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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대한민국 외교 공무원님들께

대한민국의 외교 공무원들, 그리고 영사업무 담당자들의 노고에 심심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지난 5월 2일 LAPD 경관  안드레스 로페즈에게 살해당한 제 아들 양용은 1984년 4월 7일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습니다. 그해 11월 초 유학 간 아비와 합류하기 위해 LA로 건너온 이후 40세가 된 올해 2024년 5월 2일까지 LA카운티에서 줄곧 살아왔습니다. 40년간 LA시, 글렌데일, 라카나다, 노스리지 등에서 거주하였으며 LA한인타운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신의 아비가 65세가 되도록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하는 것을 보고, 제 아들도 대한민국 국적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제 아들은 평생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것입니다.
 
사망 당일 제 아들은 LA 거주자이자 영주권자로서 미국법과 미국 정부의 처리 방식에 따랐지만 국적은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아마 제 아들처럼 대한민국 여권을 소지한 한국 국적자가 외국에서 숨지는 사례가 꽤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노환으로, 병으로, 또는 사고로 사망 원인도 다양할 것입니다.
 
단지 제 아들이 대한민국 국민이었기 때문에 드릴 수 있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제 아들은 해외에서 숨진 많은 재외국민 가운데 한사람에 불과하지만, 몇 가지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차이가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그 특수성이란 총격에 의해 비참하게 살해된 점, 공권력(LAPD)에 의해 살해된 점, 현행범이 아니고 도주 시도도 없었는데 살해된 점, 정신불안증세 환자임을 알고 있던 경관에 의해 살해된 점, 경관의 살해 의도가 있는 총격으로 살해된 점, 심장, 폐, 위장, 췌장, 간, 요추, 흉추 등 주요 장기가 모두 손상된 채 살해된 점, 총격 후 응급처치 없이 사망한 점, 응급 구조원이 총격후 8분이나 지나 도착한 점, 부모가 병원 이송을 부탁했는데 환자의 인권을 무시한 채, 무리한 가택 진입과 체포 시도로 환자를 불안하게 만들어 사태를 악화시킨 후 살해한 점 등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숨진 대한민국 국적자는 거의 없을 겁니다. 여기에 제 아들의 죽음이 갖는 특수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경우 제 아들의 모국인 대한민국 정부와 관할 외교공관의 심적, 도의적, 법적, 외교적 의무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죽은 제 아들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어떤 요구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를 대신해 부모인 제가 모국 정부에게 요청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고, 정부는 어떤 것을 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어떤 것을 해 줄 수 있는 권한이나 능력이 있는 지 알고 싶습니다. 이를 알려주시면, 망자와 유가족에게 도움이 될 것이며, 또 동일한 아픔을 겪게 될지도 모를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타산지석이 될 것으로 봅니다. 최소한 국가가 무엇을 해 줄 것인지, 또는 해 줄 수 없을 것인지 미리 알고 있어야 적절히 대처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테니까요.
 
아직 아무런 일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제 아이가 죽고 지인들을 통해 알게 된 LA총영사관의 강영한 경찰영사님이 연락을 주셔서, 제 아들의 주민등록번호로 국민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통화 중에 강 영사님이 안타까워해 주시고 위로의 말씀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최근 LA한국문화원에서는 LAPD 경관들을 초청해 문화 교류 행사를 한 것으로 압니다. 공무원님들의 노고와 입장 잘 이해합니다. 하지만 어느 분도 LAPD 경관에게 억울한 죽임을 당한 제 아들의 비극을 전달하거나, 관련 질문을 하지는 못하셨겠지요? 문화 교류 행사에서 희생자를 위한 추모의 시간을 갖지는 않으셨겠지요?
 
대한민국 국적자의 목숨이 미국 정부에도,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에게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으며 입맛이 씁니다. 

양민 / 박사·교육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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