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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중국의 푸틴 조롱…검려기궁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중국 인터넷 공간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찬사가 넘쳤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정당하다’는 주장을 담은 푸틴의 연설에 중국은 ‘눈물이 난다’며 공감을 표했다. 그런 중국의 태도가 최근 싹 바뀌었다. 러시아와 푸틴을 조롱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러시아는 반드시 진다! 푸틴은 반드시 패배한다!” “특별군사작전이 국가수호 전쟁으로 변한 건 2차 대전 이래 최대 웃음거리” 등과 같은 말이 나온다.
 
그런 비아냥 중 중국 시사평론가 차이선쿤(蔡愼坤)이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능력을 ‘검려기궁(黔驢技窮)’에 비유한 게 눈에 띈다. 검려기궁은 당(唐)대의 문장가 유종원(柳宗元)이 지은 우화(寓話) ‘검지려(黔之驢)’에 나온다. 검(黔)은 중국 구이저우(貴州)성의 별칭이고 려(驢)는 나귀라는 뜻이니 ‘구이저우의 나귀’로 해석할 수 있다. 우화에 따르면 옛날 구이저우엔 나귀가 없었다. 한데 한 사람이 나귀를 구이저우로 들여와 산아래에 풀어 놓았다. 이를 본 호랑이가 놀랐다. 처음 보는 데다 몸집도 크고 울음소리도 컸다.
 
한데 며칠을 살피니 뒷발질만 할 뿐 다른 재주가 없었다. 그 기량을 다 파악한 호랑이는 졸지에 나귀를 덮쳐 잡아먹고 말았다. 여기서 ‘구이저우에 사는 나귀의 재주’란 뜻의 ‘검려지기(黔驢之技)’란 성어가 나왔다. 쥐꼬리만 한 재주란 의미다. 그리고 그 보잘것없는 재주가 바닥이 난 걸 ‘검려기궁’이라 한다. 호기롭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이 대단한 영웅인 줄 알았는데 별것 아니며, 그 재주가 바닥이나 망신살이 뻗치게 됐다는 조롱이다.
 
푸틴 대통령 입장에선 속이 터질 노릇이다. 우리가 주목할 건 중국의 민심 변화다. 중국의 여론이 순식간에 바뀐 건 지난달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에서 만난 이후다.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에 관한 ‘의문과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지자 중국의 민심이 홱 돌아섰다. 둘의 관계에 틈이 생겼다고 보고 푸틴 조롱까지 서슴지 않는 것이다.
 


중국은 이처럼 시진핑 주석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입장이 바뀐다. 중국을 움직이기 위해선 시주석의 마음부터 잡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중 간 사드(THAAD) 갈등도 시 주석 입장이 누그러져야 풀리지 그 아래 어떤 고위층이 나선다 해도 답이 나올 수 없는 구조다. 1인 체제의 시 주석 집권 기간 한·중 관계의 모든 문제가 이와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니 우리로선 시 주석의 일거수일투족 연구에 전력을 다할 필요가 있겠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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