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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세서미 스트리트와 인종 편견

최장수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에 첫 아시아계 인형 캐릭터 ‘지영’이 등장한다. 방영 52년 만이다. 새 인형 발표를 보며 두 가지에 놀랐다. 첫째는 아시아계 캐릭터가 처음 나온다는 사실이다. 기존 여러 캐릭터 중에 당연히 아시아계가 포함된 것으로 알았다. 둘째는 최초 아시안이 바로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1960년대 말에 시작했지만 흑인과 라티노 등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켰던 프로다. 21세기가 되도록 아시안이 없었다는 사실이 이해하기 어렵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인종적 편견을 반대해 왔다. 1970년대 방영 초기 어린이 프로에 ‘과감하게’ 소수계를 등장시켜 논란 끝에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는 방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아시안의 뒤늦은 등장보다 더 의외인 것은 지영이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캐릭터 만들기에 참여한 한인 인형술사 캐서린 김씨는 지영이 아시아계의 대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한다. 또한 ‘일반적인 한국인(generally Korean)’이 아닌 미국에서 태어난 ‘코리안 아메리칸(Korean American)’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시안이 아닌 코리안 ‘특정’은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방영 예정인 에피소드에는 ‘떡볶이(tteokbokki)’ ‘할머니(halmoni)’ ‘불고기(bulgogi) 등 익숙한 한국어가 자주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캐릭터 국적을 그다지 강조하지 않는 프로에서 특정 국가를 지정해 구분한 것이 한편으로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1969년 11월 10일 공영방송 PBS의 첫 전파를 탔다. 어린이 프로가 전무했던 시대에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알파벳과 숫자를 지도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후 140여개국에 방영됐고 189번의 에미상과 11번의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어린이 프로에 지영이 등장한 것은 지난해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 증가가 배경이 됐다고 한다. 세서미 워크숍의 케이 윌슨 스톨링스 부회장은 인종 증오범죄를 겪으면서 아시안 캐릭터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그 결과 지영이 탄생했다고 밝혔다.  
 
어린이 프로에 새 캐릭터를 등장시킨 이유가 될 만큼 인종혐오 범죄는 심각하다. 지난해 LA카운티 인종혐오 범죄가 전년에 비해 20%나 늘었다. 인간관계위원회 보고서에서 2020년 카운티 증오범죄가 총 635건에 달해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계 출신 주민 대상의 증오범죄는 전년 대비 2020년에는 4배 이상 폭증했다.  
 
아시안아메리칸법률교육재단(AALDEF)이 2726명의 아시안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17%가 지난해 인종혐오 공격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결과는 11월 초 선거가 실시된 동부 5개주 출구 설문조사에서 밝혀졌다.  
 
세서미 스트리트에서 지영은 다수가 침묵하는 상황에서 행동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업스탠더(upstander)’ 역할을 하게 된다. 지영이 어린이들에게 업스탠더가 되는 방법을 어떤 식으로 제시할지 궁금하다. 부당한 차별과 정당하지 못한 편견에 맞서야 하는 일곱 살 소녀의 모습이 기대와 우려로 다가온다.  
 
지구촌 어린이 모두가 세서미 스트리트를 통해 인종과 피부색, 언어와 출신의 차별이 없는 평등과 화합의 정신을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이런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살아 갈 미래가 인종 편견과 증오가 없는 세상이기를 희망해 본다. 

김완신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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