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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지구온난화로 ‘기후플레이션’ 현실화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은 ‘기후’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을 합한 말로 이상 기후로 인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 온난화로 다양한 유형의 기후 위기가 나타나면서 농산물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날씨가 뒤흔드는 물가   이상 기후로 인한 날씨는 이미 물가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 국립환경정보센터(NCEI)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올해 1~4월은 175년 만에 가장 더웠다. 세계 곳곳의 폭염과 그에 따른 가뭄은 농산물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관련 식품의 가격도 들썩인다. 그중 하나가 ‘초콜릿플레이션’이다.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카카오 열매를 가공한 것)의 가격은 지난 4월에 이어 다시 t당 1만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코코아 가격이 치솟는 건 세계 코코아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의 극심한 가뭄 탓이다. 엘니뇨(적도 부근의 수온 급등 현상) 등 이상 기후의 영향이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지난해와 올해 코코아 생산이 직전 2년보다 11%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커피 가격도 불안하다.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원두 가격도 1년 새 30% 넘게 올랐다. 엘니뇨 현상으로 로부스타 커피 최대 산지인 베트남(36.5%)의 가뭄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고급 원두인 아라비카 커피는 앞으로 몇 달간 30%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슈가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설탕의 원재료인 원당 생산이 줄며 설탕값은 20%가량 뛸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2·3위 수출국인 인도·태국의 가뭄과 1위 수출국인 브라질의 강우량이 적었던 탓이다.   올리브유 가격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1분기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t당 1만88달러로, 1년 전보다 80% 상승하며 분기 사상 처음으로 1만 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4월에도 1년 전보다 44.7% 뛰었다.     전 세계 올리브유의 40%가량을 생산하는 스페인이 최근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며 올리브 나무가 말라 비틀어져서다.   ▶기후플레이션 자극할 ‘라니냐의 귀환’   기후플레이션과의 힘겨운 동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올여름이 북반구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NCEI에 따르면 올해는 기록상 가장 무더운 해 ‘톱 5’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며, 지난해보다 더 더울 것이란 전망은 61%에 이른다는 것이다.     우드웰 기후연구센터의 선임 과학자 제니퍼 프랜시스는 “올해 여름 미국 중부와 유럽에 극심한 폭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기후플레이션을 제대로 자극할 ‘라니냐(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상태)의 귀환’까지 예상된다. 라니냐는 미국 중남부와 아르헨티나·브라질 등 주요 곡창지대에 가뭄을 야기할 수 있다. 대서양에는 허리케인 발생 우려가 커진다. 중국 남부 곡창지대에 홍수가 날 위험도 높아진다. 겨울철 북반구에는 한파를 몰고 올 수 있다. 밀(북반구)과 옥수수·대두(남반구)의 파종과 생육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며 생산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라니냐가 가져올 농산물 작황 부진과 그에 따른 가격 급등만큼 걱정스러운 부분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다. 극심한 더위로 냉방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허리케인의 빈번한 발생으로 인한 원유 등의 공급난에, 가뭄으로 남미 지역의 수력 발전에 지장이 생길 경우 천연가스 등의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     늘어난 수요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씨티그룹은 “유럽과 아시아의 가스 가격이 50~60%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라니냐 발 한파는 에너지 수요 증가뿐만 아니라 가격 전가 효과도 낳는다. 최진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겨울철 북반구의 라니냐 발 한파는 난방 수요를 강화해 천연가스 등의 전력원 가격 상승을 유발하며 대체 연료인 난방유까지 자극해 유가를 상승시킬 수 있다”며 “산업 금속의 생산 비용도 인상시킨다”고 지적했다.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이를 원료로 하는 질소계 비료의 가격이 오르게 된다. 질소계 비료가 전체 시장의 58%를 차지하는 만큼,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이들 비료를 사용하는 소맥과 옥수수 등 곡물 가격에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하는 이상기후   기후플레이션은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이어지며 인플레이션의 영향력을 더 증폭시킬 수 있다. 그 양상은 다양하다. 기후에 민감한 분야나 영역의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공급이 줄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상 기후로 물리적인 공급망 교란도 생길 수 있다. 가뭄으로 인해 강과 운하 등의 수위가 낮아져 수로 등을 이용한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이는 물류비 증가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전 세계 물동량의 2.5%가량을 담당하는 파나마운하는 지난해 가뭄에 따른 수량 부족으로 통항 선박 수를 제한했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는 해수면보다 수위가 높은 고지대 수로를 갑문으로 연결하고, 가툰 호수의 담수로 수위를 조절해 선박을 고지대로 옮기는 방식으로 배가 다닌다. 하지만 지난해 역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가툰호의 수위가 낮아지자 통항 선박 수를 줄였다.     IMF는 “기후 관련 재해가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며 “공급망과 인플레이션의 다이내믹에 대한 이상 기후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플레이션의 영향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까지 지구온난화와 폭염으로 식품 물가가 연간 최대 3.2%포인트, 전체 물가는 연간 최대 1.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121개국에서 30년간 집계한 월별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날씨 데이터 총 2만7000개를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한 전 세계 연간 피해액은 약 19조~59조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갈수록 세지는 기후플레이션의 기세를 꺾어야 한다. 문제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구사하는 금리를 통한 통화 정책이 기후플레이션에는 제대로 통하지 않는 데 있다. IMF는 최근 보고서에서 강수량이 적고 기온이 높은 부정적인 기후 환경에서는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려도 향후 2년간 물가상승률은 0.6%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친다고 분석했다.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것으로 물가를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이야기다.FOCUS 기후플레이션 지구온난화 물가 상승 세계 코코아 기후 위기

2024-06-24

[FOCUS] 지구온난화 못 막으면 8억 인구에 재앙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가 지난달 30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개막해 내일(12일) 폐막한다. 협약 당사국 대표들을 비롯해 시민단체, 국제기관 등 7만여 명이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의 총회다.     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세계 이목이 쏠리면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해결에 주력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도 중동지역 전쟁과 내년 대선 등 복잡한 국내외 정세로 불참을 발표했다. 취임 후 총회에 바이든이 불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이번 총회의 주요 안건이다. COP28은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선진국들의 자발적인 협조로 지구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열린다.     이번 총회는 출발부터 순조롭지 못했다. 아랍에미리트 국영 석유회사의 최고경영자인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COP28 의장은 지난달 28일 메리 로빈슨 전 유엔기후변화 특사와의 대화에서 “지구 표면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과학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화석연료 사용 없이 경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즉각적인 비난에 직면했다. 알 자베르 의장은 서둘러 진화에 나서 “과학을 존중하고 믿는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일부 행사 관계자들은 총회 전부터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에서 COP28이 열리는 것에 대해 우려했었다. 산유국에서 행사가 열려 자국의 석유산업을 홍보할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번 총회에서 최초로 기후 펀드를 설립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가 300억 달러 규모의 기후 펀드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2030년까지 2500억 달러를 유치하는 것이 목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의 대부분은 선진 산업국에서 배출하지만 피해는 전 인류에게 돌아간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농업국 등 비산업 국의 피해가 크다.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에 따르면 인구의 6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는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온실가스 배출은 4%에 불과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 재해의 피해는 가장 크다.     국제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CAT)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는 500억mt(metric ton)이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144억mt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그 뒤로 미국(63억9000mt), 인도(35억2000mt), 유럽연합(34억3000mt), 러시아(20억3000mt), 일본(11억7000mt) 등 순이다.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중국의 반에 못 미친다. 하지만 배출량을 인구수로 나눌 경우 1인당 배출량은 중국을 압도한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온도 상승을 섭씨 2도 이하로 유지하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3년 후에는 목표치가 수정됐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목표치를 1.5도 이하로 낮췄다. 2도를 허용하면 기후 재앙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다.   ‘1.5도’가 지금 글로벌 화두로 떠올랐다. ‘마지노선 1.5도’라는 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된다면 최소 수년에서 최장 2030년 사이에 1.5도를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한다. 학계 전문가들은 산업화 이전보다 현재는 지구 온도가 평균 1.2~1.4도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은 COP28 총회에 맞춰  기후변화가 지구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공개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후변화로 영향을 받는 도시들의 가상 이미지를 시각화했다. 이미지는 각 지역의 고도와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높아졌을 경우를 가상한 것이다.   이미지는 두 종류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섭씨 1.5도로 제한한 경우와 이를 지키지 못해 섭씨 3도가 오른 경우를 비교했다. 클라이밋 센트럴은 2021년에는 섭씨 3도가 오른 것을 가정해 샌타모니카 피어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 경우 해수면이 최고 20피트 상승해 피어 전체가 바닷속에 잠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조사에서 섭씨 1.5도 이내로 유지했을 때에는 지구촌 대부분의 도시에서 지금의 상황과 별다른 변화가 없다. 하지만 3도가 올랐을 때를 가정하면 곳곳이 물에 잠긴다. COP28이 열리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는 물이 차올라 건물들이 물속에 잠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본 후쿠오카 주택들은 지붕만 남기고 바닷물에 잠기고 영국 글래스고는 차도까지 물이 차오르게 된다.     현재 지구에는 만조 때 물에 잠기는 지역에 대략 3억8500만 명이 거주한다. 기온이 1.5도 넘지 않을 경우 전 세계에서 5억1000만 명이 거주하는 지역이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지구의 평균온도가 3도 높아지면 만조 시 8억 명 이상의 인구가 사는 육지가 바다에 잠길 수 있다.     기후변화가 허구라는 주장도 있지만, 최근의 기상 이변을 보면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지구온난화는 더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고 그 영향은 전 인류에게 미친다. 그런 만큼 지구촌 전체의 공조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보이지 않게 다가오는 재앙에 대비해야 할 때다. 김완신 에디터FOCUS 지구온난화 재앙 온실가스 배출량 지구온난화 해결 유엔기후변화 특사

2023-12-10

[FOCUS] 엘니뇨·열돔·온난화로 올여름 뜨겁다

북중미를 비롯해 아시아, 유럽 등 지구촌 곳곳이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주 미국 중남부 지역은 열돔현상(Heat Dome)이 2주 넘게 이어지면서 한낮 온도가 화씨 100도를 훌쩍 넘었다. 폭염 지역은 텍사스, 애리조나, 오클라호마, 루이지애나, 앨라배마 등 남부주 대부분에 걸쳤다.     특히 폭염이 심한 텍사스주 일부 도시들은 110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구상 가장 더운 곳이라는 캘리포니아 데스밸리의 기온보다 높은 날도 있었다. 지난주까지 폭염으로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지난주 스페인, 영국, 독일 등의 기온이 평균보다 크게 올라가면서 비상이 걸렸다. 스페인 지역은 화씨 110도를 웃돌았다.   인도와 파키스탄 지역은 폭염 현상이 더 심했다. 최근 일부 지역은 117도까지 치솟았다. 인도 보건당국은 주민 100여명이 지난 수주간 폭염에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지난주 베이징 지역에 사상 처음으로 사흘째 ‘적색경보’가 울렸다. 가장 높은 단계인 적색경보는 104도 이상 고온이 예상될 때 발령된다. 베이징 기상당국은 이같은 폭염이 이번 달 중순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들어 동남아시아도 이상 고온을 보였다. 지난 4월 말부터 시작해 5월까지 100도가 넘은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됐다.   ▶다시 돌아온 엘니뇨   기상전문가들은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고온현상의 원인으로 엘리뇨 현상과 열돔 현상, 지구온난화 등을 꼽는다.     엘리뇨 현상은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은 상태로 수개월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엘니뇨가 발생해 해수면의 온도가 섭씨 0.5도 올라가면 지구 온도는 0.2도 상승한다. 반대로 라니냐는 해수면의 온도가 낮아져 대기의 온도가 떨어지는 현상이다.     태평양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면 수증기 증발을 촉진하게 돼 물을 쏟아붓는 듯한 호우성 강우가 자주 발생하고 이상고온 현상이 일어난다.     지난 수년간은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균보다 낮은 라니뇨 현상이 이어졌는데 올해에는 엘리뇨로 돌아섰다.     기상학자들은 올해에 예년보다 강한 수퍼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국립해상대기청은 “올해 엘니뇨 현상이 심각한 수준을 보여 북미 지역을 비롯해 곳곳에 기상이변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보했다. 7월까지는 해수면 온도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10월이 가까워지면 더 뜨거워져 이상기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열돔 현상은 7~10킬로미터 높이 대기권에 발달한 고기압이 반구 형태의 지붕을 만들어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현상으로 극심한 폭염의 원인이 된다.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   엘니뇨는 해수면의 온도 상승에 의해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는 자연현상이다. 반면 지구온난화는 인위적인 요소가 영향을 준다. 지구온난화는 이산화탄소와 열을 저장하는 가스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서 지구의 온도가 점차 상승하는 것을 말한다.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 기후환경과 생태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이상기후를 초래해 홍수와 가뭄의 양극단 현상을 불러오고 이상기온으로 폭염 피해가 생기기도 한다.      ▶기후변화에 공조 필요   지구온도 상승으로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유니버시티 오브 펜실베이니아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세기 동안 해수면은 매년 2밀리미터씩 상승했다. 이런 추세라면 금세기 말에는 해수면이 최대 50인치까지 올라가고, 이 경우 지구 곳곳의 저지대가 물에 잠기게 된다.     2021년 비영리단체 '클라이메트 센트럴(Climate Central)'은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1도에서 4도까지 올라갈 경우를 가상해 지구촌 여러 지역의 모습을 소개한 적이 있다. 산업화 이전보다 3도가 올라가면 롱비지 지역 405번 프리웨이 일부도 물바다가 된다. 샌타모니카 피어도 3도가 상승하면 해수면이 최고 20피트 올라가 피어 전체가 바닷속에 잠긴다. 과학자들은 지금 추세로 기온이 상승하면 다음 세기에 샌타모니카 피어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구온난화는 일부 국가의 문제가 아니다. 부정적인 영향은 모든 국가에게 미친다. 특정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산업화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선진 산업국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2009년 미국이 주도해 창설한 ‘에너지·기후에 관한 주요 경제국 포럼(MEFF)’은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를 국제적 공조로 막아 보자는 것이 목표다.     지구온난화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온도가 높아지는 속도를 줄일 수는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 절대적이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2030년 지구의 온도는 평균 1.5~2도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의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지구평균 기온이 2도가 오르면 가뭄과 폭우 등의 이상기후로 세계 1억8900만 명이 기아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는 폭우와 홍수, 가뭄과 폭염 등의 현상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인류를 파열의 위기로까지 내몰 수 있는 메가톤급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때 이른 여름에 세계를 강타한 폭염이 일상이 되지 않도록 기후변화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김완신 에디터FOCUS 엘니뇨 올여름 현상 지구온난화 폭염 현상 엘니뇨 기상전문가들

2023-07-02

[J네트워크] 지구온난화 해결, 그렇다고 기후까지 조정할 수 있을까

유럽에 모기 비상이 걸렸다.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ECDC)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한 해 유럽의 뎅기열 감염 사례가 총 71건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11년간의 누적 건수 74건에 육박하는 수치다. 역시 모기로 전파되는 웨스트나일열도 1000건 이상 발생해 92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유럽에 열대성 질병이 급증하는 이유로는 기후 온난화가 지목되고 있다. 날씨가 따듯해지면서 모기가 살기 좋은 환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피부로 느끼는 기후위기의 현장이다.   이번 주 유럽연합(EU)에선 독특한 성명이 발표될 예정이다. ‘지구공학(Geo-engineering)’ 기술에 대한 규제를 촉구한다고 한다. 지구공학은 온난화를 감소하는 기술을 통칭한다. 예컨대 성층권에 햇빛 반사 물질을 뿌려 대기 기온을 떨어뜨리는 ‘태양 복사 조정(Solar Radiation Modification)’ 기술 등을 포함한다. 반면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의견이 아직 없는 상황이다. 가팔라지는 지구온난화에 대비하려면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는 주장과 인간이 자연에 섣불리 개입하면 오히려 더 큰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문제는 이런 지구공학 실험이 이미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해 4월 메이크 선셋스(Make Sunsets)라는 미국의 스타트업이 멕시코 해변에서 아마존에서 구입한 직경 1.8m 풍선 속에 이산화황을 주입해 하늘로 날렸다. 그들이 주장하는 원리는 이렇다. 날려 보낸 풍선이 높은 고도에서 터져 이산화황 먼지를 뿜어내면 그 먼지가 태양광을 반사해 지구 온도를 낮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이 시도를 처음 알린 MIT 과학자들은 이산화황의 양이 미미해 대기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멕시코 정부는 이 실험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며 자국에서 모든 지구공학 실험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지구공학 기술은 다양하다. 대기 탄소 포집과 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 권운 구름 축소(cirrus cloud thinning) 등 인위적인 기후 개입 기술이 초기 개발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술이 향후 수년 내에 상용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기술의 위험성과 불확실성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스위스가 경고음을 냈다. 2019년 지구공학 기술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촉구하는 유엔 결의안을 추진했으나 결국 통과에는 실패했다. 당시 한국은 스위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의 EU 성명서가 주목되는 이유다. 하나로 연결된 지구촌, 한국의 선택도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안착히 / 글로벌협력팀장J네트워크 지구온난화 기후 지구공학 기술 지구공학 실험 기후 온난화

2023-06-28

[발언대] 올 것이 오고 있다

그저 한 번 스쳐 지나가는 현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코로나19 걱정에서 조금 벗어나는가 했는데 이제는 짐작만 했던 ‘불편한 진실’이 보라는 듯이 확실하게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올 것이 오고 있다. 우리는 몇 주 전, 바람까지 동반한 뜨겁고 습한 남가주 최악의 여름을 경험했다. 에어컨이 없는 밖으로 나갈 때면 달려드는 불덩어리를 피할 수 없었다. 이런 이상 기온이 한 차례 변덕이나 일탈이기를 바라지만 올 것이 온 모양이다. 남가주의 여름 폭염이 지나가자 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 소식이다. 영상을 보니 전쟁 후 폐허를 보는 것 같다. 연례행사쯤으로 여겼던 플로리다의 허리케인이 아니다. 역대 급 초강력 허리케인 ‘이안’이 할퀴고 간 상처가 내 일처럼 다가온다.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을 또렷이 기억한다. 2006년이었다. 환경오염, 지구온난화를 막지 못하면 홍수, 가뭄, 전염병이 찾아오게 된다고 예측했다. 이산화탄소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기후 변화가 급격히 올 수 있다고 했다. 이후 노벨위원회는 ‘1980년대에 지구온난화 문제는 흥미로운 가설로 보았으나 최근 인류평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지구온난화 문제를 평화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2007년, 이 영화에 출연하고 감독한 앨 고어는 유엔기구 기후변화위원회와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 영화를 통해 지구온난화를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다. 허나 그동안 서서히 변화하는 기후에 익숙해지며 ‘불편한 진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려 했다.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기사들 중 상당수가 ‘정말 심각한 문제인지 불확실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불편한 진실을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사회적 현상이 현실을 가감 없이 대변하고 있다.      2000년 대선에서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약속했던 앨 고어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을까. 석유산업으로 부자가 된 기업가는 온난화 현상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논쟁의 여지를 남겨왔다. 대신 그들은 인류가 살아가야 하는 지구 환경에 별로 관심이 없는 정치 후보에게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인간 생존을 위한 실존적 위협을 무시하는 행위는 죄악이다. 이제 온난화에 대한 대응은 정치적 경제적 문제를 넘어 도덕적이라는 앨 고어의 주장을 이해하겠다.    벌써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아니면 조금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일까. 지구촌 모든 사람이 하루에 플라스틱 봉지 한 개를 덜 쓴다면, 종이컵 대신 머그잔을 사용한다면, 곧 폭발할 것 같은 지구의 가쁜 숨소리가 조금 가라앉지 않을까.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현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구태의연하게 계속해온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할 때다. 더는 늦춰서는 안 된다. 나부터 먼저 실천에 옮겨야겠다.     오는 11월 8일 중간선거가 있을 예정이다. 출마자들의 정치적 이념이나 그들의 경력을 더욱 신중하게 살피려 한다.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문제에 관심을 갖는 지도자에게 한 표를 줄 예정이다. 이 문제는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이정숙 / 수필가발언대 지구온난화 문제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유엔기구 기후변화위원회

2022-10-11

[기고] 무서운 지구온난화 여파

지난 50년 동안 미국 최북단에 위치한 베로우 (Barrow, 현재 우트퀴아그빅(Utqiagvik)으로 개명) 외곽에 있는 국립해양대기청 (NOAA) 연구소에서 온실효과 기체의 농도를 관측해 왔다. 지난 1958년 하와이 마우나 로라에서 처음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측정한 것이 온실효과 기체 관측 계기가 되었다.     공장 등에서 배출하는 대표적인 온실효과 기체는 이산화탄소 (CO2), 메탄 (CH4), 아산화질소(N20) 등이다.     특히,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농도는 그다지 높지 않지만 온실효과는 20~300배에 달하기 때문에 메탄과 아산화질소 유출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다.     지구 온난화와 관련 지구 전체의 기온 상승에 비해 극지방에서의 온도 상승 속도가 훨씬 빠르다.     이 때문에 극지방을 온난화 및 기후변화의 최전선이라고 부른다. 특히, 빙산의 감소는 상상을 초월하는 영향을 인류에게 미치고 있다. 당연히 해양 및 육상 생태계에도 직간접으로 피해를 끼친다.     빙산 감소의 주요 원인은 북극해로 유입되는 북대서양 해류 및 러시아 강물의 온도 상승이다. 또 다른 원인은 산불 및 선박 엔진 등에서 배출되는 미세 먼지가 빙산 표면에 떨어져 반사율 (유입된 햇빛양에 비해 반사되는 비율)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즉, 눈이나 빙산은 대부분의 햇빛을 반사하지만, 미세먼지 등이 있으면 그곳에서는 햇빛을 흡수했다가 에너지를 발산해 빙산을 녹인다. 눈은 반사율이 0.8이다. 이는 20%만 눈에 흡수되고 나머지는 반사된다는 의미다.     빙산 감소로 인한 영향을 살펴보자. 우선, 물개는 삶의 터전을 상실하게 된다. 즉, 물개는 새끼를 유빙에서 키우는 경우가 많다. 새끼가 차가운 북극해에 들어갈 만한 체력을 갖출 때까지 먹이를 잡아다 준다. 이때, 유빙 밑부분에 미로를 만들어 새끼 물개가 북극곰의 공격으로부터 피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유빙이 얇아지거나 없어지면 물개가 새끼를 키울 곳이 없어진다. 또한, 얇아진 유빙은 북극곰이 쉽게 깰 수 있어 새끼 물개가 피할 곳이 없게 된다.     또 북극곰의 후각 능력은 매우 뛰어나 유빙 속 물개 새끼를 찾는데 그리 어렵지 않게 된다.     하지만 물개 서식지의 파괴는 북금곰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결국, 해양 생태계의 정상적인 순환이 파괴되기 때문에 어떤 영향이 어떻게 일어날지 상상하기가 힘들다.     현재 온난화는 유럽의 가뭄, 아시아와 미국의 홍수 등 지역 및 대륙별로 전혀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빙산 감소로 남태평양 섬들은 해수면 상승의 위협을 받고 있다. 언젠가는 아틀란티스 (Atlantis)가 되지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 주요 대도시 대부분이 해안에 인접해 있어 인류의 대부분도 해수면 상승의 영향권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산물 어획량의 감소다. 한국의 동해를 생각해 보자. 명태를 잡으면 현상금을 주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동해 북쪽으로 내려오는 한류가 더는 내려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쓰시마 난류가 북쪽으로 올라가는 기세가 더 강해진 탓이다. 한류성 어류인 명태가 동해서 잡히지 않는 이유이다.     이러한 온난화의 영향을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한 NOAA 지구관측 연구소가 지구 모든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베로우 NOAA관측소는 2020년 말 첨단시설로 교체됐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식행사는 지난 8월 초에나 가졌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도 온실효과 기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대기 중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가 315 ppm에서 430 ppm으로 증가했다.     온난화 및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단지, 온실효과 기체를 최대한 줄이는 것만이 후세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 줄 수 있는 방법이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페어뱅그스 교수기고 지구온난화 여파 새끼 물개가 물개가 새끼 온실효과 기체

2022-08-31

[기고] 무서운 지구온난화 여파

지난 50년 동안 미국 최북단에 위치한 베로우 (Barrow, 현재 우트퀴아그빅(Utqiagvik)으로 개명) 외곽에 있는 국립해양대기청 (NOAA) 연구소에서 온실효과 기체의 농도를 관측해 왔다. 지난 1958년 하와이 마우나 로라에서 처음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측정한 것이 온실효과 기체 관측 계기가 되었다.     공장 등에서 배출하는 대표적인 온실효과 기체는 이산화탄소 (CO2), 메탄 (CH4), 아산화질소(N20) 등이다.     특히,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농도는 그다지 높지 않지만 온실효과는 20~300배에 달하기 때문에 메탄과 아산화질소 유출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다.     지구 온난화와 관련 지구 전체의 기온 상승에 비해 극지방에서의 온도 상승 속도가 훨씬 빠르다.     이 때문에 극지방을 온난화 및 기후변화의 최전선이라고 부른다. 특히, 빙산의 감소는 상상을 초월하는 영향을 인류에게 미치고 있다. 당연히 해양 및 육상 생태계에도 직간접으로 피해를 끼친다.     빙산 감소의 주요 원인은 북극해로 유입되는 북대서양 해류 및 러시아 강물의 온도 상승이다. 또 다른 원인은 산불 및 선박 엔진 등에서 배출되는 미세 먼지가 빙산 표면에 떨어져 반사율 (유입된 햇빛양에 비해 반사되는 비율)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즉, 눈이나 빙산은 대부분의 햇빛을 반사하지만, 미세먼지 등이 있으면 그곳에서는 햇빛을 흡수했다가 에너지를 발산해 빙산을 녹인다. 눈은 반사율이 0.8이다. 이는 20%만 눈에 흡수되고 나머지는 반사된다는 의미다.     빙산 감소로 인한 영향을 살펴보자. 우선, 물개는 삶의 터전을 상실하게 된다. 즉, 물개는 새끼를 유빙에서 키우는 경우가 많다. 새끼가 차가운 북극해에 들어갈 만한 체력을 갖출 때까지 먹이를 잡아다 준다. 이때, 유빙 밑부분에 미로를 만들어 새끼 물개가 북극곰의 공격으로부터 피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유빙이 얇아지거나 없어지면 물개가 새끼를 키울 곳이 없어진다. 또한, 얇아진 유빙은 북극곰이 쉽게 깰 수 있어 새끼 물개가 피할 곳이 없게 된다.     또 북극곰의 후각 능력은 매우 뛰어나 유빙 속 물개 새끼를 찾는데 그리 어렵지 않게 된다.     하지만 물개 서식지의 파괴는 북금곰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결국, 해양 생태계의 정상적인 순환이 파괴되기 때문에 어떤 영향이 어떻게 일어날지 상상하기가 힘들다.     현재 온난화는 유럽의 가뭄, 아시아와 미국의 홍수 등 지역 및 대륙별로 전혀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빙산 감소로 남태평양 섬들은 해수면 상승의 위협을 받고 있다. 언젠가는 아틀란티스 (Atlantis)가 되지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 주요 대도시 대부분이 해안에 인접해 있어 인류의 대부분도 해수면 상승의 영향권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산물 어획량의 감소다.  한국의 동해를 생각해 보자. 명태를 잡으면 현상금을 주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동해 북쪽으로 내려오는 한류가 더는 내려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쓰시마 난류가 북쪽으로 올라가는 기세가 더 강해진 탓이다. 한류성 어류인 명태가 동해서 잡히지 않는 이유이다.     이러한 온난화의 영향을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한 NOAA 지구관측 연구소가 지구 모든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베로우 NOAA관측소는 2020년 말 첨단시설로 교체됐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식행사는 지난 8월 초에나 가졌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도 온실효과 기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대기 중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가 315 ppm에서 430 ppm으로 증가했다.     온난화 및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단지, 온실효과 기체를 최대한 줄이는 것만이 후세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 줄 수 있는 방법이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페어뱅그스 교수기고 지구온난화 여파 새끼 물개가 물개가 새끼 온실효과 기체

2022-08-24

[시론]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는 초심

세상이 바뀌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관성(慣性)’이라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익숙한 습관으로 사는 것이 편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새로운 세상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기를 원치 않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기후 위기 같은 문제를 예로 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병들어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안은 이미 수도 없이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막상 실천은 거의 하지 않는다. 관성 때문이다. 지금보다 가난하고 불편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   그러니 세상 개선되거나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고, 늘 요란하고 시끄럽기만 한 것이다. 예술에서도 그런 현상이 마찬가지로 일어난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하는 예술가를 가로막는 장벽이 바로 관성 또는 습관, 익숙함이다.   남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 이야기다. 나는 지금 몸에 익은 관성에 기대어 늘 그렇고 그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를 심각하게 반성하는 요즈음이다. 반성한다고 바로 무슨 묘책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만….   예술계의 어느 장르나 비슷한데, 열심히 해서 자기 작품세계를 어느 정도 인정받고, 제법 명성이 생기면 그에 알맞은 성공이 보장되고, 이른바 자기 세계라는 틀이 만들어진다. “아무개 작가는 어떠어떠한 작품을 한다”라는 식의 틀. 그걸 ‘개성’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한다.   일단 그런 틀이 생기면 어지간해서는 거기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피카소 정도 되면 모를까, 자기 울타리를 벗어나면 위험이나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관성이 강하게 작용하게 마련이다.   결국 과감한 변신이나 파격적 시도는 엄두를 못 내고, 늘 하던 대로 같은 작업을 되풀이하면서 약간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시도하는 정도에 그치게 된다. 그래서 잘 되면 끈질기고 철저하게 자기 탐구하는 진지한 작가로 평가되는 것이고, 자칫 방심하면 매너리즘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되는 것이다.    작가의 자세는 무척 다양하다. 화가를 예로 들자면 김창열 화백처럼 지치지도 않고 줄기차게 물방울만 그린 구도자적 작가도 있고, 지루한 걸 견디지 못해 몇 년마다 새로운 주제에 도전하는 화가도 있고, 수시로 새로운 시도를 하며 오락가락 정신없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로 말할 일은 물론 아니다. 핵심은 창조력과 긴장감 같은 것이다. 농축된 정신이 담긴 작품을 만드느냐, 익숙한 솜씨로 제품이나 상품을 제작하느냐의 문제… 그래서 너무 익숙해지면 둔감해지기 쉽고, 만만하게 여기기도 쉬움을 경계하는 말씀이 많은 것이겠지.   대배우 채플린이 연기라는 직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린 영원한 아마추어야. 거기서 벗어나기엔 인생은 너무 짧아.” 내게는 이 말씀이 큰 자극이 된다. 새기고 또 새겨들을 말씀이다. 달리 말하자면, 연기를 처음 시작한 아마추어의 설렘, 떨림, 긴장감, 겸허함 같은 소중한 것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말씀이다. 자기도 모르게 익숙해져서 만만하게 여기는 교만함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말씀,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씀….   말년의 루빈스타인이 “나는 아직도 무대에 나가 피아노 앞에 앉으면 너무나 떨린다”고 한 말씀을 음미한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시론 안주 초심 말씀 초심 자기 작품세계 지구온난화 기후

2022-07-11

[시론]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는 초심

세상이 바뀌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관성(慣性)’이라고 한다. 사람 누구나 그렇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익숙한 습관으로 사는 것이 편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새로운 세상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기를 원치 않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기후 위기 같은 문제를 예로 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병들어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안은 이미 수도 없이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막상 실천은 거의 하지 않는다. 관성 때문이다. 지금보다 가난하고 불편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   그러니 세상 개선되거나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고, 늘 요란하고 시끄럽기만 한 것이다. 예술에서도 그런 현상이 마찬가지로 일어난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하는 예술가를 가로막는 장벽이 바로 관성 또는 습관, 익숙함이다.   남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 이야기다. 나는 지금 몸에 익은 관성에 기대어 늘 그렇고 그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를 심각하게 반성하는 요즈음이다. 반성한다고 바로 무슨 묘책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만….   예술계의 어느 장르나 비슷한데, 열심히 해서 자기 작품세계를 어느 정도 인정받고, 제법 명성이 생기면 그에 알맞은 성공이 보장되고, 이른바 자기 세계라는 틀이 만들어진다. “아무개 작가는 어떠어떠한 작품을 한다”라는 식의 틀. 그걸 ‘개성’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한다.   일단 그런 틀이 생기면 어지간해서는 거기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피카소 정도 되면 모를까, 자기 울타리를 벗어나면 위험이나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관성이 강하게 작용하게 마련이다.   결국 과감한 변신이나 파격적 시도는 엄두를 못 내고, 늘 하던 대로 같은 작업을 되풀이하면서 약간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시도하는 정도에 그치게 된다. 그래서 잘 되면 끈질기고 철저하게 자기 탐구하는 진지한 작가로 평가되는 것이고, 자칫 방심하면 매너리즘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해당 작가는 ‘개성’이라고 끝까지 우기겠지만….   작가의 자세는 무척 다양하다. 화가를 예로 들자면 김창열 화백처럼 지치지도 않고 줄기차게 물방울만 그린 구도자적 작가도 있고, 지루한 걸 견디지 못해 몇 년마다 새로운 주제에 도전하는 화가도 있고, 수시로 새로운 시도를 하며 오락가락 정신없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로 말할 일은 물론 아니다. 핵심은 창조력과 긴장감 같은 것이다. 농축된 정신이 담긴 작품을 만드느냐, 익숙한 솜씨로 제품이나 상품을 제작하느냐의 문제… 그래서 너무 익숙해지면 둔감해지기 쉽고, 만만하게 여기기도 쉬움을 경계하는 말씀이 많은 것이겠지.   몸에 익은 관성에 기대 안주하는 안일한 자세에서 벗어나려면, 허구한 날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따분한 글을 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배우 채플린이 연기라는 직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린 영원한 아마추어야. 거기서 벗어나기엔 인생은 너무 짧아.” 내게는 이 말씀이 큰 자극이 된다. 새기고 또 새겨들을 말씀이다. 달리 말하자면, 연기를 처음 시작한 아마추어의 설렘, 떨림, 긴장감, 겸허함 같은 소중한 것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말씀이다. 자기도 모르게 익숙해져서 만만하게 여기는 교만함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말씀,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씀….   말년의 루빈스타인이 “나는 아직도 무대에 나가 피아노 앞에 앉으면 너무나 떨린다”고 한 말씀을 음미한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시론 안주 초심 말씀 초심 자기 작품세계 지구온난화 기후

2022-07-08

[전문가 기고] 지구온난화와 수은방출 위험

북극은 세계 어느 곳보다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한 최전선이다. 이는 기온의 상승에 따른 지상 얼음(빙하와 해빙)과 지하 얼음(동토)의 녹는 정도가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로 다가 온다.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 23개를 채울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수은 매장지가 북반구 동토층이라고 한다. 즉, 약 5700만 리터의 수은이 캐나다, 알래스카, 시베리아, 중국 티베트고원의 동토층에 매장돼 있다. 이는 전 세계 토양, 공기, 바다 등에 있는 수은 양의 2배에 해당되는 것이다.  매년 약 200t의 수은이 북극해로 유입된다는 사실도 최근 밝혀졌다.     석탄을 태우고, 금속을 채굴하고, 쓰레기를 소각하는 것처럼 인간의 활동으로 대기 중으로 수은이 방출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동토층이 자연 환경에서 ‘중요한 수은 공급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사실 이들 연구 전까지 동토층에 무엇이 얼마나 저장되어 있는지 또한 동토의 융해가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수은은 자연적으로 발생해 순환하는 독성 오염물질이다. 토양에 축적되고, 철이나 마그네슘과 같은 영양소를 통해 식물에 유입되고, 유기물에 결합해 존재하기도 한다. 즉, 식물이 죽어 토양에 묻혀 동토층에 얼어 저장되면 수은은 시간과 함께 점차 축적되어 간다.   수은은 메틸수은 형태일 때 사람과 동물에게 위험할 수 있다. 동토층에 얼마나 많은 메틸수은이 갇혀 있다가 융해로 빠져나가는지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토양 미생물은 메틸수은을 함유한 유기물을 섭취해 수은을 체내 흡수한다. 동토 융해로 북극해로 유입한 수은은 먹이사슬을 통해 직접인 피해를 사람과 동물에게 준다. 이로 인해 운동 장애 및 선천적 기형과 같은 신경학적 문제를 야기시킨다.   알래스카 원주민 연합회의 과학 책임자는 “(수은 문제는) 원주민 사회와 어로 식량 자원에 의존하는 부족에게 매우 큰 관심사이자 생존문제다”라고 우려했다. 또한 동토층에서 침출되는 수은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도 부족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동토층이 얼어 있는 한 이러한 문제는 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 및 북극 온난화로 동토가 융해될 때는 얼마나 많은 수은이 언제, 어디서 방출될 것인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동토층의 융해로 얼어 있던 메틸수은이 강을 통해 북극해로 유입되고 있다. 알래스카 내륙 인디언은 강을 역류한 연어 등의 어류를 훈제해 긴 겨울철 단백질을 보충하고 연안의 에스키모는 고래와 바다 동물을 수렵한다. 이들 원주민은 육상 동물도 수렵해 식용한다. 조상 대대로 어로와 수렵활동으로 살아 온 이들 원주민들에게 동토층 융해로 인한 수은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얼마나 큰 해를 가져다 줄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연구가 필요하다.     인간뿐만 아니라 북극곰, 파일럿고래, 일각고래, 흰돌고래, 물개, 바닷새 등의 동물이 고농도 수은에 노출되는 것도 우려할 만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전문가 기고 지구온난화 수은방출 수은 문제 수은 매장지 알래스카 원주민

2022-06-15

[전문가 기고] 지구온난화와 수은방출 위험

북극은 세계 어느 곳보다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한 최전선이다. 이는 기온의 상승에 따른 지상 얼음(빙하와 해빙)과 지하 얼음(동토)의 녹는 정도가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로 다가 온다.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 23개를 채울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수은 매장지가 북반구 동토층이라고 한다. 즉, 약 5700만 리터의 수은이 캐나다, 알래스카, 시베리아, 중국 티베트고원의 동토층에 매장돼 있다. 이는 전 세계 토양, 공기, 바다 등에 있는 수은 양의 2배에 해당되는 것이다.  매년 약 200t의 수은이 북극해로 유입된다는 사실도 최근 밝혀졌다.     석탄을 태우고, 금속을 채굴하고, 쓰레기를 소각하는 것처럼 인간의 활동으로 대기 중으로 수은이 방출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동토층이 자연 환경에서 ‘중요한 수은 공급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사실 이들 연구 전까지 동토층에 무엇이 얼마나 저장되어 있는지 또한 동토의 융해가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수은은 자연적으로 발생해 순환하는 독성 오염물질이다. 토양에 축적되고, 철이나 마그네슘과 같은 영양소를 통해 식물에 유입되고, 유기물에 결합해 존재하기도 한다. 즉, 식물이 죽어 토양에 묻혀 동토층에 얼어 저장되면 수은은 시간과 함께 점차 축적되어 간다.   수은은 메틸수은 형태일 때 사람과 동물에게 위험할 수 있다. 동토층에 얼마나 많은 메틸수은이 갇혀 있다가 융해로 빠져나가는지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토양 미생물은 메틸수은을 함유한 유기물을 섭취해 수은을 체내 흡수한다. 동토 융해로 북극해로 유입한 수은은 먹이사슬을 통해 직접인 피해를 사람과 동물에게 준다. 이로 인해 운동 장애 및 선천적 기형과 같은 신경학적 문제를 야기시킨다.   알래스카 원주민 연합회의 과학 책임자는 “(수은 문제는) 원주민 사회와 어로 식량 자원에 의존하는 부족에게 매우 큰 관심사이자 생존문제다”라고 우려했다. 또한 동토층에서 침출되는 수은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도 부족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동토층이 얼어 있는 한 이러한 문제는 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 및 북극 온난화로 동토가 융해될 때는 얼마나 많은 수은이 언제, 어디서 방출될 것인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동토층의 융해로 얼어 있던 메틸수은이 강을 통해 북극해로 유입되고 있다. 알래스카 내륙 인디언은 강을 역류한 연어 등의 어류를 훈제해 긴 겨울철 단백질을 보충하고 연안의 에스키모는 고래와 바다 동물을 수렵한다. 이들 원주민은 육상 동물도 수렵해 식용한다. 조상 대대로 어로와 수렵활동으로 살아 온 이들 원주민들에게 동토층 융해로 인한 수은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얼마나 큰 해를 가져다 줄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연구가 필요하다.     인간뿐만 아니라 북극곰, 파일럿고래, 일각고래, 흰돌고래, 물개, 바닷새 등의 동물이 고농도 수은에 노출되는 것도 우려할 만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동토의 해빙은 생태계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수은 방출이다. 기후변화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대처하는 전 인류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그스 교수전문가 기고 지구온난화 수은방출 수은 문제 수은 매장지 수은 공급원

2022-06-13

[전문가 기고] 지구온난화와 ‘잡종’ 곰

2006년 캐나다 북서 지역에서 사냥꾼이 북극곰으로 추정되는 동물을 사살했다. 그런데 그 동물은 이전에 야생에서 보고된 적이 없는 동물의 형체였다. 북극곰의 특징은 흰털을 가지고 있는데 그 동물은 긴 발톱, 둥근 등근육, 평평한 안면과 갈색털을 지닌 갈색곰(그리즐리 베어)의 특징을 가졌다. 전형적인 북극곰도 또는 갈색곰의 형상도 아니었다.     사냥꾼이 캘리포니아 대학의 전문가에게 그 동물의 유전자 검사를 의뢰한 결과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는 새로운 종류의 동물임이 밝혀졌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북극곰도 갈색곰도 아닌 ‘잡종(hybrid)’이었다. 이는 야생에서 북극곰 암컷과 수컷 갈색곰 사이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이 잡종 곰은 피즐리 (pizzly: 수컷 polar + 암컷 grizzly) 또는 글로라 grolar: 수컷 grizzly + 암컷 polar)라고 하며 드물게 야생에서 발견된다. 잡종 곰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였다.     지구온난화로 극지의 기온 상승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갈색곰은 기온에 대응해 활동 영역을 북쪽으로 확장하고 있다. 북미 고위도의 최북단 산맥을 기준으로 남쪽에는 한대산림, 북쪽은 툰드라로 구분된다. 이제까지 갈색곰의 최북단 활동 지역은 이 산맥의 남쪽 사면 아래였다. 그런데 눈으로 덮인 남쪽 사면에서 곰으로 보이는 동물이 자주 목격됐다. 그 곰은 흰색과 갈색의 얼룩무늬 털을 갖고 있다. 이는 월동을 할 수도 있는 갈색곰의 특징과 한겨울에도 사냥을 할 수 있는 북극곰의 특징을 지닌 잡종이다. 어떠한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잡종이다.   반면 북극곰은 극지온난화에 따른 해빙의 급격한 감소로 물범을 사냥할 기회를 잃어 버리면서 연안에서 내륙으로 사냥감을 찾는 빈도가 점차 늘어간다. 더욱이 해빙의 감소는 북극곰에게 심각한 생존 스트레스를 주어 사망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북극곰이 보호종으로 지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갈색곰의 활동 영역 확장의 증거로 북극해 연안에 고래 사체를 두는 곳에서 북극곰과 갈색곰이 목격됐다. 이들의 짝짓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 같은 잡종의 출현은 곰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1990년 한 과학자는 북극 원주민 사냥꾼의 집 벽에 걸려 있는 이상하게 생긴 고래류의 두개골에 주목했다. 두개골은 흰돌고래(beluga)도 일각고래(narwhal)도 아닌 중간 위치의 모양이었다. 유전자 분석 결과 일각고래와 흰돌고래의 잡종 두개골임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북극해에서 흰돌고래 무리 속에 일각고래 한 마리가 유영하고 있는 모습이 인공위성으로 관측돼 잡종 탄생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일반적으로 잡종은 흥미로운 변형처럼 생각되지만 진화론적으로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잡종의 경우 생존 능력과 번식 능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서식지에서 적응한 종보다는 잡종이 대부분 더 건강해 환경변화에 더 잘 적응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모든 것들에게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극지온난화에 따른 환경변화로 육상과 해양 고등 동물에서 잡종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변화한 환경에 대한 적응 유전자가 잡종이 순수 종에 비해 휠씬 발달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지구온난화는 고등동물 활동 영역을 점차 북쪽으로 확장시켜 잡종의 탄생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전문가 기고 지구온난화 잡종 잡종 두개골 잡종 탄생 북극곰 암컷과

2022-05-30

[전문가 기고] 지구온난화와 ‘잡종’ 곰

2006년 캐나다 북서 지역에서 사냥꾼이 북극곰으로 추정되는 동물을 사살했다. 그런데 그 동물은 이전에 야생에서 보고된 적이 없는 동물의 형체였다. 북극곰의 특징은 흰털을 가지고 있는데 그 동물은 긴 발톱, 둥근 등근육, 평평한 안면과 갈색털을 지닌 갈색곰(그리즐리 베어)의 특징을 가졌다. 전형적인 북극곰도 또는 갈색곰의 형상도 아니었다.     사냥꾼이 캘리포니아 대학의 전문가에게 그 동물의 유전자 검사를 의뢰한 결과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는 새로운 종류의 동물임이 밝혀졌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북극곰도 갈색곰도 아닌 ‘잡종(hybrid)’이었다. 이는 야생에서 북극곰 암컷과 수컷 갈색곰 사이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이 잡종 곰은 피즐리 (pizzly: 수컷 polar + 암컷 grizzly) 또는 글로라 grolar: 수컷 grizzly +암컷 polar)라고 하며 드물게 야생에서 발견된다. 잡종 곰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였다.     2017년 과학저널 연구논문은 이들 잡종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임을 밝혔다. 북극곰 암컷 한 마리와 갈색곰 수컷 두 마리 사이에서 8마리의 잡종 곰이 태어난 것으로 보고됐다.     지구온난화로 극지의 기온 상승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갈색곰은 기온에 대응해 활동 영역을 북쪽으로 확장하고 있다. 북미 고위도의 최북단 산맥을 기준으로 남쪽에는 한대산림, 북쪽은 툰드라로 구분된다. 이제까지 갈색곰의 최북단 활동 지역은 이 산맥의 남쪽 사면 아래였다. 그런데 눈으로 덮인 남쪽 사면에서 곰으로 보이는 동물이 자주 목격됐다. 그 곰은 흰색과 갈색의 얼룩무늬 털을 갖고 있다. 이는 월동을 할 수도 있는 갈색곰의 특징과 한겨울에도 사냥을 할 수 있는 북극곰의 특징을 지닌 잡종이다. 어떠한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잡종이다.   반면 북극곰은 극지온난화에 따른 해빙의 급격한 감소로 물범을 사냥할 기회를 잃어 버리면서 연안에서 내륙으로 사냥감을 찾는 빈도가 점차 늘어간다. 더욱이 해빙의 감소는 북극곰에게 심각한 생존 스트레스를 주어 사망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북극곰이 보호종으로 지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갈색곰의 활동 영역 확장의 증거로 북극해 연안에 고래 사체를 두는 곳에서 북극곰과 갈색곰이 목격됐다. 이들의 짝짓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 같은 잡종의 출현은 곰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1990년 한 과학자는 북극 원주민 사냥꾼의 집 벽에 걸려 있는 이상하게 생긴 고래류의 두개골에 주목했다. 두개골은 흰돌고래(beluga)도 일각고래(narwhal)도 아닌 중간 위치의 모양이었다. 유전자 분석 결과 일각고래와 흰돌고래의 잡종 두개골임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북극해에서 흰돌고래 무리 속에 일각고래 한 마리가 유영하고 있는 모습이 인공위성으로 관측돼 잡종 탄생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일반적으로 잡종은 흥미로운 변형처럼 생각되지만 진화론적으로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잡종의 경우 생존 능력과 번식 능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서식지에서 적응한 종보다는 잡종이 대부분 더 건강해 환경변화에 더 잘 적응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모든 것들에게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극지온난화에 따른 환경변화로 육상과 해양 고등 동물에서 잡종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변화한 환경에 대한 적응 유전자가 잡종이 순수 종에 비해 휠씬 발달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지구온난화는 고등동물 활동 영역을 점차 북쪽으로 확장시켜 잡종의 탄생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전문가 기고 지구온난화 잡종 잡종 두개골 북극곰 암컷과 잡종 탄생

2022-05-18

[칼럼 20/20] 지구의 날과 다행성 종족

세계 최고 부자는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다. 경제매체 포브스가 5일 발표한 억만장자 명단에서 순자산 2190억 달러로 1위에 올랐다. 지난달 진보 성향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부자들의 탐욕을 지적하자 머스크는 돈을 모으는 이유를 트위터로 밝혔다.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들기 위해’ 돈을 번다는 것이다.     ‘다행성 종족(Multi-Planetary Species)’은 여러 행성에 거주하는 생명체를 뜻한다. 인간에 한정하면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도 살 수 있는 종족이 되는 것이다. 머스크는 ‘다행성 인류’를 실현하기 위해 2026년에 인간을 화성에 보내고 궁극적으로 화성 이주를 실현하겠다고 한다.     지구를 떠나는 이야기는 SF소설에 자주 등장한다. 2006년 발표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 ‘파피용’이 대표적이다. 14만4000명의 지구인이 태양빛을 동력으로 하는 거대 우주선 ‘파피용’을 타고 이주할 행성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공상소설이기는 하지만 미래 세계보다는 인간 본성의 문제가 주제다.   지구 탈출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꿈 같은 이야기였다. 주로 소설이나 영화의 소재로 등장했다. 인간의 무관심과 무지로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새 행성을 찾아 이주한다는 것이 전형적인 줄거리다.     오늘(4월 22일)은 ‘지구의 날(Earth Day)’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위한 날이다.  1969년 샌타바버러 기름 유출 사고가 계기가 됐다. 1970년 위스콘신주 상원의원 게이로드 넬슨과 젊은 사회운동가 데니스 헤이즈가 지구 보존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출발했다. 당시 미 전국에서 2000만 명이 산업화 이후 150여년간 방치했던 지구를 살리자는 운동에 동참했다. 올해로 반세기를 넘은 ‘지구의 날’은 현재 193개국이 기념하고, 연인원 10억 명이 지구 살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초창기 지구 살리기는 자연훼손과 대기오염 방지가 목표였지만 2000년대 들어 지구온난화 문제와 청정에너지 개발이 주요 관심사가 됐다. 지구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평균기온 상승이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2030년 지구 평균온도는 섭씨 1.5~2도 올라갈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2도 높다. 과학자들은 2도 상승을 마지노선으로 정했지만 이를 낮추자는 의견이 많다. 1.5도만 올라도 지구 곳곳이 물에 잠기면서 5억 인구의 생활에 피해를 줄 수가 있다.     장기적인 기후변화는 감지하기 어렵다. 서서히 다가오는 지구온난화는 인류가 직면한  재앙이다. 해결을 위한 노력도 지구촌 전체의 공조로 이뤄져야 한다.     다른 행성 이주는 두 가지가 충족돼야 가능하다. 지구가 더 이상 살 수 없는 곳이라는 전제에, 행성간 이동·이주를 가능하게 할 기술개발이 합쳐졌을 때다. 지금으로서는 둘 다 현실적이지 못하다. 아직도 지구는 살 만한 곳이고, 이동 기술은 초보 단계를 겨우 넘었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당분간(?) 인류가 발 딛고 살아야 할 곳은 지구다. 더 정확히 말해 인간이 ‘유일’하게 살 수 있는 곳은 지구뿐이다. 보전해야 할 곳도 역시 지구뿐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우리의 위대한 국립공원들(Our Great National Parks)’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내레이터로 나온다. 재임기간 기후변화 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였던 오바마는 시리즈 마지막 편에서 자연보호 동참을 촉구하며 이렇게 말을 맺는다.     “더 이상 허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우리의 자녀들에게 남겨 줄 자연은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이 바로 행동할 때입니다.” 김완신 / 논설실장칼럼 20/20 다행성 지구 지구온난화 문제 다행성 종족 다행성 인류

2022-04-21

[전문가 기고] 해양 생태계 위협하는 지구온난화

 알래스카 연안에 거주하는 에스키모는 봄과 가을에 국제포경위원회(IWC)로부터 할당받은 수만큼 고래를 포획한다. 이는 에스키모 전통을 계승하고, 문화를 이어가는 행사다. 에스키모들이 포획한 고래는 부위별로 나누어 원주민에게 분배함으로써 전통과 문화를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북극 지역의 온난화는 세계 다른 대륙보다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원주민의 포경 활동은 멈추지 않고 있다. 다만, 북극해 온난화로 인한 해빙의 감소는 이들의 고래잡이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즉, 십수년 전에는 북극해에 해빙이 넓게 분포해 북극해로 회유한 고래가 숨을 쉬기 위해 해빙 사이의 빈틈을 찾아 왔다. 그러면 그 해빙 위에서 원주민이 기다리다가 고래를 쉽게 포획할 수 있었다.     해빙을 이용하는 것은 원주민 뿐만 아니라 북극곰도 있다. 북극곰도 일각고래나 흰돌고래를 잡아 살아간다.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쉽게 고래를 잡을 수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원주민이나 북극곰이나 고래잡이에 많은 노력을 해도 포획의 기회가 점점 줄고 있다. 해빙의 감소로 원주민은 연안을 벗어나 먼 곳까지 이동해 고래를 찾아다녀야 한다. 언제 수면으로 올라 올지 몰라 포획 타이밍을 맞추기가 매우 힘들다.     고래잡이의 위험도 더욱 커지고 있다. 고래가 창을 맞았을 때 살려고 발버둥칠 수   있는 반경이 넓어지고 도망칠 기회도 많아져 작은 배를 이용한 원주민의 고래사냥이 힘들어졌다. 이는 원주민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북극해의 최상 포식자인 북극곰의 고래 포획도  어렵게 한다.     최근에는 북극곰이 북극순록을 사냥하는 뉴스를 들었다. 이런 경우는 북극 지방에서는 매우 드물다. 순록이 북극곰을 피해 바다로 뛰어 들었을 때 북극곰이 추격하여 순록을 포획한 후, 육상으로 건져내 먹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는 자연의 이치에 반하기 때문이다.     범고래는 해양에서 최상의 포식자이다. 온순한 모습과는 달리 두뇌가 뛰어나고, 환경적응 능력이 발달한 해양 동물이다. 자기보다 큰 고래나 상어 등을 팀플레이를 통해 사냥한다. 날쌘 돌고래를 포획하는 것도 범고래이다. 또, 해변에 서식하는 물개도 파도를 이용해서 잡는 명석한 포획자이기도 하다.     알래스카의 남쪽 연안에서는 가끔 돌고래 무리를 쫓는 범고래 무리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범고래 무리가 알래스카 북쪽 연안까지 사냥 반경을 확대하고 있다. 즉, 북극해 해빙의 지속적인 감소는 범고래 주거범위와 포식활동을 증가시킴으로써 해양 동물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되고, 결과적으로 먹이사슬의 불균형을 초래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전에는 범고래가 발견되지 않았던 곳에서 오랜 기간 나타나거나 남아서 사냥의 기회를 노린다고 한다.     해빙의 감소는 고래 등의 거대 해양동물의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예를 들면, 멸종위기에 처한 북극고래는 범고래의 포획에 매우 취약해졌다.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왕복하는 혹등고래에게도 생존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새끼를 밴 혹등고래는 봄철에 하와이에서 새끼를 출산하고, 여름에는 알래스카로 회유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혹등고래가 여름에 알래스카로 오면 범고래의 등장으로 그 생존 확률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온난화는 인류 뿐만 아니라, 해양 대형 동물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용원 / 알래스카 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전문가 기고 지구온난화 생태계 해양 생태계 범고래 주거범위 고래 포획도

2022-01-10

[전문가 기고] 지구온난화와 에스키모

 현재 북극의 영구 동토 융해는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방출시켜 지구 온도 상승을 가속화하고 있다. 기후 위기에 더해 수천 년 동안 얼어붙어 있던 동토가 점점 불안정해지면서 특히 북극권 지역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인공지능과 함께 유럽 인공위성의 새로운 데이터를 분석해 향후 30년 동안 위험에 처할 지역과 사회 기반시설을 식별해 내고 있다. 이 같은 연구는 최초로 시행하는 것으로 북극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동토는 수십에서 수백미터 두께의 언 토양, 암석, 퇴적물 등을 말한다. 동토로 분류되려면 최소 2년 이상 연속으로 땅이 얼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극지 땅의 대부분은 빙하기 이후 이미 동결돼 있었다. 동토층에는 식물과 동물의 탄소기반 잔해가 포함되어 있다.     북극 온난화가 동토 융해를 가져오고 유기물의 분해 속도가 증가하면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또한 이 융해 과정은 지표면을 불안정하게 하여 도로, 파이프라인, 건물 등 사회 기반시설에 직접으로 영향을 미친다.     유럽우주항공청(ESA)의 기후변화와 관련된 동토 프로젝트는 깊이 2m까지의 온도가 2050년까지 섭씨 0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동토가 고유의 물성을 잃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녹은 치즈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이럴 경우 동토층이 분포한 북극 연안에서부터 내륙 100km 이내에 존재하는 원주민이 거주하는 사회 기반시설의 55%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이는 원주민 삶의 터전이 30년 안에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우주항공청 합동 프로젝트는 20개 이상의 주요 지구 환경 문제에 대한 장기적인 위성 자료를 축적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40년간의 위성 자료 분석과 현재의 관측 내용은 모두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돼 미래 기후변화 예측에 사용될 예정이다.   최근에 발사한 고해상도 고성능 카메라를 탑재한 위성의 데이터를 인공지능과 함께 분석해 북극 원주민의 거주지와 기반시설을 탐사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이들 지역은 현재 동토의 융해가 현저히 발생하고 있다.       북극 원주민 중 에스키모의 활동반경은 동토층이 존재하는 해안을 따라 이루어진다. 해안 동토의 융해는 해안선을 붕괴시키고 풍부한 해양 생물 다양성을 위협하며 지역사회의 존립마저 흔들고 있다. 연안에 조상 때부터 살고 있는 에스키모는 주거지와 사회 기반시설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현재 동토 융해에 관한 연구는 위성을 통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석유 및 가스 채굴과 관련된 기반시설이 많은 서부 시베리아가 특히 많은 피해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러시아에서 유럽과 중국으로 연결되는 가스 및 원유 파이프라인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공위성은 군사 및 기상 관측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구 전체의 기후 및 환경변화 관측과 전망 등에 활용되고 있다. 동토 융해에 따른 육상 지표면과 생태계의 변화, 산불의 발생 및 확산, 해빙 및 해양생태계의 변화,  미세플라스틱의 배출 등 많은 영역에서 고성능 해상도 카메라를 장착한 위성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김용원 / 앨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전문가 기고 지구온난화 에스키모 북극권 지역사회 동토 융해 사회 기반시설

2021-12-05

[독자 마당] '지구 살리기'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최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렸다. 총회에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100여개 정상이 참석했다.     이번 총회에서 각국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배출을 줄이는데 공동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국가들은 지금까지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왔는데 앞으로 더 높은 수준의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구의 평균온도를 높게 하는 온난화 문제는 피부에 와 닿지가 않는다. 시간 단위가 100년을 넘고 상승하는 온도도 아주 작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구의 온도가 섭씨 1.5도만 올라도 세계 곳곳이 물에 잠기고, 농토가 줄어 식량위기로 굶어 죽은 사람이 속출한다고 경고한다. 얼마 전 신문에서 기온이 섭씨로 3도가 올라가면 샌타모니카 피어 전체가 물에 잠긴다는 기사도 보았다.     지구온난화 방지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없지만 지구를 지키자는 운동인 것만은 안다. 기온상승의 주범인 화석 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천연자원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의 경우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 용기를 너무 남용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식당 쓰레기통을 보면 이런 것들이 가득하다.     일회용 용기를 만들려면 천연자원이 손실될 수밖에 없고 제조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가 방출된다고 한다.     지구는 우리가 살아가는 소중한 땅이다.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고 오염되면 더는 살 수 없는 곳이 된다. 그렇다고 다른 행성으로 갈 수도 없고 아직 그런 수준의 과학도 발전하지 못했다.     지구를 보존해 후세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지구를 훼손하면 지금까지의 어떤 재난보다도 더 극심한 재앙이 닥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자영·그라나다힐스독자 마당 지구 지구온난화 방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일회용 용기

2021-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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