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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그는 왜 증오에 빠졌나

분노는 순간적이다. 하지만 증오는 다르다. 증오는 뿌리 깊이 내리박혀 오랜 시간 인간을 좀먹는다. 인구 약 70만명의 도쿠시마(德島)현에서 벌어진 한 사건도 그랬다. 지난해 9월, 노란 봉투에 요상하게 적힌 글씨가 적힌 우편물 한 통이 도착했다. 편지를 본 사람들은 소스라쳤다. ‘반일 정책을 그만두지 않으면 총격하겠다.’  
 
이곳 재일동포는 약 70세대, 300여 명. 재일동포 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에 더러 혐오 발언이 담긴 편지가 오곤 했지만, 총격 협박은 처음이었다. 강성문(45) 도쿠시마 민단 본부 단장은 바로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약 9개월 뒤인 지난달 말, 도쿠시마지방법원은 총격 협박을 한 범인(40)에게 징역 10개월, 보호관찰을 포함한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왜, 그는 증오에 빠져있었던 걸까. 붉은 펜으로 자를 대고 기괴한 협박 편지를 쓴 범인. 그가 아사히신문 면회에 응해 밝힌 동기는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TV와 인터넷 정보를 통해 한국인들이 반일감정을 갖고 있다고 믿었다. 범행 전 한국인이나 재일동포는 만난 적이 없다. 법정에서 본 게 처음이다.” 법원 선고를 앞두고서야 그는 자신의 잘못을 ‘증오 범죄’로 시인했다. “지금이라면 그런 바보짓을 하지 않겠다”는 말도 남겼다.
 
도쿠시마 동포들에게 평화는 돌아왔을까. 강성문 단장은 범인의 얼굴을 법정에서 처음 보곤 마음이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같은 도쿠시마 주민인데, 한국을 가본 적도, 한국인을 만난 적도 없는데 마음 깊은 곳 증오의 감정을 갖고 산다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법정에서 제가 이렇게 말했어요. ‘저는 야쿠자도 스파이도 아닙니다. 일반 주민입니다. 일본서도 가장 한국인이 적은 도쿠시마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일본 전역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라고요.”
 


아이 다섯을 둔 가장인 그는 정말 무서운 건 따로 있다고 했다. ‘무관심한 사회’다. 인터넷에 떠도는 혐한 이야기만을 믿고 경멸하는 마음을 갖게 된 사회가 되어버렸지만, 이에 대한 한일 양국의 무관심이 더 두렵다는 얘기다.  
 
한 시간의 통화 끝, 어떻게 증오를 털어낼 수 있겠냐는 질문에 그가 답했다. “증오의 마음이 사라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역사 문제를 잘 모르는 일본인이 많은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일본도, 한국도, 이걸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해결이 더 어려워요. 다음 달 2일에 민단이 주민 100명을 초청해 한식 시식회를 열어보려 해요. 실제로 만나보니 좋더라, 먹어보니 좋더라,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밖에요. 재일동포들에겐 삶이니까요.”

김현예 /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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