관련해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또 ‘러시아를 지원하지 말라’는 미국의 공개 요구에 중국이 굴복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다만, 중국이 러시아를 돕더라도 군사 지원을 하거나 미국과 국제사회가 부과하는 제재를 대놓고 위반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공격 무기 대신 군사와 민간 모두에서 쓰일 수 있는 이중 용도의 부품 등을 공급하거나, 미국과 서방의 제재가 본격적으로 닿지 않는 분야를 공략할 수도 있다. 그중 하나가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다.   미국은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금지했지만, 유럽과 아시아 등 에너지 생산국이 아닌 동맹에까지 수입 금지를 강요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일 계획을 세우면서 줄어든 수출분을 중국이 구매해 줄 수 있다. 에너지는 러시아 최대 수출산업이며, 전쟁 비용 조달 창구다.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2월 초 베이징 겨울 올림픽 개막 직전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나 양국 관계를 “바위처럼 단단하다”, “한계가 없다”고 표현하며 대내외에 과시했지만, 현실에서는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중국이 섣불리 러시아를 도왔다가 미국과 유럽의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이 작은 러시아 시장과 사업을 하려다가 더 큰 세계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국이 제재를 받게 되면 경제 성장에 지장을 주고, 이는 결국 오는 10월 중국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 계획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4일 벨기에 기자회견에서 바로 이 부분을 지적했다. 바이든은 시 주석과 통화를 언급하며 “나는 어떠한 위협도 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야만적인 행동의 결과로 러시아를 떠난 미국과 외국 기업 수를 짚었다”면서 “(중국은) 경제적 미래가 러시아보다는 훨씬 더 서방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적으로 소외되고, 약체가 된 러시아가 중국 입장에서 대하기 더 수월하다는 주장도 있다.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중국의 요구사항을 더 강력히 주장할 수 있고, 보다 좋은 조건에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할 수도 있다.   중국이 미국에 더해 유럽과도 갈등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도 있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았던 독일, 중립국인 스위스까지도 신속하게 대러 제재에 동참한 점을 중국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다음 달 1일 유럽연합(EU)과 중국 간 정상회의에서 유럽이 중국을 얼마만큼 압박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현영 / 워싱턴특파원J네트워크 시진핑 푸틴 러시아산 에너지 러시아산 석유 블라디미르 러시아

2022-03-30

[시론] 푸틴이 이기든 지든 북한은 더 힘들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엔 매우 나쁜 뉴스다. 이 전쟁이 중국에 끼친 영향 때문이다.   중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아니었으면 진작 붕괴했을 북한의 대중 의존도는 팬데믹 이후 더 심해졌고, 북한은 중국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중국은 연말 제20차 중국공산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3연임 확정이라는 정치적 이벤트를 방해하는 일은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관계를 돈독히 해왔다. 푸틴이 전쟁에서 지면 시 주석의 권위는 정세 오판에 대한 비난과 함께 손상을 입게 된다. 특히 대가를 치르고 러시아를 지원한 경우라면 충격은 더 클 것이다. 시 주석은 전인대를 상대로 자신의 3연임을 설득해야 한다. 코로나도 재확산하고 있다.   이런 국내 정치적 이슈로 중국의 북한에 대한 관심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일대일로(一?一路) 정책 등을 통해 외교를 공세적으로 확장해온 시진핑은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5차례나 만났다. 그러나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런 고예산 외교를 중국 최고 지도부가 얼마나 지지할지 미지수다.   푸틴이 전쟁에서 이긴다면 그것은 오직 중국의 막대한 원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푸틴이 시 주석에게 군수품, 전투식량 같은 기본 물자를 요청했다는 사실은 그가 장기전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여서다. 지난 18일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모호한 입장만을 고수했지만, 다음 두 가지는 명확하다.     하나는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면 막대한 지정학적 대가를 치른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미 서방 세계 등과 관계가 나쁜 편이고 현재 전 세계가 러시아의 침공에 치를 떨고 있다.   다음은 중국이 지정학적 자산을 만회하기 위해 절박한 러시아를 향해 눈물 나게 비싼 대가를 요구할 것이란 점이다. 러시아산 석유·가스를 공짜로, 혹은 싼값에 보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을 중국 영향력 아래로 넘기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러시아로선 우크라이나를 얻으려 구소련에 속했던 중앙아 국가들을 포기하는 역설적 상황이 된다) 러시아가 사실상의 중국 의존국이 될 수도 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러시아가 중국에 치를 대가도 더 커진다.   중국이 막대한 외교적 역량과 장기 원조 예산을 중앙아시아에 투입하면 중국의 접경 국가로 혜택을 받아온 북한으로선 설상가상 상황이 된다.   그렇다고 중국이 북한을 포기한다는 건 아니다. 정치적 동맹으로, 대미 관계 체스판의 말로, 낙후한 동북 지역의 무역 상대국으로 북한은 여전히 중국에 유용하다. 그러나 상대적 중요성은 떨어지게 된다.   중국이 새로운 외교로 바빠지면 북한의 원조나 지원 요청엔 소홀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중국의 비위를 맞추는 입장으로 바뀌면서 두 나라를 견제시켜 실속을 차리는 북한의 전략도 먹히지 않을 것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하든 승리하든 중국의 대북 외교 노력 및 원조는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한의 탈출구는 더 좁아졌다. 심각한 경제난에 처한 북한 정권이 생존을 위해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지만, 푸틴의 침공 이후 워싱턴은 민족주의 독재자들과의 평화로운 협력에 대한 기대를 급격하게 낮추는 분위기다.   미국이 푸틴을 더 일찍, 더 강경하게 대했어야 한다는 의원들도 있다. 같은 논리가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다. 혹시 북한이 한국에 대한 군사적 공격으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라면 우크라이나 상황을 보아야만 한다. 존 에버라드 / 전 평양주재 영국대사시론 푸틴 북한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산 석유

2022-03-27

[폴리 토크] 우크라 전쟁과 푸틴의 선택

2013년~2014년 버락 오바마 전 정부는 친러 국가였던 우크라이나 쿠데타에 관여했다. 이를 마이단 혁명이라 부른다. 관련 인물들은 토니 블링컨, 제이크 설리번, 빅토리아 눌런드, 수전 라이스 등이다. 이들은 현 바이든 정부에서 백악관과 국무부 중책을 맡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 시절 우크라이나 관련 총책임자였다. 우크라이나는 ‘완충국(buffer state)’이었다. 강대국들 사이에 위치해 긴장 관계를 완화해주는 역할을 했다. 여기서 어느 한쪽으로 확 틀면 언제든 재앙이 닥칠 수 있는 운명이었다. 1994년에 세계 3위에 해당하는 1700개 이상 핵무기 보유국이었던 우크라이나는 큰 실수를 범했다. 미국의 안전보장을 조건으로 핵을 모두 포기했다. 그 선택은 재앙으로 닥쳤다.     2013년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와 무역협상을 제안했다. 사실상 EU에 가입하라는 손짓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분노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에게 최후통첩했다. 150억 달러 원조비를 받든지,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할 각오를 하라고 했다. EU와 협상은 즉각 중단됐다. 그 뒤 오바마 정부가 개입하면서 마이단 혁명이 일어났다. 친미 혹은 반러 우크라이나 새 정부 수립이 목표였다.     분노한 푸틴은 크림반도를 침공해 러시아 땅으로 합병했다. 당시 부패 혐의로 수사받던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조 바이든의 아들 헌터를 이사로 영입했다. 푸틴 심기를 또 불편하게 만든 일이었다. 그 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지역인 돈바스 영토 절반을 점령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면전에 나서는 데 ‘뇌관’이 됐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트럼프-러시아 내통 조작 스캔들이다. 푸틴이 트럼프를 백악관에 앉히려는 이유가 우크라이나 관련 경제 제재를 해제하기 위해서라는 황당무계한 스캔들이었다. 힐러리 클린턴 캠페인이 2016년에 꾸며낸 것으로 존 듀럼 특검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와 우크라이나계 미국인도 조작에 가담했다. 우크라이나의 주미대사는 트럼프와 러시아가 깊숙한 관계라는 칼럼을 주류 언론 곳곳에 기고했다.     2019년 우크라이나가 미국 중앙정치에서 빅 이슈가 됐다. 백악관 관리인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알렉산더 빈드먼과 그의 동료이자 ‘바이든맨’으로 알려진 CIA 분석가 에릭 샤라멜라가 등장한다. 이들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내 바이든 가문의 부패 행위에 대한 정보를 물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민주당 진영에선 난리가 났다. 트럼프가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부패 혐의를 알아보려는 것은 정적 수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연방하원은 즉각 탄핵안을 가결했다. 언론도 맞장구쳤다. 민주당 진영은 우크라이나에서의 부패 행위가 알려질 것을 두려워해 탄핵카드로 먼저 선수친 것이다.     2020년 대선 때도 민주당은 같은 카드를 꺼냈다. 러시아가 트럼프 재선을 위해 대선에 개입한다는, 똑같은 음모론을 들고 나왔다.     헌터 바이든의 노트북 스캔들이 대선 직전 터졌을 때 주류언론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2015년 11월 2일 헌터 이메일에서 부리스마 이사가 헌터에게 자사 수사를 중단케 힘을 써 달라는 요청 내용이 나왔음에도 주류언론은 보도하지 않았다. 빅테크도 노트북 스캔들은 모두 ‘잘못된 정보’라며 관련 뉴스를 일제히 삭제했다. 조 바이든은 러시아가 아들 노트북을 해킹했다고 주장했다. 주류언론도 합창했다. 그런데 헌터 이메일은 모두 진위로 밝혀졌다. 뉴욕타임스도 인정했다.       바이든은 백악관 입성 직후부터 우크라이나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바이든과 블링컨 국무장관이 이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방문 중에 같은 말을 했다. 푸틴 인내심의 임계점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운명을 지구 반 바퀴 떨어져 있는 미국 민주당에 맡긴 셈이었다. 전쟁의 비극은 거기서 시작됐다.       원용석 / 사회부 부장폴리 토크 푸틴 우크라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크라이나 쿠데타 우크라이나 에너지

2022-03-20

바이든 대통령 “자유는 독재에 승리”

“자유는 항상 독재에 승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1일 취임 후 첫 국정연설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시종일관 직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62분간 이어진 연설 내내 푸틴 대통령을 언급할 때 ‘대통령(President)’이라는 존칭 없이 푸틴이라고만 칭했을 정도로 ‘침략자’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의 초반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루며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도전을 반드시 패퇴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맨몸으로 러시아 탱크를 막아선 우크라이나 시민들과, 조국을 지키기 위해 군대에 자원한 학생과 퇴직 교사들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용기와 저항정신을 치하했다.     대통령은 이어 “역사적으로 독재자들이 그들의 침략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을 때 그들은 더 큰 혼란을 초래했다는 것을 우리는 배웠다”며 단호한 어조로 러시아에 대한 응징을 선언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심각한 오산’의 결과”라고 단정한 뒤 “자유세계가 그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면서 유럽연합(EU) 27개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캐나다·일본·한국·호주·뉴질랜드·스위스가 동참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러시아 항공기에 대한 미국 영공 비행금지, 러시아 지배층의 부정축재 재산에 대한 압류 및 이들의 범죄를 전담하는 수사기구 설치 등 새로운 제재 내용을 소개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들의 최대 관심사인 인플레이션 문제에도 연설의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서 첨단 기술제품을 더 많이 생산하고, 인프라를 확대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 더 많은 자동차와 반도체를 만드는 것, 미국에서 인프라 건설과 혁신을 더 많이 하는 것, 미국에서 더 많은 상품을 더 빠르고 값싸게 이동시키는 것, 미국에서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 등을 제시한 뒤 “외국의 공급망에 의존하는 대신 우리 미국에서 만들자”고 제안했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서는 탈 코로나 방향을 제시했다. 백신과 치료제, 마스크 등이 충분한 상황에서 “미국이 코로나로부터 안전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연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마스크 없이 진행됐다. 미 전역에서 오미크론의 기세가 한풀 꺾였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장은주 기자푸틴 대통령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이나 시민들 블라디미르 러시아

2022-03-02

우크라 결사 항전에 푸틴 ‘핵 위협’

 우크라이나 침공 나흘째인 27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은 수도 키예프와 제2도시 하리코프 등 주요 도시 진입을 위해 공세에 나섰으나 예상보다 강한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으로 진격이 지체되고 있다.   특히 하리코프에서는 시가전이 벌어졌다. SNS에는 하리코프 도심에서 러시아 군용차량이 불타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올라왔다.   올레 시네후보프 하리코프 주지사는 “군, 경, 방위군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하리코프의 적들을 소탕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방부 고위 관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준비된 전투 병력의 3분의 2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350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대부분 단거리 탄도 미사일”이라고 언급했다.   미군은 러시아가 침공을 시작한 지 나흘이 지났지만, 진전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수도 키예프를 향하는 러시아군은 이틀째 도심에서 18마일 떨어진 곳에 머물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 고문 올렉시 아레스토비치는 “키예프 외곽에서 우크라이나 항공기, 포병대, 기계화 여단의 저항으로 러시아군이 진군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이날까지 어린이 14명을 포함해 352명의 민간인이 러시아의 공격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는 교전에 성과가 있다며 자국 군인들을 치켜세웠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작전 개시 이후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의 군사 인프라 시설 1067곳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결사 항전에 부딪치자 전격적으로 핵 위협 카드를 꺼내 들었다. 푸틴 대통령은 27일 TV 연설에서 “핵 억지력 부대의 특별 전투 임무 돌입을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에게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핵 억지력 부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운용하는 러시아 전략로켓군 등 핵무기를 관장하는 부대를 일컫는다.   푸틴 대통령의 핵 위협에 서방측은 일제히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언”이라면서 비난 공세에 나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는 긴장 고조와 위협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위험한 언사이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벨라루스 남부 국경 지역에서 28일 오전 회담을 갖기로 했으나 입장의 차이가 현격해 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측은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2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회의를 열고 긴급특별총회 소집안을 처리했다. 미국이 주도한 결의안에 대해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11개국이 찬성표를 던졌다. 당사국인 러시아는 반대했고 중국과 인도, 아랍에미리트 등 3개국은 기권했다.   안보리에 상정되는 일반적인 안건과 달리 긴급특별총회 소집안은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결의안은 러시아에 대한 규탄과 함께 우크라이나에서의 즉각적이고,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결의안은 채택 가능성이 높지만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푸틴 우크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이나 항공기

2022-02-27

[프리즘]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가 23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23일 이전만 해도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놓고 일반적인 관측과 연방 정부의 관측이 엇갈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행보에 지속해서 경고를 보내고 국경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한 상황에서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러시아의 군사적 움직임을 일종의 협상용 카드로 봤다. 뉴욕타임스의 분석은 이런 시각을 잘 보여줬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의 군사적 움직임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핵무기나 중화력 군사무기의 폴란드 배치를 절대 반대한다는 안전보장 요구를 서방 국가가 진지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협상용 카드라는 것이다.   반면, 백악관은 일관되게 러시아가 군사 행동에 돌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군이 일부 복귀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도 며칠 내로 침공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침공 전날엔 전면전이 가능할 정도로 군사력이 증강됐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백악관이 맞았다.   러시아와 미국·서방, 우크라이나의 입장은 분명하다. 나폴레옹부터 나치까지 서유럽에 들어선 맹주는 늘 러시아로 몰려갔고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그 관문이었다. 미국은 여전히 맹주고 나토는 그 토대다. 폴란드에 이어 우크라이나까지 나토에 가입하면 문 앞에 맹주가 버티고 있는 셈이다. 옛 소련이 쿠바에 핵을 배치하려 했을 때의 미국과 비슷한 심정일 수 있다. 더군다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은 연방 해체로 종이호랑이가 된 러시아의 영광을 되찾고 있다는 이미지다.     미국과 서방은 경제 영토를 넓히고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는 면에서는 러시아와 협력하지만, 푸틴의 영향력 확장은 현상을 유지하며 제어해야 한다. 그래야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데 힘을 모을 수 있다.   소련 연방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존재 자체가 위협인 러시아의 힘을 나토 가입으로 누르려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결론도 나지 않은 일, 이를테면 “나토 사무총장과 통화하고 6월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논의했다” 같은 것도 트위터에 올렸다. 나토 가입은 서방보다는 우크라이나가 더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아시아로 회귀해 중국 목죄기에 나선 지금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많은 나라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러시아는 20일 만에 크림반도를 합병한 것처럼 속전속결 뒤 협상을 모색하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게릴라전을 택하면 문제는 복잡하다.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은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에서 게릴라전의 깊은 수렁을 경험했다. 미국은 중국 제어에도 힘이 부치는 상황이어서 2개의 전선을 만들고 싶지 않겠지만 “나, 아직 죽지 않았다”고 외치는 러시아의 기세를 방치할 수만도 없을 것이다.   벌써 신냉전 얘기가 나오지만 세상은 변했다. 미국도 나토도 경제 제재만 외칠 뿐 군사적 대응에는 멈칫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코로나19 대응에 푼 거대한 유동성 대처에도 벅차다. 다시 막대한 전비를 쓸 여력이 없다. 더구나 미국은 몇 달 전에야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했다. 예전의 냉전처럼 스크럼을 짜기에는 내 코가 석 자여서 전쟁에 발을 담그고 싶은 나라는 없는 듯하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먼 땅의 이야기가 아니다. 냉전 해체 이후 전 세계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인 탓에 자원 부국인 우크라이나가 공급하던 네온, 철광석, 티타늄 등의 공급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가는 벌써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 상승은 물가 인상으로 직결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 인플레이션이 10%에 이를 것이라는 CNN의 보도는 결과적으로 푸틴이 노린 약한 고리일지도 모르겠다.  안유회 / 사회부장·국장프리즘 푸틴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침공 서방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대통령

2022-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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