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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포기의 미덕

치과에 갈 때마다 치과 선생님은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세요” 하신다.  
 
당연히 치아의 건강과 스트레스는 상관관계가 있겠지만, 문제는 마치 “그 쉬운 걸 왜 못하세요”라는 듯한 뉘앙스다. 가벼운 인사 겸해서 하시는 말인 줄 알기 때문에 불쾌한 정도는 아니지만, “누군들 스트레스받고 싶어 받나요”라며 속으로 볼멘소리가 올라오곤 한다.
 
마음을 비우는 것이 행복의 첩경임을 늘 강조해 오면서도 어떻게 마음을 비우는가에 대한 안내가 없다면, “비워야 하는 건 알겠는데, 그게 쉬운 게 아니잖아요” 하는 독자들의 볼멘소리를 필자 역시 듣게 될지 모를 일이다. 명상이나 염불 외에 보다 현실적인 방법들을 소개해본다.
 
첫째, 포기할 건 포기해야 한다. 불가에 ‘무관사(無關事)에 동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나의 능력 밖의 일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갖지 말라는 의미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걱정이 실제로는 별 의미가 없다고 한다. 응원하는 팀이 지면 그날은 분해서 잠을 못 잘 만큼 학창시절에 농구를 좋아했다. 속을 끓인다고 승부가 바뀔 리가 없다. 5년 전 동남아시아 불교 유적 답사 중 소매치기를 당했다. 분하고 억울했지만, 해외에서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현지 경찰에 신고하는 것뿐이었다. 마음을 끓인다고 소매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돌아보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로 인해 고민하고 걱정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포기할 건 포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둘째, 대치(代置) 공부다. 작년에 원불교 신문사에서 교리 관련 칼럼 요청이 있었다. 현재 맡고 있는 훈련원 건축이 어려움에 부닥쳐 있어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거절할 명분이 없어 수락했다. 최소한 칼럼을 준비하고 쓰는 동안만큼은 훈련원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이러한 정신의 휴식은 어려운 시기를 버티고 맑은 정신으로 훈련원 일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어떤 일에 집중하는 것은 명상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아 잡념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 내가 하는 일은 ‘베푸는’ 것이 아니라 ‘갚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훈련원 건축을 하다 보면 사업 허가나 도로포장 등을 위해 이웃의 허락을 받아야 할 일이 종종 생긴다. 평소 왕래가 없던 이웃에겐 거절을 당해도 서운한 마음이 덜하지만, 작년 추수감사절에 와인을 선물했던 이웃이 거절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와인까지 선물했는데도 불구하고 허락을 안 해주다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작은 선행이 오히려 큰 죄업을 짓게 되는 경우’이고, 불가에서 무상보시(無相布施·베풀었다는 관념과 상이 없는 것)를 강조하는 이유이다.  
 
모두가 은혜이니 보은하는 것은 당연하고, 인과로 보면 베푸는 것과 갚는 것이 둘이 아니다. 필자같이 가진 것이 없는 사람도 때로는 정신, 육신, 물질로 보시할 경우가 생긴다. 보시할 때, 은혜를 베푼 후에 관념과 상을 놓으려 하기보다 은혜에 보답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마음은 비우면 편안해지고 밝아진다. 불교 공부는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결코 과언이 아니다.
 
drongiandy@gmail.com

양은철 / 교무·원불교미주서부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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