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삶과 믿음] 인생길과 경전

한국에서 주된 불교 종단은 조계종이며 선종을 기반으로 화두를 들고 공부하는 간화선을 선법으로 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출가 전에 좌선에 관심을 가졌는데 20대에 필자 생각으로는 화두를 들고 좌선을 하는 것이 더 적극적이며 이가 깨달음의 지름길인 것 같았습니다. 따라서 좌선할 때 한동안 화두를 들고 선을 했습니다. 그러나 실지 노력보다 안정이 잘 안 되었고, 선에 집중도 또한 떨어졌습니다. 어느 날 원불교 경전을 읽고 저의 선법을 바꾸었고 그 후 좌선이 잘 되었습니다. 다음은 필자가 읽은 경전 구절입니다.   간화선은 사람을 따라 임시방편은 될지언정 일반적으로 시키기는 어려운 일이니, 만일 화두(話頭)만 오래  계속하면 기운이 올라 병을 얻기가 쉽고 또한 화두에 근본적으로 의심이 걸리지 않는 사람은 선에 취미를 잘 얻지 못 하나니라.     그러므로 우리는 좌선하는 시간과 의두 연마하는 시간을 각각 정하고, 선을 할 때는 선을 하고 연구를 할 때는 연구를 하여 정과 혜를 쌍전시키나니, 이처럼 하면 공적(空寂)에 빠지지도 아니하고 분별에 떨어지지도 아니하여 능히 동정 없는 진여성(眞如性)을 체득할 수 있느니라.(원불교 정전)   대종사 선원 대중에게 말씀하시기를 “근래에 선종 각파에서 선의 방법을 가지고 서로 시비를 말하고 있으나, 나는 그 가운데 단전주(丹田住)법을 취하여 수양하는 시간에는 온전히 수양만 하고 화두 연마는 적당한 기회에 가끔 한 번씩 하라 하노니, 의두 깨치는 방법이 침울한 생각으로 오래 생각하는 데에만 있는 것이 아니요, 명랑한 정신으로 기틀을 따라 연마하는 것이 그 힘이 도리어 더 우월한 까닭이니라.” (원불교 대종경 수행품 14)   경전이 마음공부의 방향을 가르쳐주기에 많은 불교 종단에 있어서 처음 출가한 승려들은 본격적으로 선방에서 참선 공부를 하기 전 최소한 몇 년 경전공부를 해야 합니다.     중국에 현장 스님(AD 602~664)은 10대 초에 출가하여 경전공부와 수행에 매진했습니다. 경전공부를 하면서 중국어로 번역된 불교 경전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종종 있었습니다. 실제 부처님께서 무슨 말씀을 정확히 하셨는지를 알기 위해 원전 즉 팔리어와 산스크리트로 된 불교 경전을 공부하고자 현장 스님은 29세에 중국을 떠나 인도로 향합니다. 걸어서 가는 여정이었고 고비사막을 지나고,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으로 가서 히말라야 산맥을 지나야 하는 참으로 길고 길 여정입니다. 당나라 수도 장안을 떠나 불교 수행과 연구의 요람인 인도 나란다 사원에 도착하는 데 6년이 걸렸습니다. 이곳에서 팔리어, 산스크리트로 된 부처님 경전을 5년간 공부하고, 다시 많은 불경을 가지고 중국으로 돌아왔습니다. 7년이 다시 소요되었습니다. 당시 한국, 중국 등에서 이러한 순례 여행을 떠난 스님들이 많았습니다. 태반의 순례자들은 여행 도중 사망했습니다. 신라 시대 한국에서 인도로 순례 간 혜초스님은 고비사막을 헤매다가 사람들의 뼈가 바람이 불어서 모래에 드러나면 이 길은 아마 과거 순례객이 걸어온 길이라고 생각하고 그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고 합니다. 다음은 인도로 가는 순례길에서 혜초스님이 지은 시의 일부입니다. “다람쥐와 새들도 살기 어려워 하는 히말라야 산, 난 지금 이길을 걷고 있구나.”   박물관에서 양피지로 된 두꺼운 성경을 볼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성경을 사기도 힘들었고 아주 비쌌을 것입니다. 태반의 사람들이 글도 읽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경전을 구할 수도 있고 경전을 쉽게 읽을 수 읽습니다. 우리는 참으로 좋은 시대에 태어나서 살고 있습니다.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들이여! 시대가 비록 천만 번 순환하나 이 같은 기회 만나기가 어렵거늘 그대들은 다행히 만났으며, 허다한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이 드물거늘 그대들은 다행히 이 기회를 알아서 처음 회상의 창립조가 되었나니, 그대들은 오늘에 있어서 아직 증명하지 못할 나의 말일지라도 허무하다 생각하지 말고, 모든 지도에 의하여 차차 지내가면 멀지 않은 장래에 가히 그 실지를 보게 되리라.”(수행 15)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삶과 믿음 인생길 경전 원불교 경전 부처님 경전 원불교 창시자

2024-03-14

[삶과 믿음] 경전을 왜 읽어야 하나

1983년 민간인 269명을 태운 KAL 여객기가 미국 JFK 공항을 출발해서 한국으로 오는 도중 조종사의 실수로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비행기가 소련 상공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소련 전투기가 미사일을 발사해서 민간인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비극이 한순간에 일어났습니다. 조종사의 실수가 이 같은 참사를 초래한 것입니다. 문제의 근본은 비행기가 가야 할 경로를 이탈한 데 있습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삶은 여러 난관과 고통을 겪기 마련인데, 부처님 말씀에 따르면 고통의 주된 원인은 우리가 ‘마땅히 가야 할 길’을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진리를 한자로 도(道)라 표현하는데, ‘길’이라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나는 진리요, 길이요, 생명이다.” 말씀하셨습니다. 제불제성의 가르침은 우리를 행복과 자유로 가는 길(Way)을 제시한 것입니다. 우리가 익숙하지 못한 곳을 운전해 갈 때 내비게이터가 있어 길을 잘 가르쳐 줍니다. 인생길에서 최선의 길을 우리가 모를 때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을까요?   불보살들의 가르침이 담겨있는 ‘경전’이 바로 이 길을 제시합니다. “성인이 나시기 전에는 도(道)가 천지에 있고, 성인이 나신 후에는 도가 성인에게 있고, 성인이 가신 후에는 도가 경전에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주문하면 날로 된 고기와 채소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져서 적당히 잘 익혀서 나옵니다. 경전은 진리 자체를 담고 있지만, 경전이란 우리가 현실생활에서 그 진리를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진 교과서입니다. 경전은 우리 인생을 풍족하고 자유롭게 사는 길을 가르쳐 주는 인생 안내서입니다.   원불교 정전에 ‘경전’은 다음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경전은 우리의 지정 교서와 참고 경전 등을 이름이니, 이는 공부인으로 하여금 그 공부하는 방향로를 알게 하기 위함이요.” 경전은 “공부하는 방향로를 알게 하기 위함”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목적지에 가기 위해 운전을 열심히 하는 것도 주요하지만 방향을 모르면 열심히 운전하는 것이 의미가 없습니다.     원불교 초창기에 좌선과 명상에 큰 관심을 가지고 정진하는 한 제자가 있었습니다. 좌선하면 잡념이 차차 사라지고 우리 몸에서 수기가 올라오고 화기가 내려가서 몸과 마음이 상쾌하게 되는데 그는 수승 화강을 조급히 바라다가 도리어 두통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공부하는 길을 잘 알지 못하는 연고라, 무릇 원만한 공부법은 동과 정 두 사이에 공부를 여의지 아니하여 동할 때는 모든 경계를 보아 취사하는 주의심을 주로 하여 삼대력을 아울러 얻어 나가고, 정할 때는 수양과 연구를 주로 하여 삼대력을 아울러 얻어 나가는 것이니, 이 길을 알아 행하는 사람은 공부에 별 괴로움을 느끼지 아니하고 바람 없는 큰 바다의 물과 같이 한가롭고 넉넉할 것이요, 수승 화강도 그 마음의 안정을 따라 자연히 될 것이나 이 길을 알지 못하면 공연한 병을 얻어서 평생의 고초를 받기 쉽나니 이에 크게 주의할지니라.” (원불교 대종경수행품 40)   많은 수행인들이 열심히 공부하지만 종종 그 ‘방향로’를 몰라서 고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이 인생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그‘길’을 모르기에 많은 사람이고통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대종사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 공부 길을 잡았나?” 자주 물어보셨다 합니다. 수행에 있어서나 혹은 인생의 어떤 목적을 이루는데 있어서나 정확한 길, 최선의 길을 아는 것이 주요합니다.   “수행 없는 이해는 공허하고, 이해에 바탕을 두지 않는 수행은 장애를 초래한다.” 어떤 선지식의 말씀입니다. 종일 지도만 들어본다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도 아니며, 지도 없이 모르는 길을 무작정 운전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는 말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삼가 너희는 너 생각을 믿지 마라.” 하셨습니다. 특히 초보 수행자일수록 경전을 가까이하며 공부길, 인생길을 자주 점검받아야 합니다.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삶과 믿음 경전 참고 경전 원불교 대종경수행품 부처님 말씀

2023-12-14

[이 아침에] “잘들 허쇼 잉!”

원불교 전산 중앙종법사 LA 대법회에 다녀왔다. 원불교 미국서부교구에서 김주원 중앙종법사의 LA 방문을 맞아 준비한 행사였다. 중앙종법사는 천주교의 교황에 해당하는 분이라 했다. 한국 4대 종교의 하나인 원불교 수장은 어떤 분일까. 그리고 어떤 설법을 펼치실까 궁금했다.     행사 장소인 LA 원불교당은 사람들로 붐볐다, 행사에 참석할 수 없는 사람은 줌을 통해 함께 할 수 있고, 질의응답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된 행사였다. 사물놀이 공연과 시낭송을 비롯한 몇 가지 식전행사에 이어 종법사님의 강의가 시작됐다.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었다.     줌을 통해 전국에서 질문이 들어오고 현장에 참석한 교도로부터도 질문이 이어졌다. 뉴욕 거주 어떤 분의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유튜브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는 행사였다.     중앙종법사님은 모든 질문에 대해 쉽고 명쾌한 답을 주었다. 어떤 분의 질문에 대해 ‘나를 확장해 가면(大我) 대상은 작아지게 마련’이라고 한 답은 기억에 오래 남았다. 마침 쟁반 위에 놓여있는 컵을 가리키며 “이 컵이 쟁반에 있으면 거의 1/3을 차지하지만 책상 위로 옮기면 더 작아지고, 이 방 전체로 확대해 생각하면 정말 하찮은 존재가 된다”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이를테면 분자를 상수로 두고 분모를 키우면 분자의 존재는 그만큼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어떤 고민도 어려움도 ‘내 마음을 다스려’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가 됐다.      사실 필자는 강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분의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에 더 마음이 끌렸다. 어떤 경지에 이르면 저렇게 어린아이처럼 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웃집 아저씨나 할아버지 같은 소박함도 몸에 밴 듯싶었다.     대법회의 화룡점정은 그분의 마지막 멘트 “잘들 허쇼 잉!” 이었다. ‘여러분이 알아서 잘들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정도의 얘기다. 그런 내용을 어쩌면 저렇게 짧은 언어로, 저렇게 유머러스하게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마무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불교는 1916년 소태산 박중빈에 의해 시작된 신흥 종교이다. 소태산은 “4,50년이 지나면 이 나라 전체에서 요구하는 종교가 될 것이요, 400,500년이 지나면 결복기(結福期)가 되어 전 인류가 요구하는 종교가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예언대로 국내에서는 이미 4대 종교의 하나가 되었다.     원불교가 미국에 뿌리내린 지 반세기가 됐다고 한다. 백여 년 전,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영민한 한 선각자에 의해 생성된 종교, ‘물질이 개벽 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기치를 내건 이 종교가 자본주의의 본산 미국에서 어떻게 꽃피워 나갈지 흥미롭다. 이 땅 미국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 앞날이 자못 궁금하다.     “잘들 허쇼 잉!” 전산 김주원 중앙종법사님 강의 마지막 말씀, 짧지만 긴 의미를 가진 이 말 속에 원불교의 미래가 담겨있지 않을까.  정찬열 / 시인이 아침에 김주원 중앙종법사 원불교 전산 원불교 서부교구

2023-07-05

"강자와 약자는 함께 살아가는 은혜의 관계"

원불교 최고 지도자인 전산 김주원 중앙종법사가 LA를 방문했다. 지난 2021년 출범한 원불교 미국 총부와 레이크엘시노어 지역에서 착공을 앞둔 미주서부훈련원 등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김주원 중앙종법사는 오는 7월2일 원불교 LA교당에서 열리는 서부 지역 합동대법회에서 설법을 한다. 이에 앞서 김주원 중앙종법사가 본지에 미주 지역 한인들을 위해 심법을 갖추기 위한 방법을 전했다. 다음은 김주원 중앙종법사와의 일문일답.   -지금 세상은 어떤가.   "과학문명의 눈부신 발전 속에서도 인류는 여전히 갈등과 반목, 전쟁으로 인한 정신적 불안과 물질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불교의 소태산 대종사는 미래 세상을 전망하며 '무릇 세상은 강과 약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나니 강자와 약자가 서로 진화의 도를 행하면 이 세상은 원만하고 평등한 낙원이 되겠지만 그 도를 행하지 못하면 세상의 평화는 영원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셨다."   -다툼이 그치지 않는 이유는.   "어리석음 때문이다. 서로가 하나로 연결된 공동체라는 자각, 강약 진화의 도를 알지 못해서다. 모든 만물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려면 지혜의 등불을 밝혀야 한다. 특히 팬데믹 사태 이후 각종 위기를 겪으면서 지구 공동체와 우리 삶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성찰과 지혜를 요청받고 있다."   -지혜의 등불이란.   "강자와 약자는 함께 살아가는 은혜의 관계다. 강자는 약자로 인하여 강자의 지위를 얻는 것이다. 약자를 잘 보호하고 인도할 책임이 있다. 반면, 약자는 강자의 인도와 도움으로 점점 강자의 지위에 오를 수 있으므로 강자를 스승으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강약진화의 도에 대해 소태산 대종사는 실천 방안을 밝히셨다."    -실천 방안은.   "자력을 공부 삼아 양성해서 사람으로서 면할 수 없는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 동시에 힘이 미치는 대로 자력 없는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 이는 인권의 평등을 가져온다. 교육 기관의 확장도 중요하다. 모든 후손을 두루 교육하는 타자녀 교육이 실현되면 교육의 평등이 이루어져 세상의 문명이 촉진될 수 있다. 사회를 위해 일하는 공도자가 많이 나오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도자가 많이 나오려면.   "국가, 사회, 종교계 등의 공도자를 자녀가 부모에게 하는 도리처럼 극진히 대해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 자신도 공도 정신을 이어받아 공공을 위해 헌신하고 활동해야 한다. 그러면 이 세계는 생활 평등이 이루어져 살기 좋은 세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   -더불어 사는 것의 강조인가.   "생태 문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원불교에는 성현들이 밝혀준 십대교훈이 있다. 미래는 개척해 가는 것이다. 모든 생령이 함께 잘 사는 번영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공생공영의 정신이 중요하다. 삶에서 낡은 관습, 이기주의를 버리고 자비행을 실천해야 한다."    -자비행을 실천하려면.   "여러 마음이 한마음이 되어 틈 없는 심경으로 서로 돕고 이끌어 주어야 한다. 묵은 세상이 새로운 세상이 되려면 종교 역시 수도와 생활이 두개로 존재하는 게 아닌, 살아있는 종교가 돼야 한다. 정신, 실행, 수행, 의식주 생활을 한가지 생명선으로 알고 영과 육을 쌍전해야 한다."   -수행에 있어 주의해야 할 점은.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지나친 무리는 삼가야 한다. 대산종사께서는 '매사에 과한 것보다는 조금 부족한 것이 좋으니 항상 마음의 안정과 여유를 가지고 올바른 판단을 얻은 후 법 있고 순서 있게 실행하라' 하셨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신, 육신, 물질의 수지대조와 예축 생활로 동정간 균형을 잃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인간은 늘 욕심과 싸운다.   "진정한 의로움은 홀로 차지하지 않고 함께 나누는 것이다. 대종사는 자기만 좋자고 남을 해하는 것은 역리(逆理)로 구하는 것이라 했다. 심지어 뜻에 다 맞더라도 그 만족한 일을 혼자  차지하지 않고 세상과 같이 나누어 즐기라 하셨다. 베풂의 심법이 그래서 중요하다."   -베풀지 못하면.   "독권독한(獨權獨恨)의 길이 있다. 권리를 독차지하면 반드시 그 뒤에 한이 되는 일을 당하기 때문에 그 권리를 두루 나눠야 한다는 말이다. 성함 뒤에는 반드시 쇠가 따르는 이치가 있기 때문에 항상 넘치지 말고 오직 중도를 행해야 한다. 원불교는 그래서 삼학공부를 중시한다. 본래 마음을 잘 회복하여 얻는 수양력, 마음을 깨닫는 연구력, 마음을 바르게 사용하는 취사력을 의미한다. 이런 훈련을 열 번, 백번, 천 번, 만 번 거듭할 때 힘을 얻고 큰 인격을 이루게 된다."   ☞전산 김주원 중앙종법사는   1948년 전라북도 전주에서 출생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교동교당에서 입교하여 교전을 접했다. 원불교 교도들의 법위 등급에 따른 단계별 훈련 체계를 정립하는데 이바지했다. 법규 정비, 교헌 개정, 대산종사법어 편찬, 경인교구 교화후원재단 설립 등의 업적을 남겼다. 영산선학대학교 총장으로 재직 중 지난 2018년 9월 18일 제234회 임시수위단회에서 6번째 종법사로 선출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편, 원불교는 일제 강점기인 1916년 소태산 대종사(박중빈)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세워진 종교다. 신앙과 수행을 통해 정신의 세력을 확장하여 물질의 노예 생활을 하고 있는 일체 생령을 낙원으로 인도하는 게 목적이다. 불법을 시대화, 생활화, 대중화한 새로운 불교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강자 은혜 김주원 중앙종법사 원불교 총부 원불교 최고

2023-06-26

[삶과 믿음] 신앙 수행의 방향로

제가 수년 전 미국에 있는 어떤 한의원에 간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한의사가 되기 위해 한의학, 침구 등의 수업 및 제반 실습 과정을 마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에 개업을 하시는 분들 나이가 보통 지극히 됩니다. 그러나 그 미국 한의사는 20대 후반 정도로 아주 젊은 한의사였습니다. 그분이 저의 진맥을 마치고 어떤 한약을 처방해 주는데 왠지 그분 나이가 젊어서 그런지 그 약에 대한 믿음이 잘 가지 않았습니다. 실지 그 미국 한의사의 실력이 어떤가는 알 수는 없었지만 제가 그 한의사에 관한 믿음이 약하니, 처방한 한약을 장기간 먹어야 된다는 그 말을 듣지 않게 되었습니다.     원불교 경전에는 믿음이 다음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신(信): 신이란 믿음을 이름이니, 만사를 이루려 할 때 마음을 정하는 원동력(原動力)이니라. 마음공부에 있어서나 어떤 일을 성취하고자 하는 경우에나 그것에 대한 신뢰, 믿음이 아주 주요합니다. 그것에 대한 믿음이 없거나 혹 부족하면 그것을 과감하게 할 마음이 부족할 것이고, 당연히 그것을 성공시킬 가능성이 작아집니다.     부처님께서 “불법의 바다는 오직 믿음으로 들어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수행이라는 것, 깨달음 혹은 마음의 자유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미지로 가는 여행과 같습니다. 잘 아는 길, 여러 번 가 본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모르는 길을 가는 여정입니다. 마음공부에 있어서 열반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믿고 의지해야 할까요? 수행인은 우선 진리를 깨달음, 부처님의 말씀을 믿고 의지해야 합니다. 이는 흡사 잘 모르는 목적지를 갈 때 지도 혹은 내비게이션을 믿고 운전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부모님, 친구들, 배우자 등 우리를 아끼고 우리가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와 같이 깨달음을 얻고 마음의 자유를 얻은 분이 아니며, 나와 같이 많은 고민과 방황을 하며 사는 분들입니다. 그들이 우리를 도와줄 마음이 있어도 그들 역시 영생의 길을 확실히 모르기에 그들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그들 말을 그대로 따를 경우 우리 인생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 갈 가능성이 큽니다.     진리를 깨달은 부처님, 예수님 등 성자들께서는 인간 고를 벗어나신 분들이며, 어떻게 해야 고를 벗어나 영생을 얻는가에 관한 길을 ‘확실히’ 아시는 분들입니다.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님께서는 “난 국민학교도 나오지 않아 세상 지식은 없다. 그러나 너희들 부처 만드는 것만은 확실히 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비행기를 탈 때 조종사를 믿듯, 배를 탈 때 항해사를 믿듯, 우리는 진리의 길을 갈 때, 진리를 깨닫고 그 진리에 이르는 길을 아는 부처님의 말씀을 우선 믿고 의지해야 합니다. 이분들의 말씀은 ‘경전’에 담겨 있습니다. 마음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은 우선 경전을 잘 읽어 영생이 있다는 것과 영생 길을 잘 찾는 수행법을 알아야 합니다.   차를 열심히 운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방향을 아는 것이 우선이며, 그래야 목적지에 단시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너 공부길 잡았냐?”라는 질문을 제자들에게 자주 했다고 합니다.   내가 나의 수행에 있어서 또한 내 인생에 있어서, 그 방향, 그 ‘길’을 잘 잡았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그 길은 성경, 불경 등의 경전에 잘 설명이 되어 있으며 수행인은 우선 성현들의 말씀이 담겨 있는 경전에 큰 믿음을 세우고 이를 잘 공부해서 공부의 방향로를 알고 수행을 시작해야 합니다.     원불교 정전에는 경전이 다음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경전은 우리의 지정 교서와 참고 경전 등을 이름이니, 이는 공부인으로 하여금 그 공부하는 방향로를 알게 하기 위함이요.”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삶과 믿음 방향로 신앙 신앙 수행 원불교 경전 보통 한의사

2023-05-18

"스와니에 새 원불교 법당 건립 추진" 박진은 애틀랜타 교무

박진은 원불교 애틀랜타 교당 교무가 19일 본사를 방문, 새해 계획을 밝혔다.     원불교 애틀랜타 교당은 2005년부터 시작됐다. 박진은 교무는 2020년에 뉴욕에서 조지아로 부임해 현재 두 번째 임기 중이다.     그는 "스와니에 확보한 3에이커 부지에 새 법당을 건립하기 위한 준비 중"이라며 "임기가 끝나는 3년 안에 건축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법당 부지에 소화전과 하수도라인을 확보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문제가 잘 해결되어 현재는 건설 업체를 지정하는 등의 과정을 준비 중이다.     박 교무에 따르면 법당 건설 목표 모금액은 60만 달러로, 애틀랜타 초대 교무인 고선도 교무의 시드머니에부터 시작해 현재 40만 달러까지 모금했다.     아울러 박진은 교무는 뉴욕에서 이민사회와 지역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하던 경험을 살려 애틀랜타 노인회 등에 꾸준히 나가 봉사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원광복지관 활동을 활발히 시작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먼저 지난해부터 이어온 무료 선요가 수업을 3월부터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선요가 수업은 봄 3개월, 가을 3개월 동안 진행할 예정이며, 명상하는 법과 단전호흡 등을 배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올해부터 한글학교도 시작한다. 조지아대학(UGA)에서 교육학 박사과정 중에 있는 분을 교장으로 초빙하였으며, 박 교무는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학생들에게 한글, 한국 문화, 역사 등을 가르칠 예정이다.     그는 또 "다양한 민속놀이를 배울 수 있고, '좋은 습관 기르기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박 교무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메디케어, 소셜 연금, 세금보고 등에 대해 도움 및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와 더불어 한인사회가 상생하고 은혜로 거듭나서 다 함께 잘 사는 커뮤니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문의=678-395-1445 윤지아 기자한인사회 지역사회 지역 커뮤니티 원불교 애틀랜타 애틀랜타 노인회

2023-01-19

[삶과 믿음] 마음공부와 훈련

중세 시대 한 화가가 예수님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자기 마을에서 가장 선하고 정직해 보이는 사람을 찾아 그를 모델로 예수님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몇 년 뒤 그 화가는 예수님을 판 유다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자기 동네에서 가장 악하고 간사하게 보이는 사람을 찾다가 결국 감옥에서 모델을 찾기로 했습니다. 항상 분노에 가득 차 있고 악해 보이는 한 죄수를 발견했고, 그가 유다 모델로서 적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려고 그 죄수를 보니 그가 아주 눈에 익은 사람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죄수는 자기가 수년 전 예수님을 모델로 그린 그 청년이었습니다. 그 청년이 어떤 환경 속에서 방탕의 길을 걷다가 중죄로 감옥으로 들어오게 되어, 그의 얼굴과 인생이 그렇게 변해 버린 것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마음을 쓰냐에 따라 우리 인생이 예수님같이 되기도 혹은 유다 같이 되기도 합니다.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마태 26:41) 예수님 말씀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마음을 잘 쓰려고 해도, 마음이 잘 훈련되어 있지 않으면 우리는 마음을 잘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공부는 선, 명상 등의 ‘훈련’을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훈련(訓練)에서 훈(訓)이란 ‘가르칠 훈’, ‘훈습 할 훈’입니다. ‘훈습’의 사전적 정의는 ‘열심히 노력하여 숙달하는 것’입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 좌선을 매일 하는 것, 경전을 정기적으로 봉독하고 연마하는 것 등 우리가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열심히 ‘실행’ 노력을 해서 이가 우리의 생활 습관이 되게 우리 인생을 숙달시켜야 합니다. 이는 ‘스스로’ 가르치고 실천해야 하는 것으로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훈련(訓練)에서 련(練)이란‘익힐 연’,‘단련할 연’입니다. 한자 련(練)의 본래 의미는 ‘쇠 불릴 연’입니다. 용광로에서 쇠를 불에 달군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다이어트를 하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 기도와 명상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 등이 처음에는 재미있지 않습니다. 쉽고 재미있지는 않지만 일단 반복하여 습관이 되면 그 유익이 한량없습니다. 재미있지는 않지만 반복적으로가치 있는 일과 행동을 하면, 즉 ‘훈련’을 하면, 쇠가 용광로에 들어가는 것과 같이 처음에는 어려울지 몰라도, 나중에는 우리 삶이 정금같이 되어 한량없이 발전되고 수준이 올라갑니다. 우리 인생의 여러 고통과 경계를 당할 때, 내 인생의 쇠가 최고의 품질로 거듭나기 위해 이 용광로를 통과한다고 생각하시고, 신앙 수행인들은 어려운 경계를 잘 극복해야 합니다.     원불교 초창기 한 제자가 식당 고역에 힘들어 하는 것을 보시고,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다음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희가 일이 고되어 얼굴이 빠짐이로다. 너희들이 이 공부 이 사업을 하기 위하여 혹은 공장 혹은 식당 등에서 모든 괴로움을 참아 가며 힘에 과한 일을 하는 것은 비하건대 모든 쇠를 풀무 화로에 집어넣고 달구고 또 달구며 때리고 또 때려서 잡철은 다 떨어버리고 좋은 쇠를 만들어 세상에 필요한 기구를 제조함과 같나니, 너희들이 그러한 괴로운 경계 속에서 진리를 탐구하며 삼대력을 얻어 나가야 범부의 잡철이 떨어지고 정금(精金) 같은 불보살을 이룰 것이라, 그러므로 저 풀무 화로가 아니면 능히 좋은 쇠를 이뤄내지 못할 것이요, 모든 괴로운 경계의 단련이 아니면 능히 뛰어난 인격을 이루지 못하리니, 너희는 이  뜻을 알아서 항상 안심과 즐거움으로 생활해 가라.”     훈련, 수행이라고 하는 것이 과거 석가모니 부처님과 같이 처자를 버리고 왕궁을 떠나서 산에서 구도하는 것이 아닙니다. 때론 조용한 시간, 충전의 시간을 위해 혼자 있거나, 산에 가거나, 이런 훈련에 참석하는 것도 주요하지만, 가장 주요한 것은 현실 가운데 사실적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사실(事實) 즉 일(事)과 현실(實) 가운데서 훈련을 해야 하고, 이가 바로 실지공부며, 이러한 신앙과 수행이 우리의 현실 삶을 바로 향상해 줍니다.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삶과 믿음 마음공부 훈련 유다 모델 원불교 초창기 원불교 창시자

2022-11-17

미 전함 최초로 원불교 깃발 게양…군 규정 '법회 때 내 걸어야'

미국 해군 구축함에 사상 처음으로 원불교 삼각기(사진)가 휘날렸다.   미 해군은 14일 “미해군 구축함 ‘USS맥폴(DDG 74)’호에서 지난 11일 해군의 김세정 군종이 법회를 진행하는 동안 원불교의 삼각기가 내걸렸다”며 “이는 해군의 종교적 다양성을 수용하는 의미로 해군 전투함에 불교 관련 삼각기가 휘날린 건 역사상 처음”이라고 밝혔다.   해군에 따르면 군종이 종교 관련 서비스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해당 종교의 삼각기를 기함에 내걸어야 하는 규정이 있다. 이번에 종교 관련 삼각기가 내걸린 것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에 이어 원불교가 네 번째다.   원불교 삼각기가 휘날리게 된 것은 김세정(법명 일덕) 원불교 군종의 역할이 컸다. 김 군종은 원불교 LA교당 출신으로 지난 2017년 미국 육해공군을 통틀어 한인 여성 최초로 불교 군종 장교가 됐다. 〈본지 2017년 8월 8일자 A-1면〉   김 군종은 “미군에서 불교 신자가 많지는 않지만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 군인이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그들에게 불교의 영성을 전하고 도울 기회를 얻게 돼 감사하고 삼각기가 날리는 특별한 순간의 이 기쁨을 불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원불교미주서부훈련원 양은철 교무는 “원불교의 가르침이 미국인들에게도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김 군종의 노고에 대해 원불교 성직자로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김세정 군종은 원불교 3대 종법사를 33년간 재임한 ‘대산종사’의 손녀이기도 하다. 시카고에서 태어났고 지난 2006년 성직자가 됐다. 한국 원광대학에서 지난 2016년에 불교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장열 기자원불교 깃발 원불교 삼각기가 원불교 깃발 원불교미주서부훈련원 양은철

2022-09-15

[삶의 향기] 포기의 미덕

치과에 갈 때마다 치과 선생님은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세요” 하신다.     당연히 치아의 건강과 스트레스는 상관관계가 있겠지만, 문제는 마치 “그 쉬운 걸 왜 못하세요”라는 듯한 뉘앙스다. 가벼운 인사 겸해서 하시는 말인 줄 알기 때문에 불쾌한 정도는 아니지만, “누군들 스트레스받고 싶어 받나요”라며 속으로 볼멘소리가 올라오곤 한다.   마음을 비우는 것이 행복의 첩경임을 늘 강조해 오면서도 어떻게 마음을 비우는가에 대한 안내가 없다면, “비워야 하는 건 알겠는데, 그게 쉬운 게 아니잖아요” 하는 독자들의 볼멘소리를 필자 역시 듣게 될지 모를 일이다. 명상이나 염불 외에 보다 현실적인 방법들을 소개해본다.   첫째, 포기할 건 포기해야 한다. 불가에 ‘무관사(無關事)에 동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나의 능력 밖의 일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갖지 말라는 의미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걱정이 실제로는 별 의미가 없다고 한다. 응원하는 팀이 지면 그날은 분해서 잠을 못 잘 만큼 학창시절에 농구를 좋아했다. 속을 끓인다고 승부가 바뀔 리가 없다. 5년 전 동남아시아 불교 유적 답사 중 소매치기를 당했다. 분하고 억울했지만, 해외에서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현지 경찰에 신고하는 것뿐이었다. 마음을 끓인다고 소매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돌아보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로 인해 고민하고 걱정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포기할 건 포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둘째, 대치(代置) 공부다. 작년에 원불교 신문사에서 교리 관련 칼럼 요청이 있었다. 현재 맡고 있는 훈련원 건축이 어려움에 부닥쳐 있어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거절할 명분이 없어 수락했다. 최소한 칼럼을 준비하고 쓰는 동안만큼은 훈련원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이러한 정신의 휴식은 어려운 시기를 버티고 맑은 정신으로 훈련원 일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어떤 일에 집중하는 것은 명상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아 잡념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 내가 하는 일은 ‘베푸는’ 것이 아니라 ‘갚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훈련원 건축을 하다 보면 사업 허가나 도로포장 등을 위해 이웃의 허락을 받아야 할 일이 종종 생긴다. 평소 왕래가 없던 이웃에겐 거절을 당해도 서운한 마음이 덜하지만, 작년 추수감사절에 와인을 선물했던 이웃이 거절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와인까지 선물했는데도 불구하고 허락을 안 해주다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작은 선행이 오히려 큰 죄업을 짓게 되는 경우’이고, 불가에서 무상보시(無相布施·베풀었다는 관념과 상이 없는 것)를 강조하는 이유이다.     모두가 은혜이니 보은하는 것은 당연하고, 인과로 보면 베푸는 것과 갚는 것이 둘이 아니다. 필자같이 가진 것이 없는 사람도 때로는 정신, 육신, 물질로 보시할 경우가 생긴다. 보시할 때, 은혜를 베푼 후에 관념과 상을 놓으려 하기보다 은혜에 보답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마음은 비우면 편안해지고 밝아진다. 불교 공부는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결코 과언이 아니다.   drongiandy@gmail.com 양은철 / 교무·원불교미주서부훈련원삶의 향기 미덕 훈련원 걱정 훈련원 건축 원불교 신문사

2022-08-29

인터뷰 시카고 방문 미국 원불교 황도국 종법사

미국 원불교 최고 직위에 있는 죽산 황도국 종법사(69•사진)가 지난 3일 시카고를 방문했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   시카고 교당에서 만난 황도국 종법사는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의 개교 표어를 설파하며 “과학 문명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의 정신 문제가 발생하니 삶을 관리하고 인도하는 원불교는 앞으로 더욱 빛이 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한국 원불교는 교단을 총괄하는 중앙총부(종법사)와 해외에는 교구를 두고 있었으나 지난해 효과적인 미국 현지 교화를 위한 조직으로 개편하며 미국에도 자치교헌을 마련하고 황도국 전 서울교구 교구장을 미국 종법사에 임명했다.   미국 원불교의 출범으로 작년 9월 미국 첫 종법사에 추대된 그는 경쟁의 시대에서 상생의 시대로, 차별의 시대에서 평등의 시대로, 어둠의 폐쇄 시대에서 대명천지의 열린 시대로 변천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용을 중시하고 생활종교를 실천해 가는 것이 원불교의 교리이며 최근 명상과 동양사상에 관심이 증가되고 있는 미국 사회의 변화에 맞춰 교도 확장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총부가 있는 뉴욕주 Claverack 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전북 김제 출신으로 증조부모 님 때부터 원불교 집안으로 그는 원광대 원불교학과를 나와 교무가 됐다. 3대 종법사 중 대산종사를 스승으로 모셨으며 교화훈련부장, 재단법인 원음방송국 이사장, 경남교구 교구장, 서울교구 교구장 등을 역임했다.     박우성 위원미국 원불교 황도국 종법사 원불교 황도국 인터뷰 시카고

2022-05-05

과도한 '인본주의' 자만심 초래…'은본주의'로 나아가야

불안과 갈등의 시대 속에서 은혜, 감사 세상에 드러나야   미주 총부 출범은 현지화 의지 레이크엘시뇨에 곧 명상 센터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관심은 원불교가 제일 강조하는 부분   대각개교절(大覺開敎節·4월 28일)은 원불교 최대 경절이다. 1916년 4월28일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큰 깨달음을 계기로 원불교를 창시한 날이다. 이를 앞두고 지난 24일 원불교 LA교당에서는 원기 107주년 대각개교절 기념식이 열렸다. 그동안 팬데믹 사태로 인해 각종 모임을 제한적으로 진행해오던 원불교 LA교당은 이날부터 모든 법회도 대면 형식으로 전환했다. 원불교 미국서부교구장을 맡고 있는 양윤성(사진) 교무와의 일문일답.   -대각개교절은 어떤 날인가.   "1916년 4월 28일은 원불교가 시작된 날이다. 1916년을 원기 1년이라 한다. 그때 창시자인 소태산 대종사께서 '대각(大覺)' 하시고 원불교를 '개교' 하셨다. 원불교의 가장 중요한 경축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미국 총부가 출범했다. 한국에도 총부가 있지 않나.   "기존 총부를 둔 상태에서 다른 나라에 '지부'가 아닌 '총부'를 설립한 것은 종교사에서 유래가 없는 일이다. '현지화(localization)'에 대한 간절함과 강력한 의지를 동시에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지금껏 미국 교화에 장애가 되어왔던 '한국식' 복장이나 제도 등을 이곳 현실에 맞게 자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규모 명상센터를 준비중인데.   "LA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레이크 엘시뇨에 3200 스퀘어피트의 부지를 매입하면서 메디테이션을 집중으로 하는 센터 설립을 위한 10년 기도를 시작했었다. 2014년에 관리를 하는 집을 마련했고 지금은 착공을 앞두고 있다. 1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한인들을 위한 기도 장소가 필요하다. 특히 선을 해야 하는 우리들로서는 모두가 오래전부터 소망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시설을 갖추나.      "10여 년 전부터 준비해온 '미주서부훈련원(Won Meditation Center)'은 2년 후 완공이 목표다. 일반교당과 달리 명상을 중심으로 하는 수행 센터라 보면 된다. 명상 수업 장단기 선훈련 템플스테이 등이 가능하다. 법당 선실 강의실은 물론 숙소와 식당도 준비 중이다. 국적 인종 종교를 막론하고 마음과 영성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와서 수행할 수 있다."   -불안과 갈등의 연속이다. 현시대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원불교의 대안은 무엇인가.   "인간의 존엄과 주체를 강조한 '인본주의'는 '신본주의'의 폐해를 보완한 면이 있다. 하지만 심각한 환경오염과 자만심(아상.我相)의 증대를 초래했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모두가 서로서로 은혜임을 알아서 보은하고 감사 생활을 하자는 것이 바로 원불교의 핵심 가르침이다. 모두가 은혜이다. 심지어 성경에도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이 있지 않나. '과도한 인간 중심의 사고(인본주의)'에서 '은본주의(恩本主義)'로 나아가야 한다. 은혜와 감사의 가르침이 세상에 더욱 드러나야 한다."   -앞으로 계획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성금을 모금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이슈에 대한 동참'이 부족했다는 반성을 했다. 교리적으로도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원불교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다. 교법의 사회적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아웃리치에 좀 더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   원불교의 '마음 챙김'…미국서 각광받아     전국서 30여 개 교당 운영 현지화 위한 발 빠른 대응   1916년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少太山.1891~1943ㆍ본명 박중빈) 대종사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가 교단 일을 잘해서 나중에 비행기 타고 외국으로 나갈 거다. '소쿠리 비행기'도 타고다닐 거다."   '소쿠리 비행기'는 헬리콥터를 가리킨다. 일제 식민지 시절이던 당시에는 그저 '상상 속의 이야기'였다. 대종사의 예언대로 지난해 9월 미국 총부가 공식 출범했다. 죽산 황도국 종법사가 초대 미국 종법사 자리에 올랐다. 현재 원불교는 전국에 걸쳐 30여 개교당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총부의 출범은 한국 토종 종교인 원불교가 독자적인 자치권을 가진 미국 현지 총부를 중심으로 교법의 현지화에 매진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올해 대각개교절을 앞두고 한국 원불교의 나상호(61) 교정원장은 "미국 서부는 교포 비중이 크다 반면 동부는 교도의 80%가 미국인"이라며 "현지에 맞는 교화가 필요하다. 미주 종법사가 나오면서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현재 원불교는 전국적으로 빠르게 교세를 확장하고 있다. 생활 속 명상 마음챙김으로 불리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교리적 가르침과 실천을 중시하는 원불교의 신행생활이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황도국 미국 종법사는 "마음을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면에서 미국은 생활 종교인 원불교 교법이 잘 맞아떨어지는 곳"이라며 "서부 지역에서 들어설 명상 센터 역시 마음의 치유를 원하는 이들이 드나들며 원불교 교법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진리에 대한 확신을 갖고 신행생활에 나서는 수행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장열 기자인본주의 자만심 원불교 서부교구장 원불교가 제일 원불교 최대

2022-04-25

[삶과 믿음] 정신수양의 필요

탁월한 수학자, 철학자들의 머리는 비싸고 성능 좋은 스포츠카와 같습니다. 스포츠카에 브레이크가 없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 차는 반드시 사고가 납니다. 수양 없는 현대인이 불안증, 강박증 등을 가지는 근원은 정신을 잘 쉬지 못하는 생활 습관에 기인하며, 이 같은 인생은  브레이크 없는 차를 모는 것과 같습니다. 쉬임 없는 우리 인생에서 일어나는 차 사고가 원불교 경전에는 다음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결국은 가패 신망도 하며, 번민 망상과 분심 초려로 자포자기의 염세증도 나며, 혹은 신경 쇠약자도 되며, 혹은 실진자도 되며, 혹은 극도에 들어가 자살하는 사람까지도 있게 되나니….”   어떤 학자의 통계에 따르면 현대인들의 수많은 근심과 염려 중 40%는 실지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며, 30% 정도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실책 등 생각해도 소용없는 것이며, 20%는 아주 하찮은 것이며, 4% 정도는 날씨, 경제 상황 등 우리가 컨트롤하기 힘든 것에 관한 염려라고 합니다.    시험을 치기 전 긴장, 염려를 안 하겠다고 마음먹는다고 우리 마음이 바로 그렇게 되나요? 그 사람 이제 용서하고 미워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고 우리 마음이 바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과 이제는 비교 안 하고 마음 편안히 살겠다고 생각해도 우리 마음이 바로 그렇게 작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정신수양으로 마음의 ‘힘’을 길러야 우리 마음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대인에게 정신은 쉬면 쉴수록 그 힘이 강해집니다. 정신을 멈추어서 잘 쉬게 하고 그 힘을 양성하는 방법이 바로 기도, 좌선, 명상입니다. 이 방법은 마음에 힘을 불어넣는 길이며,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께서 “예로부터 큰 도에 뜻을 둔 사람으로서 선(禪)을 닦지 아니한 일이 없느니라” 하시며 선과 명상의 주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조선 시대 서화담 선생이 어느 날 불교 선방에 가보니 좌선을 하는 스님이 거의 없는 것을 보시고 앞으로 백 년 후에 한국에 명재상, 명장군이 나오지 않겠다고 하고 한탄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염불, 좌선 등의 명상은 우리에게 마음의 힘을 길러 줄뿐더러 그것을 통해 우리는 큰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원불교 3대 종법사였던 대산 종사님께서 “발로도 하는 수양, 눈과 코로 하는 수양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수양을 ‘반달, 반개’로 비유하셨습니다. 보름달보다 반달이 좋고 활짝 핀 꽃보다 반쯤 핀 꽃이 더 좋다는 이 말은 수행인들의 중도(中道) 생활을 말합니다. 우리가 평상시에 보고 듣는 것을 가능한 한 자제하며 육근문(六根門) 즉 우리의 몸과 마음 특히 보고 듣고 이야기하는 것을 잘 조절하라는 말씀입니다.   수양의 힘이 약하면 외부 경계가 올 때, 작고 약한 나무처럼 바람에 금방 꺾입니다. 수양으로서 우리 마음의 힘이 강해지면 심한 경계와 어려움 즉 태풍이 와도 우리 마음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수양으로서 우리 마음이 차차 강해지고 성장하는 것을 대산 종사님께서는 얼음 강도에 비유하셨습니다.   “멈추긴 멈추는데 훌렁훌렁하다 꺼진다. 내가 다시 한번 말할 테니까 생각해 보자. 살얼음 같은 수양력인가? 강얼음 같은 수양력인가? 강얼음은 석 달은 가지 한강은 석 달이면 풀리는가? 단단은 하나 그래도 여름이 되면 바그르 한다. 셋째는 철석같은 수양력인가? 쇠와 돌 같은 수양력 그것도 천년만년이 되면 용해되고 분해되어서 없어진다고 그런다. 그러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얻으신 대 정력이 수양력이란 것은 녹으면 다 사하기 때문에 억만년을 가더라도 그 수양력은 없어지지 않는단 말이다. 한번은 물어봐라. 지금 너 수양이 어느 정도인가? 우리 교학과 학생들 하루에 몇 번을 멈추는가? 열번입니다. 교도에게 물어봐라. 40번입니다. 계속해서 천만 경계를 당할 때마다 멈추고 또 멈추면 그것이 쌓이고 싸여 정력이 된다. 또 금년도 신년 법문에 고질적인 몹쓸 습관 하나씩을 떼자 했지! 실행하는 분 있으면 실행하려고 애쓰는 분 있는가? 물어봐라. 그리고 수양을 할 것 같으면 간단히 무엇을 하자는 것이며 무엇을 모으자는 것인가?”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삶과 믿음 정신수양 수양력 그것 우리 마음 원불교 창시자

2022-03-17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