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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편견과 오해

신호철

신호철

“위로 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사랑 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소서.”
 
우린 늘 이와 반대로 살아왔기에 가까운 거리를 돌아 먼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편견과 오해 속에서 힘든 삶을 살았고 고통스러워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았으며 위로하고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작은 일에도 자신의 생각과 다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불행하기도 상대를 미워하기도 했습니다. 말과 행동, 현실과 꿈 사이를 위태롭게 건너 다니는 우리를 용서 하옵소서.
 
우리 눈에 비친 풍경은 경이롭고 아름다워 감탄이 절로 터집니다. 단풍 든 나무도 안아보고 함께 동산을 향해 걷고 있는 이웃들의 손도 잡아 보고 싶습니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오고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괜찮아? 물어오는 바람결에 부끄러운 고개를 들어 끄덕입니다. 이 벅찬 풍경을 허락하신 당신을 사랑합니다. 뿌려진 곳에서 싹을 내고 자라는 동안 늘 감사와 기쁨의 표현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나무들이 대견하다 못해 사랑스럽습니다. 때가 되면 붉게 자신을 불태우다가도 겸허히 자신을 떨구는 나무는 사람보다 더 진실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우린 너무 생각이 많아 여전히 미로 속에 갇혀있습니다만….
 
지난주 NETFLIX에서 ‘빨간머리 앤’을 시청했습니다. 1908년 출간된 캐나다 작가 루시모드 몽고메리의 장편소설 ‘초록집 지붕집의 앤’ (Anne of Green Gables)을 각색해 드라마한 작품입니다.
 


주근깨, 빨간 머리, 빼빼 마른 몸, 꿈 많고 당찬 그 소녀의 이름은 앤(Anne)입니다. 세살 때 고아원에 입양되어 소녀시절 아름다운 꿈을 펼치지 못한 소위 세상에서 손가락질 받는 고아입니다. 늘 궂은 일을 해야 했고 같은 또래 아이들로부터 멸시와 따돌림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어른들까지도 그녀를 자신의 자녀들과의 접촉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은 시골 애번리 마을 초록지붕 집에 일을 도우러 오는 날부터 앤은 자신을 이곳에 데려온 마틸다와 매듀 남매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여기에 오랫동안 살게 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합니다. 그녀는 사람들의 멸시의 눈총과 편견 속에서도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며 웃음과 열정, 가정의 소중함, 긍정적인 에너지로 친구와 이웃들의 따가운 시선을 조금씩 바꾸어 놓습니다. 옳은 일을 위해선 기꺼이 싸움을 피하지 않는 밝고 선한 영향력을 가진 소녀로 성장하게 됩니다.
 
앤은 초록지붕의 진정한 가족으로 앤 셜리 커스버트란 이름을 갖게 됩니다. 16세가 되던 해 앤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뿌리를 찿던 중 그의 부모가 본인이 고아원에 입양 되던 해 사망한 것을 알게 되고, 어머니가 자신에게 남긴 ‘꽃의 언어’라고 표지된 일기장을 손에 쥐게 됩니다. 그곳에는 꽃 그림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가 기록돼 있었습니다. 나를 낳아 품에 안고 사랑해주신 부모님을 일기를 통해 만났고, 그간 외롭고 힘든 시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 초록지붕 집 가족들을 생각하며 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그녀는 똑똑하고 바른 청년 앨버트와 결혼합니다. 자기의 젊은날 꿈을 키웠던 고향마을의 선생님으로 부임해 학생들을 가르치며 자기와 똑같은 당차고 감성적인 빨간머리를 가진 딸을 낳아 키웁니다. 초록지붕 집이 있는 애번리에서 오해와 편견으로 얼룩져 있는 마을을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을로 변화시켜갑니다. 앤의 하루 하루는 이해와 사랑으로 가득 찬 빛나는 날들이었습니다. 앤의 기도가 하나 둘 하늘의 별처럼 반짝일 때, 밤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창문을 올리고 잠들지 못하는 앤에게 하늘의 별들은 무슨 노래를 들려 주었을까? 약할 때에 자신을 분별할 수 있는 힘과, 두려울 때 자신감 잃지 않는 용기를 구한 앤에게 하나님은 무어라 답하였을까? (시인, 화가)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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