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광장] 오만과 편견 떨치고 ‘출발 2022’
처음 미국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일이다. 교수 질문에 정답이 바로 떠올랐다. 문제는 손이 올라가지 않는 것이었다. 완벽한 영어가 안될까 봐, 내 손은 재빠르게 1t의 무게로 변해버렸다. 그때 누가 손을 번쩍 들더니 내가 생각했던 대답을 술술 말한다. 교수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때 나의 불필요한 완벽주의가 원망스러웠다.인생이라는 사막에서 완벽주의나 또는 자신만이 고집하는 방식이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특히 몰고 가던 차가 모래 웅덩이에 빠지기라도 하면 내 자존심과 내 생각을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을 만난다.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Shifting Sands)’의 저자 스티브 도나휴도 사하라 사막을 건너다 차가 모래에 빠진다. 온갖 방법에도 빠져 나올 수가 없다.
그때 누군가 엑셀을 밟지 말고 타이어에서 바람을 빼라고 조언을 한다. 그러면 타이어가 모래와 닿는 면적이 넓어져 차가 움직일 수 있다고. 처음에는 남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결국 조언에 따른다. ‘오만’의 바람을 빼는 순간 차는 모래를 빠져나간다.
‘모래에 갇히면 타이어에 바람을 빼라(When you are stuck, deflate)’. 저자가 말하는 사막을 건너는 세 번째 방법이다. 아스팔트가 갑자기 끝나고 모랫길이 나타나 우리의 방법이 더는 먹히지 않을 때 해야 할 일은 해오던 방식을 좀 내려놓고 자아에서 공기를 빼는 것이다. 밀어붙이는 대신 “몰랐었네, 내가 잘못 생각했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공기를 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책에 나오는 아프리카 다가라 종족 출신 작가 말리도마소메는 40대 초반 자기 나라로 돌아가 뒤늦은 성인식을 치른다. 마을 한복판에 중년의 그가 이틀간 앉아 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찾아가 그의 모든 실수를 언급하며 꾸짖는다. 모욕하고 평가절하한다. 2개의 박사 학위와 3개의 석사 학위를 취득한 그라도 단 한 마디 대꾸하지 못하는 것이 규칙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아에서 오만의 공기를 빼고 겸손해져야 진정한 성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그들의 지혜는 참 놀랍다
완벽주의의 바람을 뺀 삶은 얼마나 편한가. 틀리든 맞든 말을 많이 하는 애들이 영어도 빨리 배운다. 집착의 바람을 뺀 삶은 또 얼마나 자유로운가. 발목 붙잡는 과거와 작별하고 새로운 시작을 선물한다.
2022년이 밝았다. 불필요한 바람은 빼고, 새로운 기운으로 채워 힘차게 달려보자.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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