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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북한 파병에 중국은?

북한 파병에 대한 중국의 속내는 뭔가? 반기는 건지 아니면 걱정이 태산인지 감을 잡기 어렵다.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먼저 중국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베이징이 모스크바에 직접 군사원조를 해야 하는 부담을 더는 이점이 있다는 거다. 또 미국에 일정한 압력을 가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분석이 더 많다. 북·러 관계가 끈끈해지며 북한에 대한 중국의 독보적 영향력이 타격을 받게 된다.   앞으로 한반도 유사시 중국은 러시아의 자동 개입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또 북한의 참전은 한·미·일 안보 협력을 촉진한다. 아시아판 나토 탄생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게다가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를 자처해온 중국의 평화추구 이미지가 사라질 운명이다. 그래서인지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교수는 “중국이 상당히 불안해하며 분노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 파병에 대한 중국의 속내는 크게 두 개의 공식 발언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하나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각 당사자가 긴장 완화와 정치적 해결을 위해 힘써야 한다” “북·러 발전은 그들 자신의 일”이라는 발언이다.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지만 무력감이 엿보인다. 우리가 보다 주목할 건 지난달 23일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말이다.   시 주석은 “전쟁터가 밖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고, 전쟁이 격화되도록 하지 않으며, 모든 당사자가 불에 기름을 붓지 않는다는 3원칙을 견지해 상황을 조속히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말은 짧지만 의미심장하다. 먼저 전쟁터가 밖으로 번지지 않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반도를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닐까 싶다. 북한 파병으로 우리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됐다.   이게 자칫 한반도로 불똥이 튀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로 보인다. 전쟁 격화에 반대한다는 말은 확전, 즉 북한 파병에 대한 분명한 반대 의사 표시다. 끝으로 모든 당사자가 불에 기름을 붓지 말라는 건 한국을 포함한 서방이 더욱 강경하게 나서며 사태를 키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중국은 늘 이렇다.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으려 말을 할 뿐 북한 파병 등 이미 저질러진 잘못엔 응징의 행동이 없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 때도 그랬다. 그러니 “중국은 마비와 무능 사이에 갇혔다”는 조롱을 듣게 된다. 중국은 이제 말이 아니라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대국이라 할 수 있지 않겠나. 유상철 /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중국읽기 북한 중국 우크라이나 전쟁 전쟁 격화 한반도 유사시

2024-11-04

[중국읽기] Z세대의 애국주의

중국에서도 ‘Z세대’ 구분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략 15세부터 29세까지를 지칭한다. 성장기부터 인터넷과 휴대폰에 노출됐고, 개성이 강하다는 특징도 같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우리 Z세대와 다른 독특한 한 가지가 있다. 뭘까?   중국은 올 국경절(10월 1일)에 1주일 이상 쉬었다. 연휴 기간 특히 인기를 끈 게 홍색(紅色) 관광이다. 우리 말로 옮기자면 애국 관광. 징강산(井岡山)·옌안(延安) 등 혁명 성지는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연휴 기간 내내 붐볐다. 중국통계국은 홍색 관광 지출이 작년 국경절 보다 약 40% 늘었다고 밝히고 있다.   젊은 층이 많았다. 통계는 ‘전체 홍색 관광의 약 58%가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라고 밝히고 있다. Z세대가 애국 관광의 주력군이라는 얘기다. 주요 여행사들은 Z세대를 겨냥한 ‘홍색 상품’을 내놓기도 한다. 중국 Z세대가 우리와 다른 한 가지는 바로 국가관이었던 셈이다.   개성, 개인주의 등 Z세대의 특성과 ‘애국’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왜 홍색 관광에 나서는 걸까. 책 『중국필패』를 쓴 황야핑(黃亞平)은 그 원인을 교육에서 찾는다. 그는 1970, 1980년대 출생자보다 1990년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가 오히려 ‘반(反)자유적’이라고 분석한다. 그들이 학교 교육을 받기 시작한 2000년 이후의 커리큘럼이 공산 이론, 민족주의 등을 더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젊은이들에게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물으면 모른다. 배우지 않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시기 ‘중국몽’을 강조하면서 애국 교육에 ‘중화주의’가 추가됐다.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Z세대 젊은이들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앞서 외친다.   ‘홍색 교육’은 경제 현장에서는 애국 소비로, 문화에서는 ‘국뽕’ 영화로 나타난다. 애국 관광 역시 그 한 파편이다. 자칫 극단으로 흐르기 쉽다. 만주사변 93주년이었던 지난 9월 18일 광둥(廣東)성 선전에서 일본인 초등학생이 괴한에게 습격당해 피살된 건 이를 보여준다. 지난 6월에는 지린(吉林) 시에서 미국인 4명이 흉기 피습을 당하기도 했다. 범행 근저에 삐뚤어진 애국주의가 자리 잡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혁명 전사들에게는 유연성이라는 게 있다. 그러나 교육받은 공산주의자(educated communist)들은 더 과격하고, 교조적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중국 Z세대의 맹목적 애국주의가 또 누구를 겨냥하게 될지, 그들을 보는 외부 시선은 불편하기만 하다. 한우덕 / 한국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애국주의 맹목적 애국주의가 애국주의가 자리 홍색 관광

2024-10-28

[중국읽기] 북한 파병하면 한국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 소식은 충격적이다. 멀게만 느껴지던 전선이 코앞으로 다가선 느낌이다. 또 지난해부터 가졌던 몇 가지 의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우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방북 때 왜 북한과 냉전의 유물과 같은 군사동맹 복원에까지 합의했을까 의문이 많았다. 아무리 포탄이 급하기로 유사시 자동 개입할 수 있는 조약까지 맺는 건 지나친 게 아닌가 싶었다.   한데 이제 다소 궁금증이 풀린다. 새 북·러 조약 4조엔 한쪽이 침략당하면 다른 한쪽이 군사원조를 하기로 돼 있다. 우리는 이를 이제까지 북한이 공격을 받으면 러시아가 돕겠다는 뜻으로 이해해왔다. 반대 경우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8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를 공격함에 따라 북한이 새 조약에 근거해 파병한 것이라고 우길 수 있겠다.   두 번째는 북·러가 밀착한다고 북·중 관계가 이렇게까지 나빠질 수 있을까 의문이 있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7년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중국의 세력권이란 주장을 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대규모 파병으로 러시아와 피로써 맺은 혈맹 관계를 구축하게 됨에 따라 중국의 위상은 크게 흔들리게 됐다.   중국은 북한군 파병 계획 등 북·러 밀착의 내용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었던 듯하다. 그 결과 전례 없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 국가론’과 이달 초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이는 북한이 한국을 때리지 않을 테니 한국도 북한을 건드리지 말라는 이야기다.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엄청난 포탄과 수만의 정예 병력이 러시아 전선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북한 안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얄팍한 꾀로 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북한군 사상자와 탈영병, 포로가 발생하고 또 전선의 북한군 동향 파악을 위해 우크라이나에선 한국의 자원이 긴요해질 것이다. 북한군 상황은 우리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숙이 개입하게 됨에 따라 우리의 관여 역시 깊어질 공산이 커졌다. 자칫 전쟁의 불꽃이 어디로 튈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우방은 물론 북·러와는 분명 다른 결을 보이는 중국을 포함해 확전을 바라지 않는 모든 국가와의 공조가 시급하다고 하겠다. 유상철 /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중국읽기 북한 파병 러시아 파병 대규모 파병 러시아 전선

2024-10-21

[중국읽기] ‘대륙의 공포’

공포다. 항구에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 쌓이면 그 나라 해당 산업은 여지없이 위기에 빠진다. 남미 항구의 중국 철강이 그랬다. 칠레 최대 규모 철강사 우아치파토는 중국에서 밀려오는 ‘배춧값’ 철강을 이기지 못해 결국 공장을 폐쇄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종업원 2만여 명이 거리에 나앉아야 할 판이다.   사례는 많다. 유럽 항구에 등장한 중국 태양광 패널은 독일·이탈리아 등의 태양광 산업을 초토화했다. 이젠 유럽 태양광 패널의 97%가 중국에서 수입된다. 심지어 저임 노동력의 나라 태국조차 중국에서 밀려온 소상품으로 인해 제조업 위기를 겪고 있다. 세계가 중국의 ‘디플레 수출’에 벌벌 떤다.   공포는 ‘배춧값’에서 끝나지 않는다. 중국의 기술 굴기는 전통 선진 기업을 궁지로 몰고 있다. 자동차 강국 독일도 사정권에 들었다.   독일 자동차 업계는 지금 폭스바겐(VW)이 발표한 자국 공장 폐쇄 방침을 놓고 뒤숭숭하다. VW 역사상 처음 겪는 일이다. 회사 경영진은 노조의 거센 반발에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버틴다. 그러면서도 중국 투자는 늘리고 있다. 지난 5월 안휘성 허페이(合肥)공장에 27억 달러를 투자한 VW은 중국 합작사와 함께 전기차 모델을 개발 중이다. 유럽 항구에는 중국산 전기차가 쌓이고, 중국 시장에서는 전기차 아니면 팔리지 않고…. 그래서 내린 결정이 ‘독일 공장 폐쇄, 중국 투자 확대’다. ‘어쩔 수 없는 선택’ 뒤에는 중국이 있었던 셈이다.   우리 얘기이기도 하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의 플랫폼을 타고 밀려오는 중국 저가 제품은 내수 기반의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 평택 항구가 붐빌수록 한국 중소기업들은 벼랑 끝으로 밀리는 형국이다.   중국의 기술 추격은 한·중 양국 산업에 서로 도움을 줬던 중간재 교역 구조를 위협한다. 중국은 이제 핸드폰·자동차 등의 부품을 한국에서 사가지 않는다. ‘고부가는 한국, 저부가는 중국’이라는 분업 구조도 깨진 지 오래다. 위기에 빠진 우리 석유화학 업계가 직면한 냉혹한 현실이다. 화웨이가 두 번 접는 폴더블폰을 내놓으니, 한국 스마트폰은 긴장 모드다. 심지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그들은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한국의 아성을 야금야금 파고들고 있다. 우리 먹거리가 통째로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다.   한때 우리는 중국의 가성비 제품을 ‘대륙의 실수’라며 얕잡아 봤다. 그러나 이젠 공포로 다가온다. ‘대륙의 실수’가 아닌 ‘대륙의 공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우덕 /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대륙 공포 태양광 산업 유럽 태양광 평택 항구가

2024-09-30

[중국읽기] 대만 향한 중국의 아나콘다 전략

빈 라덴을 제거한 미 해군특전단의 최정예 팀6가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해 이미 1년 넘게 훈련해온 사실이 최근 영국 언론을 통해 알려져 관심을 끈다. 이 보도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잠시 우리 시야에서 벗어나 있던 중국과 대만 사이의 전쟁 역시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이들은 중국의 대만 공격이 쉽지 않다고 본다.   대만 침공에 필요한 중국의 상륙함이 충분치 않은 등 중국의 군사적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대만 정복이 서구가 생각하는 전면적 무력 충돌을 통해서만 이뤄질까? 그렇지 않다는 게 최근 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분석이다. FDD는 중국이 대만을 향해 ‘아나콘다 전략’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뱀인 아나콘다는 먹이를 칭칭 감아 서서히 조여서 죽인다.   중국이 전면 침공과 같은 작전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대신 인터넷 공격과 허위 정보 유포 등 사이버 전쟁과 봉쇄 등 경제적 압박을 통해 대만을 굴복시키려 한다는 거다. 이는 지난 5월 미 기업연구원(AEI)이 발표한 ‘중국은 어떻게 전쟁 없이도 대만을 취할 것인가’의 보고서 내용과도 맥이 닿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대만의 4대 중점 부문을 공략한다.   첫 번째는 미-대만 간 전략 관계의 파괴다. 미-대만 간 경제, 군사, 외교적 협력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만 정부 무력화다. 대만으로 향하는 선박에 대한 검문 등 봉쇄를 통해 대만 국민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 대만 정부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킨다. 세 번째는 광범위한 심리전 전개다. 중국에 정치적 양보를 해 평화를 얻는 게 낫다는 선전을 통해 대만 민중의 저항 의지를 꺾는 것이다.   마지막은 대규모 선전 활동이다. 대만 지지가 미국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미국 정부와 국민을 설득해 미국이 대만을 포기하도록 한다는 작전이다. 이와 함께 필요할 경우 특정 목표를 향해 소규모 공격을 병행하면 전면전 없이도 대만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새뮤얼 파파로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대만 해협을 무인 지옥으로 만들 것”이라고 기염을 토한다.   서방이 직접 충돌만 생각할 때 중국은 협박과 압박을 통한 승리를 꿈꾼다. 아나콘다 전략은 상대편 왕을 잡는 체스와 달리 점차 세(勢)를 넓히는 바둑을 닮은 모양새다. 중국의 사유에 보다 부합해 주목된다. 유상철 /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중국읽기 중국 아나콘다 아나콘다 전략 대만 정부 대만 침공

2024-09-23

[중국읽기] 솥을 부숴 쇠를 팔아라

‘솥을 부숴 쇠를 판다’. 1950년대 말 중국 대약진(大躍進)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 최근 중국에서 화제다.   당시 중국은 철강 생산량 1070만t을 달성하자는 마오쩌둥의 호소에 따라 가정의 냄비까지 녹이는 운동을 펼쳤다. 극단적 정책의 결과는 수많은 아사자를 내는 비극으로 끝났다. 한데 지난달 말 중국의 여러 지방정부에 솥을 부숴 쇠를 파는 업무를 전담하는 특별팀이 구성돼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끈다.   솥을 부숴 쇠를 판다는 건 갖고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하라는 뜻이다. 속어를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용해 놀랍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말 중국 국무원 판공청은 47호 문건을 통해 솥을 부숴 쇠를 파는 노력으로 지방정부의 채무 위험을 해소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국무원은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는 위기의 지방정부로 랴오닝, 지린, 헤이룽장, 내몽골, 광시, 충칭, 톈진, 구이저우, 윈난, 깐쑤, 창하이, 닝샤 등 12개 성시를 들었다.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는 6월 말 현재 42조6100억 위안으로 8000조원이 넘는다. 부동산 침체 및 청년 실업률 등과 함께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국무원의 지시는 중앙정부가 도와주지 않을 터이니 각 지방정부는 보유 자산의 매각 등 일체의 방법을 강구해 부채 해결에 나서라는 이야기다. 비상이 걸린 지방정부는 대책으로 세외 수입 늘리기에 안간힘이다.   지난해 여름 허난성 뤄양에서 채소를 파는 상인은 21위안의 이윤을 취하려다 무려 11만 위안의 벌금을 맞았다고 한다. 2010년 1000억 위안에 달했던 중국의 몰수금은 2022년 4200억 위안을 넘었다. 광시 우저우의 벌금 및 몰수금은 2018년 2억 위안이 안 됐으나 2020년 이후에는 15억 위안 이상을 유지 중이다. 지난 2009년께 대부분 사라졌던 도로 통행요금도 지린, 안후이, 후베이 등 각지에서 부활하는 추세다.   중국의 현재 예산 수입 중 세수는 ?줄고 세외 수입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1~7월의 경우 세수가 전년 동기 대비 5.4% 포인트 하락했지만 세외 수입은 12% 포인트나 늘었다. 세외 수입 증가는 장기적으로 기업과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경영 환경 악화로 이어져 바람직하지 못하다. 독이 든 술을 마셔 갈증을 풀고 있다는 비유가 나오는 배경이다.   얼마 전 미국의 한 언론이 ‘중국 경제가 개혁개방 이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한 보도가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요즘이다. 유상철 /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중국읽기 지방정부 부채 수입 증가 국무원 판공청

2024-09-09

[중국읽기] 어느 과학자의 영결식

한 노인이 죽었다. 지난달 23일 베이징의 혁명 열사 묘지 바바오산(八寶山)에서 영결식이 열렸다. 조문 인사의 면면이 놀랍다. 시진핑 국가주석,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 왕후닝 정협주석…. 벨라루스를 방문 중이었던 리창 총리를 제외한 권력 서열 7위 인사가 모두 나와 허리를 굽혔다. 누구의 죽음이었을까.   저우광자오(周光召) 전 중국과학원 원장(향년 95세). 중국 자연과학 학계를 대표하는 물리학자다. 핵 개발에도 참여한 그는 입자물리학 분야 국제적인 연구 성과를 갖고 있다. 중국은 최고 권부 구성원의 총출동으로 과학자에 대한 존경과 애도의 뜻을 표했다.   살아있는 과학기술 인재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지난 6월 시진핑 국가주석은 야요치즈(姚期智) 칭화대 인공지능(AI)학원 원장에게 개인 서신을 보냈다. “교육 강국, 과기 강국을 위한 귀하의 공헌에 감사드립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올해 77세인 야오 원장은 20년 전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직을 버리고 중국으로 돌아온 해외유학파다. 칭화대에 ‘컴퓨터사이언스 특별반’ ‘AI특별반’을 설립해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시 주석의 편지에는 ‘해외 인재를 각별히 대우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중국 지도자들은 매년 여름 허베이(河北)성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 모여 정책 회의를 갖는다. 올 회의에는 58명의 학계 석학이 특별 초청됐다. 대부분 과학기술 분야 인재였다. 올해 국가 최고 과학기술상을 받은 쉐치쿤(薛其坤) 중국과학원 원사, 여성 우주 비행사 왕야핑(王亞平) 등이 눈에 띈다. 그들은 고위 인사들과 토론하고, 정책 건의를 하고, 즉석 강의를 진행했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지도부 인사들과 어울리며 스킨십을 늘렸다는 얘기다.   중국 당국의 과학기술 인재 육성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사례들이다. 보여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쇼’를 해서라도 인재 강국의 꿈을 키워간다. 그렇게 정부와 학계, 기업이 연합해 경쟁력을 높이는 중국식 국가 주도형 과학기술 발전 전략은 형성된다. 객관적인 과학 연구 수준을 반영하는 네이처 인덱스에서 중국이 올해 미국을 제치고 종합 1위를 차지했다는 건 그 성과다.   ‘인재 쟁탈전’이다. 주요 국가들은 총력으로 육성하고, 모자라면 해외에서 빼앗아 온다. 과기 인재 홀대, 열악한 연구 여건 등으로 있는 인재마저 빼앗기는 게 우리 실정이다. 심지어 중국으로도 간다. ‘바바오산 영결식 총출동’은 그 전쟁의 치열함을 보여주고 있다. 한우덕 / 한국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과학자 영결식 과학기술 인재 과학원 원장 해외 인재

2024-09-04

[중국읽기] ‘N+1’ 해고

기업 이익은 3자(者)가 나눈다. 정부는 세금으로 걷어가고, 주주는 배당으로 챙기고, 종업원은 급여로 받는다. 서로 많이 가져가겠다고 싸우기 마련이다. 노사 임금 협상, 노조 파업은 그 현상이다. 중국은 어떨까.   “너무 쉽다.” 상하이에서 만난 한 부동산 컨설팅 업체 대표는 중국의 기업 구조조정 방법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한다. 일반적으로 ‘N+1’만 지키면 된다. ‘근무 연수에 1을 더한 수(N+1)와 마지막 월급을 곱한 액수’를 경제 보상금으로 지급하면 끝이다. 반발하면 대략 2, 3개월 치를 더 줘 달래기도 한단다.   경기 불황 시기, 해고가 쉬우니 실업자는 늘어난다. 특히 2020년 본격 시작된 당국의 개입과 규제로 사업성이 악화된 IT기업에서 심하다. 35살이면 고령자 취급을 받아 회사를 떠나야 하는 ‘35세의 저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늘어나는 건 임시직뿐이다. 단기 일자리로 생계를 유지하는 ‘긱워커(gig worker·초단기 노동자)’가 2억 명에 이른다(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 보도). 전체 노동자의 약 23%에 해당하는 수치다. 물론 민영기업 얘기다. 국유기업은 여전히 철밥통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중국 도시 노동자의 약 80%가 민영기업에서 일한다는 걸 고려하면, 노동 불안은 전 사회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   총파업? 그건 엄두도 못 낸다. 노동자 조직인 공회(工會)는 당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어용 성격이 강하다. 단체 교섭권은 있지만, 단체행동권은 없다. 노동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으니 회사 이익 배분에서 그들의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체 경제 구조와 연관된 문제다. 임금이 적으니 가계 소득이 낮고, 소비가 위축된다. 중국의 전체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5% 수준. 선진국의 60~70%에 크게 못 미친다. 내수가 빈약하니 성장은 투자·수출에 의존해야 한다. 소비 여력이 낮으니 시장은 언제나 공급 과잉이다. ‘디플레 수출국’이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중진국 함정’ 탈출을 어렵게도 한다. 소득이 높아진 중산층이 대거 소비에 나서고, 경제 구조가 소비 중심으로 바뀌어야 선진 경제 진입이 가능하다. ‘N+1’ 해고는 그순환 구조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공동부유를 강조한다. IT·사교육·부동산 등 분야에서 앞서나간 민영기업에 제재를 가했다. 그러나 실제 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고, 성장의 질도 개선되지 않는다. 시진핑식 공동부유의 한계다. 한우덕 / 한국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해고 초단기 노동자 도시 노동자 전체 노동자

2024-08-05

[중국읽기] 그들의 전쟁 준비

예상대로였다. 공보 형식으로 공개된 회의 결과는 기존 ‘중국식 현대화’ 방안을 종합적으로 정리했을 뿐이다. 지난주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기 3중전회 얘기다. ‘별것 없네~’라는 반응이 나올 법하다.   원래 그렇다. 3중전회는 구체적인 정책보다는 경제 개혁의 큰 방향을 제시하는 회의다. 공보에 숨긴 그들의 ‘미래 셈법’을 읽어내는 건 우리의 몫이다. 2가지 사안을 주목하게 된다.   첫째 ‘고품질발전(高質量發展)과 국가 안보(안전)의 상호 연동’이다. ‘고품질발전’은 시진핑 주석이 주창하는 ‘중국식 현대화’ 달성의 핵심이다. 디지털화, 스마트화 등을 통해 산업 체질을 첨단 고부가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그걸 국가 안보와 결부시켰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산업 전략을 짜고,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으로 경제 안보를 지키겠다는 의미다. 미국과의 경제 전쟁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읽힌다.   둘째 ‘인재강국(人才强國)’ 전략이다. 공보는 ‘교육, 과학기술, 인재야말로 중국식 현대화의 기초이자 버팀목’이라고 했다.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적인 인재 양성 시스템 구축을 위해 교육 개혁에 나서겠단다.   둘을 종합하면 이렇다. ‘미국 경제 압박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산업을 고도화하고, 이를 위해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총력을 기울인다.’ 그들에겐 인재 양성이 곧 미국과의 경제 전쟁에 대비하는 길이다. 3중전회가 끝나기 무섭게 중국 관영 매체는 과학기술 분야 교육 개혁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의 과학기술 연구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학계 권위를 인정받는 ‘네이처 인덱스’는 중국이 올해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과학 연구 분야 1위에 올랐다고 밝히고 있다. 세계 최상위 연구기관(대학 포함) 10곳 중에서 7곳을 중국이 차지했다. 그런 중국이 아직도 부족하다며 ‘인재 강국’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공보는 모든 개혁을 2029년까지 완성할 것이라고 못 박고 있다. 향후 5년 그들은 전쟁하듯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매진할 태세다.   우리 상황을 돌아보게 한다. 고등학교 인재는 의대로 몰리고, 대학은 학과 이기주의에 막혀 필요 산업 인력을 충분히 배출하지 못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분야는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MBC를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과학기술 관련 법안 심사는 뒷전으로 밀리는 게 우리 정치 수준이다.   ‘2029년 한국과 중국의 기술 수준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3중전회 공보를 읽으며 드는 걱정이다. 한우덕 / 한국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전쟁 과학기술 인재 교육 과학기술 과학기술 분야

2024-07-22

[중국읽기] ‘역커플링’ <逆>

상하이 취재 길. 한 공공기관 현지 주재원이 말한다. “미·중 갈등이 심해지면서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 문의가 많아요. 그런데 그들이 기술 유출을 걱정해요. 한국에 투자하면 자기들 기술 다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지요.”   ‘기술 유출’은 한국 기업이 중국 투자할 때나 나오는 말인 줄 알았다. ‘이젠 거꾸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국과 중국의 기술 실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실감한다고 했다. 실제로 전기차, IoT(사물인터넷), 로봇 등 많은 분야에서 우리 기술은 중국에 밀리고 있다. 우리 정부조차 첨단 분야 한·중 기술 수준이 역전됐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기술은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끌어내는 동력이다. 냉장고, 핸드폰, 자동차, 화장품 등 많은 우리 상품이 기술력을 무기로 대륙 시장에 진출했다. 그렇게 양국 경제는 기술력을 고리로 커플링(coupling)되어 왔다. 이젠 거꾸로다. 중국 기술 제품이 국내에 밀려오는 걸 걱정해야 할 처지다. 우리 가정 거실에는 중국산 로봇 청소기가 돌고 있고, 도로에는 곧 중국 브랜드의 전기차가 굴러다닐 판이다. 커플링 구조가 역(逆)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양국 간 기술 격차가 만든 게 바로 ‘중간재 교역’이다. 우리는 부가가치가 높은 중간재(부품·반제품)를 만들어 중국에 수출했고, 중국은 이를 조립한 제품을 제3국에 수출하는 패턴이었다. 그것도 이젠 거꾸로다. 중국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중간재도 그들이 잘 만든다. 게다가 가성비까지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입품 중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75%를 넘는다. 겉은 ‘메이드 인 코리아’인데 뜯어보면 부품 대부분이 중국에서 온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 중간재 수입이 우리 경제에 도움을 주는 측면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산 중간재가 생산 비용을 줄여 결국 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면도 간과할 수 없다. 중국산 중간재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우리 산업의 대중국 의존도는 더 심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칫 중국에 휘둘릴 수도 있다. 요소수 사태는 이를 보여준다. 우리의 미래 경쟁 상품인 전기 배터리 역시 같은 함정에 빠졌다.   서방은 ‘차이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디커플링(탈동조화)’, ‘디리스킹(위험 축소)’ 등을 말한다. 한가한 얘기로 들린다. 우리는 중국 기술에 끌려다녀야 하는 ‘역(逆) 커플링’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니 말이다. 한우덕 /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역커플링 중간재가 생산 기술 제품 기술 유출

2024-07-08

[중국읽기] 북·러 응징은 한·중 결속으로

김정은-푸틴 만남을 시진핑은 어떻게 볼까. 두 가지 해석이 있다. 하나는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북·러 밀착이 서방을 교란해 중국에 가해지는 압박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다른 하나는 못마땅하다는 거다. 러시아를 등에 업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로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되며 ‘동아시아판 나토(NATO)’가 등장할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내 생각엔 시진핑 심사가 편치 않을 것 같다. 우선 푸틴의 행보가 시진핑의 심기를 건드린다. 푸틴은 북한에 이어 베트남을 찾았는데 두 나라 모두 전통적으로 중국의 독점에 가까운 영향력이 미친다고 인식되는 곳이다. 한데 푸틴은 그런 중국의 위아래를 휘젓고 다니며 다른 분야도 아닌 군사 협력을 다졌다. 푸틴은 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나? 러시아 세력권이란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추진했기 때문이 아니든가.   중·러 사이가 좋다고 하나 중화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시진핑 입장에선 푸틴의 이런 발걸음이 달가울 리없다. ‘신냉전’을 둘러싼 북·중 인식 차이도 문제다. 북한은 신냉전을 기회로 여긴다. 한·미·일에 대항할 북·중·러 진영을 구축해 생존의 길을 찾으려 한다. 그래서 중국을 신냉전의 편싸움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이다. 하지만 중국은 신냉전을 위기로 본다.   신냉전은 미국이 중국을 서방과 단절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야기하는 것이기에 그런 상황에 빠지는걸 극구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연히 진영 대결을 부추기는 북한의 행태가 탐탁지 않다. 최근 북·중 관계가 소원한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중국은 국제적 왕따인 북·러와 동급으로 취급될까 저어한다. 자,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북·러 군사동맹 복원에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으로만 맞설 건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중국과의 관계 강화가 현명하다. 사실 북·러 모두 중국의 도움이 절실한데 중국이 화끈하게 도와주지 않는다며 불만이다. 이번 북·러 결속 과시도 중국에 보여주기 위한 측면이 크다. 그렇다면 우리로선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게 북·러에 대한 가장 큰 응징이 될 수 있다. 한·중 관계 회복의 지름길은 정상 만남이다. 시진핑이 내년 가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맞춰 한국에 오길 기다리는 건 너무 늦다.   또 꼭 온다는 보장도 없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순서 따질 것 없이 윤석열 대통령의 방중 추진을 검토할 만하다. 중국도 이에 맞춰 한한령(限韓令) 해제 등 마중물을 부을 필요가 있겠다. 유상철 /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중국읽기 응징 결속 결속 과시도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관계 강화

2024-07-01

[중국읽기] 11년 장관

2009년, 미국과 중국 모두 전기차 육성에 나선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그해 만들어진 ‘경제부흥법’에 따라 약 25억 달러를 전기차 관련 분야에 순차적으로 투자하게 된다. 중국 역시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 및 발전 계획’을 발표하고 전기차 개발·보급에 정부 자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15년이 흐른 지금, 결과는 뚜렷하다. 중국이 기술, 시장 점유율 등에서 미국을 앞선다. 미국은 관세 100%로 중국 전기차 진입을 막아야 할 처지다. 어디에서 온 차이일까?   완강(萬鋼·72) 전 중국과기부 부장(장관)을 주목하게 된다. 그는 독일의 명문 클라우스탈 공대 박사 출신이다. 유독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다. 1991년 박사 과정 때 그가 개발한 소음 저감 장치는 폭스바겐이 채택할 정도였다. 졸업 후 아우디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완강은 2000년 아우디를 포기했다. 전기차 개발 관련 전권을 주겠다는 중국 당국의 제안을 받아들여 귀국길에 올랐다. 그게 중국 ‘전기차 공정’의 시작이었다. 중국은 이듬해(2001년) 국가 과학기술 프로젝트인 ‘863계획’에 전기차를 포함하고, 사업 총괄을 완강에게 맡겼다.   그가 과기부 부장으로 임명된 건 2007년이다. 2018년까지 무려 11년 동안 재직했다. 이 기간 중국 정치는 후진타오에서 시진핑 체제로 바뀌었다. 시진핑은 자신의 집권기를 ‘신시대’로 규정하고 국정 기조를 모두 바꿨다. 고위직도 자기 사람으로 채웠다. 그런데 바꾸지 않은 사람이 한 명 있었으니, 바로 완강 과기부 부장이었다. 덕택에 전기차 공정은 흔들림 없이 추진됐다.   미국은 달랐다. 오바마 행정부 때 시작된 전기차 육성 정책은 트럼프 정부 들어 흐트러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에너지 차 개발을 외면했고, 투자도 지지부진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다시 관심을 보이지만 한참 뒤진 뒤다. 연말 선거에서 트럼프가 돌아오면 정책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또 흔들린다. 정책의 연속성, 그게 양국 전기차 기술 격차를 낳게 한 결정적 요인이었다.   우리는 어떤가. 완강이 과기부 부장으로 재직했던 11년 동안 우리나라 과학기술 담당 장관 자리에는 무려 8명이 왔다 갔다. 이리 붙이고 저리 붙이고, 부처 이름도 4번이나 바뀌었다. 정권 교체에 정책이 바뀌는 건 민주 국가에서 어쩔 수 없는 일. 그러나 과학기술 정책만큼은 연속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안보와도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대부분의 산업에서 ‘11년 장관’의 나라 중국과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우덕 /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장관 전기차 개발 전기차 육성 전기차 공정

2024-06-24

[중국읽기] ‘중국의 대만’ vs ‘세계의 대만’

라이칭더(賴淸德·65)가 대만의 새 총통에 올랐다. 중국의 심사는 불편하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 데 우선 대만의 민심이 갈수록 통일에서 멀어지는 양상이다. 대만국립정치대학 선거연구센터가 지난 2월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통일을 바라는 대만인은 7.4%에 불과했다. 반면 독립 지지는 25.3%에 달했다. 61.1%의 다수는 현상유지를 선택했다. 이런 구도 속에서 총통 선거를 하다 보니 독립 성향의 민진당이 이기기 쉽다.   라이칭더는 전임 총통 차이잉원(蔡英文)보다 더 강경한 독립주의자다. 중국이 말하는 ‘중국의 대만’이 아닌 ‘세계의 대만’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의 조국통일 방침에 대한 분명한 반대 의사 표시다. 미래는 어떨까? 중국 입장에선 더 암담하다. 라이의 러닝메이트가 돼 부총통에 오른 샤오메이친(蕭美琴)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1971년생 샤오는 아버지는 대만인, 어머니는 미국인, 태어난 곳은 일본이다.   중국은 대만에 늘 같은 핏줄임을 강조한다. 한데 샤오는 어떻게 생각할까? 베이징보다 워싱턴이나 도쿄를 더 친근하게 여길 수 있겠다. 중국의 속내가 불편한 또 다른 원인은 대만의 민주화에 있다. 라이는 자신의 당선을 “대만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에서 민주주의 편에 서기로 한 것”이라며, 국제적으로 민주주의 동맹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고 한다. 또 2300만 대만인의 뜻을 받들어 대만의 앞날을 열겠다고 말한다.   이는 14억 중국인 전체가 아니라 그 10%도 안 되는 공산당원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중국에 대한 비판이다. 라이는 내각 구성에서도 성숙한 민주국가의 패턴을 보여준다. 국방부장에 유명 변호사 출신의 구리슝(顧立雄)을 임명했다. 문인(文人)에게 국방을 맡긴 것인데, 국방을 단순 군사문제가 아니라 정치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또 외교부장으로는 중국의 촌민자치를 연구했던 학자 출신의 린자룽(林佳龍)을 택했다.   대만 최고 정보기관인 국안국(國安局)의 수장 역시 군 출신이 아니라 학자 출신의 차이밍옌(蔡明彦)을 임명해 문민 통치의 냄새를 물씬 풍겼다. 국가안보를 앞세워 단속과 통제의 고삐를 조이는 중국과는 완연히 다른 모습이다. 중국은 2004년 대만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이 총통에 재선됐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대만의 민주화 로드맵이 장차 공산당의 권력 독점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라이의 취임식을 보는 중국 공산당의 속내가 20년 전과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 유상철 / 한국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중국읽기 중국 세계 대만국립정치대학 선거연구센터 대만인 어머니 대만 최고

2024-05-20

[중국읽기] ‘중국 제조 2025’가 만든 균열

8개월여 남았다. ‘중국 제조 2025’의 목표 연도 말이다. 86%의 성공률이란다(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분석). 이 신문은 ‘2018년 본격화된 미국의 대(對) 중국 경제 압박 속에서 거둔 성과라 더 의미가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 산업을 어떻게 바꿨을까?   샤오미 설립자 레이쥔이 스마트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건 3년 전이다. 정말이지 ‘뚝딱’ 만들었다. 지난 3월 스마트 전기차 ‘SU7’ 시판에 들어갔다.   중국의 전반적인 제조 역량이 있기에 가능했다. 중국은 운동화에서 자동차, 이쑤시개에서 로켓까지 만든다. 기술도 있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스마트 운용 기술도 뒤지지 않는다. 시장이 받쳐준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자, 최대 시장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레이쥔은 판매 걱정 없이 SU7을 내놓을 수 있었다. 품질을 두고 말이 많지만 어쨌든 샤오미는 그들의 생태계에 자동차를 추가했다.   ‘제조 역량, 기술, 시장.’ 산업 발전에 필요한 3요소다. 중국은 그걸 다 갖춘 나라가 됐다. 그게 ‘중국 제조 2025’가 만든 변화다.   세계화 시대에는 제조와 기술, 시장이 따로 움직여도 됐다. 독일에서 개발한 기술로, 중국에서 만들어, 미국에 팔았다. 그러나 지금은 공급망 분절(分節)의 시대다. 전 과정을 모두 자국에서 처리할 수 있는 나라가 우위에 선다. ‘중국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슨 짓이든 벌일 수 있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서방 산업계는 중국의 하이테크 제품 공습에 떨고 있다. 유럽 태양광 업계는 이미 초토화됐다. 각국은 중국의 ‘디플레 수출’을 막기 위해 보호 장벽을 높게 쌓아가고 있다.   우리 일이기도 하다. 요즘 알리익스프레스·테무의 공세로 국내 유통 업계가 떨고 있다. 같은 논리다. 중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제조 역량이 있고, 국내 경쟁을 통해 축적한 전자상거래 기술이 있다. 방대한 시장이 주는 ‘규모의 경제’는 초저가 상품을 만들었다. 역시 ‘제조·기술·시장’의 조화다.   ‘중국 제조 2025’는 내년 퇴장한다. 그렇다고 끝은 아니다.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하이테크 육성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AI, 상용 우주항공, 바이오 등 범위는 더 넓어지고 있다. 서방은 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중국 제조 2025’는 곧 끝나지만, 글로벌 경제에는 또 다른 균열이 시작될 참이다. 한우덕 / 한국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중국 제조 제조 역량 기술 시장 서방 산업계

2024-05-13

[중국읽기] 베이징의 4월 손님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 건 지난 14일이다. 그런데 옆에 있어야 할 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외무장관 아날레나 베어보크가 그였다. 시진핑(習近平)주석, 리창(李强)총리와의 회담 때에도 외무장관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푸틴(러시아)이 전쟁에서 이기면 시진핑과 같은 독재자에게 무슨 사인을 주겠느냐?” 지난해 9월 베어보크가 미국 방송사 폭스와의 인터뷰에서 던진 말이다. 독일 연정에서 녹색당을 대표하는 그에게 시 주석은 ‘독재자’였다. “공개적인 정치적 도발이다.” 중국은 발끈했다. 방문단에서 외무장관 이름이 빠진 직접적인 이유다.   숄츠 총리는 외무장관을 배제하면서까지 중국 방문을 강행한 이유를 ‘균형’에서 찾는다. 독일은 지난해 채택한 ‘차이나 전략’ 보고서에서 중국을 ‘파트너, 경쟁자, 체제 라이벌’로 규정했다. 경제 협력의 파트너이자, 미래 산업의 경쟁자, 그러면서도 지정학적 적(敵)으로 대립하는 다중적 존재라는 뜻이다. ‘라이벌’이기에 견제도 해야 하지만 파트너이기에 협력도 해야 한다는 게 숄츠 총리의 생각이다.   결국 경제다. 중국은 2016년 이후 줄곧 독일의 최대 교역상대국이었다. 폭스바겐, BASF 등 주요 기업 대부분이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다. 문제가 생겼다. 지난해 독일의 대 중국 수출은 4.2% 줄었다. 올 1분기에는 무려 16.6%나 감소했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 없이는 지금의 경제 난국을 돌파하기 어렵다는 게 숄츠 총리의 판단이다. 이번 방문에 BMW, BASF, 지멘스 등 기업인 CEO를 대거 대동한 이유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당선인도 이달 중국을 찾았다. 당선 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중국을 선택한 그는 임기 중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중시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렇듯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도 세계 각국은 자국 이익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패권 경쟁의 당사자인 미국조차 재닛 옐런 재무장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베이징에 보내 메시지를 전하고, ‘적정’을 살폈다. 모두 4월에 벌어진 일이다.   한·중 관계는 아직도 한겨울이다. 외교가 막히니 경제 교류 역시 숨통이 트이지 않는다. 양국 간 산업 접점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지금 양국 관계를 ‘엔진 꺼진 채 표류하는 배’로 비유한다.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곧 5월이다. 한·중·일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꺼진 엔진’을 살릴 계기가 마련될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한우덕 /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베이징 파트너 경쟁자 경제 협력 독일 총리

2024-04-29

[중국읽기] 마윈의 ‘데이터’

지난해 11월 11일, 중국에서는 여지없이 솽스이(雙十一) 쇼핑 축제가 열렸다. 당일 하루 중국에서 발생한 배송 건수는 약 6억3900만 건. 물량 대부분이 24시간 안에 배송됐다. 북부 헤이룽장(黑龍江)성 고객이 남쪽 광둥(廣東)성에서 만든 나이키 신발을 오전에 주문해 오후에 받는 식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우리는 IT(정보기술)시대를 지나 DT(데이터 기술)시대로 향하고 있다.’ 알리바바 설립자 마윈(馬云)이 2014년 던진 화두다. 남들이 빠른 정보처리에 몰두하고 있을 때 그는 고객 데이터 확보에 주력했다. 알리의 빅데이터는 상품 수요를 정확히 예측했고, 해당 지역 물류센터에 상품을 미리 가져다 놓을 수 있었다. 헤이룽장과 광둥의 3000㎞ 거리가 사라진 이유다.   마윈이 ‘신유통’을 말한 건 2016년이다. ‘온·오프라인의 통합, 빠른 배송, 100% 페이 결제’가 핵심이다. 당시 설립된 신선식품 매장 허마센셩(盒馬鮮生)은 ‘반경 3㎞ 이내, 30분 배달’을 기치로 내걸고 배송 전쟁을 벌였다. ‘하루 묵힌 채소는 없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MD(상품기획자)를 농촌으로 내몰았다. 페이 결제로 금융정보가 더해지면서 마윈의 데이터는 더욱 충실해졌다.   마윈이 ‘신유통’을 얘기하고 있을 때, ‘우리는 아예 유통을 없애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다. 핀둬둬 설립자 황정이다. 2015년 설립된 핀둬둬는 고객과 공장을 직접 연결하는 방식(C2M)으로 가격을 낮췄고, 여기에 공동구매 기법을 더해 값을 더 내렸다. 그의 비즈니스 모델에는 물류 창고도, MD도 필요 없었다. 그래서 가격을 또 낮출 수 있었다. 구글 출신 황정은 일찌감치 빅데이터 분류에 AI(인공지능)를 활용했다. 데이터는 더 정밀해졌다.   요즘 중국 전자상거래의 대세는 ‘추천 쇼핑’이다. 소비자가 쇼핑 플랫폼에 들어와 상품을 검색해 구매하는 건 옛 방식이다. 지금은 플랫폼이 알아서 고객이 살 만한 상품을 핸드폰에 쏴준다. 뉴스를 검색할 때도 뜨고, 쇼트 동영상을 볼 때도 올라오고, 게임을 할 때도 나타난다. 물건 하나 사면 연관 상품이 주르륵 떠오른다. 데이터는 이제 고객의 소비 심리를 조종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마윈의 데이터’는 그렇게 진화했다. 국내 업계 최대 이슈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그 후예다. 데이터 DNA로 무장한 그들은 시장 확대에 거침이 없다. 마윈이 10년 전 선언한 ‘DT시대’가 지금 우리 눈앞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한우덕 / 한국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데이터 빅데이터 분류 고객 데이터 데이터 기술

2024-04-15

[중국읽기] 펑리위안과 장칭

‘펑리위안(彭麗媛)이 제2의 장칭(江靑)이 될까?’ 최근 중화권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이야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이 마오쩌둥의 마지막 동반자 장칭과 같이 정치에 참여할 것이냐는 의문이다. 계기는 지난달 24일 펑 여사의 후난성 창사 방문이다. 펑 여사는 세계보건기구 결핵 및 에이즈 예방 친선대사 자격으로 해당 지역의 결핵 예방 상황을 챙겼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한데 왜 이런 말이 나올까? 과거와 다르다는 거다. 우선 고위 관료 동반이다. 이전엔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부주임이 수행하는 정도였는데 이번엔 차관급인 후난성 부성장도 대동했다. 두 번째는 사진의 구도다. 과거 사진 속 펑 여사는 비록 가운데 자리하긴 했지만, 대중과 뒤섞인 모습이었다. 지금은 차관급 인사 두 명이 펑 여사와 일정 거리를 두는 구도로 펑 여사를 두드러지게 부각했다.   이 같은 연출은 시진핑 주석과 같은 ‘유일한 존엄’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관료적 냄새가 짙다. 세 번째는 각별한 안전 조치가 취해졌다. 예전엔 많은 인파와 어울리는 모습이었는데 이번엔 엄선된 소수의 사람만 만나 의외의 사고를 예방하는 성격이 강했다. 대만과 미국 언론 등에서 잇따라 펑 여사가 제2의 장칭이 될 것인가를 따지는 분석이 쏟아진 이유다.   장칭은 1969년 정치국 위원이 됐고 70년대 4인방을 결성해 문혁을 주도했다. 마오는 만년에 가장 믿을 수 있는 인물은 가족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장칭에게 대권을 물려주려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마오와 같이 절대 권력을 쥔 시진핑 주석 역시 마오의 전철을 따르지 않겠냐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관측인 것이다. 89년 천안문 사태의 주역인 왕단(王丹)은 “그들 입장에선 가족에 권력을 넘기는 게 이성적인 선택일 것”이라고 말한다.   펑리위안과 장칭의 3가지 공통점이 거론되기도 한다. 둘 다 산둥성 사람이고 예능계 출신이며 아들을 두지 못했다는 점이다. 펑 여사의 정계 진출설은 지난해 11월 2일 리커창 전 총리의 장례식 때 불거진 적이 있다. 당시 펑 여사가 시진핑 주석 다음으로, 그러나 다른 6인의 정치국 상무위원보다 먼저 조문을 했기 때문이다. 이후 펑 여사의 정치국 위원 진입 예측이 나왔고 최근엔 국가부주석이 될 거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펑 여사의 정계 진출설은 아직은 추측에 불과하다. 그러나 2027년 21차 당 대회 때 실현될지도 모를 일이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는데 두고 볼 일이다. 유상철 /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중국읽기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 위원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부주임

2024-04-08

[중국읽기] 외교관 푸바오, 돌아올까?

푸바오는 천생 외교관이다. 그의 태어남 자체가 판다 외교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중국을 상징하는 판다가 처음 한국에 온 건 1994년, 한중 수교 2년 만의 일이다. 수컷 밍밍과 암컷 리리 등 한 쌍을 보냈다는데, 나중에 밍밍이 암컷으로 밝혀져 놀라움을 안겼다. 오래 있지는 못했다. 아시아금융위기가 터지자 비싼 유지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99년 돌려보냈다. 판다 한 쌍의 연간 대여료만 100만 달러다.   1983년 워싱턴 조약이 발효되며 희귀동물을 다른 나라에 팔거나 기증할 수 없게 했다. 중국은 그래서 대여료를 받고 장기 임대하는 방식으로 판다 외교를 진행한다. 각국서 받은 대여료는 중국 내 판다 보호에 쓰인다는 게 중국의 설명이다. 판다의 한국 도입이 다시 거론된 건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때다. 박근혜-시진핑 정부 초기 한중 밀월 관계를 반영한다.   그 결과 2016년 3월 푸바오의 아빠 러바오와 엄마 아이바오가 에버랜드 개장 40주년에 맞춰 한국에 왔다. 한데 공교롭게도 그해 7월 사드(THAAD) 사태가 터졌다. 2020년 초엔 코로나 사태가 덮쳤다. 한중 관계는 얼어붙었다. 이런 가운데 그해 7월 20일 푸바오가 용인에서 태어났다. 한국에서 출생한 첫 판다로 ‘용인 푸씨’라는 애칭이 주어졌다. 운명처럼 힘든 시기 한중 관계를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 됐다.   푸바오는 2021년부터 공개돼 이제까지 3년여 동안 550만 시민을 만났다. 그런 푸바오가 내달 3일 한국을 떠난다. 멸종위기종 보전 협약에 따라 만 4세가 되기 전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규정에 따라서다. 지난 3일까지 진행된 작별 만남의 열기는 뜨거웠다. 오전 10시 개장이건만 새벽 3시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푸바오로선 한중 우호를 잇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셈이다.   한데 그가 중국으로 간다고 임무가 끝날 것 같지는 않다. 한국에선 조만간 푸바오가 잘 있는지를 보러 중국으로 갈 여행단이 조직되지 않을까 싶다. 벌써부터 푸바오의 신랑감 판다가 소개되고 있기도 하다. 한국 내 식지 않는 푸바오 열기는 중국에 뜻밖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푸바오가 행여 제대로 중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그 비난의 화살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해법은 간단하다. 푸바오를 다시 한국으로 파견하는 것이다. 주한 중국대사관에는 한국에 몇 번씩 와 일하는 외교관이 많다. 푸바오에게도 한국에서 다시 근무할 기회를 주면 된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중국읽기 외교관 한국 도입 한중 관계 판다 외교

2024-03-25

[중국읽기] 제2차 차이나 쇼크

‘G2(Group of Two)’. 미국과 중국을 일컫는 용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이를 전 세계 미디어로 퍼트린 사람이 바로 당시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였던 윌리엄 페섹이다. 글로벌 경제에 대한 그의 통찰을 보여준다.   페섹이 최근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에 칼럼을 썼다. ‘중국 디플레가 빠르게 글로벌 경제로 확산될 것’이라는 제목. 그는 “이번에는 의류·장난감 등 임가공 공장이 아닌 테슬라·애플·소니·삼성 등 첨단 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방 첨단 기업이 ‘차이나 쇼크’에 직면할 거라는 얘기다.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흐름이다. 중국은 지난해 전기차 약진에 힘입어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등장했다. BYD는 기존 강자 테슬라를 2위로 밀어냈다. 태양광도 그렇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지난해 글로벌 태양광 패널값은 25% 이상 급락했다. 유럽 태양광 업체는 줄 파산했다.   작년 중국 수출의 최고 히트 상품은 전기차·리튬배터리·태양광 등이다. 전체 수출액이 1조 위안(약 1400억 달러)을 돌파했다. 경기 위축으로 이들 제품의 중국 내수시장은 공급과잉 양상이다. ‘덤핑 수출’, ‘디플레 수출’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 분야도 중국의 디플레 수출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반도체 전쟁(Chip War)』을 쓴 크리스 밀러는 파이낸셜 타임스(FT) 기고에서 “싸구려 중국 칩이 글로벌 시장에 쏟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동차·가전 등 일반 소비 용품에 쓰이는 범용 반도체 제품의 중국 생산량이 5년 후 지금의 두 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매출의 약 25%를 범용 반도체 공정에 의존하고 있는 대만 TSMC도 충격을 피할 수 없다.   ‘쇼크’의 시작은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었다. 중국은 ‘세계 공장’으로 등장했고, 각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빨아들였다. 그렇게 시작된 1차 쇼크가 주로 개발도상국의 제조업에 타격을 줬다면, 이번 2차 쇼크는 선진국 고부가 산업을 위협한다. 미국·유럽·일본 등 서방은 ‘첨단 분야만큼은 중국에 당하지 않겠다’고 방어벽 쌓기에 나선다. 첨단 공장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차 쇼크가 더욱 극렬하게 진행될 것임을 예고한다.   문제는 우리다. BYD의 전기 승용차가 호시탐탐 국내 시장을 노린다. BYD코리아는 상반기 안에 영업 조직을 짜기 위해 인력 확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제2차 차이나 쇼크’는 이미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다. 한우덕 / 한국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차이나 쇼크 차이나 쇼크 디플레 수출 유럽 태양광

2024-03-18

[중국읽기] ‘10년 징크스’

중국 비즈니스에 ‘10년 징크스’라는 게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제품이나 기술이 10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사례는 많다.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에어컨·냉장고 등 백색가전을 생산, 판매에 들어간 것은 1990년대 중반이었다. 돈 많이 벌었다. 그러나 그 시장에 하이얼(海爾) 등 중국 업체가 뛰어들었고, 대략 10년이 지난 2000년대 중반 우리 브랜드는 밀려나야 했다. 건설장비인 굴착기도 그랬고, 주방 밀폐 용기 브랜드인 락앤락도 마찬가지였다.   백색가전, 기계, 철강, 조선, 자동차…. 중국의 산업 발전은 그 자체가 한국을 따라잡는 과정이었다. 그 ‘10년의 벽’을 넘어 여전히 버티고 있는 분야가 하나 있으니, 바로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시작은 TV·PC 등에 쓰이는 CRT(브라운관) 모니터였다. 1990년대 중반 우리 브랜드 제품은 한때 중국 시장점유율 70%를 넘기기도 했다. 중국 기업이 보고만 있을 리 없다. 그들은 10여년 거세게 추격했고, 2000년대 중반 한국을 따라 잡았다. 바로 그 위기의 순간 우리 기업은 LCD 디스플레이로 갈아탔고, 그 시장을 10년 더 주도할 수 있었다. 중국은 또 추격했다. 현대전자의 LCD 부분을 인수해 만든 BOE가 대표 회사다. 추격 10년, 중국은 또다시 한국 LCD를 잡았고, 우리 기업은 2010년대 중반 시장 주도권을 그들에게 넘겨야 했다.   여기가 끝인가? 아니다. 우리는 또 다른 병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로 치고 나갔다. LCD로 CRT 모니터의 한계를 돌파했듯, OLED로 ‘10년의 징크스’를 깰 수 있었다. 가만히 있을 중국이 아니다. BOE 등 중국 회사들은 지난 10여 년 OLED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   불길한 소식이 들린다. 지난해 삼성·LG의 세계 스마트폰용 OLED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51.8%로 전년 대비 14.4%포인트나 줄었다. 모두 중국이 쓸어갔다. 중국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48.2%. 한국의 OLED 아성을 흔들 기세다. ‘10년 징크스’를 떠올리는 이유다.   핵심은 혁신이다. CRT에서 LCD로, LCD에서 다시 OLED로 이어지는 혁신의 역사를 만들 수 있었기에 우리는 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다. 그게 없다면? 중국에서 나와야 하고, 산업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은 정부와 기업이 똘똘 뭉쳐 거칠게 기술 공세를 펼치고 있다.     “우리는 과연 ‘10년 징크스’를 돌파할 혁신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정부와 기업이 답해야 할 문제다. 한우덕 / 한국 중앙일보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징크스 한때 시장점유율 디스플레이 시장 중반 한국

202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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