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이스라엘에 투자 말라” 반전시위 전국 확산
“이스라엘·군수업계에 투자한
학교 기금 회수, 교류도 단절”
이들 기업 투자는 ‘전쟁 동조’
보유자산 매각효과 크지 않고
‘친이 기업’ 구분하기 어려워도
‘반전론 확산’에 상징적 의미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도 기여
지난 18일 컬럼비아대에서 100명 이상의 시위 학생이 체포된 것을 시작으로 뉴욕대(NYU)에서는 22일 150명 이상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예일대에서는 수십명의 반전 시위 그룹이 연행됐다. 체포된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와 경찰 당국의 해산명령을 거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안전 우려로 원격 또는 하이브리드 수업을 하고 있다.
컬럼비아대를 시작으로 동부 지역이 중심이 됐던 시위는 중서부 지역으로 퍼져가고 있다.
USC의 경우 이번 시위는 올해 졸업식에서 연설할 대표가 친팔레스타인 성향을 보일 것으로 우려해 졸업식을 취소하면서 촉발됐다.
지난 주말 UCLA에서는 친팔레스타인과 친이스라엘 시위대가 충돌해 경찰이 진압에 나섰고 USC는 졸업식이 취소되는 등의 사태를 겪고 있다.
대학교 시위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즉각적인 전쟁 중단을 촉구하고 가자지구에서의 민간인 살상을 규탄하고 있다. 이같이 전쟁 반대가 시위의 대전제이지만 이들 학생 시위대는 이스라엘 기업이나 무기·군수물자 제조기업에 투자한 학교 기금을 회수할 것도 촉구하고 있다. 대학이 보유한 이들 기업의 자산을 매각하라는 요구다.
지난주 컬럼비아대, 예일대, 뉴욕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전국 대학 캠퍼스에서 투자금 회수를 외치며 연일 시위가 계속됐다. ‘투자 철회’는 시위대 팻말, 캠퍼스 현수막, 교내 신문 기사, 각종 집회 등에서 주요 구호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주 컬럼비아대 학생 시위대가 외친 구호 “공개하라, 매각하라,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는 시위 목적을 함축하고 있다.
예일대 시위대도 무기 제조업체로부터 학교 투자금을 회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시위에 참석한 조 캔터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무기제조 회사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도록 학교를 움직여야 한다”며 “이러한 캠페인에 많은 대학이 참가한다면 반전과 평화 운동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대 텐트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학생은 “컬럼비아대가 이스라엘과 군수산업에 기금을 투자하는 것은 집단학살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쟁 발생으로 이득을 얻는 기업에 많은 돈이 투자되고 있지만, 대학만이라도 이런 투자를 금지하고, 더 나아가 이미 투자된 돈도 회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컬럼비아대 시위에 참석했던 또 다른 학생은 “우리는 반이스라엘, 친팔레스타인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스라엘 무기 제조업체에 대한 투자내용을 공개하고, 더 이상의 투자를 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반전시위에서 학생들이 기업에 대한 투자 회수를 외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8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유색인종 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해 학생들이 남아공화국과 거래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투자 금지를 주장했었다. 당시 예일대는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금 철회를 결정했다. 컬럼비아대도 당시 캠퍼스 내 학생들의 시위기 계속되자 코카콜라, 포드 자동차, 모빌 오일 등의 회사에 투자한 주식 3900만 달러를 매각하기도 했다. 그 후 다른 학교도 남아공에서 사업하는 기업으로부터 투자금을 회수했다.
BDS운동도 한때 대학가에서 주목을 받았다. BDS는 Boycott(불매), Divestment(투자 중단), Sanctions(제재)의 약자다. 이스라엘에 반대해, 이스라엘 제품 구입이나 교류를 중단하고 투자도 금지하며 국제적인 제재를 가하자는 운동이다.
학생 시위대들의 이 같은 요구에 학교 측은 난처한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피터 샐로비 예일대 총장은 학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투자 책임 자문위원회가 무기 제조업체로부터의 투자 회수를 권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심각한 사회적 피해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서한에서 샐로비 총장은 학교가 얼마나 이스라엘 관련 기업 등에 투자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고 ‘윤리적 투자’에 대한 대학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다고 덧붙였다.
MIT도 ‘자율로봇’ 프로젝트를 포함해 이전의 대학 재정 보고서에서 포착된 이스라엘 국방부에 대한 대학의 자금 제공 중단을 촉구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시위 학생 퀸 페리안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을 언급하며 “이는 MIT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대량 학살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간의 기본적 존엄성을 인정하고 공동체 모두의 해방을 위해 싸우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코넬대에서도 학생들은 무기 제조업체에 대한 대학의 투자 중단을 촉구했다. 지난주 코넬대의 ‘데일리 선’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관여하는 무기 제조업체의 지분을 매각할 것을 요구하며 “우리 대학은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을 무시한 채 벌어지는 전쟁을 결코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학 시위대가 투자 철회를 외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캠페인이 해당 기업이나 이스라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대학들은 학생들의 매각 권고를 거부해 왔다. 유대인이라는 특정 인종 대상으로 제재를 가하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이유다. 또한 이는 반유대주의라는 인종적 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 이런 점에서는 BDS운동도 광범위한 지지를 받지 못했다.
위톨드 헤니스 와튼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기업의 운영방식을 변화시켜 특정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작다”며 “기업 행동에 미치는 대학의 영향력은 거의 또는 전혀 없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대학들의 투자금 회수가 기업 운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UC총장을 역임한 마크 유도프는 “누가 이스라엘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고 또한 그 사업이 전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힘들다”고 설명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대학의 투자금은 미미한 수준이다. 또한 대학들이 이들 회사의 주식을 매각한다고 해도 다른 기업이나 단체에서 매입하면 경영상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대학마다 규모에 차이가 있지만 대학 기금은 공공기업의 0.1%에 불과한 수준이다.
반면 친팔레스타인 운동가들은 대학들의 이스라엘 투자 회수 및 군산복합체 투자 반대는 대학이 할 수 있는 확실하고 달성 가능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대학가에서 시작된 캠페인이 사회로 확대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브라운대 학생 아리엘라 로젠츠바이크는 이스라엘과 연계된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철회할 것을 학교에 촉구하면서 “이 운동이 대학에서 시작해 사회의 다른 부분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는 연쇄적인 효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헤니스 교수도 기업에 대한 대학의 재정적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도덕적 분노’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때 시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완신 에디터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