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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외화내빈의 한국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뜨고 있다. 경제 규모면에서 세계 10권에 올랐고 한국의 문화도 세계인의 감동을 자아내며 보편화 되고 있다.  일제 강점기를 벗어나 자유 민주주의 체제로 옷을 갈아입은 후, 한국인의 창의력과 도전정신이 용수철처럼 세상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요즘 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미국에서도 ‘K’자만 들어가면 새롭게 떠오르는 매력적인 나라로서 한국을 연상할 정도다. “내 자녀가 내년에 한국에 연수차 간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타인종 부모들도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한국 땅에서 벌어지는 한국의 민낯은 어떤가. 외화내빈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것 같다. 겉으로는 화려한데 안을 들여다보면 실망스러운 일이 많다는 의미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접하는 한국 사회는 기쁨이나 미래에 대한 희망 등 긍정적인 모습보다는 불평과 불만, 분열과 불신 등 부정적인 모습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중심인 광화문 광장과 시청역 일대는 정부 정책에 불만을 토로하는, 대규모 집회가 일 년 내내 지속하는 듯하다. 이로 인한 소음과 차량 정체로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고 있다. 또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으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 공백이 일 년 가까이 지속하는 모습이다. 여기에다 분단국가의 숙명인지는 몰라도 좌우의 이념대결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고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지역감정과 세대 간 갈등 역시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해외에서는 화려하게 뜨고 있는 한국이 국내적으로는 주춤거리고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바로 정치 때문이다. 한 국가의 현재와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 나라의 정치고, 정치의 주체는 바로 국민이 선택한 정치인들이다.     하지만 한국 정치인들의 의정 활동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오로지 자신과 자기 진영의 유익만을 추구한다. 국가발전을 위한 정책토론은 없고, 상대방 헐뜯기에 열을 올리며, 대화보다는 갈등을 조장하는 3류 정치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가 3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정치인 각자가 열심히 노력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급선무다. 정치인을 위한 노벨상이나 오스카상은 없다. 정치인의 상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 되겠지만, 그동안 국제적인 상을 받아 해외에서 대한민국을 빛낸, 자랑스러운 한국인들에게 걸맞는 정치인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때 대한민국은 외화내빈이 아닌, 안과 밖이 일치하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것이다. 권영무 /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발언대 외화내빈 한국 한국 정치인들 한국 사회 정치인 각자

2024-11-12

[발언대] 어머니의 한(恨)과 북한군 파병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수업이 끝나자마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집으로 달려와 방문을 열며 “엄마”하고 불렀다. 그런데 방안에는 평소와 달리 섬뜩한 고요함이 느껴졌다. 방 위쪽 구석엔 처음 보는 흰 광목천으로 덮인 것이 있었고, 엄마는 그 앞에  쪼그려 앉아있었다. 엄마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나를 본 엄마는 눈물을 닦고 순간의 침묵을 깨며 말했다. “네 형이 전쟁터에서 돌아왔다.” 그리고 어머니는 광목천을 들어 올렸다. 거기에 숨진 형의 얼굴이 보였다. 전쟁터에 갔던 형이 시신으로 돌아온 것이다.     우리 가족은 6·25전쟁이 한창일 때 피난길에 나서 대구를 지나 경산까지 갔다. 당시 대학교 2학년이던 형은 학도병으로 징집됐다. 그 이후에는 소식이 없다가 낙동강 전투에서 심한 상처를 입고 대구 동산 육군병원으로 이송됐다가 끝내 숨졌다.     형이 숨지고 한동안 어머니는 식음을 전폐하셨고, 얼굴에서는 삶의 의욕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그때부터 10여년 동안 어머니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가족이 함께 식사할 때도 기계적으로 음식을 입에 넣는 것 같았다. 어머니에게는 망각이라는 만병통치약도 효력이 없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뒷산에 뭍은 형을 생각하며 “얼마나 옷이 젖을까?” 괴로워하셨고, 눈 오는 겨울날이면  “나는 방에서 편안히 지내는데 너의 형은 뒷산에서 얼마나 추운 눈보라를 맞으며 누워있을까?”하며 하염없이 밖을 바라보는 것이 어머니의 일과였다. 부모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고 일생을 지낸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북한군 1만여 명이 우크라이나 쿠르스크 지역에 러시아군의 총알받이로 파병됐다는 소식이다. 너무나 한심스럽고 참담한 심정이다. 6·25 전쟁 당시 김일성의 남침으로 국군 사상자가 50만 명이 넘었고, 북한 인민군도 60만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렇게 많은 젊은이가 제대로 인생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희생되었다는 것은 잊지 못할 역사의 참극이다.      지난 1989년 3월 평양을 방문해 북한이 자랑하는 ‘능라도 체육관’ 건설 현장을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앳돼 보이는 인민군 병사들이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본 인민군 병사들의 모습이었다. 허름한 군복에 체격은 왜소했다. 그들의 나이가 18~21세 정도인데 남한의 또래 젊은이보다 체격이 훨씬 작았다. 체격이나 얼굴 모습은 한국의 중학교 3학년에서 고 1학년 정도의 소년티를 벗어나지 못한 듯한 모습이었다.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수줍고 약간은 두려워하는 듯한 순진하고 어린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북한 방문 당시 가까이서 보았던 순진하고 앳된 인민군 병사들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아니면 동족이라는 연민 때문일까?  그들도 사랑하는 형제자매가 있을 것이고,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부모가 있을 것 아닌가.   러시아의 젊은이들을 대신해 아직 피어나지 못한 우리 동족 젊은이들이, 김정은 체제 유지를 위해 희생된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지방으로 끌려간 북한의 어린 병사들의 어머니들도, 나의 어머니처럼 가슴에 피멍이 드는 한(恨)을 품고 사는 삶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영송 / 한미문화교류재단 회장발언대 북한 어머니 한동안 어머니 인민군 병사들 우크라이나 쿠르스크

2024-11-05

[발언대] 노벨 문학상 작가의 ‘대리전’ 표현 유감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단과 국민은 물론 해외 한인들에게도 큰 기쁨을 안겼습니다. 하지만 비록 오래전이긴 하지만 한강 작가가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 6·25 한국전쟁을 ‘대리전’이라 표현한 것은 미군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폄훼한 것으로 큰 충격이었습니다. 특히 저는 풀러튼시에 있는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 건립을 주도한 사람으로서 한강 작가의 ‘대리전’ 언급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역사적 진실을 바로잡고자 합니다.   우리 옛 선인들은 “은혜는 돌에 새기고 원망은 물에 새기라”고 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지금처럼 경제적 번영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먼저 간 3만6000여 명의 미군 용사들의 숭고한 희생 덕분입니다. 그들은 한국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쳤습니다. 한강 작가가 지금 자유롭게 소설을 쓸 수 있는 것도 미군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희생을 ‘대리전’이라는 단어로 가볍게 치부한 것은 그들의 희생정신을 짓밟는 것입니다.     저는 2009년부터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의 도움과 협조로 플러튼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를 건립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11월 11일 역사적인 기념비 제막식을 가졌습니다. 이 기념비는 단순한 추모의 공간을 넘어, 한미 양국의 동맹과 우호를 상징하고, 차세대에게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역사 교육의 장입니다. 기념비에 새겨진 3만 6000여 명의 이름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증거이며, 영원히 빛날 별과 같습니다.   한강 작가는 자신의 언급이 이념적이거나 정치적이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대리전’이라는 표현은 명백한 역사 왜곡입니다. 6·25 한국전쟁은 명백히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이며, 미군을 비롯한 유엔군의 참전은 국제사회의 정의로운 행동이었습니다. 이를 ‘대리전’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마치 한국인이 강대국들의 갈등에 희생된 것처럼 묘사하는 것이며, 미군 참전 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폄훼하는 것입니다.   문학은 시대의 아픔을 공유하고 치유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문학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됩니다. 작가는 자신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창작은 할 수 있지만, 역사적 진실은 존중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강 작가의 ‘대리전’ 표현은 문학과 역사의 경계를 허물고,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는 위험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고, 자유와 평화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려야 합니다. 한강 작가의 발언은 우리 사회에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는 역사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정확한 역사를 알려주고,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워야 합니다.   저는 한강 작가의 ‘대리전’ 표현에 강력히 반대하며, 역사적 진실을 바로잡고자 합니다.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모든 분을 기억하고,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풀러튼시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는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며,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기념비를 방문하여 역사를 배우고, 자유의 소중함을 되새기기를 바랍니다.   젊은 세대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고, 자유를 위해 싸운 선열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기를 바랍니다.   저는 기념비 건립에 작은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 기념비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역사를 배우는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모두 함께 노력하여 자유 대한민국을 더욱 발전시켜 나갑시다. 박동우 / 풀러턴 한국전 참전용사비 전 사무총장발언대 문학상 대리전 노벨 문학상 표현 유감 기념비 건립

2024-10-28

[발언대] 장애인 배려 아쉬운 양로보건센터

나는 두 달 전에 90세 생일이 지났다. 1년 반 전부터 한 양로보건센터에 다니기 시작해 주 5일을 그곳에 간다. 그런데 얼마 전 다소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그 이유는 약해진 나의 청력 때문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답답함이 있다.     센터 측은 이달 초 특정한 날에 독감과 코로나 예방 접종을 함께 한다고 사람들에게 알렸다. 그래서 당일 센터에 갔더니 그날은 독감 예방 접종만 하고 코로나 백신 접종은 1주일 후에 한다는 것이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한다고 한 날에 다시 센터엘 갔다. 잠시 앉아 있었더니 방송이 나왔다. “지난주에 독감 예방 주사를 맞지 못한 분들은 지금 접종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지난주에 오지 못한 분들을 배려해 센터 측에서 독감 예방 접종을 한 번 더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안내 방송 후 몇 사람이 주사를 맞으러 갔고, 한참 있다가 또 몇 사람이 접종을 위해 이동하는 게 보였다. 나는 조금만 있으면 독감 예방 접종이 끝나고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겠구나 생각하면서 기다렸다. 그런데 독감 예방 접종을 하던 간호사들이 가방을 끌고 센터를 떠나는 것이 아닌가. 뭔가 이상하다 싶어 접종 장소로 갔더니 오늘 백신 접종은 이미 끝났다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 당황스러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내가 다니는 양로보건센터는 8인용 테이블이 종으로 6개, 횡으로 6개가 배치되어 있다. 지난주 독감 예방 주사 때는 진행자가 있어 “제1열 분들 나오세요”라는 식으로 부르면 여러 명이 함께 움직였다.  그래서 그날 접종은 효율적으로 끝이 났다.  그런데 오늘은 진행자가 없었다. 당연히 여러 명이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도 분명 안내하는 말이 있었을 텐데 내가 제대로 듣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일이 도대체 어디서 꼬였나? 내 인지능력이 이렇게 곤두박질쳤나? 참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TV 프로그램을 보면 나처럼 청력이 약한 사람들을 위해 자막을 넣어준다. 심지어 수화 통역사를 배치하기도 한다. 양로보건센터에 다니는 시니어들 가운데는 나처럼 청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많다. 이들에게 자막 안내는 큰 도움이 된다.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이벤트의 홍보 효과도 클 것이다.  내가 다니는 센터에도 사방에 TV가 6대나 설치돼 있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라는 격언이 있다.  만약 양로보건센터들이 TV 화면에 간단한 메모를 올린다면 나를 포함해 청력에 문제가 있는 분들이 얼마나 반가워할까 싶다.     나는 젊은 시절 전쟁터를 누비다 보니 포성과 항공기 굉음으로 귀가 많이 망가졌다. 그날 내가 뭔가를 잘 못 듣고 허둥댄 것이 분명하다. 센터 측에 잘못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조금의 배려가 아쉬울 뿐이다.  스탠리 윤발언대 양로보건센터 장애인 독감 예방 코로나 예방 접종 장소

2024-09-22

[발언대] 행복한 말년을 원한다면

나는 은퇴촌에 살고 있다. 이웃들 모두 나름 성공적인 삶을 살다가 인생의 말년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가까이 들여다보면 문제없는 가정이 없다 할 정도로 여러 문제로 고심하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의 삶은 과거보다 끝이 어떤가에 따라 성공 여부가 판단된다. 그러기에 인생 말년에 아픔이 있다면 과거의 모든 성취는 소용이 없게 된다.     가족 간 불화의 가장 흔한 이유는 아마 재산 문제일 것이다. 만약 가족 간의 화목과 재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경우 어떤 것이 남는 선택인지  스스로 계산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형제는 7남매다. 그중에 특별히 출세한 사람도,부자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수십 년째 격월로 합동 생일잔치를 갖는 등 주변에서 우애좋은 집안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나는 비결을 물으면 물려받은 유산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리고 그 지혜를 일찍 터득하신 부모님께 늘 감사한다. 아버지는 시골 의사였다. 과거 주변 사람들로부터 땅을 사 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하셨다. 하지만 부모님은 재산이 형제간 우애를 깨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철학을 가진 분들이었다. 늘 우리에게 유산은 대학교육까지라며 물질적 유산은 기대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유산을 한 푼이라도 물려받은 자식이 없다.     심지어 어머님은 본인의 장례식 조의금이 남으면 전액 멕시코 선교에 헌금하라는 유언까지 하셨다. 돈으로 인한 형제간 불화를 염두에 두셨던 듯하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사모하는 자들이 많은 근심으로 자기를 찔렀도다.”(딤전6:10) 돈 자체는 좋고 필요한 것이다. 그 존재 목적이 필요한 곳에 ‘사용’하라는 것인데, 그것을 ‘사랑’할 경우 문제가 된다는 성경 말씀을 실천에 옮기셨던 것 같다.       유산으로 인한 형제간 불화의 원인은 액수보다 형평성이 원인일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형제간 차등 상속으로 인한 불만에, 평소 부모에게 관심도 없던 자식이 고생하며 무모를 모셨던 자식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는 생각 등으로 인한 것이다. 또 며느리, 사위 등의 개입으로 문제가 복잡해지는 사례도 본다.       유산 문제로 인한 자녀 간 갈등을 예방할 방법은 있다. 먼저 가진 재산을 자신을 위해 쓰라는 것이다. 그리고 남는 것은 공평하게 나눠주는 것이다. 부모를 모셨거나 가족들에 도움을 많이 준 자식에게는 좀 더 물려주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유산이 자식들 간 불화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보이면 사회에 기부하는 것도 좋다. 무엇이든 ‘포기’에는 손실이 따르게 된다. ‘물질’ 과 ‘가족 우애’ 둘 중 어느 것을 지키고 어느 것을 포기할 것인지 지혜로운 결정이 ‘행복한 말년’의 비결일 것이다.   김홍식 / 은퇴의사발언대 행복 말년 인생 말년 유산 문제 물질적 유산

2024-09-15

[발언대] 대한민국 외교 공무원님들께

대한민국의 외교 공무원들, 그리고 영사업무 담당자들의 노고에 심심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지난 5월 2일 LAPD 경관  안드레스 로페즈에게 살해당한 제 아들 양용은 1984년 4월 7일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습니다. 그해 11월 초 유학 간 아비와 합류하기 위해 LA로 건너온 이후 40세가 된 올해 2024년 5월 2일까지 LA카운티에서 줄곧 살아왔습니다. 40년간 LA시, 글렌데일, 라카나다, 노스리지 등에서 거주하였으며 LA한인타운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신의 아비가 65세가 되도록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하는 것을 보고, 제 아들도 대한민국 국적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제 아들은 평생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것입니다.   사망 당일 제 아들은 LA 거주자이자 영주권자로서 미국법과 미국 정부의 처리 방식에 따랐지만 국적은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아마 제 아들처럼 대한민국 여권을 소지한 한국 국적자가 외국에서 숨지는 사례가 꽤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노환으로, 병으로, 또는 사고로 사망 원인도 다양할 것입니다.   단지 제 아들이 대한민국 국민이었기 때문에 드릴 수 있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제 아들은 해외에서 숨진 많은 재외국민 가운데 한사람에 불과하지만, 몇 가지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차이가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그 특수성이란 총격에 의해 비참하게 살해된 점, 공권력(LAPD)에 의해 살해된 점, 현행범이 아니고 도주 시도도 없었는데 살해된 점, 정신불안증세 환자임을 알고 있던 경관에 의해 살해된 점, 경관의 살해 의도가 있는 총격으로 살해된 점, 심장, 폐, 위장, 췌장, 간, 요추, 흉추 등 주요 장기가 모두 손상된 채 살해된 점, 총격 후 응급처치 없이 사망한 점, 응급 구조원이 총격후 8분이나 지나 도착한 점, 부모가 병원 이송을 부탁했는데 환자의 인권을 무시한 채, 무리한 가택 진입과 체포 시도로 환자를 불안하게 만들어 사태를 악화시킨 후 살해한 점 등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숨진 대한민국 국적자는 거의 없을 겁니다. 여기에 제 아들의 죽음이 갖는 특수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경우 제 아들의 모국인 대한민국 정부와 관할 외교공관의 심적, 도의적, 법적, 외교적 의무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죽은 제 아들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어떤 요구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를 대신해 부모인 제가 모국 정부에게 요청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고, 정부는 어떤 것을 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어떤 것을 해 줄 수 있는 권한이나 능력이 있는 지 알고 싶습니다. 이를 알려주시면, 망자와 유가족에게 도움이 될 것이며, 또 동일한 아픔을 겪게 될지도 모를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타산지석이 될 것으로 봅니다. 최소한 국가가 무엇을 해 줄 것인지, 또는 해 줄 수 없을 것인지 미리 알고 있어야 적절히 대처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테니까요.   아직 아무런 일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제 아이가 죽고 지인들을 통해 알게 된 LA총영사관의 강영한 경찰영사님이 연락을 주셔서, 제 아들의 주민등록번호로 국민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통화 중에 강 영사님이 안타까워해 주시고 위로의 말씀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최근 LA한국문화원에서는 LAPD 경관들을 초청해 문화 교류 행사를 한 것으로 압니다. 공무원님들의 노고와 입장 잘 이해합니다. 하지만 어느 분도 LAPD 경관에게 억울한 죽임을 당한 제 아들의 비극을 전달하거나, 관련 질문을 하지는 못하셨겠지요? 문화 교류 행사에서 희생자를 위한 추모의 시간을 갖지는 않으셨겠지요?   대한민국 국적자의 목숨이 미국 정부에도,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에게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으며 입맛이 씁니다.  양민 / 박사·교육 컨설턴트발언대 대한민국 공무원님 대한민국 국적자 모국인 대한민국 대한민국 여권

2024-08-11

[발언대] 바이든 대선 후보 사퇴와 부인의 역할

참모들의 하야 조언에도 이승만 대통령은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책상 귀퉁이만 만지작거리던 이 대통령을 결심하게 한 것은  프란체스카 여사였다. 프란체스카 여사가 이 대통령 귀에 대고 말했다. “저분들의 말씀이 옳으니 결심하세요.” 이 대통령은 그때야 “그렇다면 물러나지” 라고 했다. 1960년  4·19 혁명으로 궁지에 몰린 85세의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를 결심하는 순간의 장면으로 알려진 내용이다.     지난 6월 27일 첫 대선 후보 토론 이후 민주당은 맨붕에 빠졌다. 대의원 3949명의 99%인 3900명의 압도적 지지를 확보하며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바이든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3시간 동안 지속한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업적을 발표하면서도 초라하고 나약한 모습이었던 반면, 상대인 트럼프는 사실과 다른 허위 주장을 연발하면서도 오히려 여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3월 연방의회에서 한 시간 넘게 지속한 국정 연설 당시의 자신감을 기대했던 민주당원과 지지자들은 너무나 달라진 바이든의 모습에 실망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후 대선 후보 사퇴 주장은 더욱 거세졌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강변했다. 그러나 토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과 인지 능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크게 하락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바이든에게 더욱 불리하게 나타났고 언론의 사퇴 결단 촉구도 이어졌다. 민주당 내에서도 사퇴에 공감하는 주요 인사와 의원들이 늘어났다. 그런데 당시 대통령 가족들이 후보 사퇴를 반대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렸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대선 후보직 사퇴를 발표했다. 그리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아마 이 과정에서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의 역할이 크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그녀일 것이기 때문이다. 질 바이든 여사도 64년 전  프란체스카 여사가 직면했던 결단의 순간을 맞이했을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으로 인해 11월 대통령 선거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민주당과 지지자들이 결집하면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가 접전 양상을 보인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50여년 동안 공직을 수행하며 정계에서 뼈가 굵은 인물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델라웨어 주에서 31세인 1973년 최연소 연방 상원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한 후 6선을 역임했다.  그리고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 부통령을 역임한 후, 2021년 78세의 나이로 미국 제46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트럼프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치인으로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온 셈이다. 남은 여정이 있다면 명예로운 은퇴생활일 것이다. 권영무 /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발언대 대선 후보 대선 후보직 후보 사퇴 민주당 대선

2024-07-31

[발언대] 교회 이름에도 ‘한인’을 넣어야 하는가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 50년 이상 살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한인의 우수성이다. 한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몇몇 단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하나가 편 가르기와 차별 대우다. 한인들끼리도 출생지,출신 학교, 학벌, 직업에 따라 편 가르기를 하거나 차별을 한다. 심지어 목숨 걸고 탈출한 탈북민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주장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심하지 않다는 의미다.     나는 미국에서 50년 이상 의사로 일하면서 인종 차별을 받았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를 찾았던 환자들이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최소한 나를 무시하는 인종 차별적 행동이나 말은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나는 40여년 전 미시간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주하며 유대계 백인 의사가 운영하던 병원을 인수했다. 환자 대부분은 백인이었다. 인수 당시 환자의 절반쯤은 잃을 각오도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백인 환자가 늘었다. 열심히 일하는 젊은 의사로 인정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런데 만약 아프리카 출신 흑인 의사가 서울에서 병원을 개업한다면 환자가 얼마나 찾을까.     지난 50년 동안 내가 어느 나라 출신인지, 어느 의대를 졸업했는지 물어보는 환자는 정말이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저 의사가 시키는 대로 따를 뿐이었다.     얼마 전 신문 광고면에서 ‘oo 한인 교회’라는 문구를 봤다. 그동안은 별 생각없이 당연하게 여겼던 문구가 유난히 이날은 거북했다. 그러고 보니 한인 교회 가운데 교회 이름에 ‘한인’이라는 말이 들어간 교회가 꽤 많은 것 같다. 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oo 한국식당’ 처럼 의도적으로 차별성을 강조해야 하는 경우에야 어쩔 수 없지만, 차별을 덮고 하나 됨을 강조해야 하는 종교단체의 이름에 굳이 ‘한인’이라는 이름을 넣어야 하느냐는 생각이다.     요즘 이민 교회들이 안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2세들이 점차 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점이다. 어렸을 때는 부모를 따라 교회에 다녔지만 성장하면 달라진다. 특히 미국에서 태어난 그들에게 ‘한인 교회’라는 이름은 오히려 이질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타인종 친구를 교회에 대려 오기 곤란한 면도 있을 것이다.       만약 한국에 ‘종로 영남인 교회’ ‘용산 호남인 교회’, ‘을지로 서울대 동문 교회’ 등의 이름을 가진 교회들이 있다면 어떤 느낌을 받겠는가. 이를 생각해 보면 금방 답이 나올 것이다.     물론 이름을 지을 당시 다른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단지 ‘한인들의 교회’라는 것을 이름에도 나타내고 싶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2세,3세들까지 생각한다면 이제는 다시 고려할 문제라고 본다. 이제는 이름뿐 아니라 교회 분위기도 한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좀 더 오픈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김홍식 / 은퇴의사발언대 교회 이름 한인 교회 교회 이름 교회 분위기

2024-07-24

[발언대] LA시 골프 티타임 예약 개선 필요

한인 브로커들의 골프 티타임 판매 문제가 이슈화되자 LA 시와 LA 카운티가 대책을 마련했지만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골프장 예약도 과거보다 상당히 편리해졌다. 하지만 워낙 티타임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이른바 골든 티타임(대개 오전 8~11시 사이)에는 예약이 어렵다. LA 주변은 골프장 숫자에 비해 골프 인구가 훨씬 많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특히 한인들은 골프를 좋아하다 보니 일부 골프장의 황금 시간대 티타임을 예약했다가 일정액을 받고 판매하는 한인  브로커들까지 생겼던 모양이다.     브로커들의 행위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개인의 금전적 이익을 목적으로 편법을 사용해 다른 사람의 예약 기회를 빼앗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LA 시가 브로커 방지를 위해 내놓은 대책에는 불합리한 점이 있다. 골프 애호가들에게 지나치게 금전적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현재 LA시 운영 골프장은 티타임예약 시 1인당 10달러씩의 디파짓이 필요하다. 그리고 디파짓 한 돈은 그린피를 계산할 때 크레딧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예약을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 돼도 디피짓 한 돈은 돌려받지 못한다. 그리고 예약을 하고 나타나지 않았을 경우에는 추가로 1인당 1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따라서 LA시 운영 골프장에 티타임을 예약한 후 가지 않았을 경우에는 1인당 20달러의 돈을 지불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벌금 제도를 이용해 브로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는 선의의 피해자를 만드는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도 예약한 티타임  24시간 이전에 취소하지 않고 나타나지 않으면 이메일로 통보 후 벌금을 부과했다.     만약 티타임 예약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대기자로 대체해도 골프장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 디파짓한 돈에 추가로 벌금까지 내게 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생각이다.       온라인으로 티타임을 예약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 웹사이트에 로그인이 필요하다. 그런데 로그인을 위해서는 본인의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집 주소, 크래딧카드 번호 등 개인 정보를 입력해야 가능하다.  따라서 복수 예약이나 브로커를 막으려면 골프장에서 체크인 시 예약을 한 사람 본인인지 신분증(ID) 확인만 하면 된다는 얘기다. 예약 사이트에는 예약자의 정보들이 입력돼 있어 이건 아주 쉬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만약 이런 방식을 시행하는 데도 티타임의 부정 예약과 판매가 이뤄진다면 골프장 내부 협조자의 존재를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 티타임 관련 부조리 문제로 LA 시와 카운티 공원관리국에 이의 시정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낸 적도 있지만 한 번도 회신을 받지 못했다. LA시와 카운티 정부는 골프 애호가들을 위해 티타임 예약 시스템을 좀 더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송정섭발언대 골프 티타임 티타임 예약자 티타임 판매 골든 티타임

2024-07-21

[발언대] 한미박물관 이사회는 현실 직시하라

지난 6월6일 한미박물관 건립을 위한 2차 주민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1.5, 2세는 물론 다른 커뮤니티 관계자들도 참석해 의견을 냈다. 그러나 정작 한미박물관 측 관계자는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한인 사회를 위해 활동한다고 주장하는 한인 단체의 관계자들 역시 무슨 이유에서인지 참석하지 않았다. 그들도 아마 박물관이 오픈하게 되면 초청장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한미박물관은 이미 고인이 된 수잔 안 여사, 김영옥 대령, 새미 리 박사 등을 중심으로 1991년부터 추진된 한인 사회의 숙원 사업이다. 그런데 그 미래가 점차 희미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다만 그나마 여러 언론이 공청회 소식을 전하는 등 이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다행이다.       한미박물관 건립 사업 추진이 시작된 지 33년이나 지났다. 그런데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다. 한미박물관 건립 사업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여야 한다.   한미박물관 건립 추진이 시작되면서 많은 유물도 모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모인 유물만 최소 6000점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현재 그 유물들을 누가,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박물관이 완공되더라도 무엇을 보관하고 전시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지금 한미박물관 건립 추진 사무실은 잠겨 있고 이사들마저 유물 보관 장소의 존재를 모르는 상황이니 한심하다. 한미박물관은 한인 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널리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교육, 사회적 통합, 지역 발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치 있는 유물의 확보가 중요하다.   공청회에서 발언한 15세의 한 학생은 “한미박물관은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물관이 한인 사회의 역사를 기록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미박물관 관계자들은 한인 사회와 아무런 소통도 하지 않고 있어 의심과 화를 키우고 있다. 관계자들은 누구를 위한 박물관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한미박물관 이사진에게 어떤 기준으로 무엇을 전시할 것이며, 박물관을 통해 어떤 가치를 전하고자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한인들의 이야기와 역사를 기록하며 소통하는 박물관의 주인은 우리 모두이다.   공청회 과정에서 일부 소란이 있었다. 박물관 건립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구하자 일부 참석자가 “공산당들이 하는 짓이지 무슨 투표를 하느냐”며 소란을 피운 것이다. 그들은 어린 학생들도 있는 상황에서 고성은 물론 욕설까지 내뱉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박물관 관계자들은 왜 초청하지 않았느냐는 등 억지 주장까지 했다. 반대 주장을 하려면 최소한 현실 파악 정도는 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제때 치료하지 못한 충치는 뽑아야 한다. 그대로 방치하면 통증도 심하지만, 옆의 치아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잘못된 생각으로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목소리를 모아 잘못된 행보를 고발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지나간 세월, 그리고 관계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평화스럽게 함께 이어 나가는 방향이 좋겠지만 그렇게 싫다는데 다른 방법이 없지 않나.   한미박물관 이사회에 당부하고 싶다. 제발 우리의 의견을 들어달라. 함께 하자고, 도와준다고 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기존 이사회는 오랜 불신으로 인해 박물관 건립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진정 한미박물관 건립을 원한다면 한인 사회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크리스토퍼 이 / 건축가·다큐 영화감독발언대 한미박물관 이사회 한미박물관 이사회 한미박물관 관계자들 한미박물관 건립

2024-07-08

[발언대] 홈리스 치료가 인권보다 먼저다

울타리선교회(The Well Mission)라는 이름으로 홈리스 사역의 사명을 감당해 온 지 벌써 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시행착오도 많았고, 홈리스들을 알아가는 과정도 참으로 험난했다.   사역하며 깨달은 현실은 홈리스와 관계된 것은 어느 곳 하나, 어느 것 하나 합리적인 구석이 없다는 것이다. 홈리스를 위한 천문학적 예산은 해마다 늘지만 달라진 것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다. 홈리스 문제 해결을 장담하는 정부의 고위 인사들은 홈리스를 잘 알지 못한다. 알지도 못하는 문제를 어찌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인가. 홈리스 숫자는 늘어만 가고 천사의 도시 LA는 홈리스들의 천국(?)이 되었다.   언젠가 LA 한인타운 인근 대형 병원이 있던 건물에 홈리스들을 수용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하지만 얼마 후 계획이 취소됐는지 소문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홈리스들을 강제 수용한다는 것은 그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기에 ‘휴먼 라이츠(Human Rights)’라는 단체가 이에 반대해 계획이취소됐다는 소문이 있었다. 하지만 얼마나 터무니없는 소문인가?   홈리스들의 상황을 제대로 안다면 문제는 아주 간단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인권은 중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홈리스들의 정확한 상황을 알지 못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확실한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나의 25년간의 경험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홈리스라고 하면  가난하고 더럽고 병든 사람, 또는 강도나 절도범 등 위험한 존재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물론 이들이 보통 사람보다는 이런 면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유는 그들의 대부분은 환자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진 질환은 육체적인 것도 있지만, 정신질환도 많다. 정신질환도 종류가 많다. 우울증, 불면증, 치매, 공황장애, 조현병, 조울증, 알코올 중독증, 분노 조절 장애, ADHD(약물중독) 등등이다. 질병의 원인 또한 너무도 다양하다. 선천적일 수도 있고, 후천적일 수도 있지만, 약물중독이나 알코올 중독이 대부분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고 홈리스 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100% 해결 방법은 있을 수 없지만, 효율적인 방법을 찾을 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     우선 환자들의 경우 그들을 위한 치료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육체적 질환을 치료해 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정신질환자들이다. 이들은 반드시 격리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강제 수용이 아니라 격리 치료, 즉 격리 입원을 통한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  여기에 격리 수용과 격리 입원의 개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격리 수용은 인권 이슈가 개입될 수 있지만, 격리 입원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조치라 인권 이슈가 개입될 가능성이 낮다.  공연한 인권 타령으로 100명 이상의 사람이 피해를 볼 수도 있고, 생명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    정신질환자는 인정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문 의료진과 시설이 중요하지만 필수 조건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종교, 것 즉 신앙이다. 신앙은 특정 종교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종교도 깊은 신앙은 불가사의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홈리스 증가는 근본적으로 정책의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우선 지나치게 인권을 앞세워 사리 분별을 흐리는 경우가 많다. 홈리스들을 변화시키는 데는 종교단체들도 많을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정부는 종교단체에는 재정적인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홈리스를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종교의 힘이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반면, 대형 비영리 단체들에는 많은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단체에는 자선단체나 대기업 등으로부터의 기부금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LA 시 정부도 홈리스 문제 해결을 공언하고 있지만 성과는 많지 않아 보인다. 그 많은 예산을 셸터 마련이나 길거리 청소에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날마다 도로를 막고 청소를 하지만 산더미 같은 쓰레기는 그대로 남아 있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할 수 없다지만, 홈리스 문제는 예수님도 해결하시지 못할 것 같다. 그저 바닷물을 주걱으로 퍼 나르는 심정으로 우리 작은 교회에 출석하는 홈리스들 가운데 한두 사람이라도 변화되는 삶을 보람으로 삼고, 길거리에서 만나는 그들의 반가운 인사를 기쁨으로 오늘도 LA 시내를 종횡무진 누비며 하루를 보낸다. 나주옥 / 목사·울타리선교회 대표발언대 홈리스 치료 홈리스 문제 홈리스 숫자 홈리스 사역

2024-06-30

[발언대] 공원과 LA한인타운의 미래

미국의 인기 4인조 보컬그룹 ‘마마스 앤 파파스(The Mamas & The Papas)’는 ‘캘리포니아 드림’이라는 노래에서 낙엽이 지는 흐린 가을날 LA로 떠나고 싶다고 애절하게 노래했다. 그들이 벗어나고 싶어 한 도시는 뉴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이 향하고자 했던 LA가 미국의 주요 대도시 가운데 녹지 비율이 매우 낮은 곳에 속한다는 사실은 몰랐던 것 같다. 전국 단위의 한 조사에서 LA의 공원 점수는 100점 만점에 46점으로, 뉴욕의 77점과 비교된다.  전국 순위로 살펴보면 뉴욕은 5위, LA는 51위다.     글로벌 도시 LA는 왜 공원 부족이 심각한 것일까? LA의 공원 부족은 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런 LA에서도 녹지 비율이 낮은 한인타운의 미래는?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뉴욕의 저소득층 가운데 공원을 바로 이용할 수 없는 인구는 2%에 불과한데, LA는 41%에 달한다. LA의 소수계 및 저소득층은 녹지 공간 부족으로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는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LA에도 공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420개가 넘는 공원과 여가시설이 있지만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고 도보로 접근이 어려운 곳도 많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빈 땅을 녹지나 공공 공간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원의 지역별 불균형 현상은 우연이 생긴 일이 아니라 매우 불순한 의도가 숨겨져 있다. 20세기 초 LA시가 급성장하면서 이민자도 늘었다. 당시 저소득층과 유색인종은 LA시 중심부의 마당이나 녹지가 없는 다가구 주택에 살도록 제한되었다. 그리고 공원 배치 문제는 부와의 상관 관계 속에서 결정되었다. 예를 들면, LA시의 1904년 조닝 코드(Zoning Code)는 물, 대기 및 토양 오염과 같은 환경 위험으로부터 부촌을 보호하는 데 역점을 뒀다. 산업 용지는 저소득층 거주 지역에 집중 배치한 것이다. 반면 주로 백인, 부자들이 거주하는 부유한 지역의 토지는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따라서 녹지공간의 균등한 분배를 요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LA시 공원관리국은 한인타운이 포함된 윌셔 커뮤니티 구역에 20개가 넘는 공원과 레크리에이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한인타운에는 제대로 된 공원이 한 곳도 없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인타운을 비롯해 인구 밀도가 높고 소득이 낮은 지역들은 공원 부족으로 주민들이 야외 레크리에이션 활동에 접근할 기회가 제한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질병통제센타터(CDC)는 규칙적인 신체 활동이 건강 유지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심혈관 질환, 우울증, 비만 및 암 등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인타운의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녹지 공간의 확대 필요성이 더욱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인타운의 공원과 레크리에이션 시설 확대는 차세대의 건강한 성장에도 필수적이며 한인타운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조재성 / 도시계획 박사발언대 la한인타운 공원 공원 배치 공원 점수 공원 부족

2024-06-25

[발언대] 즉각적 조치를 요구한다

지난 1일 LA한인타운 윌셔 광장에서 열린 ‘양용 사건 규탄 집회’에 참석했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50년 경력의 정신과 의사로서 이번 사건은 너무나 충격적인 것이었다.     LAPD(LA경찰국)에 따르면 양용 사건은 앞으로  몇 달 더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떤 조치도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유사 사건의 수사 과정을 보면 보통 경찰의 자체 조사에만 1년가량이 소요되고 그 후 검찰 등에 사건이 이관되면 추가로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러나 경찰의 조사 결과만 기다리기에는 상황이 너무 다급하다. 왜냐하면 ‘양용 사건’을 계기로 많은 정신질환자의 가족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환자가 치료 시기를 놓쳐 상태가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어 상당히 걱정된다.         40년간 지켜본 결과 그동안 LA카운티 정신 건강국과 LAPD는 많은 정신질환 환자를 도왔다. 특히 정신 질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상황 등에서는 LAPD에 대한 신뢰가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신뢰 관계는 지속하여야 한다.   양용씨의 비극적 죽음이 발생한 날이 5월 2일인 점을 고려해 이번 사태를  ‘5·2 사건’ 이라 부르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이날이 ‘정신 질환자 보호의 날’ 로 지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개된 경찰의 바디캠 영상을 보면 당시 출동한 경관들은 정신질환자의 특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는 것처럼 보였다. 정신 질환자와의 대화는 일반적인 대화 방식과는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들에게는 생명을 존중하는 의식도 부족했다. 이로 인해 동영상을 본 사람 가운데는 경찰에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 젊은이가 어이없게 숨진 이 사건은 그의 가족, 친구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그뿐 아니라 경찰의 도움을 받아야 할 많은 정신 질환자(자폐 스펙트럼 ,조울증, 분열증, 우울증)와 그들의 가족에게도 큰 충격을 줬다. 경찰에 대한 신뢰감을 상실한 것은 물론 경찰에 대한 공포심까지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고 정신 질환자도 돕는 LAPD에 정신과 의사로서 몇 가지 충고를 하고 싶다.     첫째, 총격 경찰관은 즉각 직위를 해제하고 무기 소지 면허도 취소하라는 것이다. 둘째, 총격 경찰은 또 다시 시민의 생명을 해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즉시 정신 감정을 받도록 조치해야 한다. 셋째, 경찰 당국과 LA시, LA카운티 정신 건강국은 즉시 재발 방지와 주기적인 점검을 약속하는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 정신 질환자와 가족들이 더는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기 때문이다. 넷째, 검찰은 신속한 수사를 통해 총격 경찰을 기소해야 한다.     지금 많은 정신 질환자와 가족이 경찰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긴급 상황이 발생해도 신속히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자녀나 형제의 치료를 위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이들이 경찰 총격으로 숨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따라서 양용씨에게 총격을 가한 경찰에게는 중형이 선고되어야 마땅하다. 생명 존중 의식이 없는 경찰을 일벌백계한다는 의미에서다.     자녀의 억울한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양용씨 부모와 그들을 돕는 여러분에게 경의를 표하며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다. 조만철 / 정신과 전문의발언대 즉각 조치 정신 질환자 총격 경찰관 정신질환 환자

2024-06-17

[발언대] LA시 조닝 개혁으로 주택 문제 해결을

세계의 선도 도시, 다양한 문화를 자랑하는 LA에 왜 저소득층 아파트 부족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왜 홈리스는 이토록 많은가?       LA도 미국 내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주택 공급량 부족으로 주택 매매가와 임대료 동반 상승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LA에서 충분한 저소득층 아파트 공급이 이뤄진다면 인종 간의 긴장감을 해소하고 커뮤니티의 정주성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도시 문화는 부동산 용도 지정을 통한 도시 계획 집행 수단인 조닝(Zoning)을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LA의 조닝 관련 조례는 낡은 관행에 사로잡혀 있다. 현재 LA시의 토지 중 74%가 부유한 계층이 거주하는 단독주택 용지로 지정되어 있다. 반면, 저소득층을 위한 고밀도 아파트를 건축할 수 있는 토지 비율은 매우 적게 할당되어 있다. 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도시 계획 승인 과정은 저소득층 아파트 건설을 더욱 어렵게 한다. 이런 점들이, 조닝 관련 조례를 시급히 개선해야 하는 이유다.     LA시도 중대한 변화를 시도했다. 2022년 12월, 캐런 배스 LA 시장은 서민 주택 확대를 위한 ‘행정명령 1호(ED1)’를 발동했다. 기존 조닝 규정에서는 허용되지 않던 더 많은 호수와 더 높은 층수의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개발회사에 허용했으며, 주차장 확보 규정을 완화하는 조치도 취했다. 이러한 정책이, 최근 한인타운 노동연대(KIWA)를 통해 널리 알려진 ‘밀도 보너스(Density Bonus)’와 ‘역세권 주거지 개발 인센티브 프로그램(TOC)’이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에도 불구하고 이들 정책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캐런 배스 시장이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 6개월이 지나자, LA 도시계획국은 기존 계획을 수정해 부유한 계층이 거주하는 단독 주택 지역에는 저소득층을 위한 아파트 건설을 하지 못 하게 한 것이다. 심지어 담당 부처가 LA시에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이 약 25만 채 이상 부족하다고 발표한 상태에서 말이다.     그런 점에서 미니애폴리스와 포틀랜드의 사례는 흥미롭다. 이들 두 도시는 단독 주택 조닝을 없애면서까지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하철과 버스 같은 대중교통 노선을 따라 더 높은 밀도의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조닝을 변경했다.     캐런 배스 LA시장이 저소득층 아파트의 공급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조닝 조례 개혁이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   LA의 노력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두 도시와 비교했을 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더불어 LA시 도시계획국과 주택국은 시민단체, 주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LA가 더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실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주민의 목소리가 시정에 제대로 반영되어야 한다. 조재성 / 도시계획학 박사발언대 la시 개혁 주택 공급량 단독주택 용지 저소득층 아파트

2024-06-11

[발언대] ‘아동보호법’ 상정 실패는 지속적 운동의 출발점

공산주의 붕괴로 마르크스주의가 종료되었다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공산 사회의 모순, 그리고 평등을 확보하지 못하는 서방의 약점 위에서, ‘문화적 마르크스주의’라는 신좌파 운동은 50년의 역사를 이어왔으니 말이다.     1960년대 말 프랑스의 68혁명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신좌파 운동이 반세기가 지나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 같다. 사회 비평과 문화적 변혁을 꿈꾸는 신마르크스주의(Neo-Marxism) 이론이 사회, 교육, 심지어 성 정체성의 정치를 통해 활기를 띠는 곳이 바로 여기인 듯하다.     오늘날 캘리포니아의 동성애 운동, LGBTQ+ 문제는 깊은 뿌리를 가진 세계관 운동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 운동은 전통적 권위를 가진 국가와 가정, 교회를 ‘압제적(oppressive)’이라고 인식한다. 특히 그들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혼’이라는 전통적 가치의 표현을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이해한다. 그들은 문화적 자유를 위하여 전통을 답습하는 ‘모방(mimesis)’이 아니라, 사회적 변동을 ‘창작(poiesis)’하기 위하여 기존의 권위를 해체한다고 주장한다.     이 문화전쟁의 주장은 결혼, 독신, 성적 순결이라는 전통적 성 윤리가 어리석고 고답적인 속박이라 생각하며, 사랑에서도 자유를 주장한다. 결혼 제도는 인간 본능과 충돌하는 사회적 구성물이라 간주한다. 여기에 성적 해방을 주장하는 허버트 마르쿠제, 빌헬름 라이히, 주디스 버틀러 등은 자유로운 성, 결혼 반대, 낙태의 자유와 권리, 생물학적 생리적 성(sex)을 넘어서는 사회적 성(gender)의 선택, 그리고 외설적인 표현의 자유와 성애(性愛)를  핵심적 가치로 삼는 성 혁명 이론을 주장한다.     물론 이러한 운동의 기저에는 유물론적 세계관을 제공한 헤겔 좌파와 마르크스, 신적 토대 없이 사유해야 한다는 무신론의 프리드리히 니체, 그리고 생물학은 하나님과 성경의 개입을 거부한다는 진화론의 대부 찰스 다윈이 있다.     이러한 성 혁명과 성 정체성 정치에 대항하여, 한인 교계는 지난 1월부터 5월 중순까지 전통적 가정을 지키기 위해 활발한 운동을 벌였다.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으나, 한인 교회와 기독교 단체들이 모두 힘을 모은 서명운동은 우리의 귀중한 경험이 되었다. 주민발의안은 11월 선거에 상정되지 못했지만, 여러 교회의 목회자와 성도, ‘아동보호법 주민발의안 서명운동본부’의 봉사자, 이 운동의 촉매제 역할을 한 ‘다음세대 가치관정립단체’(TVNEXT), 그리고 교계 여러 기관의 협력과 연대는 지속적 운동의 미래를 기약한 경험으로 보인다.     신좌파 운동이 성 혁명이 압도하는 현재를 만들어 냈다면, 이번 서명운동은 성 정치의 중심지에서 우리 자손을 지켜내는 지속적 사역의 출발이 되어야 함을 일깨워준다. 더구나 한인 교계뿐 아니라 주류사회와의 협력이 더욱 필요함을 인식하게 된다. 우리는 세계관 전쟁을 위한 연대활동의 징검다리를 이제 힘차게 내딛게 되었음에 감사할 뿐이다. 민종기 / 재미한인기독선교재단 이사장·충현선교교회 원로목사발언대 아동보호법 출발점 신좌파 운동 동성애 운동 세계관 운동

2024-06-05

[발언대] 양용 사건에 입 다문 정치인은 꺼져라

오래전 미국 유학 시절, 미국 생활이 참 쉽지 않다고 느꼈다. 내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잊고 열심히 살고 있을 즈음, 반대의 현실을 각인시켜주는 사건들을 겪을 때 특히 힘들었다.     그 첫 사건이 4·29 폭동이었다. 이 사건은 한인에 대한 집단 괴롭힘이라고 볼 수 있다. 백인 언론들의 횡포에 더해 백인에겐 함부로 못 하는 흑인의 분풀이까지 한인들에게 퍼부어져, 한인은 그야말로 쌍포화의 희생양이었다. 한인은 이 일로 아직 누구에게도 사과조차 못 받는 아메리카의 이방인 신세가 됐다. 누구도 도와주지 않으니, 할 수 없이 한인 스스로 총을 들고 집과 일터를 지켜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이를 계기로 많은 사람이 우리의 목소리를 내줄 한인 정치인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을 것이다.   채 아물지 않은 한인 사회의 상처를 소환한 이유는 최근 정신질환을 앓던 양용 씨가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 때문이다. 경찰을 불러 병원에 옮겨 달라고 요청했더니, 범죄자 대응 방식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환자에게 총을 쏴 사망케 한 사건이다. LAPD의 과잉대응이 불러온 참사다.     그런데 한인 사회의 반응을 보면, 온도 차가 크다. 내가 양용이 될 수도 있고, 내 자식, 내 가족이 그 위치에 처할 수도 있음에도, 진실 규명을 요구하거나 경찰의 무력대응을 질책하는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하다. 아니, 차갑다고 해야 할 지경이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게 목숨을 잃었을 때 흑인 사회가 보인 반응과 너무도 다르지 않나.     특히 놀라운 점은, 선거철만 되면 한인의 지지와 후원금을 바라며 문턱이 닳도록 커뮤니티를 찾아오던 그 많은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현실이다. 모두 자랑스러운 한인이고, 한인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 약속하지 않았던가. 심지어 어느 기자가 이에 관해 질의했더니, 자기 관할이 아니라 말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했다는 기사를 보면 화가 치민다. 자기 지역구가 아니라는 이유로 불의를 보고도 꾹 참으시는 분들이 선거철엔 왜 너도나도 전국에서 자기 지역구도 아닌 LA까지 찾아와 손을 벌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인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한인들은 차라리 각 지역구의 주류 정치인들에게 호소해도 이보다는 나은 대접을 받지 않을까 싶다.     흔히 한인의 정치력이 몰라보게 신장했다고들 한다. 과연 그런가. 그건 후원금을 주고받는 그들만의 리그에서나 통하는 얘기 아닐까. 양용 씨 사건을 계기로 그 실체가 얼마나 허망한지, 그리고 힘없는 한인의 일상생활과는 얼마나 괴리가 큰지 훤히 드러났다. 정계 진출에 성공한 분들은 자기 입신양명을 위해 정치인이 됐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진정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목소리를 내주며 일하고 있는 정치인이 얼마나 되는가.   앞으로 한인 정치인들이 양용 씨 피격 사건에 대해 계속 입조심을 한다면, 나는 혼자서라도 외치고 싶다. 미국에서 한인 정치인은 이젠 필요 없다고 말이다. 내 가족이 경찰 폭력에 쓰러지는 판에 수수방관하는 정치인이 무슨 소용인가. 한인들은 그들을 향한 쓸데없는 기대를 접고, 차라리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 다수의 한인이 정말 그렇게 외치기 전에,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일하는 한국계 미국 정치인을 자임하면서 이번 사건에 당당히 발언하는 정치인을 보고 싶다. 김필성 / 치과의사·윌셔임플란트 원장발언대 정치인 양용 한인 정치인들 한국계 정치인 주류 정치인들

2024-05-27

[발언대] 안타까운 죽음

정신 질환자에 대한 경찰 총격 사건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정신 질환을 앓고 있던 한인 양용 씨가 경찰 총격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신 질환 환자들을 치료하는 전문의로서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다.   LA시의회는 2년 전 정신건강 문제, 이웃 간 논쟁, 약물 남용, 자살 위협, 고성과 물건 부수기, 가정불화 등의 신고에 대처하는 ‘비무장 민간대응팀’을 신설했다. 경찰은 폭력, 살인 등 중요 범죄에만 출동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LA경찰국도 시의회가 통과시킨 비무장 민간대응팀 가동을 적극 지지했다.   하지만 전문가 입장에서 이런 민간대응팀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져왔다. 왜냐하면 정신과 관련 응급상황이란 치료를 거부하며 폭력적 성향으로 변한 환자를 강제로 병원까지 데리고 가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LA카운티 정신건강국은 이미 정신과 응급팀(PET)을 두고 위기 상담 카운슬러를 24시간 대기시키고 있다. 소정의 교육을 받은 경찰 무장 요원과 정신건강 상담원이 팀을 이뤄 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가디언지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23년에 경찰 총격에 숨진 주민이 1200명이 넘는다. 이 중 100명(8%)이 정신 질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성을 잃은 정신질환자가 경찰에 대항하다가 숨진 케이스로 볼 수 있다. 경찰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체포돼 형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 모두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발생하는 사건들이다.     경찰은 정신질환자와 연관된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제 식구 감싸기로 경찰 편만 들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경찰 개혁이다. 물론 그동안 경찰은 여러 위기 상황에서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정신문제, 우울증, 자살 충동, 불안 장애, 약물중독, 주의산만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을 겪는 경찰들이 있다. 이런 문제는 경찰 조직뿐만 아니라 법조계, 의료계, 정치, 경제, 외교, 군 등에서도 발견된다. 문제점이 드러나는 경찰관이 있다면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각 로컬 정부의 정신과 응급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위기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강제 입원 치료할 수 있는 정신과 응급 병원과 병실 확대도 서둘러야 한다.   응급 상황에서는 환자와 같은 인종의 경찰관 내지 최소한 상담자를 동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간팀을 운영할 경우에는 그들이 자칫 다치는 등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팬데믹 이후 정신질환과 관련해 폭행을 동반한 사건이 계속 늘고 있다.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대처방안이 시급하다.   조만철 / 정신과 전문의발언대 죽음 정신 질환자 la카운티 정신건강국 정신문제 우울증

2024-05-22

[발언대] 한국의 의료 대란,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이 의료대란으로 시끌벅적하다. 사회적 협의 없이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씩 증원한다는 정부 측 발상도 문제지만, 그 때문에 환자를 볼모(?)로 단체행동에 나서는 의사 측도 환영받을 일만은 아니다.   문제는 갈등의 실마리가 된 정부의 의대 증원 발상이다. 선거용 표퓰리즘 등 정치적으로 의심의 소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도 유사한 시도를 했다 곤욕을 치른 사실을 알면서, 의사면허 취소, 정직 등 강압적 수단으로 해결하려는 마인드도 문제다.   무엇이 의료 대란의 근본 문제일까? 의사라는 직업은 소명없이는 힘든 길이다. 평생 아픈 환자를 상대하기에 웬만큼 내공을 키우지 않으면 우울증 걸리기에 딱 좋은 직업이기 때문이다.     의사는 돈 잘 벌고 명예도 있어 보이는 직업이지만 적성에 안 맞으면 고생길이다. 한국에서 수재들이 의대로 몰리는 추세는 학생 자신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병폐 현상이다. 돈을 벌려면 기업인의 길을 택해야 하고, 명예나 권력을 원한다면 변호사나 정치인이 되는 것이 낫다.       의업은 병을 고치는 일이어서, 돈을 낸만큼 환자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아픈만큼 환자를 돌봐야 한다. 의업은 돈을 벌기 위한 직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의사의 소명은 오로지 아픈 사람에게 헌신하는 일이다.     때마침 의사의 보람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사랑의 처방전’ 이라는 감동적인 글이 있어 소개한다.     영국의 한 시골 병원에 초라한 행색의 부인이 찾아와 애원했다. “의사 선생님, 지금 제 남편이 죽어 갑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의사가 하던 일을 멈추고 서둘러 와진가방을 챙겨 들었다. 그런데 부인은 의사의 눈치를 살피며 이렇게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미리 말씀드리는 데 저는 지금 가진 돈이 한푼도 없습니다.”     의사가 대꾸했다. “그게 무슨 대수라고! 우선 사람부터 살려야지요.” 의사는 부인을 따라 어느 낡고 초라한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서둘러 누워있는 남편을 진찰해 보고 나서 말했다. “부인, 큰병은 아니니 안심하십시오.” 이말에 부인은 진정으로 의사에게 감사했다.     부인을 데리고 병원에 돌아온 의사는 작은 상자 하나를 부인에게 전하며 말했다.  “집에 가서 열어 보세요. 그리고 이 안에 적힌 처방전대로 하면 남편분의 병은 곧 나을 겁니다”. 감사 외에는 보답할 방법이 없었던 가난한 부인은 너무나 고마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상자를 열었다.     그 순간 부인은 너무 놀란 나머지 숨이 멈추는 듯했다. 그 안에는 처방전 대신 한뭉치의 지폐와 함께 쪽지 한장이 들어 있었다. 그 쪽지에 적힌 글이 그녀를 더 울렸다.     “처방전 : 남편의 병은 극도의 영양실조와 과로가 원인입니다. 이 돈으로 먹을 것을 사서 충분히 먹이고 당분간 푹 쉬게 하면 남편은 곧 나아질 겁니다.” 부인은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계속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이는 올리버 골드 스미스라는 영국 의사의 실화다. 의술을 베푸는 의사들의 보람과 행복이 무엇인지 충분히 말해주고 있는 것 아닐까? 김재동 / 의사·수필가발언대 한국 의료 의료 대란 의사면허 취소 의사 선생님

2024-04-30

[발언대] 자폐증, 인식을 넘어 수용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은 4월 2일을 ‘세계 자폐증 수용의 날(World Autism Acceptance Day)’로 선포했다. 자폐증 수용에 대한 미국 정부의 첫 공식 선언이었다. 이는 자폐증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인식을 넘어 수용’의 단계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폐증 수용(Autism Acceptance)’은 ‘자폐인자조네트워크(ASAN·Autistic Self-Advocacy Network)’에서 2011년부터 사용한 표현이다. 그리고 2021년 ‘미국자폐협회(Autism Society of America)’는 사회·문화적 변화를 기대하며  4월을 ‘자폐증 인식의 달’에서 ‘자폐증 수용의 달’로 변경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후 지역사회와 여러 단체에서 ‘자폐증 수용’으로 바꿔 사용하는 움직임이 있었으며, 마침내 백악관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받아들여 ‘자폐증 수용’을 선언한 것이다.     ‘인식’을 ‘수용’으로 바꾸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고자 함이 아니다. 인식이 어떤 것에 대해 올바르게 알고 이해하는 것이라면, 수용은 그것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수용은 인식과 달리 실제적인 행동의 변화를 촉구한다. 수용은 나눔과 공유의 개념이 전제된 표현이기에 지역사회가 자폐증을 수용한다면 자폐성 장애인이 사회 공공 시스템 안에서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것은 그 사회의 자원과 시스템 일부를 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부분으로 여기고 그들을 위한 자리와 공간을 마련하여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교육, 치료, 여가, 취업 등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폐성 장애인을 수용하고 그들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만 한다. 그 결과로 자폐성 장애인의 권리가 확대될 것이고 각자 필요한 사회적 지원을 받으며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수용으로 표현을 바꾼다고 해서 인식을 등한시할 수는 없다. 진정한 수용을 위해서는 올바른 인식이 선행돼야 하기에 여전히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 수용과 인식은 비행기의 양 날개와 같으며 함께 적용되어야 한다.     적극적인 수용의 결과로 지역사회 내에 훌륭한 시스템이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식이 시스템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폐증의 특성과 그들의 모습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받아들이는 인식 개선의 과정이 지속해서 필요하다. 수용과 인식이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2023년 4월 발표 자료에 따르면 자폐성 장애의 유병률은 2.76%로 8세 아동 36명 중 1명이 자폐성 장애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폐성 장애의 유병률은 해가 갈수록 증가세를 보이며,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지역사회는 이제부터라도 전문가와 함께 좀 더 적극적으로 자폐증 수용을 위한 실제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구성원들은 내 삶의 어떤 부분을 자폐성 장애인과 함께 나눌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폐성 장애인이 그린 그림을 전시하는 카페나 사업체 등이 좋은 본보기다. 이들은 공간을 내어주는 것으로 매우 적극적으로 자폐증 수용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시간, 관심, 에너지, 자원, 재정 등 삶의 어떤 부분을 나누며 자폐증 수용에 동참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매년 4월은 ‘자폐증 수용의 달’이며, 특별히 4월 2일은 ‘자폐증 수용의 날’이다. 자폐성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기회이다. 모두 각자의 자리를 조금씩 내어준다면 조금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윤여광 / 한미특수교육센터(KASEC) 프로그램 디렉터발언대 자폐증 인식 자폐증 인식 자폐증 수용 자폐성 장애인

2024-04-23

[발언대] 봉사단체의 존재 목적

한인 사회에도 많은 단체들이 있다. 단체는 목적에 따라 형태나 구성원의 역할, 활동 방향 등도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많은 한인 단체에서 잡음이 발생하곤 한다고 생각한다.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은 소유주가 직원을 채용해 업무를 지시하고 이를 감독한다. 반면, 봉사단체는 구성원들이 대가 없이 자기를 희생하며 봉사를 하기 위해 모인 조직이다. 그런데 일부 한인 봉사단체에서는 목적에 대한 고려 없이 기업의 운영 방식을 따르려다 보니 잡음이 생기는 것 같다.      한인회·노인회 같은 단체의 존재 목적도 봉사에 있다. 이런 단체에도 이사회가 있지만 기업의 이사회와는 성격이 다르다. 봉사단체 이사회는 임원진의 활동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재정 등 필요한 후원을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일반 회원들도 봉사하는 임원진에 고마움을 표하는 게 마땅한 태도인데 오히려 원망의 대상으로 착각하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다.   ‘선교’가 목적인 교회는 그 주인이 하나님이요, 성경이라는 절대적 정관에 따라야 하는 특수 조직이다. 그 정관에는 주인인 하나님이 지도자 한 사람을 임명하면 그는 함께 일할 일꾼들을 뽑고, 그들은 그의 인도에 순종하며 따르게 되어있는 구조다. 그런데 지도자가 주인 행세를 하는 등 잘못이 있을 경우 주인은 언젠가는 그를 퇴출할 것이다.     많은 한인 단체들의 문제는 목적의 차이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지금까지 그래 왔으니까’, ‘다른 곳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하는 타성적 사고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관여하고 있는 라구나우즈 한인회도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최근 많은 토론을 거쳤다. 그리고 봉사단체임을 재확인하며 과거 관행을 과감히 깨고 모든 것을 목적에 맞게 고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앞으로는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회장 등 임원진이 단체의 중심이 되고, 이사들은 감독이 아니라 재정 등 임원진의 활동을 후원하는 봉사자의 역할을 하기로 했다. 또한 주요 업무도 과시용 행사 대신 각종 도와야 하는 분들을 돕는 활동에 역점을 두기로 의견을 모았다.   요즘 한인 단체들의 내부 갈등 소식을 종종 접한다. 대부분 단체의 존재 목적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구성원들이 목적의식을 공유해야 과감한 개선도 가능하다. 이번 라구나우즈 한인회의 변화가 다른 단체들에 본보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홍식 / 은퇴의사발언대 봉사단체 존재 봉사단체 이사회 반면 봉사단체 한인 단체들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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