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인본주의' 자만심 초래…'은본주의'로 나아가야
107주년 원불교 대각개교절
은혜, 감사 세상에 드러나야
미주 총부 출범은 현지화 의지
레이크엘시뇨에 곧 명상 센터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관심은
원불교가 제일 강조하는 부분
대각개교절(大覺開敎節·4월 28일)은 원불교 최대 경절이다. 1916년 4월28일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큰 깨달음을 계기로 원불교를 창시한 날이다. 이를 앞두고 지난 24일 원불교 LA교당에서는 원기 107주년 대각개교절 기념식이 열렸다. 그동안 팬데믹 사태로 인해 각종 모임을 제한적으로 진행해오던 원불교 LA교당은 이날부터 모든 법회도 대면 형식으로 전환했다. 원불교 미국서부교구장을 맡고 있는 양윤성(사진) 교무와의 일문일답.
-대각개교절은 어떤 날인가.
"1916년 4월 28일은 원불교가 시작된 날이다. 1916년을 원기 1년이라 한다. 그때 창시자인 소태산 대종사께서 '대각(大覺)' 하시고 원불교를 '개교' 하셨다. 원불교의 가장 중요한 경축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미국 총부가 출범했다. 한국에도 총부가 있지 않나.
"기존 총부를 둔 상태에서 다른 나라에 '지부'가 아닌 '총부'를 설립한 것은 종교사에서 유래가 없는 일이다. '현지화(localization)'에 대한 간절함과 강력한 의지를 동시에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지금껏 미국 교화에 장애가 되어왔던 '한국식' 복장이나 제도 등을 이곳 현실에 맞게 자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규모 명상센터를 준비중인데.
"LA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레이크 엘시뇨에 3200 스퀘어피트의 부지를 매입하면서 메디테이션을 집중으로 하는 센터 설립을 위한 10년 기도를 시작했었다. 2014년에 관리를 하는 집을 마련했고 지금은 착공을 앞두고 있다. 1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한인들을 위한 기도 장소가 필요하다. 특히 선을 해야 하는 우리들로서는 모두가 오래전부터 소망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시설을 갖추나.
"10여 년 전부터 준비해온 '미주서부훈련원(Won Meditation Center)'은 2년 후 완공이 목표다. 일반교당과 달리 명상을 중심으로 하는 수행 센터라 보면 된다. 명상 수업 장단기 선훈련 템플스테이 등이 가능하다. 법당 선실 강의실은 물론 숙소와 식당도 준비 중이다. 국적 인종 종교를 막론하고 마음과 영성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와서 수행할 수 있다."
-불안과 갈등의 연속이다. 현시대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원불교의 대안은 무엇인가.
"인간의 존엄과 주체를 강조한 '인본주의'는 '신본주의'의 폐해를 보완한 면이 있다. 하지만 심각한 환경오염과 자만심(아상.我相)의 증대를 초래했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모두가 서로서로 은혜임을 알아서 보은하고 감사 생활을 하자는 것이 바로 원불교의 핵심 가르침이다. 모두가 은혜이다. 심지어 성경에도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이 있지 않나. '과도한 인간 중심의 사고(인본주의)'에서 '은본주의(恩本主義)'로 나아가야 한다. 은혜와 감사의 가르침이 세상에 더욱 드러나야 한다."
-앞으로 계획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성금을 모금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이슈에 대한 동참'이 부족했다는 반성을 했다. 교리적으로도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원불교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다. 교법의 사회적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아웃리치에 좀 더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원불교의 '마음 챙김'…미국서 각광받아
전국서 30여 개 교당 운영
현지화 위한 발 빠른 대응
1916년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少太山.1891~1943ㆍ본명 박중빈) 대종사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가 교단 일을 잘해서 나중에 비행기 타고 외국으로 나갈 거다. '소쿠리 비행기'도 타고다닐 거다."
'소쿠리 비행기'는 헬리콥터를 가리킨다. 일제 식민지 시절이던 당시에는 그저 '상상 속의 이야기'였다. 대종사의 예언대로 지난해 9월 미국 총부가 공식 출범했다. 죽산 황도국 종법사가 초대 미국 종법사 자리에 올랐다. 현재 원불교는 전국에 걸쳐 30여 개교당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총부의 출범은 한국 토종 종교인 원불교가 독자적인 자치권을 가진 미국 현지 총부를 중심으로 교법의 현지화에 매진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올해 대각개교절을 앞두고 한국 원불교의 나상호(61) 교정원장은 "미국 서부는 교포 비중이 크다 반면 동부는 교도의 80%가 미국인"이라며 "현지에 맞는 교화가 필요하다. 미주 종법사가 나오면서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현재 원불교는 전국적으로 빠르게 교세를 확장하고 있다. 생활 속 명상 마음챙김으로 불리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교리적 가르침과 실천을 중시하는 원불교의 신행생활이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황도국 미국 종법사는 "마음을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면에서 미국은 생활 종교인 원불교 교법이 잘 맞아떨어지는 곳"이라며 "서부 지역에서 들어설 명상 센터 역시 마음의 치유를 원하는 이들이 드나들며 원불교 교법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진리에 대한 확신을 갖고 신행생활에 나서는 수행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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