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올 것이 오고 있다
그저 한 번 스쳐 지나가는 현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코로나19 걱정에서 조금 벗어나는가 했는데 이제는 짐작만 했던 ‘불편한 진실’이 보라는 듯이 확실하게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올 것이 오고 있다. 우리는 몇 주 전, 바람까지 동반한 뜨겁고 습한 남가주 최악의 여름을 경험했다. 에어컨이 없는 밖으로 나갈 때면 달려드는 불덩어리를 피할 수 없었다. 이런 이상 기온이 한 차례 변덕이나 일탈이기를 바라지만 올 것이 온 모양이다. 남가주의 여름 폭염이 지나가자 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 소식이다. 영상을 보니 전쟁 후 폐허를 보는 것 같다. 연례행사쯤으로 여겼던 플로리다의 허리케인이 아니다. 역대 급 초강력 허리케인 ‘이안’이 할퀴고 간 상처가 내 일처럼 다가온다.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을 또렷이 기억한다. 2006년이었다. 환경오염, 지구온난화를 막지 못하면 홍수, 가뭄, 전염병이 찾아오게 된다고 예측했다. 이산화탄소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기후 변화가 급격히 올 수 있다고 했다. 이후 노벨위원회는 ‘1980년대에 지구온난화 문제는 흥미로운 가설로 보았으나 최근 인류평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지구온난화 문제를 평화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2007년, 이 영화에 출연하고 감독한 앨 고어는 유엔기구 기후변화위원회와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 영화를 통해 지구온난화를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다. 허나 그동안 서서히 변화하는 기후에 익숙해지며 ‘불편한 진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려 했다.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기사들 중 상당수가 ‘정말 심각한 문제인지 불확실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불편한 진실을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사회적 현상이 현실을 가감 없이 대변하고 있다.
2000년 대선에서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약속했던 앨 고어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을까. 석유산업으로 부자가 된 기업가는 온난화 현상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논쟁의 여지를 남겨왔다. 대신 그들은 인류가 살아가야 하는 지구 환경에 별로 관심이 없는 정치 후보에게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인간 생존을 위한 실존적 위협을 무시하는 행위는 죄악이다. 이제 온난화에 대한 대응은 정치적 경제적 문제를 넘어 도덕적이라는 앨 고어의 주장을 이해하겠다.
벌써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아니면 조금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일까. 지구촌 모든 사람이 하루에 플라스틱 봉지 한 개를 덜 쓴다면, 종이컵 대신 머그잔을 사용한다면, 곧 폭발할 것 같은 지구의 가쁜 숨소리가 조금 가라앉지 않을까.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현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구태의연하게 계속해온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할 때다. 더는 늦춰서는 안 된다. 나부터 먼저 실천에 옮겨야겠다.
오는 11월 8일 중간선거가 있을 예정이다. 출마자들의 정치적 이념이나 그들의 경력을 더욱 신중하게 살피려 한다.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문제에 관심을 갖는 지도자에게 한 표를 줄 예정이다. 이 문제는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이정숙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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