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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엘니뇨·열돔·온난화로 올여름 뜨겁다

북미·유럽·아시아 ‘살인더위’
이상고온에 각국 피해 속출
전문가 “예년보다 더 더울 것”

엘니뇨 현상 수년만에 찾아와
해수온도 오르면 기후에 변화

뜨거운 공기 둘러싸 가두는
열돔 현상에 남부주 무더위

기후 변화로 자연재해 늘어
국제 공조로 해결 모색해야

본격적인 여름에 앞서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 고온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폭염이 강타한 텍사스 휴스턴에서 아이들이 뿜어나오는 물줄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로이터]

본격적인 여름에 앞서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 고온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폭염이 강타한 텍사스 휴스턴에서 아이들이 뿜어나오는 물줄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로이터]

북중미를 비롯해 아시아, 유럽 등 지구촌 곳곳이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주 미국 중남부 지역은 열돔현상(Heat Dome)이 2주 넘게 이어지면서 한낮 온도가 화씨 100도를 훌쩍 넘었다. 폭염 지역은 텍사스, 애리조나, 오클라호마, 루이지애나, 앨라배마 등 남부주 대부분에 걸쳤다.  
 
특히 폭염이 심한 텍사스주 일부 도시들은 110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구상 가장 더운 곳이라는 캘리포니아 데스밸리의 기온보다 높은 날도 있었다. 지난주까지 폭염으로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지난주 스페인, 영국, 독일 등의 기온이 평균보다 크게 올라가면서 비상이 걸렸다. 스페인 지역은 화씨 110도를 웃돌았다.
 
인도와 파키스탄 지역은 폭염 현상이 더 심했다. 최근 일부 지역은 117도까지 치솟았다. 인도 보건당국은 주민 100여명이 지난 수주간 폭염에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지난주 베이징 지역에 사상 처음으로 사흘째 ‘적색경보’가 울렸다. 가장 높은 단계인 적색경보는 104도 이상 고온이 예상될 때 발령된다. 베이징 기상당국은 이같은 폭염이 이번 달 중순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들어 동남아시아도 이상 고온을 보였다. 지난 4월 말부터 시작해 5월까지 100도가 넘은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됐다.
 
▶다시 돌아온 엘니뇨
 
기상전문가들은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고온현상의 원인으로 엘리뇨 현상과 열돔 현상, 지구온난화 등을 꼽는다.  
 
엘리뇨 현상은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은 상태로 수개월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엘니뇨가 발생해 해수면의 온도가 섭씨 0.5도 올라가면 지구 온도는 0.2도 상승한다. 반대로 라니냐는 해수면의 온도가 낮아져 대기의 온도가 떨어지는 현상이다.  
 
태평양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면 수증기 증발을 촉진하게 돼 물을 쏟아붓는 듯한 호우성 강우가 자주 발생하고 이상고온 현상이 일어난다.  
 
지난 수년간은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균보다 낮은 라니뇨 현상이 이어졌는데 올해에는 엘리뇨로 돌아섰다.  
 
기상학자들은 올해에 예년보다 강한 수퍼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국립해상대기청은 “올해 엘니뇨 현상이 심각한 수준을 보여 북미 지역을 비롯해 곳곳에 기상이변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보했다. 7월까지는 해수면 온도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10월이 가까워지면 더 뜨거워져 이상기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열돔 현상은 7~10킬로미터 높이 대기권에 발달한 고기압이 반구 형태의 지붕을 만들어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현상으로 극심한 폭염의 원인이 된다.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
 
엘니뇨는 해수면의 온도 상승에 의해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는 자연현상이다. 반면 지구온난화는 인위적인 요소가 영향을 준다. 지구온난화는 이산화탄소와 열을 저장하는 가스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서 지구의 온도가 점차 상승하는 것을 말한다.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 기후환경과 생태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이상기후를 초래해 홍수와 가뭄의 양극단 현상을 불러오고 이상기온으로 폭염 피해가 생기기도 한다.   
 
▶기후변화에 공조 필요
 
지구온도 상승으로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유니버시티 오브 펜실베이니아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세기 동안 해수면은 매년 2밀리미터씩 상승했다. 이런 추세라면 금세기 말에는 해수면이 최대 50인치까지 올라가고, 이 경우 지구 곳곳의 저지대가 물에 잠기게 된다.  
 
2021년 비영리단체 '클라이메트 센트럴(Climate Central)'은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1도에서 4도까지 올라갈 경우를 가상해 지구촌 여러 지역의 모습을 소개한 적이 있다. 산업화 이전보다 3도가 올라가면 롱비지 지역 405번 프리웨이 일부도 물바다가 된다. 샌타모니카 피어도 3도가 상승하면 해수면이 최고 20피트 올라가 피어 전체가 바닷속에 잠긴다. 과학자들은 지금 추세로 기온이 상승하면 다음 세기에 샌타모니카 피어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구온난화는 일부 국가의 문제가 아니다. 부정적인 영향은 모든 국가에게 미친다. 특정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산업화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선진 산업국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2009년 미국이 주도해 창설한 ‘에너지·기후에 관한 주요 경제국 포럼(MEFF)’은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를 국제적 공조로 막아 보자는 것이 목표다.  
 
지구온난화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온도가 높아지는 속도를 줄일 수는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 절대적이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2030년 지구의 온도는 평균 1.5~2도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의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지구평균 기온이 2도가 오르면 가뭄과 폭우 등의 이상기후로 세계 1억8900만 명이 기아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는 폭우와 홍수, 가뭄과 폭염 등의 현상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인류를 파열의 위기로까지 내몰 수 있는 메가톤급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때 이른 여름에 세계를 강타한 폭염이 일상이 되지 않도록 기후변화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김완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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