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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파피꽃은 다시 피고

 아름다운 계절 4월이 다시 찾아왔다. 5년 전 4월 파피꽃 단지가 장관을 이뤘다는 신문기사에 마침 방학으로 쉬고 있던 3명의 손주를 데리고 구경에 나섰다.  
 
집에 있는 것보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게 하고 싶었고, 어디론가 차를 타고 떠나는 기분도 너무 좋을 것 같았다. 아침 일찍부터 며느리는 김밥을 싸고 과일과 음료수를 준비해 시끌벅적하게 떠났다. 그날 파피꽃 동산을 뛰어다니는 손주들을 보며 우리의 마음도 덩달아 뛰어다니며 즐거웠다.  
 
그 이듬해에는 노인 친구들 몇이서 떠났다. 멋 부리며 쓰고 간 안경과 모자에 한껏 자세를 취해 찍은 사진을 다시 보니 마스크 쓰지 않은 옛날 모습이 신기해 보이기도 한다.  
 
그 이후 코로나가 우리의 발목을 잡아 놓아 노인들은 마치 금족령이 내려진 것처럼 꼼짝 못하고 있다.  
 


그때 뛰놀던  손주들은 이제 13살, 16살, 18살이 되었고 큰 손녀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자고 해도 따라가기 않을 나이가 된 것 같다.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뛰어 놀던 꼬마들이 이젠 키도 우리를 훌쩍 넘어버린 청소년이 되었다.  
 
씽씽 운전하고 다녀왔던 76세 할아버지가 81세가 됐고 집에 먼지 쓰며 세워뒀던 차는 언제 운전할 지 모른다는 아들 며느리의 말에 두말 없이 처분했다. 필요할 땐 며느리 차를 빌려 병원에 다녀오지만 이젠 장거리 운전은 자녀들이 못하게 막는다.  
 
세월만 흘러간 것이 아니라 정상적이던 모든 생활도 많이 변해 갔다. 그래도 올 봄 다시 아름다운 4월의 경치가 신문에 실리고 TV뉴스에 화려하게 나오면 마스크라도 쓰고 바람이라도 쐬러 가고 싶다. 파피꽃은 올봄에도 활짝 피어 우리를 부르겠지만 5년 전과 같은 기분이 나려나 모르겠다. 예쁜 색 새 모자나 준비해 두어야겠다. 

정현숙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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