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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론] 보수·진보 공동의 한반도 정책 필요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계 미국인이다. 미국으로 이주한 후에도 수십 년 동안 한국을 자주 방문하고 사업도 해왔는데, 학계, 기업, 정부에 종사하는 미국인 친구들은 종종 한국과 남북 관계에 대한 내 견해를 물어보곤 했다. 내 견해를 말해주면 많은 사람들이 한국 친구나 지인들에게 듣던 내용과 매우 다른 것 같다며 혼란스러워했다.   나도 약간 혼란스러워졌다. 내 시각이 전혀 이상하거나 치우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점차 그 이유를 이해하게 됐다. 한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한국어를 잘 이해하는 미국인 동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왜 그럴까? 그 답은 놀랍도록 간단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 정치 스펙트럼에서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보다 외국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훨씬 더 잘했기 때문이다. 보수는 몇 세대에 걸쳐 더 많은 부를 누리고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그들 가운데는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덕에 전문적 용어 구사,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설명, 그리고 무엇보다 영어를 진보 인사들보다 더 잘할 수 있었다.   보수와 진보 모두 중요한 담론과 예리한 견해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인과 같은 외부 관찰자에게 영어에 능통하고 전문적인 정치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견해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쪽은 보수 진영이었다.   나는 스스로 보수적인 성향을 타고났다고 생각한다. 변화가 꼭 필요하지 않으면 바꾸지 않는 체질이다. 그것이 내 비즈니스와 개인 생활의 방식이지만, 때로는 현상유지가 다른 가능성을 보지 못하게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우리는 상황이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는지, 그뿐만 아니라 상황을 개선하려면 어떤 구체적인 방법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열린 생각과 자세를 지녀야 한다. 비록 그 방법론에 논란과 타협, 그리고 고통스러운 결단이 수반되더라도 말이다.   나는 한반도의 안정적 평화를 위한 길이 있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 길을 가려면 보수와 진보가 공동으로 장기적 관점의 정책을 수립하는, 근본적인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그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어느 쪽이 대통령 또는 국회를 장악하더라도 대한민국 차원에서 일관성 있게 따를 수 있어야 한다. 5년마다 대통령이 바뀌고, 4년마다 국회가 새로 구성될 때 정책이 뒤바뀌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과거 서독이 바로 그런 모델이다. 그들은 동방정책을 채택한 뒤 보수와 진보가 번갈아 집권해도 기본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성공했다.   약 10년 전 나는 같은 생각을 가진 몇몇 한국인과 진보 진영의 관점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 위해 무언가 해보기로 결심했다. 내가 공동 설립한 로스앤젤레스의 태평양세기연구소(PCI)는 주로 진보 성향의 청중을 대상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과 역사, 주요 현안 등을 가르치는 ‘한평 아카데미’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목표는 하나다.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잘 표현할 인재 양성이다. 아카데미 졸업생들은 정부, 학계, 언론계 등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올해엔 5월부터 11월까지 운영된다.   앞으로 한반도에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한 시기가 닥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이미 통일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공식화했다. 또 핵 무장을 국가 정체성의 근본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상황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서방과 러시아의 집단적 대결이 심화하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다. 새로운 정치 현실 속에서 대한민국은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하며, 자신의 위치를 찾아야 할까.   대한민국은 그 답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상을 넘어서는 사고를 할 수 있는 보수와 자신의 견해를 명확히 밝힐 수 있는 진보가 필요하다. 한평 아카데미가 나름 그에 일조하고 있다.   ━       스펜서 김   항공우주 제품 제조판매회사 CBOL Corp 대표. PCI 공동 창립자이자 미국 외교협회 회원. 2006~08년 부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APEC 기업인자문위 미국대표로 활동. 2012~13년 하버드대 애쉬센터 레지던트 펠로.  스펜서 김 / PCI 공동 창립자중앙시론 한반도 보수 진보 진영 보수 진영 진보 성향

2024-05-21

타운에 ‘정치영화’ 열풍…이념 따라 선호 갈려

  남가주 지역 한인 극장가에 한국 역사와 관련한 정치 영화 바람이 불고 있다.   열풍 이면에는 정치적 이념에 따라 보이지 않던 갈등도 드러나고 있다. CGV LA, 부에나파크 지점 등에는 최근 ‘건국전쟁’, ‘길 위에 김대중’, ‘서울의 봄’ 등 한국 근대사를 그려낸 정치 영화가 잇따라 개봉했다. 정치 관련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스크린에 걸린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먼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미주 한인 사회에서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CGV에 따르면 지난 16일 남가주 지역에서 정식 개봉한 건국전쟁은 상영관마다 전석 매진되고 있다. 국가원로회의 서부지부(상임의장 김향로)의 경우 지난 20일 CGV LA에서 각계 원로 80명을 초청, 건국전쟁을 단체로 관람했다.   이 단체 최만규 사무처장은 “그동안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을 영화를 통해 알게 된 부분이 많았다”며 “영화가 끝나고 대부분의 관객이 일어나 기립 박수를 보냈고,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본지가 21일 CGV LA 측에 문의한 결과 이날 영화 티켓 역시 모두 매진됐다. 이날 극장 앞에는 평일임에도 표를 구하지 못한 한인 수십명이 아쉬워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정균(59·LA)씨는 “온라인에서 표를 구할 수 없어 혹시나 하고 극장에 직접 왔는데 역시 매진이었다”며 “다른 정치 영화들은 표가 많이 남아있는데 별로 보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현재 소셜미디어(SNS)에는 인증 사진, 후기 등을 적은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는 단순히 영화를 관람했다는 인증 차원을 넘어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일종의 ‘커밍아웃’과 같다.   진영훈(37·어바인)씨는 “SNS에 건국전쟁 티켓 사진을 올렸더니 페이스북 친구를 끊어버리거나 시비를 거는 이들도 있더라”며 “그들도 다른 정치 성향의 영화를 보고 인증샷을 올리면서 왜 남이 올린 걸 보고 불편해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들은 정치적 색채가 짙어 이념적으로 관람객 성향이 확연하게 갈린다. 쉽게 말해 보수와 진보 진영이 각기 선호하는 영화가 다르다.   12·12사태를 다룬 ‘서울의 봄’, 김대중의 일대기를 기록한 ‘길 위에 김대중’은 대체로 보수 성향을 가진 건국전쟁 관객층과 겹칠 일은 거의 없다. 이미 지난해 12월 LA에서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의 경우 한동안 만석을 이뤘다.   재정 전문가이자 문화 평론가로 활동 중인 문선영(와이즈캘리포니아 대표)씨는 네 번에 걸쳐 CGV LA에서 서울의 봄 상영회를 진행했었다. 당시 600명 이상의 한인이 이 영화를 관람했다.     문 대표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정치적 성향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건국전쟁은 안 봤다”며 “지금은 사실상 ‘이념 전쟁’으로 봐야 하는데 그만큼 사회가 불안정한 것이 영화를 통해 표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해석도 분분하다. 그만큼 첨예한 이념적 갈등을 보여준다.   일사회 박철웅 회장은 “영화 건국전쟁은 잘못된 한국사를 정립하는 이정표”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UCLA 옥성득 교수(한국기독교학)는 SNS에 ‘이승만 미화 지나치면 독’이라는 글을 게재하며 “이승만 신화 작업이 지나치다”라고 지적했다.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는 김성원 대표(그라운드 C)는 서울의 봄에 대해 “허구가 많은데 사람들은 거기에 감정을 이입하고 있다. 사실을 왜곡한 정치 선동 영화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영화 건국전쟁의 누적 관객 수가 79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유명 가수 나얼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건국전쟁 포스터를 게재했다가 악성 댓글 등 비난에 시달리면서 결국 댓글 창을 폐쇄하기도 했다. 장열 기자ㆍ[email protected]건국전쟁 서울의봄 길위에김대중 보수 진보 CGV 장열 미주중앙일보 로스앤젤레스 LA 이승만 전두환 좌파 우파

2024-02-21

[아메리카 편지] 진보라는 패러독스

기록을 깨는 무더위와 예상치 못한 폭우가 이어진 올여름이다. 한반도뿐 아니라 슬로베니아 등 중부 유럽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인류의 가장 큰 숙제인 기후 변화 대처 방법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폭염과 산불 등 지구의 종말 같은 재앙이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18세기 계몽주의의 후손인 우리는 미래를 향한 전진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인류의 삶이 계속 진보(progress)한다는 생각은 19세기 들어서야 형성된 개념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각종 재해가 줄을 잇는 오늘날, 인류가 과연 끊임없이 발전해서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호메로스와 더불어 그리스 서사시의 양대 전통을 이루는 헤시오도스는 『일과 날』에서 인류의 시대를 다섯 단계로 구분한다. 티탄들(거인족)이 지배하던 태평스러운 황금의 시대에서 시작해 올림포스 신들이 지배했던 은의 시대를 거치고, 무섭고 사나운 종족이 전쟁을 일삼고 죽음의 테마가 특징적인 청동의 시대에 다다른다. 네 번째 영웅의 시대는 트로이 전쟁의 배경이 되는,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 같은 그리스 신화 영웅들이 거닐던 시대다. 그리고 마지막 철의 시대는 전쟁·질병과 번뇌가 가득한 현재로, 헤시오도스 자신이 이 시대에 태어난 것을 한탄하며 작품을 끝맺는다.   영웅의 시대를 제외하고는 인간세계가 점차 타락해 가는 이미지를 그린 헤시오도스의 역사관은 그 이후 계몽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인류 역사가 퇴화하는 관념을 지지했고, 주기적으로 재앙과 질병 또는 홍수로 인구가 숙청되었다고 믿었다.   오늘날 우리는 무서운 속도로 발달하는 고도의 기술과 과학만을 바라보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그 결과로 타격받고 있는 인류의 웰빙과 참된 행복은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닐까.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패러독스 진보 인류 역사가 오늘날 인류 재앙과 질병

2023-08-18

LA시의회 '더 왼쪽으로'…진보 후보 대거 당선

지난 8일 중간선거와 함께 진행된 LA시의원 선거에 30~40대 젊은 연령층의 새 얼굴들이 대거 진입해 LA시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LA 한인타운과 이웃하는 13지구와 1지구 외에도 다른 지역구의 새 당선자들이 대부분 급진보 성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나 LA시의 각종 정책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한인타운 서쪽이 포함된 13지역구 당선자로, 재선에 성공한 현직 의원 미치 오페럴을 누르고 당선된 노동운동가 후고 소토-마르티네스다. LA카운티 선거국 웹사이트에 따르면 10일 오후 5시 현재 소토-마르티네스는 득표율 52.26%로, 47.74%를 얻은 오페럴 시의원을 확실히 앞서고 있어 당선이 확실시된다.   올해 39세인 소토-마르티네스는 길거리 노점상을 하던 멕시코 출신 이민자 부모를 둔 2세다. 아버지가 장애인이 된 후 16세부터 호텔에서 일하며 돈을 벌었으며 UC어바인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후 LA지역 호텔 근로자들의 노조(United Here Local 11)에서 15년간 조직가로 활동한 경력을 갖고 있다.   사회주의 단체로 알려진 ‘민주사회 아메리카(DSA)’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소토-마르티네스는 선거 캠페인 동안 LA시의 신규 경찰 채용을 중단시키는 대신 관련 예산을 노동자들과 저소득층 및 홈리스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는 등 진보 정책을 내세웠다.   반면 오페럴 의원은 현역 의원이라는 프리미엄과 폴 크레코리안 LA시의장, LA카운티 민주당협회 등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LA시가 대면하고 있는 홈리스 문제와 치솟는 주택 가격 등에 대한 현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지역구 주민들의 외면을 받았다.   한인타운 동부 지역을 포함하는 1지구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경선에서 현역인 길 세디요 시의원을 누르고 당선된 유니세스 허난데스(32)는 사회운동가 출신으로, 주류 언론에 따르면 강성 진보파로 꼽힌다. 허난데스 당선자는 저소득층 주택 건축을 대폭 지원하고 이민자를 위한 정책을 만드는 등 각종 사회 정책을 공약으로 걸었다.       허난데스 당선자 역시 DSA의 지지를 받았다. DSA는 지난 2020년 4지구 시의원 후보로 나온 니디아 라만도 지원해 당선시킨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이들 셋이 시의회에서 각종 진보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임기 만료로 물러난 5지구에는 폴 코르테츠 시의원의 후임으로 56.5%의 득표율로 1위에 오른 케티 영 야로슬라브스키(43)가 유력하다. 5지구는 그레이터 윌셔, 미드시티웨스트 등 LA 한인타운 남쪽 지역과 맞닿아 있는 곳이다. LA카운티 수퍼바이저 수석 정책실장으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야로슬라브스키는 공원을 확대하고 저소득층 세입자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할 전망이다.   이밖에 브렌트우드, 델레이, 퍼시픽팔리세이드 등 웨스트 LA지역을 관할하는 11지구는 55%의 득표율을 기록중인 변호사 트레이시 파크(46)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파크 후보는 학교와 어린이집 주변에 노숙자 야영을 금지하는 시법에 반대한 전임 시의원 마이크 보닌을 맹비난해왔다.   한편 코르테츠 시의원의 경우 LA시 회계감사관으로 출마했지만 30대 필리핀계인 케네스 메지아(32)에게 대패했다. 틱톡과 트위터를 이용해 선거 캠페인을 벌였던 메지아는 시 정부 부패를 척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공약을 걸어 역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장연화 기자la시의회 진보 13지역구 당선자 진보 정책 la시의원 선거

2022-11-10

바이든, 또 권리보호 행정명령…진보 유권자 결집 효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낙태권 보장을 위한 두 번째 행정명령에 서명한다.   연방 대법원이 지난 6월 낙태권을 보장한 판결을 공식 폐기하면서 진보 진영 유권자들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낙태권 이슈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자 추가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보건복지부에 메디케이드(저소득층 대상 의료 지원제도)의 재원을 사용해 낙태를 위해 다른 주로 이동하는 환자를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3일 보도했다.   행정명령은 의료기관이 차별을 금지한 연방법을 준수, 임신부에게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지체 없이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는 낙태 가능성을 이유로 임신부에 대한 치료를 거부하는 것은 차별에 해당하는 만큼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건복지부에 감독하라는 취지다.   다만 이번 행정명령이 서명되면 보수 진영에서는 바로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이른바 연방 의회의 ‘하이드 수정안’에서는 강간, 근친상간 등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 낙태 관련한 연방 지원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백악관은 하이드 수정안을 위배하는 사항에 대해 메디케이드 재원을 사용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경우 행정명령의 효과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권리보호 행정명령 권리보호 행정명령 진보 유권자 이번 행정명령

2022-08-03

"진보는 자유, 보수는 안정외쳐야"

제74주년 제헌절을 기념하는 제7회 대한민국 미래포럼이 지난 13일 아로마윌셔센터 더원벵큇홀에서 ''2022 대선 지선 분석과 미래전망''을 주제로 열렸다.   80여명이 참석한 이날 포럼에서 발제자로 주제발표에 나선 김재율 미주국민헌법개정위원회 회장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분석하고 이들 선거 때도 고질적인 갈등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진보와 보수의 갈등 양상이 지역적 세대별 성별과 종교적으로 폭넓게 나타났다"며 "다만 이것은 진정한 진보와 보수의 덕목이 아니며 진보는 자유를 보수는 안정을 외칠 때 상생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 대안으로 환경 문화 중도의 다수 새로운 헌법 등을 제안했다. 특히 현재 대통령 중심제가 가진 폐해를 지적하며 유럽 선진형 의원내각제와 대통령 중심제의 절충형인 ''이원집정부제''가 적합하다고 강변했다.   패널 토론자로 나선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 소장도 "국민참여형 이원집정부제는 검토의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고 김철호 한얼연구소 소장 역시 "이원집정부제를 발전시켜 통일코리아3원제 정치체제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장수아 기자진보 자유 자유 보수 국민참여형 이원집정부제 대한민국 미래포럼

2022-07-14

[문화 산책] ‘천천히 서두르라’

작은 거인, 침묵의 소리, 뜨거운 얼음… 이런 표현을 ‘형용모순(Oxymoron)’이라고 부른다. 상반된 어휘를 결합시켜 새로운 의미나 이미지를 빚어내는 수사법이다. 모순 어법 또는 역설적 표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옥시모론이란 낱말은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는데, 날카로운 예리한 저능아, 즉 ‘똑똑한 바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단어 자체에 이미 모순이 드러나 있다.   의식하지 않아서 그렇지 형용모순은 우리 생활에서 뜻밖에 많이 쓰이고 있다. 문학 작품에도 즐겨 등장한다. 예를 들면 빛나는 어둠, 눈 뜬 장님, 산송장, 소리 없는 아우성, 침묵을 듣는 이등 많다.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이순신 장군의 명언이나 “눈을 감아라, 그러면 보일 것이다”는 말도 모순 어법이다.   정치판에 형용모순이 등장하면 위험하다. 보수적 진보, 진보적 보수 따위의 말장난은 속임수다.   종교에서도 형용모순은 널리 쓰인다. 일상에 대한 각성의 장치다. 도를 도라 말할 수 있다면 그건 도가 아니다. 부처가 있으면 그냥 지나가고 부처가 없으면 더 냉큼 지나가라. 가난하고 비통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   형용모순은 겉으로 보기에는 명백히 모순되고 부조리해 보이지만 깊이 생각하면 진실을 담고 있는 진술로, 일반적인 상식이나 논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식과 사고를 일깨워 주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내가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천천히 서두르라(Festina Lente)”라는 말도 형용모순이다. 라틴어 명언인데, 그리스 사람들에게도 널리 영향을 미친 가르침이라고 한다. 의미가 참 깊고 슬기로운 가르침이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우리 속담과 같은 가르침인데 실제 생활에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젊은 시절부터 좌우명으로 삼아온 “게으르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라는 말과 “천천히 서두르라”라는 말을 기둥으로 삼으면 내 삶도 한결 든든해질 것 같다. 여기에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즉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하라”는 말을 더하면 금상첨화가 되겠다.   개인적인 이야기라서 송구스럽지만 나의 지난날을 되돌아 보면 지나치게 서두르는 바람에 망친 일이 너무도 많아 후회스럽다. 인생살이에서도 그랬고, 연극이나 글쓰기 같은 작업에서도 그랬다.   “천천히 서두르라”라는 말을 우리 생활에 적용시키면, ‘순발력과 지구력의 조화’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젊은 날에는 패기와 번뜩이는 순발력에 기대어 살 수 있지만 나이 들면 점점 어려워진다. 생각도 행동도 걸음도 느려진다. 그러니 끈기에 기댈 수밖에 없다.     매사에 진중하게 한 걸음 한 걸음… 하지만 느릿느릿 천천히 걷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 쉬엄쉬엄 차근차근 걷다 보면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새롭게 보인다. 서둘러 가야할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보다 빨리 가야할 필요도 없다.   프리웨이를 달리다 보면, 뭐가 그리 급한지 요리조리 추월해가며 위험 운전하는 차를 자주 본다. 하지만 그렇게 무리를 해도 그다지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 같지도 않다. 서두르더라도 천천히 서두르는 것이 슬기롭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 산책 모순 어법 보수적 진보 고대 그리스어

2022-03-23

연방의회 진보 코커스, 이민개혁 등 행정명령 촉구

연방의회 진보 코커스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개혁 등 진보의제 시행이 지지부진하다면서 압박하고 나섰다.     프라밀라 자야팔(민주·워싱턴) 연방하원의원이 의장을 맡고 총 98명의 연방의원이 소속된 연방의회 진보 코커스 측은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8가지 진보의제에 대해서 의회 입법절차와 상관없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이 밝힌 행정명령을 통해 시행을 촉구하는 의제는 총 8가지 항목으로 ▶의료비 절감 ▶노동자 임금 상승 ▶기후변화 대응 ▶연방 학자금 대출 탕감 ▶이민자 권리 향상 ▶경제 및 조세 공정성 강화 ▶인종 및 성 평등 증진 ▶요양 및 보육산업 투자 등이다.     이에 따르면 510만명에 오바마케어를 추가로 제공하고 당뇨병·고혈압 등 의약품 값을 대폭 인하하는 의료 보장 확대와 노동자 병가 및 휴가 확대, 초과근무 수당을 정규급여의 최소 1.5배 이상 지급, 고위험 필수 노동자 보호 강화가 포함돼 있다.     단, 법 제정없이 행정명령으로 시행 가능한 범위에는 제한이 있어 서류미비자 구제 등의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민개혁 관련으로는 이민재판소 적체 해소와 공정성 확대, 이민자 구금 사설구금시설 단계적 축소, H-2B 비자 등을 이용한 저임금 착취 관행 개선, 취업비자 등 이민노동자에 대한 보호 장치 강화, H-1B 추천 프로세스 개선 등이 제시됐다.     이같은 진보 코커스의 움직임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지난 1년간 추진해온 주요 어젠다의 법 제정이 아직까지 요원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리적 인프라 투자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1조2000억 달러 규모 인프라 법안은 이미 통과됐지만, 당초 3조5000억 달러 규모로 추진했던 사회복지 법안은 아직까지 법 제정이 안된 상황이다.     무상 프리K, 유급 가족 휴가, 서류미비자 구제 등을 포괄하는 사회복지 법안은 현재 연방상원 구조상 통과가 쉽지 않다. 이런 과정에서 계획했던 예산규모가 반토막이 나고, 민주당 내 중도파의 반대에 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해 11월에 2조1000억 달러 규모 예산안을 연방하원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했지만, 양당 합의나 예산조정안을 통하지 않고서 연방상원 처리는 불가능하다.    장은주 기자 [email protected]행정명령 이민개혁 연방의회 진보 진보 코커스 진보의제 시행

2022-03-18

[문화 산책] ‘천천히 서두르라’

작은 거인, 침묵의 소리, 뜨거운 얼음… 이런 표현을 ‘형용모순(Oxymoron)’이라고 부른다. 상반된 어휘를 결합시켜 새로운 의미나 이미지를 빚어내는 수사법이다. 모순 어법 또는 역설적 표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옥시모론이란 낱말은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는데, 날카로운 예리한 저능아, 즉 ‘똑똑한 바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단어 자체에 이미 모순이 드러나 있다.   의식하지 않아서 그렇지 형용모순은 우리 생활에서 뜻밖에 많이 쓰이고 있다. 문학 작품에도 즐겨 등장한다. 예를 들면 빛나는 어둠, 눈 뜬 장님, 산송장, 소리 없는 아우성, 침묵을 듣는 이, 찬란한 슬픔, 달콤한 슬픔, 쾌락의 고통, 차가운 아름다움, 달콤한 이별, 강철로 된 무지개, 젊은 현자, 위대한 절망, 상처뿐인 영광, 조용한 시위, 네모난 동그라미 등 많다.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이순신 장군의 명언이나 “눈을 감아라, 그러면 보일 것이다”는 말도 모순 어법이다.   정치판에 형용모순이 등장하면 위험하다. 보수적 진보, 진보적 보수 따위의 말장난은 속임수다. 하긴 ‘정직한 정치인’이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다. 80년 광주를 상징하는 ‘시민군’이라는 말은 어떤가? 시민과 군인?   종교에서도 형용모순은 널리 쓰인다. 일상에 대한 각성의 장치다. 도를 도라 말할 수 있다면 그건 도가 아니다. 부처가 있으면 그냥 지나가고 부처가 없으면 더 냉큼 지나가라. 가난하고 비통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   형용모순은 겉으로 보기에는 명백히 모순되고 부조리해 보이지만 깊이 생각하면 진실을 담고 있는 진술로, 일반적인 상식이나 논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식과 사고를 일깨워 주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내가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천천히 서두르라(Festina Lente)”라는 말도 형용모순이다. 라틴어 명언인데, 그리스 사람들에게도 널리 영향을 미친 가르침이라고 한다. 의미가 참 깊고 슬기로운 가르침이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우리 속담과 같은 가르침인데 실제 생활에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젊은 시절부터 좌우명으로 삼아온 “게으르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라는 말과 “천천히 서두르라”라는 말을 기둥으로 삼으면 내 삶도 한결 든든해질 것 같다. 여기에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즉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하라”는 말을 더하면 금상첨화가 되겠다.   개인적인 이야기라서 송구스럽지만 나의 지난날을 되돌아 보면 지나치게 서두르는 바람에 망친 일이 너무도 많아 후회스럽다. 인생살이에서도 그랬고, 연극이나 글쓰기 같은 작업에서도 그랬다. 예를 들어 급하게 책을 내놓고는 늘 후회막급이었다. 성급하게 서둘러서 제대로 되는 일은 없다. 모든 일이 다 그런 것 같다. “급하다고 바늘 허리 매서 쓸 수는 없다”는 옛 말씀이 꼭 맞다.   “천천히 서두르라”라는 말을 우리 생활에 적용시키면, ‘순발력과 지구력의 조화’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젊은 날에는 패기와 번뜩이는 순발력에 기대어 살 수 있지만 나이 들면 점점 어려워진다. 생각도 행동도 걸음도 느려진다. 그러니 끈기에 기댈 수밖에 없다.     매사에 진중하게 한 걸음 한 걸음… 하지만 느릿느릿 천천히 걷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 쉬엄쉬엄 차근차근 걷다 보면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새롭게 보인다. 서둘러 가야할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보다 빨리 가야할 필요도 없다.   프리웨이를 달리다 보면, 뭐가 그리 급한지 요리조리 추월해가며 위험 운전하는 차를 자주 본다. 하지만 그렇게 무리를 해도 그다지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 같지도 않다. 서두르더라도 천천히 서두르는 것이 슬기롭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 산책 모순 어법 보수적 진보 고대 그리스어

2022-03-17

바이든, ‘첫 흑인 여성 대법관 카드’로 반전 모색

스티븐 브라이어 연방대법관이 27일 은퇴 의사를 공식화했다.   브라이어는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후임자의 의회 인준 완료를 전제로 6월 말이나 7월 초 은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이어 대법관은 6 대 3으로 보수 절대 우위인 대법원에서 진보 3인방 중 한 명으로 통한다. 하지만 83세로 대법관 중 최고령인 브라이어는 아이러니하게도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일부 진보 진영에서 사퇴 압력을 꾸준히 받았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 다수석 지위를 잃을 경우 브라이어 후임에 진보 대법관이 채워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이유도 작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브라이어 대법관과 함께 직접 언론 앞에 선 뒤 브라이어의 업적을 칭송하는 등 극진히 예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브라이어가 1994년 상원의 대법관 인준 청문회 때 자신이 이를 주재하는 법사위원장이었다고 소개한 뒤 “그가 퇴임할 때 내가 대통령일 거라고 생각이라도 해 본 적이 있었느냐”고 농담을 건넸다.   브라이어의 은퇴 결정이 취임 이래 각종 난제로 수세에 몰린 바이든 대통령에게 호재가 될 것이라는 언론의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수치스러운 철군 후 지지율이 급락해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러시아와 갈등, 전염병 대유행 지속, 수십 년만의 인플레이션 등 안팎의 과제가 산적하다.   역점 추진한 투표권 확대 법안이 의회에서 부결된 것은 물론 사회복지성 재정을 대폭 확대하기 위한 ‘더 나은 재건 예산 법안’은 친정인 민주당 내 일부 반대로 가로막혀 있다.   이대로 가면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민주당의 동요도 심상치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브라이어의 은퇴는 민주당을 결집할 뭔가가 절실히 필요한 대통령에게 적당한 안전장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브라이어 후임자 인준 과정을 단단히 벼르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 청문회는 어수선한 민주당이 단합할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바이든 대통령은 후임자에 사상 최초로 흑인 여성을 지명할 계획이어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흑인 유권자를 결집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벌써 해야 했을 일이 너무 늦었다”며 2월 말까지는 흑인 여성 중 후임자를 지명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이미 후보군 검토를 시작했다”며 지명 절차가 가능한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연방대법원 대법관으로 재직한 115명 중 여성은 5명에 불과하고, 이 중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현직이다.   흑인 남성 대법관도 현직인 클레런스 토머스 등 2명뿐이었다. 장은주 기자대법관 모색 브라이어 후임자 브라이어 대법관 진보 대법관

2022-01-28

[J네트워크] 도둑맞은 진보

영어신문 코리아 중앙데일리(KJD)에 근무할 때다. 지금의 여당, 당시의 열린우리당을 두고 한 미국인 에디터 A가 ‘진보 성향의(liberal-minded)’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말라는 금지령을 내렸다. 이유를 묻자 기사 하나를 내밀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한국 진보 정치인들의 답은 불편한 침묵’이라는 요지의 헤드라인이 달려 있었다. “동포의 인권에 눈을 감는 세력을 진보라 부를 수 있나”라고 되묻는 그의 어조는 “1 더하기 1은 2 아닌가”라는 듯, 무미하고도 건조했다. 그에게 한국의 특정 정당 및 소속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는 전무했다. 자국의 정치인에 대해선 친(親) 민주당 성향임을 숨기지 않았지만.   2022년 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지금, A가 문제 삼았던 정당의 이름은 바뀌었지만 그 성향은 여전한 듯, 아니, 더 심해진 듯하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건강한 문제 제기는 여전히 전무하다. 북한 문제를 떠나서도 상식적으로 ‘진보’라는 분류에 속하기 마련인 가치에도 부합하지 않는 발언과 행동이 은연중 나온다. 지난달 특정 후보 지지자에 대해 “대부분 저학력 빈곤층 그리고 고령층”이라고 폄훼하는 발언을 페이스북에 써 놓고 다음날 “부적절한 부분이 있어 수정”했다는 구차한 변명은 차라리 귀엽다.   이번 대선은 여러모로 괴이하지만 ‘진보 vs 보수’ 구도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선 슬프기까지 하다. 각자가 악다구니로 지키고자 하는 것이 다를 뿐인 ‘수구A vs 수구B’의 대결에 다름 아니다.     진정한 진보야말로 소중한 가치일진데, 대한민국의 2022년 봄날이 벌써 우울한 건 마음이 너무 앞서는 것이기를 바란다. 박완서의 단편 ‘도둑맞은 가난’처럼, 대한민국의 진보는, 진보인 연(然)하는 이들에게 도둑맞았다. 한때는 진보의 얼굴이었을지 몰라도 이젠 진보의 탈을 쓰고 수구 세력이 돼버린 이들에게.   야당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진보와는 동떨어진 개인의 앙갚음과, 다양한 기득권을 되찾고자 하는 모습이 도드라진다. ‘적폐 청산’이라는 가시투성이 뫼비우스의 띠에 한국 정치가, 한국이라는 나라가 갇힌 것은 아닌지, 그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으로서 걱정스러울 뿐이다. 올 2월 별세한 고(故)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식사 때마다 “국민은 위대하다”고 강조하곤 했다. 매번 옳지는 않았으나 중요한 시기에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것은 한국 유권자들이었다는 주장이었다. 정치인들에게 기회를 주다가도 고삐가 풀렸다 싶을 때 단죄를 하는 게 대한민국 민심이라 했다. 내년 3월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들려오는 소식은 죄다 블랙 코미디인 2021년 12월이 유난히 삭막하다. 전수진 / 한국 중앙일보J네트워크 진보 한국 진보 진보 성향 인권 문제

2021-12-12

“동포사회 숙제하겠다 했는데..” 워싱턴한인들 애도

세상을 떠나기 48시간 전 워싱턴한인대표들과 마지막 간담회를 한 노회찬 의원 사망 소식에 워싱턴한인사회가 슬픔에 잠겼다. 사망 이틀 전 노 의원과 저녁식사를 함께한 동포들은 더욱 안타까워했다. 고 노회찬 의원은 20일 버지니아주 애난데일 설악가든에서 여야 정치인들과 함께 워싱턴동포간담회를 했다. 고 노회찬 의원 맞은편에 앉은 손경준 6·25참전 유공자 회장과 주로 이야기를 나눴다. 손경준 회장은 노 의원과 '국가유공자증'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손 회장은 “미국에 와서 미국시민권을 받은 한인들은 공로가 있어도 국가유공자증을 못 받고 있기 때문에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노 의원에게 설명했다”며 “이런 내용이 담긴 자료를 노 의원에게 전달하면서 ‘숙제니까 펴보라’고 말했고, 노 의원은 ‘예 알았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또 “그런데 노 의원 안색이 어두웠다. 말을 잘 안 하더라”고 말했다. 손 회장 오른쪽에 앉아있던 이요섭 식품주류상협회장은 “저는 아는 정치인이 노 의원 밖에 없어서 관심 있게 봤는데, 안색이 안 좋았고 피로해서 그런가 싶었다”며 “간담회가 끝나고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이게 마지막이라니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손 회장 왼쪽에 앉아있던 백성옥 메릴랜드한인회장은 “처음 본 분이었는데,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고 말이 없었다”며 “노동운동을 해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고 말했다. 노회찬 의원 바로 옆자리에 앉았던 김동기 워싱턴총영사는 “기운이 많이 빠지신 것 같았고 말이 없었다”며 “손경준 회장과 참전유공자증과 관련한 얘기를 몇 마디 했다”고 말했다. 우태창 버지니아한인회장은 “워싱턴동포들의 민간외교 활동에 대해 수고가 많다며 격려한 분이 이렇게 돼 너무 안타깝다”며 “압박감이 있었는지 얼굴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황원균 민주평통 미주부의장은 “항상 웃고 즐겁던 분인데, 웃음이 없고 침묵하는 모습이었다”며 “저분이 왜 저러시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 사이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인간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영천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은 “노 의원은 그날 말도 없었고, 어두웠다”며 “비보를 듣고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심재훈 기자 [email protected]

2018-07-23

노회찬 유서 남기고 투신

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모(49.구속기소)씨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 당사자인 정의당 노회찬(사진) 의원이 23일(이하 한국시간)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8분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현관 쪽에 노 의원이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해당 아파트 17~18층 계단에서 노 의원 외투를 발견했고 외투 안에서 신분증이 든 지갑과 정의당 명함 유서로 추정되는 글을 찾아냈다. 유서 내용은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노 의원이 드루킹 사건과 관련 신변을 비관해 투신했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노 의원은 드루킹 측근으로 자신과 경기고 동창인 도모(61) 변호사로부터 2016년 3월 불법 정치후원금 5000만원을 받은 의혹을 받는다. 드루킹의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으로부터 2000만원의 강의료를 받은 의혹도 있다. 이와 관련해 노 의원은 "어떤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특검 수사에 당당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18-07-22

[역사 산책] 이익의 붕당론과 진보정당의 내분

실학자였던 성호 이익의 고향은 경기도 안산이지만 태어난 곳은 부친 이하진의 유배지였던 평안도 벽동군이었다. 이하진은 "분하고 답답해하다가 (유배지에서) 죽었다('숙종실록' 8년 6월)"고 전하고 있는데 이익에게 공부를 가르쳐준 둘째 형 이잠도 세자(경종)를 제거하려는 노론에 맞섰다가 사형당했다. 경종 때 소론에서 편찬한 '숙종실록 보궐정오'는 이잠이 '상소를 올려 스스로 춘궁(春宮: 세자)을 위하여 죽는다는 뜻에 부쳤는데 그 어머니가 힘껏 말렸으나 그만두지 않고 드디어 극형을 받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의 부친은 백호 윤휴와 함께 북벌과 신분제 해체를 주창했던 남인 진보파인 청남이었다. 이익이야말로 당심(黨心)으로 세상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익은 당파적 시각을 뛰어넘어 당쟁의 본질을 팠다. 그래서 '붕당론'에서 "붕당은 싸움에서 생기고 그 싸움은 이해관계에서 생긴다"라고 당쟁의 본질을 이해다툼이라고 보았다. 이익은 당쟁을 열 사람이 굶주리다가 한 사발 밥을 함께 먹게 되면서 일어난 싸움으로 비유했다. 이익은 '당습소란'에서 "당파의 폐습이 고질화되면서 자기 당이면 어리석고 못난 자도 관중이나 제갈량처럼 여기고 가렴주구를 일삼는 자도 공수.황패(한나라 때 유명한 목민관들)처럼 여기지만 자기의 당이 아니면 모두 이와 반대로 한다"면서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비뚤어진 관점을 비판했다. 요즘 진보정당이 복지논쟁 등 진로 문제로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 내부의 비상식적 행태로 시끄럽다는 점이 이미 본궤도에서 벗어났다는 증거다. 당쟁 피해자의 관점을 뛰어넘어 당쟁의 본질을 간파하고 대안을 제시했던 이익의 혜안이 새삼 돋보인다.

2012-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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