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기득권 정치 허문 앤디 김, 한인 첫 상원 입성 기대 고조
[동시 실시 연방 상·하원 선거]
백악관 보좌관 출신 외교전문가
뉴저지주의 정치 부조리에 맞서
공화당 텃밭서 연방 하원 3연승
남편 후광 업은 주지사 부인 사퇴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선출 유력
'용감한 도전' 전국적 스타로 떠
▶투표 용지 후보 배치 차별
50개 주 중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돈이 정치를 지배하는 곳 중 하나가 뉴저지주다.
당내 주요 인사들에 의해 선출직 공천이 좌지우지된다. 특히 뉴저지주는 유일하게 정당이 투표용지를 디자인할 수 있도록 허용한 지역으로, 이는 선거 결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투표용지의 후보 순서를 임의대로 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을 많이 기부하거나 당 간부들과 가까운 후보의 이름을 맨 앞 열에 배치하고, 정치 신인이나 당에 대한 기여도가 낮은 인물을 뒤쪽 열에 배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를 ‘파티 라인(party line)’이라고 부르는데 당이 후보들을 차별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 주지사와 당 인사들이 밀착해 허가권이나 계약 등은 물론 임명직 공무원에 대한 인사에 개입해 이권을 챙기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래서 일각에선 뉴저지주 정치를 기득권의 금권정치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유독 뉴저지주에는 뇌물 혐의로 사퇴한 고위직 정치인들이 많다. 2003년에는 밥 토리첼리 상원의원이 비리로 사임했다. 지난해 9월에는 로버트 메넨데즈 연방 상원의원의 집에서 현금과 금괴가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파티 라인을 통해 의사당에 입성한 대표적인 정치인 중 한 명이다.
메넨데즈 상원의원이 뇌물수수 혐의로 연방 검찰에 의해 기소되자 가장 크게 격분한 사람 중 한 명이 앤디 김이었다. 메넨데즈 상원의원의 비리가 공개된 직후 경선에 뛰어든 앤디 김은 뉴저지주의 기득권 정치와 맞서 싸우겠다면서 자신의 도전은 상원의원 이상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돈에 의해 좌지우지됐던 민주당의 금권정치도 언론을 통해 속속 드러났다.
앤디 김의 경쟁자로 출마를 선언했던 태미 머피는 뉴저지 주지사의 부인으로 행정 경험이 전무한 인물로 남편의 후광으로 민주당 조직을 장악했다. 이에 맞서 앤디 김은 상원의원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당내 권력자들이 누려온 정치권력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외쳤다. 이로 인해 선거판은 시작부터 주지사 부인인 태미 머피의 기득권 정치와 풀뿌리 시민들을 대변하는 앤디 김의 시민 정치의 대결 구도로 짜여졌다.
이로 인해 뉴저지주 상원의원 선거는 순식간에 전국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전국의 신문과 방송에서는 부패한 정치 기득권과 무모하게 보이지만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앤디 김의 대결을 보도했다.
지난 6개월 동안의 선거운동은 앤디 김을 전국적인 정치 스타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선거운동을 시작할 때 앤디 김이 민주당 후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일반 유권자들이 잘 모르던 뉴저지주의 부패한 정치의 연결 고리가 점점 더 적나라하게 알려지면서 앤디 김의 지지율이 올라갔다.
▶시위대 쓸고 간 의사당 청소 화제
결국 민주당의 공식 후보 등록 마감일 하루 앞둔 지난 3월 24일 태미 머피는 후보에서 사퇴했다. 일요일인 이날 전국의 모든 언론 매체들은 정치권 토픽으로 앤디 김에 대해 보도했다. 한인의 연방상원 입성이 가까워진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 후엔 연방법원이 기존 방식의 뉴저지주 투표용지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비민주적이고 불공정하며 위헌적이다”라는 이유에서다. 기존 투표용지 사용을 금지해달라고 소송을 냈던 앤디 김이 또 다른 승리를 거둔 것이다.
앤디 김은 2018년에 뉴저지주 최초의 아시아계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는 2018년 트럼프가 대선에서 6%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지역에서 현직인 톰 맥아더 의원을 1%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2020년에는 9%포인트로 차이로 벌리면서 재선에 성공했고, 2022년엔 상대를 15%포인트 차이로 승리해 자신의 지역구를 민주당 선거구로 바꾸었다. 미 정계에서 의원들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상대 당 지역을 자신의 소속당 지역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앤디 김은 2021년 1·6 의사당 폭동 때 폭도들에 의해 아수라장이 된 의사당을 치우는 모습이 포착돼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그의 의정 활동을 더 높게 평가한다. 그는 떠오르는 전국적인 정치 스타 10명 안에 항상 거론되곤 한다. 1982년 한인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앤디 김은 조지 W 부시 집권 때 국무부 소속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근무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일했다.
앤디 김은 외교·군사 전문가로 백악관에서 일한 경력을 기반으로 연방하원에 세 번이나 당선됐다. 상원 입성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은 전국적인 정치인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아시아계 이민자로 막 40대에 접어든 새 시대 정치인의 선두권 주자다. 그에게 더 큰 기대를 걸 수 있는 이유다.
1985년 미국으로 건너와 학업을 마치고 1996년 한인유권자센터를 설립해 한인의 권익 향상을 위해 활동해 왔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대선 캠프에 참여하는 등 워싱턴 정계에 인맥이 두텁다. 한·미관계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김동석 /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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