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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잘들 허쇼 잉!”

정찬열 시인

정찬열 시인

원불교 전산 중앙종법사 LA 대법회에 다녀왔다. 원불교 미국서부교구에서 김주원 중앙종법사의 LA 방문을 맞아 준비한 행사였다. 중앙종법사는 천주교의 교황에 해당하는 분이라 했다. 한국 4대 종교의 하나인 원불교 수장은 어떤 분일까. 그리고 어떤 설법을 펼치실까 궁금했다.  
 
행사 장소인 LA 원불교당은 사람들로 붐볐다, 행사에 참석할 수 없는 사람은 줌을 통해 함께 할 수 있고, 질의응답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된 행사였다. 사물놀이 공연과 시낭송을 비롯한 몇 가지 식전행사에 이어 종법사님의 강의가 시작됐다.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었다.  
 
줌을 통해 전국에서 질문이 들어오고 현장에 참석한 교도로부터도 질문이 이어졌다. 뉴욕 거주 어떤 분의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유튜브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는 행사였다.  
 
중앙종법사님은 모든 질문에 대해 쉽고 명쾌한 답을 주었다. 어떤 분의 질문에 대해 ‘나를 확장해 가면(大我) 대상은 작아지게 마련’이라고 한 답은 기억에 오래 남았다. 마침 쟁반 위에 놓여있는 컵을 가리키며 “이 컵이 쟁반에 있으면 거의 1/3을 차지하지만 책상 위로 옮기면 더 작아지고, 이 방 전체로 확대해 생각하면 정말 하찮은 존재가 된다”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이를테면 분자를 상수로 두고 분모를 키우면 분자의 존재는 그만큼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어떤 고민도 어려움도 ‘내 마음을 다스려’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가 됐다.  
 


 사실 필자는 강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분의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에 더 마음이 끌렸다. 어떤 경지에 이르면 저렇게 어린아이처럼 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웃집 아저씨나 할아버지 같은 소박함도 몸에 밴 듯싶었다.  
 
대법회의 화룡점정은 그분의 마지막 멘트 “잘들 허쇼 잉!” 이었다. ‘여러분이 알아서 잘들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정도의 얘기다. 그런 내용을 어쩌면 저렇게 짧은 언어로, 저렇게 유머러스하게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마무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불교는 1916년 소태산 박중빈에 의해 시작된 신흥 종교이다. 소태산은 “4,50년이 지나면 이 나라 전체에서 요구하는 종교가 될 것이요, 400,500년이 지나면 결복기(結福期)가 되어 전 인류가 요구하는 종교가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예언대로 국내에서는 이미 4대 종교의 하나가 되었다.  
 
원불교가 미국에 뿌리내린 지 반세기가 됐다고 한다. 백여 년 전,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영민한 한 선각자에 의해 생성된 종교, ‘물질이 개벽 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기치를 내건 이 종교가 자본주의의 본산 미국에서 어떻게 꽃피워 나갈지 흥미롭다. 이 땅 미국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 앞날이 자못 궁금하다.  
 
“잘들 허쇼 잉!” 전산 김주원 중앙종법사님 강의 마지막 말씀, 짧지만 긴 의미를 가진 이 말 속에 원불교의 미래가 담겨있지 않을까. 

정찬열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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