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억만장자 증가…부자 개인자산<패밀리 오피스> 관리 3배 급증
[‘패밀리 오피스’ 골드러시]
록펠러·모건 가문에서 시작
사모펀드 등 본격 유치경쟁
노령화에 부 창출→유지로
이민·재단 설립 서비스까지
글로벌 회계법인 EY는패밀리 오피스가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파악한다. EY는 2023년 현재 단독 가족 패밀리 오피스만 전 세계에서 1만 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2008년보다 10배나 증가한 수치다.
패밀리 오피스는 유럽에서 시작됐다. 이를 체계화한 것은 록펠러와 모건 가문이다. 자산 관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억만장자가 증가하고 큰돈을 버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면서 패밀리 오피스는 특정 가문을 넘어 부유층으로 확산했다. 여기에 글로벌 변동성이 커지고 새로운 투자 유형이 등장한 데다 규제가 복잡해지자 억만장자들은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더 필요해졌다.
패밀리 오피스에는 한 가족만 맡는 단일패밀리 오피스와 여러 가족을 담당하는 다가구 패밀리 오피스가 있다. 단일 오피스는 초고액 자산가 가족을 맡아 자문과 자산관리 역할을 한다. 다가구 오피스는 여러 가족을 담당하며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록펠러 가문을 담당하던 곳도 현재는 고객이 25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밀리 오피스의 수요가 증가하자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벤처캐피탈은 본격적인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고 월스트리트에 새로운 골드러시가 일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리서치업체 웰스-X(Wealth-X)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패밀리 오피스의 일반적인 기준은 1억 달러다. 이 기준 이상의 부를 가진 이들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9만 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성장 여지가 많은 시장을 잡기 위해 블랙스톤이나 KKR, 칼라일은 패밀리 오피스 담당 팀을 늘리고 금융상품을 개발해왔다.
수십 년 동안 부유한 개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온 블랙스톤은 패밀리 오피스를 담당하는 개인자산그룹을 강화하고 있다. 크레이그 러셀 개인자산그룹 책임자에 따르면 이 팀은 지난 몇 년 동안 두 배가 늘었고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다.
프리퀸의 알렉스 머레이 부사장은 패밀리 오피스 증가와 투자 전략 변화에 대해 “막대한 부의 이전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현상은 밀레니엄 세대를 미국 역사상 가장 부유한 세대로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령화라는 인구통계학적 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면서 패밀리 오피스가 늘고 있고 이는 더 많은 부가 다음 세대로 이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머레이 부사장은 “(이런 경향 때문에) 이전 패밀리 오피스의 목표가 부의 창출이었다면 이제는 부의 유지로 바뀌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프리퀸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개인 부가 가장 많은 북미는 전 세계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은 23%이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중국의 부상에 힘입어 36%로 성장했다. 패밀리 오피스 수는 부의 분포와는 차이가 있다. 전 세계 패밀리 오피스의 37%는 북미에 있으며 유럽에 32%, 아시아에 15%가 위치한다. 북미에서 관리하는 개인 부는 전 세계 합계의 54%에 이른다. 유럽은 30%, 아시아는 8%다. 다른 지역의 개인 부도 북미에 있는 패밀리 오피스로 몰리는 경향이 엿보인다. 특히 아시아태평양은 패밀리 오피스가 활성화되지 않아 전체 개인 부의 36%를 차지하면서도 실제 관리는 8%에 불과하다.
최근의 새로운 경향에서 두드러진 것은 신흥시장의 상승세다. 2023년 패밀리 오피스 증가율이 북미 20%, 유럽 17%, 아시아 22%인데 비해 다른 지역에서는 31% 급증했다. 선진 시장보다 신흥 시장의 상승세가 더 주목할 만하다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나타나는 부의 집중 현상도 특징적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지역인 중국의 경우 2022년 전체 부의 3분의 1이 상위 1%에 집중됐다. 이는 2000년보다 13% 증가한 것이다. 홍콩도 상위 1%가 부의 3분 1을 소유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패밀리 오피스의 성격도 바뀌고 있다. 전통적으로 주식과 채권 포트폴리오를 통해 부를 보존하는 데 중점을 두었던 패밀리 오피스는 사모펀드와 벤처 캐피탈, 헤지 펀드, 부동산을 통해 장기 수익을 추구하면서 기관투자가와 비슷한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오라클 캐피털 그룹의 마틴 그레이엄 회장은 패밀리 오피스가 투자를 넘어 원스톱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라클 캐피털은 이민을 지원하고 거주할 부동산을 찾아주는 것은 물론 자녀의 학교 입학과 자선 재단 설립,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지원한다.
서비스가 다양화되고 있지만 패밀리 오피스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부의 구조화다. 가족 신탁과 재단 등을 이용해 같은 세대 안에서 혹은 세대를 넘어 부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패밀리 오피스는 전문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실시간 통합 보고 등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과 사이버 보안이 여기에 해당한다. 억만장자가 증가하고 시장이 커지면서 패밀리 오피스는 극소수의 폐쇄된 기능에서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는 새로운 분야로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수퍼리치〈순자산 3000만불 이상〉 작년 4.2% 증가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의 2023년 연례 자산 보고서에 따르면 순자산 3000만 달러 이상의 수퍼리치(초고액순자산가·UHNWI)의 수는 2022년 60만1300명에서 2023년 62만6619명으로 4.2% 증가했다.
2007년부터 출간된 나이트 프랭크의 자산 보고서(Wealth Report)는 전 세계 600개 민간은행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2022년 예상치 못한 금리 인상으로 부의 창출이 어려웠으나 2023년에는 안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북미에서 수퍼리치 증가율이 7.2%로 가장 높았다. 중동은 6.2%로 그 뒤를 이었다. 유럽은 1.8% 증가를 기록했다. 유럽에서는 스위스가 5.2%의 증가로 1위를 차지했다. 라틴 아메리카는 유일한 감소 지역으로 3.6%가 줄었다.
국가별로는 튀르키예가 10% 늘어 1위를 차지했고 미국은 8% 증가로 2위에 올랐다.
튀르키예의수퍼리치 증가는 50%가 넘는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역동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등의 기업가들이 최근 터키에 회사를 설립하거나 거주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안유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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