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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카운티 증오범죄<2023년 통계> 45% 늘어

지난해 LA 카운티에서 발생한 증오 범죄 사건이 무려 45%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카운티 정부는 2023년 한 해 총 1350건의 증오 범죄가 발생해 전년 대비 대폭 상승했다고 11일 밝혔다.   증오 범죄는 주로 아시안, 유대인, 라티노,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등 사회 전반에서 가해지는 폭행, 협박, 따돌림 행위를 포함한다.   전체적인 관련 범죄 증가 속에 아시안에 대한 증오 범죄는 80건으로 나타났다. 전년(61건)보다 늘어 31%의 상승을 보였다.   카운티 내 아시안은 전체 인구 대비 16%(2020년 센서스 기준)다. 전체 증오 범죄 사건에서 아시안 관련 피해는 12%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아시안 대상 관련 증오 범죄를 유형별로 분석해봤다.   이중 28%가량은 욕설과 혐오적인 표현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나 전년도보다 3%가량 늘어났다. 욕설과 혐오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만 살펴보면 중국계가 29%, 인도계가 9%, 한인이 8%를 기록했다.   전체 증오 범죄 사건의 피해자를 민족별로 나눠보면 중국인 피해자가 37%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인(24%), 인도계(12%), 일본계(8%) 순이다. 피해자는 남성이 58%, 여성이 42%를 차지했다.   아시안 피해자를 연령별로 나눠보면 40대가 36%로 가장 많았다. 26~40세(28%), 18~25세(27%)가 뒤를 이었다. 18세 미만은 9%로 기록됐다.   아시안 증오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공공장소(44%)였다. 일터(25%), 주거지역(16%)에서도 발생했다.   카운티 측은 가장 비근한 인종 혐오 범죄로 지난해 1월 한인타운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발생한 사건을 예로 들었다. 사건 내용에 따르면 백인 용의자는 지속해서 옆 테이블 한인을 욕설로 괴롭혔으며 음료수와 여러 가지 물건을 피해자에게 던지기도 했다. 결국 상황이 악화하자 해당 백인은 한인에게 폭행을 가했으며 경찰이 출동했다.   당국은 전체적인 증오 범죄의 상승은 팬데믹을 벗어나면서 피해자들의 사건 신고 빈도가 높아진 것을 배경으로 분석했다. 검찰과 경찰에서 관련 범죄의 신고 중요성을 강화하고 여러 비영리 민권 단체들이 관련 캠페인을 펼친 효과라는 것이다.   캐서린 바거 수퍼바이저는 “혐오 범죄는 개인은 물론 전체 커뮤니티를 타깃으로 벌어지는 것이어서 신고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된다”며 “여러 커뮤니티 안에서 범죄 척결을 위한 계몽 활동이 더 지속적으로 진행되기 바란다”고 전했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증오범죄 카운티 증오 범죄 아시안 증오 카운티 정부

2024-12-12

콜로라도에 증오·극단주의·반정부 단체 30개

 콜로라도에서 활동중인 증오, 극단주의, 반정부 단체가 30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덴버 포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비영리 인권단체인 ‘남부 빈곤 법률 센터’(Southern Poverty Law Center/SPLC)가 최근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콜로라도에서 운영중인 증오, 극단주의, 반정부 비영리단체는 총 30개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2022년의 31개 보다는 1개가 줄었으나 5년전의 22개에 비해서는 크게 늘어난 수치다. SPLC는 추적 결과, 2023년 기준 미전국에 산재한 증오, 극단주의, 반정부 단체수는 모두 1,430개에 달했으며 이는 2022년의 1,225개에서 200개가 넘게 급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SPLC의 보고서에 따르면, 콜로라도에는 반정부로 분류되는 자유를 위한 엄마(Moms for Liberty) 콜로라도 지부가 볼더, 가필드, 메사 및 웰드 카운티에 있으며 이외에도 주권(sovereign) 시민 단체, 네오-나치, 백인 민족주의자, 반-성소수자(LGBTQ) 그룹, 일반 음모 선전가(general conspiracy propagandist) 등 다양하다. 일부 단체는 주전역에서 운영되며 일부는 단일 카운티에서 제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모의 권리를 위한 단체라고 주장하는 자유를 위한 엄마 콜로라도 지부 관계자는 덴버 포스트와의 인터뷰를 거부했지만, 전국 본부의 공동 창립자인 티나 데스코비치는 이메일을 통해 SPLC가 자신들을 반정부 단체로 지정한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 단체는 미전국의 부모들이 자녀의 양육을 지시할 수 있는 기본 권리를 보호하기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SPLC의 보고서는 남성 우월주의를 증오의 기초로 비난하고 또한 미국을 권위주의 정부로 밀어붙일 수 있는 기독교 우월주의와 지배 신학의 위험에 대해 경고한다. SPLC의 마가렛 황 사무총장은 “일반 주민들이 도시와 카운티에서 활동하는 극단주의자들에 대해 제대로 파악함과 아울러 대통령 선거 캠페인 동안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이해하기 위해 이 보고서를 참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SPLC의 수석 연구관인 조 위니카-라이든은 “주권 시민 운동 추종자들은 그들이 불법이라고 선언함으로써 지역, 주 및 연방정부와 자신들이 분리될 수 있다고 믿는 반정부주의자들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은 매우 빠르고 광범위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오, 극단주의, 반정부 단체로 등재된 30개 콜로라도 단체들의 성격과 활동지역은 다음과 같다. ▲American Freedom Network: 음모 선동주의/듀랭고 ▲Asatru Folk Assembly: 네오-볼키쉬(Neo-völkish)/주전역 ▲Colorado Alliance for Immigration Reform: 반이민/레이크우드 ▲Colorado Eagle Forum: 주권 시민운동/브라이튼 ▲Colorado Parents Involved in Education: 반정부/주전역 ▲Colorado State Assembly: 반정부/주전역 ▲Faith Education Commerce: 반정부/콜로라도 스프링스 ▲Family Research Institute: 반-성소수자/콜로라도 스프링스 ▲Freedom First Society: 반정부/콜로라도 스프링스 ▲Front Range Active Club/Rocky Mountain Active Club: 백인 민족주의/주전역 ▲Generations: 반-성소수자/엘리자베스 ▲111% United Patriots: 민병대 운동/존스타운 ▲Mass Resistance: 반-성소수자/주전역 ▲Moms for Liberty: 반정부/볼더, 가필드, 메이사, 웰드 카운티 ▲National Justice Party-Colorado: 백인 민족주의/주전역 ▲National Socialist Resistance Front: 네오-나치/주전역 ▲Northern Kingdom Prophets: 증오/푸에블로 ▲Patriot Front: 백인 민족주의/주전역 ▲The American States Assembly: 주권 시민운동/주전역 ▲The Jefferson County Assembly: 주권 시민운동/주전역 ▲The Pray in Jesus Name Project: 반-성소수자/콜로라도 스프링스 ▲United Network News: 음모 선동가/듀랭고 ▲We Are Change: 반정부/덴버 & 왈스버그           이은혜 기자콜로라도 극단주의 반정부 단체 증오 극단주의 콜로라도 지부

2024-06-10

하루 1건꼴 '증오 행위'…OC인간관계위 보고서

지난해 오렌지카운티에서 하루 1.2건 꼴로 증오 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OC인간관계위원회는 21일 부에나파크 커뮤니티 미팅센터에서 2022년 OC 증오범죄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OC에서 발생한 증오 범죄는 162건이다. 욕설, 모욕 등 증오가 동기로 작용한 행동이지만, 범죄로 분류되지 않는 증오 사건은 288건으로 집계됐다. 범죄와 사건을 합친 증오 행위는 총 450건이다. 2021년의 398건에 비해 52건 늘었다.   제니퍼 왱 인간관계위원회 부의장은 지난해 총 450건의 증오 행위가 벌어졌으며, 이는 5년 전인 2018년에 비해 94%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5년 사이 OC의 증오 범죄는 75%, 증오 사건은 142%의 증가율을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증오 행위 중 51%는 인종과 국적이 동기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태계 대상 증오 행위는 전체의 10%에 해당하는 45건으로 집계됐다. 아태계 대상 증오 범죄는 12건으로 흑인(38건), 라티노(14건)에 이어 3번째로 많았다.   증오 사건에선 아태계의 피해 사례가 33건으로 흑인(68건)에 이어 2번째로 많았다. 라티노는 24건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전체 증오 행위 중 27%가 각급 학교와 대학 캠퍼스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왱 부의장은 “학교에서 벌어진 증오 범죄, 사건은 2021년에 비해 178%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증오 범죄 유형 중엔 낙서 및 기물 파손이 5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폭행(38건), 폭력을 가하겠다는 위협(23건) 등의 순이다. 이밖에 강, 절도가 2건, 성폭행과 살인도 각 1건 있었다.   증오 범죄, 사건 신고는 211로 전화해 #6을 누르면 할 수 있다. 이메일([email protected]) 신고도 가능하다.   올해 보고서는 인간관계위원회가 직접 접수한 신고, OC 각 도시 경찰국과 셰리프국, 교육구, 대학 당국, 커뮤니티 기관, 단체, 가주 검찰에 접수된 신고를 토대로 작성됐다. 글·사진=임상환 기자증오 범죄 증오범죄 보고서 증오 범죄 증오 행위

2023-09-22

[기획 르포: 라파예트 광장을 가다] '시위 로비' 현장된 백악관 앞길

특정 인종에 대한 증오나 혐오는 ‘나와 달라서 잘 알지 못함’에서 시작되며 그로 인한 두려움과 저항이 표출되는 방식이라고 사회학은 규정한다. 정치 사상적인 경계와 대립도 있지만 인종적 뿌리가 다름으로 인해 오해하고, 결국 서로 잘 알아갈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 대결과 폭력의 극한은 예고된다고 봐야 한다. 그런 예들은 매우 많았다. 미국은 이민 문호가 열려있고 초현대식 대의 민주주의를 품고 있다고 자랑하지만 여전히 토착 원주민을 몰아내고 학대한 이력이 있으며, 흑인 노예를 끌어다 막대한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민 정책은 정권이 달라질 때마다 기류가 달라졌고 최근 3년 동안의 팬데믹과 인플레이션으로 인종간의 괴리가 심해진 상태다. 본지는 연방행정부가 위치한 수도 DC에서 아시안 증오의 현주소를 찾고 3회에 걸쳐 관련 보도를 이어간다. 〈관계기사 3면〉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초입부터 북소리와 쇠붙이 굉음이 들려왔다. 백악관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걸음과 인근 건물의 공사장 장비 소리가 뒤섞이는 전형적인 도시 공원 ‘라파예트 스퀘어(Lafayette Square)’ 북쪽 출입구에 들어서자 ‘펠티에르를 석방하라(Free Leonard Peltier)’ 구호가 울려펴졌다.   8500평(약 7 에이커)에 달하는 아름다운 이 공원은 100년 넘게 미국인들의 외침이 채워진 곳이다. 여기저기 각종 구호와 메시지를 적은 현수막과 피켓이 눈에 띠고 눈길을 끌기 위한 타악기와 메가폰이 동원된다.   펠티에르는 아메리칸 원주민들의 민권 활동가로 지난 75년 사우스다코타 소재 원주민 독립 구역에서 대치하다 연방수사국(FBI) 요원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재판에서 두 번의 종신형을 선고받은 그는 현재 플로리다에서 46년째 복역중이다. 국제사면위와 여러 해외 인권단체들이 그의 석방을 요구했으나 클린턴, 오바마를 포함한 모든 대통령들은 그의 사면을 승인하지 않았다.   집회 참석자 랜디 베이커(버지니아)는 “직접 총을 쐈다는 증거도 없고 원주민 옹호 조직의 수장도 아닌 그에게 이렇게 가혹한 이유는 바로 정부 기관의 뿌리깊은 증오라고 본다”며 “백악관의 대답이 없지만 계속 그의 석방을 외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 날(9월 12일)은 그의 79세 생일이었다.   증오와 폭력의 대명사가 된 9.11테러 22주기 다음날 미국 행정부 수반의 집무실 길건너 풍경이다. 미국은 기본권 보장을 위해 핵심 국가 지도자의 가정과 집무실이 인접한 이곳에서도 시위를 허용한다. 공간의 관리는 공원서비스국(US Park Service)가 한다. 하지만 이날 시위는 200여 명이 넘게 참가하고 참가자들의 성향이 공격적일 수 있어 백악관 담장 앞길에 비밀 경호대 중대 병력이 포함된 저지선이 형성됐고 팽팽한 긴장감도 돌았다.   라파예트 스퀘어에는 앤드류 잭슨 등 전직 대통령의 동상이 있으며 노예를 사고팔던 ‘데카트루 하우스’도 건물이 그대로 남아 역사의 긴 페이지를 상징한다. 동쪽으로는 요인 경호에 가장 전문이라는 재무부 건물이 있어 삼엄함을 더한다.   연방 의회 의사당으로 연결되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에는 수많은 기업, 로비단체, 민간단체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시위도 로비의 한 종류인 셈일까. 이곳에서 25인 이상의 시위를 하려면 공원서비스국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가장 가까이서 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링컨 기념관이나 의회의사당보다 더 인기가 있다. 이러다 보니 미국 내 모든 소수계가 라파예트 스퀘어를 찾는다. 50년대 유색인종 민권 운동, 60년대 여권 신장 운동, 70년대 베트남 전쟁 반대, 2000년대 동성애자 권리 주장, 2020년대 아시안 차별과 증오 반대 시위까지 균등과 평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메아리치고 있다.   공원서비스국의 자료에 따르면 사전 신고한 시위는 2016~2019년 매년 120~140여 건이었으며,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초에 주춤했다가 2021년 다시 194건, 2022년에 207건으로 늘었다. 하지만 그 규모가 작거나 인도에서 진행되는 시위행렬은 신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사실상 매일 시위가 있으며 주말에는 시간을 정해 3~6개 팀이 순환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한인들은 2021년 애틀란타 스파 총격 사건에 분노해 이 곳을 찾아 ‘더이상 미워하지 말라’며 시위를 벌였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기획 르포: 라파예트 광장을 가다 백악관 시위 라파예트 스퀘어 아시안 증오 아메리칸 원주민들

2023-09-19

[살며 생각하며] 증오는 증오를 몰아낼수 없다

뉴욕경찰! 지하철 내에서 아시아계 여성을 폭행한 흑인 소녀 3명 수배중! 지난 6일 저녁 CBS. NBC 등이 내보낸 자막뉴스다. 팬데믹과 관련 아시아계 이민자를 향한 혐오 범죄가 급증하는 와중이라 KBS TV 등 한국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이야기는 네바다주에 사는 수영(51세) 씨 부부가 11살 쌍둥이 딸과 함께 지하철에 오르면서 시작된다. 빈 좌석을 찾아 앉은 곳이 마침 흑인 10대 소녀 셋이 웃고 떠들며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건너편이었고 무심코 웃은 웃음이 덜미 잡혀 갖은 악담과 손가락 욕에 이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는 인종차별적인 언어폭력을 당한다. 참다못한 남편 켄이 “좀 더 괜찮은 표현을 써줄 수있겠나”라며 타일러 보지만 소용없다.     문제는 그 후다. 조애라 린이란 사람이 모든 상황을 셀폰에 담고 있음을 눈치챈 한 소녀가 다짜고짜 린을 낚아채 넘어뜨린 뒤 주먹질을 했고 이를 말리는 수영 씨의 머리채를 그녀들이 잡아 전철 바닥에 패대기치며 안면 강타로 안경이 박살 나면서 상황은 종료되었다. 뒤늦게 인지한 경찰이 인종혐오범죄로 그녀들의 행방을 쫓고 있음이 팩트다.   그러나 수영 씨 생각은 달랐다. 그녀들의 행위가 인종에 대한 적대감에서 비롯된 범죄가 아니라 아시아인들이 워낙 ‘대립을 좋아하지 않는 성향’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우연히 자신이 걸려들었다며, 법 집행을 떠나 사회공동체의 일원이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등 자신으로 인해 또 다른 인종갈등의 불씨가 조성될까 염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2021년 10월, 한국계 에스더 리가 퇴근길에 지하철을 탔다. 한 흑인 남성이 말을 걸자 그녀는 대화하기 싫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자 흑인 남성이 성적 모욕과 함께 ‘코로나 보균자’운운하며 온갖 쌍욕을 쏟아냈다. 그녀는 자초지종을 셀폰에 담아 경찰에 전달하며 인종혐오범죄로 수사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였다. 그러나 몇 주 지난 뒤 확인해보니 단순 폭행으로 재판에 회부되었다. 이유는 ‘코로나 보균자’라고 했지만 ‘Chinese’ 단어가 그 앞에 없으므로 인종혐오범죄로 취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FBI에 의하면 팬데믹과 관련 인종혐오 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2020년 1만1126명의 피해자 가운데 8263건이 증오범죄였는데 이는 2019년보다 949건이나 늘어난 수치다. 그중 아시아계 대상이 279건으로 2019년 대비 77% 증가했다는 것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증오의 풍토병이 퍼지고 있다”고 개탄함도 이래서다.   인종차별 하면 우리도 자유로울 수 없다. 1970~1980년대 중동 붐이 한창일 때 대부분의 건설현장은 한국인과 외국인동을 따로 구분하여 생활했다고 한다. 그런데 실수로 어느 인도 노동자가 한국인동에 발을 디디며 난리가 났는데 그런 난리가 없었다는 자책성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오늘도 한인 사업장을 찾는 많은 포션의 손님은 흑인 또는 히스패닉계일 것이다. 혹시라도 그들을 X탄, 또는 검XX 이라 칭하며 깔보지 않는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럴 경우 그들 또한 우리를 돈만 알고 세금 한 푼 안 내는 못된 XXX 이라고 욕할 것이다.     킹 목사의 말대로 증오는 증오를 몰아낼 수 없다. 오직 사랑으로 품을 때 우리를 바라보는 저들의 눈은 밝고 부드러울 것이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증오 코로나 보균자 아시아계 여성 관련 인종혐오

2023-08-18

[J네트워크] 그는 왜 증오에 빠졌나

분노는 순간적이다. 하지만 증오는 다르다. 증오는 뿌리 깊이 내리박혀 오랜 시간 인간을 좀먹는다. 인구 약 70만명의 도쿠시마(德島)현에서 벌어진 한 사건도 그랬다. 지난해 9월, 노란 봉투에 요상하게 적힌 글씨가 적힌 우편물 한 통이 도착했다. 편지를 본 사람들은 소스라쳤다. ‘반일 정책을 그만두지 않으면 총격하겠다.’     이곳 재일동포는 약 70세대, 300여 명. 재일동포 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에 더러 혐오 발언이 담긴 편지가 오곤 했지만, 총격 협박은 처음이었다. 강성문(45) 도쿠시마 민단 본부 단장은 바로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약 9개월 뒤인 지난달 말, 도쿠시마지방법원은 총격 협박을 한 범인(40)에게 징역 10개월, 보호관찰을 포함한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왜, 그는 증오에 빠져있었던 걸까. 붉은 펜으로 자를 대고 기괴한 협박 편지를 쓴 범인. 그가 아사히신문 면회에 응해 밝힌 동기는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TV와 인터넷 정보를 통해 한국인들이 반일감정을 갖고 있다고 믿었다. 범행 전 한국인이나 재일동포는 만난 적이 없다. 법정에서 본 게 처음이다.” 법원 선고를 앞두고서야 그는 자신의 잘못을 ‘증오 범죄’로 시인했다. “지금이라면 그런 바보짓을 하지 않겠다”는 말도 남겼다.   도쿠시마 동포들에게 평화는 돌아왔을까. 강성문 단장은 범인의 얼굴을 법정에서 처음 보곤 마음이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같은 도쿠시마 주민인데, 한국을 가본 적도, 한국인을 만난 적도 없는데 마음 깊은 곳 증오의 감정을 갖고 산다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법정에서 제가 이렇게 말했어요. ‘저는 야쿠자도 스파이도 아닙니다. 일반 주민입니다. 일본서도 가장 한국인이 적은 도쿠시마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일본 전역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라고요.”   아이 다섯을 둔 가장인 그는 정말 무서운 건 따로 있다고 했다. ‘무관심한 사회’다. 인터넷에 떠도는 혐한 이야기만을 믿고 경멸하는 마음을 갖게 된 사회가 되어버렸지만, 이에 대한 한일 양국의 무관심이 더 두렵다는 얘기다.     한 시간의 통화 끝, 어떻게 증오를 털어낼 수 있겠냐는 질문에 그가 답했다. “증오의 마음이 사라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역사 문제를 잘 모르는 일본인이 많은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일본도, 한국도, 이걸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해결이 더 어려워요. 다음 달 2일에 민단이 주민 100명을 초청해 한식 시식회를 열어보려 해요. 실제로 만나보니 좋더라, 먹어보니 좋더라,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밖에요. 재일동포들에겐 삶이니까요.” 김현예 / 도쿄 특파원J네트워크 증오 증오 범죄 도쿠시마 민단 적도 한국인

2023-06-09

[문장으로 읽는 책]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사랑의 계명은 우리에게 이웃을 우리 자신처럼 사랑하라고 요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구의 나머지 60억 명을 우리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이 계명이 우리에게 권하는 것은 누구도 증오하지 말라는 것이다. … 사랑은 몇몇 사람을 향해서만 내 가슴을 따뜻하게 하지만, 증오는 수백만 명의 사람이나 한 국가, 한 인종, 다른 피부색이나 다른 말을 쓰는 인간 집단들을 향해 나와 내 이웃의 가슴을 분노의 불꽃으로 뜨겁게 한다.   움베르토 에코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독재 체제와 포퓰리즘은 대중에게 증오를 요구한다. 심지어 사랑을 표방하는 종교도 근본주의에 빠지면 증오를 부추길 때가 많다.”   작가·비평가 에코의 촌철살인 에세이집이다. 2016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이탈리아 시사 잡지 ‘레스프레소’에 연재하던 칼럼을 모았다. 인터넷과 SNS, 포퓰리즘과 전체주의, 증오와 차별 등 ‘미친 세상’에 대한 세태 비평이 시차 없이 읽힌다.   “사람들이 자신의 의무가 뭔지 몰라 일일이 지시 내려주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필사적으로 찾는 나라는 불행하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바로 그것이 『나의 투쟁』에 담긴 히틀러의 이념이었다.” “역설적으로, 모든 가짜 음모 뒤에는 어쩌면 우리에게 그것을 진짜 음모로 믿게 만듦으로써 이익을 보는 사람의 음모가 숨어 있을지 모른다.”     “돌을 던진 뒤 재빨리 손을 숨기고는 용서를 구하는 사람은 숱하다. 그래 놓고는 또다시 지금까지 했던 것과 똑같은 행동을 한다. 용서를 구하는 데는 전혀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방법 전체주의 증오 가짜 음모 비평가 에코

2023-05-31

지난해 LA 증오 범죄 역대 최다

지난해 LA시에서 발생한 증오범죄 사건이 692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통계·분석 매체 ‘크로스타운’은 LA지역에서의 증오범죄가 9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고 지난 3일 보도했다.   LA경찰국(LAPD) 대상 조사 결과, 지난해 발생한 증오범죄는 692건으로 하루 평균 2건씩 발생한 셈이다.   지난 4년간 2018년(295건), 2019년(326건), 2020년(380건), 2021년(596건) 등 증오범죄는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증오범죄는 인종, 성 정체성, 종교, 성별, 나이 등 개인적인 차이를 이유로 저질러지는 범죄를 말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아시아태평양계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는 96% 급증했다.   연방 법무부 통계 조사에 따르면 증오범죄의 절반만이 경찰에 신고된 것으로 실제 발생된 범죄는 집계된 자료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증오범죄가 증가한 가운데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는 지난 2021년 49건에서 지난해 35건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블레이크 차우 LAPD 국장은 지난 8월 아시안 혐오범죄 대응 세미나에서 “증가하는 범죄에 비해 아시안들의 저조한 신고율로 인해 증오 범죄 집계율이 낮게 나온다”며 “증오 범죄를 예방하고 근절하려면 신고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흑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는 25%(2021년 162건→205건) 증가했다. 이어 라틴계 95건, 유대인 86건, 성 소수자(LGBTQ) 85건 순이다. 김예진 기자 [email protected]최고치 증오 증오범죄 사건 증오 범죄 역대 최고치

2023-02-05

작년 증오범죄 285건으로 역대 최다

 미전역에서 보고된 각종 사건을 집계하고 분석하는 연방수사국(FBI)의 연례 증오 범죄 보고서(annual hate crime report)에 따르면, 콜로라도에서 작년 한해동안 신고된 증오 범죄 건수가 주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 콜로라도에서는 2020년의 281건에서 소폭 증가한 총 285건의 증오 범죄 사건이 신고됐으며 증오 범죄 신고 건수는 지난 5년간 연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FBI 보고서에 따르면, 신고된 증오 범죄 사건의 59%는 인종(race), 민족(ethnicity) 또는 조상(ethnicity)에 기반을 두고 있었고 26%는 성적 지향 또는 성 정체성(sexual orientation or gender identity)에 근거했으며 12%는 종교(religion)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반-명예훼손 연맹’(Anti-Defamation League)의 마운틴 스테이츠(Mountain States: 콜로라도, 애리조나, 아이다호, 몬태나, 네바다, 뉴 멕시코, 유타, 와이오밍 등 8개주를 통칭) 지역 책임자인 스캇 레빈은 “지난 5년간 증오 범죄 건수가 꾸준히 증가했다는 사실과 최근 발생한 성소수자 클럽 Q 총기 난사 사건은 우리 모두가 콜로라도주에서 증오 범죄에 맞서고 예방하기 위해 기꺼이 무엇인가를 해야 함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이 음험한 풍조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반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신고된 증오 범죄 건수가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신고되지 않은 사건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초 ‘콜로라도 증오 해방’(Hate Free Colorado)의 조사에 따르면, 증오 범죄 피해자의 18%만이 경찰 등 법 집행 기관에 신고했다. 지난 2020년 덴버 다운타운에서 증오 범죄의 피해를 겪은 이후 지금은 다른 피해자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는 덴버 거주 맨프리트 싱은 최근 덴버 7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한 사람이 내게 다가와서 너는 테러리스트니 미국에서 떠나라고 소리지르면서 내가 쓰고 있던 터번을 찢고 머리카락과 수염을 잡아당겨 뜯었으며 내가 반항하자 내 목을 잡고 비틀었다”고 회상했다. 덴버 시내 15번 스트리트와 블레이크 스트리트가 만나는 교차로에서 일어난 싱이 폭행당하는 장면은 당시 길건너편에 있던 2명의 여성이 목격했다. 싱은 공격자를 밀쳐내고 도망친 후 경찰에 신고했지만 2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범인은 잡히지 않고 있다.싱은 아직도 당시 사건을 떠올리고 언급하기가 어렵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또 다른 희생자들, 특히 시크교 공동체의 다른 사람들을 지지하고 돕는 과정에서 보람과 가치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사회에 있는 많은 친구와 지인들도 최근 몇 년간 거리에서의 험악한 발언에서부터 재산 파괴, 신체적 공격에 이르기까지 더 많은 증오 범죄의 피해를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콜로라도 시크교도 단체(Colorado Sikhs)의 사무총장인 딜프리트 자무는 관련 자료가 시크교도 공동체에 대한 증오 범죄가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면서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증오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단계의 하나라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작년에도 이민, 인종, 종교, 피부색, 성별, 성 정체성에 따른 폭력이 증가한 것은 슬픈 사실이다. 그러나 콜로라도는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수 있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은혜 기자증오범죄 역대 콜로라도 증오 증오 범죄 콜로라도 애리조나

2022-12-30

뉴욕주 증오·편견 방지 전담 유닛 창설

뉴욕주에서 증오·편견 방지를 위한 전담 부서가 창설됐다.   12일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최근 반유대주의 등 증오범죄가 급증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며 주 인권국 산하에 증오·편견 방지 유닛(Hate and Bias Prevention Unit)을 신설, 즉시 주전역을 대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주지사는 지난달 관련 법안에 서명한 바 있다.   발표에 따르면 해당 부서는 먼저 주전역 10개 지역에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의회를 조직하고 증오범죄 발생 지역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해당 협의회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우려사항 공유 ▶교육 프로그램 개발 ▶증오범죄 방지 및 치유 행사 주최 ▶분쟁 해결 교육 실시 ▶증오범죄 관련 신고 처리 등을 맡게 된다.   또 해당 부서는 증오·편견을 없애기 위한 수용·관용·이해를 촉진하는 주전역 캠페인을 수립하고 시행하게 된다. 캠페인은 로컬 정부·커뮤니티 단체·학군·종교단체·자선 단체 및 재단 등을 포함 공공 및 민간 조직과 협력을 통해 인터넷·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할 교육 자료를 개발하고 교육하는 내용이 골자다.   주 인권국은 증오범죄와 관련한 직접 수사 개시권을 갖고 있으며 뉴욕주 차별금지법에 의거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 통상 매년 5000건 이상의 차별금지법 관련 수사를 진행하는 주 인권국은 지난해 총 620만 달러 규모의 증오범죄 피해 보상금을 확보했다.   한편, 주지사는 증오범죄의 위험으로부터 비영리 커뮤니티 단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9600만 달러의 예산을 연방·주정부 자금으로 투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심종민 기자뉴욕주 증오 증오범죄 방지 증오범죄 발생 증오범죄 관련

2022-12-13

분노와 증오의 정치

분노와 증오의 정치   김건흡 MDC시니어센터 회원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1865년 4월 9일 리치먼드가 북군에 함락되면서 4년여에 걸친 전쟁은 북부의 승리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전쟁의 포성은 멎었지만 그 피해는 엄청났다. 북군 36만, 남군 26만의 젊은이들이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고, 민간의 사망자수는 그저 수백만으로 추정될 뿐이었다. 특히 남부는 전쟁의 여파로 농토와 가옥들이 모조리 파괴되고 말았다. 그러나 전쟁의 더 큰 피해는 다른 데 있었다. 남북간 그리고 인종간 증오와 적대감의 골이 전쟁으로 인해 회복불능으로 깊어져 버린 것이다. 특히 싸움에서 진 남부에서는 사랑하는 가족과 집, 농토를 빼앗아간 '양키놈들'에 대해서는 물론, 신분 해방을 외치며 거들먹거리는 흑인들에 대한 증오감이 폭발적으로 고조되었다. KKK라고 하는 무시무시한 인종 테러단체가 등장한 것도 바로 남북전쟁의 후유증이었다. 이런 사정은 정도는 다르지만 북부도 마찬가지여서, 흑인을 짐승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 그것 때문에 전쟁까지 일으킨 남부 '반도들'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하는 극우 강경론자들이 의사당과 정부와 언론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요컨대 전쟁 직후 미국의 분위기는 이런 적대감이 극도로 만연되어 과연 미국이 전쟁 이전의 일체감을 회복할 수 있을지가 의심스러웠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에 재선된 링컨은 어깨가 무겁지 않을 수 없었다. 1865년 3월 4일, 두 번째 대통령 취임연설에서 링컨은 관용과 화해로 남북이 다시 하나가 될 것을 국민들에게 간곡히 호소했다. “아무도 미워하지 말고 모두에게 자비로운 마음으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정의의 확고한 신념으로써 우리의 남은 일을 끝마치도록 합시다.  조국의 상처를 치료하고 참전용사와 그들의 유가족을 도와줍시다. 우리 가운데 의롭고 항구적인 평화를 이룩하고 이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도록 합시다.” 리치먼드 함락 직후인 4월 11일, 링컨은 대국민연설을 통해 남부동맹에 가담했던 주들이 다시 복귀한다면 전쟁에 따른 어떤 보복이나 불이익도 없을 것임을 천명했다. 전쟁의 승리를 위해서는 때로 적에게 가혹할 수밖에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링컨은 미움과 보복을 싫어하는 양심적 기독교인이었다. 조국의 갈가리 찢긴 상처는 오직 용서와 관용으로만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한결같은 믿음이었다. 그러나 어찌 예측했으랴. 자신이 바로 그러한 미움과 보복의 희생양이 될 줄을. 화해를 호소하는 대국민연설을 한 지 불과 사흘 후에 링컨은 한 극렬 남부주의자의 흉탄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날 저녁 링컨은 백악관 부근의 한 극장으로 연극 구경을 갔다. 연극이 한창 진행되는데 돌연 대통령이 앉아있던 귀빈석에서 총성이 울렸다. 권총을 손에 쥔 한 남자가 귀빈석에서 무대로 뛰어내리며 “독재자는 죽었다. 남부 만세!”를 외쳤다. 그가 무대 뒤로 도망쳐 사라졌을 때야 사람들은 대통령이 총에 맞았음을 알았다. 대통령은 치명상을 입었다. 급히 극장 건너편 여인숙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그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이튿날 새벽 숨을 거두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상실은 뒤를 돌아보게 합니다. 동시에 앞을 보게 합니다.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한 반성·논의라면 우리가 잃은 이들만큼의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충분히 겸손해야 합니다. 정치적 이해나 점수 따기의 수단, 다음 뉴스 시간의 사소한 기삿거리가 되지 않도록 합시다. 누군가를 손가락질하기에 앞서 서로의 말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공감의 본성을 단련해야 합니다.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서로 노력하는 것, 그것이 그들의 희생을 명예롭게 해주는 방식입니다.”우리 누군가의 이태원 희생에 대한 성찰이 아니다. 11년 전 미 투산 총기난사의 희생자 추도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 연설이다. 총기 규제와 범행 음모를 놓고 격렬히 싸우던 나라의 앞날과 희생자들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의 말은 정략·면피로 날을 세우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향할 곳 없는 분노와 증오가  배회하고 있다. 그 중심에 정치가 있다.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온갖 명분으로 포장을 씌운 증오의 선동에 앞장서고 있다. ‘윗물 탓일까. 모두의 상처 보듬어야 할 성직자들까지 가세한다. 성직자들이 대통령 부부의 죽음을 기도했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정화수 앞에서 자식의 무사를 비는 어머니 같은 마음이었을까? 타인의 소원 성취를 위해 굿판을 벌이는 무속인 같은 책임감이었을까? 가톨릭 신부는 ‘비나이다 비나이다’란 문구와 함께 비행기가 추락하는 풍자 만화를 인용했고, 성공회 신부는 ‘추락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며 노골적으로 소망을 표현했다.고 한다. 누구든 정치적 의견을 가질 수 있고 자기와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을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미워도 그 사람이 죽기를 바라는 사제라니. 더구나 그 소망이 너무 간절한 탓에 조종사와 승무원, 기자단 등 많은 사람들이 전용기에 함께 타고 있다는 사실은 깜빡한 모양이다. 파문이 커지자 천주교는 정직 처분을 내렸고 성공회는 사제직을 박탈했다. 인터넷 언론 ‘더 탐사’는 채용공고를 내면서 “윤 ·한이 때려죽여도 싫은 분”을 뽑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을 무조건 증오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겠다는 뜻이다. 이 조건은 민주당  극렬 지지층 정서와 일치한다. 그들은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을 비난할 수 있는 소재면 무조건 열광한다. 사실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하루라도 화 안 내면 손해 본다. 분노의 금단현상이다. 사회학자들 표현대로 ‘세계 유일의 화병(Hwabyeong)이란 걸 지닌 앵그리 사회’의 민낯이다. 증오의 앙금인 우리의 한 해 고소·고발은 49만 건으로 일본의 50배다. 조국 사태 직후인 2020년 12월엔 정치권의 소송 남발로 월 5만 건을 넘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역대 최고였다. 이념·지지정당·빈부·남녀·학력·세대·종교 등 7개 항목의 갈등 체감지수가 모두 1위(영국 킹스칼리지, 2021년 조사)인 세계 선두권의 오명으로 이어져 왔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단지 자신의 공허한 삶에 의미와 목적을 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묻지마 증오’의 전사가 되기를 자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설령 정의를 표방한 증오일망정 그들에게 그런 명분은 부차적인 것일 수 있다. 증오를 발산하거나 배설하는 재미없이 정의를 위해 헌신하라고? 견해가 다른 사람들에게 낮은 자세로 설득도 하고 호소도 하라고? 그렇게 할 사람은 거의 없다. 증오의 발산이 우선이다. 증오를 먹고사는 정치인들은 책임을 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정하지도 않는다. 그들의 사전에 ‘책임’이란 단어는 없다. 그들이 밀어붙인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그건 자기들의 문제가 아니라 반대편의 음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내부의 적을 찾아내 모든 실패의 책임을 떠넘긴다.     품격도 습관이다. 한국 정치 74년, 민주화 35년. 이런 사례를 떠올리기조차 힘들다. 마음속에 믿음이 아로새겨진 공감과 존중, 통합의 기억이 별로 없다. 사람과 사회, 국가의 품격은 결국 자신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부디 후대들이라도 품격 사회의 시민 대접 받도록 해줘야 하지 않겠나. 그러니 나라의 운명 좀 생각하며 사시라. 정치인들이여.  우리 모두를 위한 타협과 협력의 의지가 충만한 사람들을 둘로 쪼개 나라 망치기에 딱 좋은 분노와 증오의 블랙홀만 키워서 좋을 게 무엇이 있겠는가. 우리 모두 각자 가진 소신과 신념을 좀 유예하면서 타협과 협력의 길로 나아가는 대전환을 이루길 소망한다.       김지민 기자분노 증오 대통령 취임연설 정치적 이해 극렬 남부주의자

2022-12-07

[중앙 칼럼] 미래에 만날 증오

2322년,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인류사박물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인류사박물관은 인류 역사의 중요한 가치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곳은 6개 상설전시관 중 4번째인 근대전시관으로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후반까지의 역사자료를 관람객이 쉽게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게 꾸며졌습니다. 현재 여러분이 입장하신 이곳 북쪽 전시공간은 ‘세계 대재앙’을 테마로 인류를 종말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증오의 탄생에 대한 기록을 담은 수장고가 특징입니다.   관람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보실 수 있고 모든 관람과 체험을 하는 데는 30분가량이 소요됩니다. 본격적인 관람에 앞서 간략히 ‘세계 대재앙’에 대해 소개해드립니다.   인류는 20세기 후반 다양한 PC 통신을 개발했습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특성으로 ‘소셜’이란 명칭이 일부에서 쓰였고 미국에서는 21세기 초반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과 기타 메신저형 또는 블로그형 소셜미디어가 등장했습니다.   인류는 소셜미디어에 열광했습니다. 2020년대 초반 전 세계 77억 명의 인구 중 60%가 소셜미디어를 이용할 정도였습니다. 생활은 편리해졌고, 교제는 쉬워졌습니다. 하이테크 갑부가 탄생했고, 인플루언서들의 인기와 영향력은 날로 커졌습니다. 성층권 하층에 대형 풍선을 띄워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기술이 경제성을 갖춘 뒤 소셜미디어는 최대 부흥기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은 번영의 시대는 약 30년 만에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동시에 문명의 이기는 인류를 종말 직전까지 몰아넣습니다. ‘세계 대재앙’은 핵무기도, 대공황도, 우주에서 날아온 소행성도, 세계대전이나 지독한 바이러스도 아니었습니다. 범죄와 무정부주의, 테러와 내전, 침략과 인종 말살, 자연재해와 기후변화도 인류를 이토록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지는 못했습니다.   소셜미디어는 인간의 마음에 혐오와 증오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철저하게 홀로 보는 특성은 인간 심리의 야수성을 자극했습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는 특징은 여론을 양극단으로 밀어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정도는 심해져만 갔습니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증오를 “특정 집단에서 제거되도록 촉구하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21세기 중반에 증오는 드디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잘 팔리는 하나의 ‘상품’에 등극합니다. 소셜미디어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찾아낸, 이용자의 입맛에 맞는 자극적인 내용만 생산했고 그 뒤를 큰돈이 따랐습니다. 체제전복, 국가몰락을 포함한 권력과 금권을 목적으로 가짜 증오를 만들어 파는 거대 국제 조직들도 이때 생겨났습니다.   개별 국가들은 물론, 국제사회까지 나서 법과 규제를 만들고 국제 연대를 강화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그렇게 21세기 후반 역사에 기록된 강대국 사이 핵무기 긴장, 두 차례에 걸친 제3차 세계대전의 위기, 전 지구적인 팬데믹도 모두 원인은 증오라는데 많은 역사학자가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세계 대재앙’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부디 이곳을 체험하며 인류가 더는 편협하지 않고 열린 마음과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올바르게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교훈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인류사박물관은 수준 높은 소장품을 확보, 보존하고 연구하며 이를 바탕으로 뛰어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창조해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관람 되십시오. 류정일 / 사회부장중앙 칼럼 미래 증오 블로그형 소셜미디어 가짜 증오 세계 대재앙

2022-10-25

가주·연방 의원들 ‘아시안 증오’ 등 논의

가주, 연방 의회의 아태계 의원들이 지난 21일 어바인 시청에 모여 ‘아시안 증오’와 ‘인플레이션’ 등 커뮤니티의 주요 당면 과제에 관해 토론했다.   태미 김 어바인 시의원이 주최한 아태계의회연구소(APAICS) 커뮤니티 미팅엔 아시아계 정치인이 여럿 참석했다.   토론회 참석 정치인은 피오나 마 가주 재무 장관과 케이티 포터, 주디 추, 마크 다카노, 그레이스 멩 연방하원의원, 데이브 민 가주상원의원, 마이크 퐁 가주하원의원, 김 시의원 등이다.   민 의원은 마 장관, 포터, 퐁 의원과 함께 연방의회가 승인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관해 패널 토론을 벌였다.   김 시의원은 다카노, 멩, 추 의원과 패널을 이뤄 아시안 증오, 사회 정의 확대 등을 주제로 토론했다.   김 시의원은 “어바인 시가 여러 언어로 서비스 되는 아시안 증오 범죄 및 사건 포털을 마련한 첫 번째 도시가 되도록 주도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매들린 미엘케 APAICS 수석 디렉터는 “APAICS가 커뮤니티 미팅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아시아계를 포함해 전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가 늘고 있는 어바인은 첫 토론회에 매우 적합한 장소”라고 말했다.아시안 증오 아시안 증오 의원들 아시안 어바인 시의원

2022-10-24

[시론] "증오범죄 대책 공약은 있습니까?"

애틀랜타 마사지숍 연쇄 총격사건으로 한인 4명을 포함 8명이 목숨을 잃은지 1년이 훌쩍 지났다. 사건 발생 직후 전국을 휩쓸었던 추모의 물결이 지나간 후 돌아보니 별반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한인들의 삶이 전보다 편안해졌거나 더 안심하고 살 수 있거나 한 것은 아니다. 총격사건 이후로 애틀랜타에서 한인 등 아시안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많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지금도 타주에서 “애틀랜타는 괜찮냐”라는 안부 인사를 듣곤 한다.   수치로만 봐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시작된 아시안 증오 정서는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나아진 것이 없다. 비영리단체 스톱 아시안 혐오(Stop AAPI Hate)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아시안을 표적으로 삼은 증오행위가 1만1000건에 달한다. 2020-2021년 사이 아시안 증오행위 피해자는 중국계(42.8%)에 이어 한인(16.1%)이 두번째로 많았다. 증오행위의 63%는 언어적 괴롭힘(verbal harassment)이었고, 물리적 공격(physical assault)이 16%, 민권법 위반(civil rights violations)이 11%였다. 증오행위가 발생한 장소의 대다수는 공공장소였고, 피해자의 대다수는 여성과 노인이었다. ‘스톱 아시안 혐오’의  만주샤 쿨카니 변호사는 “증오 행위를 단번에 없앨 방법은 없으며 상황에 맞춘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법적으로 볼 때 모든 증오행위가 범죄는 아니다. 연방법에 따르면 증오범죄(hate crime)는 성별, 인종, 국적, 종교, 정치적 동기를 이유로 저질러지는 범죄를 의미한다. 반면 증오행위(hate incident)는 위와 같은 동기로 저질러지는 행위지만 범죄라고 부를 정도까지는 아닌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아시안을 모욕적인 말로 부르거나 특정 인종 비하 광고는 증오행위이기는 해도 범죄는 아니기 때문에 대처하기가 애매하다.    문제는 한인 등 아시안들은 증오범죄건, 증오행위건 피해를 입어도 경찰 및 정부기관에 신고하거나 호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증오행위의 심각성이 정부 범죄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경찰이 범죄신고 접수를 받아도 이를 증오범죄라고 연방수사국(FBI)에 신고하지 않고 단순 범죄로 취급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의 인구 10만명 이상 지역을 담당하는 경찰서 가운데 85%가 관내 증오범죄는 제로(zero)라고 답했다.     증오범죄로 신고가 들어가더라도 지역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버나디노 증오극단범죄 연구소의 브라이언 레빈 연구원은 증오범죄 가운데 20%만이 정식으로 기소된다고 지적했다.   아시안 등 유색인종이 많이 거주하는 주는 주의회, 주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SB 1161, AB 2549 등의 법안을 내놓고 주정부가 증오범죄 신고전화 설치 및 피해자 대책을 제공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타주에 비해 조지아주의 증오행위 대처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현재 조지아주 선거에서 주지사, 연방상하원의원, 주상하원의원 후보 가운데 증오범죄 대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애틀랜타 아시안 혐오범죄 비상대책위원회 및 아시안 혐오중단 연합(SAH Coalition)등의 노력이 계속되지만 민간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한인 유권자들은 지역 선거운동에 나서는 후보자들에게 “증오범죄에 대처할 공약이 있느냐”라고 물어볼 때다.  이종원 / 변호사시론 증오범죄 공약 증오행위가 범죄 반면 증오행위 아시안 증오

2022-08-29

[열린 광장] 증오의 사회가 만든 비극

기억은 세월이 만드는 삶의 무늬다. 미움과 증오로 깊숙이 아로새겨진 무늬는 험하게 살아온 인생의 흔적을 나타내고, 기쁨과 감사가 만든 매끈한 무늬는 너누룩했던 세상살이를 떠올린다.     역사는 기억과 망각 사이로 흐른다. 기억이 새긴 무늬를 망각이라는 지우개가 뒤쫓아 오며 지운다. 망각의 강을 건널 때마다 작고 가벼운 일상의 일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깊게 팬 무늬만이 역사라는 이름으로 남는다.     컬럼바인 고등학교, 버지니아 공대, 샌디 훅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사건에 이어 5월 24일, 텍사스주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은 미국 사회에 쉽게 지워지지 않는 슬픔이라는 또 하나의 짙은 무늬를 새겨 놓았다.     지난 4월 12일, 뉴욕 브루클린의 지하철역에서 방독면을 쓴 괴한이 최루탄을 터트리고 총을 난사했을 때도, 5월 12일, 댈러스 한인타운의 한 미용실에 괴한이 들어와 총을 쏟았을 때도, 이틀 후 뉴욕주 버펄로시의 한 수퍼마켓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겨냥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바로 그다음 날, 라구나우즈의 대만계 교회에서 총기 사건이 났을 때도 그저 먼 동네에서 일어난 남의 일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번에 롭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은 다르게 다가왔다. 꽃다운 초등학교 학생들 열아홉 명과 두 명의 교사가 무참하게 목숨을 잃은 사건을 한 사람의 정신 이상자가 벌인 개인적 일탈이라고 여기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도 참혹했다.     아무리 미국의 수정헌법 2조가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라고 규정한다고 할지라도, 18살짜리 청소년이 반자동 소총과 수백 발의 총알을 술보다 더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총기 사건이 날 때마다 인터넷 총기 거래를 규제하고, 총기 구매 희망자의 신원 조회를 강화해야 한다는 등의 총기 규제안이 등장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정치인들에 의해서 흐지부지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미국에는 4억 정 이상의 총기가 퍼져 인구보다 많은 총기를 가진 세계 유일의 국가가 되었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아이들보다 총기에 의해 목숨을 잃는 아이의 숫자가 더 많은 나라가 되었고, 하루에 거의 두 건 정도의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는 험한 나라가 되었다.     이제는 학교나 교회에 갈 때도, 미용실이나 마켓에 들를 때도, 지하철을 타거나 프리웨이를 운전할 때도 총에 맞을까 봐 걱정하는 세상이 되었다. 과연 이런 세상이 우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단 말인가?     아니다. 미움과 증오라는 무늬를 이 사회에 새긴 것도 우리다. 사랑과 정의를 잃어버린 세상을 방조한 책임도 피할 수 없다. 개인적 유익만 추구하면서 이웃을 돌보는 일에 소홀했던 우리야말로 이 일의 또 다른 공범이다. 우리만 잘 살면 그만이라며 세상의 아픔을 외면하던 오만방자함은 또 어쩌란 말인가.   다음 세대가 살아가야 할 세상을 안전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일은 우리가 해야 하는 의무다. 총기 사고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되도록 마음을 모을 때다. 유밸디의 총기 참사로 자녀와 가족을 잃은 모든 이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 하길 기도한다.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열린 광장 증오 사회 총기난사 사건 총기 규제안 인터넷 총기

2022-06-01

아시안 시니어들 ‘증오 범죄’ 불안감 커졌다

팬데믹 기간 동안 아태계를 대상으로 아시안 증오 범죄가 급증하면서 시니어들의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단체 스톱 아시안 증오(Stop AAPI Hate)와 미국은퇴자연합(AARP)이 최근 공동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SAH Elder Report)에 따르면 지난 2020년 3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총 1만905건의 증오 사건이 보고된 가운데 60세 이상이 824건으로 전체의 7.6%를 차지했다.   피해 시니어들 가운데 중국계가 43.1%로 가장 많았으며 한인은 12.4%로 일본계 16.5%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피해 사례 보고 지역으로는 가주가 51.7%로 가장 많았으며 뉴욕(10.2%), 워싱턴(4.1%), 텍사스(3.9%) 순이었다.   60세 이상 시니어들이 보고한 각종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10건 중 6건(62.5%)이 폭언이나 따돌림을 경험했으며 26.2%는 물리적인 폭행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물리적 폭행을 당한 비율이 15.4%인 60세 미만에 비해 두배 가까운 수치다.   재산 파손 피해의 경우도 60세 이상이 7.2%인데 반해 60세 미만은 4%에 불과했다. 11건 중 1건(7.8%)은 시니어들에 침을 뱉거나 기침을 했으며 5.7%는 서비스나 출입을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안 시니어들이 피해를 입은 장소는 공공 도로가 36.7%, 비즈니스 매장 등이 26.7%에 달했다. 거주지에서 증오 피해를 당한 사례 비율도 60세 이상이 15.8%로 60세 미만 9.8%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증오범죄 피해를 본 아시안 시니어들의 98.2%는 "미국이 아시안 시니어들에게 물리적으로 위험한 나라가 됐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또한 심각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호소한 비율도 피해 시니어들이 각각 65.5%, 24.2%로 아시안 시니어 전체 평균인 24.2%, 19.1%를 크게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아시안 시니어들의 두려움, 사회적 고립, 정신 건강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역, 주, 연방 차원에서 언어, 문화적으로 대응하는 적절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최근 LA한인타운 지역 내 ‘묻지마 범죄’가 증가하면서 증오 범죄 피해를 걱정하는 한인 시니어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LA경찰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까지 올림픽경찰서 관할 구역에서 하루 평균 18건의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폭행은 전체의 15%를 차지했다.     메모리얼 데이 연휴인 지난 29일 오후 1시에도 올림픽 불러바드와 웨스턴 애비뉴에서 마약을 복용한 남성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 헬기를 비롯해 순찰차 수십 대가 출동했다. 경찰에 체포된 용의자는 응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박낙희 기자아시안 시니어 아시안 시니어들 증오범죄 피해 아시안 증오

2022-05-30

[문장으로 읽는 책]

과거에는 ‘빈곤’과의 싸움이었다면 지금은 ‘인정’과의 싸움입니다.…더욱 청년들을 어렵게 하는 것은 이 모든 청년들의 심리적 고통이 사회적 구조와 산업구조의 영향이라는 사회적 이해보다 개인의 노력, 개별 가족의 능력 부족으로 간주되다 보니, 더 자신을 착취하고 자신에 대한 심리적 증오와 애증 속에 살아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김현수 외『가장 외로운 선택』   “지금의 청년 세대. 어려선 마음고생, 커가면서는 외로움에 시달리다가, 고독사로 죽는 첫 세대.” “몸의 고생에서 마음의 고생으로 고생 방식이 바뀌어가고 있고, 경쟁은 훨씬 더 일찍 시작되었습니다.” 너무 암울한 진단인가. 책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2020년 20대 사망자의 절반(54.3%)가량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전년 대비 13%나 증가했다. 자살은 한국 10~30대 사망 원인 1위다.   한국·미국·일본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이 자살 생각이 가장 높았고, 빈곤을 개인 책임이라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자살에 허용적 태도를 보였다. “청년들의 자살증가는 ‘문제의 개인화’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문제의 사회화’가 필요한 문제까지도…모두 자기 문제로 가져오고…그게 잘 되지 않으면 실패로 생각하고 실패를 운명화하면서 남은 것은 죽음밖에 없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자살 생각 고생 방식 심리적 증오

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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