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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미국 횡단 여행

남편은 75세가 된 3년 전 버킷 리스트를 만들었다. 첫 번째가 RV 자동차로 알래스카를 두 달간 여행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미국 횡단 여행이었다. 알래스카 RV 여행은 버킷 리스트를 만들었던 그해에 마쳤고, 3년이 지난 올해엔 미국 횡단 여행을 했다.  
 
우리는 지난 5월 말 LA를 출발 플로리다주 키웨스트로 향했다.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은 허리케인과 토네이도 등 자연재해가 겁나 망설이기도 했지만 과감하게 출발했다. 여행 도중 RV 파크에서 모기떼에 물려 혼이 나는 등 어려움도 많았지만 보고 싶었던 헤밍웨이의 집을 꼼꼼하게 구경하는 등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다. 플로리다 여행을 마치고 우리는 미국의 동북쪽 끝인 메인주까지 다녀왔다.    
 
이렇게 1만3500 마일을 달리며 많은 고비도 겪었다. 다양한 변수와 변화가 생기고 실수와 예측 불허의 상황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면 나는 나이 들어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다며 남편에게 잔소리하기도 했다.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광활하게 펼쳐진 평야를 보면 마음이 풀렸고, 각 주의 갤러리와 박물관, 국립공원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컸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잘 정비된 도로와 여행자를 위한 편의 시설에 감탄과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이번 여행에서 네브래스카 주에 도착해 미국의 50개 주 여행을 달성하자 남편은 환호했다.  그렇게 62일간의 긴 장거리 여행을 마무리했다. 남편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여행을 취미로 하면서 미국을 알차게 즐긴 것 같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며 마음껏 달리더니 남편은 집에 돌아와 며칠간 몸살을 앓았다. 2년 후 80살이 되면 그때는 아마 여행을 말리는 자식들에 요구를 순순히 따를까, 아니면  더 길고 먼 여행을 계획하고 있을까?

양기택 / 라미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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