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중국의 대만’ vs ‘세계의 대만’
라이칭더(賴淸德·65)가 대만의 새 총통에 올랐다. 중국의 심사는 불편하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 데 우선 대만의 민심이 갈수록 통일에서 멀어지는 양상이다. 대만국립정치대학 선거연구센터가 지난 2월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통일을 바라는 대만인은 7.4%에 불과했다. 반면 독립 지지는 25.3%에 달했다. 61.1%의 다수는 현상유지를 선택했다. 이런 구도 속에서 총통 선거를 하다 보니 독립 성향의 민진당이 이기기 쉽다.라이칭더는 전임 총통 차이잉원(蔡英文)보다 더 강경한 독립주의자다. 중국이 말하는 ‘중국의 대만’이 아닌 ‘세계의 대만’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의 조국통일 방침에 대한 분명한 반대 의사 표시다. 미래는 어떨까? 중국 입장에선 더 암담하다. 라이의 러닝메이트가 돼 부총통에 오른 샤오메이친(蕭美琴)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1971년생 샤오는 아버지는 대만인, 어머니는 미국인, 태어난 곳은 일본이다.
중국은 대만에 늘 같은 핏줄임을 강조한다. 한데 샤오는 어떻게 생각할까? 베이징보다 워싱턴이나 도쿄를 더 친근하게 여길 수 있겠다. 중국의 속내가 불편한 또 다른 원인은 대만의 민주화에 있다. 라이는 자신의 당선을 “대만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에서 민주주의 편에 서기로 한 것”이라며, 국제적으로 민주주의 동맹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고 한다. 또 2300만 대만인의 뜻을 받들어 대만의 앞날을 열겠다고 말한다.
이는 14억 중국인 전체가 아니라 그 10%도 안 되는 공산당원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중국에 대한 비판이다. 라이는 내각 구성에서도 성숙한 민주국가의 패턴을 보여준다. 국방부장에 유명 변호사 출신의 구리슝(顧立雄)을 임명했다. 문인(文人)에게 국방을 맡긴 것인데, 국방을 단순 군사문제가 아니라 정치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또 외교부장으로는 중국의 촌민자치를 연구했던 학자 출신의 린자룽(林佳龍)을 택했다.
대만 최고 정보기관인 국안국(國安局)의 수장 역시 군 출신이 아니라 학자 출신의 차이밍옌(蔡明彦)을 임명해 문민 통치의 냄새를 물씬 풍겼다. 국가안보를 앞세워 단속과 통제의 고삐를 조이는 중국과는 완연히 다른 모습이다. 중국은 2004년 대만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이 총통에 재선됐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대만의 민주화 로드맵이 장차 공산당의 권력 독점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라이의 취임식을 보는 중국 공산당의 속내가 20년 전과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
유상철 / 한국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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