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보물찾기
미주 한인 이민 역사가 120년이 지났다. 하지만 한인 이민 선조들의 역사와 기록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보물로서의 가치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소리, 모습, 이야기, 그리고 소통이 이루어져야 할 공간은 사라진 지 오래됐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상의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어제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그 역사는 기록되지 않고 있다.
한인 사회의 보물은 금과 보석이 아니라, 우리의 뿌리와 문화, 그리고 이야기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이 보물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가치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한인 이민 역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세대들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이들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에 대한 관심도 사라지고 있다.
미주 한인 사회 최대 숙원 사업 중 하나인 한미박물관 건립은 수년째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관심과 참여도 갈수록 시들해지는 모습이다. 한미박물관은 디즈니 만화영화의 하늘을 나는 궁전처럼 판타지 같은 이야기가 됐을 뿐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100년이 넘은 그림과 유물 등 보물들은 모두 집이나 창고에 쌓여 있고, 우리 후손에게는 단순히 보잘것 없는 ‘옛날 물건’으로 여겨질 뿐이다.
한인 사회의 보물들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들은 기록하는 것뿐 아니라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소통은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가정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며, 자손들에게 그 의미를 전하고 이해시켜야만 그 보물의 가치를 알 수 있다.
한미박물관과 각종 기념관 건립을 위해 그동안 한인들이 기증한 보물이 5만 점 이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보물들이 모두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그 행방을 모른다. 나중에 벼룩시장에서 발견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얼마 전 한미박물관 건립을 위해 우리의 목소리와 관심을 전달하는 공청회가 두 차례 있었지만, 한미박물관 측은 이를 무시했다. 한미박물관 측은 이제 한인 사회에 이유를 설명하고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만약 능력이 없다고 생각되면 물러나라.
우리의 이야기와 보물은 어느 한 사람의 소유가 아니다. 만약 보물들이 파손되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것이며, 우리의 이야기다. 한인 사회의 보물찾기를 위한 한미박물관 공청회는 반드시 이어져야 하며, 목소리를 모아 함께 지켜야 한다.
크리스토퍼 이 / 건축가·다큐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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