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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푸틴이 이기든 지든 북한은 더 힘들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엔 매우 나쁜 뉴스다. 이 전쟁이 중국에 끼친 영향 때문이다.
 
중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아니었으면 진작 붕괴했을 북한의 대중 의존도는 팬데믹 이후 더 심해졌고, 북한은 중국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중국은 연말 제20차 중국공산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3연임 확정이라는 정치적 이벤트를 방해하는 일은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관계를 돈독히 해왔다. 푸틴이 전쟁에서 지면 시 주석의 권위는 정세 오판에 대한 비난과 함께 손상을 입게 된다. 특히 대가를 치르고 러시아를 지원한 경우라면 충격은 더 클 것이다. 시 주석은 전인대를 상대로 자신의 3연임을 설득해야 한다. 코로나도 재확산하고 있다.
 
이런 국내 정치적 이슈로 중국의 북한에 대한 관심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일대일로(一?一路) 정책 등을 통해 외교를 공세적으로 확장해온 시진핑은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5차례나 만났다. 그러나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런 고예산 외교를 중국 최고 지도부가 얼마나 지지할지 미지수다.
 
푸틴이 전쟁에서 이긴다면 그것은 오직 중국의 막대한 원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푸틴이 시 주석에게 군수품, 전투식량 같은 기본 물자를 요청했다는 사실은 그가 장기전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여서다. 지난 18일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모호한 입장만을 고수했지만, 다음 두 가지는 명확하다.  
 
하나는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면 막대한 지정학적 대가를 치른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미 서방 세계 등과 관계가 나쁜 편이고 현재 전 세계가 러시아의 침공에 치를 떨고 있다.
 
다음은 중국이 지정학적 자산을 만회하기 위해 절박한 러시아를 향해 눈물 나게 비싼 대가를 요구할 것이란 점이다. 러시아산 석유·가스를 공짜로, 혹은 싼값에 보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을 중국 영향력 아래로 넘기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러시아로선 우크라이나를 얻으려 구소련에 속했던 중앙아 국가들을 포기하는 역설적 상황이 된다) 러시아가 사실상의 중국 의존국이 될 수도 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러시아가 중국에 치를 대가도 더 커진다.
 
중국이 막대한 외교적 역량과 장기 원조 예산을 중앙아시아에 투입하면 중국의 접경 국가로 혜택을 받아온 북한으로선 설상가상 상황이 된다.
 
그렇다고 중국이 북한을 포기한다는 건 아니다. 정치적 동맹으로, 대미 관계 체스판의 말로, 낙후한 동북 지역의 무역 상대국으로 북한은 여전히 중국에 유용하다. 그러나 상대적 중요성은 떨어지게 된다.
 
중국이 새로운 외교로 바빠지면 북한의 원조나 지원 요청엔 소홀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중국의 비위를 맞추는 입장으로 바뀌면서 두 나라를 견제시켜 실속을 차리는 북한의 전략도 먹히지 않을 것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하든 승리하든 중국의 대북 외교 노력 및 원조는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한의 탈출구는 더 좁아졌다. 심각한 경제난에 처한 북한 정권이 생존을 위해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지만, 푸틴의 침공 이후 워싱턴은 민족주의 독재자들과의 평화로운 협력에 대한 기대를 급격하게 낮추는 분위기다.
 
미국이 푸틴을 더 일찍, 더 강경하게 대했어야 한다는 의원들도 있다. 같은 논리가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다. 혹시 북한이 한국에 대한 군사적 공격으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라면 우크라이나 상황을 보아야만 한다.

존 에버라드 / 전 평양주재 영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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