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Z세대의 애국주의
중국에서도 ‘Z세대’ 구분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략 15세부터 29세까지를 지칭한다. 성장기부터 인터넷과 휴대폰에 노출됐고, 개성이 강하다는 특징도 같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우리 Z세대와 다른 독특한 한 가지가 있다. 뭘까?중국은 올 국경절(10월 1일)에 1주일 이상 쉬었다. 연휴 기간 특히 인기를 끈 게 홍색(紅色) 관광이다. 우리 말로 옮기자면 애국 관광. 징강산(井岡山)·옌안(延安) 등 혁명 성지는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연휴 기간 내내 붐볐다. 중국통계국은 홍색 관광 지출이 작년 국경절 보다 약 40% 늘었다고 밝히고 있다.
젊은 층이 많았다. 통계는 ‘전체 홍색 관광의 약 58%가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라고 밝히고 있다. Z세대가 애국 관광의 주력군이라는 얘기다. 주요 여행사들은 Z세대를 겨냥한 ‘홍색 상품’을 내놓기도 한다. 중국 Z세대가 우리와 다른 한 가지는 바로 국가관이었던 셈이다.
개성, 개인주의 등 Z세대의 특성과 ‘애국’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왜 홍색 관광에 나서는 걸까. 책 『중국필패』를 쓴 황야핑(黃亞平)은 그 원인을 교육에서 찾는다. 그는 1970, 1980년대 출생자보다 1990년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가 오히려 ‘반(反)자유적’이라고 분석한다. 그들이 학교 교육을 받기 시작한 2000년 이후의 커리큘럼이 공산 이론, 민족주의 등을 더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젊은이들에게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물으면 모른다. 배우지 않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시기 ‘중국몽’을 강조하면서 애국 교육에 ‘중화주의’가 추가됐다.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Z세대 젊은이들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앞서 외친다.
‘홍색 교육’은 경제 현장에서는 애국 소비로, 문화에서는 ‘국뽕’ 영화로 나타난다. 애국 관광 역시 그 한 파편이다. 자칫 극단으로 흐르기 쉽다. 만주사변 93주년이었던 지난 9월 18일 광둥(廣東)성 선전에서 일본인 초등학생이 괴한에게 습격당해 피살된 건 이를 보여준다. 지난 6월에는 지린(吉林) 시에서 미국인 4명이 흉기 피습을 당하기도 했다. 범행 근저에 삐뚤어진 애국주의가 자리 잡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혁명 전사들에게는 유연성이라는 게 있다. 그러나 교육받은 공산주의자(educated communist)들은 더 과격하고, 교조적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중국 Z세대의 맹목적 애국주의가 또 누구를 겨냥하게 될지, 그들을 보는 외부 시선은 불편하기만 하다.
한우덕 / 한국 차이나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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