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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유세에서 러시아가 공격해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들이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며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동맹국에 “나는 당신네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방위비와 결부시켜 나토에서 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있어 우려를 자아내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만약 트럼프가 재집권해 이런 발언이 현실화할 경우 과거 한국전쟁 때처럼 전쟁을 부추길 수 있어 위험천만한 일이다. 1950년 딘 애치슨 국무장관이 한국을 제외한 ‘동아시아방위선(애치슨라인)’을 발표하고 미군이 철수한 지 5개월 뒤 북한이 남한을 침략한 생생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방위비를 내지 않으면 자국의 군대를 철수할 것이고, 우방보다 적국 편을 들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국제질서를 뒤엎겠다는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할 경우 세계 질서에 광범위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트럼프는 나토의 집단방위 개념을 믿지 않고, 동맹국들에 자국군에 더 많은 지출을 하라고 압박해왔다. 그러나 역대 어느 대통령도 동맹국을 공격하라고 적국을 선동하겠다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그의 발언은 나토 동맹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상호 안보협정을 맺은 다른 나라들 역시 미국의 도움을 확신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안보협정을 신뢰보다 돈으로 주고받으려 한다면 어느 순간에 한미안보조약이나 한미일안보조약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4년 전 트럼프는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지 않으면 자신의 두 번째 임기에 주한미군 철수가 우선순위 의제가 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만일 북한이나 푸틴, 시진핑이 안보동맹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엄청난 오판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본다. 한미안보조약, 한미일안보조약이 유명무실해지면 재앙적 전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북한이 남한을 적으로 간주했고, 핵을 보유하고 장단거리 탄도미사일까지 개발한 마당에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트럼프가 방위비를 구실로 나토를 떠받치는 핵심 가치를 와해시킨다면 큰 문제다. 나토협정 제5조는 ‘회원국들은 다른 회원국에 대한 무장공격을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무장 공격 발생 시 ‘무력 사용을 포함해 필요하다고 간주하는 행동을 개별적으로, 또는 다른 회원국과 협력해 지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도 나토 회원국으로 이 같은 집단방위의 의무를 지니고 있다. 사실 나토의 군사력 대부분은 미군이 차지하고 있고 나토를 지휘하는 것도 미군이다.  미국이 없는 나토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트럼프가 재집권하고 지속해서 아시아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금의 과도한 증액을 요구할 경우 군사동맹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국의 동북아 군사패권의 지형도에 심각한 균열이 생길 것이다. 이는 동북아 패권을 호시탐탐 노리는 중국과 러시아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고, 핵보유국으로서 입지를 다진 북한을 부추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물론 한국은 미 의회에서 국방수권법(NDAA)을 통해 주한미군 숫자 감축 하한선을 2만2000명으로 정해놓았기에 트럼프가 의회의 동의 없이 마음대로 주한미군의 감축을 실행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  미 의회가 의회 결의 없이 나토 회원국에서 미군을 철수하지 못하도록 결의했지만, 지금 트럼프의 강경 발언을 보면 한국이나 나토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필자의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주한미군 철수 나토 회원국 나토 동맹국

2024-02-14

세포라, 향수 절도 기승 진열대 철수…구입하려면 직원에 요청해야

소매업체 절도가 기승을 부리자 뷰티 제품 전문 소매업체 세포라가 강력한 향수 절도 대책을 내놨다.     최근 CNN의 보도에 따르면, 세포라는 상점 내 도난 사건 증가로 향수를 모든 진열대에서 철수하고 테스트용 향수병으로 교체했다. 대신 실제 제품은 직원에게 요청하면 계산할 때 가져다준다. 또한, 도난을 막기 위한 직원도 추가로 배치했다.     세포라는 제품을 직접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었다. 이전까지는 마음에 드는 향수를 시향해보고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골라서 계산대에서 구매하면 됐지만, 이제는 상점 직원에게 해당 제품을 달라고 해야 한다.     일부 매장에서 시범적으로 하다가 전 매장으로 확대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체는 테스트용 향수 제품도 도난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세포라가 판매하는 고급 향수들은 인기가 높아 이베이나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 등에서 빠르게 팔려나가기 때문에 절도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안업체 니소스의 창업자 란던 윙커보스는 “소매업체의 도난 사건이 증가하면 업체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제품을 캐비닛 안에 넣고 잠그거나 직원이 관리하는 카운터 뒤로 옮긴다. 이런 불편은 소비자가 모두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하은 기자 chung.haeun@koreadaily.com진열대 세포 향수 절도 진열대 철수 소매업체 절도가

2023-11-17

[열린광장] 미리 써 본 나의 부고

모든 글은 재미있고 의미가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도 예외 일 수 없다는 생각이다. 조금은 유별날 것 같은 나의 부고를 미리 써봤다.     ‘1951년 여름, 철의 삼각지대에서 유엔군과 중공군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무렵, 17세의 재현은 황해도 몽금포 고향 집을 떠났다. 어머니에게 약 30일 후 돌아온다고 약속했다. 하늘의 요새 B-29 폭격기 등으로 무장한 유엔군이 반드시 돌아올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약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피난 간 곳은 남포 옆 유엔군이 점령하고 있던 작은 초도다. 이 섬에는 약 2000명의 피난민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재현은 이 작은 섬에서 소나무 세 개로 인디언 스타일 숙소를 만들고, 그 속에 마른 풀을 깔고, 냄비를 걸어 밥을 해 먹으며 혼자 살았다.     배급받은 안남미와  산나물, 바다에서 잡아 온 소라와 해삼으로 연명했다. 맑은 날에는 중국 청도가 보이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청정 지역에는 해삼이 지천이었다. 앉은 자리에서 해삼을 실컷 먹고, 한 바구니씩 가져왔다. 그때 ’바다의 인삼‘을 많이 먹어서인지 재현은 90세까지 건강했다.     두 달이 지나도록 유엔군은 북상하지 못하고 38선에서 일진일퇴하고 있었다. 어머니 생각이 간절했다. 입고 나온 옷에서 보리알 같이 살찐 이가 꼬이기 시작했다. 낮에 모닥불을 피우고 옷을 벗어 털면 콩 볶는 소리와 괴상한 냄새가 풍겼다. 어머니가 끓여준 호박 된장국과 솜이불이 그리워 참을 수 없었다. 죽어도 어머니 옆에 가서 죽는다. 재현은 앞뒤를 생각하지 않았다.   북한으로 침투하는 반공 유격대 배를 타고 초도를 떠났다. 초도와 장산곶 중간 지점에 이르렀을 때 선장이 소리쳤다. 여러분 저기 장산곶을 봐요. 저 검은 구름은 폭풍우가 온다는 징조입니다. 선장은 구름을 보고 기후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배를 되돌려 초도로 돌아갔다. 누구하나 항의하는 사람이 없었다.   몇 주 후 미 해군 상륙함정 LST가 와 섬의 피난민을 모두 군산으로 후송했다. 떠들썩했던 동해 흥남 철수 작전보다 조용한 서해 철수 작전이었다. 만약 그 검은 구름이 아니었으면 재현은 북한으로 되돌아갔을 것이고, 그의 인생은 마침표를 찍었을 것이다.’   좀 장황한 부고의 일부분이다. 나는 장미공원에 묘지를 마련하고, 아들이 첫 봉급을 받았다며 맞춰줬던 양복을 수의(壽衣)로 표시해 놓았다. 정부에서 생명보험이란 명목으로 장례비가 나온다. 아들이나 딸들이 허겁지겁 부고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떠날 준비를 다 했다. 할 일이 없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오후 나는 새알심을 넣고 따끈한 팥죽을 끓여 먹었다. 그리고 김훈의 장편 소설 ‘하얼빈’을 읽었다. 비가 그치면 밖에 나가서 ‘고향의 푸른 잔디’, ‘메기의 추억’, ‘선구자’, 등을 들으면서 걸을 것이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부고 어머니 생각 철수 작전 서해 철수

2023-04-17

"종전-평화협정은 종북주의자들의 사기행각"

            버지니아 한인타운 애난데일 소재 Annandale Methodist 교회에서 지난 1월 31일 열린  ‘자유통일을 위한 워싱턴 DC 광화문 국민대회’에서, 행사를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만났다. 한국의 대표적 '보수우파' 행동가로 수많은 지지자들을 거느리기도 한 전 목사의 방문에 워싱턴 한인사회도 떠들썩 했다.     - 종전 및 평화협정 등은 ‘사기’라고 주장하는데? "지난 대선때와 마찬가지로 이것을 대표하는 사람은 이재명이다. 교포사회에도 그를 찍은 사람이 더 많다더라. 바로 사기에 걸려든 것이다. 남북한이 맺은 휴전협정은 불리한 쪽이 시간 벌기위해 쉬었다 다시 하자는 것.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 체결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협정서에 서명을 하지 않아 붙잡아뒀던 미군이 아직까지 한국에 주둔하며 대한민국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곳 워싱턴에서 이승만은 대한민국을 잉태했고, 한국으로 돌아와 워싱턴에서 잉태한 대한민국을 낳았다. "   -주한미군 철수가 위험한 이유는? "이재명의 주장은 북한에서 중국과 러시아군은 모두 철수했는데 왜 미군은 한국에 남아있느냐는 것이다. 좌파가 주장하는 종전협정, 평화협정은 결국 주한미군 철수인 것이다. 철수 후, 전쟁없이 연방제 통일하자는 것은 쉽게 말해 대한민국을 북한에 갖다 바치자는 것이다. 지난 해 12월, 미 의회가 종전, 평화협정에 결의했더라면 주한미군이 철수하면서 대한민국은 끝났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국민뿐만 아니라 해외 교포들도 절반이 속은 것이다."     -평화협정 등 논란이 수십 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데, 앞으로의 전망은? "사기극은 오래가지 못 한다. 엊그제 뉴욕 대회에서 13명의 시위단이 피켓을 들고 ‘전광훈은 물러가라’고 외치더라. 간단하다. 좌파든, 우파든 한가지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주한미군 철수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주한미군 철수가 종북주의자들의 신앙이다. 심지어 이재명에게 표를 던진 1614만명에게 여론조사를 했더니 94%가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했다. 그들은 몰랐다고 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을 대한민국 편으로 돌릴 수 있는 아직 남은 희망이다. 사기극은 오래 가지 못 한다. 그 희망을 품고 3.1절 대국민 선언을 계획하고 있다. 그 계획의 일환으로 현재 미주 순회를 하며 잠자는 교포들을 깨우러 다니는 중이다." 김윤미 기자 kimyoonmi09@gmail.com종북주의자 평화협정 종전협정 평화협정 종전 평화협정 주한미군 철수

2023-02-01

흥남 철수 작전과 ICBM

흥남 철수 작전과 ICBM   김건흡 MDC시니어센터 회원   인천상륙작전을 성공리에 마친 유엔군과 국군은 북진을 시작했다. 그러나 1950년 11월 압록강에 다다랐을 때 중공군의 개입으로 전세는 급전직하로 반전되었다. 장진호 주변에 포진한 미해병 1사단은 중공군에게 포위되었다. 미해병 1사단을 포위한 중공군 제 9병단은 12만 명으로 병력면에서 미군의 10배에 가까웠다. 여기에 낮에는 영하 20도, 밤이면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지는 개마고원의 혹한은 미 해병대원들을 더욱 괴롭혔다. 더군다나 1950년 겨울은 50년만의 혹한이었다. 전투로 인한 사상자보다 동상 환자가 더 많았다. 박격포 포판은 딱딱해진 땅으로 인한 반동 탓에 자주 깨졌다. 중공군이 점령하고 있는 고개 하나를 넘을 때마다 수많은 전사자가 나왔지만, 해병대원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사단장 스미스 소장은 의연했다. “해병대가 후퇴하는 것이냐”라는 종군기자의 질문에 “후퇴라니.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진격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11월30일 오후부터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와 함께 몰아친 눈보라는 밤이 되도록 그칠 줄을 몰랐다. 중공군의 포위망을 뚫지 못하면 1만 명의 해병은 몰살당할 위기에 처했다. 유엔군 사령관 맥아더 원수는 물밀 듯 밀고 내려오는 중공군과 또 다른 복병 동장군 앞에서 퇴각을 명할 수밖에 없었다. 유엔군사령부는 장진호에서 철수해 흥남으로 집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사단장 스미스 소장은 전부대원에게 날씨가 개이도록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자고 외쳤다. 훗날 리차드 케리 장군은 이렇게 회고했다. "그날 밤은 섭씨 영하 30도로 엄청난 강추위가 몰아쳤고 눈보라로 전투기 공격작전이 어려웠다. 전 해병대원이 전심으로 하나님께 눈보라가 그치고 날씨가 맑아지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러자 얼마 안 돼 거짓말처럼 하늘이 열리며 큰 별이 빛나는 게 아닌가. 도저히 포위망을 뚫을 수 없을 것 같았을 때, 갑자기 눈보라가 멈추고 하늘이 열렸다. 그리고 영롱한 별이 빛나기 시작했다.”     12월 11일 미해병 1사단은 악전고투 끝에 함흥에 도착했다. 11월 27일부터 12월 11일까지 벌어진 보름 동안의 전투에서 미해병대는 전사상자 3,637명, 비전투사상자 3,657명을 기록했다. 비전투사상자 대부분은 동상 환자였다. 중공군이 입은 피해는 더 막대했다. 중공군 전사자는 25,000명, 부상자는 12,500명에 달해 9병단은 아예 작전능력을 상실했다. 무엇보다 미해병대가 얼어붙은 장진호에서 사투를 벌이는 사이 국군과 유엔군 주력부대는 무사히 함흥에 집결할 수 있었고, 해상 철수에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때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가려는 피난민들이 흥남 부두로 밀어닥쳤다. 그러나 미군에는 이들을 태울 군함이 없었다. 미군은 빅토리호의 레너드 러루 선장에게 피란민들을 화물칸에 태울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러루 선장은 즉각 군사 장비를 부두에 되 부리고 피난민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메러디스 빅토리 호는 흥남 부두에 남은 마지막 배였다. 메러디스 빅토리 호는 선원 47명을 태운 화물선이었다. 승객은 12명까지 태울 수 있었고 적재량은 1만658톤이었다. 1950년 12월 빅토리호가 전투기 연료를 비롯한 보급품을 싣고 흥남에 도착했을 때, 미군은 장진호에서 극심한 추위와 싸우며 중공군과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미군은 10만 병력을 흥남에서 배편으로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빅토리 호의 임무는 미군 전차와 트럭을 비롯한 군사 장비 철수였다.   승객 정원 12명이었던 빅토리 호에 피난민이 1만4000여명이 탔다. 화물칸을 다 채우고 갑판도 가득 메웠다. 상선이었던 그 배엔 어뢰 탐지기도 없었고 함포도 없었다. 무기라곤 러루 선장이 허리에 찬 권총 한 자루가 전부였다. 일반 화물 운반용으로 제조된 빅토리’호에는 선원이 머무르는 12인용 선실밖에 없었다. 배 한쪽에 3층으로 된 화물선창이 있는데 아래쪽 선창에 피란민을 수용한 다음, 숨 쉴 공간만 남겨놓고 선창을 칸막이로 막고 그 위에 또 태웠다. 또 제일 아래쪽 선창 꼭대기와 갑판 사이에 선창을 임시로 만들어 그 곳에도 사람들을 짐 부리듯 싣고 승강구의 뒤끝은 출입과 환기를 위해 그대로 놔두었다. 갑판 아래의 공간이란 공간은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뒤늦게 들어온 사람은 버스나 지하철에서처럼 내내 서있어야 했다. 선창을 채우자 갑판 사이도 채우고 주 갑판과 보트 계류장까지도 모자라 삭구(배에서 쓰는 밧줄 종류)에 매달리기까지 했다. 일등항해사 러니는 그때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피난민들을 하역용 팔레트에 태우고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배 밑바닥부터 채우기 시작했다. 화물칸은 모두 세 층이었는데, 맨 밑바닥을 채우면 그 위를 강철 덮개로 덮고 또 화물을 채웠다. 그러나 사람을 실었기 때문에 덮개를 약간 열어뒀다. 그래야 빛과 공기가 통하니까. 화물칸엔 난방도 전기도 물도 음식도 없었고 기온은 영하 30도까지 떨어졌다.”   피난민 승선이 완료되자 갑판까지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배 창고 아래에 있는 폭발성이 강한 300톤의 항공유와 1만 4000여명의 피난민을 태우고 빅토리 호는 23일 부산을 향해 출발했다. 다음날 새벽이 되었을 때,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 온통 얼어붙은 송장이 되어 갑판을 뒤덮을까 걱정했는데 피난민들은 모질게도 질긴 생명줄을 붙들고 있었다. 12월 24일 부산항에 닻을 내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부산은 이미 유엔군과 백만 명 이상의 피난민들로 북적이고 있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으니 남서쪽 80km 더 가서 거제도에서 하선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러루 선장은 우선 체력의 한계에 도달한 피난민들을 위해 10번 계류장에 정착하고 유엔군의 도움을 받아 부상자들은 부산항에 내려 치료를 받고 음식과 물, 담요 등을 배에 실어 나누어 주었다. 24일 자정에 시작된 피난민들의 식사는 다음날인 25일 아침 7시가 다되어야 겨우 끝났다. 그날 밤에 마침내 거제도에 도착했지만 항구가 비좁아 공해상에서 다시 하룻밤을 보내고 26일 아침에 지원받은 미군 8,500톤급 상륙정 2척에 태워 하선시켰다. 비로소 피난민 철수작전은 끝난 것이다. 항해 중에  다섯 명의 새 생명이 태어났다.     그로부터 72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때 흥남철수작전에서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일등항해사로 수많은 피난민의 탈출을 도왔던 로버트  러니 제독이 지난 3월 10일 9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의 죽음은 다시 한 번 전쟁의 아픈 기억을 되살려준다. 그때 12살이던 소년은 이제 백발의 노인이 되었다. 한반도에서 포성은 멎었지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미 본토도 사정권에 들어간다고 한다. 임기 말까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매달린 문재인 보란 듯 레드 라인’을 넘어선 것이다. 이를 보도한 신문의 헤드라인은 의미심장하다.“북한은 문재인의 평화 노력에 사망선고를 내렸다.”     북한이ICBM을 발사한 것은 명백한 모라토리엄(핵실험과 ICBM 발사 유예) 파기인 동시에 문재인 정부가 집권 5년 내내 공들여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파산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모라토리엄 준수를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로 해석하며 미국에 대북 대화 재개와 제재 완화를 촉구하는 근거로 삼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이 같은 북한 도발에 대해 “강력 규탄한다”고 한 말이  왠지 낯설기만 하다. 그동안 북의 잇따른 도발에도 도발, 규탄이라는 말도 못 하더니 이제야 ‘규탄’이라는 말이 생각났나. 문 대통령은 과거엔 못 본 척하던 ‘서해 수호의 날’에 “강한 안보를 통한 평화야말로 서해 영웅들에게 보답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했다. 이 말을 그가 했다고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는 재임 중 한·미 연합 훈련을 없앤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김정은의 가짜 비핵화가 드러난 이후 미국은 훈련 재개를 원했지만 문 정권은 반대했다. 적이 싫어한다고 군사 훈련 하지 말자는 나라가 된 것이다.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태롭다.. 러시아에 짓밟히는 우크라이나를 보라. "주여  대한민국을 지켜주소서."   김지민 기자철수 작전 빅토리호가 전투기 철수 작전 빅토리호의 레너드

2022-03-30

위대한 역사적 사건 '흥남 철수'의 산증인을 기억하다

 '그 날 아침의 배는 6시 15분에 닿았다. 눈바람을 무릅쓰고 얼음판 위에서 밤을 새운 군중들은 배가 부두에 와닿는 것을 보자 갑자기 이성을 잃은 것처럼 와~ 하고 소리를 지르며 곤두박질을 하듯이 부두 위로 쏟아져 나갔다. (중략) 그들은 모두 이 배를 타지 못하면 그대로 죽는 것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김동리의 소설 〈흥남 철수〉 중에서)' 흥남 철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북진통일의 꿈이 중공군의 참전으로 깨어지고 UN군은 패퇴를 거듭했다. 포위된 미10군단은 괴멸 직전이었다. 12월9일 흥남 철수 명령이 하달됐다. UN군과 함께 피난 가고자 하는 북한 동포들이 넘쳐났다. "피난민을 버리고 가느니 차라리 우리가 걸어서 후퇴하겠다"며 1군단장 김백일 장군 등 현장 지휘관들이 미군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12월19일부터 24일까지 10만의 피란민들이 군인들과 함께 철수했다. 마지막인 23일 출항한 배는 건조된 지 5년 정도 된 7600톤 급 메러디스 빅토리호였다. 배에는 1만4000여명의 피란민들이 가득찼다. 피란민들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빅토리호는 25만톤의 군수물자를 미련없이 바다에 던졌다.   지난 10일 94세를 일기로 별세한 로버트 러니 전 제독은 빅토리 호의 1등항해사였다. 7년 전인 2015년, 흥남 철수를 소재로 한 영화 '국제시장'이 크게 흥행했다. 워싱턴 중앙일보는 CJ엔터테인먼트 등과 그해 6월 워싱턴 의회에서 특별 영화 상영회를 공동 주최했다. 한미 참전용사 50여명을 비롯, 의회 괸계자, 주미 한국 대사관, 동포인사 300여명이 참석했다. 러니 전 제독도 그 중 하나였다. 러니 당시 변호사는 흥남 철수를 떠올리며 “진정한 영웅들은 자유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고 탈출한 피란민”이라고 말했다. 또한 “당시 한 명이라도 더 태우려고 화물칸을 사람으로 채웠다”면서 “그래서 (한국말인) ‘빨리빨리’를 알게 됐다”고 기억했다. 영화를 보고 나올 때 그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그는 생전에 언제나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선진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2008년에는 건국 60주년 호국 유공 외국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927년 뉴욕에서 태어난 러니 전 제독은 17세이던 1945년 해군에 투신했다. 세계2차대전과 한국 전쟁을 겪으면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휴전 후 1954년코넬 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5년간 연방검사로 활약했고 이후 변호사로 활동했다.  뉴욕주 해군 방위군으로 복무하며 한국에도 여러차례 방문한 지한파 인사였다. 그는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역사적 아이콘이기도 했다. 미국을 방문한 대통령들은 행사에 러니 전 제독을 빠짐없이 초청했다. 2015년 워싱턴을 방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에서 그를 만났다. 박 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러니 제독에게 영어로 "You are the true hero(당신이 바로 진정한 영웅입니다)"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러니 전 제독으로부터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을 건네받은 뒤 "Countless Koreans are alive today thanks to you(수많은 한국사람들이 당신 덕분에 오늘날 살아있다)"고 거듭 감사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2017년 방미한 문재인 대통령과도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서 만났다. 그들은 뉴저지 흥남 철수의 주인공인 빅토리호의 라루 선장 추모 기념식수 행사에도 동행했다. 이런 인연으로, 러니 전 제독의 별세소식을 들은 문 대통령이 예외적으로 자신의 SNS로 애도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부모가 흥남철수 피란민이기도 했던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에게 보내주신 경애심을 깊이 간직하고, 제독의 이름을 국민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했다.   역사적 사건이자 세계사적으로 드물었던 민간인 구조작전이었던 '흥남철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생한 수백만 피란민들의 처우가 세계적 관심사가 된 오늘날 더욱 무겁게 다가오는 주제다. 인류애의 가치를 그 누구보다 깊게 경험한 한국인들이 세계 속 강대국 국민의 지위에 오른 이 시대, 러니 전 제독과 수많은 참전용사의 용기와 헌신에 보답할 가치있는 기회를 찾아야 할 때다.   박세용 기자 spark.jdaily@gmail.com산증인 역사 철수 명령 역사적 아이콘이기도 한미 참전용사

2022-03-18

포에버21 장도원 회장 부부 재산 40억불

한인 최대 의류업체인 포에버21 장도원 회장 부부의 순자산(net worth)이 1년새 6억 달러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주간지 LA비즈니스저널이 21일 소개한 올해 LA카운티 부자 순위에 따르면 장도원·장진숙 부부는 순자산 40억 달러로 20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의 34억 달러에서 18%가 급증한 것으로 순위도 5단계 올랐다. LA카운티 최고 부자는 바이오·헬스케어 산업계의 거물이자 최근 LA타임스를 인수해 화제를 모은 패트릭 순시옹이 차지했다. 그의 순자산은 216억 달러로 지난해 조사 당사의 180억 달러에 비해 20%나 급증했다. 최근 LA초고속터널과 스페이스 X사업 등을 펼치고 있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38% 급증한 196억 달러로 2위에 올랐다. 페이스북과 스포티파이 공동창업자인 숀 파커(111억 달러)와 엔터테인먼트 거물인 데이비드 게펜(83억 달러)가 각각 3위와 4위를 기록했다. 숀 파커는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의 기업공개(IPO)로 재산이 크게 늘었다. 이밖에 컴퓨터 테크놀로지로 부를 쌓고 있는 존 투(79억 달러)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유명 햄버거 체인 인앤아웃의 상속녀 린지 스나이더가 13억 달러로 53위에 랭크되면서 LA카운티 부호 리스트에 새로 진입했다. <표 참조> LA비즈니스저널에 따르면 이들 LA카운티 갑부 56명의 순자산 합계는 2190억 달러로 지난해 조사 당시에 비해 7.7%가 늘었다. 진성철 기자 jin.sungcheol@koreadaily.com

2018-05-21

"고객 정보 새는데 7개월 동안 몰랐다"

세계적인 한인 의류업체인 포에버21이 고객 정보 유출과 관련해 집단소송을 당했다. 지난주 초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포에버 21을 상대로 조하라 하미드-볼덴과 알리 콘라드 오브라이언 등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포에버21은 미국 내 일부 매장의 POS 시스템에 심어진 악성소프트웨어를 통해 해킹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들 원고는 소장에서 포에버21이 고객의 결제 카드 정보와 다른 개인 정보에 대한 안전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정보 누출과 이에 따른 개인정보 도용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지난 수년 동안 타겟, 삭스핍스애비뉴, 홈디포, K마트, 니먼마커스, 브룩스 브라더스와 같은 소매점이 고객 정보 보안과 관련해 지속적인 공격을 경험했다"며 "이 같은 공격을 예방하고 사태를 신속히 파악해 정상화하는 것은 회사 경영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지만 포에버21의 경우는 예외였고, 보안에 대한 취약함을 도외시한 것뿐만 아니라 문제점을 발견하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 구축조차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원고는 포에버21이 2015년 암호화 기술을 도입했으나 일부 매장 계산대에서는 이를 작동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장은 이외에도 포에버21은 고객정보 유출 사실을 7개월 동안 모르고 있다가 제3자를 통해 이 사실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유출된 고객 정보는 범죄자의 손으로 흘러 들어가 일부 고객은 자신이 사용하지 않은 거래에 대한 크레딧카드와 데빗카드 고지서를 받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과 생산성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원고는 자신들을 포함해 2017년 4월 3일부터 11월 18일 사이 크레딧카드나 데빗카드로 포에버21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한 미국 거주자를 대신해 집단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포에버21 측은 지난해 고객의 카드 지불 정보를 해커에게 노출 당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얼마나 많은 매장에서 얼마나 많은 고객 정보가 유출됐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번 집단 소송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기간에 많은 지점이 영향을 받았으며 해커는 카드 번호와 만기일, 인증코드, 소유자 이름 등을 수집했다고 밝혔다. 포에버21은 LA에 본사를 둔 의류 업체로 장도원.장진숙 부부가 창업했다. 4월 현재 세계 57개국에 8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김병일 기자

2018-04-15

"고객 정보 새는데 7개월간 몰랐다"…한인최대의류업체 포에버 21

세계적인 한인 의류업체인 포에버 21이 고객 정보 유출과 관련해 집단소송을 당했다. 지난주 초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포에버 21을 상대로 조하라 하미드-볼덴과 알리 콘라드 오브라이언 등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포에버 21측은 미국내 일부 매장의 POS 시스템에 심어진 악성소프트웨어를 통해 해킹이 있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들 원고는 소장에서 포에버 21이 고객의 결제 카드 정보와 다른 개인 정보에 대한 안전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정보 누출과 이에 따른 개인정보 도용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지난 수년 동안 타겟, 삭스핍스애비뉴, 홈디포, K마트, 니먼마커스, 브룩스 브라더스와 같은 소매점이 고객 정보 보안과 관련해 지속적인 공격을 경험했다"며 "이 같은 공격을 예방하고 사태를 신속히 파악해 정상화하는 것은 회사 경영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지만 포에버 21의 경우는 예외였고, 보안에 대한 취약함을 도외시한 것뿐만 아니라 문제점을 발견하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 구축조차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원고는 포에버 21이 2015년에 암호화 기술을 도입했으나 일부 매장 계산대에서는 이를 작동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장은 이외에도 포에버 21은 고객정보 유출 사실을 7개월 동안 모르고 있다가 제3자를 통해 이 사실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유출된 고객 정보는 범죄자의 손으로 흘러 들어가 일부 고객은 자신이 사용하지 않은 거래에 대해 크레딧카드와 데빗카드 고지서를 받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과 생산성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원고는 자신들을 포함해 2017년 4월 3일부터 11월 18일 사이 크레딧카드나 데빗카드로 포에버 21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한 미국 거주자를 대신해 집단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포에버 21 측은 지난해 고객의 카드 지불 정보를 해커에게 노출당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얼마나 많은 매장에서 얼마나 많은 고객 정보가 유출됐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번 집단 소송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기간에 많은 지점이 영향을 받았으며 해커는 카드 번호와 만기일, 인증코드, 소유자 이름 등을 수집했다고 밝혔다. 포에버 21은 LA에 본사를 둔 의류 업체로 장도원.장진숙 부부가 창업했다. 4월 현재 세계 57개국에 800개가 넘는 매장을 두고 있다. 김병일 기자 kim.byongil@koreadaily.com

2018-04-13

탈레반 포로 5명과 맞교환해 석방…'아프간 탈영병' 버그달 유죄 인정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기지를 이탈한 뒤 탈레반에 5년간 포로로 붙잡혔다 쿠바 관타나모 기지에 수감됐던 5명의 탈레반 포로와 맞교환해 미국으로 돌아온 보 버그달(31·사진) 병장이 자신의 탈영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버그달 병장은 16일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에서 열린 군사재판에서 탈영 및 전시 비위행위에 관해 유죄를 인정했다. 탈영은 최고 징역 5년형에 처하지만, 적 앞에서의 전시 비위행위는 최고 종신형까지 내릴 수 있는 중대 범죄다. 그가 유죄를 인정하면서 과연 그를 처벌하는 게 온당하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버그달 병장은 2009년 6월 한밤중에 미군 기지에서 탈영을 했는데 몇 시간 못 가 탈레반 무장대원들에게 붙잡혀 포로가 됐다. 파키스탄의 하카니 조직으로 넘겨져 모진 고문을 받고 5년간 수감됐다. 버그달 사건은 단순 탈영병 재판을 넘어 정치권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캠페인 기간 버그달을 '미군의 배신자'로 낙인찍고 탈영으로 동료들을 위기에 빠트린 그를 처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영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프간전 최후의 미군 포로로 불렸던 그를 구출하기 위해 아프간의 미 주둔군 요원 수 천 명이 여러 작전에 투입됐기 때문이다.오바마 행정부는 포로 교환 협상을 의회에 알리지 않아 법률을 위반했다는 논란에도 휩싸인 바 있다.

2017-10-16

아프간에 미군 3000여명 추가 파병

"승리없는 전쟁에 지쳤다. 이기기 위해 싸울 것이다." 지난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적극 개입해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던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추가 파병 규모가 드러났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18일 아프가니스탄에 추가로 미군 3000여 명이 배치되고 있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확히 3000명이 넘는 병력이다. 대부분 이미 이동 중이거나 파병 명령을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임기 초반 외교정책에서 고립주의를 추구하며 아프간 철수까지 고려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전국으로 생중계된 TV 연설을 통해 "아프가니스탄과 주변 지역에 직면한 안보 위협이 어마어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군사행동을 위한 군인 수와 계획을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확한 파병인력을 공개하지 않았다. 폭스뉴스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병력 4000명을 추가 파병하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는 미군 8400명이 배치돼 있다. 대부분 아프간 경찰과 군대를 훈련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해결사가 되겠다"고 강조한 만큼 이번에 파병되고 있는 인력은 특수전투를 수행할 요원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매티스 장관은 "적을 돕는 추가 정보를 제공하고 싶지 않다"며 이와 관련한 언급을 회피했다. 9·11테러 직후인 2001년 10월 알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하던 아프간 탈레반을 공습하면서 시작된 아프간 전쟁은 미군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 되면서 미국이 지금껏 이 전쟁에 쓴 돈은 7830억 달러에 달한다.

2017-09-19

아프간 전쟁 민간업체에 맡기나

세계 최대 용병 회사 블랙워터 설립자인 에릭 프린스가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사설 공군 설립과 운영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전문매체 밀리터리 타임스에 따르면 프린스는 지난 3월 아프간 정부에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 등 반정부 무장세력을 상대로 대반란전 임무를 수행하는 '사설 공군'을 설립해 운영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프린스가 제안한 사설 공군의 주 임무는 항공 정보수집과 근접항공지원(CAS) 임무다. 해군 네이비실 출신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아프간 전략 자문역할을 하는 프린스가 사설 공군 설립 제안서를 들고나온 것은 최근 사태 추이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천문학적인 예산과 군단급 이상의 병력을 투입하고도 아프간에서 제대로 승전고를 울리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라 군사력 개입을 줄이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공백을 민간 전문업체들에 위탁하는 방안 검토작업에 나섰다. 실제로 NBC 방송, 더 힐 등 언론들은 트럼프가 지난달 국가안보팀 회의에서 아프간주둔 미군 사령관인 존 니컬슨 대장의 해임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니컬슨 사령관은 제안 설명을 하겠다는 프린스의 면담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워터는 2007년 이라크에서 비무장 이라크인들을 폭격해 논란을 빚은 용병 회사로, '전쟁 주식회사'로도 불린다. 프린스는 2009년 블랙워터의 지분을 매각한 후 홍콩을 본사로 하는 물류회사 프런티어 서비시스 그룹(FSG) 회장으로 변신했다.

2017-08-08

미군 최초 한인여성 불교 군종…원불교LA교당 김일덕 교무

미국 육·해·공군을 통틀어 최초로 한인여성 불교 군종 장교가 탄생했다. 미 해군모집병과 LA지부에 따르면 원불교 LA교당의 김일덕교무가 해군 예비역(reservist) 불교 군종 대위로 임관했다. 미군 역사상 한인이 불교 군종에 임명된 건 처음이며, 김 교무의 임관식은 지난 6일 원불교 LA교당에서 진행됐다. 김 교무는 원불교 3대 종법사를 33년간 재임한 '대산종사(大山宗師)'의 손녀이기도 하다. 김일덕 교무는 "미 해군 전체에서 불교 군종장교가 소수인데 최근 미군이 군인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마음 챙김(mindfulness)'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추세"라며 "앞으로 군인들의 정신건강과 가족들의 상담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게 될 텐데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카고 태생인 김 교무는 원불교 노스캐롤라이나 교당 등에서 활동하다가 한국 원광대학교(원불교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지난해 미국으로 돌아왔으며 다양한 문화적 경험이 장점으로 꼽힌다. 해안경비대(USCG) 제이슨 디핀토 중령은 "미 해군 내 불교는 소수 종파에 속하지만 김 대위가 가진 다양한 문화적 경험과 열정, 프로 정신 등이 해군 커뮤니티에 매우 유익하게 사용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그동안 9개월에 걸쳐 자격 심사, 신체검사, 국방부 인터뷰, 신원조회 등의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 김 교무는 지난해 비즈니스 인맥 소셜네트워크인 '링크드인(linkedin)'을 통해 미 해군으로부터 예비역 신청을 권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무는 "보통 군종장교는 중위부터 시작하는데 박사학위와 원불교 교무로서 10년 이상의 성직 경력을 인정받아 대위로 임관하게 됐다"며 "아직 자대 배치는 받지 않았으며 의사, 변호사, 성직자 등은 다른 장교와 달리 임관식을 한 뒤 장교훈련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미 해군 측에 따르면 현재 1100여 명의 군종장교가 해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대다수가 기독교 목회자들이다. 해군 측은 "아시안 여성이 민간성직자로 활동하다가 9개월간의 긴 선발 과정을 거쳐 군종 장교로 임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특히 소수종파(불교)의 군종장교로서 김 교무의 군종장교 임관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군종장교는 47세 이하면 신청이 가능하다. 현재 미국 내 육·해·공군을 통틀어 불교 군종장교는 10명이 활동 중이다. 해군 내에서는 지금까지 2명이 불교 군종장교로 임명(현재 태국계 '아룬 시다' 대위 1명 활동)된 바 있으며 미군 내 불교 신자 군인은 전체중 약 1.5%로 추산된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2017-08-07

아프간 땅은 사막·민둥산인데 미, 위장복에 2800만달러 낭비

국토 대부분이 민둥산과 사막인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 정부가 아프간군과 현지 주둔 미군용으로 2800만 달러를 들여 삼림용 위장복을 구매한 것으로 밝혀져 납세자를 우롱하는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USA투데이는 21일 아프간 재건 특별감사관실(SIGAR) 보고서를 인용해 미 정부가 2007년 당시 압둘 하힘 와드닥 아프간 국방장관의 결정을 받아들여 삼림지역에서 주로 쓰이는 짙은 녹색의 '우드랜드 BDU'(사진) 전투복 130만벌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미 정부 관계자들과 인터넷으로 전투복들을 검색하던 와드닥 장관이 우드랜드 BDU 사진을 보자마자 이 전투복을 선택했다며 이 바람에 미 국방부는 소유권을 갖고 있어 공짜나 다름없이 싸게 사들일 수 있는 다른 위장 전투복 대신 값비싼 우드랜드 BDU 구매를 추진하게 됐다는 것. 우드랜드 BDU 전투복은 녹색이나 이와 유사한 단일 색상의 예전 전투복보다 위장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 세계 여러 나라 군이 채택했으나 삼림비율이 2%에 불과한 아프간에서는 이 위장복 때문에 아프간군과 미 특수부대원들의 침투사실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외려 역효과를 내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때문에 아프간군과 합동작전시 미 특수부대원들은 우드랜드 BDU 착용을 줄이는 추세인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를 작성한 존 소프코 특별감사관은 "이 전투복을 입고 활동하는 것은 등 뒤에 '날 쏘세요'라는 글귀를 붙인 채 사막에서 돌아다니는 표적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이는 어이가 없을 뿐 아니라 미국 납세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아프간 재건을 지원한다며 예산을 허비한 것은 이번 사례뿐이 아니다. 아프간 주민들이 비싼 석유를 수입하는 대신 국내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쓸 수 있게 하겠다며 천연가스 자동차 주유소를 건립하고 고급 캐시미어 생산을 돕겠다며 이탈리에서 금발 염소를 수입하는 등 사업을 하며 수천만 달러를 낭비했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2017-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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