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전 세계 달러 비중 줄고 금 보유량 늘어
달러-금, 안전자산 경쟁
외환보유고70% 비중 달러
작년 5분기 58%까지 줄어
금 비중은 2차대전 이후 최고
달러 가치는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유로화와 엔화 등 6개 주요 통화와 비교해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최근 105를 넘어서 연고점을 향하고 있다. 2022년 115에 근접하며 ‘킹달러’로 불렸던 시기보다는 낮지만 2008년 70으로 저점을 찍은 때와 비교하면 상승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원화와 비교해서도 13일 원·달러 환율이 1379.3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지금보다 더 높았던 시기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던 1997∼1998년 등 세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환율이 높다.
달러 인덱스는 높지만 달러 비중은 하락세다. IMF 통계를 보면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통화구성이 확인되는 잔액 가운데 달러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59.46%를 차지했지만 이후 3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 4분기에 58.40%로 내려왔다. 20∼25년 전만 해도 70%에 가까웠던 달러화 비중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것이다.
세르칸아스라날프 등 연구진은 최근 IMF 홈페이지 게시물에서 이런 흐름에 대해 “여전히 달러화는 주요 기축통화지만 비전통적 통화들에 계속 기반을 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통화 비중이 다원화한 것도 특징이다. 달러 비중 축소분은 유로와 엔, 파운드 등 전통적인 통화 빅4로 모두 흡수되지 않았다. 위안화나 원화 등 비전통적인 통화로 흘러가는 현상을 보여 주목을 끌었다. 이 가운데 달러 비중 감소분의 25%가량은 위안화 비중 증가로 이어졌는데 중국이 적극적으로 위안화 국제화에 애쓴 것을 고려하면 증가세는 이전보다 주춤한 상태다.
달러 비중이 더 줄었다는 의견도 있다. 환율과 금리 변화를 반영하면 달러 비중 축소 폭이 더 커진다고 시각으로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외환보유고 내 달러 비중 축소가 일정 정도 가려졌다는 것이다.
▶불확실성에 금값 사상 최고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에 따르면 금은 달러 탈피 흐름을 타고 강력한 경쟁자로 부각되고 있다.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금의 비중은 2018년 1분기 8.3%였던 것이 최근엔 14.29%까지 늘어났다.
국제 금 가격도 상승세다. 2015년 말 온스당 1046달러까지 내려갔던 금은 지난달 245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사이의 무력 충돌이 발생한 기간은 두 자산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무력 충돌 이후 3주간 금은 10% 가까이 올랐고 달러인덱스는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BI의 오드리 차일드-프리먼 전략가는 최근 달러화와 미국 국채 가격 흐름을 보면 달러화가 갖고 있던 안전자산 성격에 의문이 들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발생하면 위험 기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달러화 선호도가 높아지는데 최근엔 금값 상승세가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JP모건의 금속·귀금속 전략 책임자 그렉 시어러도 지난달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알고리즘에 따라 움직이는 트레이더와 전문 원자재 투자자, 여타 매크로 펀드 등에서 자금 유입이 뚜렷했다”고 밝혔다.
각국의 금 보유량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는 사실도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달러보다 금이 더 주목받는 현실을 반영한다.
이런 배경에는 불안한 국제 정세가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국은 자국 내 러시아 자산을 동결했다. 다른 나라의 통화를 갖고 있으면 언제든 금융 제재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하지만 금은 자국 내에 보관할 수 있는 자신이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중국의 전체 외환보유고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2%가 채 안 됐지만 지난해 4.3%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중국의 외환보유고서에서 미국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44%에서 30%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금속 가격은 투자자들의 예상을 빗나가기도 한다. 지난해의 경우만 해도 금속 수요가 늘면서 재고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가격은 예상과 달리 하락했다. 올해는 공급이 늘고 있는데 가격은 반등했다. 일반적인 수요공급 원리에 맞지 않는 움직임이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원자재 비중은 2009년 8.8%에서 최근 1년 사이 2%로 뚝 떨어졌다. 대신 주식과 채권 비중은 크게 늘었다. KLI 자산관리의 리카르도 레이만 최고투자책임자는 “요즘 시장은 근본적으로 모든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있다”는 말로 이를 설명했다. 금속·귀금속 가격 상승 원인이 주로 장기적인 가격 상승을 노리는 펀드 등의 투자 증가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가격 변동에 따른 투자 위험 회피가 아니라 장기적인 가격 상승 기대감이 원자재 투자 자금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상품거래소와 런던 금속거래소의 비금속 분야 순투자롱포지션(가격 상승 예상 투자)은 5월 중순 260만t 규모였다. 3월 초의 55만6000t에 비해 5배가량 늘었으며 2020년 말의 이전 최고치를 넘어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조사에서도 5월 기준 글로벌 펀드매니저의 13%가 원자재 상품 투자 비중을 높이면서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값 뛰는데 작년 금 생산 0.5% 증가
금광 찾기 갈수록 힘들어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넘나들지만 금 생산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제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금 생산량은 전년 대비 0.5% 증가에 그쳤다.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2.7%와 1.35% 증가한 것과 비교해서도 증가 폭이 크게 줄었다. 2020년 10년 만에 처음으로 금 생산이 1%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호전된 것이지만 2년간의 증가세를 이어 가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유망지역 탐사가 대부분 이뤄져 새로운 매장지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자본 집약적인 금 채굴은 상당한 탐사와 개발이 필요해 생산까지는 평균 10∼20년이 걸린다. 또 매장지가 발견돼도 채굴이 가능한 정도로 매장량이 충분한 경우는 10% 정도에 그친다.
지금까지 금은 대부분 중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에서 18만7000메트릭톤(mt) 정도 채굴됐다. 연방 지질조사국(USGS)은 채굴이 가능한 금 매장량은 약 5만7000mt 정도로 추정한다.
여기에 정부의 금 채굴 허가도 갈수록 까다롭고 채굴 지역이 주로 도로와 전력, 수도 등 인프라가 필요한 외딴 지역이어서 막대한 비용이 추가된다.
세계금협회(WGC)의 존 리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올해 1분기 금 생산량이 작년 동기 대비 4%가 늘어나는 등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면서도 “큰 그림에서 금 생산은 2018년께 정체됐고 성장세가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업계가 2008년 이후 10년 정도 급격한 성장 이후 정체되자 생산 증가세를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