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그들이 ‘너자2’에 열광하는 이유
열풍이다. 중국 애니메이션 영화 ‘너자2’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설 명절 때 개봉된 후 무려 2억 명 넘는 관객이 영화를 봤다. 비(非)할리우드 영화로서는 처음으로 박스오피스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중국 인터넷에는 ‘너자’ 캐릭터가 넘쳐난다. 관영 매체는 ‘중국 소프트 파워의 승리’라고 환호한다.주인공 너자는 악동이다. 악신(惡神)으로 태어났기에 천상계(신들의 세계)에서 배척을 받았다. 부모의 사랑이 그를 바꿨다. 정의와 선(善)의 길을 선택한 그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려 했다. 그러나 절대 권력을 가진 천상의 신들은 ‘그냥 정해진 운명을 살라’고 강요했다.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았다. 영화는 너자가 부조리한 권력 구조를 혁파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 화려한 영상, 코믹 캐릭터…. 재밌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 ‘절대 권위에 도전하는 스토리를 공산당이 허용했다고?’ 중국 당국은 젊은이들의 체제 반발을 극도로 경계한다. 그런데도 당은 너자2 상영을 막지 않았고, 오히려 흥행을 즐기고 있다. 이유가 뭘까.
방향을 틀었다. 영화 속 ‘절대 권력’이 가리키는 곳은 중국 공산당이 아닌 미국 백악관이다. 천상의 질서는 달러 패권으로 은유 된다. 천상계의 중심인 옥허궁(玉虛宮)은 펜타곤 건물을 연상케 한다. 달러(弗) 표시도 슬쩍 비친다. 이에 맞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너자는 ‘착한 우리 편’ 중국이다. 트럼프의 대중국 압박이 거세질수록 천상의 패권 질서에 반발하는 너자는 더 큰 박수를 받는다. 저항의 에너지가 외부로 향하니, 당국으로서는 말릴 이유가 없다.
‘반미(反美) 코드’는 전통문화와 결합하면서 흥행을 키운다. 주인공 너자는 명(明)나라 시대 고전소설 ‘봉신연의’(封神演義)에서 따왔다. 1990년대 이후 태어난 Z세대 청년들의 애국주의 정서에 딱 어울리는 캐릭터다. 애국주의, 전통 우월주의 등은 중국 영화의 흥행 공식이 된 지 오래다. 작년 히트한 애니메이션 영화 ‘장안삼만리(長安三萬里)’, 인기 게임 ‘흑신화: 오공(黑神話:悟空)’ 등도 고전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이들은 모두 중화 민족의 화려한 부활을 외치는 시진핑(習近平)주석의 ‘중국몽(中國夢)’과 연결된다.
너자2의 흥행은 중국 젊은이들이 시나브로 중국몽 이데올로기에 젖어 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이 공산당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해 가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시진핑 체제는 더 단단해지고 있다.
한우덕 / 차이나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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