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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마당] 자이언 캐년을 다녀와서

나이를 먹어도 여행은 마음을 들뜨게 한다.  남전도회 회원들은 며칠 전부터 시간 나는 대로 모여 여행에 대해 의논했다. 은퇴하고 빠듯한 살림을 쪼개 여행을 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최대한 호텔 비용을 줄이고 음식도 뷔페로 정했다. 75세를 넘기면서 이런저런 고질병들이 있는 나이라 이것저것 가려 먹으려면 여러 가지 중에서 골라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정했다. 전도회 회장님이 여행 경험이 많은 분이라 무척이나 다행이다.   드디어 여행가는 날 아침 8시. 교회 앞 주차장에는 24명의 남녀 노인들이 모였다. 이번 수련회는 부인들을 동반한다. 갑자기 응급 상황이 생겨도 아내가 있어야 한다는 큰 의미를 포함했다.   목사님 두 분이 운전사를 자원해 교회 차 앞 좌석에 앉으셨다.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모르겠다. 얼마 전 남편은 운전을 하면서 출구로 차를 몰고 들어가 나를 당황하게 한 적이 있었다. 이제부터는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장거리 여행은 엄두도 못 낸다. 한때 본인이 GPS라며 운전만큼은 자신 있다고 했던 남편인데 나이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바스토우에서 잠깐 쉬었다가 곧장 라스베이거스를 지나, 모스키트라는 곳에 있는 버진 리버 호텔에 여정을 풀었다. 이곳에서 오며 가며 2박을 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도 이 호텔에 머물렀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어제 일어난 일도 기억 못 하는데 생각이 나는 것을 보니 이곳이 인상적이었나 보다. 넷플릭스에서 본 버진 리버라는 드라마는 미국에 있는 시골 도시 이름이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을 모아 드라마로 만든 것인데 여 주인공이 간호사였기에 더 흥미가 있었다. 간호사인 나도 적극적으로 이웃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사는 게 얼마나 보람된 일인가를 배웠다.       저녁은 프라임 비프다. 잘 익은 고기에 옥수수와 감자 구운 것 하나로 통일한다. 13달러짜리 고기치고는 맛이 좋다. 좀처럼 고기를 안 먹는 회원들도 맛있게 먹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다음날 구불구불한 산길을 돌아 돌아가는데 그 어마어마한 암벽에 새삼 하나님의 작품이 신비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이라 세상은 파랗다. 바다만 파란 것이 아니라 산, 들도 파랗게 변했다. 암벽은 붉은색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회색이고 까만색도 있다. 바위 사이로 이름 모를 선인장과 잡초가 있다. 이를 본 일행들은 무지개떡이나 시루떡 같다고도 하고, 생강을 묶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고도 한다. 모두 시장한지 보는 것마다 음식으로 통한다며 깔깔 웃었다. 신비한 경치는 70이 넘어도 16세 소녀 같은 순수한 마음을 가지게 하나 보다.   협곡에는 곳곳에 등산로가 있었다. 잠자리가 바뀌어 제대로 잠을 못 잤다는 몇몇 회원은 한 곳만 골라 올라가자고 한다. 하얀 바위(White Dome)에서 30분 정도 등산을 했다. 멀리서만 보던 바위를 직접 가 보는 것은 이번 여행만의 특혜였다. 바위 사이사이로 다닐 땐 바람과 그늘이 있어 콧노래를 불렀는데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길을 걸을 땐 옷을 한 꺼풀씩 벗어야만 했다. 콧노래를 부를 때도, 암초에 걸려 허덕일 때도 있는 우리네 인생길 같다. 인생 곳곳에서 인내와 노력이 필요했다.       길가에 있는 작은 풀잎 하나에도 꽃을 피우시고 왜 그들이 거기에 있는지 모든 게 당연한 것 같아도 하나님의 뜻이 있어서 생긴 것으로 보이니 내 생애에 생긴 작은 일에도 감사가 절로 나왔다.   돌아오는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광활한 사막에  각기 다른 크기와 모양의  조슈아트리가 서 있다. 인간의 성격이 다르듯 나무도 각자 개성이 있나 보다. 산을 반으로 잘라 만든 도로는 오가는 길이 1차선이다. 이 길이 생기기 전에는 말을 타고 다녔을까? 우리는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인지 생각하니 모든 것이 은혜다.   몸은 고단하고 힘들었지만, 누군가 선창으로 시작된  4부 합창은  웅장했다. 성가대 생활을 수십 년 한 회원들이 부르는 찬송가는 말 그대로 달리는 합창단이다. 서로 덕담도 주고받고 농담하니 오가는 길이 먼 것같이 느껴지지 않고 너무 웃어서 시간 가는 것도 잊었다. 한때는 24시간이 모자라는 듯 바쁜 생활을 한 청춘이었지만 아이들 다 기르고 부부만 남은 회원들이 감사하는 여행을 해보니 이번 수련회는 하나님을 찾고 자연을 찾아 나이를 먹었다는 것도 축복이었다.   몇몇 회원이 비용 부담을 자청해 가든그로브에 있는 중국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그곳엔 담임 목사님이 우리 버스를 보고 반갑게 손짓을 하고 계셨다. 우리를 이렇게 반갑게 맞아 준 사람이 없었다. 여행에서 돌아올 때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졌는데 기다리는 담임 목사님 모습을 보고는 기분이 달라졌다.     요즘엔 여행을 갔다 텅 빈 집에 오는 게 퍽 외롭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저녁 식사를 한 후 교회에 일이 있다며 먼저 가신 목사님이 우리 밥값을 내셨단다. 예상치 않은 일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로도 해서 밥값만큼 남은 돈은 교회에 헌금으로 대신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고 많이 웃어서 행복했다.  김규련 / 수필가문예 마당 자이언 수필 바위 사이사이로 장거리 여행 남전도회 회원들

2024-06-20

전국서 장거리 통근자 늘었다…75마일 이상도 32% 증가

전국에서 장거리 통근자가 더 증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일 보도했다.     매체는 최근 스탠퍼드대학의 새로운 연구 결과를 인용해 통근 거리가 75마일 이상인 일명 ‘슈퍼 통근(super commutes)’의 비율이 2020년 이후 거의 3분의 1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LA국제공항에서 샌버나디노까지 거리가 편도 75마일 정도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무실 근무와 원격 재택근무 결합한 하이브리드 근무가 늘면서 생긴 결과라고 연구팀은 전했다.      집값이 비싼 도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이사하고 일주일에 몇 번 사무실 출근을 위한 장거리 운전을 선택하는 것이다.     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은 2023~24년과 2019~20년 각각 같은 4개월의 기간 동안 200만간의 아침 통근 횟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 4년간 통근 거리가 50~74마일은 18% 증가했지만, 75마일 이상은 32% 증가했다.     교통데이터 분석업체 ‘인릭스(Inrix)’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전체 통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35마일 미만의 통근은 감소했다.     스탠퍼드대학 닉 블룸 경제학자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널리 이용되면서 사람들은 직장과 가까운 생활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많은 통근자가 일주일에 한두 번씩 통근하며 장거리를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 노바토에 거주한 크레이그 알렌더는 최근 침실 3개짜리 낡은 집을 떠나 북쪽으로 30마일 떨어진 소노마 카운티에서 더 저렴한 비용으로 침실 5개인 집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알렌더는 “일주일에 3번만 출근하면 되기 때문에 63마일의 운전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편도 75마일 이상 통근 거리가 가장 많이 증가한 도시는 워싱턴 DC, 뉴욕, 피닉스, 댈러스 등이다.   특히 이같은 장거리 통근은 최근 재택근무가 가능해진 기술 발전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인릭스 교통 분석가 밥 피슈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자리는 교외를 포함한 대도시 지역 전체로 꾸준히 분산되었다”고 말했다.      이는 전국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공공정책회사 ‘데모그라피아(Demographia)’에 따르면 2021~2023년 사이에 미국의 56개 주요 대도시 지역에서 190만 명이 다른 곳으로 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수아 기자 jang.suah@koreadaily.com장거리 통근자 장거리 통근자 장거리 운전 스탠퍼드대학 연구팀

2024-06-05

[이 아침에] 비즈니스를 닫으며

가게의 리스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재계약 여부를 묻는 건물주의 편지를 받았다. 재계약을 한다면 앞으로 10년이 묶인다. 소비성향이 점점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월마트, 타겟 등 대형업체와의 경쟁도 점점 힘에 부쳤다. 비즈니스를 인수할 사람을 찾기도 어려웠다. 권리금을 주고 산 비즈니스를 되팔지 못하고 빈손으로 나가야 하니 억울했다. 하지만 20년이 넘도록 생활비와 아이들 교육비를 벌었으니, 그만두어도 크게 가슴 아플 일은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아이들도 제 앞가림은 하고 곧 연금도 나오니 가게를 접기로 결심했다.   세월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와 같다. 짧은 봄날처럼 후딱 날아갔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친정아버지를 포함, 지인 몇 분이 돌아가셨다. 이슬처럼 허망하게 사라질 수 있는 게 인생이란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민 가장의 부담감으로 변변한 취미생활이나 장거리 여행도 제대로 못 해본 남편에 대한 미안함도 컸다. 애틋한 사랑보다는 씩씩한 동지애로 같은 길을 가는 길동무 같은 남편, 훨훨 날아가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다.   아마존에서 ‘폐업 세일’ 플래카드를 주문해서 달고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했다. 팔다 남는 물품은 자선 단체에 기부해야지 생각했는데, 마침 비영리단체를 운영한다는 아가씨 둘이 와서 트럭으로 실어 갔다. 일을 덜었다.   문제는 인테리어를 원상복구 시키는 것이다. 선반과 디스플레이 장을 다 떼어내고 공간을 모두 비워야 한다. 중고 집기를 사 가는 업체에 연락하니 요즘 폐업하는 곳이 많아서 일부만 사 갈 수 있다고 한다. 그것도 말도 안 될 정도의 싼값을 부른다. 집기를 떼어내고 쓰레기 처리까지 해주는 철거업체에 알아보니 비용도 상당했다. 아는 플러머의 도움으로 며칠에 걸쳐 간신히 원상복구를 시켰다.   어느새 킨더가든을 다니는 페이즐리의 할머니가 은퇴 준비는 되었냐고 물으며 적은 액수지만 돈 봉투를 건네준다. 그녀가 버스 운전을 할 때 만났는데 이제는 버스회사 수퍼바이저가 되었다. 그녀의 딸이 페이즐리를 임신하고 아기 아빠가 사라졌을 때, 아기는 ‘가정의 축복’이라며 기도를 부탁해 더욱 가까워진 친구 같은 손님이다. 오랜 단골들은 서운하다며 감사 카드와 꽃, 화분을 가져오는가 하면 케이크와 쿠키를 구워오는 사람도 있다. 본인도 넉넉한 형편이 아닐 터인데 돈이 부족한 사람의 계산을 항상 도와주던 목사님도 자신의 교회에 광고해서 많은 손님을 보내주었다. 이렇게 마음 착한 사람들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돈다. 큰돈은 못 벌었지만 좋은 이웃들도 사귀고 큰 사고 없이 지나온 세월이 감사하다.   20여 년을 하던 비즈니스를 닫으니 시원섭섭하다. ‘힘들었지만 잘 버티고 견뎌왔어,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휴식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며 몇 군데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이란 가기 전에 계획 짜느라 설레고 집에 돌아와선 더 좋다더니 정말 그러하다. 아이들이 떠난 빈 둥지에서 집돌이 집순이가 되어 같이 시장 봐서 밥해 먹고 마치 신혼 초 둘이 소꿉놀이하는 것 같다. 남편에게 한마디도 안 지고 말대꾸해서 뺀질이라고 불린 적도 있지만 나는 말랑말랑한 아내가 되기로 속으로 다짐했다.  최숙희 / 수필가이 아침에 비즈니스 버스회사 수퍼바이저 장거리 여행 아기 아빠

2024-01-21

에어프레미아 LA노선 15만8600명 탑승...SF 취항도

에어프레미아가 지난해 LA노선을 통해 15만8000명을 수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오는 5월부터 샌프란시스코에 신규 취항한다.   에어프레미아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LA, 뉴욕, 호놀룰루 등 미주 지역 3개 노선을 포함한 총 12개 국제선 노선에서 2432편을 운항해 67만1483명을 수송했다고 밝혔다.   노선별로는 LA노선이 국제선 수송 인원의 23.6%를 차지하며 탑승객 수 1위를 기록했다. 나리타와 방콕이 각각 14만6000명, 10만6700명으로 2, 3위에 올랐으며 뉴욕은 7만700명으로 호찌민(7만3100명)에 이어 5위를 나타냈다.     장거리 노선인 LA, 뉴욕,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 오슬로, 앙카라, 호놀룰루 노선의 여객이 31만8300여명으로 전체의 47.4%를 차지하며 장거리 전문 항공사로의 성공적인 안착을 보여줬다.   에어프레미아는 올해 상반기부터 LA노선을 데일리로 증편하는 한편 오는 5월 17일부터 샌프란시스코 노선에 주 4회(월.수.금.일)정기편을 취항한다.   샌프란시스코 노선은 매주  인천국제공항에서 오후 5시 30분 출발해 오후 12시 30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한다. 샌프란시스코 출발 항공편은 오후 3시에 이륙해 인천국제공항에 오후 7시 50분(+1일) 도착한다.     운항 스케줄은 정부 인가 조건으로 일부 변동될 수 있으니 여행 전 일정을 필히 확인해야 한다.     항공권 예매는 오는 24일부터 홈페이지(airpremia.com)와 모바일 앱에서 할 수 있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LA, 뉴욕에 이어 이번 샌프란시스코까지 미국 본토에만 3개의 정기편을 운항하게 됐다”라며 “더 많은 미주 하늘길을 열어 소비자의 선택지를 더 넓혀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낙희 기자 naki@koreadaily.comla노선 샌프란시스코 노선 에어프레미아 장거리 노선 취항

2024-01-19

집가격 싼 교외 이주 늘면서 카운티 넘어 출퇴근 ‘75만명’

캘리포니아주의 주택 위기가 통근시간까지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장거리 통근 문제가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그러나 부자들은 교통 체증을 겪는 경우가 저소득층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장거리 통근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보인다고 LA타임스가 13일 지적했다.   LA타임스는 연방 센서스국이 최근 발표한 ‘아메리칸커뮤니티서베이(ACS)’의 통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카운티 경계를 넘어 통근하는 남가주 주민이 75만 명이나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주민들이 상승하는 주택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직장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 지역으로 이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예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오렌지카운티에서 LA카운티로 출퇴근하는 주민은 18만 명으로 집계됐다. 또한 샌버나디노에서는 13만3000명, 리버사이드에서 5만3000명, 벤투라카운티에서도 6만6000명에 달했다. 이보다 더 멀리 떨어진 컨카운티에서도 1만1000명이 LA카운티까지 통근하고 있었고, 심지어 샌디에이고에서도 6000명이 매일 출퇴근했다.   반대로 LA카운티에서도 19만6000명이 오렌지카운티까지 통근하고 있다. 샌버나디노에서는 6만1000명, 벤투라에서는 3만4000명, 리버사이드에서는 1만7000명, 컨카운티에서는 8000명이 매일 일하기 위해 카운티 경계를 넘었다.   이 뿐만 아니라 통근 시간도 계속 악화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센서스 통계를 보면 평균 통근시간은 리버사이드가 33.1분으로 가장 오래 걸렸으며 샌버나디노 32.1분, LA 30.1분, OC 26.7분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거주지 별로 들여다보면 샌퍼낸도밸리나 사우스LA지역 거주자의 경우 평균 통근 시간은 90분 가까이 됐다. 이처럼 통근 시간이 1시간이 넘는 ‘수퍼 통근자’의 경우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걷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대로 웨스트LA나 베니스 등 고급 주택가 지역 거주자의 경우 통근 시간은 20분대 미만으로 나왔다.   UCLA 산하 루이스지역정책연구센터의 에블린 블루멘버그 소장은 “팬데믹 기간에는 재택 근무자가 많아 출퇴근 시간이 많이 개선됐지만, 다시 사무실 출근이 정상화되다 보니 높은 집값으로 직장 근처에 거주하지 못하는 저소득층 직장인들이 긴 교통체증 시간을 견디며 출퇴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2년도 연방센서스 통계를 인용해 연 소득이 8만 달러 이상일 경우 주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지만 연 소득 5만 달러 미만은 운전해서 출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택근무 비율은 OC와 LA가 17.8%, 17%였으며, 리버사이드, 샌버나디노는 각각 11.7%, 11%에 그쳤다.   블루멘버그 소장은 “교외 지역들은 LA나 오렌지카운티의 핵심 지역들보다 훨씬 저렴한 주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 지역들은 일자리가 많지 않아 저소득층 노동자들은 장거리 출퇴근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카운티 출퇴근 장거리 통근도 카운티 국경 출퇴근 시간

2023-12-13

"장거리는 라면, 단거리는 맥주 인기"…에어프레미아, 기내 판매 분석

에어프레미아는 최근 3개월간 기내 식품 판매현황을 분석한 결과 장거리 노선에서는 라면이, 단거리 노선에서는 맥주가 가장 인기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6∼8월 에어프레미아에 총 20만8000여명이 탑승하는 동안 기내에서는 약 5만개의 식품이 판매됐다. 탑승객 4중 1명이 구매를 한 셈이다.   LA와 뉴욕,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장거리 노선에서는 컵라면이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컵라면은 장거리 노선에서 판매된 3만9000여개의 판매상품 중 19.6%(7600개)로 1위를 차지했다.   에어프레미아는 이에 대해 "좌석 등급에 상관없이 장거리 노선에 2회의 기내식을 제공하고 있지만, 1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에 무료함과 출출함을 달래주는 하늘 위의 라면이 인기가 높다”고 분석했다.   컵라면에 이어 스낵류 6400여개, 맥주 5100개, 콜라 4000개가 장거리 노선에서 주로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리타, 방콕, 호찌민 등 중·단거리 노선에서는 맥주가 가장 많이 팔렸다.   1만1000여개의 판매상품 중 맥주가 21.2%(2200개)로 가장 큰 인기였다. 이어 콜라가 1400여개로 2위를, 닭다리 스낵이 1100여개로 3위를 차지했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노선별 판매현황을 모니터링해 고객의 니즈에 맞는 기내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면서 “한층 더 편안하고 즐거운 비행 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고객의 선호와 취향에 항상 귀 기울이는 항공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장거리 단거리 노선별 판매현황 맥주 인기 장거리 노선

2023-09-22

[독자 마당] 미국 횡단 여행

남편은 75세가 된 3년 전 버킷 리스트를 만들었다. 첫 번째가 RV 자동차로 알래스카를 두 달간 여행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미국 횡단 여행이었다. 알래스카 RV 여행은 버킷 리스트를 만들었던 그해에 마쳤고, 3년이 지난 올해엔 미국 횡단 여행을 했다.     우리는 지난 5월 말 LA를 출발 플로리다주 키웨스트로 향했다.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은 허리케인과 토네이도 등 자연재해가 겁나 망설이기도 했지만 과감하게 출발했다. 여행 도중 RV 파크에서 모기떼에 물려 혼이 나는 등 어려움도 많았지만 보고 싶었던 헤밍웨이의 집을 꼼꼼하게 구경하는 등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다. 플로리다 여행을 마치고 우리는 미국의 동북쪽 끝인 메인주까지 다녀왔다.       이렇게 1만3500 마일을 달리며 많은 고비도 겪었다. 다양한 변수와 변화가 생기고 실수와 예측 불허의 상황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면 나는 나이 들어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다며 남편에게 잔소리하기도 했다.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광활하게 펼쳐진 평야를 보면 마음이 풀렸고, 각 주의 갤러리와 박물관, 국립공원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컸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잘 정비된 도로와 여행자를 위한 편의 시설에 감탄과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이번 여행에서 네브래스카 주에 도착해 미국의 50개 주 여행을 달성하자 남편은 환호했다.  그렇게 62일간의 긴 장거리 여행을 마무리했다. 남편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여행을 취미로 하면서 미국을 알차게 즐긴 것 같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며 마음껏 달리더니 남편은 집에 돌아와 며칠간 몸살을 앓았다. 2년 후 80살이 되면 그때는 아마 여행을 말리는 자식들에 요구를 순순히 따를까, 아니면  더 길고 먼 여행을 계획하고 있을까? 양기택 / 라미라다독자 마당 미국 횡단 횡단 여행 플로리다 여행 장거리 여행

2023-08-22

장거리 노선 '1달러' 버스 재개…메가버스, LA 등 7개 도시

1달러 요금으로 유명한 저가 장거리 교통수단인 메가버스가 가주 운행을 재개한다.   메가버스는 오는 15일부터 하루 3회씩 애너하임, LA, 베이커스필드, 프레즈노,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새크라멘토 등 7개 도시를 왕복 운행한다고 밝혔다.   LA출발 노선을 살펴보면 LA 엘몬테 스테이션(3501 Santa Anita)에서 출발해 샌프란시스코 캘트레인 스테이션(Townsend & 5th St.)에 도착하는 편도 요금은 1인당 49.99달러로 예매 수수료 3.99달러가 추가된다. 출발 시간은 오전 7시 5분, 오후 3시, 오후 11시 20분 등이며 소요시간은 9시간 20~45분이다.   LA-애너하임(2626 East Katella) 구간은 편도 9.99달러에 수수료 3.99달러로 역시 하루 3회 운행된다.   6월 1일부터는 일부 요일을 제외하고 대부분 스페셜 프로모션 가격이 적용돼 LA-SF, LA-애너하임 등 편도요금이 1달러(수수료 3.99달러 추가)로 내려간다.   메가버스는 3점식 안전밸트가 장착된 리클라이닝 좌석에 전원 콘센트, 차내 화장실 등이 마련돼 있으며 온라인 예약 시 테이블이 장착된 좌석, 파노라믹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창가 좌석 등을 지정할 수 있다.   수하물 1개와 차내반입용 가방 1개가 허용되며 주류를 제외한 식음료 반입도 가능하다. 승차권 예매 및 탑승한 버스의 운행 경로와 중간 휴게소 위치 실시간 확인 등 자세한 정보는 온라인(us.megabus.com)에서 찾을 수 있다. 박낙희 기자 naki@koreadialy.com메가버스 장거리 메가버스 la 장거리 노선 저가 장거리

2023-05-04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떠나면 당신도 청춘

"여행을 떠나면 새로운 인생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건 순진한 착각이다. 장소가 바뀌어도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오면 새로운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예전과 같지만 어딘지 예전과는 다르다." 한수희 수필집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중에서>     한수희 작가는 또한 낯선 곳에서의 고독을 견디며 용기를 얻을 것이고 그 용기 끝에 편안함을 찾을 것이며 고향에서 기다리고 있는 내가 가진 것들을 돌아볼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썼다.     유럽도 좋고, 아프리카도 좋지만 정작 미국에 살면서도 대륙 횡단이나 대륙 종단을 다녀온 이들이 주변에 그리 많지 않다. 젊을 때는 일하느라 바빠서, 애들 키우느라 정신없어서, 여유가 없어서, 나이가 들어서는 몸이 아파서, 멀리 떠나기 겁이 나서… 여행을 다음으로 미룰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시간과 돈이 남아돌아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미국에서 7년 전 가출한 반려묘는 2400km를 종단해 가족의 품에 돌아갔고 대한민국 독도협회 학생들은 시애틀에서 앤세나다까지 자전거로 4000km를 이동했다. 배종훈 씨는 미국을 대륙 횡단하고 싶다는, 근육이 경직되는 희소병을 앓고 있는 아들의 꿈을 위해 휠체어를 밀고 아들과 달리고 있다.   결국 모든 것은 마음먹고 행동하기 나름이다. 여행에 필요한 단 한 가지는 어쩌면 용기가 아닐까. 물론, 한반도의 45배나 되는 엄청난 크기의 미국 땅을 홀로 종횡단 하려면 어려움이 만만치 않다. 일단 장거리 여행인만큼 운전이 부담되고 코스, 호텔, 식사를 직접 챙기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럴 때는 여행사의 패키지 투어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널찍한 리무진버스에 몸을 누이고 그저 여유롭게 솔뱅~토말레스베이~레드우드~크레이터 레이크~포틀랜드~시애틀~월래스~헬레나~보즈먼~버팔로~크레이지 호스~마운틴 러쉬모어~수폴스~라크로스~매디슨~시카고~사우스밴드~클리브랜드~나이아가라 폭포~오타와~퀘백~몬트리올 등 대륙의 명소들을 여행하면 된다.   여행 기간은 총 17일. 이렇게 여행하면 일반적인 대륙횡단 코스로는 갈 수 없던 시애틀의 레이니어 국립공원, 크레이터 레이크, 시애틀, 포틀랜드 등 미국 종단까지 가능하고 인근한 캐나다의 토론토, 몬트리올, 퀘백 3대 도시도 한 번에 여행할 수 있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절경을 헬리콥터를 타고 감상하면 폭포 주변에 피어나는 무지개와 구름까지 바로 옆에서 스치듯 구경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대륙 종횡단을 마쳤다면 지구라는 책의 하이라이트 부분인 미국 챕터를 정독한 셈이 된다. 또한 좋은 책은 두 번, 세 번 정독하듯 첫 대륙횡단으로는 보이지 않던 더 큰 감동을 대륙 종횡단을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청춘 종횡단 대륙횡단 코스 대륙 종횡단 장거리 여행인

2023-03-23

[수필] 시니어도 때로는 만용을

노년에 접어드니 별일도 아닌데 용기를 시험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난다. 그중에 대표적인 일이 운전이다. LA 변두리에 사는 나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LA, 한인타운 또는 인근 도시를 맘 놓고 운전하고 다녔다. 하지만 이제는 프리웨이를 타고 좀 멀리 다니는 일엔 용기가 필요해졌다. 그런데 몇 달 전에 남편이 한국에서 돌아왔다. 남편도 운전대를 놓은 지 오래됐다. 한국에서는 지하철이 잘 돼 있어 굳이 차를 몰고 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함께 사는 둘째 아들은 오래 운전을 안 하던 아버지를 염려해서 자동차 운전 보험에 들어 있던 남편 이름을 미리 빼서 원천적으로 남편의 운전을 봉쇄하려 했다. 그러나 손이 근질근질한 남편이 인근 마켓이나 커피숍을 자유자재로 운전해 다니는 걸 보고 봉쇄를 풀어줬다. 그 이후 나는 운전대를 남편에게 넘기니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 이제는 가까운 거리도 직접 운전하는 데 스트레스를 받는다.     남편이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큰아들이 보고 싶다며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큰아들 집을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왕복 800마일이 족히 되는 거리를 직접 운전해서 말이다. 나와 작은아들은 그건 만용이라고 말렸다. 그러자 남편은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찬성과 반대가 반반이었다. 남편은 ‘할까 말까 할 때는 하는 거라’고 하며 결행하기로 했다. 노인의 무기력을 거부하고 용기와 결단력을 시험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장거리 자동차 여행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1번 하이웨이를 따라 북상하면서 서해안과 빅서의 절경도 둘러보고 가려 했으나 무박 하루 일정으로는 무리라 해서 5번, 580번 그리고 680번을 따라 직행했다. 큰아들은 염려가 되는지 자신이 LA로 내려오던지 아버지가 비행기를 타고 오시던지 하는 게 좋겠다고 했으나 아버지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그러자 가는 내내 수시로 졸음운전 조심하라고 경고를 보냈다. 옆에 동승하고 있는 나도 약간 불안한 마음이었다.       끝이 안 보이는 벌판을 일직선으로 달리는 5번 프리웨이는 여름내 가물어 풀들이 바싹 말라서 산과 들녘이 온통 황금빛의 연속이었다. 너무 단조로워 졸리기도 했지만 훗날 이 여행을 무척 그리워할 생각을 하며 정신을 바짝 차렸다. 10월 21일 아침 8시쯤 출발하여 가끔씩 보이는 오렌지, 포도, 아몬드 과수원 밭 외에 아무것도 안 보이는 길을 따라 350여 마일 거리를 7시간 정도 달려 아들 집에 도착했다. 중간에 주유도 하고 잠시 쉬기도 했다. 80이 훌쩍 넘은 백발의 아버지가 멀리 사는 아들이 보고 싶어 직접 운전을 해서 달린 것이다. 아들은 아버지의 그런 마음을 알아줄까?       다음날, 아들은 자연의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캘리포니아의 역사를 공부하라며 우리를 새크라멘토 인근의 이곳저곳 역사의 현장으로 데리고 다녔다. 아들의 안내로 오번(Auburn) 이라는 개척시대 세워진 작은 도시에서 골드러시 박물관과 플레이서 박물관, 새크라멘토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 철도박물관을 둘러 보았다.  오후에는 남편이 운전대를 잡고 동쪽에 새로 생긴 작은 도시인 브랜트우드로 한 시간을 달려 옛 친구 집을 방문하고 밤늦게 아들네로 돌아왔다.   마지막 날 23일 아침 8시, 아들네 집을 떠나 오던 길을 되짚어 6시간을 달려 오후 2시에 집에 도착했다. 2박 3일, 800마일 이상을 무사히 주파한 것이다. 남편은 생전에 단행해 보지 않은 장거리 여행을 80대 중반에 손수 운전으로 해냈다고 “아직 살아 있네!” 라며 성취감에 넘쳐 있다.  멀리 있는 큰아들도 만나고 오랜 친구도 만났다. 나도 모처럼 아들을 만난 것도 큰 기쁨이지만 내가 알지 못하던 북 캘리포니아의 명소를 방문했다는 것도 큰 보람이었다.     골드러시 촌 오번에 있는 사금 채취장은 흔적만 남아 있고 그 터에 소규모 전시관이 있다. 외곽에는 사적지로 지정된 50여채의 고풍스러운 외관을 띤 빅토리안 스타일, 골드러시 당시의 건축 양식이 그대로 살아 있는 건물들이 있어 서부 개척시대의 정취를 느꼈다. 19세기 미국 전통 복장을 한 현지인과 기념촬영도 할 수 있는 새크라멘토 대표 관광지구로 미국판 민속촌이다.       내가 엄청 감명을 받은 곳은 새크라멘토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 철도박물관 (California State Railroad Museum)이다. 미국 유수의 철도 박물관 중의 하나인 이 새크라멘토 철도 박물관엔 서부개척시대 이후 대륙을 달리던 각종 철도 기관차와 객차 21대가 완전히 복원되어 종류별로 전시돼 있다. 그 규모가 엄청나서 우리를 놀라게 했다. 미국의 힘이 느껴졌다. 19세기 말부터 이런 거대한 철마가 대륙을 달릴 때 우리나라는 어땠나? 청나라에 매이고 일본의 침탈을 당하고 했으니 부끄럽고 비교가 안 된다. 어쨌든 한번은 와 봐야 할 명소였다.   한국인이 살지 않아 한인 마켓도 없는 브랜트우드에 사는 남편 친구는 외교관 출신으로 LA 부총영사를 비롯해서 여러 나라 대사를 지내다 은퇴헸다. 지금은 결혼한 딸 근처에 사는데 그야말로 아침에 커피 마시고 산책하고 책 읽고, 수도자처럼 조용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차도 없을 뿐 아니라 함께 사는 큰딸의 차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헤어질 때 친구분이 “우리 한 번은 더 볼 수도 있겠네” 라는 말에 가슴이 찡했다.     우리 부부는 모처럼 멀리 사는 큰아들을 직접 찾아가 즐거웠고 남편 친구와 반갑게 만나 그동안 못 풀었던 회포를 풀었다. 그리고 쉽게 찾을 수 없는 캘리포니아의 역사적 명소도 방문했다. 더욱이 남편은 장거리 운전에 성공한 자신감으로 기분이 한층 고조됐다. 그러니 이번 여행은 1거 3득이 아닐 수 없다. 2박 3일에 걸친 800여 마일 운전 여행은 우리에겐 시도해 볼 기회가 없었던 이벤트였다. 젊은이들에게는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겠지만, 우리에겐 망설임 가운데 결단이 필요한 사건이었다. 긍정적인 용기와 결단만 있다면 노년은 그렇게 무기력하고 무의미한 일상의 연속은 아닐 것이다.   배광자 / 수필가수필 시니어 만용 박물관 새크라멘토 장거리 여행 자동차 운전

2022-11-17

[살며 생각하며] 가을 맞이 세븐 업

몇 년 전 어느 단체로부터 시니어 회원 모임에 와서 강의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우울한 황혼기가 아닌 유쾌한 황금기로 노년을 보내기 위해 어떤 말씀을 드리면 좋을까 하다가, 전에 남편이 설교 중 인용했던 ‘세븐업’이 생각났다. 마시는 세븐업이 아니라, 유쾌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데 꼭 필요한 일곱 가지 ‘UP’으로, 즉 클린업(Clean Up), 쇼업(Show Up), 셧업(Shut Up), 치어업(Cheer Up), 페이업(Pay Up), 드레스업(Dress Up), 마지막으로 기브업(Give Up)이다. 처음엔 시니어 분들을 위해 이 세븐업을 생각해봤지만, 사실 이것은 모든 연령대에 필요한 아주 중요하고 기억해야 할 삶의 원칙이다.     첫 번째는, 클린업(Clean Up)이다. 깨끗한 공간은 정신 건강에 완전 짱이다. 하지만 강박이 있는 나는 직성이 풀리게 청소를 하면 반드시 몸살이 났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턴 매주는 아니지만 청소해주는 분의 도움을 받고, 중간중간 살살 청소를 한다. 그런데, 내가 지출하는 경비 중 가장 아깝지 않은 것이 이 비용이다. 그분이 왔다 간 날이면, 우리 집이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갑자기 인생이 아름다워진다.     특히 요즘은 미니멀리스트의 삶이 지향되고 있다. 꼭 필요한 것들만 가지고 살려 해도 우리가 소유한 것들은 너무나 많다. 그러다 보니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산다. 가을이 오기 전, 계속하여 안 쓰게 되는 물건이나, 철이 지나도록 한 번도 안 입게 되는 옷, 신발, 가방, 모자 등은 필요한 사람이나 단체에 도네이션하고, 간단하고 정리된 모습으로 가을을 맞자. 참전 용사들을 돕는 단체인 purpleheartfoundation.org 같은 곳에서는, 박스에 도네이션할 물건을 담아 문 앞에 내놓고 웹사이트에서 픽업을 요청하면 와서 픽업해 간다.     두 번째는 쇼업(Show Up)이다. 자꾸 나가서 여러 곳에 참여하고 모습을 나타내자는 것이다. 요즘은 너무 많은 만남과 배움의 기회가 주변에 널려있다.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모든 배움의 기회에 모습을 드러내자. 전에 뉴저지에서 자녀 교육과 미국 학교에 대한 세미나를 할 때 오신 아주 연로하신 할아버님을 잊을 수 없다. 형편상 손주들의 양육을 맡고 계신 이 분은, 롱아일랜드 중에도 아주 먼 거리에서 장거리 운전을 하고 오셔서 세미나에 참석하셨다. 열심히 쇼업하여 소통하고 배우는 성숙한 가을이 되자.     세 번째는, 셧업(Shut Up)이다. Shut Up 하면 기분이 좀 나쁘시려나? 하지만, 사실 인간관계에서 이만큼 중요한 말이 없다. 상대의 말을 중도에 끊고 싶을 때, Shut Up이라고 내게 속으로 말하자. 누구든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들어주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둘이 말하는데 내가 50% 이상을 말하려고 할 때, Shut Up이라고 속으로 말하자. 음식값 계산할 때만이 아니라, 대화도 n분의 1이다.   반대로, 너무 셧업을 하는 것도 큰 문제다. 요즘 뒤늦게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키야, 이렇게 입을 닫고 어떻게 가족으로, 부부로 살 수 있었을까. 남편은 아내를 오해하면서도 묻지 않는다. 아내도 남편을 크게 오해하지만, 묻는 대신 자존심에 평생 입을 다문다. 나중에 셧업을 풀고 대화를 하면서 진정한 가족이 되어 간다. 궁금하면 묻고, 서운하면 말하고, 고마우면 표현하자. 깊고 성숙한 인간관계가 주렁주렁 맺히는 가을이 될 것이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가을 맞이 가을 맞이 장거리 운전 시니어 회원

2022-09-05

[살며 생각하며] 가을 맞이 세븐 업

몇 년 전 어느 단체로부터 시니어 회원 모임에 와서 강의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우울한 황혼기가 아닌 유쾌한 황금기로 노년을 보내기 위해 어떤 말씀을 드리면 좋을까 하다가, 전에 남편이 설교 중 인용했던 ‘세븐업’이 생각났다. 마시는 세븐업이 아니라, 유쾌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데 꼭 필요한 일곱 가지 ‘UP’으로, 즉 클린업(Clean Up), 쇼업(Show Up), 셧업(Shut Up), 치어업(Cheer Up), 페이업(Pay Up), 드레스업(Dress Up), 마지막으로 기브업(Give Up)이다. 처음엔 시니어 분들을 위해 이 세븐업을 생각해봤지만, 사실 이것은 모든 연령대에 필요한 아주 중요하고 기억해야 할 삶의 원칙이다.     첫 번째는, 클린업(Clean Up)이다. 깨끗한 공간은 정신 건강에 완전 짱이다! 하지만 강박이 있는 나는 직성이 풀리게 청소를 하면 반드시 몸살이 났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턴 매주는 아니지만 청소해주는 분의 도움을 받고, 중간중간 살살 청소를 한다. 그런데, 내가 지출하는 경비 중 가장 아깝지 않은 것이 이 비용이다. 그분이 왔다 간 날이면, 우리 집이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갑자기 인생이 아름다워진다!     특히 요즘은 미니멀리스트의 삶이 지향되고 있다. 꼭 필요한 것들만 가지고 살려 해도 우리가 소유한 것들은 너무나 많다. 그러다 보니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산다. 가을이 오기 전, 계속하여 안 쓰게 되는 물건이나, 철이 지나도록 한 번도안 입게 되는 옷, 신발, 가방, 모자 등은 필요한 사람이나 단체에 도네이션하고, 간단하고 정리된 모습으로 가을을 맞자. 참전 용사들을 돕는 단체인 purpleheartfoundation.org 같은 곳에서는, 박스에 도네이션할 물건을 담아 문 앞에 내놓고 웹사이트에서 픽업을 요청하면 와서 픽업해 간다.     두 번째는 쇼업(Show Up)이다. 자꾸 나가서 여러 곳에 참여하고 모습을 나타내자는 것이다. 요즘은 너무 많은 만남과 배움의 기회가 주변에 널려있다.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모든 배움의 기회에 모습을 드러내자. 전에 뉴저지에서 자녀 교육과 미국 학교에 대한 세미나를 할 때 오신 아주 연로하신 할아버님을 잊을 수 없다. 형편상 손주들의 양육을 맡고 계신 이 분은, 롱아일랜드 중에도 아주 먼 거리에서 장거리 운전을 하고 오셔서 세미나에 참석하셨다. 열심히 쇼업하여 소통하고 배우는 성숙한 가을이 되자.     세 번째는, 셧업(Shut Up)이다. Shut Up 하면 기분이 좀 나쁘시려나? 하지만, 사실 인간관계에서 이만큼 중요한 말이 없다. 상대의 말을 중도에 끊고 싶을 때, Shut Up이라고 내게 속으로 말하자. 누구든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들어주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둘이 말하는데 내가 50% 이상을 말하려고 할 때, Shut Up이라고 속으로 말하자. 음식값 계산할 때만이 아니라, 대화도 n분의 1이다!   반대로, 너무 셧업을 하는 것도 큰 문제다. 요즘 뒤늦게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키야, 이렇게 입을 닫고 어떻게 가족으로, 부부로 살 수 있었을까! 남편은 아내를 오해하면서도 묻지 않는다. 아내도 남편을 크게 오해하지만, 묻는 대신 자존심에 평생 입을 다문다. 나중에 셧업을 풀고 대화를 하면서 진정한 가족이 되어 간다. 궁금하면 묻고, 서운하면 말하고, 고마우면 표현하자! 깊고 성숙한 인간관계가 주렁주렁 맺히는 가을이 될 것이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가을 맞이 가을 맞이 장거리 운전 시니어 회원

2022-08-31

[이 아침에] 은퇴를 생각할 나이

‘엄마가 심심하다며 또 미국을 다녀와야겠다고 하셔. 심지어 뉴욕이랑 볼티모어 비행기 표만 끊어주면 혼자서 손녀들을 만나고 LA 언니 집으로 가겠다고. 엄마 연세에 비행기 자주 타는 것도 나쁘니 조금이라도 더 붙들고 있어 볼게.’ 서울 여동생이 카톡을 보냈다. 올해 87세인 엄마는 치매 아버지를 돌보며 2년여를 집에 갇혀 지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간의 감옥살이를 보상 받기라도 하듯 8개월 동안 미국에 두 차례 오셨다. 한 번은 내 이사를 도우러 LA에, 또 한 번은 연구원으로 볼티모어에 살게 된 딸의 정착을 돕기 위해 여동생을 따라 워싱턴DC에 오셨다.     연로한 엄마와 언제 또 장거리 여행을 하겠나 싶어 나도 합류했다. 뉴욕 사는 내 딸도 휴가를 얻으니 엄마, 두 딸, 손녀 3대의 여행이 됐다. 볼티모어, 워싱턴DC, 필라델피아, 뉴욕을 방문했다. “나는 차에서 기다릴 테니 너희들끼리 보고 와라. 오래 못 걸어.” 엄마는 항상 건강하고 안 늙을 줄 알았는데 내 착각이었다.   바쁜 이민 생활을 꾸리느라 변변한 여가활동이나 제대로 된 장거리 여행은 생략하고 살았다. 남편은 이민 가장의 책임감으로 자기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 ‘세계 테마기행’ 등의 여행 관련 영상을 보면 충분하다며 아이들과 나만 외국 여행을 가게 했다. 이제 이민생활도 안정되어 가족여행을 하고 싶지만 성인이 된 아이들은 부모와의 여행은 원하지 않는다. 인생은 이렇듯 엇박자이다.   코로나로 가게의 몇몇 손님이 사망하고 친정아버지를 포함 가까운 집안 어른 몇 분이 근래 돌아가셨다. 인생 한 번 즐겨보지도 못하고 세월 다 가는 건 아닌가, 겁이 덜컥 났다. ‘다리 떨리기 전, 가슴 떨릴 때 여행을 떠나라’라는 여행사 광고문구가 가슴에 와 닿는다.   갱년기를 맞아 말이 많아지는 남편과 가능한 말을 안 섞으려 하지만 여행 계획을 짤 때는 소풍 전날 어린애들처럼 의기투합하니 우습다. 은퇴하고 부부만 홀가분하게 세계 방방곡곡을 여행하자며 유튜브와 블로그를 찾아본다. 여러 나라를 짧고 분주하게 관광하기보다는 한 곳에 한 달간 머물면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꿈도 꾼다.   가게를 닫는 일요일이면 은퇴를 미리 연습하는 기분으로 산으로 들로 나갈 계획을 짠다. ‘오늘은 문화지수를 높여볼까’하며 게티센터를 찾았다. 다양한 미술 작품 외에도 탁 트인 전망과 아름다운 정원은 하루 나들이 코스로 부족함이 없다. 코로나로 예약된 손님만 받아 붐비지 않는 미술관에서 작품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싱그러운 나무 그늘 밑에 자리한 가든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곁들여 커피를 마시니 누구도 부럽지 않은 순간이다.   정원을 산책하다가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한 무리의 사람들과 마주쳤다. 소그룹이라 옆에 가서 설명을 들었다. 마침 도슨트가 한국분이라 반가웠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증명하듯 그녀의 설명을 들으니 게티에 여러 번 왔지만 건물과 정원이 새롭다. 투어가 끝나고 잠시 얘기를 나누었다. 20여년을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고 게티에서 도슨트로 일한 지 30년이 됐다 한다. 인생 2모작을 멋지게 사는 ‘지혜롭게 나이 드는 여성’ ‘닮고 싶은 여성’이다. 내가 속한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흥미 있는 분야를 공부해 뜻깊은 봉사활동을 하는 분을 만나니, 은퇴해서 여행 다닐 생각만 했던 내가 부끄럽다. 내가 흥미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내가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은 무엇이 있을까. 새로운 숙제가 생겼다.  최숙희 / 수필가이 아침에 은퇴 생각 여행사 광고문구가 장거리 여행 여행 계획

2022-05-10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생의 표지판 따라서

일은 할수록 부지런해지고 게으름은 피울수록 늘어난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면 내일이 일년이 되고 수년이 걸린다. 이유 없이 죽은 무덤 없고 나물 캐러 가는 처녀는 핑계도 많다. ‘못한다 안한다 언젠가 한다’라고 비비적대다 보면 정말 못하게 된다. 나는 몸치에 기계치, 운동치를 두루 갖춘 ‘삼치족’에 속한다, 방향감각 없어 뉴욕 아트 엑스포에 30년을 참석해도 여지껏 화장실을 못찿아 헤매인다. 길찿기 젬병이라 장거리 운전 해 본 적이 없다. 운전 미숙아로 낙인 찍히면 운전대 안 잡고 편히 여행하는 이득도 있다.   기계치로 말하자면 나는 왕중왕 타이틀 보유자다. 특별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나 애들도 쉽게 사용하는 기계나 전자제품도 쩔쩔매며 진땀을 뺀다. 부품을 잘못 끼워 오작동 시키거나 파손시키기도 한다. 귀찮아서 사용설명서를 전혀 읽지 않는 탓에 발생한다. ‘하다 하다 안 되면 지침을 읽으십시요(When it is all fail, read instruction )’는 나 같은 사람에게 하는 충고다. 아들 잔소리와 훈계 들으며 그나마 버텼는데 대학 가고부터는 난감한 신세가 됐다. 날 우습게 보는 전자제품과 컴퓨터와의 나 홀로 십년 전쟁!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 아들에게 SOS 안 보내고 대강 해결하기에 이르렀다. 절박함은 발전(?)의 어머니다.   문제는 운동이다. 2주일 이상 실행해 본 종목이 없다. ‘굳세어라 금순아’를 열창하며 시작해도 이 핑계 저 핑계 요 핑계 대며 번번이 낙마했다. 그래서 ‘나는 운동 안 하고도 잘 산다’라는 컨셉에 이르렀다. 세상만사 뜻대로 되면 얼마나 좋으랴. 운동 꼭 해야 한다는 의사 경고 받고 한강에 뛰어드는 기분으로 시작했다.   이렇게 좋은걸 왜 진작 안 했을까. 집 근처에 이토록 아름답고 호젓한 트레일(Trail)이 있는 줄 몰랐다. 트레일의 원뜻은 흔적, 지나간 자국, 배가 지나간 항적(航跡)이나 산길 또는 오솔길을 의미하는데 산책이나 운동할 수 있도록 만든 ‘걷는 길’이다. 매일 2-3 마일씩 울창한 나무 숲 사이 길을 혼자서 걷는다. 친구들이 산책로 걷자며 불러내도 ‘시간 남아 도는 니들이나 잘 하세요’ 사양했다. 정말이지 애들 키우고 사업하며 앞만 보고 달렸다. 욕망의 전차에서 뛰어내릴 수 없었다. 몸이 망가져도 지워진 지게의 무게를 벗어날 수 없었다.   첫 날에는 길을 잃었다. 트레일은 초보자가 걷는 가장 짧은 코스부터 긴 트레일까지 다섯가지 색깔로 표지판이 붙어있다. 덤벙대며 표지판을 잘못 읽어 먼 코스로 들어간 탓에 길을 잃고 첫날부터 4마일을 걸었다. 울창하게 서 있는 고목들과 돋아나는 싱그런 잎들, 언덕 넘어 실개울 건너며 산새소리와 다람쥐 동무 삼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바람이 귓볼을 간지럽히고 작은 벼랑에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들으며 생의 찌꺼기 걸러내고 영혼의 먼지를 털어낸다. 오랜 세월을 버텨온 고목들은 허리가 잘린 채로 비스듬히 누워 보라빛과 노랑색의 야생화를 품고 있다. 나무들은 죽어도 등걸로 남아 긴 역사의 버팀목으로 역사를 기록한다.   나이 먹는 일은 슬픈 일이 아니다. 어깨에 진 짐 내려 놓으면 하늘 높이 날아 오를 수 있다. 정말 꼭 하고 싶었던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 무엇을 위해 살지 않고 무엇을 하며 살고,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이는대로 살면 이름없는 들꽃에도 이름표 붙여 주리라. 여러 갈래의 표지판이 붙어있어도 헷갈리지 말고 내게 가장 적합한 표지판 따라 걷다 보면, 길을 잠시 잃어도 길 위에 길이 있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표지판 아들 잔소리 장거리 운전 운전 미숙아

2022-04-26

[독자 마당] 파피꽃은 다시 피고

 아름다운 계절 4월이 다시 찾아왔다. 5년 전 4월 파피꽃 단지가 장관을 이뤘다는 신문기사에 마침 방학으로 쉬고 있던 3명의 손주를 데리고 구경에 나섰다.     집에 있는 것보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게 하고 싶었고, 어디론가 차를 타고 떠나는 기분도 너무 좋을 것 같았다. 아침 일찍부터 며느리는 김밥을 싸고 과일과 음료수를 준비해 시끌벅적하게 떠났다. 그날 파피꽃 동산을 뛰어다니는 손주들을 보며 우리의 마음도 덩달아 뛰어다니며 즐거웠다.     그 이듬해에는 노인 친구들 몇이서 떠났다. 멋 부리며 쓰고 간 안경과 모자에 한껏 자세를 취해 찍은 사진을 다시 보니 마스크 쓰지 않은 옛날 모습이 신기해 보이기도 한다.     그 이후 코로나가 우리의 발목을 잡아 놓아 노인들은 마치 금족령이 내려진 것처럼 꼼짝 못하고 있다.     그때 뛰놀던  손주들은 이제 13살, 16살, 18살이 되었고 큰 손녀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자고 해도 따라가기 않을 나이가 된 것 같다.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뛰어 놀던 꼬마들이 이젠 키도 우리를 훌쩍 넘어버린 청소년이 되었다.     씽씽 운전하고 다녀왔던 76세 할아버지가 81세가 됐고 집에 먼지 쓰며 세워뒀던 차는 언제 운전할 지 모른다는 아들 며느리의 말에 두말 없이 처분했다. 필요할 땐 며느리 차를 빌려 병원에 다녀오지만 이젠 장거리 운전은 자녀들이 못하게 막는다.     세월만 흘러간 것이 아니라 정상적이던 모든 생활도 많이 변해 갔다. 그래도 올 봄 다시 아름다운 4월의 경치가 신문에 실리고 TV뉴스에 화려하게 나오면 마스크라도 쓰고 바람이라도 쐬러 가고 싶다. 파피꽃은 올봄에도 활짝 피어 우리를 부르겠지만 5년 전과 같은 기분이 나려나 모르겠다. 예쁜 색 새 모자나 준비해 두어야겠다.  정현숙 / LA독자 마당 할머니 할아버지 아들 며느리 장거리 운전

2022-04-18

[독자 마당] 달리기와 미소

오늘 아침에 러닝머신 위에 올랐다. 둘째 딸 아이가 자기 생일날 우리 집까지 뛰어올 거라는 결심을 밝혔을 때 나도 함께하리라는 다짐을 했다. 그래서 어제부터 달리기 연습에 들어갔다.   두 집 사이의 거리를 계산해 보니 대충 22km가 넘었다. 장거리 달리기 경험이 거의 없는, 그것도 60 중반에 접어든 내가 뛰겠다고 결정한 것은 너무 성급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일단 시작은 하고 보리라는 마음으로 러닝머신 위에 섰다.     오늘은 시속 5.2마일로 시작해서 조금씩 속도를 올려서 달리기를 멈출 때는 시속 6.2마일이었다. 뛰는 중에 엉덩이가 조금 불편해 멈출까 하다가 참고 뛰었다. 뛰다 보니 그 불편함은 사라졌다.     그런데 러닝머신의 계기판을 바라보던 시선이 한순간 앞의 거울로 옮겨 갔다. 거기에 아무 표정이 없는 한 사람이 보였다. 불현듯 ‘나는 이 새벽에 왜 달리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하는 목적은 바로 딸에게 내 사랑을 나누어 주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러면 달리는 행위 자체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래서 달리기를 하면서 ‘딸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것이 무얼까?’라는 질문을 했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선물하는 것이라는 답을 얻었다.     달리는 동안 거울을 보며 미소를 연습했다. 그런데 미소를 짓는 일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입을 열어 입술을 위아래로, 그리고 좌우로 1cm를 움직이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인지를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다. 입 주변의 근육이 얼마나 굳어 있는지 의식적으로 애를 쓰지 않으면 미소를 짓는 일이 어렵다.     오늘 아침에 아내와 나는 둘째네 집을 다시 찾을 예정이다. 운전하고 가는 내내 나는 미소를 연습할 것이다. 마음을 다해 연습한 아빠의 미소를 딸에게 선물할 것이다.  김학선·자유기고가독자 마당 미소 달리기 연습 장거리 달리기 동안 거울

2022-03-29

[살며 생각하며] 내 미소는 나의 명함 (2)

 오늘 아침에는 등 운동과 스쿼트를 마치고 러닝 머신 위에 올랐다. 둘째 딸 아이가 자기 생일날 우리 집까지 뛰어올 거라는 결심을 우리에게 밝혔을 때 나도 함께하리라는 다짐을 했다. 그래서 어제부터 달리기 연습에 들어갔다.   두 집 사이의 거리를 계산해 보니 대충 22km가 넘었다. 우리가 말하는 하프마라톤(Half Marathon)의 거리가 살짝 넘는 거리다. 군대에서 완전 군장을 하고 10km를 뛴 이후, 작년 3월에 우리 동네에서 열리는 달리기 대회에서 얼떨결에 아이들과 5Km를 뛴 것이 내 인생에서 먼 거리를 달린 유일한 경우였다. 장거리 달리기 경험이 거의 없는, 그것도 60 중반에 접어든 내가 10km의 두 배가 훌쩍 넘어가는 거리를 뛰겠다고 점심(마음에 점을 찍음)한 것은 제법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내가 생각해도 너무 나간 성급한 결정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일단 시작은 하고 보리라는 마음으로 어제부터 러닝 머신 위에 서게 되었다.   오늘은 시속 5.2마일로 시작해서 조금씩 속도를 올려서 달리기를 멈출 때는 시속 6.2마일이었다. 가끔심박 수를 체크해보았는데 최고가 132였다. 내 나이를 고려해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수치여서 마음이 놓였다. 42분 30초 동안 4마일(6.4 km)의 거리를 뛰었다. 뛰기 전에 스쿼트를 했는데 좀 무리를 했는지 달리기를 시작할 때 왼쪽 엉덩이가 조금 불편해서 멈출까 하다가 참고 뛰었다. 뛰다 보니 그 불편함은 사라지고 뭔가 상쾌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러닝 머신의 계기판을 바라보던 시선이 한순간 앞의 거울로 옮겨 갔다. 거기에 아무 표정이 없는 한 사람이 보였다. 불현듯 ‘나는 이 새벽에 왜 달리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내가 달리기를 시작하는 목적은 바로 딸에게 내 사랑을 나누어 주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러면 달리는 행위 자체가 그저 달리기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달리기를 하면서 ‘딸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것이 무얼까?’라는 질문을 하고 그 답으로 마음이 담긴 미소를 선물하는 것이라는 답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달리는 동안 거울을 보며 미소를 연습했다. 그런데 미소를 짓는 일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입을 열어 입술을 위아래로, 그리고 좌우로 1cm를 움직이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인지를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다. 입 주변의 근육이 얼마나 굳어 있는지 의식적으로 애를 쓰지 않으면 미소를 짓는 일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먼 거리 중 하나가 입술이 상하좌우로 열리는 1cm임을 새삼 깨달았다.   오늘 아침에 아내와 나는 둘째네 집을 다시 찾을 예정이다. 운전하고 가는 내내 나는 미소를 연습할 것이다. 그리고 마음을 다해서 연습한 아빠의 미소를 딸에게 아낌없이 내어 줄 것이다. 김학선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미소 명함 장거리 달리기 달리기 연습 달리기 대회

2022-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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