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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다

지인의 소개로 이정순 작가의 신작 ‘사랑별에서 온 아이’라는 책을 접하게 됐다. 책표지 그림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휠체어를 탄 아이가 창문을 통해 밤하늘에 무수히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장애인임에도  밝은 표정으로 미소를 짓고 있는 이 소년이 궁금했다. 장애인 관련 동화책임에 틀림이 없는데, 그 소년의 표정에서 내용이 우울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장애인에게는 용기와 꿈을, 일반인에게는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장애아를 가진 부모에게는 작은 위로를 준다.   얼마 전 한국의 TV 뉴스에서 지적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다. 지역 주민들에게 특수학교 설립을 허가해 달라고 간청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특수학교가 생기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그 뉴스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다.   ‘사랑별에서 온 아이’ 는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장애인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 나 역시 그중 한 사람이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물론 책 한권 읽었다고 하루아침에 고정 관념이 달라질 수는 없겠지만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은 갖게 됐다.     동네에 장애인 학생들이 다니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장애인을 혐오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이 정말 기피해야 할 사람들일까? 장애인이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이 문제는 아닐까?     이정순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선천적 장애도 많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로 장애인이 되는 경우도 많으며, 전 세계 80억 인구 중 15%인 약 12억 명이 장애인이라고 했다. 그토록 많은 숫자에 나도 깜짝 놀랐다.   ‘사랑별에서 온 아이’는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돌아보게 한다. 작가는 캐나다에서 이민 생활을 하면서 한 중증 장애인 소년을 만났고, 이를 계기로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 인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장애인 소년은 몸은 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밝고 따뜻했습니다. 이 아이가 늘 웃음 가득한 모습으로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의 아낌없는 사랑과 지원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깊은 감동을 하고 장애인 소년을 모티브로 동화를 쓰게 되었습니다. 나의 바람처럼 이 동화를 통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이라도 달라지고, 장애인뿐 아니라 장애아를 가진 부모들도 위로와 용기를 얻길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장애인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몇 번이나 눈시울이 붉어졌다.  누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느끼는 바가 클 것 같다는 생각에서 일독을 권한다.  하정란열린광장 장애인 편견 장애인 소년 장애인 학생들 장애인 관련

2023-06-04

“진솔한 성담론으로 아시안 편견 깬다”

한인 여성 3인이 진행하는 팟캐스트가 과감한 성담론을 통해 아시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나가고 있어 화제다.   시카고 공영 라디오인 WBEZ가 이달 들어 시작한 ‘슈즈 오프: 섹시 아시안 팟캐스트(Shoes Off: A Sexy Asians Podcast)’가 그 주인공이다.   슈즈 오프는 한인 강윤지씨와 안수지씨가 진행을 맡고, 스테파니 김씨가 에디터 및 프로듀서를 담당한다.   이 방송은 미국에서 오랜 세월 무시당하고 농담의 대상이 됐던 아시안에 대한 차별과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해 제작됐다.   공동 진행자인 강윤지씨와 안수지씨는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을 초대해 ‘섹시’라는 단어를 각자의 의미로 재해석하고 각자의 정체성이 개인에게 혹은 아시안 커뮤니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진행자 강윤지씨는 “처음 팟캐스트 제작 회의에서 섹시한 게스트를 초대하자는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됐다”며 “그러나 섹시함을 논의하다가 ‘섹시’의 정의가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넓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슈즈 오프 팟캐스트 진행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시안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무시당하고 배제됐으며 몇 가지 전형에 갇혀 있었다”며 “다양한 게스트를 초대해 아시안의 정체성에 대한 편견을 깰 목적으로 팟캐스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슈즈 오프라는 타이틀도 아시안 문화에서 따온 것이다. 집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관습에서 영감을 받아 청취자에게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프로듀서인 스테파니 김씨는 “팬데믹 이후 지난 몇 년 동안 아시아계 미국인과 관련된 뉴스가 많이 보도됐지만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며 “미국이 바라보는 아시안들의 관점을 돌려주고 싶다. 청취자들이 우리의 팟캐스트를 듣고 아시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시각의 차이를 만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1일 공개된 첫 번째 에피소드의 게스트인 한인 배우 겸 코미디언 조엘 김 부스터는 ‘그는 본인이 섹시한지 안다’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잡았다. 그는 남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외모를 가꾸고 향수를 뿌리며 갖은 노력을 했다. 스스로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애쓴 이야기와 게이 커뮤니티에서 느낀 경험, 입양 스토리 등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8일 공개된 두 번째 에피소드에는 오스카 수상자인 중국계 캐나다인 애니메이터 도미 시가 출연해서 야한 만화책을 소재로 기묘한 소녀의 섹시함 찾기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특히 그는 어릴 적 경험담을 통해 부모 공경과 자아 찾기 사이에서 균형 찾기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공개했다.     슈즈 오프 팟캐스트는 매주 화요일에 방송되며 총 9부작으로 편성됐다. 김예진 기자 kim.yejin3@koreadaily.com성담론 아시안 아시안 편견 아시안 커뮤니티 진행자 김스테파니

2023-02-13

[이 아침에] ‘새사람’

새로운 한해가 찾아왔다. 지난 한해가 또다시 과거의 발자취로 남게 됐다. 찾아온 새해는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새로운 시작이며, 앞으로 걸어야 할 미래의 첫 발걸음이 시작되는 미지의 세계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저마다 ‘꿈’을 꾼다. 꿈이란 어찌 보면 마음을 추스르는 맘다짐이다. 잠에서 깨어나 두 팔을 펼쳐 기지개를 켜는 용트림과 같다. ‘그래~, 이제부터 다시 시작해보는 거야!’ 하는 스스로의 마음 다짐이다. 그래서 한해의 시작은 꿈이 움트는 은총의 순간이다. ‘새사람’ 되고 싶은 심령의 울림이다. 마음의 눈을 비비고 새로운 삶을 바라다보며 약간은 두렵지만, 한 번 더 도전해 보고 싶은 갈증이 인다. 이게 바로 저마다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의지’의 특권이다. 갈증이 일 때 물을 찾아 나서는 스스로의 결심, 그래서 인간은 새로워질 수 있다.     새사람이 되는 첫 단계 작업은 가지치기다. 꽃나무도 가지가 죽고 시들어 바람이 통할 수 없으면 꽃을 피울 수 없다. 가지치기를 제대로 해주어야 꽃도 탐스럽게 피고 튼튼한 열매도 맺는다. 겉모습만 좋게 하다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들어 잘라내야 할 부분도 가지치기가 어려워진다. 그것 또한 탐욕이다. 그러다 보면 바람도 잘 안 통하고 비바람에도 견디기 힘들어 쉽게 시들고 과일도 여물기 전에 떨어져 버린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다. 고집과 편견, 집착과 오만을 잘라내 주지 않으면 삶이 시들어간다. 탐욕과 욕심을 가지 쳐 주지 않으면 인간성이 망가져 가게 되어 있다. 감사를 모르면 매사가 불만투성이어서 안하무인이 되기 쉽다. 불쌍한 사람이나 장애인이 보여도 연민의 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돌심장이 되어버린 탓이다. 치료는 오직 한가지뿐이다. 삶의 가지를 쳐주는 길이다.     삶에서 가지치기는 회개를 의미한다. 회개는 그동안 잘못 걸어온 길에서 되돌아서는 결단이다. 미적거리지 않고 잘못된 습관을 썩은 가지 잘라내듯 미련 없이 끊어내는 작업을 의미한다. 악의 길에서 선의 길로 들어서는 가치의 전환이 바로 삶의 가지치기다.     포기하지 않는 한, 꿈은 이루어진다. 새사람이 되는 다음 단계는 ‘넘어지면 일어나라’다. 사람은 누구든지 넘어질 때가 생긴다. 실수하지 않는 삶은 없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다.  단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사람과 포기해 버리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 가장 좋은 예가 바로 베드로와 유다의 경우다. 똑같이 예수를 배반했지만, 베드로는 회개하고 일어나 하늘문을 여닫는 수제자가 됐지만 유다는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자포자기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됐다.   최근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신이 시작하면, 세상도 시작한다”고 하시면서, 우리가 ‘새 사람’이 되는 것에 용감하게 도전하기를 권장했다.     성서에서 ‘새 사람은 올바르고 거룩한 진리의 생활을 사는 사람’이라 했다.(에페소서 4:24) 새로 맞이한 한해가 우리 모두에게 ‘새 사람’으로 거듭난, 아름다운 인생의 꽃이 피는 축복이 함께 하길 기원한다. Happy New year! 김재동 / 가톨릭 종신부제이 아침에 새사람 지난 한해 프란치스코 교황 고집과 편견

2023-01-02

3명 중 2명 “경찰이 흑인 차별”

“시민들 보호하는 것은 믿는다, 하지만 여전히 차별과 편견이 있다.”     로욜라메리마운트 대학 연구팀이 LA시민 1755명 대상으로 실시한 LA경찰(LAPD) 관련 설문조사에서 LA경찰국(LAPD)의 서비스에 대해 전반적인 믿음을 갖고 있지만, 소수계, 홈리스, 정신병력자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편향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특히 인종을 떠나 66%의 응답자가 유독 흑인에 대해 경찰이 ‘전형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영어, 스패니시, 중국어, 한국어 등을 통한 전화 통화로 진행됐다.     ‘시민에게 봉사와 보호를 제공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2년 전의 유사한 조사에서 63%로 나타났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71%로 소폭 상승했다.   다만 경관들이 일부 인종적 차별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변함이 없었다. 백인, 라티노, 아시안, 흑인계 응답자 과반수 이상이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흑인계 응답자들의 3분의 2가량은 경찰이 차별한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동시에 42%는 LAPD가 ‘대부분’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고 봤지만, 33%는 ‘일부의 경우에만’, 아예 ‘항상 옳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도 9%였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2년 전 흑인 시위에서 언급됐던 경찰 예산 삭감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응답자 69%가 ‘반대한다’고 밝혔다.         최인성 기자신뢰 편견 편견 차별 흑인계 응답자들 아시안 흑인계

2022-09-28

[발언대] 편견을 버리자

편견이란 말은 한쪽으로 치우쳐 공정하지 못한 생각이나 견해를 의미한다.     편견에 사로잡히면 모든 사물을 부정적으로 보는 좋지 못한 습관이 길러 질 수도 있으며,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을 저버리고 한쪽으로 기울어진 판단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인간이란 얼굴 모습이 다른 것처럼 성격과 행동도 제각각 이므로 소수의 행동으로 전체를 판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가입된 단체 카톡방에 ‘외국인 석학이 본 한국인의 이중성’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정신 의학계의 세계적인 권위자가 한국을 떠나면서 밝힌 소감을 한 일간지가 기사로 소개한 것이라고 한다.     내용을 요약하면 ‘한국인은 친절하지만 자기보다 못한 약자에게는 거만하기 짝이 없다. 배운 사람 일수록 거만을 핀다. 지식은 많은데 지혜롭지 못하다. 말은 유식한데  행동은 무식하다. 준법정신이 없다. 노블레스 오불리쥬를 모른다. 자기 잘못은 절대 인정하지 않고 자기반성은 없다. 남의 탓만 한다. 사람들이 네거티브하다. 모이면 흑백 논리에 사로잡혀 있다. 결론적으로 역이민을 절대 말리고 싶다’ 등이다.   글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인으로서 기분이 좀 언짢고 심기가 불편하다.     소수의 행동을 전체 한국인의 특성으로 싸잡아서 이야기할 수 있는가. 50여 년 전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외국인이 한국에 잠시 살면서 한국의 잘못된 점과 삐뚤어진 면만 부분적으로 모아 지적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도 간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한국을 후진국으로 착각해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인은 의리가 있고 도덕심이 강하고 교육 수준이 높다는 것을 세계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 석학이라는 사람은 코끼리 다리만 만져보고 편견에 사로잡혀 편협되고 경도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다. 어디를 가도 교통 신호를 위반하는 사람이 있고 길바닥에 침을 뱉는 비양심적인 사람은 있다.   역이민을 절대 말리고 싶다는 석학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국은 이제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진입한 나라다.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국민들의 기를 꺾는 것은 편견에서 오는 잘못된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서  편견이 심한 석학의 글이지만 쓴소리로 받아들여  한국인들의 단점은 스스로 시정하여 일등국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이 되고, 행동이 습관이 되고, 습관은 인격을 형성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백인호 / 송강문화선양회 미주회장발언대 편견 전체 한국인 외국인 석학 글이지만 쓴소리

2022-08-17

[시조가 있는 아침] 편견 -유안진(1941∼ )

오를 수 없는 산 하나쯤은   있어줘야 살맛이지 그 산을 품고 사는   가슴이어야 사랑이지 사랑도 그 산에다가   강 울음 바쳐야 절창(絶唱)이지.   -한국현대시조대사전   시조로 즐기는 재치   그렇다. 우리 생애에 오를 수 없는 산 하나쯤은 있어야겠다. 그 산을 품고 사는 게 사랑이 아니겠는가? 그 산에 바치는 강 같은 울음이 절창이 되리.     이 같은 절절한 고백을 바치고 시인은 제목을 슬쩍 ‘편견’이라고 붙이며 외면을 한다.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다운 재치라고 하겠다.   유안진 시인은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서울대 사범대학과 플로리다 주립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후 서울대에서 봉직했다. 산문집 ‘지란지교를 꿈꾸며’는 낙양의 지가를 올린 롱셀러다.     장르를 넘나드는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와 치밀한 구성 방식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어렸을 때 들은 할아버지와 숙부의 시조 가락이 귀에 익다는 그의 재치 있는 시조 한 수를 더 감상해 보도록 하자.   ‘얼음이 녹으면?/ 이 한 마디가 끝나기도 전에// 물이요 물!/ 아이들의 합창// 봄인데 봄이 오는데 한 아이만 중얼거렸지.’ (‘과학시간’) 유자효 / 한국시인협회장시조가 있는 아침 유안진 편견 유안진 시인 서울대 사범대학 시조 가락

2022-06-22

[이 아침에] 내 영혼의 ‘창고’

차고 문을 열었다. 거라지에는 식솔들의 삶이 만든, 희로애락의 길고 짧은 이야기들이 정차되어 있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차를 보관하는 공간인 거라지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쓸 물건들을 갈무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엇이든 그곳에 넣었던 나의 게으름 탓에 그곳은 이제 발 디딜 틈도 없이 빽빽해졌다. 꽉 찬 거라지 문을 열면 뒤죽박죽 엉킨 사연들이 세월의 순서조차 무시된 채 뻥튀기 기계 속의 팝콘들처럼 마구 튀어나온다.     거라지에 물건을 더 이상 보관할 공간이 없어지자 집안은 삶의 군더더기가 쌓여만 갔고 빈구석마다 겹겹이 얹어졌다. 과거의 역사와 살아 있는 역사 사이에 교통정리가 절실했다. 서둘러 지난 세월에 채워진 것들을 비워내고, 매일 생기는 삶의 부스러기들을 그곳에 옮기기로 했다. 과거에서 탈피하여 현실로 그리고 미래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늘의 허공이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듯이, 비운다는 것은 모든 것을 채울 수 있음을 의미하지 않을까. 어쩌면 채워짐과 비워짐은 칼날의 양면같이 한몸인 듯도 싶다. 그러기에 동양화의 여백도 채워진 푸른 숲의 풍경과 함께 그림의 일부로 간주되지 않는가.   오늘 아침 문득 떠오르는 해를 마주하며 가슴에 온갖 삶을 품은 탓에 정지된 채 미동도 못하고 서 있는 거라지가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거라지는 나를 닮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와 오늘과 미래의 세 시제에 다리를 걸친 채, 갖가지 희로애락의 감성이 포화상태로 채워져 숨이 멎을 듯 서있는 거라지는 바로 내가 아닌가. 오해와 집착, 아집과 애증이 만든 여러 부정적인 감정들이 엉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끝내는 더 이상 발을 디딜 수 없이 정지된 차고가 되어 세상 한가운데에 무기력하게 서 있는 나.     새해를 맞으며 마음에 남은 어제의 찌꺼기를, 내일을 위해 정갈하게 정화시켜야겠다. 살라야 할 불순물이 많은 내 영혼에 정화의 불이 점화되면 그 불길은 삽시간에 커지고 거세질 듯싶다. 검붉게 타오를 아집과 편견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정적인 생각들. 하지만 한바탕의 거대한 소각이 끝난 뒤, 정화되어 생긴 빈 여백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투명하리라.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작은 나’에서 ‘큰 나’로 영혼이 성숙해지는 것이다. 내 혼이 작은 나를 비워내 허공과 같아지면 세상에 품지 못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 가슴을 허공같이 비워 주변 모두를 품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빈 공간의 너그러움 때문일 듯도 싶다.     영혼의 거라지가 깨끗하고 맑게 비워지면  그곳에 넉넉한 선반을 달고 싶다. 그리고 그 선반 위에 ‘이해의 상자’ ‘소통의 상자’ ‘사랑의 상자’ 등 여러 개의 영혼이 따뜻해지는 상자들을 진열해 놓고 싶다. 그리하여 산골 옹달샘에서 솟는 끊이지 않는 샘물처럼 내 가슴의 거라지에도 끊이지 않는 포근한 사랑이 넘쳤으면 좋겠다.     머지않은 언젠가, 내 영혼의 거라지에서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것 같다. 김영애 / 수필가이 아침에 영혼 창고 집착 아집과 아집과 편견 갖가지 희로애락

2022-01-27

[열린 광장] 오만과 편견 떨치고 ‘출발 2022’

 처음 미국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일이다. 교수 질문에 정답이 바로 떠올랐다. 문제는 손이 올라가지 않는 것이었다. 완벽한 영어가 안될까 봐, 내 손은 재빠르게 1t의 무게로 변해버렸다. 그때 누가 손을 번쩍 들더니 내가 생각했던 대답을 술술 말한다. 교수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때 나의 불필요한 완벽주의가 원망스러웠다.     인생이라는 사막에서 완벽주의나 또는 자신만이 고집하는 방식이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특히 몰고 가던 차가 모래 웅덩이에 빠지기라도 하면 내 자존심과 내 생각을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을 만난다.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Shifting Sands)’의 저자 스티브 도나휴도 사하라 사막을 건너다 차가 모래에 빠진다. 온갖 방법에도 빠져 나올 수가 없다.     그때 누군가 엑셀을 밟지 말고 타이어에서 바람을 빼라고 조언을 한다. 그러면 타이어가 모래와 닿는 면적이 넓어져 차가 움직일 수 있다고. 처음에는 남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결국 조언에 따른다. ‘오만’의 바람을 빼는 순간 차는 모래를 빠져나간다.     ‘모래에 갇히면 타이어에 바람을 빼라(When you are stuck, deflate)’. 저자가 말하는 사막을 건너는 세 번째 방법이다. 아스팔트가 갑자기 끝나고 모랫길이 나타나 우리의 방법이 더는 먹히지 않을 때 해야 할 일은 해오던 방식을 좀 내려놓고 자아에서 공기를 빼는 것이다. 밀어붙이는 대신 “몰랐었네, 내가 잘못 생각했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공기를 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책에 나오는 아프리카 다가라 종족 출신 작가 말리도마소메는 40대 초반 자기 나라로 돌아가 뒤늦은 성인식을 치른다. 마을 한복판에 중년의 그가 이틀간 앉아 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찾아가 그의 모든 실수를 언급하며 꾸짖는다. 모욕하고 평가절하한다. 2개의 박사 학위와 3개의 석사 학위를 취득한 그라도 단 한 마디 대꾸하지 못하는 것이 규칙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아에서 오만의 공기를 빼고 겸손해져야 진정한 성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그들의 지혜는 참 놀랍다   완벽주의의 바람을 뺀 삶은 얼마나 편한가. 틀리든 맞든 말을 많이 하는 애들이 영어도 빨리 배운다. 집착의 바람을 뺀 삶은 또 얼마나 자유로운가. 발목 붙잡는 과거와 작별하고 새로운 시작을 선물한다.     2022년이 밝았다. 불필요한 바람은 빼고, 새로운 기운으로 채워  힘차게 달려보자.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열린 광장 오만 편견 사하라 사막 가지 방법 석사 학위

2022-01-02

[칼럼 20/20] 세서미 스트리트와 인종 편견

최장수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에 첫 아시아계 인형 캐릭터 ‘지영’이 등장한다. 방영 52년 만이다. 새 인형 발표를 보며 두 가지에 놀랐다. 첫째는 아시아계 캐릭터가 처음 나온다는 사실이다. 기존 여러 캐릭터 중에 당연히 아시아계가 포함된 것으로 알았다. 둘째는 최초 아시안이 바로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1960년대 말에 시작했지만 흑인과 라티노 등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켰던 프로다. 21세기가 되도록 아시안이 없었다는 사실이 이해하기 어렵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인종적 편견을 반대해 왔다. 1970년대 방영 초기 어린이 프로에 ‘과감하게’ 소수계를 등장시켜 논란 끝에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는 방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아시안의 뒤늦은 등장보다 더 의외인 것은 지영이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캐릭터 만들기에 참여한 한인 인형술사 캐서린 김씨는 지영이 아시아계의 대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한다. 또한 ‘일반적인 한국인(generally Korean)’이 아닌 미국에서 태어난 ‘코리안 아메리칸(Korean American)’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시안이 아닌 코리안 ‘특정’은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방영 예정인 에피소드에는 ‘떡볶이(tteokbokki)’ ‘할머니(halmoni)’ ‘불고기(bulgogi) 등 익숙한 한국어가 자주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캐릭터 국적을 그다지 강조하지 않는 프로에서 특정 국가를 지정해 구분한 것이 한편으로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1969년 11월 10일 공영방송 PBS의 첫 전파를 탔다. 어린이 프로가 전무했던 시대에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알파벳과 숫자를 지도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후 140여개국에 방영됐고 189번의 에미상과 11번의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어린이 프로에 지영이 등장한 것은 지난해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 증가가 배경이 됐다고 한다. 세서미 워크숍의 케이 윌슨 스톨링스 부회장은 인종 증오범죄를 겪으면서 아시안 캐릭터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그 결과 지영이 탄생했다고 밝혔다.     어린이 프로에 새 캐릭터를 등장시킨 이유가 될 만큼 인종혐오 범죄는 심각하다. 지난해 LA카운티 인종혐오 범죄가 전년에 비해 20%나 늘었다. 인간관계위원회 보고서에서 2020년 카운티 증오범죄가 총 635건에 달해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계 출신 주민 대상의 증오범죄는 전년 대비 2020년에는 4배 이상 폭증했다.     아시안아메리칸법률교육재단(AALDEF)이 2726명의 아시안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17%가 지난해 인종혐오 공격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결과는 11월 초 선거가 실시된 동부 5개주 출구 설문조사에서 밝혀졌다.     세서미 스트리트에서 지영은 다수가 침묵하는 상황에서 행동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업스탠더(upstander)’ 역할을 하게 된다. 지영이 어린이들에게 업스탠더가 되는 방법을 어떤 식으로 제시할지 궁금하다. 부당한 차별과 정당하지 못한 편견에 맞서야 하는 일곱 살 소녀의 모습이 기대와 우려로 다가온다.     지구촌 어린이 모두가 세서미 스트리트를 통해 인종과 피부색, 언어와 출신의 차별이 없는 평등과 화합의 정신을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이런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살아 갈 미래가 인종 편견과 증오가 없는 세상이기를 희망해 본다.  김완신 / 논설실장칼럼 20/20 스트리트 세서미 세서미 스트리트 인종 증오범죄 인종적 편견

2021-11-18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편견과 오해

“위로 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사랑 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소서.”   우린 늘 이와 반대로 살아왔기에 가까운 거리를 돌아 먼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편견과 오해 속에서 힘든 삶을 살았고 고통스러워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았으며 위로하고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작은 일에도 자신의 생각과 다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불행하기도 상대를 미워하기도 했습니다. 말과 행동, 현실과 꿈 사이를 위태롭게 건너 다니는 우리를 용서 하옵소서.   우리 눈에 비친 풍경은 경이롭고 아름다워 감탄이 절로 터집니다. 단풍 든 나무도 안아보고 함께 동산을 향해 걷고 있는 이웃들의 손도 잡아 보고 싶습니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오고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괜찮아? 물어오는 바람결에 부끄러운 고개를 들어 끄덕입니다. 이 벅찬 풍경을 허락하신 당신을 사랑합니다. 뿌려진 곳에서 싹을 내고 자라는 동안 늘 감사와 기쁨의 표현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나무들이 대견하다 못해 사랑스럽습니다. 때가 되면 붉게 자신을 불태우다가도 겸허히 자신을 떨구는 나무는 사람보다 더 진실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우린 너무 생각이 많아 여전히 미로 속에 갇혀있습니다만….   지난주 NETFLIX에서 ‘빨간머리 앤’을 시청했습니다. 1908년 출간된 캐나다 작가 루시모드 몽고메리의 장편소설 ‘초록집 지붕집의 앤’ (Anne of Green Gables)을 각색해 드라마한 작품입니다.   주근깨, 빨간 머리, 빼빼 마른 몸, 꿈 많고 당찬 그 소녀의 이름은 앤(Anne)입니다. 세살 때 고아원에 입양되어 소녀시절 아름다운 꿈을 펼치지 못한 소위 세상에서 손가락질 받는 고아입니다. 늘 궂은 일을 해야 했고 같은 또래 아이들로부터 멸시와 따돌림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어른들까지도 그녀를 자신의 자녀들과의 접촉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은 시골 애번리 마을 초록지붕 집에 일을 도우러 오는 날부터 앤은 자신을 이곳에 데려온 마틸다와 매듀 남매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여기에 오랫동안 살게 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합니다. 그녀는 사람들의 멸시의 눈총과 편견 속에서도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며 웃음과 열정, 가정의 소중함, 긍정적인 에너지로 친구와 이웃들의 따가운 시선을 조금씩 바꾸어 놓습니다. 옳은 일을 위해선 기꺼이 싸움을 피하지 않는 밝고 선한 영향력을 가진 소녀로 성장하게 됩니다.   앤은 초록지붕의 진정한 가족으로 앤 셜리 커스버트란 이름을 갖게 됩니다. 16세가 되던 해 앤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뿌리를 찿던 중 그의 부모가 본인이 고아원에 입양 되던 해 사망한 것을 알게 되고, 어머니가 자신에게 남긴 ‘꽃의 언어’라고 표지된 일기장을 손에 쥐게 됩니다. 그곳에는 꽃 그림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가 기록돼 있었습니다. 나를 낳아 품에 안고 사랑해주신 부모님을 일기를 통해 만났고, 그간 외롭고 힘든 시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 초록지붕 집 가족들을 생각하며 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그녀는 똑똑하고 바른 청년 앨버트와 결혼합니다. 자기의 젊은날 꿈을 키웠던 고향마을의 선생님으로 부임해 학생들을 가르치며 자기와 똑같은 당차고 감성적인 빨간머리를 가진 딸을 낳아 키웁니다. 초록지붕 집이 있는 애번리에서 오해와 편견으로 얼룩져 있는 마을을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을로 변화시켜갑니다. 앤의 하루 하루는 이해와 사랑으로 가득 찬 빛나는 날들이었습니다. 앤의 기도가 하나 둘 하늘의 별처럼 반짝일 때, 밤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창문을 올리고 잠들지 못하는 앤에게 하늘의 별들은 무슨 노래를 들려 주었을까? 약할 때에 자신을 분별할 수 있는 힘과, 두려울 때 자신감 잃지 않는 용기를 구한 앤에게 하나님은 무어라 답하였을까?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편견 오해 눈총과 편견 마을 초록지붕 사랑 받기

202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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