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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에 빠지다] 음표에는 진보나 보수가 없다

로버트 털리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회장

로버트 털리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회장

판소리를 듣는 것은 마치 대지가 노래하는 소리를 듣는 것과 같다.
 
판소리는 음악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강렬한 가창력, 깊은 감정 표현, 극적인 이야기 전개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져 있다. 판소리 예술가는 가수이자 배우이며, 동시에 해설자다. 판소리 공연을 관람하면 뛰어난 기교에 감탄하게 되고, 마음 깊은 곳까지 울리는 감정에 사로잡히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도덕적 교훈까지 얻을 수 있다.
 
특히 판소리의 도덕적 교훈은 한국 문화 전반에 걸쳐 존재하며, 이를 과소평가할 수 없다. 한국인들에게 도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려면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를 살펴보면 된다.  
 
다른 언어 교재에서는 “제임스가 메리에게 우유 한 잔을 주었다” 또는 “수잔이 선생님 말씀을 들었다” 같은 일반적인 문장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재에서는 “제임스는 메리를 배려해 마지막 우유 한 잔을 주었다” 또는 “수잔은 선생님의 지혜를 배우며 경청했다” 같은 문장이 등장한다.  
 
한국에서 출판된 교재에서는 “건강을 잘 챙기세요”, “술을 많이 마시지 말고 담배를 피우지 마세요”, “부모님을 존경함으로써 더 나은 사람이 됩니다”, “좋은 학습 습관은 행복과 성공으로 이어집니다”와 같은 문장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모든 문화가 도덕적 교훈을 포함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은 이 교훈을 판소리를 통해 무대에서 노래하고 연기하는 행운을 가졌다. 이와 같은 공연 예술은 다른 어느 나라에도 없다.  
 
그러나 음악적으로 판소리는 하나의 사촌격인 장르가 있다. 판소리의 멜로디적 특성은 미국 블루스의 ‘벤트 노트(bent notes)’와 매우 닮았다. 기술적 유사성뿐만 아니라, 감정적 공감대도 같다. 판소리와 블루스는 모두 개인적이고 역사적인 슬픔을 표현하며, 억압을 극복해 존엄성을 성취하고자 하는 음악이다.  
 
판소리의 ‘한(恨)’은 블루스와 직결된 감정이다. 블루스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판소리를 즐길 수 있을 것이고, 판소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블루스를 공감할 것이다.
 
판소리의 힘은 단순히 놀라운 체력과 강한 폐활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판소리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점점 더 분열된 세상에 살고 있다. 국가 간 갈등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정치적 분열이 심화하고 있으며, 한인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음악의 음표에는 진보나 보수가 없다. 열정과 도덕성은 좌우로 나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음악에 대한 공통된 사랑으로 중심에 설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존엄성과 미덕을 추구하며, 삶의 의미를 갈망한다.
 
우리는 다양한 예술에서 이러한 공통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비록 의견과 신념은 다를지라도,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예술을 공유할 수 있다. 판소리를 통해 우리는 단순히 사랑을 공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인과 미국인이 개인적, 정치적 차이를 넘어 판소리를 함께 즐기며 이 예술을 만들어낸 나라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경외감을 공유할 수 있다.
 
우리는 판소리를 더 많은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한인 커뮤니티가 많은 해외 국가와 도시에서 이를 알릴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가끔 판소리 단가 공연이 열리지만, 최근 몇 년간 내가 알기에는 미국에서 전막 판소리 공연이 열린 적은 없다. 미국 내 2세, 3세 한인들과 미국 시민들이 이 독특한 공연 예술의 아름다움을 경험한다면 큰 혜택을 얻을 것이다.
 
판소리의 놀라운 힘을 모두와 함께 나누자. 음악은 세상을 더 즐겁고 감동적으로 만들며, 판소리는 음악을 더욱 감동적이고 즐겁게 만든다.

로버트 털리 / 코리안 아트 소사이어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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