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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지구온난화와 ‘잡종’ 곰

2006년 캐나다 북서 지역에서 사냥꾼이 북극곰으로 추정되는 동물을 사살했다. 그런데 그 동물은 이전에 야생에서 보고된 적이 없는 동물의 형체였다. 북극곰의 특징은 흰털을 가지고 있는데 그 동물은 긴 발톱, 둥근 등근육, 평평한 안면과 갈색털을 지닌 갈색곰(그리즐리 베어)의 특징을 가졌다. 전형적인 북극곰도 또는 갈색곰의 형상도 아니었다.  
 
사냥꾼이 캘리포니아 대학의 전문가에게 그 동물의 유전자 검사를 의뢰한 결과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는 새로운 종류의 동물임이 밝혀졌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북극곰도 갈색곰도 아닌 ‘잡종(hybrid)’이었다. 이는 야생에서 북극곰 암컷과 수컷 갈색곰 사이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이 잡종 곰은 피즐리 (pizzly: 수컷 polar + 암컷 grizzly) 또는 글로라 grolar: 수컷 grizzly + 암컷 polar)라고 하며 드물게 야생에서 발견된다. 잡종 곰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였다.  
 
지구온난화로 극지의 기온 상승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갈색곰은 기온에 대응해 활동 영역을 북쪽으로 확장하고 있다. 북미 고위도의 최북단 산맥을 기준으로 남쪽에는 한대산림, 북쪽은 툰드라로 구분된다. 이제까지 갈색곰의 최북단 활동 지역은 이 산맥의 남쪽 사면 아래였다. 그런데 눈으로 덮인 남쪽 사면에서 곰으로 보이는 동물이 자주 목격됐다. 그 곰은 흰색과 갈색의 얼룩무늬 털을 갖고 있다. 이는 월동을 할 수도 있는 갈색곰의 특징과 한겨울에도 사냥을 할 수 있는 북극곰의 특징을 지닌 잡종이다. 어떠한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잡종이다.
 
반면 북극곰은 극지온난화에 따른 해빙의 급격한 감소로 물범을 사냥할 기회를 잃어 버리면서 연안에서 내륙으로 사냥감을 찾는 빈도가 점차 늘어간다. 더욱이 해빙의 감소는 북극곰에게 심각한 생존 스트레스를 주어 사망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북극곰이 보호종으로 지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갈색곰의 활동 영역 확장의 증거로 북극해 연안에 고래 사체를 두는 곳에서 북극곰과 갈색곰이 목격됐다. 이들의 짝짓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 같은 잡종의 출현은 곰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1990년 한 과학자는 북극 원주민 사냥꾼의 집 벽에 걸려 있는 이상하게 생긴 고래류의 두개골에 주목했다. 두개골은 흰돌고래(beluga)도 일각고래(narwhal)도 아닌 중간 위치의 모양이었다. 유전자 분석 결과 일각고래와 흰돌고래의 잡종 두개골임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북극해에서 흰돌고래 무리 속에 일각고래 한 마리가 유영하고 있는 모습이 인공위성으로 관측돼 잡종 탄생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일반적으로 잡종은 흥미로운 변형처럼 생각되지만 진화론적으로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잡종의 경우 생존 능력과 번식 능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서식지에서 적응한 종보다는 잡종이 대부분 더 건강해 환경변화에 더 잘 적응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모든 것들에게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극지온난화에 따른 환경변화로 육상과 해양 고등 동물에서 잡종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변화한 환경에 대한 적응 유전자가 잡종이 순수 종에 비해 휠씬 발달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지구온난화는 고등동물 활동 영역을 점차 북쪽으로 확장시켜 잡종의 탄생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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