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FOCUS] 나랏빚 100일에 1조불 증가, 눈덩이 이자 경고음

국가 부채 증가와 이로 인한 이자 부담에 대한 경고음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연방정부의 부채는 지난 2월 29일 현재 34조4710억 달러를 기록했다. 국가 부채는 지난해 6월 15일 32조 달러 돌파한 뒤 9월 15일 33조 달러를 돌파했고 지난 1월 4일에는 34조 달러를 넘었다. 32조에서 33조로 증가할 때는 91일이, 33조에서 34조로 뛸 때는 110일이 걸렸다.     100여일 간격으로 1조 달러씩 부채가 증가하자 앞으로도 100여일마다 1조 달러가 늘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수석 투자전략가 마이클 하트넷은 34조 달러에서 35조 달러로 증가할 때도 100일 간격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연방 재무부는 이미 지난 3월 말 국가부채가 35조 달러에 이르렀다고 추산했다.   의회예산국(CBO)도 부채 증가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최근 CBO는 2029년이면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7%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역대 최대치다. 지금의 추세라면 부채는 2054년 GDP의 166%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국가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자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지난달 투자자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핑크 회장은 “더 많은 리더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부채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경고음을 울렸다. 그는 “미국 경제가 국가 부채가 GDP를 웃돌면서 긴축과 침체의 시기로 이어지던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의 일본처럼 보이기 시작한다”라고 경고했다.   핑크 회장은 국가 부채 증가에 따른 이자 규모도 경고했다. 그는 이자 부담은 사회보장기금의 비용 상승과 맞물리면서 부채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정부 지출을 줄이거나 세율을 올리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시타델의 켄 그리핀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1일 국가 부채의 이자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우려 사항”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월가의 헤지펀드 제왕인 그리핀 CEO는 2017년 이후 처음으로 투자자 서한을 공개하고 국가부채에 대한 순이자 지출이 2023년 GDP의 3.1%에 이른다고 우려했다.     그리핀 CEO는 “미래 세대를 희생시키는 차입을 중단해야만 한다”고 비판했다. CBO가 제시한 전망에 따르면 이자 비용은 2054년까지 GDP의 6.3%로 높아진다.   고금리 등으로 인해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이 빠르게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10월에는 국채의 이자 지급 규모가 1조 달러를 돌파했다. 피터 G. 피터슨재단의 마이클 피터슨은 “지난 3년간 이자 비용이 2배 이상 상승했고 올해는 하루에 20억 달러 이상으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피터슨은 “내년에는 이자 지급이 국방은 물론 거의 모든 국가적 우선순위에 지급하는 예산보다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방 상무부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자 지급액은 8700억 달러를 기록해 국방비 8220억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10월엔 이마저도 1조 달러를 돌파해 이자 부담이 새로운 영역에 들어섰다는 위기감을 낳았다.     정부 부채와 이자 지급 규모가 커지면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때문에 재정정책의 안정성이 약화한다. 재정 부담이 늘면서 연방의회가 부채한도를 늘려야 하는 일이 잦아지고 연방정부의 셧다운이나 국가부도 리스크 노출도가 높아진다.     지난달 CBO는 국가 채무 증가가 채권시장 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CBO의 필립 스와젤 이사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전례 없는 정부 부채가 2022년 영국의 금융시장 혼란과 같은 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해 9월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대규모 감세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겠다며 재원 마련 대책에 대한 설명 없이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았다. 긴축이 필요한 시기에 감세안이 나오자 감세 비용을 마련하려면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고 본 채권 시장에는 매물이 쏟아졌다. 금리는 급등하고 파운드화 가치가 역대 최저로 추락했다. 영국 정부는 감세안을 철회하고 트러스 총리는 취임 50일 만에 사임했지만 국채의 위험성을 드러낸 사례로 꼽힌다.     스와젤 이사는 미국이 “아직 그 상황에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영국의 사례는 정부의 국채 발행을 투자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미국도 부채가 위험 수준을 향하고 있다는 전문가 경고가 이어지지만 부채는 계속 늘고 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법인세율을 21%에서 15%로 낮추겠다고도 했다. 감세는 추가 국채 발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안유회 에디터FOCUS 경고음 눈덩이 부채 증가 이자 비용 국가 부채

2024-04-22

[FOCUS] 관계 좋던 이란-이스라엘 두 나라…‘이슬람 혁명’ 이후 틀어졌다

이스라엘이 이란 영사관을 공격하고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하는 초유의 사태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불안정해지고 있다. 한때 경제 협력은 물론 군사적으로도 뭉쳤던 양국은 왜 이토록 반목하게 됐을까. 양국이 역사적으로 중동의 역학 구도를 놓고 치밀하게 ‘밀당’을 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기 전만 해도 양국 관계는 돈독한 편이었다. 당초 이란은 영국의 팔레스타인 분할 계획(47년)과 유엔 가입(49년)을 반대했다. 하지만 막상 이스라엘이 건국되자(48년), 2년 뒤 정식 국가로 인정했다. 주요 이슬람 국가 중에선 튀르키예에 이어 두 번째 승인이었다.   유럽에 망명 중이던 친미 성향의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가 1953년 친위 쿠데타로 ‘샤(왕)’에 다시 오르면서 양국은 더 빠르게 가까워졌다. 정식 수교는 하지 않았지만, 대표부를 두고 텔아비브와 테헤란을 잇는 직항편을 운항했을 정도였다.   당시 이스라엘은 이란을 비아랍권 국가로 분류하고 우호 세력으로 삼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이스라엘은 이집트·요르단·시리아·레바논 연합군과 치른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1967년)’ 이후엔 석유의 상당 부분을 이란에서 수입했다. 유럽으로 수출하는 이란산 석유를 보낼 송유관과 항만 시설을 운영하는 양국 기업 간 합작회사도 운영했다. 급기야 양국은 ‘플라워(flower)’란 명칭의 탄도미사일 공동 개발 프로젝트(77~79년)까지 가동했다.   하지만 이슬람 혁명으로 과격한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이란 정권을 거머쥐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팔레비 왕조를 축출한 혁명 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이스라엘을 “이슬람의 적”, “위대한 사탄(미국)에 기생하는 작은 사탄”이라고 선언하며 모든 공식 관계를 단절했다.   그러나 이듬해 이란·이라크 전쟁(80~88년)이 발발하면서 양국 간 군사 밀월이 시작된다. 당시 이라크의 핵개발을 우려하던 이스라엘은 이란에 무기를 지원하고 군사고문관을 파견했다. “이란이 전쟁 발발 직후 구입한 무기의 약 80%가 이스라엘에서 온 것”이란 말이 돌 정도였다. 전쟁 기간을 통틀어 이스라엘이 이란에 건넨 미사일만 1500발에 달한다는 집계도 있다.   이스라엘은 그 대가로 이란으로부터 석유와 함께 이라크 군사시설과 관련한 상당량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81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남부의 오시라크 핵시설에 대한 공습(오페라 작전)도 이런 군사정보를 참고한 것이었다.   하지만 겉과 속은 달랐다. 호메이니 정권은 전쟁 중에도 이스라엘을 겨냥한 칼날을 은밀하게 갈고 있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에 무기를 제공하고 군사훈련까지 시키며 길고 긴 ‘대리전(proxy war)’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90년대부터 헤즈볼라의 테러가 이스라엘을 공포로 몰아넣기 시작했다. 29명이 숨진 아르헨티나의 이스라엘 대사관 폭탄 테러(92년)를 시작으로 85명의 사망자를 낸 아르헨티나-이스라엘 친선협회 건물(AMIA) 폭탄 테러(94년) 등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지만, 이란은 테러 관련설을 끝까지 부인했다.   이에 대항해 이스라엘 역시 이란 정부를 전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반군 세력인 이란 인민무자헤딘(MEK), 준달라(PRMI·이란 인민저항운동) 등을 군사적으로 은밀히 지원했다.   2000년대 들어 이란이 핵개발에 나서면서 양국 간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2005년 우라늄 농축을 재개한 이란은 “이스라엘은 지도에서 지워져야 한다”(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며 공세적으로 나왔다. 이에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과학자들을 암살하고, 2010년엔 이란 우라늄 농축시설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까지 가했다. 악성코드(스턱스넷·stuxnet)를 핵시설 컴퓨터에 침투시켜 시스템을 셧다운 시켰는데, 당시만 해도 전례가 없는 공격 방식이었다.   2009년 이스라엘에 강경파인 베냐민 네타냐후 2기 정권이 출범하면서 양국 간 ‘강 대 강’ 국면이 더 악화된 측면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 계획)를 일방적으로 파기했을 때도 국제사회는 우려했지만 네타냐후 정권은 가장 먼저 환영했다.   이란 역시 2020년부터 미국이 주도한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 간 관계 정상화를 훼방 놓는 등 이스라엘을 ‘중동 내 왕따’로 고립시키는 전략을 계속 구사했다. 특히 수니파 종주국으로 이란과 대립 관계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수교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자 “이슬람 국가가 이스라엘과 국교를 맺는 건은 퇴행적이고 반동적인 행위”(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라고 맹비난했다.   이 때문에 이란의 군사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 기습 공격한 것이 우연이 아니란 풀이가 나왔다. 아랍국들이 공히 분노하는 지점인 팔레스타인 문제를 도마에 올리기 위한 전략이었단 얘기다. 실제로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실권을 장악한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군사작전에 나서면서 그간 추진하던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는 모두 멈춰선 상황이다. 이스라엘 내부에선 “이란이 놓은 덫에 걸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이 지난 1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수뇌부를 제거하기 위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습하면서 사태는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25만 병력의 IRGC는 최고지도자(호메이니) 친위 부대로 이란 정규군보다 훨씬 강력한 군사 조직이다. 그간 헤즈볼라,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 등 이스라엘을 적대시하는 테러 세력을 훈련시키고 무장시킨 장본인이다.   이스라엘이 사실상 ‘대리전’의 틀을 깨고 먼저 공격에 나서자 이번엔 이란이 도발했다. 공개적으로 ‘보복’을 밝힌지 2주일 만인 13일 새벽 이스라엘 본토를 겨냥해 300여발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앞으로 양국의 군사 행동이 더 고조되면 중동 정세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뉴욕타임스는 “이번 공격으로 큰 사상자나 물리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그 영향은 심각하다”며 “이스라엘 안보 당국자들은 (이란 영사관 공습 이후) 이란이 자국 군대로 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 평가는 잘못된 것”이라고 전했다.   김상진 기자FOCUS 이스라엘 이슬람 이스라엘 본토 당시 이스라엘 이슬람 혁명

2024-04-15

[FOCUS] 기득권 정치 허문 앤디 김, 한인 첫 상원 입성 기대 고조

오는 11월 5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로 치러질 대선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빅 이벤트다. 그런데 올해 대선의 경우 필자는 대선뿐 아니라 같은 날 함께 치러질 상·하원 선거에도 많은 관심과 기대를 갖고 있다. 사상 첫 한인 상원의원의 탄생 가능성 때문이다. 뉴저지주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앤디 김이 그 주인공이다. 앤디 김을 포함, 지금까지 한인 연방 하원의원은 5명에 달했지만, 상원에 들어간 인물은 아직 없다. 섣부른 예상이지만 그가 상원 입성에 성공할 경우에는, 2028년 대선 주자의 반열에도 들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투표 용지 후보 배치 차별   50개 주 중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돈이 정치를 지배하는 곳 중 하나가 뉴저지주다.     당내 주요 인사들에 의해 선출직 공천이 좌지우지된다. 특히 뉴저지주는 유일하게 정당이 투표용지를 디자인할 수 있도록 허용한 지역으로, 이는 선거 결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투표용지의 후보 순서를 임의대로 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을 많이 기부하거나 당 간부들과 가까운 후보의 이름을 맨 앞 열에 배치하고, 정치 신인이나 당에 대한 기여도가 낮은 인물을 뒤쪽 열에 배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를 ‘파티 라인(party line)’이라고 부르는데 당이 후보들을 차별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 주지사와 당 인사들이 밀착해 허가권이나 계약 등은 물론 임명직 공무원에 대한 인사에 개입해 이권을 챙기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래서 일각에선 뉴저지주 정치를 기득권의 금권정치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유독 뉴저지주에는 뇌물 혐의로 사퇴한 고위직 정치인들이 많다. 2003년에는 밥 토리첼리 상원의원이 비리로 사임했다. 지난해 9월에는 로버트 메넨데즈 연방 상원의원의 집에서 현금과 금괴가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파티 라인을 통해 의사당에 입성한 대표적인 정치인 중 한 명이다.   메넨데즈 상원의원이 뇌물수수 혐의로 연방 검찰에 의해 기소되자 가장 크게 격분한 사람 중 한 명이 앤디 김이었다. 메넨데즈 상원의원의 비리가 공개된 직후 경선에 뛰어든 앤디 김은 뉴저지주의 기득권 정치와 맞서 싸우겠다면서 자신의 도전은 상원의원 이상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돈에 의해 좌지우지됐던 민주당의 금권정치도 언론을 통해 속속 드러났다.   앤디 김의 경쟁자로 출마를 선언했던 태미 머피는 뉴저지 주지사의 부인으로 행정 경험이 전무한 인물로 남편의 후광으로 민주당 조직을 장악했다. 이에 맞서 앤디 김은 상원의원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당내 권력자들이 누려온 정치권력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외쳤다. 이로 인해 선거판은 시작부터 주지사 부인인 태미 머피의 기득권 정치와 풀뿌리 시민들을 대변하는 앤디 김의 시민 정치의 대결 구도로 짜여졌다.   이로 인해 뉴저지주 상원의원 선거는 순식간에 전국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전국의 신문과 방송에서는 부패한 정치 기득권과 무모하게 보이지만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앤디 김의 대결을 보도했다.     지난 6개월 동안의 선거운동은 앤디 김을 전국적인 정치 스타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선거운동을 시작할 때 앤디 김이 민주당 후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일반 유권자들이 잘 모르던 뉴저지주의 부패한 정치의 연결 고리가 점점 더 적나라하게 알려지면서 앤디 김의 지지율이 올라갔다.   ▶시위대 쓸고 간 의사당 청소 화제   결국 민주당의 공식 후보 등록 마감일 하루 앞둔 지난 3월 24일 태미 머피는 후보에서 사퇴했다. 일요일인 이날 전국의 모든 언론 매체들은 정치권 토픽으로 앤디 김에 대해 보도했다. 한인의 연방상원 입성이 가까워진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 후엔 연방법원이 기존 방식의 뉴저지주 투표용지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비민주적이고 불공정하며 위헌적이다”라는 이유에서다. 기존 투표용지 사용을 금지해달라고 소송을 냈던 앤디 김이 또 다른 승리를 거둔 것이다.   앤디 김은 2018년에 뉴저지주 최초의 아시아계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는 2018년 트럼프가 대선에서 6%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지역에서 현직인 톰 맥아더 의원을 1%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2020년에는 9%포인트로 차이로 벌리면서 재선에 성공했고, 2022년엔 상대를 15%포인트 차이로 승리해 자신의 지역구를 민주당 선거구로 바꾸었다. 미 정계에서 의원들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상대 당 지역을 자신의 소속당 지역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앤디 김은 2021년 1·6 의사당 폭동 때 폭도들에 의해 아수라장이 된 의사당을 치우는 모습이 포착돼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그의 의정 활동을 더 높게 평가한다. 그는 떠오르는 전국적인 정치 스타 10명 안에 항상 거론되곤 한다. 1982년 한인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앤디 김은 조지 W 부시 집권 때 국무부 소속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근무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일했다.   앤디 김은 외교·군사 전문가로 백악관에서 일한 경력을 기반으로 연방하원에 세 번이나 당선됐다. 상원 입성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은 전국적인 정치인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아시아계 이민자로 막 40대에 접어든 새 시대 정치인의 선두권 주자다. 그에게 더 큰 기대를 걸 수 있는 이유다.     ━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1985년 미국으로 건너와 학업을 마치고 1996년 한인유권자센터를 설립해 한인의 권익 향상을 위해 활동해 왔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대선 캠프에 참여하는 등 워싱턴 정계에 인맥이 두텁다. 한·미관계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김동석 /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FOCUS 기득권 정치 한인 상원의원 뉴저지주 정치 기득권 정치

2024-04-08

[FOCUS] 대선 레이스 변수로 부상한 ‘낙태권 논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와 낙태 문제는 항상 주요 이슈로 등장한다.     대통령이 재임 중 대내외적으로 치적을 쌓았다 해도 경제가 나쁘면 재선하기 어렵다. 그만큼 경제문제는 국민의 생활과 직결돼 대선의 향방을 가름한다.     낙태도 경제 못지않게 대선의 변수로 작용한다. 의회 전문지 ‘더힐’도 지난달 올해 대선의 승패를 결정할 5가지 쟁점에 경제, 트럼프의 품행·바이든의 나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제3의 후보 등과 함께 낙태 문제를 꼽았다.     경제 정책에 대한 견해는 크게 보수와 진보로 갈라진다. 그럼에도 경제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성향에 관계 없이 접점을 갖는다. 국가경제가 발전하고 개인생활이 윤택해져야 한다는 바람은 보수와 진보에 구분이 없다. 즉 경제 상황이 좋으면 보수와 진보의 의견이 극명하게 양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낙태는 이와 차이가 있다. 보수와 진보에 따라 반대와 찬성으로 나뉜다. 두 이념 사이에 다소 공감 부분이 있지만 원칙적으로 찬성과 반대의 큰 틀에서 대립한다.     올해 선거는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연방대법원이 폐기한 후 첫 번째 실시되는 대선이다. 2022년 6월 30일 대법원은 헌법적 권리인 낙태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49년 전 합법화 판결을 폐기하고 낙태 제한 여부는 주별로 정하도록 했다.     텍사스, 미시시피 등의 동남부 주들은 연방 판결을 계기로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법을 발효시켰다. 일부 주에서는 낙태를 금하기 위한 새로운 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반면 캘리포니아와 뉴욕을 비롯한 서부와 동북부 주는 낙태 허용을 고수하겠다며 반발했다. 현재까지 14개 주가 낙태를 금지했으며, 7개 주는 낙태 허용 기간을 24주보다 짧게 규정했다.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 법관들의 역할이 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단임 임기 중 3명의 대법관을 지명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4번으로 가장 많기는 하지만 연임으로 임기가 트럼프에 2배인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적다.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등도 연임했지만 임기 중 각 2명씩 임명했을 뿐이다.     닉태와 관련해 이를 옹호하는 민주당이 공화당에 비해 유리한 입장이다. ‘로 대 웨이드’ 폐기 1주년을 맞아 실시한 USA투테이 조사에서도 닉태권 폐지 반대가 58%로 나타나 찬성 30%를 압도했다.     낙태를 금지했던 일부 주들도 찬성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2022년 중간선거에 대표적인 공화당 주인 켄터키와 몬태나에서 낙태권 지지가 과반을 득표했다. 민주당의 전체적인 중간선거 승리에 낙태권 지지가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로 대 웨이드’ 폐지가 2년 가까이 다가오면서 각종 낙태 관련 통계도 판결의 취지와 상반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폐지 이후 낙태는 증가하고 있다. 낙태권 옹호단체 구트마허 연구소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102만6690건의 낙태가 실시됐다. 가임기 여성 1000명 중 15.7명꼴로 낙태가 이뤄진 것으로 2020년과 비교해 10% 정도 늘어났다. 특히 2023년은 연간 낙태 건수가 100만건 이상으로 조사돼 2012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낙태 건수가 증가했지만 특히 낙태를 불법화한 주의 인근 주들 낙태가 크게 늘었다. 연구자들은 낙태가 허용되지 않는 주에 거주하는 여성들이 인근 주로 이동해 시술을 받았을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해 낙태 건수가 큰 폭으로 늘어난 지역은 텍사스, 위스콘신, 켄터키, 미주리 등과 인접한 주들이다.   낙태약 보급도 낙태 건수 증가에 한몫했다. 구트마허 연구소에 따르면 경구용 낙태약을 이용한 낙태는 10여년 전만 해도 전체의 10%를 넘지 못했으나 2023년에는 63%를 차지했다.     또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따르면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전에는 한 달에 약 1400명의 여성이 낙태약을 사용했지만 폐기 이후에는 월평균 5900명으로 늘었다. 미국이 아닌 유럽 등에서 약을 구입한 여성까지 포함하면 약을 이용한 자가 낙태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낙태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약은 미페프리스톤이다. 미페프리스톤은 임신 10주까지 사용할 수 있는 중절 약이다.   낙태 문제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다. 프랑스는 지난달 4일 세계 최초로 여성의 낙태 권리를 헌법에 명시했다. 이를 계기로 낙태와 관련된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가 낙태권을 명문화하기는 했지만 반대론자의 반발이 크다.     낙태 문제가 올해 대선에서 미묘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낙태 반대론자들이 경구용 낙태약 미페프리스톤의 사용 승인을 취소해야 한다며 연방식품의약국(FDA)에 소송을 제기해 지난달 26일부터 연방대법원이 심리를 시작했다.     2000년 FDA의 사용 승인을 받은 낙태약 미페프리스톤의 사용 금지 결정이 내리면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낙태 문제와 관련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은 ‘여성 보호’라는 말로 요약된다. 그는 “트럼프는 여성의 권리를 박탈하기 위해 출마했지만 나는 보호하기 위해 출마한다”고 강조한다. 또 폐기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다시 복구할 것이며 트럼프에 의해 전국적으로 낙태가 금지되는 상황을 막겠다고 공약했다. 여성의 낙태권을 존중한다는 의미이지만 이면에는 낙태권을 지지하는 민주와 진보층을 결집하고 여성 표심을 끌어들이려는 의도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낙태에 대한 입장은 최근 들어 유화적으로 돌아섰다. 이전에는 낙태권이 폐지된 것은 자신이 임명한 보수성향 대법관 덕분이라고 자랑했지만 2022년 중간선거 등을 거치면서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해 왔다. 최근에 임신 16주 이후 낙태 금지를 연방 차원에서 입법화하는 것에 대한 찬성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표명하기는 했다. 보수 공화당도 낙태 금지로 인한 역풍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현재 연방대법원이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접근 제한 요구를 기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3명을 포함해 다수 법관이 소송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심리가 갖는 의미는 크다. ‘로 대 웨이드’ 폐기한 후 연방대법원에서 처음 심리하는 낙태 관련 사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맞물려 캠페인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의 판결은 대선을 4개월 정도 앞둔 6월 말에서 7월 사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법원의 판결이 대선 레이스의 결과를 바꿀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초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낙태에 주목하고 있다.  김완신 에디터FOCUS 낙태권 레이스 낙태도 경제 낙태 문제 낙태 허용

2024-04-01

[FOCUS] 억만장자 증가…부자 개인자산<패밀리 오피스> 관리 3배 급증

부유한 가족의 개인 투자기관인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가 2019년 이후 3배 이상 증가했다. 투자 데이터 회사 프리퀸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패밀리 오피스 수는 2019년 1285개였으나 2023년 4592개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단일 가족의 투자를 관리하는 패밀리 오피스는 2023년에 2729개로 전체의 59%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패밀리 오피스가 관리하는 자금을 6조 달러로 추정하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EY는패밀리 오피스가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파악한다. EY는 2023년 현재 단독 가족 패밀리 오피스만 전 세계에서 1만 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2008년보다 10배나 증가한 수치다.     패밀리 오피스는 유럽에서 시작됐다. 이를 체계화한 것은 록펠러와 모건 가문이다. 자산 관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억만장자가 증가하고 큰돈을 버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면서 패밀리 오피스는 특정 가문을 넘어 부유층으로 확산했다. 여기에 글로벌 변동성이 커지고 새로운 투자 유형이 등장한 데다 규제가 복잡해지자 억만장자들은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더 필요해졌다.   패밀리 오피스에는 한 가족만 맡는 단일패밀리 오피스와 여러 가족을 담당하는 다가구 패밀리 오피스가 있다. 단일 오피스는 초고액 자산가 가족을 맡아 자문과 자산관리 역할을 한다. 다가구 오피스는 여러 가족을 담당하며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록펠러 가문을 담당하던 곳도 현재는 고객이 25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밀리 오피스의 수요가 증가하자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벤처캐피탈은 본격적인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고 월스트리트에 새로운 골드러시가 일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리서치업체 웰스-X(Wealth-X)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패밀리 오피스의 일반적인 기준은 1억 달러다. 이 기준 이상의 부를 가진 이들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9만 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성장 여지가 많은 시장을 잡기 위해 블랙스톤이나 KKR, 칼라일은 패밀리 오피스 담당 팀을 늘리고 금융상품을 개발해왔다.     수십 년 동안 부유한 개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온 블랙스톤은 패밀리 오피스를 담당하는 개인자산그룹을 강화하고 있다. 크레이그 러셀 개인자산그룹 책임자에 따르면 이 팀은 지난 몇 년 동안 두 배가 늘었고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다.   프리퀸의 알렉스 머레이 부사장은 패밀리 오피스 증가와 투자 전략 변화에 대해 “막대한 부의 이전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현상은 밀레니엄 세대를 미국 역사상 가장 부유한 세대로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령화라는 인구통계학적 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면서 패밀리 오피스가 늘고 있고 이는 더 많은 부가 다음 세대로 이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머레이 부사장은 “(이런 경향 때문에) 이전 패밀리 오피스의 목표가 부의 창출이었다면 이제는 부의 유지로 바뀌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프리퀸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개인 부가 가장 많은 북미는 전 세계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은 23%이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중국의 부상에 힘입어 36%로 성장했다. 패밀리 오피스 수는 부의 분포와는 차이가 있다. 전 세계 패밀리 오피스의 37%는 북미에 있으며 유럽에 32%, 아시아에 15%가 위치한다. 북미에서 관리하는 개인 부는 전 세계 합계의 54%에 이른다. 유럽은 30%, 아시아는 8%다. 다른 지역의 개인 부도 북미에 있는 패밀리 오피스로 몰리는 경향이 엿보인다. 특히 아시아태평양은 패밀리 오피스가 활성화되지 않아 전체 개인 부의 36%를 차지하면서도 실제 관리는 8%에 불과하다.       최근의 새로운 경향에서 두드러진 것은 신흥시장의 상승세다. 2023년 패밀리 오피스 증가율이 북미 20%, 유럽 17%, 아시아 22%인데 비해 다른 지역에서는 31% 급증했다. 선진 시장보다 신흥 시장의 상승세가 더 주목할 만하다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나타나는 부의 집중 현상도 특징적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지역인 중국의 경우 2022년 전체 부의 3분의 1이 상위 1%에 집중됐다. 이는 2000년보다 13% 증가한 것이다. 홍콩도 상위 1%가 부의 3분 1을 소유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패밀리 오피스의 성격도 바뀌고 있다. 전통적으로 주식과 채권 포트폴리오를 통해 부를 보존하는 데 중점을 두었던 패밀리 오피스는 사모펀드와 벤처 캐피탈, 헤지 펀드, 부동산을 통해 장기 수익을 추구하면서 기관투자가와 비슷한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오라클 캐피털 그룹의 마틴 그레이엄 회장은 패밀리 오피스가 투자를 넘어 원스톱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라클 캐피털은 이민을 지원하고 거주할 부동산을 찾아주는 것은 물론 자녀의 학교 입학과 자선 재단 설립,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지원한다.     서비스가 다양화되고 있지만 패밀리 오피스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부의 구조화다. 가족 신탁과 재단 등을 이용해 같은 세대 안에서 혹은 세대를 넘어 부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패밀리 오피스는 전문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실시간 통합 보고 등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과 사이버 보안이 여기에 해당한다. 억만장자가 증가하고 시장이 커지면서 패밀리 오피스는 극소수의 폐쇄된 기능에서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는 새로운 분야로 성장하고 있다.      ━   전 세계 수퍼리치〈순자산 3000만불 이상〉 작년 4.2% 증가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의 2023년 연례 자산 보고서에 따르면 순자산 3000만 달러 이상의 수퍼리치(초고액순자산가·UHNWI)의 수는 2022년 60만1300명에서 2023년 62만6619명으로 4.2% 증가했다.   2007년부터 출간된 나이트 프랭크의 자산 보고서(Wealth Report)는 전 세계 600개 민간은행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2022년 예상치 못한 금리 인상으로 부의 창출이 어려웠으나 2023년에는 안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북미에서 수퍼리치 증가율이 7.2%로 가장 높았다. 중동은 6.2%로 그 뒤를 이었다. 유럽은 1.8% 증가를 기록했다. 유럽에서는 스위스가 5.2%의 증가로 1위를 차지했다. 라틴 아메리카는 유일한 감소 지역으로 3.6%가 줄었다.   국가별로는 튀르키예가 10% 늘어 1위를 차지했고 미국은 8% 증가로 2위에 올랐다.   튀르키예의수퍼리치 증가는 50%가 넘는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역동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등의 기업가들이 최근 터키에 회사를 설립하거나 거주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안유회 에디터FOCUS 패밀리 오피스 단일패밀리 오피스 세계 패밀리 다가구 패밀리

2024-03-25

[FOCUS] 대의원 36%<공화당> 걸린 대선후보 경선 분수령

지난 2020년 3월 3일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를 뽑는 ‘수퍼화요일(Super Tuesday)’ 예비선거가 14개 주에서 열렸다.     당시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던 조 바이든 후보도 투표지에 이름을 올렸다. 바이든 후보는 수퍼화요일 전에 실시된 3차례 경선에서 잇단 참패를 기록했다. 당시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의 독주에 밀려 경선 패배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바이든은 수퍼화요일선거가 실시된 14개주 중 10곳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버니 샌더스에게 극적인 역전을 펼친 바이든이 민주당 후보로서의 존재감을 새롭게 각인하는 계기가 된 선거였다.     바이든 후보는 캘리포니아에서 샌더스에 졌지만 다수의 대의원이 걸린 텍사스,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등에서 승리했다. 당시 바이든은 “유권자들이 이날을 ‘수퍼화요일’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승리에 큰 의미를 두었다. 수퍼화요일 선거로 이전의 부진을 한 번에 만회한 것이다.     바이든 이전에도 수퍼화요일에 대선 경선의 승기를 잡은 후보들은 많다. 민주당의 경우 빌 클린턴, 앨 고어, 존 케리 등이 수퍼화요일 예비선거에서 승리했고 공화당에서는 조지 W. 부시가 이겼었다. 이중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는 상대 당 후보를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수퍼화요일은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 예비선거가 몰려 있는 날이다. 주로 3월 첫째 주 화요일에 실시된다. 올해의 경우 오늘(3월 5일) 투표한다. 수퍼화요일은 이전에 드물게 2월에 열리기도 했지만 현재는 3월 개최가 일반적이다. 전에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주의 첫 번째 코커스와 프라이머리 일정에 따라 수퍼화요일의 날짜가 조정되기도 했다.     매번 수퍼화요일은 날짜뿐만 아니라 투표를 하는 주들의 숫자에도 차이가 있다. 올해에는 캘리포니아를 포함해 16개 지역에서 예비선거가 실시된다.     앨라배마, 알래스카, 아칸소,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메인, 매사추세츠, 미네소타, 노스캐롤라이나, 오클라호마, 테네시, 텍사스, 유타, 버몬트, 버지니아 등 15개 주와 미국령 사모아에서 예비선거가 열린다. 수퍼화요일에 투표를 하는 주들의 지역도 동북부, 남부, 중부, 서부 등 전국에 고루 분포돼 있어 전체 선거의 축소판 양상을 보인다.     오늘 예비 경선에는 공화당 대의원은 874명, 민주당 대의원은 1420명이 걸려 있다. 2024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전체 대의원 수는 2429명이다. 이중 과반 1215명 이상을 확보해야 최종 후보로 지명된다. 공화당의 경우 오늘 수퍼화요일 선거에서 전체 대의원의 약 36%가 결정된다.     민주당의 전체 대의원 수는 3936명이다. 과반 1968명 이상을 확보해야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수퍼화요일은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중남부의 작은 주들이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같은 날 선거를 한 것에서 유래됐다. 4년 후인 1984년에는 참가하는 주가 9개 주로 늘어났다.   당시만 해도 수퍼화요일이라는 용어는 언론이나 정치평론가들이 제한적으로 사용됐을 뿐 일반에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1988년 3월 8일 조지 HW 부시가 17개 지역 중 16곳에서 승리하면서 ‘수퍼’라는 용어가 대중에게 널리 퍼지게 됐다.     당시 민주와 공화를 통틀어 21개의 주와 미국령에서 예비선거가 실시됐는데 부시는 압도적인 승리로 백악관 진출의 토대를 굳건히 했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수퍼화요일의 결과가 대선 레이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근래 민주당의 경우 1988년과 2008년, 공화당의 경우 2008년과 2012년을 제외하고는 수퍼화요일에서 이긴 후보가 결국 최종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다시 말해 수퍼화요일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양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는 길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올해 수퍼화요일 선거에서 민주당의 경우는 현직 대통령이 출마하고 눈에 띄는 경쟁 후보가 없어 사실상 관심 밖이다. 단연 이목은 누가 최종 공화당 후보가 될 것인가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의 예비선거에서 워싱턴DC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에게 진 것을 제외하고는 독주하고 있다. 사실상 공화당 최종 후보의 위치를 굳혀가는 형국이다. 그런 만큼 오늘 선거에 관심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선거 후 헤일리 거취에 관심 늦어도 이달 내 사퇴에 무게    선거 전문가들의 전망은 오늘 수퍼화요일이 공화당 후보 경선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일부에서는 헤일리 후보의 사퇴도 거론한다.     하지만 헤일리 후보는 사퇴를 일축하며 사우스캐롤라이나 예비선거가 열리는 날에도 콜로라도 등에서 선거 유세를 펼쳤다. 헤일리 후보는 “여러 후보가 있어야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 선택이 없다면 민주주의 선거가 아니다”라며 후보 사퇴 예상을 불식시켰다.     최근에 실시된 지난달 24일 예비선거에서 헤일리 후보는 26.6%를 득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68.2%에 크게 못 미쳤다. 워싱턴DC에서 헤일리 후보가 경선 최초로 트럼프를 이기기는 했지만 판세를 뒤집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수퍼화요일 전 트럼프는 247명의 대의원을 확보한 반면 헤일리 후보는 43명에 불과하다.     수퍼화요일에 공화당 최종 후보로 트럼프가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날 결정 나지 않더라도 3월 중에 최종 판가름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퍼화요일에 이어 이달 12일에는 조지아, 하와이, 미시시피, 워싱턴주, 19일에는 애리조나, 플로리다, 일리노이, 캔자스, 오하이오, 23일에는 루이지애나주 등에서 예비선거가 예정돼 있다.     헤일리 후보가 명백한 열세에도 레이스를 계속해 나가는 이유로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를 꼽는 전문가들도 있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6 의회 난입 사태, 2020년 대선 개입 의혹, 성 추문 입막음 돈 사건, 기밀문서 유출 등과 관련한 4개 사건에서 91개 혐의를 받고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대선 도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개연성은 있다.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헤일리가 트럼프를 대신할 후보가 될 수도 있다     2024년 수퍼화요일 예비선거에서 급격한 이변은 없겠지만 그 결과가 후보 경선에 변수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김완신 에디터FOCUS 대선후보 분수령 수퍼화요일 예비선거 수퍼화요일 선거 공화당 대의원

2024-03-04

[FOCUS] 자녀 없는 맞벌이, 전체의 43%…순자산 가장 많다

  딩크족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자녀 없는 맞벌이 부부인 딩크족(DINK·Dual Income No Kids)은 2022년 기준 전체 가구의 43%까지 불어났다. 한때 대도시 전문직 부부의 새로운 가족형태로 주목받았던 딩크족은 지난 10년간 7% 증가해 전체 가구의 절반에 육박하면서 전통적인 가족 구조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딩크족의 증가는 집값 폭등과 재정 우선주의가 결합한 사회적 현상으로 꼽힌다. 출산과 자녀 양육을 우선시하는 전통적인 가정과 달리 딩크족은 재정적인 자유와 개인의 목표를 우선한다. 자녀가 없는 것을 사회적인 오명으로 보던 시각이 줄어든 분위기도 딩크족 부상에 역할을 했다.     자녀 없는 가정은 센서스국의 2021년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55~64세 연령층에서 자녀가 없는 이들은 약 5분의 1에 이른다. 퓨리서치가 967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자녀가 없는 18~49세 가운데 자녀를 가질 가능성이 없다고 응답한 이들은 44%에 이른다.   딩크족의 부상은 부분적으로 밀레니엄 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전통적인 가정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밀레니엄 세대는 주택 소유가 점점 불가능해지고 기후 변화의 영향을 의식하면서 부모 역할에 대한 생각이 변했다.     미시간주립대의 재커리 닐·제니퍼 와틀링 닐 교수가 2022년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성인의 약 50%는 자녀가 있었으나 22%는 자발적으로 자녀를 갖지 않았다. 2020년 센서스 조사에서 20~46세는 8700만 명이었다. 이 논문을 바탕으로 계산하면 약 1900만 명의 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가 자발적으로 자녀를 갖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미시간주의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동일한 연구에서는 자녀 있는 부모가 역시 자녀 있는 부모에 대해 더 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자녀가 없다고 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갖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해리스 여론조사에서는 자녀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도 감지됐다. 성인 105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체의 20%와 밀레니엄 세대의 27%는 “아이를 낳는 것이 해를 끼치기 때문에 출산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여기서 해를 끼치는 대상은 환경과 동물, 나아가 다른 사람을 포함했다. 또 조사 대상 전체의 약 3분의 1과 밀레니엄 세대의 40% 이상이 “자녀의 삶의 질이 나빠질 것이기 때문에 아이를 갖지 않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2008년 금융 위기와 기후위기 가속화, 정치 양극화가 이런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한다.   소셜미디어와 정체성 집착도 이런 현상에 일조한다. 자녀가 없는 사람들도 서로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여행이나 고급 식사, 취미 활동, 잘 꾸민 집, 애완동물 같은 자녀 없는 생활 방식에 전념하는 커뮤니티가 급성장하고 있다. 자녀가 없는 개인의 관심 주제와 링크에 초점을 맞춘 하위 레딧 r/childfree는 150만 명의 회원을 자랑한다. 딩크족에 관한 틱톡 동영상은 수백만 건의 조회수와 수십만 건의 ‘좋아요’를 자랑한다. DINK나 DINKWAD(개 키우는  딩크족) 등은 젊은 세대가 열망하는 정체성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가 주택 소유나 자녀 양육 같은 전통적 가치를 추구하기 어려워진 것은 이전 세대보다 재정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보통 자녀 한 명을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31만605달러로 추산되는데 이는 딩크족의 순자산 중간값과 비슷하다. 연방준비제도의 소비자 금융 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없는 부부의 순자산 중간값은 약 39만9000달러다. 순자산으로는 모든 가정 유형 가운데 가장 많다. 이들의 자산은 2019년과 비교해서도 10만 달러 이상 증가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자녀를 둔 부부의 순자산은 25만600달러로 가족 유형 가운데 두 번째로 많았다.   한편으론 딩크족의 자산이 자녀가 없는 결과물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2019년 발간된 ‘자녀 없는 삶의 선택(Childfree by Choice)’의 저자 에이미 블랙스톤은 “부모 역할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이미 더 높은 소득과 더 높은 교육 수준을 갖고 있고 일반적으로 더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택 소유와 자녀의 대학 진학 같은 아메리칸 드림 성취가 점점 힘든 상황에서 딩크식 생활방식은 결과적으로 경제적 상승효과를 낳고 있다. 딩크족은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할 여유 현금 흐름이 더 많다.     보육비와 교육비, 양육비 등 자녀와 관련된 지출이 인플레이션을 웃도는 상황은 가계에도 투트랙이 만들었다. 한쪽에는 아메리칸 드림을 어느 정도 성취한 딩크족이 있고 다른 쪽에는 자녀 양육과 연관된 유급 휴가나 저렴한 보육 지원을 받지 못하고 생계에 애쓰는 가정이 존재한다.     의료비 부담 증가도 자녀 포기 증가의 또 다른 이유로 거론된다. 최근 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18세 미만 자녀가 한 명 이상인 가구의 약 5분의 1은 의료 부채를 안고 있다. 반면, 18세 미만 자녀가 없는 가구 중 의료 부채가 있는 것은 약 13%에 그쳤다.   딩크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들의 틱톡 동영상에서는 소수지만 대부분 “이기적”이라는 댓글이 달려있다. 또 자녀가 없는 노후는 아직 인류가 가본 적이 없는 길이다. 하지만 1980년대 말 대도시에서 나타난 소수의 독특한 유형인 탓에 딩크족이라 불렸던 가족형태는 이제 딩크가족이라 불러야 할 만큼 폭넓게 확산했다. 안유회 에디터FOCUS 순자산 income 자녀 양육 가운데 자녀 딩크족 부상

2024-02-25

[FOCUS] '코미의 순간' 직면 바이든, 힐러리 악몽 재현 우려

2012년 리비아의 벵가지에서 일어난 테러리스트들의 미국 대사관 습격사건으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와 3명의 미국인이 사망하는 테러가 발생했다. 2014년 하원의장인 존 베이너는 벵가지 대사관 습격사건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진상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사적인 e메일을 공적인 일에 사용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전문가들과 상.하원 의원들은 힐러리가 사적으로 사용한 e메일이 미국 연방법과 기록관리규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힐러리는 국무장관을 그만두면서 관련 법상 개인 e메일을 모두 출력해서 사무실에 보관하거나 국무부에 제출해야만 했다. 3만여 건의 e메일을 제출하면서 개인용으로 판단한 그만한 분량의 e메일은 삭제했다. 그 삭제한 e메일에 관한 것을 연방수사국(FBI)이 추가로 조사를 진행했다.   힐러리가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한창 캠페인에 열중할 때인 2015년 6월 애리조나의 피닉스 하버 국제공항의 활주로에서 힐러리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당시 법무부 장관인 로레타 린치를 만났다. 당시 'FBI가 힐러리의 e메일을 조사하는 걸 멈추어 달라'고 요청한 일이 제임스 코미 FBI 국장에게까지 전달돼 오히려 코미 국장의 심기를 건드린 상황이 되었다. 코미 국장은 힐러리를 직접 인터뷰 조사하면서 수사의 강도를 높였다. 대선전이 한창인 2016년 6월에야 코미 국장은 힐러리의 e메일 스캔들이 문제는 있지만 기소는 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 스캔들로 선거운동 과정에서 엄청나게 시달리던 힐러리는 그 정도에서 일단락되는 것에 안도했다.   힐러리에겐 혈육 이상으로 여기는 그녀의 침실까지 드나드는 단 한 명의 최측근 보좌관이 있다. 후마 애버딘으로 힐러리의 수양딸로 불린다. 7선의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앤서니 위너가 그녀의 남편이다. 둘은 2010년 클린턴 전 대통령의 주례로 결혼을 했다. 이듬해 위너는 미성년자와의 섹스팅(sexting.휴대전화로 성적 문자나 영상을 보내는 것) 스캔들로 하원의원직을 사임했다. 2016년 9월 위너의 별건 섹스팅 수사 과정에서 FBI가 위너와 후마가 주고받은 e메일에서 힐러리의 e메일을 대량 발견했다. 대선을 2주 앞둔 10월 코미 국장이 e메일 스캔들을 재수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선거 이틀 전인 11월 6일 FBI가 혐의가 없다는 발표를 했지만 힐러리의 선거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3%포인트 내외로 앞서던 경합주 5곳이 모두 트럼프에게로 갔다. 만인의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이 된 결정적인 배경이다. 캠페인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코미의 순간(Comey Moment)'이라고 설명한다.   코미는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로버트 뮬러 FBI 국장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원래 공화당원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3년 법무부 부장관이 됐다. 9.11테러로 인해 미국 사회에 민간인 감시의 광풍이 불던 시기인 2004년 네오콘을 지휘하던 딕 체니 부통령이 추진하는 영장 없이 테러 혐의자에 대한 도.감청을 허가하는 도청프로그램법(NSA domestic wiretapping) 시행을 막아내며 강성 원칙주의자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네오콘들의 미움을 받았고 이듬해 법무부를 떠났다. 그로부터 8년 만에 오바마가 FBI 국장으로 기용한 것이다.   바이든에게 소위 '코미의 순간'은 지난주 목요일(2월 8일) 오후에 발생했다. 바이든의 기밀문서 취급에 관한 특별조사관으로 임명받은 한국계 특별검사 로버트 허의 수사결과가 발표되면서다. 허 특검은 형사고발이 타당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직접 인터뷰 조사한 결과 "선의를 갖고 기억력이 나쁜 노인"이라고 바이든의 기억 감퇴 문제를 주장했다.     지난 8일 폭스뉴스를 통해서 허 특검의 보도를 지켜보던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작지 않은 충격에 휩싸였다. 재선에 나선 고령(81세)의 대통령에게는 파괴적인 서술이었다. 대통령이 직면하고 있는 연령 문제를 촉발했고 바이든과 그의 팀이 극복하기 위해 기진맥진 애를 쓰고 있는 약점에 대해서 또 다른 부정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것은 공화당의 기존 공격 라인을 강화했고 바이든이 4년을 더 봉사하기엔 너무 늙었다는 민주당의 진정한 우려를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각종 언론이 바이든이 코미의 순간을 맞이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8일 저녁 백악관은 바이든이 특검의 보고서를 강력하게 반박하려는 기자회견을 급히 소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허 특검에 대해 명백하게 화가 났고 그가 감히 아들의 죽음 문제까지 언급한 것에 분노했다. 바이든은 기자들에게 자신의 나이 문제가 언론에 의해서만 촉발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직전 한 주 동안 외국 지도자를 잘못 식별하는 실수를 연발해서 저질렀다. 오래전에 사망한 헬무트 콜 독일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를 그리고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을 혼동했다. 기억력을 묻는 기자 질문에 기억력은 괜찮다고 하면서 이집트 대통령과 멕시코 대통령을 혼동했다. 물론 트럼프도 비슷한 실수를 빈번하게 저지르고 있지만 고령과 기억 감퇴 문제에 관해선 모든 언론이 유독 바이든에게 주목한다.   최근 백악관과 바이든 캠페인으로부터 바이든이 참석하는 행사의 규모를 의도적으로 줄이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큰 규모의 행사를 대신해서 중소기업 소유주들 흑인가족 등 소규모 인원과의 토론과 회의에 집중했다. 바이든이 가장 활발하게 느끼고 그에게 가장 친밀한 환경에서 유권자들과 만나는 기회만을 만들고 있다. 심지어는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시청하는 수퍼보울 TV 중계 직전에 대통령들이 전통적으로 하는 인터뷰를 불과 며칠 전에 포기하기로 결정하면서 그의 기억력과 허약함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월 말 ABC뉴스와 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중에 28%가 바이든이 대통령으로서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정신적 예민함을 갖고 있다고 답한 반면에 47%는 트럼프가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해 11월의 마켓 로스쿨 여론조사에서 등록유권자 중 57%가 "대통령이 되기엔 너무 늙었다"는 문구가 바이든을 매우 잘 묘사한다고 답했고 23%는 트럼프가 그렇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바이든 현 대통령이나 둘 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를 나이가 많고 말실수를 많이 하고 미래보다는 과거를 더 많이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미국인들은 변화가 없다면 그 둘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둘의 캠페인은 전적으로 부정적인 영역에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정적인 방식은 트럼프의 특징이다. 독설.불만.피해.증오.분열.모욕의 캠페인이다. 백악관 사수를 위한 바이든의 최선은 성취를 강조하는 것 이상이어야 한다. 나이와 예민함에 대한 깊은 우려에 맞서기 위해서는 체력과 능력의 이미지를 구축해야 하고 가능한 한 날카롭고 예리하게 트럼프를 가차 없이 공격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지금부터 할 일이다. 김동석 /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FOCUS 힐러리 코미 코미 국장 부시 대통령 버락 대통령

2024-02-19

[FOCUS] ‘12분간<플라스틱백 평균 수명>의 편리’에 훼손되는 자연환경

캘리포니아주가 2026년부터 모든 종류의 플라스틱백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지난 2014년 캘리포니아주는 일회용 플라스틱백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채택해 10년째 시행해 왔다. 이 같은 정책에도 플라스틱 폐기물은 줄지 않고 있다.     당시 법이 시행되면서 마켓 등 식료품점은 무료로 얇은 플라스틱백을 제공하는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두꺼운 재질의 플라스틱백을 10센트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무료 배포돼 버려지는 플라스틱백을 줄이려는 목적이었지만 구입한 백을 재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법이 오히려 남용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았다.   재사용이 가능한 백은 기존의 LDPE 플라스틱백보다 두껍고 무거운 HDPE 재질로 제작된다. 재료 모두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산업과 농업 분야에서는 재활용이 활발한 반면 일반 소비자들이 다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소비자 보호단체 CALPIRG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법이 통과된 해에 캘리포니아에서는 15만7385t의 플라스틱백이 폐기됐다. 이후 2022년에는 버려진 플라스틱백이 23만1072t톤으로 늘어 47%나 급증했다. 인구 증가를 고려해도 2014년 인구 1000명당 4.08t에서 2022년에는 5.89t으로 늘어난 셈이다.     미국환경연구·정책센터에 따르면 현재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한 12개 주에서 플라스틱백 사용 금지를 시행 중이다. 28개 주는 주 내 수백개 도시에서 플라스틱백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2026년부터 시행할 새로운 법은 플라스틱백 사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금지해 폐기물 공해를 줄이자는 것이 목표다. 법안에 따르면 업소들은 2026년 1월까지는 종이백이나 필름 재질이 아닌 재활용 플라스틱백만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재활용 가능한 백을 현재처럼 계속 사용할 수 있다.     폐기물 줄이기 운동 비영리 네트워크 ‘ZWE(Zero Waste Europe)’의 2017년 발표에 따르면 플라스틱백의 수명은 20분이었다. 물건을 담아 운반에 사용하다가 버려지기까지의 평균 시간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플라스틱백 남용이 심화하면서 수명은 더 줄어 평균 12분을 넘지 못한다.     환경운동가들은 “플라스틱이 분해되려면 500~100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단지 식료품을 집으로 가져가는 12분 동안의 편리를 위해 환경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구환경을 오염시키고, 토양이나 바다에 함유된 플라스틱은 결국 사람들이 섭취하는 음식에도 들어간다. UCLA의 최근 연구에서는 공기 중에도 미세 플라스틱 입자들이 많이  떠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기된 플라스틱은 썩지 않고 작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으로 남는다. 크기가 작아지면서 마이크로플라스틱, 마이크로파이버, 나노플라스틱 등의 미세 입자로 자연에 존재한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5㎜~1㎛(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인 플라스틱 입자를 말하며 나노플라스틱은 1㎛보다 작은 크기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워낙 작아서 하수처리시설이나 필터 등에 걸러지지 않는다.     병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충격적인 보도도 있다.     노르웨이 대학 연구팀 등이 병물에 담긴 나노플라스틱의 농도를 측정한 결과  병물 1mL당 1억 개가 넘은 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연구팀은 노르웨이에서 유통되는 4개 브랜드를 사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컬럼비아대학에서도 병물의 플라스틱 농도를 측정한 결과 병물 1리터에서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24만개 검출됐다. 실험에서 총 7개 종류의 플라스틱이 발견됐는데 이중 나노플라스틱이 9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들은 나노플라스틱이 미세플라스틱보다 건강에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크기가 작아 인체 장기나 혈액에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우리가 마시는 물이나 음식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와 체내에 쌓이게 된다. 나노 단위로까지 작아진 플라스틱은 폐의 상피세포를 비롯해 간, 뇌, 신장 등에 축적되기도 한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대표적인 해양 오염물질이다.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66년 2000만t에서 2015년에는 3억8100만t으로 늘었다. 플라스틱 생산량이 늘어난 만큼 해양으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폐기물도 증가해 2015년 기준 800만t이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 2030년이 되면 유입량이 5300만t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가별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 1위는 미국이다. 국립과학의학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미국은 1인당 배출량이 연간 130kg에 이른다. 2위는 영국 99kg 3위는 한국 88kg이다. 이어 독일(81㎏), 태국(69㎏), 말레이시아(67㎏), 아르헨티나(61㎏)의 순이다.     플라스틱은 20세기의 기적이라 할 만큼 근대 과학이 낳은 획기적인 발명품이면서  동시에 대표적인 환경공해 물질이다. 종류에 따라서는 부패되지 않는 물질도 있다.     환경학자 수전 프라인켈은 저서 ‘플라스틱’에서 인류의 발명품 중 플라스틱만큼 생활의 큰 변화를 가져온 것도 없다고 강조한다. 생활 도구나 물품 제작에 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철재, 목재, 상아 등 천연원료로 제작돼 부유층과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사치품을 비롯해 다양한 물건들의 대량제작을 가능하게 했다. 발명 초기에는 기적의 소재로 찬사를 받았지만 플라스틱 대량 소비시대의 도래로 이제는 환경공해의 주범이 됐다.     생활의 소소한 편리를 찾다보니 주변 곳곳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이고 지구환경은 오염돼 간다. 플라스틱의 역습은 이미 시작됐다. 플라스틱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면 줄이고 재활용하는 방법 외에 다른 해결책은 없다.    김완신 에디터FOCUS 플라스틱백 자연환경 플라스틱백 사용 재활용 플라스틱백 플라스틱백 남용

2024-02-18

[FOCUS] 남가주도 언제든 홍수…폭염·홍수 번갈아 올 수도

숫자로 본 LA의 겨울폭풍   지난 4일부터 4일간 가주를 덮친 겨울폭풍은 피해도 피해지만 앞으로 이런 규모의 폭풍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우선 비로 인한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가주의 자연재해는 대체로 폭염과 가뭄, 산불이었다. 이번 겨울폭풍은 특히 남가주에 발생하는 자연재해에 폭우와 홍수, 산사태, 침수 등을 추가했다. 이번 겨울폭풍 기간에 LA에서 하루에 6개월치 비가 쏟아진 것은 폭우를 새로운 재해로 상정해야 될 개연성을 높였다. 특히 5일 강우량은 역대 최고치였다. 홍수 경보가 내려진 지역은 가주의 94%에 이르렀다. 폭우로 이렇게 많은 지역에 비상사태가 선포된 것도 드문 일이다.       강우량이 유난히 많았던 원인은 대기의 강이다. 하늘에 강처럼 형성된 수증기 통로는 멕시코만 연안에 상륙하는 허리케인과 비슷한 규모의 비를 뿌렸다. 게다가 움직임이 매우 느려 피해를 불렸다.       문제는 이번 폭우가 이례적인 자연현상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전부터 이런 자연재해가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립대기연구센터의 대니얼 스웨인 UCLA 교수 등 과학자는 2022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가주의 홍수가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웨인 교수는 가주에서 발생 가능한 홍수에 대해 “지속 기간이 더 길고 더 극단적이고 더 광범위하다”고 강조했다.     가주에서 마지막 대홍수가 발생한 것은 1861년이다. 당시 300마일에 걸친 센트럴밸리와 LA 상당 부분이 물에 잠겼다. 이번 폭우는 홍수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홍수 가능성이 지구의 온도가 1도 오를 때 약 10%씩 증가한다고 예측한다. 지구가 따뜻해질수록 대기의 수증기 함유 용량이 커지기 때문이다. 스웨인 교수는 “우리가 말하는 시나리오는 가주에서 지난 며칠 동안 일어난 일이 몇 주 동안 반복된다는 가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위험도 있다. 기후가 극심한 건조함과 극도의 다습함 사이를 오가는 것이다. 수문기후 채찍질(hydroclimate whiplash)로 불리는 이런 현상은 지구 기온이 올라가면 추의 흔들림이 커져 자주 발생할 수 있다. 가주에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오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가주에서 대형 화재가 빈번했던 연도 중에서 5년은 2006년 이후였다는 점도 지구 온도 상승에 따른 극심한 기온 변화 교차가 잦아질 수 있음을 드러낸다.     폭우가 잦아지면서 가주에서는 보기 드문 범람의 문제도 불거진다. 폭우가 잦아지면 토양의 강우 흡수 능력이 떨어지고 초과 강우가 지표를 흐르면서  유출수(runoff)가 증가해 하천이나 호수의 범람 가능성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우로 가주 58개 카운티 가운데 24개 카운티를 지나는 시에라 네바다에서 이런 유출수가 200%~400%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출수 증가는 2023년에도 발생했다. 3월 폭우 때 마른 호수가 채워지면서 유출수가 증가해 산사태와 홍수가 증가했다. 몬터레이 카운티의 파하로는 제방 붕괴로 침수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우로 발생한 샌디에이고 지역의 침수 피해도 유출수 증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강우량과 유출수의 증가와 관련해 배수 시스템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롱비치를 거쳐 태평양으로 가는 LA강은 물줄기 정도였으나 이번에는 일부 지역에서 범람 경보가 발동됐다. 수량 증가에 맞춰 배수 관리를 고민할 때라는 신호다.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미하일 체스터 교수는 “우리는 하수와 배수 시스템을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제한 뒤 “제방과 방파제는 발생 확률이 매우 낮은 50년이나 100년 만의 홍수 같은 재앙을 염두에 두고 건설되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의 도로 빗물 배수관은 5년이나 10년 만의 폭우에 대비한다”고 지적했다. 또 빗물 배수관은 노후화 가능성이 높다. 기후 변화로 100년 만의 홍수가 20~50년 만에 오고 20~50년 만의 홍수가 3~5년 만에 올 수 있는 상황에서 남가주도 배수 시설을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13인치의 강우량으로 진흙사태 등이 발생한 벨에어를 보면 더욱 그렇다.   낡고 작은 파이프를 교체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땅속의 모든 파이프를 바꿀 수는 없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로렌 맥필립스 교수는 녹색 옥상을 비롯해 식물과 토양이 물을 흡수하는 도로변의 저습지, 대규모 저류 지역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맥필립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오리건주 포틀랜드는 볼티모어나 피닉스보다 10배나 많은 빗물 인프라를 구축했다.     전문가들은 2050년까지 전국적으로 강우량이 2인치를 넘는 날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2080년 가주의 전체 강우량은 2005년보다 25%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가주도 다양한 배수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각 단계에서 강우량을 분산하는 방식이 중요해졌다.    비 피해를 어떻게 복구하느냐도 현안이 됐다. 기상예측회사인 애큐웨더에 따르면 이번 겨울폭풍으로 가주가 입은 피해는 주택과 기업, 도로와 인프라를 합해 90억~110억 달러로 추정된다. 가주의 주택 소유자 가운데 홍수 보험 가입자는 2%에 불과하다. 가주에서 화재 보험은 중요하지만 홍수 보험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단일 기상 현상과 비교하면 지난해 대기의 강 폭우 때는 46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다. 짧은 시간 피해액이 2배 정도 늘었다. 피해 방지뿐만 아니라 피해 복구 지원도 고민할 문제다. 안유회 에디터FOCUS 홍수 남가주 가주의 홍수 홍수 가능성 홍수 산사태

2024-02-11

[FOCUS] 경제·낙태·이민·전쟁이 대선 표심 좌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리턴 매치가 가시화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주 코커스와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압승하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굳혔다. 민주당도 바이든을 대신할 뚜렷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바이든과 트럼프는 지지율에서 아직은 오차범위 안이다. 정치 매체 더힐의 지금까지 여론조사 평균은 트럼프가 1%포인트 앞서 있다. 변수 하나에도 얼마든지 순위가 바뀔 수 있다. 더힐아 보도한 트럼프, 바이든의 대선 레이스에서 승부를 가름할 주요 요소 5가지를 소개한다.     ▶경제   바이든 캠프는 경제 문제가  궁극적으로 재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임 동안 총 1400만 개 일자리를 창출했다. 실업률은 취임 초 6.4%에서 현재는 3%대로 하락했다. 인플레이션도 지난 12월 기준으로 3.4%를 기록해 2022년 최고치인 9.1%에서 크게 떨어졌다. 연방준비제도 정책이 개선을 주도하고 있지만 바이든 지지자들은 행정부의 공을 강조한다.     문제는 국민이 경제적 성과를 실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22%만이 경제 상황이 ‘우수’ 또는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33%는 ‘보통’ 45%는 ‘나쁨’이라고 답했다.     작년 말 퓨리서치 센터의 여론 조사에서 미국민의 36%만이 경제정책에 대해 바이든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확신’했고 64%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 수치가 11월 대선 전까지 바뀌지 않으면 바이든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의 품행·바이든의 나이   트럼프는 정치인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경력’들을 쌓아왔다. 두 번 탄핵을 당했다. 4건의 기소도 있다. 그는 지금도 지난 선거가 사기라고 주장하면서 보복 의도도 시사하고 있다.     그의 행동은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다르다. 지난 18일 발표된 이코노미스트/유고브 여론조사에서 미국민  52%가 트럼프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바이든 캠페인은 향후 10개월 동안 트럼프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인물로 몰아가는 데 주력할 것이다. 최근 바이든 캠페인 매니저 줄리 차베스 로드리게스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보복의 캠페인’에 맞서 ‘우리의 신성한 권리와 자유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1세 바이든에게는 나이 문제가 항상 따라 다닌다. 작년 11월 실시된 CNN/SSRS 여론조사에서 등록 유권자의 25%만이 바이든이 “대통령직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체력과 명석함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심지어 민주당원 중 48%도 나이가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다.     ▶낙태   공화당이 민주당에 확실한 우위를 점유하는 이슈들이 여러 가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민, 범죄, 경제 등의 사안이다.   그런 공화당이 가장 취약한 부문이 낙태문제다. 지난 2022년 6월 보수 우위의 연방 대법원은 ‘로 vs 웨이드’ 판결을 폐기해 낙태 권리를 제안했다. 당시 보수주의자들은 사법적 승리라고 환호했는데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약점이 됐다.     판결 1주년을 맞아 발표된 USA 투데이/서퍽 대학교의 여론조사에서 미국민들은 판결이 뒤집힌 것에 대해 58%가 찬성하고 30%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왔다.   ‘로 vs 웨이드’ 판결이 폐기된 후 실시된 여러 주들의 선거는 민심의 동향을 알려주는 지표가 됐다.  2022년 11윌 중간선거에서 5개 주는 ‘주법에 낙태권 보호를 성문화하자’는 의견에 대해 찬반을 묻는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버몬트, 미시간, 캘리포니아, 몬태나 켄터키 등 5개 주에서 낙태권  지지가 과반의 득표를 기록했다. 특히 보수성향의 켄터주와 몬태나주에서도 낙태권을 지지했다. 낙태 이슈는 2022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낙태문제는 여성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켜 투표 참여를 높이기에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트럼프는 공화당 예비선거 기간 동안 낙태에 대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려웠다. 다만 그도 엄격한 금지 조치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이다. 작년 9월, 트럼프는 NBC 방송의 ‘밋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서 플로리다 주지사 론 드샌티스가  서명한 ‘임신 6주 후 낙태 금지법’에 대해 “끔찍한 실수”라고 말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미군이 직접 개입하지 않은 전쟁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던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예외다. 이 전쟁이 민주당을 분열시키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연령층이 높고 중도성향이 강한 민주당원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가 확고하다. 반면 젊은 진보주의자들은 팔레스타인에 대해 연민을 갖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전과정을 통해 바이든은 이스라엘을 폭넓게 지지해 왔다. 최근 이스라엘에 대한 공공연한 지지 표현을 자제하고 있지만 젊은 진보층의 분노를 가라앉히지는 못하고 있다.     바이든의 대선 가도에 더 큰 정치적 문제는 민주당 지지층의 큰축이었던 젊은 유권자, 흑인 유권자, 아랍계 유권자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격전지인 미시간주에서 바이든 지지율이 저조한 것도 특이한 점이다. 2016년 트럼프가 승리했던 미시간주를 2020년에는 바이든이 차지했다. 미시간에는 20만 명 이상의 아랍계가 거주하고 있다.     ▶제3의 후보   제3의 후보들도 2024년 대선에서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다. 이들 후보가 얼마나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느냐에 따라 선거결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이들은 역할은 주요 후보 누구에게 도움이 되고 누구에게 해가 되느냐의 문제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지 않다.     한 예로 일부 여론 조사에 따르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바이든보다 트럼프 지지표를 더 많이 빼앗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녹색당의 질 스타인은 좌파 유권자들이 불만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에게 더 위협이 될 수 있다.     더힐의 5가지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민 문제가 대선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경 난민 등으로 바이든의 이민정책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한 것이다.   김완신 에디터FOCUS 경제 표심 경제 문제 도널드 트럼프 여론조사 평균

2024-02-04

[FOCUS] 막 오른 대선 레이스…전국서 예비선거 돌입

지난 15일 공화당 아이오아주 코커스(Caucus)를 시작으로 11개월에 걸친 2024년 대통령 선거 레이스가 본격 시작됐다. 이날 코커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예상대로 과반의 득표로 화려한 복귀를 예고했다.     내일(23일)은 뉴햄프셔주에서 공화당 프라이머리(Primary)가 실시된다. 아이오와주와 달리 중도성향의 주민들이 많은 지역이어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의 득표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곳에서 높은 지지를 얻을 경우 대선 가도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아이오와 뉴햄프셔주 모두 공화당 대의원 수가 많지는 않다. 아이오아주 40명, 뉴햄프셔주 22명이다. 하지만 첫 경선이어서 대선 경쟁의 풍향계 역할을 한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민주당으로서는 대통령 후보 경선의 첫걸음이다. 다만 당의 정식 인준을 받지 않아 비공식으로 치러진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뉴햄프셔주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2020년 선거에서 바이든은 진보성향 유권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버니 샌더스 의원에 밀려 5위에 그친 전력이 있다.     뉴햄프셔 민주당 프라이머리는 후보가 공식적으로 등록하지 않아도 투표용지에 지지 후보 이름을 기재하는 형식으로 치러져 후보별 득표 상황은 파악할 수 있다. 민주당은 다음달 3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사실상 첫 경선을 치른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경선에 포함돼 있다.     코커스와 프라이머리는 유권자들이 참여해 양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제도다. 1920년대 이전에는 예비선거를 통해 후보를 뽑는 주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후 예비선거를 하는 주들이 줄어들면서 당 지도부와 유력 정치인들에 의해 후보 선출이 좌우됐다. 유권자의 뜻과는 상관없이 유력 정치인들이 대의원을 매수하거나 유명세를 이용해 후보로 선출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지도부에 의해 지명된 정치인 중에 국민이 참여하는 실제 투표에서 참패하는 후보도 많았다. 이런 폐단이 드러나면서 1960대 말부터 예비선거와 전당대회를 통해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이 다시 도입되기 시작했다.     1968년 민주당 전당대회는 예비선거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기점이 됐다.     코커스와 프라이머리는 유권자가 후보선출에 참여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차이가 있다.     코커스는 당원들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코커스에 참여한 당원들은 후보들을 놓고 공개토론을 벌인 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행사한다. 코커스는 주 전역의 여러 장소에서 동시에 열린다. 아이오와주의 경우 1500여곳에서 코커스가 실시됐다.     프라이머리는 당원을 포함해 유권자가 익명으로 투표하는 방식이다. 프라이머리는 2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소속 정당과 상관없이 해당 주의 유권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프라이머리와 특정 정당 소속 당원만 참여하는 폐쇄형 프라이머리가 있다. 또는 이 두 가지를 절충한 방식도 있다.     코커스는 지역별로 정해진 시간에 특정 장소에 참석해 투표하기 때문에 참여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민의를 대변하기 위해 실시되는 예비선거에 유권자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코커스 방식은 전체 50개 주에서 공화당은 6개 주에서 하고, 민주당은 거의 채택하지 않고 있다.     민주 공화 양당은 코커스와 프라이머리 득표율에 따라 그 주에 할당된 대의원 수를 갖게 된다. 최종적으로 가장 많은 대의원 수를 획득한 후보가 전당대회에서 공식 후보로 확정된다.   2024년 대선의 공화당의 전체 대의원 수는 2429명이다. 이중 과반 1215명 이상을 확보해야 최종 대선 후보로 지명된다. 민주당의 전체 대의원 수는 3945명이다. 1973명 이상을 확보해야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각주에 배당된 대의원은 3가지 방법으로 배분된다. 첫째는 민주당처럼 득표율에 근거해 배분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공화당의 여러 주에서 채택한 방식으로 가장 많은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가 주에 할당된 대의원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제이다. 이외에 두 가지를 절충한 방법도 있다.     비례형 대의원 배분 방식은 유권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장점이 있다. 민주당은 선거에서 여러 인종, 남녀노소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비례형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예비선거의 득표 비율에 따라 대의원 수가 결정되기 때문에 선출된 후보의 정당성과 대표성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승자독식형은 당연히 주 전체 주민의 대표로서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문제가 있다. 반면 신속하게 후보를 결정함으로써 선거의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전당대회 전에 일찌감치 후보를 확정하면 그만큼 여유를 갖고 본선 준비에 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승자독식 방식은 초반에 특정 후보가 우세를 보이면 선두후보로 유권자들의 표심이 기울면서 보다 다양한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기도 한다.     대선 예비선거의 분수령은 3월 5일(2024년 대선) 실시되는 ‘수퍼화요일(Super Tuesday)’ 경선이다. 양당이 전당대회 전 각주를 돌며 예비선거를 하지만 대부분 수퍼화요일 경선에서 최종 후보가 결정된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이날 캘리포니아를 포함해 15개 주에서 프라이머리가 실시된다. 앨라배마, 알래스카, 아칸소, 콜로라도, 메인, 매사추세츠, 미네소타, 노스캐롤라이나, 오클라호마, 테네시, 텍사스, 유타, 버몬트, 버지니아 등이다.     이날 경선에서 공화당은 874명, 민주당은 1420명의 대의원이 결정된다. 양당 모두 35%가 넘은 대의원이 걸려있다. 또한 이날까지 공화당은 전체의 약 73%, 민주당은 66%의 대의원이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 결정된다.     수퍼화요일 이후 양당의 마지막 예비선거가 끝나면 공화당은 7월, 민주당은 8월에 각각 전당대회를 열어 공식 후보를 선출한다. 이들 후보들이 11월 5일 백악관 입성을 놓고 대통령 선거에 나서면서 11개월의  레이스는 끝을 맺는다.  김완신 에디터FOCUS 예비선거 레이스 예비선거가 전국적 공화당 프라이머리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2024-01-21

[FOCUS] 2024년 주식 전망, 낙관적 전망 대세 이루지만 폭락 가능성 경고도

올해 주식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상승세 지속 여부다. 탄력적인 경제와 인플레이션 둔화, 금리 정점론은 주식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근거이지만 한편에서는 잠재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주식시장 하락이 임박했다고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종합한 월스트리트의 올해 증시 전망을 정리했다.   BCA 리서치   약세, S&P500 목표치 3300~3700   BCA 리서치는 올해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서 S&P 500이 2008년 이후 최악의 폭락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BCA는 “미국과 유로 지역의 경기 침체는 지연되었지만 피할 수는 없다. 통화 정책이 크게 완화되지 않는 한 선진국 시장은 여전히 경기 침체 경로에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이 금리를 신속하게 인하한다면 주식 시장은 급락을 피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건   약세, S&P500 목표치 4200   JP모건은 주식 고평가, 높은 금리, 소비심리 약화, 지정학적 위험 증가, 잠재적 경기 침체를 들어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JP모건은 2024년 전망 보고서에서 “투자자 포지셔닝과 심리가 대부분 역전된 상황에서 소비자 동향이 부드러워지면서 주식 시장에 더욱 어려운 거시적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건은 “주식은 역사적 최저치에 가까운 변동성으로 인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지정학적, 정치적 위험은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   중립, S&P500 목표치 4500   주식 시장이 평탄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일부 영역은 상대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 기술주에 대해서는 압도적 비중이 올해 초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으나 결국 무너질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 스탠리는 선두 기업이 후발 기업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 후발 기업이 결국 어려운 거시적 환경에서 주도주를 압도할 것인지 여부에 증시 향방이 달렸다고 분석했다. 투자자에게는 고가의 기술주를 피하고 의료와 유틸리티, 필수소비재 부문의 방어적 성장주와 산업재·에너지 부문의 순환주에 집중할 것을 권했다.   스티펠   중립, S&P500 목표치 4650   S&P 500이 상반기에 상승한 후 약 4650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 잠재적 상승 여력은 2% 선이다. 금융과 에너지, 소재, 부동산 부문의 순환적 가치주와 비교해 초대형 성장주의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상반기 금리 인하에는 부정적이었다.     골드만삭스   중립, S&P500 목표치 4700   S&P 500이 현재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올해를 마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적인 고금리로 볼 때 가치 평가 확장을 정당화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주식시장은 대체로 수익 성장과 일치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 실적은 올해 견조한 수준을 유지한다고 내다봤다. 경기 침체가 없는 한 기업 수익은 거의 감소하지 않겠지만 이익성장이 강력한 수준에 이르기는 힘들다고 봤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   낙관적, S&P500 목표치 4900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NDR)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연착륙을 시도함에 따라 올해 내내 모든 이목이 연준에 쏠릴 것이라며 연준이 주도하는 장임을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이 낮은 상태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10년 만기 채권은 3.5%까지 하락할 수 있다. 올해 말까지 S&P 500은 약 7% 오른 4900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GDP는 최대 1.5% 성장하고 대선의 해인 만큼 하반기보다 상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에게는 소형주와 순환주를 주시하라고 권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강세, S&P500 목표치 5000   연준이 통화 긴축에 진전을 보인 것으로 근거로 올해 주식 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보다 지난해 연준이 거둔 성과가 더 중요하다는 평가다. 기업이 높은 금리와 인플레이션에 적응한 것도 낙관론의 배경이 됐다. 시장이 지정학적 충격을 이미 상당 부분 흡수한 것도 주식시장 강세의 요인이었다.   RBC   낙관적, S&P500 목표치 5150   지난해 11월 주식 시장의 강력한 9% 랠리에도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인플레이션의 지속적인 하락을 꼽았다. 대선이 시장에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S&P 500은 대선 기간 평균 약 7.5% 상승했던 점을 긍정적 배경으로 덧붙였다. RBC의 로리칼바시나 미국 주식전략 책임자는 낙관적인 전망에도 그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우려했다. 올해 초 S&P 500의 부진은 시작에 불과하며 중간에 여러 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페더레이트허미스   강세, S&P500 목표치 5000   페더레이트허미스의 필 올랜도 최고 자산 전략가는 주식 시장의 강력한 추세가 올해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오른 뒤 상당히 냉각된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 인상을 마쳤다는 것이 낙관론의 근거다. 채권 시장은 지난해 7월 금리 인상 이후 연준에 큰 부담이었으나 이제 여유를 갖게 되었고 정책 개입 없이도 인플레이션의 점진적 둔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이체방크   낙관적, S&P500 목표치 5100   인플레이션 둔화와 국내총생산(GDP)의 탄탄한 성장에 힘입어 경제 연착륙이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은 주식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더라도 예상 시나리오의 하나이기 때문에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S&P 500은 올해 약 10% 상승해 5100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침체를 피할 경우 상승폭이 2배에 가까운 19%까지 될 수 있다.   BMO캐피털   낙관적, S&P500 목표치 5100   경기 침체가 현실화돼도 주식 시장은 강세장의 2년 차가 시작되는 올해 또 한 번 견실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하락과 금리 하락, 고용 시장 강세, 기업 이익 증가 등이 주식 시장의 순풍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주식 시장 성과와 펀더멘털이 앞으로 3년 동안 전개될 수익 성장의 밑바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펀드스트랫   낙관적, S&P500 목표치 5200   펀드스트랫의 톰 리 매니징 파트너는 목표치 5200, 14% 선의 상승을 제시했다. 그는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전쟁에서 경기순환 관리로 정책을 전환하면서 대부분의 이익이 하반기에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기업 수익의 지속적인 탄력성과 탄탄한 소비 지출을 예상하며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권유했다.FOCUS 가능성 경고 주식시장 하락 올해 주식시장 주식 시장

2024-01-14

[FOCUS] 트럼프 재집권하고 푸틴 사라진다면…

지난 2023년 세계적으로 많은 사건이 있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터졌고 기후변화로 세계 각지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영국에서는 약 70년 만에 왕권 양위가 이뤄졌으며 미국에서는 역대 2위 규모의 실리콘밸리뱅크가 예금인출 사태로 파산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024년을 맞아 각계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를 바꿀 올해의 이벤트’라는 제목으로 5가지 사건을 보도했다. 발생 가능성이 100%는 아니지만, 개연성이 충분하고 실제상황이 됐을 경우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건들이다. 뉴스위크가 보도한 5가지 사건을 정리한다.     ▶핵무기 위험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핵전쟁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러시아 안보문제 전문가 마크 갈레오티는 올해 핵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없다고 진단한다. 반면 외교분석가이면서 언론인인 니콜라 미코비치는 러시아가 전략핵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국가들에 대해 핵 사용을 위협하고 있지만, 실제 행동에 옮길 가능성은 작다. 다만 푸틴이 전쟁에서 수세에 몰려 정치적 입지까지 위태로워질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는 있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에도 정치적 생명을 끝낼 수도 있는 핵무기 동원에는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말한다.     ▶푸틴의 죽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푸틴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은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71세인 그는 최근 5선 대통령직에 도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암, 파킨슨병, 치매 등을 앓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크렘린궁이 부인했지만 지난해 10월 푸틴이 심정지를 겪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마크 갈레오티는 “푸틴 대통령이 올해 사망할 가능성은 없지만 유고 시 그가 23년간 통치해온 시스템을 이어갈 후계 정치인이 아직 없고, 푸틴을 대신해 권력 유지에 나설 인물도 부재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세르비아 출신 외교정책 분석가 니콜라 미코비치는 “푸틴의 유고가 러시아 사회에 큰 총격이 되겠지만, 그를 대체할 인물을 찾는 데는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현재 진행 중인 전쟁으로 인해 후계자는 서방과 화해하려는 인물이 아닌 군사력을 지지하는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 공화당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재격돌한다. 하지만 아직도 대선까지 난관은 남아 있다. 트럼프는 여러 건의 형사소송에 연루돼,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사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주의 선거 투표용지에서 트럼프의 이름을 올리지 않겠다고 한 것이 좋은 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정치학 교수인 줄리 노먼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전 세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첫 임기 때보다 민주주의 규범과 제도를 훨씬 더 훼손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미국 이미지에 해를 끼치고, 전 세계 민주주의 미래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가 승리할 경우 미국 내 이념적인 양극화는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적 양극화는 퓨리서치센터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7월 10일부터 16일까지 성인 84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인들은 이전보다 더 정치가 양극화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65%는 정치에 피로감을 느끼고 55%는 정치에 분노를 표시했다.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부정적 단어는 ‘분열’이었다.     노먼은 외교정책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는 우크라이나, 중국, 중동 지역에 대한 현재의 외교정책을 대폭 수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문제로는 석유 시추의 본격적인 재개와 대규모 이민자 추방정책의 실시 가능성이 높다.   ▶챗GPT   사이버세이프 창립자이며 인공지능(AI)과 보안 전문가인 오즈 알라슈는 이미 챗GPT나 인공지능은 대세가 됐으며 올해에는 급속한 확산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과학기술의 개발과 혁신에는 한계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 긍정적으로만 활용될 수는 없다. 부정적인 면에서의 사용도 있게 마련이다. AI는 이미 허위정보 생성, 사기, 표절 등에 악용되고 있다.   특히 사이버 보안 환경에서 범죄자들이 이 기술을 사용해 범죄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사이버 보안회사들이 대비책을 세우고 있지만, 범죄자들의 기술이 대비 수준을 넘어설 수도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의 직업도 위협받고 있는데 이에 대한  논란이 많다. 알라슈 교수는 인공 지능을 매우 빠르게 사용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과 시간이 좀 걸리는 사람들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 “사람들이 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를 잃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이해하거나 인공지능을 편리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후변화   기후 변화의 영향은 널리 인식돼 있지만 언제 어떻게 재앙적인 사건으로 나타날 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의 예를 볼 때 올해도 가뭄, 홍수, 산불, 강력한 폭풍 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지난해 폭우로 인해 2개의 댐이 파열돼 리비아의 한 도시가 침수됐고 또한 극심한 가뭄으로 파나마 운하에 물이 부족해 해상운송에 차질을 빚었다.     UCL의 기후과학자 크리스 브라이얼리 교수는 “올해에 닥칠 것으로 예상하는 기후변화의 영향 중 일부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셀레스트 사울로 신임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도 “지난해 가장 더운 한 해를 보냈지만 올해는 엘니뇨 등의 영향이 겹쳐 더 ‘극단적인’ 기상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효과로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4도 높아졌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인류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글로벌 공조 없이는 대규모 자연재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김완신 에디터FOCUS 푸틴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러시아 안보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2024-01-07

[FOCUS] 1월 대만, 3월 러시아, 11월 미국…지구촌 대선 레이스

지구촌은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 하마스 등 두 개의 전쟁이 동시에 진행되는 비극 속에서 2024년을 맞게 됐다. 그렇게 맞이하는 새해는 그 어느 때보다 숨가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새해 벽두부터 연말까지 1년 내내 전 세계 곳곳에서 각국의 지도자를 뽑는 대선과 총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현재 선거가 예정된 나라만 40개국이 넘고 세계 인구의 절반인 40억 명 이상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국제사회에서 2024년이 ‘수퍼 선거의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내년 1월 13일엔 대만의 새 총통을 선출하는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열리고 내년 3월에는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각각 대선이 예정돼 있다. 이어 내년 4~5월에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집권 연장 여부가 결정될 인도 총선이, 내년 6월엔 유럽의회 선거가 실시되고 내년 11월엔 국제사회 초미의 관심사인 미국 대선이 치러지게 된다. 지구촌 곳곳이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선거 레이스가 숨가쁘게 전개되는 셈이다.   2024년 선거는 그 결과에 따라 각국의 내부 정치는 물론 국제지정학적 역학 관계와 글로벌 공급망 구도 등에도 상당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친미 노선을 내세우는 집권 민진당과 대중 화해 노선을 추구하는 야당 국민당이 맞붙는 대만 총통 선거는 중국과의 갈등과 반도체를 비롯한 공급망 이슈 속에서 실시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만약 민진당 후보가 승리해 또다시 집권하게 될 경우 대만 통일을 부르짖는 중국 입장에선 조바심이 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 때문인지 중국은 대만 선거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각종 여론전과 선전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터넷에선 ‘국민당은 평화의 당, 민진당은 전쟁의 당’이란 글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를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하는 건 약과다. 일각에선 ‘민진당 후보가 당선되면 베이징 당국이 대만을 봉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의 대학교수들도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의 대만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쑹타오 주임도 지난 7일 중국에서 활동하는 대만 기업인 300여 명을 베이징으로 불러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쑹 주임은 휴가를 내서라도 대만으로 돌아가 총통 선거에 투표하라고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골적인 압박과 회유성 발언이 잇따르고 있는 셈이다.   14억 인구의 인도 총선도 국제사회의 주목을 모으는 선거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미·중·러 경쟁 구도 속에서 독자적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모디 총리의 연임 여부가 달린 선거라는 점에서다. 모디 총리는 국경 분쟁 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일본·호주와 함께 쿼드(Quad)를 결성해 적극 참여하는 동시에 러시아와도 석유를 다량 수입하고 무기를 공동 개발하는 등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자국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미·러와 등거리 외교 전략을 견지하고 있는 셈이다.   모디 총리는 더 나아가 중남미·아프리카·중동·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 사이에서도 맹주 역할을 자처해 왔다. 이를 위해 코로나 팬데믹 기간 이들 국가에 대대적인 백신 공여에 나서는 한편 화상 정상회의를 주재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게다가 인도 경제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미국·중국·독일·일본에 이어 세계 5위를 차지하는 등 국제경제적 영향력도 날로 커지고 있다. 모디 총리의 집권 연장에 강대국들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기전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치러지는 러시아 대선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에 대적할 야당 후보가 딱히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현지의 관심은 과연 몇%의 지지를 얻을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무난히 승리해 2030년까지 집권하게 될 경우 휴전 협상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주목거리다. 반면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내년 3월로 예정된 우크라이나 대선은 오랜 전쟁과 계엄령 등의 여파로 연기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어 2024년 지구촌 대선 릴레이의 대미는 미국 대선이 장식하게 될 전망이다. 현재 판세로는 백악관을 수성하려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 재입성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년 만에 리턴매치를 벌일 가능성이 크다. 현지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세하게나마 앞서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레이스는 시작하지도 않은 만큼 섣불리 승패를 예측하긴 쉽지 않은 형국이다.   미 대선 결과에 세계 각국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글로벌 정치·경제 질서가 근본적으로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동맹 강화 전략과 가치 외교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큰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하게 될 경우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기치 아래 고립주의 외교 노선이 강화되면서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관측이다.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FOCUS 중국 미국 선거 레이스 집권 민진당과 대만 통일

2024-01-01

[FOCUS] “이제 전쟁 끝내야” 이·팔 해법, 영화 속에 있다

오랜 역사의 이·팔(이스라엘·팔레스타인) 내전 및 분쟁이 일상 속에 어떻게 내면화 되어 있는가는 영화 ‘레몬 트리’에 여실히 나타난다. 이스라엘 출신의 에란 리클리스 감독이 만든 영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접경 지역(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이스라엘인 정착촌 접경지역)에서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여인 살마(히암 압바스)는 레몬 트리를 재배하며 살아 간다. 살마의 농장 바로 옆으로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이사를 오고, 군인들이 살마의 레몬트리를 삭둑삭둑 잘라 버린다. 국방장관 집 경호를 위한 시야를 가린다는 이유다. 살마는 곧 법정 투쟁을 시작하지만 이스라엘의 ‘어거지’를 이길 수가 없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서 나온 변호사는 힘을 쓰지 못한다. 오히려 살마에게 동정의 시선을 느끼는 것은 국방장관의 아내 미라(로니 리파즈-미셸)다.   ‘레몬 트리’는 이스라엘 거주 지역에서 힘겹게 살아 가는 팔레스타인 민중들이 왜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가 이끄는 자치 정부보다 강경 기조의 정치 조직이자 정파 중 하나인 하마스에 더 기대어 살 수 밖에 없는가를 보여 준다. PLO는 무능하다. 60년 동안 권력을 유지하면서(1964년 설립) 부패해졌다. 대신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아픈 곳, 가려운 곳을 잘 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심각성은 네타냐후 같은 이스라엘 내 극우 정치 집단과 하마스 같은 순혈주의적 강성 정파가 부딪히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최근의 전쟁이 바로 이런 양상이다. 걱정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건국기념일이 대재앙의 날   존 르 카레의 원작을 박찬욱 감독이 6부작 드라마로 만든 ‘리틀 드러머 걸’은 걸작이다. 근데 다소 어렵다. 1979년이 배경이다. 이란에서 호메이니 이슬람 혁명이 일어났던 때이다. 이 와중에 독일 이스라엘 대사관저에 폭탄 테러가 발생한다. 분노한 이스라엘 정보조직 모사드의 마틴 쿠르츠(마이클 섀넌)는 팔레스타인 혁명 테러조직을 분쇄할 계획을 세운다. 제5열(이중간첩)을 조직에 침투시키는 것이다. 쿠르츠는 실전 교관인 가디 베커(알렉산더 스카스카드)를 통해 무명배우인 찰리(플로렌스 퓨)를 선발해 그녀를 아랍 민족주의에 경도된 여성이자 예비 테러리스트로 둔갑시켜 상대 조직에 침투시킨다. 찰리는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인 칼릴 알 카다르(차리프 가타스) 조직의 막내인 미셸(아미르 후리)의 애인 안나(이벤 아켈리)인 척, 팔레스타인 테러 조직에 동화된 여성인 척 행동한다. 문제는 찰리 본인이 점점 정체성에 혼돈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고 실제로 팔레스타인들을 동정하고 동화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박찬욱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역사에 대한 영민한 분석이 돋보이는 이 작품을 이해하려면 역시 몇 가지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이 바로 ‘알 나크바’란 말이다. ‘대재앙’이란 뜻의 아랍어다. 아랍 민족은 1948년 5월 15일을 대재앙의 날로 부른다. 이스라엘에게 팔레스타인 땅을 뺏긴 날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스라엘인들은 이 날을 축복의 날로 규정한다. 건국 기념일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 대 이스라엘은 바로 이때부터 1973년까지 무려 네 차례 전쟁을 치른다.   이·팔, 네 차례 전쟁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한 다음날 이집트 등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제1차 중동전쟁이 시작된다. 결과는 미국의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의 승리였다. 늘 이스라엘 뒤에는 미국과 서방국가가 자리한다. 1956년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한다고 선언하자 영국·프랑스·이스라엘이 동맹을 맺고 이집트를 공격해 일어난 전쟁이 2차 중동전쟁이다. 1967년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를 상대로 대승을 거둬 동예루살렘과 골란고원 등을 차지한 3차 중동전쟁이 그 유명한 6일 전쟁이다. 1973년에도 이집트와 시리아가 주축이 된 아랍 연합군에 맞서 이스라엘이 승리한다. 4차 전쟁이자 일명 욤 키푸르 전쟁이다.   존 르 카레의 소설, 그리고 박찬욱의 영화는 평화와 협상이라는 단어가 극히 어색했던 시대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민족의 갈등을 그린다. 양 진영은 1993년에 이르러 빌 클린턴의 중재로 이어진 오슬로 협정에 의해 극적으로 타결되기도 하지만, 요즘 양상을 보면 ‘두 국가 해법’도 별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유대인들의 시오니즘을 대서사로 엮은 영화는 1960년에 나온 ‘영광의 탈출(원제 엑소더스)’이다. 원제와 동명인 레온 유리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3시간짜리 영화다. ‘영광의 탈출’에서 엑소더스의 설정이자 대상은 영국이다. 영국은 두 가지 모순된 협정에서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하나가 1917년의 벨푸어 선언(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 국가 건국 인정)이고 또 하나가 맥마흔 협정(오스만 투르크와 싸우면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인정)이다. 두 협정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눈치를 보던 영국은 팔레스타인 땅으로 가려는 유대인들을 그리스 키프로스 수용소에 가둬 놓는데, 영화는 한때 영국군 장교였던 유대인 지하조직 하가나의 간부인 아리(폴 뉴먼)가 키프로스 수용소 유대인 2800명을 이끌고 여객선 엑소더스 호로 탈출하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영국을 상대로 100일 단식 투쟁까지 벌여 국제여론의 호소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영광의 탈출’의 후반부에 유대인 정착촌 키부츠에서 아리와 그의 동료들이 팔레스타인과 전쟁을 벌이는 모습이 전개된다는 것이다. 원작자인 레온 유리스와 감독인 오토 프레밍거 모두 유대인이었던 만큼 친 이스라엘적 시각이 우세했던 영화기에 편견을 감안하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반부 약 2시간, 그러니까 키프로스에서 팔레스타인으로 탈출하는 과정의 유대인 역사 역시 얼마나 지난한 것이었던가를 적극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작품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스파이’(2019)는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분쟁을 다룬 작품 중 가장 실화의 생동력이 강하다. 다만 다소 지나친 이스라엘 우선주의가 배어 있음을 감안하고 봐야 한다. 1960년대 중반이 배경이며 실존인물이었던 이스라엘 모사드 스파이 엘리 코헨의 이야기이다. 엘리 코헨의 첩보 활동으로 이스라엘은 1967년의 제3차 중동전쟁, 곧 6일 전쟁에서 대승을 거둔다. 코헨은 전쟁 발발 전인 1965년 시리아 경찰에 체포돼 수도인 다마스쿠스 광장에서 공개적으로 교수형에 처해졌다. 시리아 정부는 그의 시신을 6시간동안 매달아 놓고 온갖 모욕을 가했다. 이스라엘과 중동이 양 진영 모두 처참하고 비극적인 역사를 겪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종종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때로는 파격적일 만큼 새로운 시각의 역사물에 투자한다. 네트워크 제국주의를 꿈꾸는 미디어 회사의 아이러니다.   ‘영광의 탈출’에서 ‘레몬 트리’까지. 이·팔 분쟁의 해법은 사실 영화 속에 있다. 그런 영화를 지지해 온 관객과 민중, 민심에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 팔레스타인 민중들은 현재 똑 같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전.쟁.을. 정.말. 끝.내.야. 해.  오동진 영화평론가FOCUS 영화 해법 이스라엘인 정착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팔레스타인 분쟁

2023-12-17

[FOCUS] 지구온난화 못 막으면 8억 인구에 재앙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가 지난달 30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개막해 내일(12일) 폐막한다. 협약 당사국 대표들을 비롯해 시민단체, 국제기관 등 7만여 명이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의 총회다.     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세계 이목이 쏠리면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해결에 주력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도 중동지역 전쟁과 내년 대선 등 복잡한 국내외 정세로 불참을 발표했다. 취임 후 총회에 바이든이 불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이번 총회의 주요 안건이다. COP28은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선진국들의 자발적인 협조로 지구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열린다.     이번 총회는 출발부터 순조롭지 못했다. 아랍에미리트 국영 석유회사의 최고경영자인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COP28 의장은 지난달 28일 메리 로빈슨 전 유엔기후변화 특사와의 대화에서 “지구 표면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과학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화석연료 사용 없이 경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즉각적인 비난에 직면했다. 알 자베르 의장은 서둘러 진화에 나서 “과학을 존중하고 믿는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일부 행사 관계자들은 총회 전부터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에서 COP28이 열리는 것에 대해 우려했었다. 산유국에서 행사가 열려 자국의 석유산업을 홍보할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번 총회에서 최초로 기후 펀드를 설립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가 300억 달러 규모의 기후 펀드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2030년까지 2500억 달러를 유치하는 것이 목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의 대부분은 선진 산업국에서 배출하지만 피해는 전 인류에게 돌아간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농업국 등 비산업 국의 피해가 크다.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에 따르면 인구의 6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는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온실가스 배출은 4%에 불과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 재해의 피해는 가장 크다.     국제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CAT)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는 500억mt(metric ton)이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144억mt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그 뒤로 미국(63억9000mt), 인도(35억2000mt), 유럽연합(34억3000mt), 러시아(20억3000mt), 일본(11억7000mt) 등 순이다.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중국의 반에 못 미친다. 하지만 배출량을 인구수로 나눌 경우 1인당 배출량은 중국을 압도한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온도 상승을 섭씨 2도 이하로 유지하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3년 후에는 목표치가 수정됐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목표치를 1.5도 이하로 낮췄다. 2도를 허용하면 기후 재앙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다.   ‘1.5도’가 지금 글로벌 화두로 떠올랐다. ‘마지노선 1.5도’라는 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된다면 최소 수년에서 최장 2030년 사이에 1.5도를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한다. 학계 전문가들은 산업화 이전보다 현재는 지구 온도가 평균 1.2~1.4도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은 COP28 총회에 맞춰  기후변화가 지구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공개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후변화로 영향을 받는 도시들의 가상 이미지를 시각화했다. 이미지는 각 지역의 고도와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높아졌을 경우를 가상한 것이다.   이미지는 두 종류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섭씨 1.5도로 제한한 경우와 이를 지키지 못해 섭씨 3도가 오른 경우를 비교했다. 클라이밋 센트럴은 2021년에는 섭씨 3도가 오른 것을 가정해 샌타모니카 피어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 경우 해수면이 최고 20피트 상승해 피어 전체가 바닷속에 잠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조사에서 섭씨 1.5도 이내로 유지했을 때에는 지구촌 대부분의 도시에서 지금의 상황과 별다른 변화가 없다. 하지만 3도가 올랐을 때를 가정하면 곳곳이 물에 잠긴다. COP28이 열리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는 물이 차올라 건물들이 물속에 잠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본 후쿠오카 주택들은 지붕만 남기고 바닷물에 잠기고 영국 글래스고는 차도까지 물이 차오르게 된다.     현재 지구에는 만조 때 물에 잠기는 지역에 대략 3억8500만 명이 거주한다. 기온이 1.5도 넘지 않을 경우 전 세계에서 5억1000만 명이 거주하는 지역이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지구의 평균온도가 3도 높아지면 만조 시 8억 명 이상의 인구가 사는 육지가 바다에 잠길 수 있다.     기후변화가 허구라는 주장도 있지만, 최근의 기상 이변을 보면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지구온난화는 더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고 그 영향은 전 인류에게 미친다. 그런 만큼 지구촌 전체의 공조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보이지 않게 다가오는 재앙에 대비해야 할 때다. 김완신 에디터FOCUS 지구온난화 재앙 온실가스 배출량 지구온난화 해결 유엔기후변화 특사

2023-12-10

[FOCUS] 84조 달러…사상 최대 자산 대물림 진행중

거대한 규모의 자산이 부모 세대에서 자녀 세대로 이전하고 있다. 세대 간 부의 이전으로 불리는 대규모 자산 이동은 가족 자산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현상이다.   시장조사회사 세룰리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침묵의 세대(1928~1945년생)와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의 자산과 저축 총액은 은퇴생활비와 의료비를 초과한 상태다. 이들 세대는 재산 대부분을 직계가족에게 물려줄 것으로 예상된다.     세룰리는 막대한 부의 이전으로 X세대(1965~1980년생)와 밀레니엄 세대(1981~1996년생), Z세대(1997~2012년생)가 2043년까지 84조 달러의 자산을 상속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72조6000억 달러는 상속인이 받게 되고 11조9000억 달러는 자선 단체에 기부될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받는 거대한 자산 이전은 이미 2010년대 중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함께 시작됐다. 올해까지 자산의 절반 정도가 다음 세대로 넘어가고 이런 흐름은 2045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벤치마킹 회사인 하츠&월리츠가 2022년 6000여 가구를 조사한 결과 60%가 부동산과 투자, 현금으로 상속을 끝냈거나 상속 계획을 갖고 있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따르면 2020년 이후에만 밀레니엄 세대의 자산은 4조 달러가 증가했다. 젊은 세대의 자산 이득에서 부의 이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연준의 통계에 따르면 침묵의 세대가 보유한 자산은 18조900억 달러다. 〈그래프 참조〉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은 78조2900억 달러에 이른다. 60세 이상이 전체 부의 절반이 넘는 95조 달러 이상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전문가들은 거대한 자산 이전을 예상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서사적이라고 불릴 만큼 거대한 부를 쌓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번영기에 태어난 이들은 세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제 호황기에 사회에 진출해 부동산과 주식으로 부를 축적했다. 1983~2023년 주택 가치는 500% 이상 증가했고 주식 상승 폭은 부동산보다 컸다. 연준이 집계한 전체 가계의 자산은 1989년 38조 달러에서 지난해 140조 달러로 급증했다.   사상 최대의 자산 이전은 한편으로 부의 편중을 심화할 수 있다. 다음 세대로 이전하는 전체 자산의 42%에 해당하는 35조8000억 달러는 상위 1.5%의 초고액 자산 가구에 집중됐다. 이들은 현금 등 유동자산이 500만~2000만 달러인 고액 자산가들이다. 상위 10%의 자산 규모는 하위 90%의 자산과 비슷하다. 하위 50%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자산 이전의 8%에 불과하다. 하츠&월리츠 조사에서 대상 가구의 54%는 투자 가능 자산이 10만 달러 미만이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산 이전이지만 부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인종 간 격차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준 이사회가 2019년에 발간한 부의 격차 보고서는“전형적인 백인 가족은 전형적인 흑인 가족보다 8배, 전형적인 히스패닉 가족보다 5배 많은 재산을 갖고 있다”고 집계했다. 자산 이전에서 벌어질 인종별 격차를 보여주는 수치다. 〈그래프 참조〉   부의 격차 확대를 암시하는 최근 사례는 스위스 금융기업 UBS가 발간한 ‘억만장자 야망 보고서’다. 보고서가 올해 4월 초까지 1년 동안 전 세계에서 억만장자가 된 이들의 부의 원천을 분석한 결과 창업보다 상속으로 인한 부가 많았다. 상속으로 쌓은 부가 창업을 넘어선 것은 보고서를 발간한 지 9년 만에 처음이다. 보고서가 집계한 상속인 가운데 53명은 1년 새 모두 1508억 달러를 물려받았다. 자수성가한 억만장자 84명이 창출한 부의 누적액은 1407억 달러였다.     이러한 변화는 자산 이전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UBS의 개인자산설계 부문 존 매튜스 책임자는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모두 이야기해 왔던 엄청난 부의 이전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세계 억만장자의 평균 연령은 약 69세다. 이러한 전환 또는 부의 이양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액 자산 가정을 제외하면 자산 이전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생활비와 장기 요양 등의 비용을 감당하려면 자녀에게 재산을 넘기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기 요양 등 노후 건강과 관련한 비용은 여전히 본인과 메디케이드 부담이 가장 많다. 20~30년 전만해도 세대 간 부의 이전이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상위 계층을 제외하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최근 이를 뒷받침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다른 어느 세대보다 여행과 외식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고 자식 세대들은 소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자식 세대인 밀레니엄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자녀 출산을 늦게 하면서 적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가 일과 가정에서 벗어나 지금까지 쌓아놓은 자산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상위 계층의 거대한 부의 대물림과 달리 중산층 이하 가정에서는 자산 이전이 예상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안유회 에디터FOCUS 대물림 자산 대규모 자산 가족 자산 자산 이득

2023-12-03

[FOCUS] 여론 뭇매에 명문화…"강제성은 부족"

연방 대법원이 최근 대법관 ‘윤리 강령(Code of Conduct)’을 발표했다. 대법원에서 윤리 강령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리 강령 채택은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과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이 후원자로부터 부적절한 선물과 여행 접대 등을 받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내려진 결정이다.   토머스 대법관은 텍사스주 부동산 사업가로부터 자가용 비행기 등 호화 여행을 제공받았다. 얼리토 대법관도 억만장자와 알래스카 낚시 여행 등을 다닌 사실이 공개됐다.     자신의 서적을 강매한 대법관들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대학이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대법관을 초청해 만찬이나 강연을 개최하는 과정에서 법관들이 자신들의 책 구매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진보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법관이다. 특히 그는 법원 직원들을 책 판매에 동원한 혐의도 받고 있다.     대법관은 신뢰의 상징이다. 하지만 이념과 정파로 분열되고 일부 법관들의 일탈이 공개되면서 신뢰도는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6대 3 보수 우위’ 구도가 된 대법원의 우편향 판결도 논란이  많다.     퀴니피액대가 지난 7월 발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연방 대법원의 직무 수행 방식을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에 58%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난 2004년 이 대학에서 첫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이같은 상황에서 종신직인 현행 제도를 ‘임기 제한’으로 고치자는 의견도 63%에 이른다.     갤럽의 조사에서도 대법원 위상은 추락하고 있다. 1031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신뢰도 조사에서 보통 이상의 신뢰를 보인 비율은 2021년에는 37%, 2022년에는 25%, 2023년에는 27%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신뢰도가 조금 오르긴 했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10%p 하락했다.     대법관은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독립성과 최고의 권위로 판결에 임한다. 낙태, 이민, 동성애 문제, 소수계 정책 등 미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도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결정된다. 또한 대통령 선거에서도 논란이 발생하면 판단은 대법원이 담당한다.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 앨 고어 후보는 50만표가 앞섰지만, 선거인단 확보에서는 266명에 그쳐 조지 W. 부시에 뒤졌다. 선거 후 플로리다주 재검표 사태까지 갔지만, 고어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패배를 인정했다.     윤리 강령 채택에 맞춰 대법원은 “윤리 강령이 없었기 때문에 대법관은 법과 규정의 제재를 받지 않는 것으로 오해를 받아 왔다”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규정 명문화를 채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즉 대법관이 ‘어떠한 제약도 없이 활동해 왔다’ 일반의 인식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채택한 윤리 강령은 특별한 것이 없다. 새롭게 나온 내용도 없다. 이제까지 하급법원 법관들에게 적용된 규정과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사법부 최고 권위의 대법원이 채택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포함해 9명이 서명한 9페이지 분량의 이번 강령의 핵심은 대법원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키자는 것이다. 사법부 최고 권위의 대법원이 공정한 판결을 위해 부적절한 활동을 금하고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강령은 법관이 정치적, 사회적, 금전적 영향에 구애받지 않도록 세부적인 행동 규범을 명시해 놓고 있다.   엘레나 케이건 판사는 이와 관련 “법관은 가족, 사회적, 정치적, 재정적 관계가 공적인 행동과 판단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면 안 된다”며 “법관의 품위를 손상하고 공무 수행을 방해하며 공정성을 훼손하는 사법 외 행동에 참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방 대법관의 임기는 종신이다. 4년마다 바뀌는 대통령에 구애받지 않고 법정신에 따라 소신껏 판결할 수 있는 자리다. 대법관은 스스로 물러나거나 은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기를 제한받지 않는다.     대법관도 탄핵의 대상이 되기는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1명만 탄핵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것도 1805년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하원 탄핵이 없어 사실상 대법관 해임 장치는 없는 셈이다. 대법관 직무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조건도 ‘좋은 행동(good behavior)을 하는 동안’이라는 모호한 규정을 정해 놓고 있을 뿐이다.   연방 대법원이 최초로 윤리 규정을 채택하기는 했지만, 구속력이나 강제성에서 논란이 많다.     진보성향 옹호 단체의 세라 립톤-루벳은 윤리 강령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미진한 부분이 많다고 주장한다. 특히 윤리 강령에 ‘Should’라는 단어가 53번 사용된 것에 비해 ‘Must’는 6번만 나온다고 지적한다. 도덕적 당위성을 지적하며 권고의 의미가 강한 ‘Should’가 많지만 공적인 규율과 법에 대한 강제성을 함축하는 ‘Must’는 적다는 것이다. 그만큼 법적인 구속력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법관이 윤리 강령을 준수하지 않아도 사실상 제약할 수 있는 강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위반이 발생했을 때 조사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AP통신은 “강제 수단이 없어 강령 준수 여부의 결정도 대법관 각각의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강령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위반 시 집행의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누가 이를 담당하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성역이었던 대법원의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대법원의 신뢰를 더 추락시킬지, 아니면 회복시킬지는 오로지 법관들에 달려 있다. 김완신 에디터FOCUS 강제성 명문화 토머스 대법관 얼리토 대법관 최근 대법관

2023-11-26

[FOCUS] 허리케인 힐러리 덕분?…화재 피해 면적 평년의 5분의 1

지난달 말 리버사이드 지역에서 발생한 하일랜드 산불이 6일 진화됐다. 이번 산불로 총 2487에이커가 전소했다. 건물 13채가 파괴됐고 3채가 소실됐다. 이번 산불이 샌타애나 강풍을 타고 확산하면서 4000여명에 이르는 지역 주민들에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최초 14에이커 규모로 시작된 산불은 강풍과 건조한 날씨로 순식간에 불길이 번졌다. 하일랜드 산불 전에 남가주 포터랜치 지역에서 2건의 산불이 발생했으나 손실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하일랜드 산불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올해 가주 산불은 예년에 비해 피해가 적다. 이전의 통계를 보면 막대한 피해를 가져오는 캘리포니아 산불 4건 중 3건은 10월에서 11월에 이르는 시기에 발생했는데 올해에는 하일랜드 산불을 제외하고는 대형화재가 드물다. 비슷한 시기의 샌디에이고 캐년 산불, 샌타바버러 플랜트 산불도 규모가 크지 않았다.     산불 건수와 피해 면적 통계도 올해는 평년에 비해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5년간 통계를 보면 평균적으로 매년 6884건의 산불이 발생해 157만571에이커 면적이 불에 탔다. 반면 올해는 같은 기간 6164건이 발생해 소실 면적은 31만2730에이커를 기록했다.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하고 있지만 전체 피해 규모는 예년의 5분의 1 수준이다.     닐 드리스콜 기후과학자는 “올해는 비교적 산불이 적었던 2022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2년에는 화재로 36만3939에이커가 불에 탔다.     올해 산불 피해가 작았던 것은 일차적으로 지난겨울에 내린 비 덕분이다. 삼림의 수분 함유량이 많아지면서 산불 발생 빈도가 줄었고 화재가 발생해도 크게 확대되지 않았다. 또한 올해 봄 여름 서늘한 날씨로 대지의 수분 증발량이 줄면서 산불 방지에 기여했다. 특히 84년 만에 찾아온 허리케인 힐러리는 산불 방지의 일등공신이 됐다. 여름철에 비가 내리지 않는 캘리포니아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악지대 습기가 유지돼 화재도 줄었다.     11월 들면서 산불 시즌이 끝나가고 있지만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가주 화재 마셜의 대니얼 버란트는 “비가 오고 눈이 내리는 시즌에도 대형산불이 발생하는 사례는 이제까지 많았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역사상 최악의 피해를 가져온 화재 중 하나인 캠프 산불은 2018년 11월에 일어났다. 화재는 산골 파라다이스 타운을 초토화하고 85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2017년 샌타바버러 지역의 토머스 산불도 우기인 12월에 발생했다. 이 산불로 28만에이커가 소실됐고 1300여채의 건물이 파괴됐다.     국립기상청도 올겨울이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될 것이라면 산불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또한 지난겨울과 여름철 비는 산불 예방에 도움이 됐지만 한편으로는 더 큰 화재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풍부한 수량으로 수목이 울창한 상태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삼림 전체가 거대한 땔감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의 위험성도 경고한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2000년대 이후에 집중돼 있다. 1932년 산불 통계가 시작된 이후 톱 20위 대형 산불 중 17건이 2000년 이후에 발생했다. 사망자 수로 분류한 화재 순위 20위권 중 12건, 건물 피해 규모로 분류한 20위권 중 16건이 최근 20년 사이에 몰려 있다. 예전보다 화재 예방과 진압 기술은 발전하고 있지만 산불의 대형화로 피해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화재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중에서 최근 들어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기후변화에 따른 화재면적의 확대다. 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반세기 가주 산불 면적 증가는 대부분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지적됐다. 1971년부터 1995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해 화재 면적이 172% 증가했으며, 1996년부터 2021년 사이는 32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컬럼비아대학 라몬트 도허티 지구연구소의 파크 윌리엄스 생명기후학 교수는 “고온의 날씨가 나무를 마르게 한 상태에서 불꽃이 튈 때 불이 붙는 것은 당연하다”며 “가주의 경우 기후변화로 앞으로도 대형 산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산불의 규모가 커지고 파괴적으로 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경고했다.       ━   대형화재 부르는 ‘악마의 바람’               샌타애나 바람은…   가을철 남가주 계곡 강타 진화에 최대 장애는 강풍   샌타애나 바람은 서남부 내륙에서 시작돼 남가주와 북부 바하 캘리포니아에 부는 바람이다. 시작은 그레이트 베이슨(Great Basin)이다. 그레이트 베이슨 지역은 위새치 산맥과 시에라네바다 산맥 사에 위치한다. 네바다, 유타, 아이다오, 와이오밍 등을 포함하는 곳으로 고온 건조한 기후를 보인다.     이 지역에서 생성된 바람은 주로 가을철에 남가주 지역으로 불어온다. 연중 바람이 불기는 하지만 10월에서 이듬해 2월에 이르는 시기에 주로 많다. 1년에 적게는 10회에서 많게는 24번 불어오며 평균적으로 3일간 계속된다. 역사적으로 가장 길었던 시기는 지난 1957년 11월에 불어와 14일간 계속됐다.     샌타애나 바람은 매우 건조한 특성이 있어 고온의 날씨와 맞불려 남가주 지역에 대형 산불을 가져온다. 지난 9일에도 샌타애나 강풍 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에서 말리부 지역에 화재가 발생했다.     샌타애나 강풍, 높은 기온, 건조한 날씨는 남가주 대형산불을 가져오는 3가지 요소다. 샌타애나 강품은 엄청난 피해를 주는 산불을 일으켜 ‘악마의 바람(devil winds)’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바람이 남가   주 지역 협곡을 지나게 되면 돌풍으로 변해 화재 발생 시 진화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남가주에서 샌타애나 바람이 자주 부는 대표적인 지역은 샌타애나 계곡, 샌타클라라 계곡, 뉴홀패스, 샌버낸도밸리, 카혼패스, 샌버나디노, 폰태나, 치노 등이다. 이들 지역의 대부분은 산불 다발지역이기도 하다.   김완신 에디터FOCUS 허리케인 힐러리 하일랜드 산불 캘리포니아 산불 산불 시즌

2023-11-12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