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북한 파병하면 한국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 소식은 충격적이다. 멀게만 느껴지던 전선이 코앞으로 다가선 느낌이다. 또 지난해부터 가졌던 몇 가지 의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우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방북 때 왜 북한과 냉전의 유물과 같은 군사동맹 복원에까지 합의했을까 의문이 많았다. 아무리 포탄이 급하기로 유사시 자동 개입할 수 있는 조약까지 맺는 건 지나친 게 아닌가 싶었다.한데 이제 다소 궁금증이 풀린다. 새 북·러 조약 4조엔 한쪽이 침략당하면 다른 한쪽이 군사원조를 하기로 돼 있다. 우리는 이를 이제까지 북한이 공격을 받으면 러시아가 돕겠다는 뜻으로 이해해왔다. 반대 경우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8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를 공격함에 따라 북한이 새 조약에 근거해 파병한 것이라고 우길 수 있겠다.
두 번째는 북·러가 밀착한다고 북·중 관계가 이렇게까지 나빠질 수 있을까 의문이 있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7년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중국의 세력권이란 주장을 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대규모 파병으로 러시아와 피로써 맺은 혈맹 관계를 구축하게 됨에 따라 중국의 위상은 크게 흔들리게 됐다.
중국은 북한군 파병 계획 등 북·러 밀착의 내용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었던 듯하다. 그 결과 전례 없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 국가론’과 이달 초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이는 북한이 한국을 때리지 않을 테니 한국도 북한을 건드리지 말라는 이야기다.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엄청난 포탄과 수만의 정예 병력이 러시아 전선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북한 안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얄팍한 꾀로 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북한군 사상자와 탈영병, 포로가 발생하고 또 전선의 북한군 동향 파악을 위해 우크라이나에선 한국의 자원이 긴요해질 것이다. 북한군 상황은 우리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숙이 개입하게 됨에 따라 우리의 관여 역시 깊어질 공산이 커졌다. 자칫 전쟁의 불꽃이 어디로 튈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우방은 물론 북·러와는 분명 다른 결을 보이는 중국을 포함해 확전을 바라지 않는 모든 국가와의 공조가 시급하다고 하겠다.
유상철 /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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